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물

막장의 찌질 고교생 - 1부 57장

본문

안녕하세요~ 몸짱쌔끈녀입니다~!


오늘도 2연참 가능하는가?! 달려달려~! 오~호호홋~!


다음 편이 최종 결전입니당. 근데,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영~ㅎㅎ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리플과 추천과 쪽지로 커 나가는 막장의 찌질 고교생~! 리플 추천 쪽지 팍팍~!!










[지난 줄거리]




강우석은 성낙고에서 찾아온 시다바리들을 중간 습격하여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성낙고에 돌고 있는 소문을 입수한 조명길까지도 말로 눌러버리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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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세면장에서 골빈 등신들을 한껏 농락해주고 돌아오니 부 활동을 끝낸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이 별관 계단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쫄티마냥 몸뚱이에 착 달라붙는 교복 차림으로 다홍색의 노예 리본을 목에 맨 희정이 년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서 떠들어대고 있고, 그 옆으로 쭉빵한 몸매를 타이트한 교복으로 바짝 당겨 드러낸 미진이 년이 검은색 가죽 노예 목걸이를 목에 맨 채로 희정이 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머리카락을 살며시 귀 뒤로 넘기고 있었다.




“어? 왔어~?”




나를 먼저 발견한 희정이 년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소리치며 한 손을 흔들어보였다. 그 뒤를 따라 미진이 년도 섹시한 구릿빛 얼굴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미진쓰~! 몸가짐 좀 조심히 해야겠어~. 그러다 치마 속 보일라~. 크크…….”




설렁설렁 다가서는 나의 이죽거림에 미진이 년이 ‘윽’ 하고 이를 깨물며 허벅지를 한껏 오므린다. 아까 어떤 성낙고 새끼한테는 노팬티도 들켰던 것 같은데… 흐흐흐…….




“몸은 괜찮앙~? 나, 주인님 싸웠다는 이야기 듣고 얼마나 놀랬는뎅~!”




희정이 년이 몸뚱이를 살랑살랑 비틀며 나를 향해 애교 있게 말했다. 미진이 년은 샐쭉하게 입술을 내밀고서 그런 희정이 년에게로 중얼거렸다.




“싸우기는……. 쟤는 선빵 한 대 때리고서 계속 엎어져있었고, 나머지 둘을 처리한 건 나였다고~. 뭐……, 선빵이라도 날린 게 용하기는 하지만.”




쳇쳇! 그래, 너 잘났다! 그래도 그 새침한 얼굴이 꽤나 꼴리니까 봐준다. 흐흐…….




“그나저나 일진 애들하고는 별 일 없었징~?”




“아, 그거 알어?”




희정이 년의 물음에 미진이 년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나에게 물어왔다.




“희정이, 아까 전에 명길이한테 불려갔었대. 나도 지금 들었어. 건방진 새끼…….”




미진이 년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지? 희정이 년이 그런 미진이 년의 뒤를 받쳐주기라도 하듯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있잖앙~, 아까 몇 시쯤이었더라~? 처음 보는 1학년 여자애가 부실로 와서 날 찾더라궁~. 걔가 하는 말이, ‘어떤 오빠가 윤희정이라는 언니 좀 불러달라고 했다’는 거양~!”




…그 ‘오빠’가 명길이 새끼였던 게로군.




“주인님인가 누군가 해서 나가봤는데, 얼빵 없게도 그게 명길이였엉~. 주인님도 알잖앙~. 나, 명길이하고는 여태 이야기도 제대로 안 나눠본 거. 근데 걔가 날 불러내서는 이것저것 묻는데, 다 주인님에 대한 거더라궁~!”




“…나에… 대한 거?”




나는 그런 희정이 년의 말에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희정이 년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떠들었다.




“응~! ‘강우석, 요새 성낙고 조사 잘 하더냐’, ‘무슨 이상한 낌새 없었냐’ 등등 말이징~. 나야 주인님 그 쪽으로는 아는 게 없으니까 모른다고 했지만서도……, 나~참, 내가 설사 아는 게 있다 해도 지한테 말할라구~? 웃겨, 증말~.”




순간, 나는 희정이 년에게 아무 것도 안 말해둔 게 다행이다 싶었다. 이 연기도 못하는 년은 명길이 새끼가 조금만 위협했으면 바로 불어버렸을지도 몰라. 역시 보안은 철저히 유지해야겠군.


…그나저나 명길이 새끼,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건지, 그저 나 하나만 파고드는 건지……. 다음 주 월요일이면 그 시건방도 끝이라지만,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겠군. 나는 진지한 눈빛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을 내 양 옆에 두고 발걸음을 옮겨갔다.




“여어~! 이게 무슨 장면이야~! 깔깔~!”




고작 별관 근처를 벗어났을 무렵, 똘마니 년들 몇을 이끌고 어딘가로 향하던 지은이 년이 우리에게로 불쑥 다가서며 깔깔거렸다. 지은이 년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닌가? 지은이 년도 별관에 있는 가사실에서 부 활동을 하는 년이니까.




“뭐야~! 이건 무슨 강찌질이가 메인이 되고, 미진쓰가 시다바리가 된 것 같은 구도잖아~! 깔깔깔~!”




지은이 년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특유의 채연 눈웃음을 지으며 창녀처럼 마구 깔깔거린다. 훗……. 미안하게도, 그 말 그대로란다, 이년아. 미진이 년이 그런 지은이 년을 노려보며 무언의 주의를 주는 듯 했다. 지은이 년은 곧바로 설레설레 손을 저으며 깔깔댔다.




“깔깔~! 농담이지, 농담~!”




이런 같잖은 색골 년, 너도 기다리고 있으라구. 다음 주 월요일에 용석이 놈이 작살나면, 그때부터 니년의 그 귀신 같이 하얀 얼굴에도 내 좆물을 잔뜩 처발라 줄 테니까. 크크…….




“…지금 끝난 거야?”




미진이 년의 차가운 물음에 지은이 년은 여전히 눈웃음을 치며 답했다.




“아니~! 끝나기는 아~~까 끝났지~! 지금 허니 만나러 가는 길이야~!”




허니는 개뿔… 풋. 니년의 정조는 일주일을 못 넘긴다에 내 목숨을 건다. 지은이 년은 그대로 미진이 년에게 손을 흔들어보이고는 가던 길을 가버렸다. 나와 희정이 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젠장.




“…근데 있잖앙~. 미진쓰한테 들었는데~, 그… 그… 어제 만난 여자애는 누구양~?”




“윤희정~!!”




나는 희정이 년과 미진이 년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교문을 향해 나아갔다.






어린이날도 일요일이더만, 올해는 완전히 마가 끼었군. 나는 일요일 겸 석가탄신일을 맞아 성철이 형의 마사지방을 찾아갔다. 물론 목적은 미애 년과 제니와 함께 마지막 임무를 정리하기 위함이었지만…




“야, 임마!! 니가 미애하고 제니, 같은 날 휴일 쓰게 했냐?!”




일단은 성철이 형에게 무진장 혼나야 했다. 그래도 고마운 성철이 형, 미애 년과 제니에게 그대로 월요일로 휴일을 주기는 했다. …내가 하루 종일 쓰리썸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을까?


나는 비록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이지만, 오늘은 석가탄신일이니 부처님 형님께도 승리를 빌어보자구. 낄낄……. …잠깐. 불교는 섹스 자체를 금기시하잖아?! 헐……! 취소야.






5월 20일 월요일. 미진이 년을 처음 따먹은 지 40일째. 그리고… 결전의 날이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여느 때처럼 미진이 년의 노팬티와 희정이 년의 노브라를 검사했고, 그 두 날라리 년들과 가볍게 즐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부터는 나 자신을 최대한 절제했다. 내일도 아니고 모레도 아니고 바로 오늘이 승부의 날인데, 명길이 새끼 등등이 나를 노리고 있는 지금 이 상황 속에서 마지막까지 꼬투리 잡힐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뭐, 덕분에 정력은 이제 만땅이지만……. 후후훗.


점심시간에는 동성이 놈과 함께 각각 학교 정문, 뒷문 근처에 잠복해있을 생각이다. 오늘 점심시간만 무사히 넘기면 더 이상의 변수는 없다고 봐도 좋으니까. 그런 이유로, 나는 3교시가 끝나자마자 점심을 미리 먹으러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과 함께 매점으로 향했다.




“…서방.”




손에 들고 있는 햄버거를 한 입도 먹지 않고 있던 미진이 년이 문득 나를 부른다. 나는 햄버거를 우적우적 씹어대며 멀뚱히 미진이 년을 바라보았다.




“…조심해.”




시선을 살짝 돌려 내리며 조용히 내뱉는 미진이. 이건 서방을 전장으로 떠나보내는 여깔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닌가~! 매점 안에 우리 셋만 있었으면 바로 덮쳐버릴 뻔 했어! 크크크…….




“구랭~. 나도 이런 쓸 데 없는 일로 주인님 다치는 건 싫으니까~.”




희정이 년 역시 샐러드빵을 우물거리며 중얼거린다. 허허허~! 내가 왕이로다. 허허허~!




4교시가 끝나고, 나는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과 함께 학교 건물을 나섰다. 지금 이 순간이 최종 결전 전까지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 것이다. 이 점심시간 이후에는 나도 미진이 년도 희정이 년도 각자 부 활동을 하러 갈 것이고, 그 중간에 나는 최종 결전을 위해 학교를 나서게 될 테니까.




“그럼 내일 보자구, 내 이쁜이들~!”




나는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에게로 한껏 가증스럽게 웃어 보이며 인사를 날렸다.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미진이 년과 희정이 년. 그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뒤이어 마주한 동성이 놈은 새삼 불만스럽다는 투로 나에게 느릿느릿 물어왔다.




“아……. 나는 전투조인데, 왜 너랑 또 이 짓을 해야 하는 거지?”




그런 동성이 놈에게 얼굴을 들이민 나는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




“오늘 싸움 곱게 스킵하고 싶으면 얌전히 정문이나 지키셔. 싫으면 가서 성낙고 일진들하고 존나게 배틀 때리시던가.”




나는 남들이 의심하지 않을만한 상황을 만들어 동성이 놈을 이번 싸움에서 빼내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이번 점심시간에도 녀석을 동원하게 된 것이었다. 성낙고 일진과 맞붙는 걸 꺼려하는 동성이 놈이 그런 내 제안을 거절할 리 없으니까. 후훗.




“으……. 대신, 진짜 제대로 빼내줘야 돼! 괜히 허접한 수작 부리다 용석이 같은 놈들이 알아채면, 나는 물론이고 너도 완전 죽음이야!”




동성이 놈은 이를 깨물며 신신당부를 했다. 걱정 마. 나는 내 목숨이 달린 일에는 그 무엇보다도 철저하거든. 후후훗.


나는 동성이 놈과 나뉘어 점심시간 내내 학교 정문과 뒷문을 주시했지만,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 사이 나에게 있은 일이라고는 우리 학교 몇몇 연놈들의 애정행각을 훔쳐본 것과, 내 핸드폰에 미애 년의 문자 한 통이 도착한 것뿐이었다.




[이따가 저녁 8시에 봐~ -ㅁloHㄸl~ㅋ]




뭔 소리냐고? 사실, 문자 내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문자가 도착했다는 것 자체가 바로 미애 년과 제니의 준비 완료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까. 오늘만큼은 핸드폰 문자와 전화에도 의심스러운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거든. 흐흐…….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나는 구 세면장으로 들어서는 명길이 새끼와 그 똘마니들을 발견했다. 어차피 조금만 더 있으면 오후 부 활동을 위해 돌아가야 한다. 마침 잘됐다 생각한 나는 잠복을 풀고 슬그머니 구 세면장 외벽에 접근하여 안에서 들려오는 명길이 일당의 대화를 엿들어보았다.




“<…그래서 오늘 음악부 애들은 부활 시간에 전부 서울 간대잖아.>”




“<씨발, 누구는 학교에서 뺑이 치는데, 누구는 노래대회 구경이나 가고… 니미…….>”




웬 녀석의 목소리에 이어 명길이 새끼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녀석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아리 년이 부원으로 들어온 게 횡재였지, 뭐. 그러다 아리 년이 우승까지 해봐. 완전 난리날걸?>”




그러고 보니, 아리 년이 참가하는 전국 청소년 가요제 본선이 오늘이었군. 최근의 일만 아니면 한 번 가보고도 싶었는데…….




“<진짜 확 강제로라도 따먹어버릴까? 그럼 지까짓 게 뭘 어쩌겠어~?>”




“<크크……. 그럼 나도 좀 먹게 해줘. 사진 같은 거 찍어놓으면 꼼짝 못할 거야.>”




“<존나 꼴린다~! 아리 년의 그 뽀얀 허벅지에다 좆을 막 비벼서 쫙쫙 갈기고… 낄낄~!>”




명길이 새끼의 씨부렁거림 들은 나머지 녀석들이 낄낄거리며 호응했다. 헐……. 감히 나의 방식을 모방하려 하다니……. 니놈들이 과연 나처럼 체계적이고 치밀하며 구체적인 협박, 조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니들같이 생각 없이 행동하는 새끼들은 95%의 확률로 경찰에 체포될 뿐이야.




‘…조명길, 니놈만큼은 오늘 안으로 100%지만. 크크크…….’




나는 속으로 냉소적인 지껄임을 내뱉으며 강당을 향해 돌아섰다. 내가 아리 년의 처녀를 넘겨줄 쏘냐? 크큭…….




강당에 죽치고 앉아 오후 부 활동 시간을 보내던 나는 오후 3시가 지나고서야 슬슬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떻게 강당을 빠져나갈 구실이 없을까 하며 십여 분간 상황을 살피던 나는 회장 놈과 몇몇 임원 애새끼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부회장과 전화해봤는데, 몇몇 시나리오는 벌써 완성됐대. 일단 완성된 것부터 가져와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직 완성 안 된 시나리오들도 있다잖아. 굳이 지금 완성된 것들만 가져올 필요 있어? 나중에 전부 완성되면 한꺼번에 가져오는 게 좋지 않아?”




“그래. 그렇게 따로 나눠서 검토하면 먼저 완성된 시나리오하고 나중에 완성된 시나리오하고 평가하는 데에도 애매한 점이…”




“아니아니, 작년에 선배들 하던 거 기억 안 나? 완전 밤새도록 검토했잖아. 일단 완성된 시나리오부터 하나하나 검토하는 게…”




나는 그 고리타분한 논쟁 속에 슬쩍 끼어들어 지껄였다.




“내가 도서실 가서 얼마나 완성됐나 확인해보고 올게~! 나도 마침 부회장한테 얼른 전해야 할 말이 있거든. 완성된 것만이라도 들고 오는 쪽으로 결정 나면 내가 들고 올 테니까~.”




“됐거든? 시나리오 파트 애들한테 직접 들고 오게 하면 되거든?”




못생긴 여자 임원 하나가 나를 뭣같이 보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대뜸 지껄였다. 이런 망할 년이……!




“아니, 시나리오 파트 애들이 매번 시나리오 쓰느라 얼마나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육체노동까지 시키겠다는 거야?! 이런……!”




내가 오버를 떨며 입에 거품을 물고 소리쳐대고 있을 때, 그때까지 한 마디 말도 없이 강당 무대에 걸터앉아 자신의 세팅퍼머 머리만 손가락으로 꼬고 있던 국어선생 년이 요염하게 다리를 바꿔 꼬며 내뱉었다.




“강우석. 씨끄럽게 싸대지 말고, 걍 갔다 와.”




“…옙!”




넙죽 대답한 나는 회장 놈과 임원 애새끼들에게 씨익 썩소를 날리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강당을 나섰다.


도서실은 학교 본관과 별관, 체육관, 강당 등과 멀찍이 떨어져 있다. 학교의 앞부분에 자리하고 있는지라, 본관 뒤편이나 별관 뒤편처럼 음침하고 위험한 구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강당과의 거리가 멀다는 게 지금 당장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헉…헉…….”




도서실 안에 들어서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온갖 시선들이 나에게로 집중된다. 그 속에 끼어있던 반장 년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로 사뿐사뿐 달려왔다.




“도서실이야! 숨소리도 좀 작게……!”




반장 년은 손가락 하나를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해보이며 조그맣게 말한다. 헐……! 숨소리가 커봤자 얼마나 크다고! 냉정하기는…….


나는 자리로 되돌아가는 반장 년을 뒤따르며 조용히 물었다.




“반장. 지금 시나리오는 얼마나 완성됐는데?”




마치 정말로 공적인 일 때문에 강당을 나왔다는 듯한 가증스러움이다. 낄낄……. 자리에 앉은 반장 년은 무테안경을 살짝 들썩이며 무미건조하게 내뱉었다.




“지금까지 10여 편 정도 완성됐어. 한 절반정도일까……?”




나는 반장 년의 옆자리에 앉아 두툼히 모아져있는 시나리오 초안들을 바라보았다.




“나머지 애들도 이번 주나 다음 주 안에 다 완성할 것 같아.”




반장 년의 조용조용한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나는 시나리오 초안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시나리오 하나를 발견했다.




[제벨리키우스 가의 비극 -홍경아]




…반장 년 시나리오잖아? 나는 슬쩍 반장 년의 눈치를 살피며 시나리오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함부로 보면 안돼.”




반장 년은 아직도 종이에 뭔가를 끄적이며 입으로만 나에게 주의를 준다. 물론, 그런 반장 년의 말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번화한 항구도시 드라코스타. 드라코스타 시의 아름다운 정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제벨리키우스 가의 호화로운 저택. 명문 제벨리키우스 가의 둘째 딸 카르멘 제벨리키우스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제벨리키우스 가와 드라코스타 시는 큰 충격에 휩싸인다. 사인과 내막을 조사하기 위해 황궁에서 파견된 여성 사법관. 제벨리키우스 가에 감추어진 비밀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판타지 배경의 심리 추리극인가?




“…뭐,뭐 하는 거야!!”




순간, 반장 년의 짜랑짜랑한 외침이 도서실 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놀라 반장 년의 시나리오를 움켜쥔 채로 뒤집어져버렸다.




“우악!”




‘쿵-!’




반장 년은 뒤로 나자빠진 내 모습과 웅성거리는 도서실 연놈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새빨개진 얼굴로 어찌 할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반장 년, 침착함만 잃으면 늘 뒷수습이 안 되는군.




“괘,괜찮아?”




주위의 수군거림을 겨우 무마시킨 반장 년은 빨간 얼굴로 나를 일으키며 조용히 묻는다. 그럴 거면 소리부터 좀 지르지 마…….




“그,그러니까 왜 완성도 안 된 걸 보고 그래~!”




반장 년은 조용히 소리치며 내 손에서 얼른 자기 시나리오를 빼앗아버렸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에……. 완성해서 거기다 둔 거 아니었어?”




“아,아니야! 아직… 아직 수정 중이라고!”




반장 년은 더욱 얼굴을 붉히며 무테안경 속으로 성난 눈빛을 지어보였다.




“아니, 잘 썼길래 계속 읽고 있었던 거야~. 진짜~! 어디 시나리오 경연대회에라도 내보면…”




“됐거든?”




나의 호의적인 주절거림에도 반장 년은 차갑게 대꾸하며 눈을 흘길 뿐이었다. …음……. 역시 반장 년에게는 저 표정이 잘 어울린다니까. 흐흐……. 저 경멸 어린 차가운 눈빛도 오늘 일의 결과에 따라 다시는 못 보게 될 수도 있는 거로군. …그렇게는 안 되지!




“……?!”




뜬금없이 팔을 뻗어 다가서는 내 모습에 놀란 반장 년은 두 눈을 번쩍 떴다.




“…뭐,뭐 하는…”




얼른 나를 피해 소리치려던 반장 년이었으나, 결국 그 목소리는 내 가슴팍에 묻혀 스러져버렸다. 조용히 반장 년의 머리를 감싸 안은 나는 가슴팍에 와 닿는 반장 년의 따듯한 숨결을 느꼈다.




“…너,너… 이거 안 놔?”




“잠깐만 이렇게 있자~.”




나는 밑에서 들려오는 반장 년의 목소리에 느긋이 대답했다. 반장 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온다.




“너, 내가 도서실이라고 다시 소리 못 지를 거라 생각하는 거야?”




“그럴 리가~. 그냥… 뭐랄까……. 음……. 인사를… 해두고 싶어서.”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반장 년의 갈색 댕기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반장 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말없이 내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찍어 올렸을 뿐.




“…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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