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3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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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39(반근착절(盤根錯節))-15
동정호변에 위치한 작은 모옥의 창문으로 싱그러운 아침바람이 불려왔다. 풍운은 평소에 잠이 없는 사람이다. 이릴 적에 벽궁세가의 종으로 살았고 잠마동의 지옥 같은 생활을 거치며 남들보다 늦게 잠들고 빨리 일어나는 것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다. 풍운이 눈을 뜨자 가슴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눈을 돌려 옆을 보니 하얀 어깨를 살짝 드려낸 옥선이 자신을 안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풍운은 옥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옥선은 얼굴이나 몸매도 아름답지만 특히 피부 아기피부처럼 고운여인이다. 풍운의 어제 밤의 일이 생각났다. 자신은 끝내 옥선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녀와 하나가 되고 말았다. 자신은 끝까지 옥선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가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외간남자에게 알몸을 보였다고 하여 그 남자와 혼인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옥선은 단시간에 많은 충격을 받아 판단력이 흐려졌을 것이다. 그녀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모든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풍운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풍운은 악양까지 오는 동안 옥선이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옥선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당신 생명은 당신 것이 아니야. 이제부터 당신 생명은 내거야.’
자신이 했던 이 말을 옥선이 정확하게 어떻게 받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옥선은 그날 이후 자신을 지아비처럼 섬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제 저녁 자신은 술에 취해 의지력이 약해져 있었다. 그거다가 상관담은 은근히 자신을 부추겼고, 옥선도 의도적으로 자신을 유혹했다. 풍운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모두 부질없는 생각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요 깨진 쪽박이다. 지금 와서 무슨 변명을 한들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과 옥선은 하나가 되었고........이제 옥선은 자신의 여인이 되었다. 이것이 잘된 일인지 잘못된 일이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풍운은 옥선의 부드러운 뺨을 만져보며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풍운의 손길이 귀찮은지 옥선이 몸을 뒤척이니 옥선이 덮고 있던 이불이 미끄러지며 솟은 젖가슴이 드려난다. 옥선의 하얀 젖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붉은 손자국이 어제의 열기를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풍운은 울컥~하는 흥분이 밀려왔다. 새벽에 자연발기한 자지가 아플 지경이다. 사실 어제 풍운은 그동안 쌓인 욕정을 개운하게 풀지는 못했다. 풍운이 익힌 수라마령신공의 수라기(修羅氣)나 아수라참마신공의 마기(魔氣)는 모두 양(陽)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陰)의 성질을 가진 사사연무신공의 사기(邪氣)가 양(陽)의 기운을 일정부분 상쇄한다고 해도 풍운의 몸에 흐르는 기운은 엄청난 극양(極陽)의 기운일 수밖에 없다. 또한 풍운은 젊다. 어느 한 여인이 혼자서 풍운을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궁아라는 혼자서 풍운의 정력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다른 여인을 끌어들일 정도였다. 풍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흥분을 억누른다. 어제 밤에 자신의 욕심대로 했다면 옥선은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 됐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예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한다. 풍운은 욕정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걸쳤다. 이대로 있으면 욕정을 참지 못할 것이다. 풍운이 옷을 입고 돌아보니 옥선은 아직도 자고 있다. 어제 밤에 자신에게 시달려 피곤한 모양이다. 풍운이 문고리을 잡고 수라기를 끓어 올리자 문고리가 붉게 달구어지며 매캐한 냄새가 난다. 문고리가 박혀 있는 나무가 타는 냄새다. 풍운은 살짝 힘을 주어 문을 열고 수라마령신공의 인(引-끌다)결로 방안으로 들어가는 공기를 밖으로 빼내며 문을 닫아주었다.
풍운이 언덕에 올라 동정호를 바라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잘 주무셨습니까?”
풍운이 돌아보니 상관담이 어깨에 광주리를 짚어지고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다.
“그게 뭡니까?”
풍운이 상관담이 어깨에 걸치고 있는 광주리를 보며 묻자 상관담이 빙긋이 웃으며 광주리를 보어 주었다. 광주리 속에는 싱싱한 물고기들이 들어 있었다.
“새벽에 물고기를 좀 잡아왔어요. 잠시만 기다리며 시원한 매운탕을 끌어들이겠습니다.”
“저희들이 신세만지는 군요.”
“무슨 섭섭한 말씀을........오랜 만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와서 이놈이 즐겁죠. 참~ 아가씨는 아직 주무시는 모양이죠.”
“피곤한 모양입니다. 아직 자고 있어요.”
상관담은 눈을 가늘게 뜨고 풍운을 찌려본다.
“어제 밤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지금까지 주무시는 거죠? 풍운님 표정을 보니 풍운님은 즐거우셨던 모양이죠?”
상관담의 말에 풍운은 피식 웃었다.
“예! 아주 즐거웠습니다.”
“그래요. 그럼 조만간에 아기씨를 볼 수 있겠군요.”
“예? 아기씨요.”
“하하하~ 아닙니다. 이놈이 성격이 급해서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 네요. 저는 먼저 내려가서 매운탕을 준비하겠습니다. 천천히 내려오세요.”
상관담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모옥으로 내려갔다. 풍운은 언덕을 조금 더 산책하다가 모옥에 가보니 상관담이 마당에 있는 평상에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옥선을 깨워야겠네요.”
풍운이 상관담에게 말하고 다시 방에 들어가 보니 옥선은 아직도 꿈나라에 있었다. 풍운은 문을 닫고 옥선이 덮고 있는 이불을 걷어버렸다.
“아이~ 뭐야.”
옥선은 설렁한지 몸을 웅크리며 짜증을 낸다. 풍운은 옥선의 하얀 엉덩이를 주무르며 귀를 살짝 깨물었다.
“아흑~ 간지러워. 누~구~야~”
옥선이 눈을 뜨자 장난기가 다분한 풍운의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잠꾸러기 아가씨. 그만 일어나지. 아침이야.”
옥선은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자리에 앉으며 얼굴을 붉힌다. 자신이 알몸이란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도..........돌아앉아요. 어서요.”
옥선의 말에 풍운이 쓰게 웃으며 등을 돌리니 옥선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악~ 엄마~”
옥선은 다시 자리에 주저앉는다. 다리 사이에서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풍운은 얼른 돌아 옥선을 부축해 주었다.
“왜 그래. 아파.”
“모르겠어요.........아~ 이게 모두 운랑 때문이에요.”
“왜 나 때문이란 말이야.”
“치~ 운랑이 어제........어머~ 이 남자가.........나빠요.”
옥선은 풍운이 자신의 알몸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자 얼굴을 붉히며 등을 돌리며 옷으로 몸을 가린다. 부끄러운 모양이다. 여자라는 동물은 이상한 동물이다. 이미 볼 것 안볼 것 다 봤는데 지금 와서 무엇을 숨기겠단 말인가? 풍운이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으니 옥선이 옷을 다 입고 살며시 다가와 포근히 감싸준다.
“운랑........소리 질려서 죄송해요.”
“이제 괜찮아.”
“아프지만 참을만해요.”
“할아버님께서 기다리고 있어. 빨리 나가자.”
풍운이 옥선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오니 상관담이 상을 모두 차려놓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가씨도 대충 씻고 오세요.”
옥선이 세수하려 가자 풍운이 부축해준다. 상관담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세 사람은 상관담이 준비한 매운탕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신세 많이 지고 갑니다.”
“벌써 가십니까?”
“약속이 있습니다. 가야합니다.”
풍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옥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지 고마워요. 다음에 또 올게요.”
“가시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언제쯤 채주님을 만나실 생각입니까?”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찾아가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세요. 채주님이 걱정하고 계세요. 참~ 저도 우리 식구들을 이끌고 풍랑채로 갈 생각입니다. 그때 다시 뵙죠.”
“할아버지........할아버지도 풍랑채로 가시는 겁니까?”
“하하하~ 이 늙은이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곳이 정리되면 저도 가야죠.”
“풍랑채에서 다시 볼 수 있겠군요. 그럼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풍운과 옥선은 상관담에게 인사를 하고 악양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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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령은 침상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자리에 누웠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제 술이 과했던 모양이다. 당령은 손으로 머리를 짓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금막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딜 간 것일까? 혼시 도망(?)간 것은 아닐까? 갑자기 당령의 마음이 급해져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문이 열리며 금막비가 들어왔다. 금막비는 당령이 일어난 것을 보더니 탁자에 들고 온 쟁반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깼어. 씻고 와라. 밥 먹자.”
“혀........형부.........전 또 형부가 말씀도 없이 가시줄 알고 가슴이 덜컥 했어요.”
“참내~ 술 취한 꼬마아가씨를 두고 어딜 가니. 어서 가서 씻고 와~.”
“저게 식사에요.”
당령이 탁자에 있는 쟁반을 가르치며 묻어본다.
“어제 술이 과한 것 같아서..........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해정국으로 준비했다.”
당령은 당장이라도 금막비의 폼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금막비는 자신을 외면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자신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고마워요. 형부.”
당령의 말에 금막비가 힐긋 쳐다본다.
“계집애가 무슨 술을 그렇게 먹니. 하여튼 문제야 문제. 빨리 가서 씻고 와 늦었다.”
당령은 혀를 내밀고는 밖으로 나가버린다. 금막비는 여전히 자신을 어린애 취급한다. 한편으로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론 편하다. 금막비에게 마냥 어린양을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막비와 당령도 식사가 끝나자 악양루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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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과 조옥선이 악양루에 도착해보니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악양루에 올라가지 앉고 악양루 주변에서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풍운과 옥선이 정담을 나누고 있으니 사우와 천유가 도착했다.
“어라~ 우리보다 빨리 왔네. 우린 우리가 제일 빨리 온줄 알았는데.”
천유가 말에서 내리며 풍운을 보고 말한다.
“두 분이서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그냥.......사우님이랑 악양자작거리를 구경하고 다녔어. 두 사람은 뭐하고 지냈어.”
천유의 질문에 옥선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풍운은 그냥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행히 천유도 더 이상 묻지는 않는다. 잠시 더 기다리고 있으니 이막수 일행이 도착했다. 그들은 풍운 일행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한다.
“일사님........겉에 있는 분은 누구죠. 처음 보는 분인데.........”
“옥선소저에요. 다른 분들이 모두 도착하면 그때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막수는 옥선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사시(9~11시 사이)가 지나기 전에 마수를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이 악양루에 집합했다. 풍운은 그들과 함께 가까운 객점으로 향했다. 식사도 하고 그동안의 조사내용을 토대로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일사님.......이제 말씀해 주세요. 저분들은 누구죠.”
객점 입구에서 이막수가 당령을 가르치며 물어본다. 이막수나 다른 사람들은 악양루에서부터 금막비의 곁에 있는 당령과 풍운의 겉에 있는 조옥선에 대해 궁금했지만 풍운이 모두 도착하면 한번에 소개시켜준다고 하여 지금까지 궁금증을 참고 있었다.
“사천당가의 당령님 입니다. 금막비님과 연이 있어 금막비님을 따라왔어요.”
“그럼 풍운님 겉에 있는 분은 누구죠.”
이막수가 이번에는 풍운의 겉에 있는 조옥선을 가르친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조옥선이라고 합니다.”
조옥선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제가 추가적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옥선님은 장강수로십팔채의 총재주님인 조철봉님의 딸님입니다.”
“무림사봉 중 한명인 조옥선님와 무림사미 중 한분인 당령님이군요. 어쩔지 너무 예쁘다고 했어요. 전 곽지향이라고 해요.”
곽지향이 조옥선과 당령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녀들에게 인사를 하려했다. 하지만 이막수는 다른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기 전에 먼저 풍운에게 질문했다.
“일사님........저분들은 외인들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우리들 회의에 저분들을 참석시키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막수가 차갑게 말하자 당령과 조옥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막수의 말은 지금부터 십이사의 화합이 있으니 당신들은 빠지라는 뜻이다. 풍운은 금막비를 돌아본다.
“금막비님........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령님은 금막비님을 따라왔어요. 당령님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금막비님이 결정하세요.”
풍운의 말에 금막비가 쓰게 웃었다.
“당령.......그만 집에 돌아가.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싫어요.”
금막비의 말에 당령은 짧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말 좀 들어. 모두 널 위해서하는 하는 말이야. 우리가 누군지 몰라. 나를 포함해서 여기 있는 분들은 백도무림인들이 사호팔랑이라고 부르는 무림공적들이야. 우리랑 같이 있으면 너까지 위험해 진단 말이야.”
“형부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요.”
금막비는 당령을 집에 보내려 설득하지만 당령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태도다. 풍운은 두 사람이 싸움은 모습을 지켜보다 둘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입을 막았다. 이대로 두면 결론이 안 난다.
“당령님.........당령님이 금막비님의 곁에 있는 것은 말리지 않겠습니다. 대신 당령님이 회의에 참석하지는 못해요. 회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래도 상관없겠죠”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금막비님........당령님은 다른 곳에서 기다리라고 하세요.”
풍운의 말에 금막비도 더 이상 말을 못한다. 다른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당령과 계속 싸울 수는 없지 않는가?
“이제 옥선님이 남았네요. 옥선님은 남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에 참석하셔도 무방합니다.”
풍운의 말에 모든 사람들이 풍운과 옥선을 바라본다.
“잠깐만.........남이 아니라고........너 혹시 옥선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냐.”
도치가 풍운의 옆구리를 찌르면 말하자 풍운은 머리를 긁적거린다.
“쩝~ 사실대로 말해서 옥선님은 제 부인이 됐어요. 이제 됐죠.”
풍운이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은 어의가 없다는 표정이다. 도대체 풍운의 염복은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참~ 어떤 놈은 복도 많아.........하늘도 무심하시지........휴우~”
도치가 인상을 쓰며 말하자 모두들 피식 웃어버리고 만다.
“자자~ 그만하고 들어가죠.”
마수는 사람들을 이끌고 객점으로 들어가 주인에게 조용한 별실을 달라고 해서 그곳으로 이동했고, 당령은 객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그들이 객점으로 들어가자 거지들 몇 명이 객점 입구에 나타났다. 그들은 객점을 기웃거리며 풍운일행의 뒷모습을 살펴본다.
“저놈들 그놈들이 확실하지.”
“확실해.......저놈들이 사호팔랑들이야. 넌 이곳에서 지키고 있어. 난 상부에 보고하고 올게.”
중원에 널리고 널린 것이 거지들이며 거지들의 대부분은 개방에 소속되어 있다. 풍운일행이 아무리 조심해서 행동했다고 해도 중원 천지에 널린 거지들의 눈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객점 별관에 풍운일행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끝내고 회의를 시작했다.
“모두 무사하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는 이것으로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저부터 대해 말씀 들겠습니다. 저와 천유, 금막비, 사우님은 흑룡방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배화교 보다 한발 늦어서 흑룡방은 이미 배화교에 수중에 넘어간 상태였고, 배화교일당과 흑룡방은 장강수로십팔채의 호인채를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풍운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풍운의 이야기를 들으며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진 것이다. 흑룡방은 장강수로십팔채 총단인 군산에 이어 흑룡방까지 배화교의 수중에 넘어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배화교의 손에서 조옥선을 구출했다는 것이다.
“잘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말씀드리죠. 저는 미림이와 함께 무림맹을 감시했습니다. 서론 빼고 결론만 추려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림맹에서는 우릴 잡기 위해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의 정예들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지금쯤 출발했을 겁니다.”
“그래요. 수가 얼마나 됩니까? 설마 저번 영창평원의 전투에서처럼 대단위 병력은 아니겠죠.”
마수의 질문에 이막수가 무림맹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었다.
“수장은 소림의 홍인이고, 좌우대장은 화산의 화명명과 무당의 현원자입니다. 그리고 각 문파에서 적게는 10명 미만에서 많게는 20명이 넘는 무사들을 보내기로 했어요. 구파일방과 칠대세가 모두에서 무사들을 파견했으니 어림잡아 300명은 넘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제갈세가의 누군가가 군사를 맡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이막수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들 얼굴이 어두워진다.
“다들 인상들 피세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 아닙니까?”
풍운의 말에 마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 생각하면 차라리 잘됐어요. 전 백도 놈들이 사사천교나 천마마련 등 흑도 무림을 공격하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만일이 그들이 흑도를 공격하기로 했으면 문제가 더 심각했을 겁니다.”
“마수........놈들은 우릴 잡기위해 출발했어. 너는 걱정도 안돼.”
“걱정만 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나중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여러분이 걱정하니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우리가 머리만 잘 쓰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그들을 이용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은 그들에게 꼬리가 잡히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걱정해야 될 일은 그 일이 아닙니다. 일단 도치님께 질문하죠.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됐죠.”
마수가 화제를 돌려 도치일행의 일에 대해 물어보자 도치가 머리만 긁적거린다. 도치는 악무룡과 어울려 술만 먹었으니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곽지향은 도치와 악무룡을 흘겨보더니 자신이 나선다.
“도치님 대신 제가 말씀드리죠. 풍랑채에는 현재 13개 채주와 무사들이 집합해 있어요. 나머지 5개채는 사정이 있어서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곽지향의 말에 조옥선이 옆에 앉은 풍운을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어떻게 곽지향이 풍랑채을 조사하고 있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우리의 적(敵)은 배화교에요. 당연히 우리는 그들의 움직임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습니다. 옥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저는 배화교가 군산을 공격하기 전부터 그들이 군산을 공격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어요.”
“그.......그게 정말이세요.”
옥선의 물음에 풍운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미안해요. 당시에는 천유와 저만 있었어요. 다른 분들은 합류하지 않을 상태였기 때문에 나와 천유만의 힘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풍운이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옥선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인다. 풍운은 배화교가 군산을 공격하기 전부터 그들이 군산을 공격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풍운은 배화교가 군산을 공격할 때까지 방관(傍觀) 했다는 말이 된다. 그냥 단순히........배화교가 군산을 공격할 것이란 정보만이라도 알려주었어도 군산이 불바다가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풍운은 옥선의 표정을 보며 말을 못한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충 알고 있기 때문이다. 풍운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고 마수가 나섰다.
“옥선님........옥선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사님........아니 풍운님의 입장도 생각해 주셔합니다. 당시 일사님은 장강수로십팔채와 아무런 연이 없었습니다. 그전에 옥선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건 그냥 스쳐가는 인연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처럼 옥선님이 풍운님과 맺어질 줄도 아무도 몰랐죠. 그리고 이것도 생각해 주세요. 지금 장강수로십팔채의 군산이 배화교에 의해 불바다가 되었고, 흑룡방이 그들의 수중에 넘어간 상황에서도 그들이 중원에 들어와 사실 자체조차 알고 있는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일사님이 장강수로십팔채를 찾아가 배화교가 당신들을 공격하려고 하니 준비하라고 하면 누가 믿었을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일사님은 무림공적입니다. 무림공적의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아마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겁니다.”
마수가 옥선을 보며 말하자 옥선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마수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 당시 풍운이 그런 말을 했다면 어쩌면 자신조차도 믿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제가 누굴 원망하겠습니까? 운랑도..........여러분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말씀들 하세요.”
“옥선님께서 이해해 주신다니 다음으로 넘어가죠. 전 일사님의 지시로 사해방을 찾아갔습니다. 사해방은 대륙상회와 인접한 곳에 있더군요.”
마수는 얼른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지금까지의 제 말을 조합해보면 배화교의 정보조직인 사안을 이용해 마원 놈이라는 놈이 사해방에 접근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원은 배화교 군사인 마제갈의 둘째 아들입니다. 이건 제 사견(私見)인데 마원이라는 놈이 삼공자인 혁린영을 대신해 사안의 책임자가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수님의 의견대로라면 혈영대와 흑풍대를 이끌고 있는 혁림무는 군산과 흑룡방을 점령하고 사안의 책임자인 마원이라는 놈은 사해방을 포섭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결론이군요.”
“예~ 맞습니다.”
모두의 보고가 끝났다. 마수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했다.
“일사님........현재 상황을 말씀드리면 혁린무가 이끄는 혈영대와 흑풍대는 군산을 점령하고 흑룡방을 포섭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사안의 책임자인 마원은 사해방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해방주를 만났습니다. 또한 무림맹은 우리를 잡기위해 300여명의 절정고수들을 파견했습니다..............일사님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마수의 물음에 풍운은 마수를 바라본다. 마수는 비룡문의 군사 역할을 했다. 자신의 의견보다는 마수의 의견을 먼저 듣고 싶다.
“마수님은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풍운이 다시 마수에게 묻자 마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제 의견은 중요치 않습니다. 우리 비룡문의 문주는 일사님입니다. 모두 일은 일사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 저나 나머지 사람들은 일사님을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먼저 일사님의 의견을 말씀해 주세요.”
“좋아요. 그럼 제 의견을 먼저 말씀드리죠. 제 결정에 문제가 있으면 누구든지 말씀하세요. 무림맹에 대한 대처방법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피하세요. 현재로써는 놈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그냥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리고 도치님, 악무룡님, 곽지향님, 마수님은 사해방을 감시해 주세요.............이막수님과 유미림님은 계속해서 무림맹의 동향에 대해 감시해 주세요. 그들의 구성........인원........현재의 위치 등 모든 것을 조사해서 저희들에게 알려주세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저와 함께 풍랑채로 갑니다.”
“잠깐만..........감시만 하는 것은 제 적성이 아닙니다. 저는 일사님과 같이 가면 안 될까요?”
도치가 풍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만을 토로한다. 도치는 싸우고 싶다. 또한 무룡이나 지향과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도치님........도치님 자맥질(수영) 할 줄 알아요.”
“예? 자맥질이요............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요.”
“좋습니다. 도치님은 저랑 같이 가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뭐죠.”
“무조건 제 말에 복종하세요. 제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합니다.”
풍운이 심각해 표정으로 말하자 도치는 약간 고민하는 표정이다. 풍운이 지금까지 자신에게 이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일사님의 말씀에 절대 복종할게요. 그럼 되죠.”
“하하하~ 좋아요...........자~ 그럼.......제 생각을 말씀드리죠. 대륙의 강과 수로가 배화교의 수중에 떨어지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무림 뿐만 아니라 중원 전체가 혼란에 빠질수 있습니다. 현제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장강수로십팔채를 도와 혁린무를 상대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해방에 대한 사항은 우리가 나설 입장이 아닙니다. 조금 전에 마수님이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사람들은 우릴 믿지 않습니다. 막말로 당해보아야 배화교에 실체에 대해 인식할 겁니다. 이막수님.........이막수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백도 무림의 동향에 대해 감시해 주세요. 이건 이막수님이 아니면 아무도 못합니다. 우리가 그들의 동향에 대해 알아야 대처방안을 강구합니다. 제가 할말은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다른 의건이 있는 분들은 말씀하세요.”
풍운의 말에 마수도 별다른 말이 없다. 마수도 풍운과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극대적인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아직 시기상조다.
“저는 일사님의 의견에 별다른 이견이 있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는 분들은 말씀하세요.”
마수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말이 없다.
“다들 말씀이 없는데..........그럼 이것으로 회의를 끝내죠. 다음 회의는...........일사님이 정하세요.”
마수의 말에 풍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다음 회의의 장소와 시간은 제가 여러분께 개별적으로 연락하겠습니다. 천상루의 정보망을 이용하면 가능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화합은 이것으로 끝내죠.”
회의는 끝났다. 그들은 회의가 끝나자 각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헤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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