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물

composer - 1부 1장

본문

시작 그리고 [당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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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픽션과 논픽션이 결합된 이야기입니다.***


***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사실에 기반하나 세부적인 내용은 가상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


***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과 지명의 이름은 모두 가명처리 되어있습니다. ***


*** 이번 이야기부터 시점은 민석이로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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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3월도 중반에 이르면서 나는 하나둘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했다.






무서운 외모와 큰 떡대, 그리고 강력함을 지녔지만 핑클 팬클럽 1기였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남호,


동네 여자들은 다 따먹고 다닌다는 소문이 무성한 보지킬러 양훈이,


그리고 짝이면서 항상 학교에서 잠만자는 힙합매니아 석현이...




이들과 함께 나는 오늘도 무료한 하루를 시작했다.








"민석아, 너 우리학교에 밴드부 있는거 알고 있냐?"


"어??.. 저번에 CA조사할때 밴드부 없었잖아, 나 그래서 종이접기부 들었는데....-,.-; "


"병신아 종이접기부가 뭐냐, 아무튼 그게 아직 정식동아리는 아닌데 작년에 만들어졌고 올해심사해서


내년에 정식동아리화 될 수 있다는데, 잘은 모르겠다."


"아 씨발 그러면 어짜피 하나 밴드부 들어도 CA 시간에 할거 하나 더 들어야 되잖아...


귀찮어, 그냥 열심히 종이접기해서 종이접기 국가대표 할꺼다!!"








스르륵~~탁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던 중 갑자기 교실 앞문이 열리면서 선배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안녕 신입생들아, 우리는 영춘고등학교 밴드부 선배들이고 나는 밴드부 리더인 명선이라고 한다. 


잠깐만 조용히하고 내 말좀 들어줘라."




약간은 긴장한 선배의 모습에서 나는 중학교때부터 들었던 무서운 고등학교 선배이야기를 생각하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주목했다.




"너희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우리는 3년전에 만들어졌고 작년에 정식으로 교장선생님께 건의해서 올해 준동아리로


승격된 밴드부고 이름은 [당랑권]이라고 한다. 아직 정식 동아리는 아닌데, 내년에는 별일없으면 정 동아리가 될꺼고 이미 부원을 모집할려고 지금 1학년 신입생들에게 홍보를 하는 중이다."








왠지 딱딱한 어투로 국어책 읽듯이 이야기 하는 선배의 어리숙한 모습을 보자 나는 장난끼가 발동했다.








"선배님, 질문있는데요, 밴드부에 여자 있나요?"


".....여자는 아직 없는데 올해 몇몇 애들이 키보드 오디션 본다고 입부원서는 써놨다."


"그럼 여자부원 들어오면 따먹어도 되나요??"


".....어.......엄.....험.험"








순간 당황한 명선이형은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고 뒤에있던 기석이라는 형이 이야기를 잇는다.








"음... 그거야 니가 하기 나름이고 난 밴드 드럼인 기석인데 넌 이름이 뭐냐?"


"정 민석이라고 합니다."


"뭐 따로 다룰줄 있는 악기는 있니?"


"이것 저것 멜로디 악기는 다 다룰줄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교탁앞에 입부원서 놓고 갈테니까 이거 가져가서 쓰고 모레 방과후에 오디션 있으니까,


니가 자신있는 악기하고 입부원서 가지고 5시까지 음악실로 와라. 건반하고, 드럼은 음악실에 있으니까 


스틱만 가지고 와도 되고."


"근데 이거들어가도 CA시간에 딴것도 해야되는거 아니예요?"


"일단 들어오면 지금 교장선생님 하고 쇼부중이니까 아마 안해도 되는쪽으로 될꺼야"


"예"


"그리고 후배님아.... 선배한테 그따위로 장난걸면 확 조져버릴랑께 넌 모레 안오면 뒤질줄 아세요 ^^* "


"....네"






갑자기 얼굴을 바꾸며 이야기하는 기석이형 때문에 순식간에 반 분위기는 얼어붙어고 입학한 이후 2번째로 


나는 반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 받았다.


그렇게 선배들이 교실을 나가고 난 뒤, 남호와 양훈이는 나에게 달려왔다.






"야 씨발....너 졸라 깡 좋더라...너 저 형이 누군지 알어?"


"누구?? 아까 밴드 리더형??"


"아니 말고 그 뒤에 이야기한 형 있잖아."


"모르지, 내가 누군줄 알어, 오늘 처음 봤는데."


"저 형, 2학년인데 1학년때 유도부에 있다가 다쳐서 그만두고 지금은 그냥 조용히 있는데, 존나 쎈형이야."


"뭐가 존나쎄? 그냥 평범한거 같아 보이는데?"


"저형 근처에 공고애들이랑도 4:1로 싸워서 이겼다는데? 벗으면 몸에 칼자국 있다는 소문도 있어."


"아니 어케 사람이 4:1을 이겨, 그거 다 뻥이야."






나는 순간 움찔하며 애써 태연한척 대답을 했다. 






"진짜야, 저형 내 중학교 선배인데 내가 중학교 입학했을때 학교 짱이였어. 저형 2학년이었는데도 3학년 형들이


건들이지 못했다니까."




"넌 인제 죽었다, 그렇니까 비빌곳을 보고 누우랬다고 존나 깝치더니 좆됐네.ㅋㅋ"






순간 다시 무서운 고등학교 선배들의 이야기가 떠오른 나는 애써 당당한척 교탁에서 입부원서를 집어들고왔다






"뭐 원래 나야 밴드부 할려고 했고, 그리고 내 재능을 종이접기부에서 썩히긴 좀 아깝긴 하지..."


"ㅋㅋ 병신 x2"




그 시간 이후로 내 머리속에는 밴드부와 기석이 형의 마지막 말만 남아있었다.






[안오면 뒤질줄 아세요 ^^*]


[안오면 뒤질줄 아세요 ^^*]


[안오면 뒤질줄 아세요 ^^*]






"아....시발.....어떻게 하지....걍 미친척하고 쌩깔까?"






그러나 이미 나는 입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자 어디보자, 이름은 정민석이고, 학년/반은 1학년 2반, 성별은 자지...


다룰수 있는 악기는 일렉하고, 어쿠스틱, 건반하고.....플룻도 적어야하나...뭐 일단은 적어보고,


원하는 파트는....흠....그래 밴드는 퍼스트 기타하고 보컬이지..."




이미 하교하기 전에 입부원서를 다 작성한 나는 집에 오자마자 모레 연주할 곡을 정하기 시작했다.




"흠.... 일단 보컬을 하면서 기타를 칠수 있는 곡이 뭐가 있냐.....일다 난 영어를 못하니까 외국곡은 빼고,


일렉으로 쳐야되나, 어쿠스틱으로 쳐야되나....아...뭘로하지? 차라리 보컬의 꿈을 접고 고독한 기타리스트로


나가볼까?"






막상 오디션을 본다고 하니 나는 뭘 해야할 지 몰랐다. 차라리 한가지 악기만 잘 다룬다면 그것으로 오디션을


치루면 되는데 이건 뭐 여러 악기를 어설프게 다 다룰수 있기 때문에 오디션에서 연주할 악기 정하기고 


쉬운일이 아니었다. 나는 일단 아빠와 상의하기 위해 아빠의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조용히 기타를 잡기 시작했다.




[징~~~지지징이----잉]






"아들들 엄마 아빠 왔다."






IMF이후 아빠는 원래 있던 직원대신 엄마와 함께 조그마한 중고차 회사를 운영했다. 회사라고 해봤자 총직원 3명으로 아빠, 엄마, 그리고 작은아빠가 운영하는 곳으로 얼마 안되는 매출로 근근히 먹고사는 수준의 조그마한 


가계라고 할 수 있다.






"오셨어요!! X2"




엄마 아빠의 퇴근이후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지고 저녁식사까지 마친뒤 나는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옛날에 아빠 밴드할때 무슨노래 했어요?"


"뭐 아빠가 전문적으로 하는 밴드도 아니었고 그냥 동네 카피밴드 수준이지, 그당시 다들 하는 


비틀즈나 주다스 프리스트 그런분들 곡 연습하면서 되도 않는 영어로 노래불렀었지,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니?"


"아! 나도 몰랐는데 우리학교에 밴드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해볼까 하는데 모레 오디션 본다고 해서 


아빠한테 물어볼라구!"


"그래? 그럼 스쿨밴드가 어떤 장르를 주로 연주하는데?"


"아!!!!! 그걸 안물어봤다...."


"그래?....스쿨밴드면 뭐 어짜피 카피밴드정도 수준이겠고, 카피밴드라면 우리때처럼 잡식성 밴드겠네, 


헤비메탈부터 하드롹, 브릿팝, 뭐 롹 발라드까지 아무거나 해도 되니까 대충 니가 알아서 자신있는곡으로 해봐라."


"근데 내가 원래 영어로 된걸 싫어하잖아요, 뭐 한국 노래중에 할만한거 없어요?"


"흠...니가 할려는 파트가 뭔데?"


"퍼스트 기타랑 보컬이요"


"흠....몰라 아빠방에 CD하고 LP있으니까 니가 알아서 들어보고 정해서 아빠한테 말해주면 악보는 구해줄께."






아버지와의 대화이후 일단 집에있는 음반은 모조리 모아서 오디션날 할 노래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음반에서는 적당히 할만한 곡이 없었다. 


일단 next는 너무 사운드가 웅장해서 악기 하나로 할려면 편곡을 다시해야하고,


자우림은 보컬이 여성이라 남자가하면 맛이 안나고,


강산에는 할려면 어쿠스틱으로 해야하는데 간지가 안나고,


신성우는 너무 대중적이라 있어보이질 않고....




하나하나 노래를 찾던중 아빠와 내가 모두가지고 있는 한장의 음반이 눈에 띄었다.


바로 시나위 1집인 Heavy metal Sinawe에 수록된 <크게 라디오를 켜고>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에 신대철의 기타연주, 그리고 임제범의 간지나는 보컬,


고등학생들에게 별로 유명하진 않지만 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고있는 한국의 메탈 명반의 대표곡이다.




곡을 정한뒤 아빠에게 말하니 베란다에서 이것저것 뒤지다 낡은 악보하나를 쥐어준다.


아빠의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진 직접그린 악보였다.




"작은아들아, 이건 아빠가 직접 기타솔로곡으로 편곡한 악보니까 혹시 하다가 막히는거 있으면 물어봐라


이래뵈도 이게 아빠가 가장 자신있는 곡중에 하나였거든."




아빠의 악보를 구한뒤 나는 LP에서 나오는 약간은 조잡한 사운드를 들으며 아버지 악보를 보기 시작했다.


원곡의 강렬함과는 조금 다르게 편곡된 사운드는 그루브감이 있었다.




[좌 좌 좌가좌장~~~좌가 좌장 좌자자장


피곤이 몰아치는 기나긴 오후지나~~]




물론 고등학생이 임재범처럼 굵직한 음색을 낼 순 없었지만 최대한 성대를 짓누르며 기타연주와 


보컬을 맞춰 나갔다.




그러게 오디션의 날짜는 다가왔고, 드디어 나의 운명의 바꾼 [당랑권]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2일 후]








나는 오늘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다.


악보와 기타를 챙기고 혹시 모를 이펙터와 잭, 그리고 존재를 어필할 플룻까지, 이것들과 함께 책가방까지 메니


짐이 한보따리에 남들이보면 피난간다고 웃을만큼의 꼴이 되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특별히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인지라 몇몇 학생들과 선생님을 


제외하곤 학교는 한산했다. 


짐들을 정리하고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으니 친구들인 남호, 양호, 석현이가 차례대로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얌마 너 오늘 오디션 보는 날인데 준비는 많이 했냐?"


"뭐 그냥 평소 실력으로 하는거지 무슨 준비는 준비, 이래뵈도 내가 음악가 집안에서 영재교육을 마친 신동이잖아ㅋㅋ."


"신동을 얼어죽을 괜히 기석이형한테 쳐 맞기 싫으면 오늘은 조심히 잘해 임마."


"걱정은, 병신아 내가 한번 피크를 드는순간 [당랑권]은 끝장인거야, 


그냥 질질 싸면서 제발 들어와 달라고 사정할껄."


"병신 지랄은 X 3"






겉으로는 괜찮은척 했지만 내심 두근두근거리는 심장은 어떻게 할 수 가 없었다.


1교시, 2교시..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초초함을 느꼈고 점심시간 이후로는 주위 소리는 하나도 안들리고 


그저 머리속에는 악보만 나타나는 현상까지 겪었다."




오후 4시 30분


담임선생님의 종례가 끝나고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겨 5층 음악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10명 이상의 아이들이 오디션을 기다리며 앉아 있었고 음악실 칠판 앞에는 선배들로 보이는 형들이


이것저것 준비하는것이 보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악보를 보거나 악기를 튜닝하고 보컬테스트를 보러온 애들은 


용각산을 먹으며 5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타를 튜닝하며 악보를 보고 있는데 앞에서 드럼 페달을 조립하는 기석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기석이 형은 한껏 빵긋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조용히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야기 했다.






"후배님, 진짜로 오셨네...난 안올줄 알았는데 그래도 남자가 깡은 있네."


"....네...네에"






멀리서 이 모습을 보는 명선이형은 웃으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나는 영춘고 밴드부인 [당랑권] 리더를 맡고있는 2학년 최명선 이라고 합니다. 한명도 안오면 어쩌나 했는데 이렇게 많은 후배님들이 와서 매우 기쁘고, 떨지말고 오디션에 임해주면 고맙겠네요. 여기있는 선배들은 다들 2학년이니까 1살많은 형, 오빠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가진 재주를 편하게 보여주시면 되요.


일단 파트는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기타악기 순으로 하고, 보컬 테스트는 제일 마지막에 하는걸로 할께요.


먼저 기타파트로 오디션 보실분들 먼저 악기를 들고 맨 앞자리에 앉아주세요."






명선이 형이 말이 끝나자 기타를 준비한 아이들은 주섬주섬 악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나는 기타와 보컬, 거기에 플룻까지 준비한 상태라 어리버리를 떨며 아직 좀 많이 무서운 기석이 형한테 물어봤다.






"형, 제가 기타치면서 노래부르고 플룻하고, 건반 조금까지 준비했는데 언제나가야 되나요?"


"......허허 이 후배님.... 그래, 그러면 넌 특별히 내가 맨 마지막에 보게 해줄께."


"..네......"






기석이형은 옆에서 뭐 이런놈이 있나라는 표정으로 쳐다고보면 이야기를 하고는 명선이형에게로 가 귓속말로 뭐라뭐라 하고있다.


명선이형은 나를 한번 힐끔 보더니 다시 웃으며 오디션을 진행시켰다.




아이들의 연주실력은 내가 보기에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총 6명이 나간 기타파트에서는 4명이 어쿠스틱 2명이 일렉기타를 연주했지만 일렉기타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수준은 음악이라고 하기 보다는 그저 코드를 집는 수준이고 어쿠스틱 역시 눈에 띄의는 애들이 없었다.


다음으로 베이스 파트는 단 한명이 나갔는데 두둥둥 제법 베이스 다운 소리를 뽑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드럼으로 오디션 보러온 애들이 한명도 없다는 것이다. 


밴드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을 맡을 드럼이 없다는 것을 안 기석이 형은 나에게 한탄하듯이 말했다.






"요즘 애들은 다들 앞에서 기타잡고 튈려고만 하지 뒤에서 묵묵히 밴드를 지탱하는 드럼의 소중함을 몰라요...너도 씨발 그렇게 생각안하냐?"


"....네...."




아직까지 기석이형 기에눌려 나는 그저 "네"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고, 


기석이 형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번 처다보고는 다음 오디션에 집중했다.






다음으로 건반에는 여자 한명과 남자 한명이 연주를 했는데 이미 남자애는 선배들이나 내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오직 여자애의 연주에 귀를 귀울였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뽀얀 피부, 약간은 통통한 볼살과 고등학생다운 단발머리...


그애는 밴드라는 것을 의식한듯 일부러 힘있게 건반을 치려했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종류의 음악을 연주 해보지 않은것이 티가 났다.


전형적인 피아노 기본코스(어린이 바이엘, 체르니등으로 이어지는 동네 피아노 코스)로 피아노를 익히고 조금 커서는 대중가요 발라드로 연습한 흔적이 많이 남는 연주였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연주하는 그애의 모습에 기석이 형과 나는 입가에 웃음이 뭍어 나왔다.




다음으로 이어진 보컬테스트에서는 여성보컬 1명과 남성보컬 1명이 나왔다. 


신기하게도 남자애는 소찬휘의 노래를 여자애는 김경호의 노래를 불렀다. 둘다 시원하게 고음을 질러댔지만 약간의 음 떨림이 보였고, 억지스러운 바이브레이션이 듣는 사람들에게 짜증을 주었다.




마지막 기타악기로 한 여자아이가 전자바이올린을 연주했다.


마치 젖꼭지를 애무하는듯한 왼손의 놀림과 자지를 흔드는 듯한 오른손의 모션을 보고 잠시 음탕한 생각에 빠지기도 했지만 연주자체는 딱히 나무랄때 없이 훌륭했다.




마지막 전자바이올린의 연주를 끝날쯤 나는 악보와 악기들을 챙겨 앞으로 앞자리로 이동하려 준비했다.


그런데 옆에서 같이 듣고있던 기석이형이 못 일어나게 억지로 나를 붙잡고 가만히 있으라 하며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바이올린의 연주가 끝난뒤 기석이형은 1학년 아이들에게 다들 수고했다며 인사를 하고 결과는 1주일 뒤에 개인적으로 알려주겠다고 통보하겠다고 하며 아이들을 해산시켰다.




나는 어리버리하게 기석이형 옆에서 앉아 고개를 숙이고 책상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 씨발, 오라고 해서 왔는데 이게뭐지....애들은 다 오디션 보고 가는데....그 때 장난쳐서 때릴려고 하나?"






이런 저런 생각에 어쩔줄 모르는 나를 두고 그렇게 아이들은 모두 음악실을 빠져나갔고 음악실에는 나와 5명의 선배만 남게되었다.


그제서야 기석이 형이 나를 일으켜 세우며 선배들에게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녀석이 그때 말한 명선이한테 장난건 1학년이고 이름이....정 민석..민석이 맞지?"


"..네?....네에"


"자...우리의 음악천재 명선이한테 장난을 걸 정도로 음악의 자신있는 민석이의 오디션을 한번 봐볼까??ㅋㅋ"






그 말에 선배들은 다들 작은 웃음을 머금은채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나는 기석이형의 손에 이끌려 무대로 나갔다.




나는 악기 세팅을 마친후 연습했던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기타는 항상 만지던 것이라 별 무리없이 연주했지만


떨리는 마음때문에 자꾸 보컬이 흔들리는것을 느꼈다. 떨리는 음정만큼 내 가슴은 더 떨렸고 노래는 들어주기 힘들정도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억지로 마음을 추스리며 연주가 끝나고 나는 스스로의 공연에 한심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인체 털석 의자에 앉았다.






"민석이라고 했지? 원곡하고 약간 느낌이 다르던데 편곡은 직접한거니?"




리더인 명선이 형이 웃으며 물어봤다.




"예?....네...."




어떨결에 거짓말을 하게 된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뭐 기본적인 베이스는 나쁘지 않고 편곡도 깔끔하게 떨어진것 같은데, 


중간에 너무 흔들린것 같으니까 따른곡도 해줄 수 있니? 이왕이면 건반으로."




나는 예전부터 일단 건반앞으로가서 앉아 무슨 노래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딱히 건반과 노래를 같이 연습한 적이 없어 나는 평소에 즐겨 부르던


전람회의 [이방인]이라는 곡을 부르며 연주하기 시작했다. 




[쉴곳을 찾아서 결국 또 난 여기까지 왔지 내 몸 하나 가눌 수도 없는...]




확실히 내 보이스에 맞는 노래를 부르니 편안함을 느끼며 첫 곡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공연을 마쳤다.






"그래 아까보다 보컬은 훨씬 안정됐고, 건반도 뭐 무난하게 치는것 같은데 뭐 따른건 준비한거 없니?"


"플룻을 가지고 왔는데요..."


"뭐 롹밴드인데 플룻까지는 불어볼 필요없고 뭐 따른 다룰줄 아는 악기 있니?"


"일렉, 어쿠스틱, 건반, 플룻....이정도 할 줄 압니다."


"뭐...그래 그럼 이정도로 마치고 결과는 1주일뒤에 직접 알려줄테니까 이만 가봐도 되 ^^ "




나는 주섬주섬 악기들을 챙기며 음악실을 나오는데 뒤에서 기석이 형이 한마디를 거든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후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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