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바깥으로 향할 때 - 5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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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녀석의 신상정보가 어떻게 되는데?”
기식은 그렇게 물으며 더욱 허리놀림을 거칠게 했다. 꼿꼿이 치솟아 오른 자지가 힘있게 경희의 보지 속으로 밀려들어가면서 귀두가 그녀의 질 내부 깊은 곳을 건드려댔다. 그에 따라 그녀의 몸 속에서도 참지 못한 짙은 신음이 형성되어 입술로 배어져 나왔다.
“하악……. 아아… 앗흐……!”
“쉬… 쉽게 말하지 말라고. 이것도 찾기 어… 어려운 정보란 말야. 학교 전산망이 새… 생각보다 허술해서 금방 조회할 수, 수 있었지만…….”
하지만 형준의 더듬거리는 음성이 더욱 심해진 건 기식의 말에 반발하려는 의도보다 아무래도 눈앞의 적나라한 성교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한동안 기식의 좆질을 느껴가던 경희는 문득 옆을 돌아보았고, 형준과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얼른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보다 더 빠르게 얼굴을 푹 숙여버린 형준은 떨리는 손으로 키보드를 조작해 김성진의 데이터를 불러왔다. 그의 붉어진 얼굴을 재밌다는 듯 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던 기식은 즐거운 음악이라도 감상하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이… 이름 김성진, 나이 스물 하나, 포림대 디지털 미디어 학과 고… 09학번, 가족관계 특이사항 없음, 은선영의 병원비 전액을 지불한 후 도매업을 하는 숙부의 납품 일을 주말마다 담당하며 자금을 충당함. 자… 자세한 사항은 기재되어있지 않지만 아마도 내 짐작으론… 녀석의 자취방 같은 데서 동거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아마 맞겠지. 녀석의 가족 관계는 피폐하기 그지없었으니까. 기댈 사람이 없으니 그 김성진이란 임시보호자의 곁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 뻔한 스토리 아니겠어?”
“하악…… 아읏…….”
철퍽, 철퍽. 삐걱, 삐걱……. 형준은 귀라도 막고 싶다는 불편한 표정을 하였다. 동시에 어떻게 그렇게 선영의 가족관계까지 다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표정을 하며 기식을 올려다보았다. 기식은 적당히 땀에 젖은 얼굴로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경희의 보지 속 느낌을 음미하며 미소 띤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것은 형준의 무언의 질문에 대답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녀석들이 어떤 썸씽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는군. 혹시 이런 관계로까지 벌써 발전해버린 건 아닐까. 그럼 재미가 좀 떨어지는데, 훗훗….”
“아흣…… 뭐라… 지껄이는 거야, 이 색마 자식…… 흑…….”
“괘… 괜찮을까? 녀석들의 유대감이 짙어졌으면… 김성진이란 녀석이 계획에 걸림돌이 될지도…….”
기식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피스톤 운동만 계속했다. 약간 사정을 지연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생각에 잠긴 건지 조금 천천히, 부드럽게 왕복 운동을 하던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봐, 천경희.”
“흣… 왜… 그래…….”
“날 봐봐.”
“싫… 어.”
“보라니깐.”
“꺅-!”
기식은 갑자기 경희의 등에 손을 받치고는 그녀의 상체를 일으켜세웠다. 경희의 얼굴이 그의 얼굴에 맞닿아질 듯 밀착하면서 그의 두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남자 눈을 마주하는 것도 처음이란 생각에 그녀 얼굴이 확 붉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식은 씩 하고 한번 웃어준 후 자지를 보지에 끼운 채로 그녀의 몸을 반 바퀴 돌렸다. 그리고 침대 위에 팔을 뻗고 엎드리게 했다.
“뭐… 뭐하는 거야?”
“뭐하긴. 뒤로 하려는 거지.”
그리곤 경희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기식은 다시금 자지를 그녀 보지 속에 힘주어 박았다. 쑤욱, 퍼억-! “하윽….” 경희의 한쪽 팔이 살짝 구부려지며 몸을 삐끗하곤 달뜬 신음을 흘렸다.
“그것이 보편적인 생각이겠지만….”
다시금 왕복되는 피스톤 운동. 경희가 몸을 움찔거리며 자지를 느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형준은 잠시 기식이 말한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다 퍼뜩 김성진의 얘기를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그는 더듬거리는 대답을 낸다.
“어? 어…?”
“잘 들어둬, 너희들.”
“흑… 하윽…… 무슨…….”
기식은 한 손으로 경희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채 다른 쪽 팔을 들어 검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인다. 물론 허리놀림을 멈추지 않으며. 때문에 형준이 보기엔 그가 여자 보지에 좆질을 하면서 태연하게 강의라도 하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사랑이란 것은 인간을 강하게 하지. 하지만 동시에 약하게도 만든다.”
“강하게, 혹은 약하게…?”
“아…… 아아아…… 흐윽… 으응…….”
“그러니까 우리는, 는…… 으읏….”
벌겋게 달아오른 자지가 핏대를 세우며 찌르르 떨려왔다. 기식은 그것이 무슨 신호인지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몰아 쉬었다. 확실히 이 녀석은 조임이 좋아. 그렇게 생각하며 기식은 경희의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보지에서 보짓물이 흥건하게 쏟아져 나와 기식의 좆털까지 질펀하게 적시고, 그녀 사타구니를 타고 내려가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경희는 어느 새 무의식적으로 그의 허리놀림에 따라 리듬을 맞추어 몸을 흔들고 있었다. 두 팔은 이미 무너져서 침대에 뺨을 기댄 채 눈을 내리깔고 깊은 숨결을 내뱉고 그녀.
“흐윽… 하악… 아으응…….”
“야… 천경희. 나온다. 싼다….”
“하앙…… 흐윽…….”
“안에다 싼다니까?”
“몰라…… 하읏…….”
싫다는 말은 안 하네? 참 이 년도 골때리는구만. 기식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경희의 허리를 힘껏 끌어당겼다. 자지가 그녀의 보지 속 깊은 곳까지 쑤욱 밀려들어갔다. 사방으로 부드럽게 조여대는 그 느낌에 견딜 수 없게 된 자지는 얼마 안 있어 벌떡벌떡 요동쳤다. “흐읍…!” 기식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경희의 보지 속에다 사정을 시작했다.
쭈우우욱-. 찌익-. 왈칵-.
“아학……!”
완전히 앞으로 엎어져있는 경희는 자신의 뒤에서 깊게 쑤셔박은 자지가 뜨뜻한 것을 내뿜기 시작하자 얼굴을 붉혔다. 기식은 계속해서 숨을 몰아쉬며 하체에 힘을 주었고, 자지로 모든 기운이 쏠리는 것을 느끼며 그 쾌감에 집중했다. 울꺽, 울꺽…. 자지가 경희의 보지 속에서 수없이 꿈틀대며 정액을 쏟아내었다.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기식의 손가락이 힘에 부치는 듯 파들거렸다. 그의 자지가 몸부림치면서 좆물을 토해낼 때마다 침대에 머리칼을 어지럽게 늘어뜨린 경희의 미간도 조금씩 떨려왔다.
한참의 절정에 달한 사정이 끝나자, 기식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 경희가 앞으로 몸을 뉘이듯 엎어져있었기에 정확히는 같이 포개졌지만 – 감탄 어린 목소리를 헐떡거렸다.
“하아…… 죽인다….”
“아응…… 으응…….”
“역시 선영의 보지를 대신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아직 빼지 않은 좆물투성이의 그의 자지를 느껴가던 경희는 (순수한 자의는 아니지만)쾌감의 여운이 한순간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을 경험했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옆으로 비켜앉고는 ‘뭐 이딴 녀석이 다 있어?’라는 시선으로 기식을 내려다보았다.
“…응?”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로 서서히 일어나 앉는 기식. 그런 그를 향해 경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그의 뺨을 후려치는 시늉을 해보았다. 물론 말 그대로 시늉에 지나지 않았다. 경희가 손을 들자마자 기식이 번개같이 팔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기 때문이다.
“어이어이, 뭐 어때. 너도 어쨌거나 즐겁긴 했잖아.”
“이… 쓰레기 같은 자식!”
“하아…. 난 참 이렇게 까칠하면서도 속으로는 제대로 M속성을 느끼는 녀석이 좋다니까.”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들어올린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떠는 경희를 지그시 마주보던 기식. 그는 갑자기 키스라도 하듯 그녀 얼굴로 슥 밀착하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네가 좋다고.”
“뭐… 어?”
걷어 올려진 롱티셔츠를 내릴 생각도 못한 채 기식의 빛나는 눈을 응시하던 경희는 다시금 얼굴이 확 붉어졌다. 기식은 키득키득 웃으며 그녀의 손을 놓아주고 멀찍이 떨어져 앉았고, 곧 얼마 안 가 경희는 다시금 짜증어린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질척해진 자신의 팬티가 거슬렸는지 신경질적으로 벗어제끼고는 그의 면상에 팍하고 던졌다. 정확히 얼굴 한복판에 명중하는 팬티.
“오우. 사격 실력 만점인데?”
“뭐 저딴 녀석이 다 있어? 아 짜증나!”
경희는 성큼성큼 형준 옆을 지나쳐 걸어가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찝찝해서 샤워하러 간 것이겠지만, 기식은 침대 위에 두 팔을 뒤로 뻗어 앉은 채 어린애처럼 웃어댔다. 젖은 팬티가 그의 눈과 코를 가리고 있어서 드러난 입만 움직인다.
“야, 야. 밖에 남자들 다 있다고. 그렇게 훌렁 벗고 다녀도 되는 거야? 누가 더 대단한 녀석인지 모르겠는데, 하하핫.”
경희가 나간 문밖을 멍청한 표정으로 돌아보던 형준은 조심스레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사정 후의 기분 좋은 나른함에 젖어있는 기식을 흘끗거렸다. 기식은 팬티를 떨쳐내고서 손에 올려놓곤 가만히 그것을 내려다보다가 형준의 시선을 느끼고는 옆을 돌아보았다.
“뭐 물어볼 말 있냐? 아,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사랑은 인간을 강하게 하면서 동시에 약하게도 한다 했지. 그… 그게 무슨 뜻이지?”
기식이 경희와 늘상 섹스를 즐기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건 처음이었기에 형준의 표정은 충격으로 물들어있었다. 기식은 늦게 트이는 그의 말문에 픽하고 웃고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말 그대로야. 사랑을 하는 인간은 강해지는 부분도 있고 약해지는 부분도 있다는 거지. 사랑을 함으로써 대상을 지키거나 믿는 것이 강한 것이라 하면, 사랑에 눈이 멀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약한 것이라 할 수 있지”
“……그리고 우리는 그 약한 부분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고?”
“물론 김성진이란 녀석이 계획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 사랑의 강점이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지, 아니면 약점을 이용하는 쪽이 그녀를 파괴할 수 있을지.”
안정적인 보상을 우선으로 하는 형준은 단순히 귀찮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기식은 그의 표정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조금 후에 다른 내용의 말을 꺼내었다.
“메지즈 같은 프로게임단을 하나 만들어.”
“뭐…?”
“물론 개인 구단으로. 이름은 너라면 꽤 센스있게 지을 수 있을 것 같군.”
자신을 인정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자부심 높은 공학도인 형준도, 이 순간만큼은 그저 잘못들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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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아! 정말 멋졌어, 그 사람.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린 건 처음이라니까?」
「어, 어… 그렇게 멋졌어?」
태환은 선영이 이렇게까지 들떠있는 건 처음이라고 - 본래의 선영 때의 모습까지 합쳐서 -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카잔 전쟁’ net플레이 대기실에서의 채팅이었지만 디지털 문자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설레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 듯하다. 태환은 잠시 방 한 구석의 손거울을 집어 들어 자신의 머리칼을 다듬어보면서 내가 그녀를 만나도 저 정도 반응이 나올까 가늠해보았다. 그리곤 머쓱한 표정을 짓는것마저도 부끄러운 듯 얼른 거울을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그럴 리 없잖아.
「정말 신기하군.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인데. 그 난리통속에서 마치 백마탄 왕자처럼 등장해 함께 인파를 빠져나가고, 커피숍에서 단둘이 커피를 마셨다?」
「그치? 이야, 세상에 그런 로맨틱한 일이 나에게도 생기다니. 이래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다 하는 거구나. 게다가 얼마나 친절한지… 트카우탭인가? 창오빠도 알아?」
「트카우탭? 그거 최신기종 태블릿PC인데」
「세상에, 그 비싼 것 내가 고장내버렸는데, 그냥 가도 좋다고 했다니깐? 오히려 커피도 내가 얻어 마시고」
「하, 하…」
정신없이 타이핑해 올리는 그녀의 내용들을 훑어보며 태환은 두 손가락을 깍지 껴 뒷머리를 받치곤 생각에 잠겼다. 연애와 섹스에 대한 기억 차단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완전히 지워진 거나 다름없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녀는 현재 연애적 감정이 새롭게 싹트고 있을 것이다…. 태환은 그렇게 판단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만… 새롭게 싹트는 감정? 그 말은 그녀가 나에 대한 기억이나 감정도 완전히 리셋되어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그녀와 나도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찬스가 아닐까.
그리고 태환은 본래의 선영이 자신에게 내렸던 평가. 즉, 지나치게 진지하고 보수적이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해야 했다. 그 무슨 배덕한 짓이냐, 기억을 이용해서 애인 관계를 다시 구축해나가다니. 태환은 2년 전을 기점으로 선영과의 관계 정리를 절대로 번복할 수도, 번복하지도 않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그녀와 나는 이제…….
「방 좀 어지른다고 내 약점이나 콱콱 잡아 주무르는 찌질한 누구와는 천지차이라니깐. 걔 이름도 뭐지? 김, 김… 뭐?」
「김성진?」
「아아아아. 창오빠, 너무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자식 이름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띄워올리면 어떻게 해?」
태환은 잠시 이걸 사과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다. 물론 선영은 이미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이 계속 험담을 타이핑하고 있었지만.
「정말 빌어먹을 자식이라니까. 나보고 나가라니. 남의 집에서 이렇게 피해주고 뭐하는 짓이냐고? 흥. 안 그래도 조만간 나갈 거야. 나한텐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창오빠도 있고, 만난 것 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하는 그 잘생긴 남자도 있는걸. 병원비 따위 누가 대주래? 부탁이나 했냐고? 누가 아쉽대나 참 나」
하지만 점차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한 선영과는 달리 태환은 담배를 입에 물면서 차분해지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천천히 짧은 문장을 타이핑했다.
「신경 쓰고 있긴 했구나」
「아하하하! 창오빠, 농담이 너무 심해. 난 김성진 그 따위 녀석 저언~혀 신경 안 쓰여」
「김성진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
잠시 채팅이 끊겼다. 태환은 보지 않아도 그녀가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왠지 따지는 듯한 메시지가 올라왔다.
「그럼 뭘 말한 거야?」
「내가 이리 와서 같이 지내자고 권유했던 것.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넘기고는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길래 아예 잊어버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
아까보다 더 오랫동안 채팅이 끊겼다. 하지만 태환은 괜한 말을 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기는커녕 태환은 이번엔 자신 쪽에서 먼저 메시지를 타이핑해서 띄웠다. 그녀의 마음을 점쳐보는, ‘현재의 선영’에게 있어서도 그나마 가장 정신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상담원이라도 된 것마냥.
「선영아. 나는 네가 성진을 좋아한다고 생각지는 않아. 너는 김성진과 동거를 할지언정 제대로 된 연애나 관계 등을 가진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사랑은, 사랑이란 것은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상대방을 좋아하는 감정에서만 비롯되진 않아. 누군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신경 쓰고,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끈적하게 연결되어있는 그 무엇’이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을 때, 그것을 사랑이란 단어에 비추어 근접해볼 수 있어」
「끈적하게 연결되어있는 그 무엇…」
「네가 그 이기식인가 하는 남자에게 설렘을 느낀다는 걸 부정하진 않겠어.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으로 보자면 그 사람이 처음이 아냐. 본래의 너한테서 네 자신이 튀어나왔을 때부터 쭉 보살펴왔던, 그 김성진이 ‘현재의 너’의 첫사랑이 아닐까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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