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15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155(광풍폭우(狂風暴雨))-6




풍운은 날이 밝자 6척에 배에 타고 있는 가족들과 부상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바로 쾌인채의 호위 속에 풍랑채로 출발한 것이다. 풍운이 출발준비를 마치고 쾌인채의 배로 옮겨 타려는 순간 옥선과 도치일행이 다가왔다. 풍운이 일행을 돌아보니 모두들 불안한 표정이다. 




“일사님........정말 혼자가실 겁니까?” 




금막비가 대표로 질문하자 풍운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혼자 가시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저라도 동행하겠습니다.” 


“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은 다른 분들을 도와주세요.”


“운랑.........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저는 싸움에 별 도움도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운랑과 함께 가고 싶어요.”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그냥 이곳에 있어. 금방 다녀올게.” 


“쩝~ 다들 그만하자. 일사님이 혼자가시겠다고 하잖아. 일사님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도치가 풍운의 등을 떠밀며 말하자 풍운은 밝은 미소와 함께 공중으로 솟구쳐 쾌인채의 배로 날아갔다. 




“모두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풍운은 그 말을 끝으로 쾌인채 배에 올라 풍랑채로 출발했다. 옥선은 풍운을 태운 배가 멀어지는 광경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풍운일행이 출발하고 한식경(30분정도)이 지나지 않아 한척의 나룻배가 장강수로십팔채 선단(船團)으로 접근했다. 




“이봐요~ 여기 위험한 곳입니다. 돌아가세요.” 


“나는 동해어부라는 사람인데 풍운님을 만나려 왔어요.” 




조그마한 나룻배에 타고 있는 사람은 배교의 장로인 동해어부였다. 




“풍운님을 만나려 오셨다고 하셨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무사는 바로 조철봉에게 동해어부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조철봉은 도치일행을 선실로 오라고 전하고 동해어부를 선실로 모셨다. 




“동해어부님이라고 하셨나요. 배교의 장로님인 동해어부님이 맞습니까?” 


“예! 이놈이 배교의 동해어부입니다. 풍운님은 어디계십니까?” 


“무슨 일로 풍운님을 찾아오신 겁니까?” 




동해어부와 조철봉이 이야기 하고 있는 사이 선실 문이 열리며 도치일행이 들어왔다. 




“마침 풍운일행들이 오셨네요.” 


“그래요! 풍운님은 어디계시죠?”




동해어부는 선실로 들어온 사람들을 살펴보며 풍운을 찾아본다. 




“일사님은 조금 전에 출발하셨어요. 그런데 누구죠.” 




금막비의 질문에 조철봉이 동해어부와 풍운일행을 일일이 소개해 주었다. 




“사호팔랑 분들이군요. 저는 초하벽공자의 부탁을 받고 풍운님을 만나려 왔어요.” 


“초하벽공자?........그분이 누구죠?” 




도치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질문하자 동해어부가 초하벽은 초벽하의 오빠로 천마마련의 천마공자라는 사실과 천마마련, 사사천교, 배교가 풍운을 돕기 위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천마마련과 사사천교 그리고 배교가 우릴 돕기로 했다는 말씀입니까?” 


“사사천교 교주님인 하후소하님과 천마마련의 소공녀인 초벽하님은 풍운님의 부인이 되시니 부인이 부군(夫君)을 돕는 거야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우리 배교는 초하벽님의 부탁을 받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백도 놈들은 우릴 못 죽여서 안달인데........흑도에서는 우릴 돕는다. 세상이 참 재미있네요.” 




도치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씁쓸하게 웃었다.




“그런데 정말 풍운님은 어디계신 겁니까?” 




동해어부의 질문에 조철봉이 풍운이 한식경전에 가족들과 부상자들을 피신시키기 위해 풍랑채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제가 조금 늦었군요. 어쩔 수 없죠. 일단 저는 소식을 전했으니 초하벽공자 일행에게 돌아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행이 도착하면 알려주세요.” 




동해어부는 다시 조각배를 타고 초하벽일행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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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수로십팔채 선단(船團)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홍인일행이 타고 있는 수인산장의 배가 있었다. 그들은 장강수로십팔채와 배화교간의 전투가 끝난 후 이곳에 도착해서 지난밤 동안 장강수로십팔채와 군산의 동향에 대해 조사했다. 장강수로십팔채의 무사들이나 동정십삼혼은 가족들과 부상자들의 안위를 살펴보느라 경계가 느슨해져 있었다. 또한 수인상장의 장주인 성인락도 동정호에서 잔뼈가 굳은 인간이라 장강수로십팔채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곳에 배들을 감추고 있어 장강수로십팔채도 수인산장의 배들이 자신들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홍인일행이 모여 있는 선실에 장강수로십팔채를 살펴보려 갔던 신풍개가 들어왔다. 




“수고하셨어요. 장강수로십팔채의 동향은 어때요.” 




홍인의 질문에 신풍개는 의자에 앉아 허리에 차고 있던 술을 들이킨다. 




“칵~~~ 숨 좀 돌리고 이야기 합시다. 휴~ 놈들의 경계가 삼엄해서 죽는지 알았어요.” 




신풍개가 소매로 입술을 닫으며 이야기 한다. 




“사호팔랑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까?” 




현원자가 다시 다그치듯 물어본다. 




“사호팔랑이 장강수로십팔채 놈들과 함께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어요. 사호팔랑 중에서 젊은 서생같이 생긴 놈이 조금 전에 출발한 배에 타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놈이 누구지 모르겠어요.” 




풍운은 향상 역용을 하고 다시기 때문에 신풍개도 풍운의 얼굴을 모른다. 그는 풍운이 도치일행과 헤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모양이다. 




“잠깐만........사호팔랑 중에서 한 놈이 조금 전에 출발한 배로 옮겨 탔다는 말입니까?” 




란이 제차 확인하자 신풍개는 자신이 본 관경을 설명해 주었다. 




“마수마랑입니다. 그놈이 마수마랑 풍운일 겁니다.” 




란은 신풍개의 말을 듣고 쾌인채의 배들과 함께 출발한 사람이 풍운이라고 확신(確信)했다. 




“마수마랑이 장강수로십팔채에서 이탈했다는 말입니까? 글쎄요. 여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 일사가 이곳을 떠난다.........설득력이 없는데요.”




홍인이 란의 말에 반박한다. 




“조금 전에 출발한 배에 부녀자와 어린아이들 그리고 부상자들이 타고 있었다고 하셨죠.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사방에 수많은 시체들이 떠다니고 있었잖아요. 그것을 보면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전투가 벌어졌다는 겁니다. 아마 군산에 잡혀 있던 가족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투를 벌었겠죠.” 


“그걸 어떻게 확신하시죠.” 


“개방의 조사에 의하면 장강수로십팔채가 풍랑채에서 출발할 때 가족들을 대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녀자와 어린아이들이 나타났어요. 이건 장강수로십팔채가 군산에 잡혀 있던 가족들을 구축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놈들은 언제 다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이곳에 가족들이 탄 배를 그냥 둘 수는 없었을 겁니다.” 


“무슨 말이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가족들과 출발한 놈이 마수마랑이라는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마수마랑은 천면역용술을 익히고 있기 때문에 몸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장강수로십팔채나 사호팔랑입장에서 앞으로의 전투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의 안전이 우선입니다. 말이 길어지는데 결론은 지금 당장 마수마랑을 뒤를 추적해서 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란이 강력하게 주장하자 홍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우리 전력으로 장강수로십팔채가 보호하고 있는 사호팔랑을 잡기는 힘들어요. 지금 가족들과 함께 움직이는 놈이 마수마랑이 확실하다면 그놈부터 잡는 것이 순서겠죠. 현원자님이나 화원명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군사님이나 홍인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놈이 마수마랑이 확실하다면 놈부터 때려잡아야 합니다.” 


“출발하죠.” 




현원자나 화원명도 란의 뜻에 따르기로 했고, 수인산장은 배들은 뱃머리를 돌려 풍운이 탄 쾌인채의 배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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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쾌인채주와 함께 갑판에 있었다. 




“풍랑채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우리 쾌인채만 가면 오늘밤 안으로 도착할 수 있지만 가족들이 탄 배와 보조를 맞추며 가고 있으니 내일 새벽쯤에나 도착할 겁니다.” 


“새벽에 도착해서 가족들을 내려주면 오후가 되겠군요.” 


“부상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옮기려면 반나절은 걸리겠죠.” 


“그럼 3일후 새벽 때쯤에는 다시 본대(本隊)와 함유할 수 있겠군요.” 


“아무 일도 없다면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저는 선실에 있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주세요.” 




풍운은 쾌인채주를 두고 선실로 들어갔다. 풍운은 연일 계속된 전투로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였다. 쾌인채의 배들은 가족들과 부상자들이 타고 있는 배를 앞뒤로 호위하며 풍랑채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들과 멀리 않은 곳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4척의 배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바로 홍인일행을 태운 수인산장의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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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방주의 집에 마양과 사해방주 육철랑이 함께 있었다. 




“이제 우리 전투선단(戰鬪船團)이 출발했으니 그쪽은 걱정하지 말고 대륙상회 일에 대해서 논의해 봅시다.” 


“저희들이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아마 금태반이나 강가놈도 우리의 움직임을 알고 있을 겁니다.” 


“설마.........그들이 알고 있다면 왜 지금까지 가만있죠.” 


“자신감이죠.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방주님께는 어떤 복안이라도 있습니까?” 


“먼저 눈에 가시 같은 강가 놈을 제거해야 합니다. 강가 놈은 금태반의 오른팔이니 그놈을 제거하면 금태반도 흔들릴 겁니다.” 


“제거라고 하시는데........정확하게 어떻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죠.” 


“마양님은 천인살막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천인살막?.......예전에 신강에 그런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고........최근에 천인살막이라는 곳에서 돈만주면 황제의 목이라도 가져다준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삼개월전에 사천에서 사천당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철사방의 방주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어떻게 죽었는지 등등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시체 옆에 범인이 떨어트린 검은 장미가 유일한 증거였다. 이개월전에 요동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황대인이 자신의 침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역시 시체 옆에 떨어진 검은 장미가 유일한 증거였다. 일개월전에는 북경에 있는 고위관료가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도 시체 옆에 떨어진 검은 장미가 전부였다. 그리고 무림에 언제부터인가 은밀하게 펴진 소문이 있었다. 그들이 언제 나타났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검은 장미를 상징으로 쓰고 있는 그들에게 청부하면 황제의 목이라도 가져다준다는 소문이 무림전역에 은밀하게 펴져 있었다. 검은 장미를 표식으로 사용하는 살수문파........그들의 이름은 천인살막이라고 했다.






“갑자기 왜 천인살막을 들먹이시는 거죠?.........혹시 천인살막이라는 곳에 강가라는 분의 암살을 의뢰할 생각입니까?” 


“하하하~ 눈치가 빠르네요. 금태반이나 강가놈이 우리 사해방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럼 남의 힘을 빌려 강가놈과 강가놈의 수족을 잘라내야 합니다. 물론 강가 놈이 죽은 것은 우리 사해방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야겠죠.” 


“무슨 말씀이지 알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육철량은 품속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 마양에게 내밀었다. 




“봉투 속에 제거할 명단이 들어 있습니다. 마양님께서 천인살막에 대해 알아보시고 그들에게 명단에 적인 놈들의 암살청부(暗殺請負)하세요. 몰론 돈은 우리 사해방에서 지불하겠습니다. 마양님은 천인살막이 과연 그만한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시고........그들이 능력이 있다면 우리 대신 암살청부를 해 달라는 말입니다.”




마양은 봉투를 받아 품속에 갈무리했다. 




“알겠습니다. 시안을 통해 천인살막에 대해 조사해보고 그들에게 청부하겠습니다.” 




마양은 그길로 육철량의 집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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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맹룡이 이끄는 사해방의 전투선단(戰鬪船團)이 군산 근처에 나타났다. 조철봉과 상관담은 사해방의 전투선단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전 함대(全 艦隊)에 전투준비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상관담이나 조철봉은 사해방의 전투선단이 나타났다고 하여 군산의 포위망을 거둔 것이 아니다. 




사해맹룡은 갑판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군산과 군산을 포위하고 있는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전투준비를 하라고 지시합니까?” 




사해맹룡의 겉에 있던 부당주의 말이다. 




“부하들에게 대기하라고 해. 그리고 부당주는 군산에 우리가 도착했다고 전서구를 날려라.”


“알겠습니다.” 




사해맹룡의 지시를 받은 부당주는 다른 배에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군산의 녹립대탑으로 전서구를 날렸다. 사해맹룡은 부하에게 망원경(望遠鏡)을 달라고 했다. 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 중에서 이상한 깃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해맹원이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파도문양의 깃발이 보인다. 장강수로십팔채을 상징하는 장강이라는 수놓인 깃발들 사이에 파도문양의 깃발이 끼어있는 것이다. 사해맹룡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깃대를 따라 천천히 내려와 배의 지휘부를 바라보니 지휘부에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자신들 쪽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이 있었다. 




“사.........상관담장로.........설마 했는데.......정말 상관담장로님일 줄이야.” 




사해맹룡의 머릿속에 십년 전의 일이 생각났다. 10년 전 상관담이 지휘하는 전투선단(戰鬪船團)은 천하무적을 자랑했다. 해적들은 그의 이름만 듣고도 오줌을 지릴 정도였고, 파고 상관담을 상징하는 파도문양의 깃발만 보면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도망치기 바빴다. 당시 사해방의 하급무사에 불과했던 사해맹룡은 상관담을 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상관담 같은 지휘관이 되고 말겠다는 꿈을 키웠다. 다시 말에 상관담은 사해맹룡의 우상이다. 그런데 그가 나타났다. 그가 다시 장강수로십팔채의 지휘관으로 복귀한 것이다. 사해맹룡은 망원경을 내리고 한동안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운상각 한명도 벅찬데 상관담님까지 나타났단 말인가? 휴~ 정말 내가 저들과 싸워야 한단 말인가?”




사해맹룡은 한숨을 쉬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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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와 풍랑채 건물들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에 제갈무경이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언덕에 작은 천막을 치고 탁자 앞에 앉아 있는데, 작은 탁자에는 지도 한 장이 펼쳐져 있고 지도 위에 작은 돌들이 올려져 있었다. 천기대로라면 풍운은 이곳으로 온다. 천기가 아니라고 해도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풍운이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다. 군산에는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의 가족들과 포로들이 잡혀 있다. 장강수로십팔채는 가족들과 동료들을 구출할 것이다. 가족과 동료들이 잡혀 있는 이상 군산을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 동료의 구출에 성공했다면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려 할 것이다. 가족들을 데리고 전투를 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 가족들을 어디로 피신시킬까? 장강수로십팔채의 근거지 중에서 동정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이곳 풍랑채다. 무경은 자신이 풍운이나 조철봉이라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풍운이나 조철봉이라면 가족들을 풍랑채로 데려올 것이다. 섬보다는 육지가 안전하고 자신들이 버리고 간 곳이라 풍랑채에 가족들을 피신시킬 것이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경은 품속에서 소금(小芩)을 꺼내 입가로 가져갔다. 




“피리리리~” 




풍랑채 전역에 시리도록 아름다운 무경의 소금소리가 울려 펴진다. 무경의 옆에 있던 아앵은 무경의 소금소리를 듣고 눈물을 흘린다. 소금소리가 너무 구슬프게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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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이 선실에서 나와 지휘부로 올라가니 쾌인채주가 반갑게 인사한다. 




“잘 주무셨습니까?” 


“예~ 덕분에 잘 잤습니다. 별일 없었죠?” 


“예~ 이제 조금만 있으면 풍랑채 나루터에 도착합니다.” 


“채주님 말씀대로 새벽에 도착하는군요.” 


“아마 나루터에 도착하면 여명이 밝을 겁니다.” 


“풍랑채에 도착하면 채주님도 좀 쉬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풍운은 지휘부에서 내려와 갑판 끝으로 갔다. 아직 여명이 밝지 않아 주위가 칠흑같이 어두웠다. 하지만 풍운은 어둠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멀리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풍운은 가슴을 피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시원한 새벽공기를 마시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다. 




“이게 무슨 소리지.” 




풍운의 귀에 미세한 소금소리가 들렸다. 풍운은 수라기를 귀에 집중하여 천이통(天耳通)으로 들어보니 멀리 육지 쪽에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소금소리가 들렸다. 




“쩝~ 누가 연주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시리도록 아름다운 음율(音律)이군.” 




풍운은 눈을 감고 소금 소리를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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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은 소금연주를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가씨........이제 그만 주세요. 어제 밤에도 한숨도 주무시지 않았잖아요.” 




아앵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무경을 바라본다. 무경은 어제 오후부터 한숨도 자지 않고 탁자 앞에만 앉아 있다. 




“아앵아..........천기에 의하면 오늘 새벽에 풍운님께 두 번째 위험이 닥친단다. 처음에 만났을 때 풍운님께 말해주려 했는데 풍운님은 내말을 들으려하지 않았어. 바보 같은 사람이지.......자신의 위험을 알려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니 말이야.”


“그분에게도 생각이 있겠죠. 그만 주무세요. 건강이 악화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아앵아.........잠이 오질 않아..........나는 그분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그분은 날 쳐다보지도 않아........휴~” 




아앵은 무경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앵도 무경이 풍운을 사랑하며 풍운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 란이 무경을 모시고 있었지만 아앵도 란과 함께 무경의 겉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가씨........언젠가는 풍운님도 아가씨의 진심을 알아줄 겁니다. 너무 심려하지 마세요.” 


“내가 죽은 다음에 알아주면 뭐하니........휴~~ 아니다. 너에게 할말이 아니구나. 무사들 중에서 궁수들을 몇 명 불려주겠니.” 


“궁수들이요?” 


“응~ 5명 정도만 있으면 돼.” 


“알겠습니다.” 




아앵은 무사들이 쉬고 있는 천막으로 가서 궁수들을 불려왔다. 




“모두 여기로 모이세요.” 




궁수들이 무경의 겉으로 모여들자 무경은 붓으로 탁자위에 있는 몇 개의 돌에 표시를 한다.




“여기 탁자위에 있는 지도는 이곳 일대를 축소한 지도고, 지도위에 올려진 돌들은 여러분이 세운 탑들을 표시한 겁니다. 여러분은 지금 밑으로 내려가셔서 제가 표시한 탑에는 생(生)자가 써진 종이를 붙이고, 나머지 탑에는 사(死)자가 생겨진 종이를 한 장씩 붙이세요.” 




무경은 한쪽에 놓아두었던 종이뭉치를 궁수들에게 내밀었다. 




“탑 어디에 붙이면 됩니까?” 


“여러분이 화살로 맞히기 편한 위치에 붙이세요.” 


“알겠습니다.” 




궁수들은 종이뭉치를 들고 언덕 밑으로 내려가 돌탑들의 상단부에 종이들을 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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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쾌인채의 배들과 가족 및 부상자들을 태운 배가 풍랑채의 나루터에 도착했다. 괘인채 배들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적(敵)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나루터로 들어오지 않고 주위를 감시하고, 가족과 부상자들을 태운 배들만 나루터로 들어왔다. 풍운은 배가 나루터에 도착하자 먼저 가족들을 하선(下船)시켰다. 




란은 괘인채의 감시망을 피해 풍랑채와 떨어진 곳에 배를 대고 무사들을 하선(下船)시켰다. 




“신풍개님.........신풍개님께서 현재상황을 보고오세요. 우리는 무사들을 하선시키고 전투준비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란의 명령에 신풍개가 풍랑채로 달려갔다. 란은 무사들이 배에서 내리자 각자의 무기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홍인님........우린 마수마랑만 잡아들이면 됩니다.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이 우릴 공격하면 어쩔 수 없이 그들과도 싸워야겠지만 되도록이면 장강수로십팔채 무사들과의 싸움은 피하라고 하세요. 특히 부녀자나 어린아이 그리고 부상자들은 절대 건드리자 말라고 하세요.” 


“당연한 말씀........우리가 백도 아닙니까? 힘없는 백성들을 당연히 보호해야죠. 얼른 마수마랑 놈에 잡아옵시다. 설마 우리 모두가 나섰는데 놈 하나 처리하지 못하겠어요.” 




화원명이 히죽거리며 말하자 란은 피식 웃기만 한다.




가족들의 모두 배에서 내리자 이번에는 부상자들의 하선이 시작되었다. 부상자들 중에는 스스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에 쾌인채 무사들이 부상자들을 부촉해야만 했다. 풍운은 부상자들이 하선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풍랑채 전역을 살펴보았다.




“이상하네..........왜 저곳에만 안개가 끼어 있는 거지?” 




풍운은 나루터에서 풍랑채로 통하는 길에 있는 언덕을 보고 머리를 긁적거린다. 언덕 위에 질은 안개가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다른 곳은 안개가 없는데 언덕에만 안개가 끼었다는 것이다. 




“풍운님.......부상자들도 모두 내렸습니다. 이제 풍랑채로 가시죠.” 


“제가 이곳을 지키고 있을게요. 채주님께서 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인도해서 풍랑채로 가세요.” 


“알겠습니다.” 




쾌인채주는 일단의 무사들과 함께 선두에 나서 가족들을 풍랑채로 인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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