천상(天上)의 향기 - 17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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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73(칠백년의 약속)-7
금산반의 점포 앞에 수백 명의 무사들이 집합했다. 모두가 사해방주 육철량이 이번 거사(巨事)를 위해 비밀리에 키운 무사들이다. 육철량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금산반을 제거하려 한다. 대륙상회는 악양왕부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호위무사들이라고는 회장인 금산반을 보호하데 대륙금위가 전부였다. 그런데 그 금위들도 지금은 없기 때문에 이제 육철량이 키운 무사들을 상대할 사람들이 없다. 이번 기회에 모든 사람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모두 쳐라. 금산반을 목을 가져와라.”
육철량의 명령이 떨어지자 무사들이 점포와 그 일대를 포위하고 금산반을 제거하기 위해 점포 안으로 쳐들어갔다. 점포 안에 있던 점원들은 육철량과 무사들을 보고 미리 도망쳤기 때문에 무사들은 점포를 지나쳐 금산반이 있는 집으로 돌격했다. 금산반은 평소와 다름없이 점포와 연결된 자신의 건물에 있는 집무실에 있었다. 그는 밖에서 들리는 함성소리에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장부를 보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었다.
“쾅~아앙~”
집무실의 문이 박살나며 수십 명의 무사들의 문 앞에 나타났다. 하지만 금산반은 무사들이 나타나도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뿐이다.
“금산반이다........놈을 죽어라?”
3명의 무사들 무기를 들고 금산반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금산반을 제거하는 공을 세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슝~ 슝~ 슝~”
금산반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가락을 튕기자 3개의 주판알이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속도로 무사들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퍽~ 크아아악”
“퍽~ 퍽~ 크아악~”
금산반에게 날아가던 무사들이 날아가던 속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튕겨져 나오는데 그들의 머리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주판알이 머리를 관통한 것이다. 일계상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금산반은 당장 무림에 출도(秫稻)해도 당당하게 일류고수의 반열에 오를 만큼 엄청난 무공을 익히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놈들인데 소란을 피우는 거냐.”
금산반이 고개를 드는데 그는 무척이나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놈은 혼자다. 모두 한꺼번에 덮쳐.”
무사 한명이 소리치며 자신이 먼저 금산반을 향해 돌격하자 뒤에 있던 다섯 명의 무사들도 한번에 금산반을 향해 돌격했다.
“하루살이 같은 놈들.”
“슝~ 슝~ 슝~ 슝~”
금산반이 다시 손가락을 튕기니 탁자에 올려진 주판의 주판알들이 무서운 기세(氣勢)로 무사들을 향해 날아간다. 무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주판알을 피하거나 막으려 했다. 하지만 주판알의 속도가 너무나 빨라 무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주판알들이 무사들의 이마에 파고들었다.
“퍽~ 크아아악~”
“퍽~ 크윽~”
금산반에게 돌격하던 6명의 무사들이 다시 뒤로 튕겨져 나오는데 역시 그들의 이마에는 동전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금산반은 주판을 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육가 놈이 내 목이라도 가려오라고 시킨 모양이지.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금산반은 육철량의 반역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판을 들고 있는 반대편 손을 주판에 얻고, 가야금을 연주하듯 튕겨내니 수십 개의 주판알이 문 앞에 모여 있는 무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모두 피해. 크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크윽~”
주판알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문 앞에 있던 무사들의 이마를 관통하니 무사들은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짚단처럼 쓰려졌다. 금산반은 차갑게 웃으며 무사들의 시체를 밟고 밖으로 나오려 했다.
육철량은 금산반의 집무실 앞에 있었는데 그의 뒤로는 수십 명의 궁수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집무실의 지붕에는 쇠로 만든 그물을 들고 있는 무사들이 있었다. 육철량은 집무실 앞에 있던 무사들이 죽고 금산반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지붕에 있는 무사들에게 신호를 보내니 지붕 위에 쇄로 만든 그물을 들고 있던 무사들이 그물을 금산반을 향해 던졌다. 금산반은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에 공중에서 떨어지는 그물을 발견했다.
“흥~ 그런 그물로 날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금산반은 주판을 들고 있는 반대쪽 손을 품속에 집어넣어 작은 단검(短劍)을 빼내는 것과 동시에 떨어지는 그물들을 향해 검영(劍影)을 뿌렸다.
“지지지직~ 지직~”
하늘에서 불꽃이 일어나더니 금산반을 향해 떨어지던 쇠로 만든 그물들이 걸레처럼 찢어진다.
“지금이다. 쏘라.”
“슝~ 슝~ 슝~”
육철량의 명령에 따라 육철량의 뒤에 대기하고 있던 궁수들이 화살을 쏘니 수십 개의 화살들이 금산반을 향해 날아갔다. 금산반은 찢어진 그물들 때문에 시아가 가려 화살들을 방비하기 어렵게 되자 단검(短劍)으로 검막(劍幕)을 지니 화살들이 검막(劍幕)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날아간다.
“팍~ 팍~ 팍~”
“다시 화살을 쏴라.”
육철량의 명령에 궁수들이 다시 화살을 쏘는데 화살 끝에 검은색 구슬들이 매달려 있었다. 육철량은 오늘을 대비해 폭약까지 준비했던 것이다. 그것을 알리 없는 금산반은 계속해서 화살을 들이 날아오자 검막(劍幕)을 거두지 않고 육철량을 향해 돌격하려 했다.
“콰아아앙~”
“콰콰콰아아앙~”
금산반 주위에서 수십 개의 폭약이 터지고 엄청난 광음과 함께 육철량을 향해 달려오던 금산반이 실 끊어진 연처럼 건물을 향해 날아가더니 벽에 뚫고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모두 놈에게 돌격해. 놈의 목을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황금 만냥과 원하는 지위를 주겠다.”
육철량의 말에 무사들이 금산반을 향해 돌격했다. 황금 만냥에 원하는 지위라면 최소한 한성(城)의 상권을 관장하는 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쾅아앙~ 크윽~”
“크아아악~”
갑자기 건물의 한쪽 벽면이 무너지며 금산반을 향해 건물로 돌격했던 무사들이 튕겨 나오는데 무사들은 머리에 동전구멍만한 구멍이 뚫리거나 가슴이 난도질당해 하얀 뼈가 드려나 있었다. 그리고 무너진 벽사이로 상처투성이에 검게 그을린 금산반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지독한 놈.......그 폭발에서도 죽지 않았군. 검(劍)을 다오.”
육철량이 손을 내밀자 옆에 있던 무사가 검(劍)을 전해 주었다.
“네놈이 무림십대병기인 막사검(莫邪劍)을 가지고 있다면 나에게도 용천검(龍泉劍)이 있다.”
육철량의 말대로 금산반이 가지고 있는 단검(短劍)은 무림십대기병의 하나인 막사검이었다. 또한 방금 육철량이 가지고 있는 검(劍) 또한 무림십기병 중 하나인 용천검이었다. 무림십대기병 중 두개가 한번에 나타난 것이다. 무림십대기병 중 두개가 무림문파도 아닌 상인집단에 불과한 대륙상회와 사해방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육철량이 용천검을 뽑자 검(劍)에서 찬란한 빛과 함께 뼈를 시릴 것 같은 냉기(冷氣)가 발산된다.
“혹시 모르니 금산반을 포위해라.”
육철량의 명령에 무사들이 금산반을 포위하자 육철량이 금산반에게 날아가며 검(劍)을 뿌리자 차가운 살기를 머금은 용천검의 검영(劍影)들이 금산반을 향해 날아갔다. 금산반은 계속된 전투와 폭발의 여파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상태라 힘들게 육철량의 검(劍)을 막았다.
“캉~ 욱~ ”
검(劍)과 검(劍)이 부디 치며 불꽃이 일어나더니 금산반이 육철량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주르륵 밀려난다.
“영감탱이 그만 죽어.”
육철량의 검(劍)이 금산반의 목과 가슴을 향해 날아간다.
“음~ 네놈 뜻대로 되진 않아.”
금산반은 비틀거리던 몸을 바라잡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검(劍)을 쳐다보더니 막사검을 육철량의 심장을 향해 던져버린다. 육철량의 검(劍)을 수비할 자신이 없자 동귀어진(同歸於盡-같이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크아아악~”
“윽~”
두 마디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금산반이 천천히 바닥으로 쓰려지고 있고, 육철량은 어깨를 잡고 비틀거린다.
“빌어먹을........같이 죽을 수 있었는데........억울하........군.”
“쿵~”
금산반이 가슴을 붙잡고 중얼거리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쓰려진다.
(그래.......이제 됐어.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금산반은 자꾸만 희미해지는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눈을 감았다.
“지독한 늙은이.”
비틀거리던 금산반을 보고 부르르 떨었다. 육철량은 최후의 순간에 몸을 비틀어 막사검을 어깨로 막았던 모양인지 그의 어깨에는 막사검이 자루까지 깊숙이 박혀 있었다.
“너희들은 금산반을 따르는 잔당들을 처리하고 림산을 장악하라.”
육철량의 명령을 받은 무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림산 곳곳으로 달려갔다. 무사들은 그동안 육철량일당이 작성한 살생부(殺生簿)를 머리에 암기하는 등 이번 거사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무사들이 모두 흩어지자 육철량은 금산반의 머리를 잘라 미리 준비한 상자에 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네놈의 목이 내손에 들어왔군.”
육철량은 어깨에 깊숙이 박힌 막사검을 뽑아내니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육철량은 어깨의 혈도를 막아 지혈시킨 다음 반쯤 무너진 건물의 힐긋 바라본다. 건물에 딸린 부엌에서 인기척이 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금산반의 덜떨어진 제자 놈이 것이다. 금산반의 제자인 명운이라는 놈은 금산반이 어릴 적부터 키우던 놈인데 림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보라고 인정하는 놈이다. 놈은 열을 가르쳐도 하나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바보로 금산반이 운영하는 점포의 허드렛일이나 하는 놈이다. 쉽게 말해 죽일 가치도 없는 놈이다. 육철량이 피식 웃고 금산반의 머리가 담긴 상자를 들고 유유히 사라지자 부엌에서 명욱이가 나왔다. 그는 사부가 죽은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던 것이다. 명운은 사부의 시체 앞에 쭈그리고 앉더니 손으로 살짝 건드려 본다. 하지만 이미 목이 잘려 몸통 밖에 남지 않은 금산반은 움직일 줄 모른다.
“죽었군. 불쌍한 사람........그래~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았으니 편안하게 가세요.”
명운은 몸통밖에 남지 않은 금산반의 시체를 안고 천천히 일어났다.
“지금부터 림산에 피바람이 불겠군.”
명운은 중얼거리면 시체를 안고 건물을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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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철량의 오른팔은 송상영은 악양왕부에 도착해서 악양왕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악양왕부는 대륙상회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육철량이 대륙상회를 장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막말로 악양왕이 관군(官軍)을 동원해 육철량을 제거하고 다른 사람에게 대륙상회를 넘길 수도 있다는 말이다. 송상영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악양왕부의 총관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송상영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총관에게 인사를 한다.
“왕야님의 면담을 신청하셨죠.”
“예~ 급한 일로 긴히 뵈어야 할일이 있습니다.”
“왕야께서 지금 다른 손님을 만나고 계세요. 아마 한 시진정도는 더 있어야 될 것 같아요.”
“기다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왕야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총관이 다시 방을 나가자 송상영은 길게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악양왕은 황제의 동생으로 황실의 제정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에 앉아 있다. 그는 황실에서 전매하고 있는 소금과 무기류 등의 모든 판권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황실에서 운영하는 염방의 책임자이며 황제 다음의 권력서열 2위에 있다. 또한 관군(官軍)을 이용하여 대륙상회를 보호해주는 후견인이기도 한다. 시간이 흘려간다. 송상영에게는 일다경(15분)이 한 시진(2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들이다.
“드르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송상영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니 곤룡포(袞龍袍)를 걸친 악양왕이 들어왔다.
“미천한 백성! 송상영이 왕야께 인사드립니다.”
송상영이 바닥에 엎드리며 인사를 하자 악양왕은 그를 본 척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했지.”
악양왕의 근엄한 목소리가 들리자 송상영은 엎드린 상태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육철량의 말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괘심한 놈! 지 놈이 직접 와서 전하지 않고 사람을 보내.........육가 놈이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모양이구나.”
“그..........그게 아니오라. 육철량은 지금 금산반을 제거하고 그를 따르던 잔당들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제가 오게 된 것입니다.”
“육가 놈이 금가 놈을 제거 했단 말이냐?”
“예! 육철량은 왕야을 속이고 자신의 사리사욕(私利私慾)만 챙기고 있는 금가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부득이하게 이번 거사를 일으켰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왕야께서는 지금까지 금산반에게 속고 계셨던 겁니다.”
“속아? 내가 무엇을 속았다는 말이냐?”
“대륙상회는 지금까지 왕야께 받은 전매품 판매수익의 삼할을 세금으로 받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엄밀하게 검토해본 결과 왕야께서는 최소한 오할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즉~ 지금까지 금가 놈은 왕야를 속이고 폭리를 취한 겁니다. 육철량은 이 부분을 바로잡아 왕야께서 정당하게 받으셔야 할 이익을 돌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금가 놈이 날 속였다? 육가 놈은 그걸 바로잡기 위해 거사를 했다. 지금 이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예~ 바로 그겁니다.”
“하하하~ 가당찮은 놈들........네놈들이 금산반을 죽이고 대륙상회를 장악하려는 것이 날 위해서라는 말이냐? 그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으냐?”
“믿으셔야 합니다. 육철량을 믿어주시면 왕야께 막대한 이익이 돌아갈 겁니다.”
“네놈들이 나를 돈으로 매수하겠다는 것이냐?”
“저희들이 어찌 그런 망상(妄想)을 하겠습니까? 저희들은 단지 왕야께서 그동안 금산반에게 속아 손해 보신 수익을 돌려드리겠다는 말입니다.”
“내가 받아야 할 부분을 돌려주겠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세상사라는 것이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너희들이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송상영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닫으면 숨을 고른다. 악양왕이 드디어 자신들의 편이 되줄 가망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육철량을 대륙상회의 주인으로 인정해 주시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대륙상회의 후계인이 되어 주시면 저희들은 만족합니다.”
“내가 왜 육철량을 인정해야 하지?”
“육철량과 대륙상회는 금산반 때보다 더욱 더 왕야께 충성을 다할 겁니다. 육철량을 한번에 믿어주세요.”
악양왕은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면 고민하는 눈치다. 송상영은 속이 타는 것 같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목까지 칼칼하다. 악양왕의 결정에 따라 육철량과 자신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다. 육가 놈을 인정해 주지. 내가 어찌 해주면 좋겠느냐?”
“감사합니다. 그 문제는 육철량이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릴 겁니다.”
“알았다. 그만 가봐라.”
악양왕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송상영은 악양왕이 나가자 길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드는데 그의 얼굴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려 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긴장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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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은 장상꾼들로 해질 무렴에 변장하고 림산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림산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거리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없고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또한 간간히 불타는 건물들과 길가에 쓰려진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도대체 림산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풍운은 길가에 쓰려진 사람에게 달려갔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으~ 사.......사해방이........반역을........어서 도망쳐요.”
길가에 쓰려진 사람은 그 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다.
“이봐요. 이봐요. 정신 차려요.”
풍운이 사내를 흔들어보지만 사내는 다시는 눈을 뜨지 않는다. 이미 죽은 것이다.
“네놈들은 누구냐.”
갑자기 골목길에서 일단의 무사들이 나타나 풍운일행을 포위했다. 무사들의 차림세로 보아 사해방 무사들이다.
“이런 집 것들을 보았나. 어디서 눈을 보라려.”
도치가 무사들의 말에 화를 내며 허리에 감추고 있는 도끼를 잡았다. 풍운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도치의 손을 잡았다.
‘도치 참아라.’
풍운은 도치에게 전음을 보내고 무사들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저희들은 악양에서 온 장사꾼들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장사치들?.......난 또.......죽고 싶지 않으면 어디 객점에라도 처박혀 있어. 괜히 나돌아 다니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풍운은 마치 겁먹은 사람처럼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연신 머리를 조아린다.
“예~ 예~ 알겠습니다.”
“가자.”
무사들은 풍운일행을 살펴보더니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풍운은 머리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더니 일행을 돌아본다.
“어디 숨을 만한 곳을 찾아봅시다.”
“예? 숨어요? 왜요? 저 잡것들 모든 베어버리면 되죠?”
도치는 어의가 없다는 표정이다. 자신들이 무엇이 무서워 피한단 말인가? 사해방 놈들이야 한주먹꺼리도 안되지 않는가? 자신들이 왜 피한단 말인가?
“일단 무슨 일이지 알아보는 것이 순서에요. 저기 객점이 있네요. 모두 따라 오세요”.
풍운은 일행을 이끌고 객점으로 달려가 보니 객점의 눈이 굳게 잠겨 있다.
“쾅쾅쾅~”
“누구 없어요.”
풍운이 문을 두드리며 사람을 부르자 문이 열리며 점소이가 고개만 내밀고 풍운일행을 살펴본다.
“손님이군요. 빨리 들어오세요.”
점소이는 풍운일행이 사해방 무사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었다.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금막비가 객점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객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모여 있었다. 모두들 풍운일행처럼 사해방 무사들을 피해 객점으로 대피한 사람들인 모양이다.
“여기 방 있어요.”
풍운은 점소이에게 방을 달라고 했다.
“2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다른 객점을 가셔도 방을 구하긴 힘들 겁니다.”
점소이의 말에 풍운은 방을 달라고 했다. 아마 점소이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자분들이 한방을 쓰세요. 나머지 방은 남자들이 쓰겠습니다. 모두 올라가죠.”
풍운일행은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이층에 있는 방으로 올라가니 점소이가 두 개의 방을 보여주었다. 한방은 약간 넓은 방으로 4명 정도 들어가면 정당할 것 같고, 나머지 한방은 2명이 들어가면 적당할 것 같다. 인원수에 비해 방의 숫자도 부족하고 있는 방도 너무 좁다.
“죄송합니다. 오늘만 참으세요. 내일은 빈방이 많이 생길 겁니다.”
점소이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한다.
“할 수없죠. 여자 분들이 좁은 방을 쓰세요.”
풍운의 말에 여자들은 좁은 방으로 들어갔고 남자들은 넓은 방으로 들어갔다. 풍운은 짐을 내려놓고 창문을 열어보니 밖에서는 아직도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마수님과 이막수님은 사해방주 육철량의 집으로 가서 놈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사우님은 저를 따라오세요.”
“나머지 사람은 뭐하죠.”
“여기 계세요.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됩니다.”
“빌어먹을........이번에도 나는 찬밥인가?”
도치가 툴툴거리자 금막비가 피식 웃으며 도치의 어개를 두드린다.
“도치님이 경공만 빨랐으면 일사님이 사우님 대신 도치님을 모시고 가셨을 겁니다.”
이막수가 어떻게 해야 하지 물어본다. 풍운은 자세한 지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사님.........그냥 무슨 일인지만 알아보고 오면 되는 겁니까?”
“예~ 그리고 늦어도 새벽까지는 돌아오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마수 가자.”
이막수와 마수가 먼저 창문을 통해 육철량의 집으로 달려갔다.
“여자분 들께도 이곳에 있으라고 말씀해 주세요. 사우님 가시죠.”
풍운은 사우와 함께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사우님은 동북쪽을 살펴보세요. 저는 나머지 지역을 살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우가 대답과 함께 동북쪽으로 올라갔고 풍운은 남쪽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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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다가오자 10개조로 나누어 야산을 수색하던 무림군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바로 풍운일행이 만났던 곳이다. 란과 홍인은 어지러운 발자국들 앞에 있었다. 풍운일행은 각자 헤어져서 야산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한곳으로 모였다. 그리고 또 다시 헤어졌다. 발자국들이 그걸 말해주고 있다. 한곳에 모여들었던 발자국들이 다시 흩어졌기 때문이다.
“군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놈들에게 우리가 속은 겁니다. 저기 보세요. 바로 앞에 보이는 산이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곳입니다. 놈들은 저곳에서 헤어져서 각자 야산을 돌아다닌 다음 다시 이곳에 집합한 겁니다.”
“결론은 우리가 놈들에게 속아 시간만 허비했다는 말입니까?” “
그럼 셈이죠. 꼬박 하루 밤을 소비했으니 놈들의 뜻대로 된 겁니다.”
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현원자가 발밑에 있던 돌을 걷어차니 돌이 멀리 날아간다. 아무 죄도 없는 돌멩이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이런 죽을 놈의 새끼들........잡히기만 해봐~ 아주 갈가리 찍어죽이고 말거야.”
현원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런데 화원명은 아직도 쭈그리고 앉아 발자국들을 살펴보고 있다.
“화원명님........발자국에 특별한 거라도 있어요.”
란의 질문에 화원명이 무릎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났다.
“발자국들의 깊이가 틀려요. 보세요. 이곳에 찍힌 발자국은 깊이 들어갔는데.........저기 있는 발자국들은 얇게 들어갔어요.”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말이 갑자기 가벼워질리는 없잖아요. 그럼 결론은 뭐죠. 말에 타고 있던 사람이 내린 겁니다.”
“잠깐만.........그럼 화원명님 말씀은 놈들이 이곳에서 말을 벌리고 도망쳤다는 말씀인가요.”
“제 생각은 그래요. 아마 그들은 이곳에서 말을 버리고 맨몸으로 도망쳤을 겁니다.”
화원명의 말에 란도 발자국들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다시 일어났다.
“화원명님의 말씀이 맞아요. 놈은 이곳에서 말을 풀어주고 몸만 도망갔어요. 잘못했으면 또 놈들에게 속아 시간만 허비할 뻔 했군요.”
“군사님........놈들이 몸만 도망갔다고 해도 흔적이 남지 않았을 까요. 제가 무사들을 동원해서 찾아보겠습니다.”
홍인은 무사들을 동원해서 주위 일대를 수색하라고 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다는 보고가 돌아왔다.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혼적을 남길 리가 없죠.”
“화원명님은 놈들이 어디로 갔을 것 같아요.”
란의 물음에 화원명은 어깨를 으쓱거린다. 자신도 모르겠다는 뜻이다.
“군사님.......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놈들이 어디로 도망쳤는지도 모르잖아요.”
“주위 일대를 수색해야죠. 놈들도 인간인데 어딘가에 흔적을 남겼을 겁니다.”
“그럼 또 수색하자는 말씀인가요.”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어요. 이럴 때 추종술((追從術-사람을 추적하는 기술) 익힌 고수라도 있었으면 좋은데.......”
“신풍개..........그래........신풍개님에게 부탁해 봅시다. 개방은 워낙 사람이 많으니 추종술(追從術)의 고수도 있을 겁니다.”
화원명의 말에 홍인이 신풍개를 불렸다. 신풍개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있기는 있습니다만 그가 이곳까지 오려면 하루정도 걸릴 겁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우리는 이곳에서 군막을 치고 주위를 수색해 볼게요. 그동안 신풍개님은 그분을 모셔오세요.”
“알겠습니다.”
신풍개는 그길로 산을 내려갔고 홍인일행은 군막을 치고 그곳에서 머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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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 배화교에 대한 또 다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군산에서 패하고 악양에 머물던 배화교 놈들이 호북과 섬서성의 대륙상회 상인들을 무참하게 도륙(屠戮)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번 소문은 전번 소문처럼 장강수로십팔채 사람들이 퍼트린 소문이 아니라 배화교의 만행(蠻行)을 직접 목격한 일반인들이 퍼트린 소문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삽시간에 중원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모두 배화교의 만행에 분노(忿怒)하며 무림맹을 바라보았다. 무림맹이 무림의 영도자라면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배화교 놈들을 두고 보지만을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 계속 >>
ps : 어제 올리려고 했는데........어제는 술 한 잔 하는 바람에 오늘 올립니다. 그리고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글을 쓸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 사실 173부 수정하는 시간도 억지로 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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