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5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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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52(광풍폭우(狂風暴雨))-3
장강수로십팔채와 풍운일행은 동정호 일대를 수색해서 군산으로 후퇴하는 흑룡방의 꽁무니를 쫒아 다시 2척의 배를 포획했다. 총6척의 배를 다시 찾아오는 것과 동시에 강제로 노잡이를 하던 동료들을 구출하고 많은 수의 포로들을 잡아들인 것이다. 동정십삼혼과 운상각은 동정호 일대의 수색이 끝나자 조철봉이 탄 대장선으로 돌아왔다. 조철봉은 동정심삽혼이 돌아오자 풍운일행과 각 채주들을 불려 모았다.
“운당주와 동정십삼혼은 수고 많았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당연히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수고라면 풍운님 일행들이 하셨죠.”
“그래. 이번 전투의 최고 수훈(受勳)은 풍운님 일행이고, 다음으로 너희들이야. 수고했어. 모든 전투가 끝나면 너희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괘인채도 수고 많았습니다.”
“쩝~ 총채주님.......연전연승(連戰連勝)을 해서 좋기는 한데.........저희들은 언제쯤에나 싸울 수 있는 겁니까? 이거 온몸이 뻐근해서 미치겠습니다.”
한 채주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군산이 불바다가 된 이후 처음으로 장강수로십팔채 사람들의 얼굴에 활기가 넘치는 것이다.
“험험~ 전투에 참가하고 싶은 분들은 풍운님께 잘 보이세요. 이번 전투의 대장은 제가 아니고 바로 풍운님입니다.”
조철봉의 옆에 있는 풍운을 가르치며 말하자 풍운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흔들었다.
“당치도 않는 말씀입니다. 이번 작전은 제가 구상한 것이라 잠깐 지휘를 맡은 것뿐입니다. 대장이라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입니다.”
“허허~ 참~..........풍운님은 이 늙은이를 부려먹고 싶어요. 풍운님 덕분에 나도 좀 쉬어봅시다. 또한 이번 작전뿐만 아니라 모든 작전을 풍운님이 계획하셨잖아요. 그러니 풍운님이 끝까지 마무리해 주세요. 여러 채주 여러분.......제 말이 틀렸습니까?”
“하하하~ 그래요. 풍운님이 계획하고, 풍운님이 시작했으니 풍운님이 마무리까지 해 주세요. 우리도 풍운님 명령에 절대복종하겠습니다.”
“참~ 이 자리에서 이런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사실 풍운님과 옥선소저가 그렇고 그런 사이니까 엄밀하게 말해서 풍운님은 남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봐~ 풍랑채주!........말을 하려면 똑바로 해. ‘그렇고 그런 사이’가 뭐야.”
“그래! 우리가 체면 따지는 놈들도 아니고 까놓고 말하자........풍운님이 옥선소저를 꿀꺽 하셨잖아요? 덕분에 형제들 중에 실의에 빠진 놈들도 많지만 우리를 위해서는 잘된 일이지 않습니까? 안 그래요 여러분..........”
“아아~ 이야기가 자꾸 옆길로 빠지는데 다시 정리하고 넘어갑시다. 좋은 말로 말해서 풍운님과 옥선소저가 이미 혼약을 약속한 사이니까 풍운님은 남이 아니라는 말이 되고, 풍운님이 남이 아니고 옥선님의 부군(夫君)이 되시니 우리가 풍운님을 믿고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말 아닙니까?”
“아예~ 이번 기회에 옥선님과 풍운님의 혼례를 치루고 풍운님이 총채주님이 되는 것은 어때요.”
풍운은 채주들끼리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조철봉을 힐긋 바라보니 조철봉은 채주님의 이야기를 느긋한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조철봉이 느긋하다는 것은 사전에 채주들과 작업(?)을 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조철봉은 옥선과 자신을 혼인시키고 자신에게 장강수로십팔채를 통째로 떠넘기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모양이다. 잘못하면 조철봉의 뜻대로 옥선과 당장 혼인하고 총채주가 되라는 말까지 나올지도 모른다. 아니 조금 전에 어떤 채주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끌려가면 입장이 곤란해진다. 채주들의 입을 막아야 한다.
“여러분........여러분 말씀대로 이번 작전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제가 지휘하겠습니다. 그럼 됐죠. 참~ 총채주님 좀 전에 손님이 다녀가셨다고 하셨는데 누굽니까?”
풍운은 얼른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채주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풍운의 질문을 받은 조철봉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손님이 안 좋은 소식이라도 전한 것일까?
“조금 전에 사해방 사해맹룡의 전령(傳令)이 다녀갔습니다.”
“사해맹룡이라면 사해방 전투선단(戰鬪船團)을 지휘하는 친구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 친구가 우리에게 선전포고(宣戰布告)를 했습니다. 사해방이 배화교와 손을 잡기로 했고, 자신은 우릴 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사해방이 배화교와 손을 잡아요? 이런 처죽일 놈들........그놈들이 어떻게 우릴 배신하고 배화교와 손을 잡을 수 있는 겁니까? 그놈들은 의리도 모르고, 은혜도 모른단 말입니까?”
채주 하나가 발끈하여 탁자를 치며 벌떡 일어났다. 화가 치밀어 앉아 있기도 힘든 모양이다.
“앉으세요. 흥분할 일이 아닙니다. 세상이란 것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말도 있잖아요. 사해방도 우리보다는 배화교와 손을 잡는 것이 달콤하니까 그쪽으로 가겠죠.”
“이놈들이 그동안 베풀어준 은혜도 모르고.........우리가 그동안 그놈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까? 그런데 은혜도 모르고 우리 배신해!........그런 놈들은 인간도 아닙니다.”
풍운은 조철봉과 채주들의 대화를 듣고 쓰게 웃고 말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흑룡방에 이어 사해방까지 배화교에 넘어갔다. 마수에게 사해방 일을 일임했지만 마수의 힘만으로는 사해방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여러분........배화교가 사해방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제가 이미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다시 말해 사해방이 배화교에 넘어간 것이 놀랄 일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할일은 사해방 욕이나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현제의 상황을 타계할 대책을 논의해야 합니다.”
조철봉은 손을 들어 흥분한 채주들에게 진정하라고 손짓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채주에게도 다시 자리에 앉으려 손짓한다. 풍운의 말대로 지금 상황에서 사해방 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해방이 배화교에 넘어간 현재의 상황을 타계할 대책을 논해야 한다. 조철봉의 시선이 풍운에게 간다. 풍운과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니데 언제부터인가 어려운 일에 부디 치면 풍운을 먼저 찾게 된다. 풍운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깊어진 것이다.
“풍운님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먼저 풍운님의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우리가 가장 우려해야 할일은 배화교, 흑룡방, 사해방이 한대 뭉치는 겁니다. 배화교의 육상전력과 사해방 및 흑룡방의 해상전력이 합치게 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겁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가 당장 해야 할일은 군산의 해상봉쇄입니다. 즉~ 배화교 및 흑룡방의 전력과 사해방이 합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풍운님 말씀은 군산을 포위해서 배화교 및 흑룡방과 사해방이 합치지 못하게 한 다음 각개격파(各個擊破)를 하자는 말씀입니까?”
“예~ 바로 그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서둘러야겠군요.”
풍운은 품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종이에는 군산과 그 주변 해상이 그려져 있고, 해상에는 첨선과 함께 각 채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모두 지도를 주목해 주세요. 지도에 보시면 각 채가 담당해야 할 구역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각 채주님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들이 담당한 구역을 철정하게 봉쇄해 주셔야합니다. 그리고 여기 지도에서 빠진 전력이 있습니다. 바로 흑룡방으로부터 포획한 6척의 배가 빠져 있는 겁니다. 6척 중 4척은 예비전력으로 돌리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2척은 따로 쓸데가 있으니 비워두겠습니다. 자~ 출발하세요. 시간이 없습니다.”
풍운의 설명이 끝나자 각 채주들은 자신들의 배로 돌아가 군산으로 출발했다. 드디어 제2단계 작전인 군산봉쇄 작전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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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채에 도착한 무경은 썰렁한 풍랑채의 모습을 돌아보다가 나루터로 향했다.
“아앵아........좀 내려주겠니.”
나루터에 도착한 무경이 아앵에게 부탁하자 아앵은 바퀴달린 의자를 마차 밖으로 꺼내고 무경을 안아 의자에 앉힌다. 무경은 나루터와 풍랑채의 주변지형을 자세히 살펴본다.
“아앵아. 저기 언덕으로 가자. 무사들도 열명만 따라오라고 해.”
무경은 열명의 무사와 함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 밑에는 나루터에서 풍랑채로 가는 길이 있었다. 나루터에서 풍랑채로 가기위해서는 반드시 밑에 있는 길을 지나야 한다. 언덕에 도착한 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가씨~”
“괜찮아. 아무리 몸이 약해도 잠깐 정도는 걷을 수 있어.”
무경이 의자에서 일어나자 아앵이 달려와 부축하려하자 무경은 아앵의 팔을 뿌리치고 주위를 살펴보더니 바닥에 주저앉는다.
“모두 이곳으로 집합하세요.”
무경의 말에 열명의 무사들이 무경 주위로 모여들었다. 무경은 바닥에 주변지형을 그리고 지도에 점을 찍는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제가 점으로 표시한 부분에 돌탑을 세우세요. 돌탑은 어른 키 높이로 세우면 됩니다. 일단 무두 밑으로 내려가 보세요. 제가 이곳에서 정확한 위치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무사들이 언덕 밑으로 내려가자 무경은 신호를 보내 무사들의 위치를 바로 잡아주었다.
“됐어요. 현재 있는 자신의 위치에 돌탑을 세우세요.”
무경의 지시에 무사들이 땅바닥에 표시를 하고 주변에서 돌을 가져다가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아가씨........돌탑은 왜 세우시는 거죠.”
“나중에 보면 알게 될 거야. 아앵아. 다른 무사들에게 마차를 끌고 이곳으로 오라고 해. 우린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야 할 거야.”
“알겠습니다.”
아앵이 다시 마차로 달려가 마차와 무사들을 끌고 언덕으로 올라왔다. 무경은 무사들에게 주위에 있는 나무들을 쳐내고 천막을 치라고 했고 언덕 밑에서 돌탑을 세우던 무사들이 돌탑을 세우는 것을 끝내자 이번에는 돌탑들과 떨어진 곳에 거대한 웅덩이를 파도록 지시했다. 또한 웅덩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도 돌탑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즉~ 언덕에서 시작해서 풍랑채 건물들까지 가는 길에 수많은 돌탑들이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덕 주위에 있는 나무들에 형형색색의 천들을 메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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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수로십팔채의 배들이 군산 앞바다에 도착하더니 각 채별로 산계해서 군산 주위를 포위했다. 풍운일행과 동정심삼혼은 흑룡방으로부터 빼앗은 한척의 배에 타고 있었다. 그들은 군산을 한바퀴 순회하면 각 채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드디어 군산봉쇄 작전이 펼쳐진 것이다.
“운당주님.......표정이 무척이 어두운데 무슨 일 있어요.”
밤이 깊은 시간에 갑판 끝에 운상각이 멍하니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는데 풍운이 다가왔다. 풍운은 군산을 돌아보는 일이 끝나자 선실에서 쉬고 있다가 잠시 밖에 나온 것인데 운상각이 멍하니 동정호만 바라보고 있자 그에게 다가온 것이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생각할 것이 있어서........”
“운당주님 가족도 군산에 잡혀 있다고 했죠. 혹시 가족들이 걱정하시는 겁니까?”
“휴~ 물론 가족들 걱정도 됩니다만.......사실은 사해맹룡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해방의 전투선단을 지휘하고 있다는 그 사행맹룡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사실 그놈과 저는 의형제지간입니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고 맹세한 놈인데.......그놈이 우릴 공격하기 위해 온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합니다.”
“사행맹룡과 운당주님이 의형제라는 말을 저도 들었습니다. 세상일이란 한치 앞을 알 수가 없어요. 운당주님이나 사행맹룡이나 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사해방이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운당주님 외에도 많은 무사들이 동요하는 것 같더군요.”
“당연히 그렇겠죠. 사해방은 우리와 가장 친한 방파였습니다. 식구들끼리도 친한 편이죠. 그런데 그놈들이 우릴 배신하고 배화교를 손을 잡다니........남아의 의리(義理)까지 져버리고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장강수로십팔채가 없으면 대륙의 강과 수로는 사해방 차지가 될 겁니다. 또한 장강수로십팔채와 연계된 수많은 산체들도 사해방의 영향력 하에 놓이겠죠. 하지만 사해방이나 배화교가 노리는 것은 대륙교통로를 확보함으로 생기는 이권 따위가 아닙니다. 그들은 대륙상회를 노리고 있어요. 즉~ 육해상의 교통로를 확보하고 그걸 발판삼아 대륙상회를 집어삼키려는 야욕(野慾)에 불타고 있을 겁니다.”
“음~ 그렇군요. 중원상권의 절반이상을 장악한 대륙상회라며 의리 같은 것은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고민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지 않습니까?”
“풍운님! 사해방을 쉽게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특히 사해맹룡이 이끄는 전투선단(戰鬪船團)은 중원최고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선단(船團) 있습니다. 흑룡방과는 질적으로 틀리다는 말입니다.”
“사해방의 전투선단과 현재 우리가 가진 전력과 비교하면 어떻게 되죠.”
“객관적으로 말씀드리죠. 현재상태에서 우리와 사해방 전투선단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면 최소한 우리전력 절반이상의 희생은 감수해야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우리 전력이 함선(艦船)만 총 51척인데 그중 절반이라면 25척은 희생된다는 말씀인가요?”
“객관적인 전력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물론 함선을 지휘하는 자의 능력과 부하들의 마음가짐에 따라 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하여튼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십이사 중에 마수일행이 사해방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니 무슨 결과가 나올 겁니다.”
풍운은 운당주을 위로하고 선실로 들어갔다. 군산포위작전이 선공했으니 군산에 있는 가족들과 뇌옥에 있는 포로들을 구출한 계획을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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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상에 있는 작은 비단집 앞에 마차한대가 멈추더니 화려한 비단 궁장을 입은 미인과 사내 가 마차에서 내렸다. 바로 다정화와 마수였다.
“다정화님 저 손바닥만한 비단집 주인이 대륙상회의 회장이란 말씀입니까?”
“왜요? 믿어지지 않으세요.”
“당연하죠. 중원상권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대륙상회의 회장이 이런 초라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믿겠습니까?”
“저도 처음에 보고서를 보고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확인해보니 사실이더군요. 마수님.......대륙상회는 특이한 조직이죠. 회장이 직접 점포를 운영하다는 것도 믿어지지 않지만 그 점포가 이런 손바닥만한 점포라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참~ 알 수가 없군.”
“일단은 한번 들어가 보죠. 사람을 겉만 보고 모르는 것처럼 이 점포도 겉만 보고 판단하시면 안돼요. 보고에 의하면 이 손바닥만한 점포가 중원제일의 포목점이라고 하더군요.”
다정화가 먼저 점포로 들어가니 마수도 그녀의 뒤를 따라 점포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점포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점포에 진열된 비단이 하나같이 황궁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의 최상급 비단들이다.
“어서오세요.”
다정화를 향해 젊은 아낙하나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여인은 30대 중반으로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어떤 비단을 찾으세요. 우리 가계는 최상급비단에서 무명이나 명주, 삼베 같은 특이한 옷감까지 모두 갖추어져있습니다.”
“조선에서만 난다는 세모시를 찾고 있어요. 어떤 분이 이곳에 오면 구할 수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세모시요? 아니 그 귀한 옷감을 어디에 쓰시려고..........”
“집안에 연세가 높으신 분이 계신데, 요즘 기력이 쇠약해지셔서 가벼운 옷감을 찾고 있어요.”
“세모시라면 명품중의 명품으로 한필의 값이 엄청납니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휴! 잠시만 기다리세요. 워낙 귀한 물건이라 저희가계에 있는지 알아봐야겠네요.”
여인은 총총걸음으로 안쪽으로 달려갔다.
“다정화님 우리는 대륙상회의 회장을 만나려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무슨 세모시를 사신다고 하시는 거죠?”
“주인을 끌어내기 위해 세모시를 찾은 겁니다. 대륙상회 회장이 점포주인인 것은 확실한데 직접 물건을 팔지는 않거든요.”
머리회전이 빠른 마수는 다정화의 의도를 재빨리 파악했다. 다정화는 점원이 혼자 결정할 수 없을 정도의 값비싼 물건을 사려온 것처럼 가정하여 대륙상회의 회장을 끌어낼 모양이다. 다정화와 마수가 기다리고 있으니 여인이 다시 점포로 돌아왔다.
“잠깐 안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안쪽에 물건이 있습니다.”
여인이 앞장서서 안으로 안내하자 다정화와 마수가 여인을 따라갔다. 여인은 가계를 벗어나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한 허름한 건물 앞으로 안내했다. 마수가 건물을 살펴보니 나무로 만들어진 창고 같은데, 창고 앞에는 하얀 수염이 아랫배까지 늘어진 멋들어진 노인이 있었다.
“어서오세요. 세모시를 찾으신다고 하셨습니까?”
노인이 다정화와 마수를 보면 인사를 한다.
“예~ 이곳에 있습니까?”
“창고 안에 있습니다. 얼마나 필요하시죠.”
“얼마나 있습니까?”
“5필정도 있을 겁니다.”
“직접 확인하고 싶어요.”
노인은 허리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다정화와 마수를 안내한 여인에게 손짓을 했다. 여인은 노인의 손짓을 보고 가계로 돌아간다. 노인은 창고 열쇠를 풀고 문을 열었다.
“들어가시죠.”
노인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가자 다정화와 마수도 노인을 따라 들어가 보니 창고에는 희귀한 비단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마 저기 안쪽에 있을 겁니다.”
노인이 안쪽에서 비단으로 싼 보자기를 꺼내 풀어보니 비단보자기 안에서 세모시가 나왔다.
“이게 저희 점포에서 가진 세모시 전부입니다. 아마 중원에 있는 어떤 점포를 가셔도 이정도의 최상품은 구하기 힘드실 겁니다.”
다정화는 노인이 내민 세모시를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조선 한산세모시로군요. 얼마죠.”
“얼마나 필요하세요.”
“전부 주세요.”
“저........전부요. 이걸 전부 사시려면 황금 100냥 이상은 필요합니다.”
다정화는 품속에서 붉은 빛이 나는 구슬을 꺼내 노인에게 내밀었다.
“적야명주(赤夜光珠)입니다. 이것이면 황금 100냥 이상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노인은 다정화의 손에서 야명주를 받아 이리저리 살펴본다.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정말 사시겠습니까?”
“주세요.”
“알겠습니다.”
노인은 야명주를 품속에 갈무리하고 세모시를 다시 비단에 내려 정성스럽게 싸서 다정화에게 내밀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요.”
다정화는 세모시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노인을 똑바로 쳐다본다.
“말씀하세요. 제가 아는 것이라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방금 그 말씀 정말이죠.”
“하하하~ 제가 감히 손님 같은 분에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저희들은 대륙상회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 노인께서는 대륙상회의 회장님을 어디가야 만날 수 있는지 아시나요.”
다정화의 말에 밝게 웃고 있던 노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다정화의 말을 들어보니 이들은 세모시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려 왔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누군데 대륙상회의 회장을 찾는 건가?”
“전할 말이 있습니다.”
“그래.........내가 바로 회장이야. 무슨 일로 날 찾은 건가?”
“천상루의 다정화가 금태반(金太盤)님께 인사드립니다.”
노인이 자신의 정체를 순순히 자백하자 다정화는 노인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대륙상회 회장 금태반........노인의 별호다.
“다정화라면 천상루의 천급기녀가 아니가? 자네가 나에게 전할 말이 뭐야. 그리고 저기 뒤에 있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은 누군가?”
마수는 금태반이 자신을 기생오라비라고 표현하자 씁쓸하게 웃으며 다정화처럼 무릎을 꿇고 노인에게 인사를 올린다.
“귀산선랑 마수라고 합니다.”
“귀산선랑?.......자네가 요즘 무림을 어지럽히고 있는 사호팔랑 중 한명인 귀산선랑이란 말인가?”
마수는 아직까지도 무릎을 꿇고 있는 다정화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배화교와 사해방의 음모를 알려주기 위해 왔다. 절대 대륙상회에 위해를 끼치거나 부탁을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노인께서 알기 쉽게 귀산선랑이라고 소개했지만 제 별호는 십이사지 귀산선랑이 아닙니다. 귀산선랑은 멍청한 백도 놈들이 자기들 멋대로 갖다 붙인 말이죠.”
“호~ 그래.........멍청한 백도 놈들이라? 하하하하~”
마수의 말에 금태반이 큰소리로 웃더니 마수를 노려본다. 마수도 금태반의 시선을 피하지고 똑바로 바라보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엉키며 불꽃이 튀는 것 같다. 다정화는 금태반과 기(氣)싸움을 하고 있는 마수를 보며 의외라는 표정이다. 마수를 보고 있으니 외유내강(外柔內剛)이란 말이 생각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약하게만 보이는데 지금 금태반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한없이 강해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 강자 앞에서는 비굴하고, 약자 앞에 한없이 강해지는 속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최소한 마수는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몇 칠 같이 지나지 않았지만 마수는 모든 사람에게 한 없이 친절한 남자였다. 객점의 점소이나 길가의 거지에게도 향상 자신이 먼저 몸을 낮추는 사람이 마수라는 남자였다. 다정화는 처음 마수의 그런 모습을 보고 기백이 부족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마수는 기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외유내강(外柔內剛)한 남자였던 것이다.
“허허허~ 그놈 물건이네. 좋아........무슨 말이지 한번 들어보자. 먼저 자리부터 옮기세. 아침~ 이건 자네가 값을 지불했으니 이제 자네 것이네.”
금태반은 들고 있던 비단주머니를 다정화에게 주며 자신이 먼저 창고를 빠져나간다. 마수와 다정화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노인의 뒤를 따라가니 노인은 창고 옆에 있는 허름한 집의 마루로 올라갔다.
“자네들도 올라오게.”
금태반의 말에 다정화와 마수가 마루로 올라가 노인의 앞에 앉았다.
“거기 누구 없느냐?”
금태반의 말에 갑자기 검은색으로 온몸을 감싼 무사들이 나타나 금태반의 앞에 무릎을 굽힌다.
“부르셨습니까?”
“허참~ 내가 네놈들을 부르게 아니야. 너희들은 그만 물려가라. 명운아.........명운이 거기 없느냐?”
금태반의 말에 검은 복면의 무사들이 나타날 때처럼 연기처럼 살아지고 부엌 쪽에서 15세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뛰어나왔다.
“불렸어요?”
“손님들이 오셨다. 가서 차라도 가져와라.”
“지금 있는 것이 백차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가져옵니까?”
“백차에 고맙지. 가져와라.”
소년은 다시 부엌으로 달려갔다. 마수는 백차밖에 없다는 말에 어의가 없었다. 차의 등급은 극품(極品), 특급(特級), 일급(一級), 이급, 삼급, 보통으로 나누어지며, 그중에서 극품은 또다시 상(上), 중(中), 하(下)로 나누어지고, 특급도 특일급, 특이급으로 나누어져서 총 9등급으로 나누어지고 사급이하의 차는 모두 보통이나 일반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방금 소년이 말한 백차는 극품이나 특급은커녕 삼급도 아닌 일반으로 취급되는 싸구려 차였다. 중원상권의 절반이상을 쥐고 있다는 마수는 대륙상회의 회장이 손님에게 백차 같은 싸구려 차나 대접하다는 것이 어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에 나타났던 검은 복면의 무사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십이사 중에서 마수의 무공이 가장 뒤쳐진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무림에서 보면 마수도 결코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마수는 조금 전에 나타난 복면인들의 인기척조차도 못 느껴졌다. 아니 지금도 가까운 곳에 복면인들의 숨어 있을 것이 분명한데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마수가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데 소년이 쟁반에 차를 가져와 다정화와 마수에게 따라주었다.
“들게........어디 나도 오래간만에 한번 마셔볼까?”
금태반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너무나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맛있어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마수도 앞에 있는 차를 한 모금 마셔본다. 텁텁하고 씁쓸한 것이 정말 싸구려 백차가 확실하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금태반의 행동이다. 금태반은 차를 냉수 마시듯이 마셔버리고 혀로 잔을 핥다먹고 있지 않는가?
“쩝~ 쩝~ 아쉽군.”
마수는 쓰게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옆을 보니 다정화는 아직도 양손으로 찻잔을 받치고 계속해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 무슨 날 찾아왔나.”
금태반이 마수를 보고 질문하자 다정화가 찻잔을 내려놓고 대신 대답했다.
“사해방의 일로 급히 상의들일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사해방?........그놈들 일이라면 직접 육철량을 찾아가면 되지 왜 나를 찾아.”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씀드리죠. 사해방이 얼마 전에 배화교와 손을 잡았습니다.”
“배화교라고 했나. 육가 놈이 신강에 처박혀 있는 놈들과 무엇 때문에 손을 잡았지. 놈들하고 무역이라도 할 생각인가?”
“얼마 전에 장강수로십팔채의 총채가 있는 군산이 불바다가 되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군산을 공격한 놈들이 바로 배화교 입니다. 배화교는 그놈들과 손을 잡았습니다.”
금태반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다.
“명운아........명운아.”
금태반의 부름에 다시 소년가 달려왔다.
“또 뭐요. 이제 내올 것도 없어요.”
“알고 있다 이놈아. 방금 저년이 군산이 불바다가 되었다고 하던데.........그게 사실이냐.”
“벌써 노망들었어요. 얼마 전에 보고했잖아요. 기억 안나요?”
“아참~ 그랬지. 험험~ 이놈아 너도 내 나이 먹어봐~ 깜박깜박하지.......그건 그렇고. 사해방이 배화교와 손을 잡았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냐.”
“아마 그럴걸요. 그리고 그것도 보고 들었잖아요. 정말 심각하네.”
“쩝~ 쩝~ 그런가?”
“아이씨~ 저보고 육가 놈의 소식을 강가 놈에게 알려주라고 하셨잖아요. 그것도 기억 안나요.”
“아참 그랬지. 강가 놈은 뭐라고 하든.”
“그냥 알았다고만 하던데요.”
“그래. 그럼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말이네.”
“하휴 참~ 육가 놈이 사부 쳐내고 회장되려고 한 것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데 놀랄 일도 아니죠. 다만 이번에는 그 잡것들까지 끼여 있어서 약간 신경이 쓰이기는 해요.”
“잡것들?.........배화교 놈들 말하는 거냐?”
“그놈들 아니면 누구겠어요. 그래서 제가 악양왕님께도 보고했어요.”
“악양왕님은 뭐라고 하시던.”
“영양왕님도 별말씀 없던데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시는 모양입니다.”
“쩝~ 알았다. 그만 가봐~”
“또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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