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7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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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79(칠백년의 약속)-13
악양왕부의 대전을 벗어난 풍운이 하늘 높은 곳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혈선(血腺)이 연희의 애마인 흑선(黑線)과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풍운의 아랫배를 기(氣)를 주입하고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혈선(血腺)은 주인의 휘파람소리를 듣더니 흑선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풍운을 따라 나선다.
연희는 풍운이 붙잡을 사이도 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자 그가 사라진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풍운과의 만남은 향상 이런 식이다.
잠깐의 만남과 긴 이별...............
연희에게 풍운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蜃氣樓) 같은 사람이다. 봄날의 아지랑이를 보는 것처럼 풍운 만나고 있으면 따뜻하고 포근하여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연희는 길게 한숨을 쉬고 풍운이 벽에 남기고간 천면역용술의 구결과 해설들을 살펴본다. 내용은 무척이나 간단한 것 같지만 무공의 기초가 없는 연희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금이아저씨........이거 익히기 어려운 건가요?”
연희의 중얼거리는 말에 금이가 천면역용술의 구결과 해설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천면역용술은 희대의 기공(奇功)으로 아무나 익힐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더구나 무공의 기초조차 없는 연희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최소한 이갑자 이상의 내공이 있어야만 펼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그 친구.......엉뚱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특이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보통 무림인들은 자신의 절기를 절대 남에게 알려주지 않는 법입니다.........그런데 그 친구는 자신의 절기를 망설임 없이 알려주고 갔어요.”
“이갑자?...........그렇군요. 풍운 말대로 저는 익히지도 못할 무공이군요. 휴~ 아빠.......저 그만 갈게요. 금아저씨, 금할아버지 이만 물러갈게요.”
연희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더니 힘없이 대전을 빠져나간다. 악양왕은 힘없이 처진 딸의 뒷모습을 보고 쓰게 웃고 말았다. 향상 명령하고 쾌활하던 딸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악양왕은 이제야 연희가 풍운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 풍운을 보았을 때는 특별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풍운은 천의무봉(天衣無縫)한 무공과 하늘의 천인(天人)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 여자가 풍운을 보고 반하지 않겠는가? 특히나 연희는 한참 예민한 17살 소녀가 아니가? 연희가 나가자 악양왕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연희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다. 먼저 공적인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합시다. 그러니까? 육철량이 드디어 더러운 이빨을 드려냈고.........그와 동조하는 반란의 무리들이 밝혀지고 있다는 말이죠?”
금노인과 금이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금노인은 풍운의 예상대로 죽었다고 알려진 금산반이었다. 그는 육철량이 반란을 일으키기 전날..........자신의 분신(分身)을 대신 내세우고 자신은 악양왕부로 향했다. 그리고 림산에 남아 있는 명운으로부터 림산의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 받고 악양왕을 만난 것이다.
“역시 제 예상대로 10년 전에 비리사건으로 회장에서 물려난 상관인문장로가 육철량의 배후에 있었습니다.”
“죽일 놈이군!.........자네가 모든 비리를 눈감아주고 장로로 추천까지 해주었는데 은혜를 모르고 뒤통수를 쳐.”
“대륙상회 회장은 임기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회장에 선출되면 죽을 때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상관인문은 저 때문에 불명에 퇴진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가슴속에 두고두고 한(恨)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놈 이야기는 그만하세. 하여튼 그놈을 따르는 반란의 무리들이 림산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하니 놈들이 도착하면 한번에 때려잡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일단 사해방주 육철량이 키운 무사들의 수가 만만치 않고 상관인문이............”
금산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악양왕이 중간에서 끼어들었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그래서 내가 특별히 대장군부에 부탁해 금이장군을 모셔오지 않았는가? 금이장군이 이끄는 철갑기동군은 대장군부 최강의 부대 일뿐만 아니라 부대원 하나하나가 무림일류고수에 버금가는 무사들이니 사해방 놈들 따위는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네.”
“저도 금이장군님과 철갑기동군을 믿기에 사해방 놈들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걱정하는 것은 배화교 놈들과 상관인문장로가 비밀리에 키운 놈들입니다.”
“상관인문이 무사들을 키웠단 말이요?”
“상관인문장로는 오래전부터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육철량과 손을 잡은 것은 최근 일이죠. 제가 상관인문장로가 비밀리에 키운 무사들이 있을 거라 장담하는 이유는 독자적으로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림산을 지키고 있는 대륙금위를 상대할 무사들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쩝~ 간단한 문제가 아니군.......하지만 배화교 놈들이야 무림맹에서 나섰다고 하니 걱정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그럼 상관인문이 키웠다는 무사들이 문제인데........놈들이 얼마나, 어디에 있는지 파악은 해봤소.”
“그건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상관인문이 최후의 수로 꼭꼭 감춰두고 있어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골치 아프군!........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이대로 계속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소.”
“일단 오늘까지만 기다렸다가 사해방과 반역의 무리들부터 소탕해야합니다. 상관인문이 키운 무사들에 대한 대책은 그 다음에 논의해야죠?”
“알겠소.........금이장군.........오늘 안으로 철갑기동군이 림산에 도착할 수 있겠소?”
“제가 미리 출발시켰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림산 근처에 도착했을 겁니다.”
“그럼 사해방과 반란군을 제압하는 것은 문제없겠군요. 금장군님께서 수고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사해방과 반역의 무리들을 한 놈도 빠짐없이 잡아들이겠습니다.”
“그럼 이야기는 끝난 것 같군요. 참~ 조금 전에 그놈........대체 어떤 놈이요.”
악양왕의 질문에 금산반은 다시 한번 마수마랑이 어떤 사람이며 그가 무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한마디로 백도무림입장에서 보면 때려죽어도 시원찮을 놈이고.........흑도무림입장에서 보면 영웅이라는 말인가? 일반 백성들은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소?”
“처음 백도무림에서 그와 십이사들을 무림공적으로 지목하고 흉악한 소문을 퍼트렸기 때문에 모두 나쁜 놈들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강수로십팔채를 도와 배화교를 물리친 사실이 밝혀진 이후부터는 무림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흠~ 그래요? 하긴 내가 보기에도 나쁜 놈 같지 않더군. 그건 그렇고........그놈이 떠나기 전에 림산에 머물고 있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백성들을 구출하게 한다고 했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이요.”
“마수마랑에게는 십이사라는 동료들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나같이 대단한 능력자들로 그들이 현재 림산에 머물고 있다고 알고 있으며..........명옥이의 보고에 의하면 비밀리에 우리 식구들을 돕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 아마 그들이 돕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쩝~ 할말이 없군........모든 일의 최우선은 백성들의 안전과 편안한 삶인데.......그놈의 말이 귀가를 떠나지 않는군.”
악양왕은 풍운의 했던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풍운의 말이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백번 지당한 말이기 때문이다. 그건 금산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대륙상회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한 길이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야하는 림산의 회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 금산반은 입술을 깨물고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 잡았다.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안 된다. 썩은 상처는 도려내야 한다. 아프다고 그냥두면 나중에는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지금은 비록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대륙상회의 백년대계를 생각하면 곪은 상처는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왕야..........크게 보셔야 합니다.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그 열매는 클 겁니다.”
“휴~~ 그렇게 돼야죠. 자~ 회의는 이것으로 끝냅시다. 난 연희에게 가봐야겠소.”
악양왕은 길게 한숨을 쉬더니 연희의 처소로 갔고, 금이는 그길로 림산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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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기간이 되기 전에 풍운과 혈선이 돌아왔다. 풍운은 객점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챙겨 무경과 혈선을 타고 림산으로 출발했다.
“운랑.........악양왕과 이야기가 잘 된 겁니까?”
운랑의 품에 안겨 있던 무경이 고개를 돌려 풍운을 바라본다. 무경은 풍운의 얼굴을 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악양왕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풍운이 역용을 풀고 천인(天人)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풍운은 약간 우수(憂愁)에 적은 눈길로 무경을 바라보며 힘없이 미소 짓는다.
“글쎄.........잘 됐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아.”
무경은 풍운의 눈부신 얼굴을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눌렀다. 풍운의 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마술에 걸린 것처럼 머릿속이 백지가 되고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나른해 진다. 아마 자신이 아니라 다른 여자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만큼 풍운의 풍모(風貌)는 거부할 수 없는 마력(魔力)을 가지고 있다. 무경은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나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은 풍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아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말씀을 하셔야 알죠.”
“무경의 예상대로 금산반이 살아있더군. 악양왕부에서 악양왕과 금산반 그리고 천무일룡의 후인으로 보이는 사내를 만났어. 나는 어떻게 해서든 자기들을 도와 림산의 양민들을 구하려고 뛰어다니고 있는데 사건의 당사자들은 편안하게 악양왕부에 모여 대책이나 논의하고 있는 거야. 기가 막히지 않아.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아. 그리고.........나는 그렇다고 치자.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가는 림산의 대륙상회 사람들은 뭐야.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말이야. 휴~ 이런 생각이 드니까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거야.”
무경은 풍운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악양왕부에서 있었던 일이 짐작할 수 있었다. 풍운은 대륙상회와 림산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악양왕부를 찾아갔다. 그런데 악양왕부에는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여 있었다.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히겠는가? 그런데 무경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름이 있었다.
천무일룡..........
50년 은하대전 당시 가장 선두에서 새외연합군과 싸웠으며 전투가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홀로 적(敵)진에 들어간 적(敵)의 수장을 암살(暗殺)함으로 아군(我軍)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무인으로 우내십기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은하대전이 끝나자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져 모든 것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는 인물인데 그의 후인을 풍운이 보았다고 한다.
“운랑........방금 천무일룡의 후인을 만났다고 하셨나요. 운랑께서는 무슨 근거로 그가 천무일룡의 후인이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천무일룡에게 가장 호되게 당한 문파가 어느 문파지 알아. 바로 배화교야. 자신들의 교주가 천무일룡에게 암살(暗殺) 당했으니 원한이 뼈에 사무치겠지. 그들은 천무일룡의 무공들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잠마동에 새겨 두었어. 내가 오늘 만난 그 사람은 잠마동에 천무일룡의 무공이라고 새겨진 무공들을 사용했어. 그런데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보이더군. 천무일룡이 50년 전 사람이니 아무리 젊어도 칠십은 넘어야 정상인데 30대 중반이라는 것은 천무일룡의 후인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잖아. 그래서 천무일룡의 후인이라고 한 거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럼 운랑께서 보셨다는 분이 천무일룡의 후인일 가망성이 많군요. 그런데 천무일룡의 후인이 왜 악양왕부에 있는 것일까요?”
“그건 나도 모르지. 알고 싶지도 않고..........하여튼 좋은 기분은 아니었어.........휴~ 답답하군. 우리 저기에서 쉬었다 가자.”
풍운은 허름한 주점 앞에 혈선을 멈추게 하고 무경과 함께 주점으로 들어갔다. 주점은 점심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손님은 한명도 없고 주인으로 보이는 노파가 한쪽구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풍운은 잠든 노파를 깨워 술과 간단한 안주를 주문했다. 풍운이 스스로 술을 먹고자 주점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한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 풍운은 악양왕부에서 돌아오자마자 무경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짐을 챙겨 림산으로 출발했으며, 림산으로 가는 중에 주점에 들렸다. 예전의 풍운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풍운은 어릴 적에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벽궁수혜의 뜻에 따라 그녀의 말에 무조건 복종했다. 잠마동을 출관한 이후에는 자신과 같은 조가 된 궁아라의 뜻에 따라 그녀의 말대로 모든 것을 처리했다. 그리고 십이사가 모였을 때는 자신의 의사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그들의 의견에 따랐다.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풍운은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풍운이 무경의 의사도 묻지 않고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림산으로 돌아가기로 했으며 돌아가는 길에 주점에 들렸다. 이건 간단하게 말하면 자아(自我)가 생겼다는 말이고 다른 말로 하면 남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운의 작은 변화..........그건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풍운 스스로에게는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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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반의 지시로 혁린무일행을 섬멸(殲滅)하기 위해 출발한 대륙금위들은 대륙상회 회원들의 정보를 토대로 혁린무일행이 평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륙금위들은 혁린무 일행보다 먼저 평리에 도착하여 평리 주위를 돌아보았다. 평리는 이미 혁린무일행이 쓸고 지나간 곳이라 사람들은 무림인들만 나타나도 지레 겁을 먹고 자기 집으로 도망가 문을 걸고 밖으로 나오려 하질 않는다. 대륙금위들은 평리 주위를 수색하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평리를 가로지르는 관도 주위가 뿌연 안개에 쌓여 있다는 것이다. 관도 주위에 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온 차이가 심한 지역도 아니기 때문에 안개가 생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안개에 끼었다는 것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대장님.........이상하지 않습니까? 안개가 낄만한 지형이 아니지 않습니까?”
“보고에 의하면 무림맹의 무림군도 배화교를 섬멸(殲滅)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했다. 아마 안개는 무림맹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구나.”
“그럼 안개 속에 무림군이라도 숨어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럴 가망성이 많아. 일단 조금 지나면 배화교 놈들도 도착할 것이니 우리는 한발 물러나 있도록 하자.”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다는 말씀이죠. 알겠습니다.”
대륙금위들은 안개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몸에 숨기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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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평리에 먼저 도착한 무림군은 란의 지시대로 관도주위에 진을 설치했다. 란은 먼저 관도 주위에 무궁천무대진을 설치했다. 무궁천무대진은 안개를 발생시키는 진법으로 적(敵)으로부터 아군(我軍)을 보호하는 진법이다. 란이 많은 진법 중에 환영(幻影)이나 환청(幻聽)등 적(敵)을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는 진법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아군(我軍)이 안개 속에 미리 잠복(潛伏)하여 적군(敵軍)을 유인하는 작전을 구상했기 때문이다. 진법은 적(敵)과 아군(我軍)을 구별하지 않는다. 그 대신 란은 무궁천무대진 외에 또 다른 함정을 준비했다. 적(敵)이 상상이상으로 강력하거나 저항이 심해 아군(我軍)의 피해가 심각할 경우를 대비해 무궁천대진 바로 다음에 거대한 함정을 마련했다. 즉~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거대한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밑바닥에 창(槍)과 같은 무기를 박아두었으며 그 위에 다시 지지대를 세워 흙을 덮고 화약을 매설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다시 돌을 깔아 완벽하게 위장(僞裝)했다. 일차적으로 화약을 폭발시켜 배화교 놈들을 날려버리고 혹시 폭발에도 살아남은 놈들은 구덩이에 밑에 설치한 무기에 찔려 죽도록 만든 악독한 함정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무림군은 대륙금위의 예상대로 진법으로 형성된 안개 속에 몸을 숨기고 혁린무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란과 홍인 일행이 머물고 있는 지휘부에 무사 한명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진법 주위에 정채를 알 수 없는 무림인들이 나타났습니다.”
“배화교 놈들이 나타난 겁니까? 복장은 어때요.”
“배화교 놈들로 보이지는 않고 모두 금색 무복을 입고 있습니다.”
란의 질문에 무사가 간락하게 보고했다.
“아마 대륙상회의 대륙금위들일 겁니다.”
가장 정보에 밝은 신풍개의 말이다. 신풍개는 개방의 정보망을 통해 대륙금위들이 림산을 출발할 때부터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대륙금위들도 자신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敵)과 아군(我軍)은 구별해야 하지 않는가?
“대륙금위들도 우리랑 같은 생각으로 평리에서 기다렸다가 배화교 놈들을 습격(襲擊)할 생각이군요. 그들은 현재 어디에 있죠.”
“안개 주위를 서성거리다가 멀지 않은 곳에 몸을 숨기는 모습까지 보고 왔습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거로군.........알았어요. 그냥 모른 척 하고 있어요.”
“알겠습니다.”
무사가 물려가자 란은 홍인등과 함께 배화교 놈들을 상대할 계획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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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가 이끄는 혈영대와 흑풍대가 란의 예상대로 평리를 앞에 두고 있었다. 평리는 관도를 따라 림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혁린무는 시간이 촉발하기 때문에 지름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일천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행군하기 위해서는 좁은 지름길 보다는 넓은 관도가 빠르기 때문에 관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혁린무는 평리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들판에서 부대를 정지 시켰다. 날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지만 들판에 뿌연 안개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다. 며칠 전에 이곳을 지날 때는 안개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기온차가 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안개가 낄만한 상황도 아니다. 혁린무는 이살과 삼살을 불렸다.
“부르셨습니까?”
“안개가 수상하다. 혹시 대원들 중에 진법에 조예(造詣)가 깊은 놈이 있나?”
“혈영대 중에 야율두올이 진법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당장 와서 살펴보라고 해. 아무래도 진법인 것 같다.”
혁린무의 명령에 삼살이 달려가 야율두올이라는 무사를 불려왔다. 야율두올은 안개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무사 몇 명을 불려 횃불을 밝히게 했다. 무사들이 야율두올의 명령에 따라 횃불을 밝혀 주위가 환해졌다고는 하지만 주위에 안개가 끼어 역시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야율두올은 자리에 앉아 나뭇가지로 몇 가지 도형과 숫자를 쓰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어때.........무슨 진법인지 알겠느냐?”
혁린무가 질문하자 야율두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법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무슨 진법인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습니다.”
“대충이라도 모르겠어.”
“중원 백도무림에 속해 있는 제갈세가의 진법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제갈세가에도 외부유출을 극도로 꺼리는 것이라 겉으로 보아서는 정확한 명칭이나 파해 방법은 모르겠습니다.”
“알겠다. 너는 그만 물러나 있어.........이살.”
“예~”
“폭약이 남은 것이 있느냐?”
“저기........그것이........군산에서 모두 소비해서 현재 가지고 있는 폭약은 없습니다.”
혁린무일행은 군산 장강수로십팔채에 가지고 있던 모든 폭약을 매설(埋設)하여 함정을 팠기 때문에 신강에서 준비해온 폭약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
“골치 아프군.........갈 길도 바쁜데 백도나부랭이들까지 귀찮게 하는군..........이살은 몸이 날렵한 혈영대 30명을 뽑아라.”
혁린무의 명령에 이살은 혈영대 중에서 신법과 경공에 자신 있는 혈영대 30명을 간추리니 혁린무가 이살에게 신호탄을 전해준다.
“너희들이 먼저 들어가라.........별다른 일이 없으면 신호탄을 터트려라. 무슨 말이지 알지.”
“알겠습니다. 저희들이 먼저 길을 열겠습니다.”
이살과 30명은 말(馬)에서 하마(下馬)를 하더니 무기만 챙긴 간단한 복장으로 안개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란과 홍인일행은 무사들로부터 배화교일행이 나타났다는 보고를 받고 망루(望樓)에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안개 때문에 망루에서도 아무것도 안보여야 정상이지만 직접 진을 설치한 란이 어떻게 했는지 망루에서 만큼은 아래 상황이 일목요연(一目瞭然)하게 보인다. 란은 붉은 옷을 입은 30여 명의 무사들이 뿌연 안개를 뚫고 진법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미리 준비한 피리들 중에서 푸른 피리를 불었다. 몸을 숨기고 있는 무사들에게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뜻이다. 30여명의 무사들은 본진이 아니라 선발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만일 선발대를 공격하면 본진은 진법으로 들어오지 않고 다른 길로 돌아가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이런 경우는 선발대는 그냥 보내고 본진을 기다려야 한다.
이살과 30여명의 혈영대 무사들은 안개 속에 들어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며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주위에 끼여 있는 안개가 너무 심해 바로 자기 앞에 걸어가는 동료도 보이지 않을 정도라서 주위를 살핀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빌어먹을............무슨 안개가 이렇게 심하냐?”
“아무래도 제갈세가의 무궁천무대진 같습니다.”
“그게 뭔데?”
야율두올의 말에 이살이 짜증스럽게 물어보자 야율두올은 미간을 찌푸린다. 지금 자신에게 짜증을 낼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왜 자신에게 짜증을 낸단 말인가? 생각 같아서는 대답도 하기 싫지만 이살이 자기보다 계급이 높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대답한다.
“제갈세가에 전해오는 진법입니다. 한번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거 계속 들어가다가 잘못되는 거 아니야. 불안한데.”
“무궁천무대진은 적(敵)으로부터 아군(我軍)을 보호하는 기능밖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시각(視覺)에 의존하지 말고 청각(聽覺)에 집중하며 나아가면 특별한 위험은 없을 겁니다.”
이살과 30여 명의 혈영대는 야율두올의 말처럼 청각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주위는 쥐 죽은 고요하고 개미새끼 한 마리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드디어 안개지역을 벗어나 반대쪽 관도에 도착했다.
“뭐야.......아무것도 아니잖아. 이것들이 혹시 본대를 유인하려고 우릴 그냥 보내 준건가?”
“그건 모르죠. 하여튼 우린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신호를 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쩝~ 이거야 원~.........다시 들어가서 살펴볼 수도 없고.......나도 모르겠다. 이공자님께서 알아서 하시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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