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소설] 막장의 찌질 고교생 - 1부 64장
본문
안녕하세요~ 몸짱쌔끈녀입니다~!
젠장!! 어제야말로 3연참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는데!! 자버렸습니당!!
이제 슬슬 1부도 마무리되가는군영~ 작품 속의 7월 초가 1부의 끝이니까 말이죵~ㅎㅎㅎ
여러분들의 리플과 추천과 쪽지가 2연참, 3연참의 신기록을 수립하게 합니당~! 팍팍~!!
[지난 줄거리]
한미진과 정지은까지 교내봉사에 합류. 강우석은 학교에 헌신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그 사이 강우석의 아버지는 제주도로 돌아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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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첫날인 토요일. 아버지께서는 이미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고 계셨다.
“멀리 못 나가서 죄송해요.”
쭈뼛쭈뼛 내뱉는 내 모습에, 아버지께서는 헛웃음을 날리며 말씀하셨다.
“네가 이 시간에 일어난 게 용할 뿐이다. 죄송하면 다시는 그런 일에 끼어들지나 마라.”
그대로 내 어깨를 두드려주시는 아버지. 나는 아버지를 태운 채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한동안 아버지를 뵐 수 없겠지…….
…자유로군. 크크크큭…….
간만에 일찍 학교에 와본 나였지만, 부 활동밖에 없는 날이라 교실은 담임도 애새끼들도 없이 마냥 비어있었다. 나는 홀로 미진이 년을 기다리며 교복바지 위로 자지를 주물럭거렸다. 생각 같아서는 이 빈 교실 안에서 아예 미진이 년을 박아버리고 싶지만…….
어느덧 교실 뒷문이 열리며 미진이 년의 섹시한 옆모습이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뒷문 옆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던 나는 그대로 미진이 년에게 덮치듯 뽀뽀해들었다.
‘쪼옥-!’
“앗!”
갑작스런 상황에 살짝 놀란 얼굴로 자기 방어를 해 보이는 미진이였지만, 그녀도 나를 알아보고는 이내 호응하듯 키스해왔다. 바짝 붙어 음란하게 부벼지는 나와 미진이 년의 사타구니. 미진이 년도 교실이라는 곳에서 벌이는 이 같은 행위에 흥분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도 미진이 년도 당장 교실 안에서 섹스를 벌일 만큼 무모한 인간들은 아니었다.
나는 미진이 년과 단 둘이 빈 교실 안에 앉아 집합시간이 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 아버님도 오늘 가셨구나…….”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미진이. 그것은… 이제 내 자취방에서 니년들이랑 실컷 떡을 쳐도 된다는 이야기지. 낄낄낄……. 나는 미진이 년의 탱탱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히죽거렸다.
나는 내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미진이 년의 자태를 흘끗 살피며 노예 목걸이가 매어진 그녀의 섹시한 목덜미를 손등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나를 살짝 돌아본 미진이 년도 입가에 야시시한 미소를 띠워보이고는 검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자신의 긴 손톱을 내 교복셔츠 젖꼭지 부근에 지그시 찔러보였다. 내 자지가 벌떡 솟구칠 정도의 짜릿함이 내 가슴팍을 맴돌았다.
“여어~! 강찌질이~! 너와 이 곳에서 이렇게 마주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려나~?”
구령대 앞에서 마주친 동성이 놈은 한껏 여유를 부리며 떠들어댔다. 동성이 놈을 비롯한 몇몇 놈의 5일간의 정학이 오늘로서 끝나기 때문이었다. …좋겠다, 씨발…….
“축하해, 똥성이~. 난 다음주 화요일이나 돼야 끝나는데~.”
미진이 년은 팔짱을 끼고서 특유의 도도한 눈매로 동성이 놈을 게슴츠레 바라보며 내뱉었다. 동성이 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꿀꺽 침을 삼키며 버벅버벅 대답했다.
“응~. 그,그래~. 미진쓰…도 마지막까지 힘내~!”
…동성이 놈, 더 이상 미진이 년이 친구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미진이 년처럼 쌔끈한 미녀 날라리 여고딩을 좆물받이가 아닌 친구로 보는 것 자체가 병신 짓이기는 하지. 낄낄…….
동성이 놈은 정학 패거리들이 각자의 담당구역으로 흩어질 적에 나에게로 슬쩍 들러붙어 속삭였다.
“야야~, 강우석~! 대체 미진이…년…하고 희정이 년, 언제 먹게 해줄 거야~? 희정이 년은 그냥 내가 알아서 따먹어?”
나는 그런 동성이 놈에게로 입술을 불퉁이며 지껄였다.
“너, 오늘 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생각이 없다.”
동성이 놈은 짐짓 놀란 제스처를 취해보이며 나에게 손을 비비고 연신 굽실거렸다. 나는 한껏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다음주 중에 희정이 년한테 첫 봉사를 시키자구. 학교는 아직 위험하니까, 내 자취방에서 하는 게 어때?”
그런 내 말에 얼굴 가득 화색이 돈 동성이 놈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나불거렸다.
“무,물론~! 장소야 뭔 상관이겠어? 다음주부터 먹게 해준다 이거지?!”
“야!! 거기 두 새끼들, 빨리 일 안해?!”
순간, 체육선생의 험악한 목소리가 나와 동성이 놈의 뒤로 날아들었다. 씨껍한 나와 동성이 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체육선생에게 얼른 고개를 끄덕이고서 각자의 담당구역으로 도망쳐갔다.
오늘은 날이 흐린 덕분에 교내봉사를 하기가 좀 더 수월했다. 일단 덥지만 않으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니까. 게다가 오늘은 오전만으로 이 개 같은 짓거리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나는 간간이 마주친 미진이 년의 야시시한 미소에 뽀뽀로 화답해주고, 간간이 마주친 동성이 놈의 썩소에 뻨유로 화답해주었다.
오전만으로 교내봉사를 끝마친 나와 동성이 놈과 미진이 년은 야외 쉼터에 모여앉아 한가로이 캔 음료를 홀짝거렸다. 바로 집으로 가도 상관은 없었지만, 마침 희정이 년도 부 활동을 그만 끝내고 나오겠다기에 그녀를 기다릴 겸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미용부는 토요일 오후 부 활동에 강제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그게 정상이기는 하지만…….
“기분이 이상한데~. 평**면 무용부 애들이랑 무용실에서 같이 점심 먹고 있을 시간인데…….”
손에 든 캔 음료를 들이킨 미진이 년이 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하기야, 부 활동에 얽매여있을 다른 애새끼들 보란 듯이 이렇게 여유를 부려주는 것도 좋기는 하지. 흐흐…….
“미진쓰, 평소에는 무용실에서 어떻게 점심을 해결하는 거야? 도시락?”
나의 지극히 평범한 질문에 미진이 년은 살짝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보통은 전부 돈 모아서 단체주문하고는 해~. 주로 가벼운 걸로. 우리는 몸매 유지가 필수적이거든~!”
음……. 너는 온갖 걸 먹어대도 별로 살은 안 찌는 듯이 보인다만……. 이런 훌륭한 여깔을 나에게 내려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또 한 번 감사해야겠군. 낄낄…….
“그리고… 가끔은 담당선생님이 쏘시거든~. 그래서 점심시간에 밖에 나갈 이유 자체가 없는 거지.”
나는 그런 미진이 년의 말에 졸라 부러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국어선생 년은 대체 뭐하는 거야!! 아니, 무용선생이 돈이 많은 건가? 외부강사까지 나가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동성이 놈은 그 와중에도 아무런 말없이 캔 음료를 홀짝거리며 미진이 년의 몸뚱이를 위아래로 관람하고 있었다. 이런 무서운 놈…….
“끼어도 돼?”
문득 어디선가 다가온 지은이 년이 양 손을 허리에 짚고 서서 평소의 껄렁한 말투를 건네 왔다. 이년도 동성이 놈처럼 정학에 토요일 부 활동이라는 2연타로 자기 패거리들과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럼 얌전히 집에나 기어갈 것이지. 흥.
“물론~.”
미진이 년이 몸소 엉덩이를 움직여 자리까지 내어주며 말한다. 2인자에 대한 예우인가? 그래봤자 그것도 이번 학기가 마지막이겠지만. 후후훗.
아니나 다를까, 지은이 년은 우리들 틈에 끼어 또다시 신세한탄을 하기 시작했다. 좆물받이로 만들 소재거리나 건질까 기대한 내가 병신이었다. 이 천금 같은 토요일 점심에 저 망할 년의 신세한탄이나 듣고 있어야 하다니……! 더욱 열 받는 것은, 미진이 년이 그런 지은이 년의 말을 꽤나 진지하게 듣고 있다는 거였다. 희정이 년이고 뭐고 확 일어나버릴까 생각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검푸른 숏컷 머리의 은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오늘은 무슨 여자 일진의 날이냐?!’
여자 2짱에 이은 여자 3짱의 등장에 나는 멍한 얼굴로 생각했다.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던 은주는 날라리들로 꽉 채워져 있는 야외 쉼터를 발견하고서야 조심스레 다가왔다.
“저…….”
살짝 주먹이 쥐어진 한 손을 자신의 입에 대며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은주. 저번에 일진 연놈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포스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로이군. 대체 어느 쪽이 원래의 모습인 걸까?
“미안한데……, 혹시… 아리… 봤어……?”
그런 은주의 조용한 물음에 가장 하악대던 동성이 놈이 제일 먼저 답했다.
“모,못 봤는데?!”
…이 새끼, 아주 오버똥지랄을 하는군. 뒤이어 내가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점심시간이니… 매점 같은 데 있는 거 아냐……?”
젠장. 은주랑 대화하고 있으면 나까지도 말투가 느릿해지는 것 같다. 은주는 옅은 스모키 화장의 얼굴 위로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며 답했다.
“매점에도… 이미 가봤어……. 아리한테… 연락이… 안 돼……. 지난번에… 우…우석…이가… 도와줬을 때에도… 큰일…날 뻔… 했었는데……. 어디…있는 건지…….”
지난번이라는 것은 명길이 새끼가 아리 년을 윽박지르던 사건을 말하는 것이군. 그런 일들 때문에 은주는 아리 년을 특별히 보호해주려는 모양이었다.
“저… 미안한데… 너희들……, 나 좀… 도와주면… 안돼……?”
은주는 발그레한 얼굴로 어렵사리 내뱉었다. 도와달란 말을 대체 왜 그렇게 어렵게 하는 거야?! …뭐, 어떻게 보면, 은주 치고는 꽤나 과감한 부탁을 한 셈이기는 하군. 은주-아리 공략라인에 도전하고 있는 동성이 놈은 물론, 지은이 년의 신세한탄에 짜증이 나던 나도 옳다구나 하고 나섰다.
“무,물론!!”
“알았어. 그럼… 둘이 먼저 가. 아리만 찾으면 되는 거지……?”
그런 내 말에 은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주와 함께 먼저 출발하게 된 동성이 놈은 나를 흘끗 돌아보며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었다. 미친놈. 내가 너를 위해서 너랑 은주를 단 둘이 보내는 줄 아냐? 나는 너처럼 일단 움직이고 보는 타입이 아니라, 한 번 생각해보고 움직이는 타입이란 말이다.
“뭐야~. 한참 얘기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들어~.”
지은이 년이 저만큼 떠나간 은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얀 얼굴로 더욱 붉어 보이는 입술을 삐죽여댔다. 지은이 년을 돌아본 미진이 년이 살짝 비꼬는 투로 장난스럽게 물었다.
“너, 요새 은주한테 불만이 많나봐~?”
“불만은 무슨~. 애 답답한 것도 그렇지만, 솔직히 이번에 은주 빠진 것도 쫌 얼빵 없잖아. 3짱이 괜히 3짱이야? 다 같이 가야지, 혼자만 빠져나가는 건 뭔데?”
지은이 년은 여전히 입술을 삐죽이며 지껄여댔다. 어이구……. 은주는 애들 괴롭힌 적이 없으니 이름이 안 적힌 거란다, 이년아. 지은이 년, 리더십뿐만이 아니라 속마음까지도 미진이 년에게 미치지 못하는 군. 쯧쯧…….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어? 너도 진짜 그 아리인가 하는 년 찾아볼 생각이야?”
“그럴 필요 없어~! 내가 보기에, 지금 은주, 쟤 혼자 오바질 하는 거야~. 남아리, 아마 오후 부활 째려고 도망친 걸걸?”
미진이 년과 지은이 년이 나를 만류하듯 번갈아 떠들어댔다. 미진이 년이야 서방이 하는 일이니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겠지만, 지은이 년은 아무래도 신세한탄 할 상대가 줄어드는 것이 싫은 모양이었다. 지은이 년 때문에라도 얼른 아리 년을 찾으러 나서야겠다.
“희정이 오면 전화해. 그때까지 대충 둘러보고 올라니까.”
나는 미진이 년에게 일방적으로 내뱉고서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미진이 년은 왠지 모를 의심에 따라나서고 싶어 하는 듯도 했지만, 지은이 년이 그런 미진이 년을 필사적으로 붙들고 늘어졌다.
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구 세면장이었다. 지금 같은 학교 분위기 속에서 학교 뒤편이나 별관 뒤편에서 일을 저지를 놈은 진짜 용자왕밖에 없다. 그건 내가 장담한다.
‘그나마 위험스러운 곳은 여기 구 세면장밖에… 없군.’
구 세면장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학교 안에서 더 이상의 위험스러운 장소는 없는 셈이다.
‘역시 아리 년은 멀쩡히 점심시간을 즐기고 있거나 오후 부활을 짼 것이 분명해. 은주 혼자 지레 걱정한 거라구~.’
나는 일단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한 편으로는 아리 년에게 연락이 안 된다는 것도 좀 걱정스러웠다. 찝찝함에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들어올리던 나는 저 멀리로 보이는 학교 뒷문을 응시했다. 그 순간, 내 머리에는 승룡권이라도 처맞은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산길!!’
그래. 지금으로서 가장 위험한 곳은 학교 안의 그 어느 곳도 아닌, 학교 뒷문 밖의 산길이었다. 그건 불과 3일 전에 그 곳에서 미진이 년에게 마구잡이 사까시를 시켰던 내가 가장 잘 아는 바였다.
‘음……! 이 초절정간지두뇌 강우석 님이 이런 실수를……! 설마 아리 년도 저기에……?!’
여태껏 여유를 부리던 나는 단박에 급해진 마음으로 학교 뒷문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결과적으로, 내 예상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나는 구 세면장에서도 보이는, 학교 뒷문 너머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 한 여자애가 멀쩡히 앉아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남아리……?”
금세 언덕을 올라간 내가 조용히 말을 걸어보았지만, 두 다리를 모아 굽힌 채 언덕 위에 차분히 앉아있는 아리 년은 대답이 없었다.
잡초가 푸르게 깔린 언덕. 흐린 날씨 속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그 속에서 아리 년은 양 갈래로 묶어 내린 웨이브 진 머리를 하늘하늘 흩날리고 있었다. 짧게 줄여진 교복치마 밑으로 늘씬하게 드러난 새하얀 다리가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펄이라도 뿌린 줄 알았지만, 다리 자체의 윤기였다. …이년은 진짜 천사다.
“…용케도 찾아오셨네요.”
아리 년의 영롱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다른 년이었으면 어디서 감히 선배를 놀리냐고 화를 낼만한 말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리 년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내 귀에 나긋나긋 맴돌 뿐이었다. 나는 아리 년의 그 공주님스러운 도도함이 좋았다.
“이 곳에 올라와보신 적 있으세요?”
적당히 도톰한 아리 년의 선홍색 입술이 요염하게 움직였다. 나는 아리 년의 곁에 앉아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 저~쪽 길에서 패싸움한 적은 있지.”
내 손가락은 저 멀리 작게 보이는 폐목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개도 돌리지 않고 눈동자만 옆으로 돌려 슬쩍 폐목장 쪽을 바라본 아리 년은 도도하게 내뱉었다.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그래. 나도 알지만, 그건 내 파란만장한 앞날을 위한 거사였다구. 낄낄…….
“1학년들 사이에서 도는 오빠에 대한 소문은 별로 좋지 않아요. 물론, 저는 오빠의 속사정을 알고 있지만요.”
아리 년의 말을 들으며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사실… 내 평판은 굳이 1학년이 아니어도 전 학년을 통틀어 안 좋은 편인데 말이지. 낄낄…….
“…고맙다는 말을 못 했어요. 지난번에… 그 오빠한테서 구해줘서 고마웠어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흘러나온 아리 년의 감미로운 목소리. ‘그 오빠’라는 것은 명길이 새끼를 의미하겠지. 나는 속으로는 좋아 죽을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느긋하게 답했다.
“고맙기는 뭘……. 어떤 면에서는 내가 자초한 일인데.”
“그 오빠……, 이번에 패싸움 때문에 경찰에 체포됐다죠?”
아리 년은 여전히 언덕 아래로 펼쳐져 있는 학교와 철길과 도로 등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구속됐어. 아마 실형 살지 않을까 몰라.”
조용히 대답하며 아리 년과 함께 언덕 아래의 경관을 지그시 바라보던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얘기 들었어. 청소년 가요제에서 금상 탔다며? 나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오빠는 그날 패싸움 중이셨죠.”
아리 년의 그 냉정한 말에 나는 머쓱해졌다. 아리 년은 가늘게 흩날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물었다.
“은주 언니, 저 많이 찾던가요?”
…역시 알고 있었어. 이런 앙큼한 것. 하지만 그런 아리 년에게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은주랑…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니요. 핸드폰을 꺼놓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은주 언니 때문은 아니에요. 전… 지금의 이 조용하고 한가롭고 아늑한 나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아리 년은 유난히 짙은 눈동자를 하늘거리며 답했다. 아리 년, 꽤나 일에 치어 사는 모양이군. 하지만……, 내가 물은 건 그런 게 아닌데…….
“아니… 저… 지난번에… 뭐랄까… 은주랑 너랑… 별관 뒤에서…”
나의 주저하는 목소리에 비로소 아리 년이 살며시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왔다. 한국적이면서도 뭔가 이국적인 미모의 뽀얀 얼굴이 나를 진한 눈동자로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짙은 속눈썹, 적당히 줄여진 하계 교복블라우스 위로 솟아오른 젖가슴. 나는 숨이 턱 막혀왔다.
“…진실을… 원하세요?”
아리 년의 그 뜻하지 않은 말에 나는 흠칫했다. 역시 비밀이 있는 건가?! 아리 년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한참 바라보던 끝에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키스했어요. 은주 언니가… 저한테……. 절 좋아한대요. 학교 돌아온 뒤로 부 활동 때마다 늘 지켜보고 있었다고.”
…뭐?!?!! 은주가……!! 은주는 레즈였던 건가……!! 아,아니야!! 그건……! 아,아니지. 내가 흥분할 이유는 없지! …아니잖아!! 이런!! 아,아니야……!! 미애 년처럼 양성애자일 수도 있어!!
“…은주 언니의 진심은 저도 잘 몰라요. 저를 ‘사랑’한다는 의미인지……, 저를 그렇게까지 ‘좋아’한다는 의미인지……. 저는 후자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게 마음 편하니까.”
혼란에 휩싸여있던 나는 그 같은 아리 년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마음을 진정하게 되었다. 그래. 제 3자인 내가 왜 오버를 하냐. …흙흙…….
“저는 오빠가 은주 언니와 친해 보여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만약……, 이 사실이 소문으로 돌거나 하면……, 그때는 저도 은주 언니도 오빠를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
아리 년이 제법 날카롭게 경고한다. 뭐……, 은주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무섭다고. …근데, 내가 은주랑 친해 보여? 내가? 아리 년은 지난번에 내가 은주와 함께 자기를 구해준 일로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뭐, 상관이야 없겠지만.
“…학교 뒷문이 곧 폐쇄된대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와본 거예요. …다 오빠 덕분이죠, 뭐.”
아리 년은 말끄트머리에 살짝 비아냥거림을 섞어 내뱉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아리 년의 고운 손에 의해 탁탁 털어지는 그녀의 초미니 교복치마 밑으로 곧게 뻗은 다리가 하얗게 빛나고 있다. 미진이 년의 구릿빛 다리도 모델 다리로 칭송받을 만큼 미끈하고 섹시하지만, 아리 년의 다리도 볼 때마다 정말 아찔하다.
‘과연 여왕님과 공주님이야. 크크크…….’
나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으며 아리 년을 따라 일어섰다.
아리 년은 나와 함께 학교로 돌아가는 중에 은주에게 전화를 걸어 은주를 안심시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착한 년이군. …미진이 년은 아직까지도 나한테 전화 한 통이 없건만……. 설마, 아직도 지은이 년과 수다를 떨고 있는 건가?!
아리 년과 헤어져 야외 쉼터로 향하던 나는 내 교내봉사 담당구역에 우뚝 멈춰 서서 여기저기 나뒹구는 쓰레기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개년들……!”
나는 이를 으득 갈며 조용히 내뱉었다. 젠장……. 6일만 참자.
“아직도 매사에 불만스럽네~. 푸훗.”
강당으로 막 돌아가는 참이었는지, 나에게로 다가온 반장 년이 무테안경 속의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나에게 있어 반장 년의 미소는 매우 희귀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가며 반장 년을 맞이했다.
“우리 경아띠,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봐~?”
그러나 그런 내 말과 동시에 반장 년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다. 뭐,뭥미?! 반장 년의 시선이 향하는 내 뒤편에는 도도하게 팔짱을 낀 채로 검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진 긴 손톱을 번뜩이고 있는 미진이 년과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희정이 년이 서있었다.
“…내 시나리오가 올해 축제 공연작으로 선정됐어. 고맙다고.”
반장 년은 입으로만 나에게 무미건조하게 내뱉으며, 눈으로는 미진이 년을 노려보고 있었다. 미진이 년과 반장 년의 불꽃 튀는 시선 사이에 끼인 나는 그저 뻘쭘한 표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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