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天上)의 향기 - 16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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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167(칠백년의 약속)-1
풍운일행은 조철봉과 채주들의 환송(歡送)을 받으며 군산을 출발해 악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본래는 각 채주들이 먼저 무사들과 함께 자신들의 채로 출발하려 했으나 무사들 대부분이 전날 과음(過飮)을 해서 정신들이 없는 관계로 풍운일행과 초하벽이 이끄는 흑도연합군이 가장먼저 출발한 것이다. 풍운이 타고 있는 배의 갑판에 작은 탁자가 마련되고 초하벽과 어언상 그리고 풍운과 무경이 한자리에 앉아 있었다. 옥선도 풍운과 동행하고 싶었지만 음소빈이 흑룡방을 투항시키기 위해 포양호로 출발했기 때문에 흑룡방의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군산에 남기로 했다. 풍운은 군산에서 악양까지 하루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초하벽과 어언상을 자신이 타고 있는 배로 초대했다. 자신들을 돕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는데도 지금까지 정신이 없어서 정담을 나눌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모처럼 한가한 지금 초하벽과 어언상을 부른 것이다.
“매제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 무슨 사람이 그렇게 바빠.”
“미안해. 우릴 돕기 위해 왔는데.......지금까지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지. 고마워”
“우리가 도와준 것도 없는데 인사받기도 쑥스럽다. 그러나저러나 옥선소저가 같이 오지 못해서 섭섭하겠다.”
“옥선은 할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또 사실 군산에 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더 안전해. 나랑 같이 다니면 위험하잖아.”
“옥선소저가 들으면 섭섭하겠다. 무경소저는 함께 가시잖아.”
“무경은 군산이 낮선 곳이잖아. 무경은 내 겉에 있는 것이 편할 거야. 무경 내말이 맞지.”
풍운의 말에 무경은 살짝 미소를 짓는데 그녀의 미소가 왠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아직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는데 다시 배를 타니 힘든 모양이다.
“그런가?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듣기론 림산으로 간다고 하던데. 정말 림산으로 가는 거야?”
“일단 악약으로 가서 하루 밤을 보낸 다음 림산으로 갈 거야. 사해방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배화교의 다음 표적은 사해방과 대륙상회니 놈들이 막아야지.”
“대륙상회는 만만한 곳이 아니야. 아무리 배화교라해도 대륙상회를 잡아먹긴 힘들 거야.”
“저번에 마수님도 처남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더군.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려. 외부의 칼은 막을 수 있지만 내부의 칼은 피하기 힘든 법이야. 배화교는 사해방과 손잡고 대륙상회를 노리고 있어. 처남도 알겠지만 사해방은 누구보다도 대륙상회에 대해 잘 아는 놈들이야.”
“사해방과 배화교가 손을 잡았다면 간단한 문제는 아니군.”
“아이참~ 재미없어. 무경소저와 저도 있는데 계속 그런 이야기만 하실 거에요. 우리 다른 이야기해요.”
풍운과 초하벽이 계속해서 일에 대한 이야기만 하자 모처럼 오붓한 분위기를 기대했던 어언상이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쩝~ 처남. 언상소저가 짜증이 나시는 모양이야.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일에 대한 이야기는 끝내자. 이제 처남은 어떻게 할 거야. 군산해전이 끝났으니 천마마련으로 돌아갈 거야.”
“아직 무림군이 해체 된 것도 아니잖아. 그들은 지금도 호시탐탐 매제를 노리고 있어. 그리고 모처럼 무림에 나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섭섭하잖아.”
“그럼 처남도 우리와 함께 림산으로 가겠다는 거야.”
“그래야지. 하지만 남들 눈이 있으니 매제일행과 동행하기는 힘들고.........우리들은 매제일행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갈게.”
“알았어. 이제 다른 이야기하자. 언상소저와는 언제 혼인하는 거야. 처남이 먼저 혼인을 해야지 내가 하잖아.”
“험험~ 갑자기 왜 혼인이야기가 나와.”
“언상소저는 당장이라도 혼인하고 싶어 하는 눈치데.”
“일단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야지.”
풍운과 초하벽이 정담을 나누고 있는데 무경이 슬며시 풍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온다. 풍운이 무경을 살펴보니 무경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변해서 입술을 깨물고 있다. 아직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 무경이 다시 배를 타니 힘든 모양이다. 풍운은 무경의 등에 손바닥을 대고 기(氣)를 불어넣어 주었다.
“하이........하이........죄송해요. 저가 분위기를 망쳤군요?”
“처남.......이제 그만 일어나야겠다. 무경이 힘든 모양이야.”
“우리도 그만 건너가야지. 언상 가자.”
“예~ 풍운님.........무경소저 잘 보살펴 주세요.”
초하벽과 어언상은 자신들의 배로 돌아갔고 풍운은 무경을 안고 선실로 들어가 무경을 침상에 눕혔다.
“어디가 불편해.”
“조금 쉬면 괜찮을 겁니다. 먹은 것도 없는데 뱃멀미가 나서 그래요.”
“안되겠다.”
풍운은 수라기를 끌어올려 양손에 몰아넣고 무경을 추궁과혈를 하기 시작했다. 무경의 칠음절맥이 치료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병이 진행되며 곳곳의 경맥들이 얼어붙어 한번의 치료만으로 완쾌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지 곳곳의 경맥들이 다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풍운은 수라기(修羅氣)를 거두고 각각의 차크라에 잠들어 있는 선천강기를 끌어올렸다. 무경이 태생적으로 양기(陽氣)가 부족하니 수라기보다 강한 양기(陽氣)를 가진 선천강기를 선택한 것이다. 풍운이 선천강기를 끌어올리니 각 차크라에 잠들어 있던 선천강기가 노도(怒濤)처럼 일어나 경략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다. 풍운은 입술을 깨물고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나 강력한 선천강기의 힘에 몸이 곧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제7차 차크라까지 각성되었지만 아직까지 선천강기를 자신의 뜻대로 조정하기는 힘든 모양이다. 풍운은 천유가 그린 그림을 생각하며 제멋대로 날뛰고 있는 선천강기를 한곳으로 모으기 시작하니 선천강기들이 가슴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 가슴에 모아진 선천강기를 양손으로 인도하면 된다. 풍운은 예전에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통을 인내하며 선천강기를 양팔로 인도하여 딱딱하게 굳어버린 무경의 경략을 추궁과혈했다. 무경은 풍운의 양손에서 뜨거운 선천강기가 노도(怒濤)처럼 밀고 들어오자 엄청난 고통과 함께 묘한 쾌락이 느껴졌다. 고통은 얼어붙은 경략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며, 쾌락은 음기(陰氣)와 양기(陽氣)가 조화를 이루고, 풍운의 부드러운 추궁과혈이 마치 애무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풍운은 무경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풍운은 아직 자신이 가진 선천강기의 힘을 반도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다. 사실대로 말해서 풍운 스스로도 자신이 가진 선천강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무경도 치료할 겸 자신의 선천강기를 시험해보고 싶은 모양이다. 풍운은 무경을 자리에 앉히고 등에 손바닥을 붙였다.
“무경 조금 아플 거야. 참을 수 있지.”
“뭘 하시려는 거예요.”
“선천강기로 무경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뚫어 줄 거야. 생사현관이 타동 되면 다시는 경략이 막히는 일은 없을 거야.”
“너무 위험해요.”
“나 믿지. 날 믿고 조금만 참아?”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하지만 운랑까지 위험해 질 수 있잖아요.”
“절대 잘못되는 일은 없어. 날 믿고 내가 인도하는 대로 내공을 운용해.”
풍운은 몸속에 가득한 선천강기를 무경의 몸속에 불어넣으니 무경은 눈을 감고 풍운이 인도하는 대로 내공을 운용했다. 풍운이 각 차크라에 잠들어 있는 선천강기를 계속해서 끌어올리니 풍운의 몸에서 화려하고 아름다운 차크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무경은 생살이 찢어지고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에 금방이라도 정신의 끈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풍운이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며 치료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통을 인내하며 정신의 끈을 놓지 않고 내공은 운용했다. 무경의 몸속에 들어간 선천강기는 무경의 얼어붙은 경략을 단번에 뚫어버리고 임독양맥을 향해 올라갔다. 무경은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억지로 참고 있었고, 어느 순간 고막이 찢어질 것 같은 엄청난 폭음과 함께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차크라의 찬란한 광채에 쌓인 풍운은 무경이 혼절해서 해파리처럼 늘어지자 기(氣)를 운용하여 무경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라 계속해서 선천강기를 끌어올리니 무경의 임독양맥을 뚫은 선천강기가 생사현관을 향해 돌격했다.
“부르르”
혼절한 무경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피부가 쩍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생사현관의 타동과 함께 무경의 몸속에 잠자고 있던 빙백정의 음기(陰氣) 풍운의 선천강기가 융합하며 무경이 환골탈퇴를 하는 것이다. 이건 풍운도 예상치 못한 기적이었다. 풍운은 무경의 생사현관이 타동되고 환골탈퇴를 하자 그녀를 침상에 눕히고 자신은 선천강기를 계속해서 끌어올리며 가슴에 모인 선천강기를 오른손으로 인도하며 팔을 머리위로 올렸다.
“콰아아앙~”
풍운의 손에서 하얀 빛이 솟구치며 천장을 뚫고 하늘로 향한다. 선천강기가 형상화 되지 못하고 강기(剛氣)처럼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풍운은 한번의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자세를 바로잡은 다음 몸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최대로 선천강기를 끌어 올렸다.
한편 갑자기 선실의 지붕이 날아가고 선실에서 엄청난 광체가 나자 도치일행과 많은 사람들이 선실 주위로 몰려들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선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도치가 당장이라도 선실로 들어가려 하자 천유가 선실의 입구를 막았다.
“지금 들어가면 안 됩니다.”
“천유님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세요.”
“일사님이 수련하고 계시는 모양입니다. 이빛은 차크라의 빛이에요.”
“차크라? 그럼 일사님이 저번에 말씀하시던 무형의 검(劍)을 만들고 계신다는 겁니까?”
“자세한 것은 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선실로 들어가면 일사님뿐만 아니라 우리까지도 위험해요.”
천유의 말에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선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선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눈이 부실정도의 찬란한 광채가 선실의 문틈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풍운은 선천강기의 강맹한 힘에 곧이라도 몸이 폭발할 지경이다. 풍운은 손을 들고 가슴에 모아진 선천강기를 다시 오른손으로 인도하니 풍운의 손위로 하얀 강기(剛氣)가 모아지기 시작했다. 풍운이 정신을 집중하고 계속 해서 선천강기를 끌어올리니 하얀 강기(剛氣)가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전라(全裸)의 여인으로 변했다. 바로 내면세계에 있던 검(劍)을 차고 있던 여인으로 변한 것이다. 여인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풍운을 내려다보며 환상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주인님........주인님께서 이렇게 빨리 저를 불려내실 줄은 몰랐어요. 정말 고맙고 장하십니다.”
풍운의 귀에 환청(幻聽) 같은 여인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여인은 풍운의 손위에서 사뿐히 내려와 풍운 안아주니 풍운은 온몸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눈 녹듯 살아지면 몸과 마음이 포근해 졌다.
“본래 주인님의 선천강기와 저는 한 몸이었답니다. 그런데 주인님께서 천상에서 내려오실 때 주인님의 부모님께서 우리를 둘로 갈라 주인님을 각성시키는 정령과 주인님을 지키는 저로 만드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인님은 스스로의 힘으로 둘로 갈라졌던 우리를 하나로 합쳐 주셨습니다. 이제는 선천강기를 사용하셔도 전처럼 고통이 수반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하셨나요. 저에게 부모님이 있다고 하셨나요?”
“예! 주인님은 천상(天上)에서 내려오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알려하지 마세요. 아직 천상(天上)의 전쟁(戰爭)이 끝나지 않아 주인님은 당분간 이곳 현세에 머물려 계셔야 한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천상의 전쟁이라니요?”
“죄송합니다. 저도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나중에 주인님 스스로 모든 것을 아실 때가 있을 겁니다.”
“스스로 알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게 언제죠.”
여인은 풍운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주인님.........서두르지 마세요. 주인님은 이곳에서도 할일이 많으시잖아요. 이곳의 일부터 먼저 해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그만 주인님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돌아가요?.........안돼요. 전 아직 궁금한 것이 많아요. 조금만 더 알려주세요.”
“주인님........이제 주인님께서는 언제라도 저를 다시 불려내실 수 있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미 헤어져요. 갈게요.”
여인이 팔에 힘을 주니 여인의 몸이 자연스럽게 풍운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풍운 마치 꿈꾸는 듯한 환상에서 깨어나 주위를 돌아보니 천상(天上)의 미(美)를 가직한 여인은 살아지고 피부가 쩍쩍~ 갈라진 무경이 침상에 누워 있었다. 풍운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선천강기를 거두고 무경을 살펴보니 무경은 지나친 고통에 혼절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선실 밖에 있던 도치일행은 밝은 빛이 살아지자 다시 선실로 들어가려 했다.
“다른 분들은 이곳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살펴보고 올게요.”
천유는 사람들을 기다리게 자신이 슬며시 선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풍운........풍운 안에 있어.”
“천유야. 들어와.”
천유는 풍운의 목소리를 확인하고 선실 깊숙이 들어가 보니 풍운이 침상에 누워있는 무경의 옷을 벗기고 그녀의 몸에 붙은 살의 찌꺼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천유는 무경의 피부가 갓 태어난 아기처럼 투명할 정도로 윤기가 흐르고, 얼굴에 남아 있던 죽음의 그림자가 지워지며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한 것을 보고 무경이 환골탈퇴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경소저가 환골탈퇴를 한 거야.”
“선천강기로 무경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타동시켜 주었는데 선천적인 음기(陰氣) 및 빙백정의 음기(陰氣)와 내가 불어 넣어준 선천강기의 양기(陽氣)가 융합하며 환골탈퇴가 일어난 모양이야.”
“그럼! 무경소저는 완전히 다시 태어난 거네. 아니다. 무림에 초극강의 여고수가 태어난 건가?”
“글쎄.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런데 너는 웬일이냐.”
풍운의 말에 천유가 선실의 천장을 가르치니 풍운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천장에는 마치 날카로운 검(劍)으로 조각한 것처럼 손바닥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내가 놀라게 했나?”
“웅성거리는 소리 안 들려. 우리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미안해. 별일 없으니 다들 쉬라고 해.”
“다음부터는 미리 이야기하고 수련해. 다른 사람들 놀라지 않게. 피곤하겠다. 쉬어.”
천유는 밖으로 나와 사람들에게 풍운과 무경의 상태를 설명해 주었다. 도치일행은 풍운이 무경을 환골탈퇴를 시켜주었다는 말에 경악(驚愕)을 금치 못했다. 환골탈퇴는 모든 무림인들의 꿈이다.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죽을 때까지 수련해도 환골탈퇴에 이르지 못하고 눈을 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골탈퇴는 하늘의 안배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풍운은 무경을 환골탈퇴를 시켜주었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서 신(神)의 영역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풍운이 무경의 옷을 모두 벗기니 무경의 피부는 투명할 정도는 곱게 윤기가 흐르며 밋밋했던 가슴도 봉긋하게 솟아났고, 엉덩이도 풍만하게 변했다. 환골탈퇴를 거치며 무경이 여자로써 다시 태어난 것이다. 풍운은 하얀 젖무덤과 젖가슴 끝에 떨고 있는 분홍색 젖꼭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무경의 젖가슴으로 가져갔다.
“부르르~”
풍운의 손가락 끝이 무경의 젖꼭지를 스치자 젖꼭지가 부르르 떨리며 봉긋하게 튀어나온다. 풍운은 불길처럼 솟구치는 흥분을 억누르고 무경의 뺨을 어루만졌다. 무경은 약간 사늘한 느낌에 눈을 뜨니 풍운이 부드러운 눈길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따뜻한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해서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어머~ 나빠요.”
무경은 얼굴을 붉히며 풍운의 손을 쳐내고 이불을 끌어당겨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몸은 어때.”
“예?”
“무경은 조금 전에 환골탈퇴를 했어.”
“화.........환골탈퇴? 제가요.”
“응~ 생사현관을 타동하는 과정에서 환골탈퇴까지 일어난 모양이야.”
무경은 풍운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칠음절맥이 자신이 무림인들의 꿈이라는 환골탈퇴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무경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내공을 운용해 보니 내공이 막힘없이 전신경략을 타고 흐르고 몸이 새털처럼 가볍다. 풍운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무경은 왈칵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풍운은 무경의 큰 눈에 눈물이 고이자 그녀의 눈물을 닫아주었다.
“왜 울어.”
“기뻐서요. 고마워서요. 고마워요. 운랑.”
무경은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도 잊고 양팔로 목을 안아주었다. 풍운은 무경의 등을 다독거려주며 무경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무경........이제 그만 울어.”
“흐흐흑~ 알았어요. 이제 안 울게요.”
무경은 눈물을 닫고 풍운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풍운은 무경의 작은 몸을 포근히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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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양은 악양에 머물고 있는 혁린무를 찾아갔다. 혁린무는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배에 머물고 있었다. 넓은 선실에 마양과 혁린무가 마주 앉았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놀리는 거냐?”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내가 지시한 일은 어떻게 됐어. 왜 백도 놈들이 움직일 기미조차 안 보이는 거야?”
“각 문파에 숨어 있는 놈들에게 연락은 취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십이사 놈들은 무림공적이잖아. 무림공적을 처단하자는데........그게 안 된다는 말이야.”
“백도 놈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사실 십이사들을 처단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지 않습니다. 먼저 나서는 문파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니 서로 다른 문파가 나서길 기다리는 거겠죠?”
“개새끼들........한 마디로 다른 놈들이 적당히 주물러 놓으면 그때 가서 손 안대고 코풀겠다는 심보잖아.”
“십이사 놈들을 처단해야 자신들에게 별다른 이익도 없지 않습니까? 이익이 없는데 누가 먼저 나서려고 하겠습니까?”
“빌어먹을.........뜻대로 되는 일이 없군.”
“백도 놈들이 무림군을 보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죠. 그놈들이 십이사들과 한판 붙으면 무언가 결과가 나오겠죠.”
“휴~ 하여튼 놈들에게 지속적으로 충동질 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그래 무슨 일로 왔어. 할말이 있다고 했잖아.”
“사해방이 우리에게 대륙상회를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마양은 육철랑의 말을 혁린무에게 전했다.
“우리가 중원각지에 펴져있는 대륙상회의 상인들을 공격하면........금산반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무사들을 그곳으로 보내고, 그 사이에 육철랑이 금산반을 제거하고 대륙상회를 장악하겠다는 말이군. 그게 가능할까?”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계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 우리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군. 어디어디를 공격하면 되는 거야.”
마양은 품속에서 작은 책자를 꺼냈다.
“이 책자에 공격할 지점과 점포 등이 소상하게 적혀 있습니다.”
혁린무는 책자를 살펴보더니 탁자에 올려놓았다.
“내일 출발하겠다. 육가 놈에게도 그렇게 전해라. 그만 가봐~”
마양은 혁린무가 육철랑의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자 그에게 인사를 하고 림산으로 돌아갔다. 마양이 돌아가자 혁린무 형오삼살을 선실로 불려들었다.
“부르셨습니까?”
혁린무의 부름을 받고 형오삼살이 선실로 들어왔다.
“모두 자리에 앉아.”
형오삼살은 혁린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자 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또 무슨 지랄을 할지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혁린무는 평소답지 않게 화도 내지 않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상자들의 집계는 끝났어.”
“예~ 끝났습니다.”
“얼마나 죽었어.”
“흑풍대가 많이 죽었습니다. 일천 명의 흑풍대 중에서 오백여명이 죽고 일백여명이 치료 중에 있고, 일천 명의 혈영대 중에서 삼백여명이 죽고 일백여명이 치료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부상자 대부분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독(毒)에 당한 상태라 소생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빌어먹을........싸움다운 싸움도 못해보고 절반이 죽었다는 말이군.”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해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육지에서 싸웠다면 이렇게 처참하게 당하진 않았을 겁니다.”
“부상자(負傷者)들은 모두 신강으로 보낸다. 그리고 일살은 지금 당장 혈영대 백명을 이끌고 포양호로 가서 우릴 배신한 흑룡방 놈들을 쓸어버려.”
“놈들이 다른 곳으로 도망쳤을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군. 내가 시안에 연락해 놓겠다. 포양호로 가고 있으면 시안이 흑룡방 놈들이 어디로 도망쳤는지 알려줄 것이다. 참~ 음소빈과 음동기는 죽이지 말고 생포해와~”
“반항하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어. 목숨만 붙어 있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출발하겠습니다.”
형오일살은 혁린무에게 인사를 하고 선실을 나갔다.
“이살과 삼살은 무사들을 무장시키고 출발준비 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한다.”
“부상자들을 신강으로 보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이곳에 두면 시안 놈들이 알아서 보낸 거야.”
“알겠습니다.”
형오일살은 백여명의 혈영대와 함께 포양호로 출발했고, 형오이살과 삼살은 부상자들을 배로 옮기고 나머지 무사들을 무장시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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