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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 - 12
생각보다 많은 성원..추천..정말 감사드립니다 ㅠ
이런류의 글이나 분위기를 많이 접하셨던 분들께서는 어떻게 진행이 될지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잘 아시리라 봅니다^^
글을 쓰면서 또한번 여러분이 대단하다는 걸 느낍니다..
아시더라도...익숙하더라도...재미를 잃지마시고 끝까지 즐겨주세요^^
더 힘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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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쳤을까....?
어제 무섭게 내리던 빗소리나 천둥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바람은 아직 많이 부는듯 했지만 여느때와 다름없는 아침의 분위기이다..아직 어둡긴 했지만..
동생은 내 배개를 배고 자신이 들고온 배개는 끌어안은채 잠들어있다..
아마 천둥번개소리에 쉽게 잠을 이루진 못했을거다..
이른아침...아니 남들은 새벽이라 부르는 이시간...흐린 탓인지 햇살은 보이질 않고 어두운 하늘아래 쪽빛 구름만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창밖 가로등엔 아직 불이 켜져 있는걸로 보아 7시도 안된 이른 시간..내 방 알람이 울려 일어났다..
동생은 잠시 뒤척였지만 다시 새근새근 잘도 잔다..
매일아침..알람의 도움없이 곧잘일어난다..동생이 나를 깨우는 일은없어도 내가 보통 재인이를 깨운다..
습관이 든것도 아닌데..난 아침잠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어제부터 왠지모를 기대감에 싸여..보통때는 건드리지도 않던 탁상시계의 알람을 세팅해 놓았다..
기대?.....
내가 무슨 기대를 하는건지도 모른채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로 향한다..
아직은 잠이 덜깬 정신을 가지고 어두운 집안 불을 하나씩 켠다..
밤새 비가온 탓인지 몸이 무겁기 까지 하다..
"하아...."
하윤이와 오전에 학교수영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갑자기..왜?
그녀는 갑자기 왜 나와 수영연습을 하자고 했을까...아니...다른 이유가 있나?..아니면 대체 뭘까..
어제잠들기 전부터 그 생각밖에 안한것 같다..
그녀와 아침 연습을 한다는 단순한 이유만으로는 기대를 갖게 되지만..그 외에 다른 어떤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가진 기대와는 거리가 멀것같은 느낌이었다..
기지개를 한껏 펴고..학교에갈 준비를 한다..
하늘은 아직 어둡다..비는 그쳤지만 바람에 빗발이 날리고 있다..흩날리는것인지 내리는것인지 확실하진 않다..
간판만 밝게 불이 켜져있는 마트를 지나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바닷가...그 한쪽 끝에 자리잡은 아영이네 까페에 불이 전부 꺼져있다...
"ㅎ 울 아영인 아직 자겠지?"
그녀가 귀여운 공룡잠옷을 입고 자는 모습을 상상아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하긴 나와 잘때는..잠옷이 필요없었으니까..그녀의 알몸 역시 내 머릿속을 스친다..
하지만 오늘은 공룡잠옷이 이겼다..ㅎ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몸이 가는대로 아무 생각없이 이렇게 이른시간에 오긴 했지만..왜일까..하윤이가 먼저 와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제 몇시에 보자는 소리도 안했다...하지만...그녀가 와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이른 오전의 학교는 불빛하나 없이 삭막하기만 했다...
아..하지만 체육관은 언제나 밝은 것일까..1층 수영장엔 불이 들어와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있었다..하윤이가 정말 먼저 와있는것일까..
수영장으로 들어가니 한쪽만 켜져있는 밝은 불빛과 찰랑거리는 수영장물 소리만 나를 반긴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보이질않았다..
무심코 다이빙대 꼭대기도 쳐다보았지만..역시 그곳에도 없었다....
"불은 원래 켜놓고 다니는건가?"
"첨벙.."
누가있다...물소리가 나는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 풀에서 나오는 그녀가 보인다..
뒤돌아 있어 얼굴은 안보이지만 하윤이의 수영복...
"하윤아!!! 일찍 왔네?"
나는 맞은편 그녀의 뒷모습을보며 크게 소리쳤다..
뒷모습이었지만..깜짝 놀라는듯한 리액션이다..
수영모와 물안경을 그대로 쓴채로 그녀는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하윤이 답지않은 통통거리는 경쾌한 걸음과 밝은 웃음으로 나에게 뛰다시피 다가왔다..
응?
"와~ 이게 누구야!!!! 어쩐일이야?"
"어....??엥??????? 아...안녕?"
"뭘 그렇게 놀래? 갑자기 소리나서 내가 더 놀랐구만.....니가 왜 더 놀라구 그러냐? ㅋ"
"아니....여...여긴 왠일..이야?"
"뭐라는거야? 수영장에 수영하러 오지..그나저나 넌 어쩐일이야? 쉬는날 이시간에?"
"응?아...그..."
"근데 나한테 하윤이라고 부르지 않았어?"
"아..응....하아...ㅎ 하윤이가 어제 같이 수영연습하자고해서..오늘 오전에 보기로 했거든...그래서 별 생각없이 일찍 왔는데 누군가 있길래 하윤인줄 알았네.."
"흐음....그런거야?"
가연이었다...
그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으응? 왜?"
"흠...아냐...난 나보러 온줄 알았네~ 헤헤~"
"엥? 아..갑자기 뜬금없이 널 보러 왜 여길 와.."
"치...전에 나 맨날 아침마다 수영연습 한다고 말했었는데...그래서 혹시나 하고 아니..설마하고 기대했넹.."
"아...그..그랬나? 토욜에도 할 줄은 모..몰랐지.."
"수영하는데 토욜일욜 따로있냥..ㅎ 근데..하윤이는 갑자기 왜? 하윤이가 부르니까 아주 잠도 안자고 새벽부터 나온거야?"
"아..아냐 그런거..그냥 일찍 눈이 떠진거야.."
"그럼...나랑도 해 연습..."
"응?"
"일찍 일어나면..일찍 학교와서 나랑두 수영하자구..수업전에...우리학교 수영이나 체육 특기생들은 아침 자율학습시간까지는 연습할 수 있으니까...같이 하자구.."
"아....그..그래? 그러쿤!"
난 왠지 확답을 줄수없어 얼버무렸다..
"근데..너 왜 하윤이 수영복을 입고있어? 그러니까 헤깔렸자나.."
"붕어냐? 어제 깜빡하고 안가져와서 빌렸다고 했자나..어차피..토욜이고 수영복 쓸일 없어서 그냥 또 입은거지..가져오기 귀찮아서.."
"아...그랬지.."
"치이...됐어...난 연습할래....넌 하윤이나 기다려 그럼.."
"아.."
그녀는 뭔가 서운한 것이었을까..볼에 바람을 집어넣고 퉁퉁거리며 다시 풀 안으로 들어간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와 간단히 준비운동을 했다..
하윤이는 여전히 열심히 연습중이고..하윤인......아직 보이질 않는다..
내가 너무 일찍 온걸까..오전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이렇게 광범위한지 새삼 깨닫는다..
수영을 할까..앉아서 하윤이를 기다릴까 고민도 된다..
그때 열심히 연습중이던 가연이가 풀에서 나와 내쪽으로 다가온다..
"난....이만 갈께...오래는 못하겠네 오늘.."
"아..왜...하윤이 보고가지.. 같이 연습해도 되구,,"
"됐네요.."
"아...그..근데 왜,.그래..나한테 뭐 서운한거 있어? 아님...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아..아냐 그런거...그냥..좀.."
"그냥 좀...왜? 말해바.."
"................난 아영이말고 하윤이도 신경써야 되는거야?"
"응?"
그녀다운 직설적인 발언이었다..
난 다 이해했고 다 알아듣고 다 들었지만..못 이해한척 멀뚱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무슨 소리야 그게.."
"너....내가 너 맘에 두는거 알자나..나도 너 아영이랑 사귀는거 알고있고..니가 직접 말해줬구..그것도 내가 고백한날..."
"으응..."
"근데..하윤이까지 내가 경쟁해야대? 물론 나 아영이한테서 널 뺏을생각은 없어..너에대한 나의 감정도 아직 확실한건 모르겠고..근데..난 그래도 너한테 나란 아이를 보여주고싶었어.."
"아....."
"하윤이는 왜? 걔는 언제부터야? 아영이는 하윤이랑 너랑 이렇게 새벽부터 만나서 노는거 알아?"
"아냐 그런거 하윤이랑은 아무사이도..아냐.."
"아까..날 하윤이라고 착각하고 불렀을때..그렇게 밝게 부르고,,또 내가 돌아봤을때 활짝 웃으면서 손까지 흔들고..나한텐 단 한번도 그렇게 밝게 인사해준적 없자나.."
"아,,아니 그건...항상 니가 먼저..밝게 인사해주고 갑자기 튀어나오고 그래서...."
"나한텐...죄지은 사람처럼..그렇게 표정짓고 있자나 너....
"가..가연아..
"난...단 한번도 하윤이가..너한테..웃는모습이나 밝은 모습을 보여준걸 본적이 없어..그런데도 넌 하윤이에게 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아아.."
"널 바라보고 널 생각하고 널보고 항상 웃던 나한테는..왜 그런표정만 짓냐구..."
그녀가 입술을 꼭 깨문채 눈물을 참는 게 보였다..
나 역시 충격이었다..내가 그녀를 대한 표정이 그랬을까?
아영이에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녀에게 언짢은 표정과 시무룩한 표정만 지은것일까...
가슴이 아파왔다..정말..전혀 느끼지 못했다...전혀 신경쓰지못한 부분이다..
얼마나 서운했으면 그 밝고 강한 가연이가 눈물을 글썽인다..
"아..아냐...내가 미쳤지...내가 여자친구도 아닌데...미안...나 갈께.."
"가연아.."
나는 마땅히 할말도 없었으면서 뒤돌아 가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말린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내 손을 뿌리치고 라카쪽으로 들어간다..
수영모를 벗고 고개를 숙인 그녀는 보이진 않았지만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고있었을것이다..
나는 한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리가 풀려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미안했다...
내 어린시절을 기억해주는 유일한 사람..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아껴준 이쁜 사람...그런사람에게 밝고 고마운 표정은 보여주지못했을 망정..눈치보는 죄인의 표정으로 대하고있었다..
자책했다...
그 어떤 말도 필요없었다..사과해야겠다 생각했다..
난 여자 탈의실 앞에 앉아 그녀가 나오길 기다렸다..
"응? 일찍 왔네? 나도 나름 일찍 왔다 생각했는데.."
"아....하..하윤아.."
수영장 나가는 쪽을 보니 하윤이가 서있었다..
"근데 여자 탈의실 앞에서 뭐해?"
"아..그..그게.."
그때 가연이가 문을열고 나온다...가연이는 하윤이를 보고 흠칫 놀랐지만 이내 고개를 떨구고 빠른 걸음으로 나가려 한다..
"아? 가..가연아..아침 연습했구나.."
가연이는 고개를 떨군채 우리 옆을 지나갔다..
"뭐야 쟤는..아침부터 우울하게.."
사과를 해야한다...하윤이 때문에 더 곤란한 상황이 됐지만 난 사과를 해야겠다 싶었다..
난 가연이의 뒤를 따라가 다시한번 그녀의 팔을 잡아 돌려세웠다..
"이거 놔!"
"가연아..미안해 정말..내가...그러는게 아니었는데..나도 무의식 중에 그렇게 됐었나봐.."
"됐어...그리고..하윤이 앞에서 쪽팔리니까 제발 그만 놔둬.."
"아...그..그래도..정말 미안.."
"....."
그녀는 내 팔을 뿌리치며 몸을 돌려 나갔다..
그런그녀를 쳐다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무..무슨일이야?"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하윤이가 묻는다..
"아.."
난 어디서 부터 어떻게 얘기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윤이 역시 놀랐는지 어쩔 줄 몰라하며 나와 가연이의 뒷모습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있다..
머리가 복잡하다..뭐가 어떻게 된건지..
"나..난 우선..갈아입고..나올께.."
"....아...응,,"
그녀가 탈의실로 들어가고..난 그녀가 나올때까지 멍하니 의자에 앉아 한숨만 내쉬었다..
하윤이가 나왔다..
아무리 이쁘고 완벽한 몸매에 뽀얀 살결을 가진 그녀가 수영복을 입고 내 앞에 있었지만..눈에 들어오지않는다..
하윤이는 맥없이 앉아있는 날 한번 슥 보더니 아무말 없이 수영장쪽으로 향한다..
"풍덩..."
"하아..."
언제까지 이렇게 넋놓고 앉아있을 순 없었다..
하윤이를 따라 풀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없이 멈추지 않고 수영을 한다..
난 멍하니 물속에서 그녀가 멈추길 기다렸다..멈춘다고..딱히 그녀에게 할말이 있거나 떠오르진 않았다..단지..그냥 답답함 뿐이었다..
무슨말이라도 하고싶었다..뭘 말해야 할진 모르지만..그녀에게 아무말이라도 듣고싶은것 같다..
그녀가 헤엄쳐 내쪽으로 온다..내 옆으로 온 그녀가 풀을 나가 다리만 물에 집어넣은채 걸터앉아있다..
수영모와 물안경을 벗고 날 노려보듯 바라보고있다..
"아무말 안할꺼야?"
"...아....아니..."
"무슨일인데 그래?"
"후우....아냐 별거....나중에..말해줄께.."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곧 체념을 했는지 고개를 돌려 다른곳을 바라본다..
"근데..왜 갑자기 이 이른시간에 수영연습하자고 했어?"
"......그..그냥.."
"응? 그냥?"
"......으응..."
하아...맥이 빠졌다...정말 단순히 연습을 하려고 날 부른것? 아니 근데 왜 하필 나였을까? 맨날 오는 가연이나 아니면 아영이를 불렀을 법도 한데..하필 날 불러놓고..그냥 연습이라고...
따지기도 싫었고..혼자 내심 뭔가를 기대했던것이 민망할 정도였다..뭘 기대했었는지도 모르지만..
"왜..왜? 연습..하기 싫어?"
"아...아냐...그냥..갑자기 연습하자길래..뭔 일 있는 줄 알았어....아님 나한테 무슨 할말이 있거나.."
"흐음....아냐....나도 그럼 나중에 말할래...오늘은 그냥 같이 연습하자.."
뭐가 있긴 있었나보다..그녀가 잠시 뜸을들이더니 다시 수영모와 물안경을 쓰고 풀로 들어온다..
궁금하고 답답하긴 했지만..내가 자초한 일이라 생각했다...더이상 뭔가가 더 복잡해 지길 원치않았다..
그녀와난 오랫동안 말없이 수영만 했다..
얼마나 했을까..해가 떠있는것인지..구름에 가린것인지..하늘은 조금 밝아졌지만 여전히 흐린날씨..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 되어있다..오래도 했다..
몸이 힘들거나 뻐근해지지도 않는다..천천히..하지만 오래도록 수영을 한 우리는 헐떡이는 숨을 들이키며 풀 밖으로 나왔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찰랑거리는 수영장 물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따가...축제..하긴 하겠지?"
"....어..아마? 비 안오니까.."
"응....아...안되겠어!!"
"응?"
난 이 답답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하윤이에게 말한다..
"하윤아...니가 뭣때문에 아침에 날 보자고 했는지 모르겠지만..그리고 궁금하지만..니가 편하게 말하고 싶을때 말해도 되..나도..오늘 정말 좀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져서 그렇긴한데..우선 해결 해 보고 얘기해 줄께..오늘은 우리 그냥 넘어가자..평소처럼..^^"
"아.....응..그래.."
"그대신..다 정리가 되면..꼭 말해줄께.."
"아니..굳이 그러지않아도.."
"아냐..꼭 같이 얘기하자..이대로는 다 답답하고 꽉 막힌거 같고 그래서 미치겠어.."
"아..알았어.."
"응..그니까 당분간은 그냥 모른척 평소대로 지내줘..나도 그럴께^^ 축제가서도 같이 재밌게 놀자..아영이랑 재인이랑..가연이랑.."
"....어.."
우선 마음 정리보다 머리정리가 필요할 거 같아 하윤이와의 대화는 나중으로 미뤘다..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갈 생각이었다..
"연습...더 할꺼야?"
"아..이제 힘들어..갈까 하구.."
"그래..그럼 오늘은 이만하자..나중에 또 하구.."
"응,,아 맞다 하윤아.."
"어?"
"미안한데 이따가 축제가기전에 아영이좀 데리고 와줄래?"
"응? 같이 밥먹고 그럴거 아녔어?"
"아..응..시간이 되면 가겠지만..아직 잘 몰라서.."
"무..슨..할일이 있는거야?"
"아..응..근데 빨리 끝날 수도 있고..어쨌든..잠깐 들를데가 있어서 갔다가 끝나는대로 아영이네로 갈께.."
"알았어.."
"고마워"
그녀와난 옷을 갈아입고 학교를 나선다..난 그녀를 데려다 주고 다시 길을 나선다..
우리집..방향이 아니다...아영이네 카페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엉켜있다가 곧 백지화가 되어버리길 반복하는사이..내 몸은 어느 대 저택의 대문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걸어오기엔 시간이 좀 걸리는 이곳...가연이네 집앞이다..
대문옆 한쪽 켠에 초인종을 누른다...
보통 초인종을 누르면 집 안에 그 소리가 히미하게 울려퍼지는것이 밖에서 들린다..하지만..이집은 들리긴커녕 집은 대문을 지나 정원을 지나 끝쪽에 자리잡고있었다..
"누구세요~"
인터폰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안녕하세요..저...가연이 친구 재희라고합니다."
"아..네"
"철컥"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난 살짝 주눅이 든체 집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했던것보다 더 컸다..하긴..아영이네 카페에서 리조트로까지 보일 정도니..ㅎ
내가 열기전 현관문이 스르르 열렸다..
안쪽에는 수수한 중년의 여성과 집사정도로 보이는 남자분 한분이 서있었고 내가 들어서자 공손히 인사를 한다..
익숙치 않다..이런 대접..아니..그들에겐 일의 한부분인가 싶었다.
난 그 집사분의 안내에 따라 2층 한쪽에 자리잡고있는 가연이 방앞으로 갔다..
집사분이 내려가고 난 잠시 멍하니 그 방문앞에 서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집이..장난아니구나..근데 티도 안나고..대단하다 가연이도"
"똑똑"
그녀의 방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인기척이 난다..
"네~"
"가..가연아 ..나 재희.."
다시한번 인기척이 나더니 발소리와함께 문이 벌컥 열린다..
"니...니가 여긴 왠일이야?"
"아...그..게....계속 마음이 걸려서.."
그녀가 잠시 눈이 똥그래진채 놀라더니 나를 끌고 방으로 들어간다..
얼떨결에 그녀의 방에 들어간 난 멍하니 주의를 둘러봤다..
바닷가로 나있는 뻥뚫린 창문과 집크기와는 달리 살짝 아담한 방....근데..
온통 핑크색!!!!????
인형의 집처럼 핑크색 벽지에 하얀 가구들..핑크색 이불..인형..온통 샤랄라 공주풍의 방이다..
그런 나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가연이는 얼굴이 붉게 물드며 말을 건낸다..
"뭐...뭘 그렇게 보는거야! 여자방을,..! 실례야!"
"아...미..미안..근데...핑크..색을 좋아하나봐.."
"시끄러.."
어울리지 않았다..이 분위기는 아영이에게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아영이의 방은 귀여울줄 알았는데 나무 건물의 특징탓인지 굉장히 클래식했고..
가연이의 방은 모던쉬크 할줄 알았는데 굉장히 귀엽고 아영스럽고..
하윤이의 방을 가본적은 없지만 왠지 고즈넉한 아늑함이 있을거같은 생각을 했는데..가보지 않음 모르겠구나 싶었다 ㅎ
"자꾸 그렇게 두리번 거릴래? 왜? 내가 이런거 좋아해서 이상하냐?"
"아..아냐..의외긴하지만 그래도 나름...어울려..신선하구.."
"됐어..근데 어떻게 온거야...어떻게 알았어 우리집?"
"아..모르면 간첩이라며..가연아가씨.."
"치..그런거 티내는거 싫어..티 안낼래야 안낼수도 없지만..그래도 그런거 싫어 난.."
"응..알아.."
"근데..어쩐일이야.."
"아..."
짧은 치마와 흰티를 입고있던 그녀는 침대에 풀썩 앉아 다리를 꼬고있는다..
집분위기 탓인지..아니면 나의 인식이 바뀌어서 인지..굉장히..섹시하고 귀티나 보인다..-_-
난 그녀 방의 의자에 앉아 말을 이어갔다..
"그..게.....아까 미안했어..난 그러고 있는줄 몰랐어..정말미안.."
"......"
"그게...넌 정말 좋은아이야..내가 기억 못하고 잃어버린 것도 소중하게 기억해 주고 정말 좋고 따뜻한 아이..그런 아이에게 고마워하고 웃어주진 못할망정 그런표정만 짓고있었다니, 얼마나 가슴아팠을까 싶어.."
"치..."
"그래서 사과하고싶어서 왔어..내 과거와 이어진 유일한 끈도 놓고싶지않고..여기와서 사귄 사람들 하나하나 다 챙겨주고싶고 놓치고싶지않고.."
"됐어..알았으니까 그만해.."
"미안해..이런말 하는거 아영이한테 미안하지만..넌 정말 매력적이고 좋은아이야..."
"......알아나도..큭큭...근데....너..하윤이 좋아하는거야?"
"응? 아..아냐 그런거..정말 별 아무사이도 아냐.."
"흐음...아영이가 있는데 하윤이를 좋아하는것도 말도 안되는거지만..그것보다 이렇게 널 생각하고 유혹하는 나에게 안오고, 너에게 차갑기만 한 하윤이한테 가는것도 못견딜거 같애.."
"ㅎ 안그래.."
"하아...아 몰라..점심..안먹었지?"
"아...응..아직.."
"나랑 같이 먹자.."
"응? 아...그래.."
축제에 가기전 아이들과 다같이 먹으려 한 점심이지만 지금은 그냥 가연이와 함께 먹어야 할것같았다..
"뭐해 안오구,,"
"응? 아..."
그녀가 문앞에서 나를 재촉하여 같이 1층 주방쪽으로 내려갔다..
얼마나 거창한 음식이 나올지 걱정까지 됐다..
음..그래도 생각보다 소박한 식당과 주방..식탁..
8인 정도 되어보이는 식탁이 한쪽에 자리잡고있고 끝쪽에 주방이있었다..
"벼..별거 없으니까 해주는대로 먹어.."
"응.....웅?엥? 니가 직접 하는거야?"
"왜...왜? 내가 한건 먹기 싫다는거야?"
"아..아니...정말..의..의외의모습이 많구나 너.."
"뭐래...잠깐만 앉아서 기다려.."
그녀는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후...그녀가 주방에서 나온다..
볶음밥과..찌개..밑반찬들...전혀...이곳의 분위기와 어울리지않는다!!
"왠지모르겠지만..굉장히 놀라울 정도로 반전 아가씨구나 너.."
"무슨소리야..이런 집이면 내가 해주는 요리도 럭셔리 해야한다는거야?"
"아..아니 난 이런거 더 좋아..그냥 니 방도 그렇고 너 요리하는것도 그렇고..대단한거 같아서.."
"밥이나먹어.."
나의 칭찬이 기분이 좋은건지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아무말 않고 내 맞은편에 자리 잡고 앉는다..
볶음밥에 찌개는...새로운 조합이었지만 뭐라도 만들고 싶어한것일까...그렇게 생각하니 귀엽기까지 했다..
그녀와난 별 말없이 음식에 집중한다..맛있었다..
"너..넌 영광인줄 알아..."
한동안 말없이 밥먹던 그녀가 날 보고 말을건낸다..
"응? 뭐.뭐를?"
"우리집에서 내가 해준 요리 먹은사람..유진이 밖에 없어 지금까지..게다가..남자는 처음인데다가 내방에 들어온것도 니가 첨이고.."
"아...그래? 근데..넌 인기 많았을거 같은데 그...남자친구 없었어?"
"....."
그녀가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잠시 그대로 가만히 있는다..
나는 뭔가 잘못말했나 싶어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거..없어...다먹었음 일어나자.."
"응? 아....그..그래.."
그녀와 난 아무말 없이 다시 2층 그녀의 방으로 올라왔다..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일까..
아니..자세히 보니 그렇게 화가나거나 그런것 같진않다..단지 좀 심란하고 복잡한 미묘한 표정이었다..
"이..이따가 축제..갈꺼지?"
".....어...근데..나 가기전에 유진이 잠깐만 보고갈께...그 기집애..갑자기 약속생겼다고 못간다고 하자나..뻔하지 뭐..태민선생님 만나는걸꺼야.."
"아...그래..근데 토요일인데 태민선생님 집에 계셔야 하는거 아냐?"
"아 몰라..어쨌든 우선 너희들끼리 먼저 가있어..기사 아저씨한테 너희들 우선 데려달라고 얘기해 놓을께..난 바로 뒤따라 갈테니까.."
"아..아냐 그럼 그냥 우리끼리 가도 되..그렇게 까지 안해도.."
"괜찮아...그냥 타고 가.."
"아....응.."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오늘입을 옷인지 뭔지를 벽장에서 꺼내 침대에 늘어놓는다..
난 왠지모를 이 무거운 공기가 싫었다..
분홍색 기분좋은 풍선껌향기가 나는 달콤한 이방에 어울리지 않는 공기였다..
"가연아..내가 무슨 말을 실수했거나 잘못했으면 미안해..자꾸..너한테 폐만 되는거 같다.."
"....."
"미안..무슨일인지는 모르지만..미안해.."
"그런거 아냐..그냥 좀...마음이 싱숭생숭하네..ㅎ"
"응? 왜?"
"하아...."
그녀는 다시 침대로와 날 마주보고 앉는다..
"너때문이야..니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 그런거 아냐.."
"응? 왜...뭐가?"
"남자친구 없냐고 물었지?...보다시피 우리학교는 남자라고는 보이지도않고..그렇다고 내가 어디가서 꿀리는 스타일도 아니고...돌아다니면 대쉬도 많이 받고.."
"그렇겠지..이렇게 이쁜데.."
"하아....너한테 말하기 쪽팔리지만..왜그런지..나도 모르게..그런 아이들의 눈을 보고 파란눈이길 바라고 그랬던 적도 있어.."
"아...."
"웃기는 소리지...파란눈이 뭐길래....그래서 막 외국인 사진도 찾아보고...내가 파란눈에대한 그런 이상한게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그랬는데도..그것도 아냐..근데.."
",,,,,,,"
"니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난순간...티는 내지않았지만..심장이 터질것 같았어..내가 가지고 있던 파란눈에 대한 선망은...단순히 파란눈에 대한 그런 게 아니라..너에대한 나의 추억이고 사랑이야.."
"가연아..."
"니가 말했지...너의 기억을 소중히 이쁘게 추억해 줘서 고맙다고..그게 단순히 가능할 것 같애? 누군가를 그렇게 이쁘고 소중하고 아름답게 기억한다는게 보통 단순하게 가능할것 같냐구..하아..정말..난 왜 차인애한테 두번이나 고백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가린다..
나 역시 심정이 복잡미묘해졌다...나는 내 의지와 다르게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살짝 끌어안았다..
그녀가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곧 가만히 진정을 하는듯 보인다..
"고..마워 가연아...정말..그정도일 줄은 몰랐어.."
"....."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닌 날 이렇게 기억해주고 있을 줄도 몰랐고..정말..고맙고 미안해.."
"아냐...그만해...이러다가 또 무슨일 날지도 몰라.."
그녀의 한마디에 내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녀에게 들킬까 살짝 떼어내긴 했지만 그래도 들릴것 같았다..
그녀가 움찔 거리며 몸을 빼려했다..난 아무생각도 들지않았다..더 꼬옥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몸을 돌려 더 강하게 빼내려 하자 난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녀의 몸을 더 밀착시키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가 눈이 똥그래지며 놀란다..팔로 날 밀쳐내려 하지만 강하지 않은 힘이다..
난 몸이 살짝 균형을 잃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고..그녀는 내 허벅지 한쪽위에 그녀의 다리사이를 끼운채 나에게 안겨 키스를 한다..
내가..시작하긴 했지만..그녀가 더 적극적이다..
이성과 감성이 교차했지만..남자는 남자였다..그녀가 나의 허벅지에 그녀의 그곳을 대고 허리를 움직여 문지르고있다..
치마는 벌어진 다리탓인지 말려올라가 그녀의 속옷과 내 바지의 천조각만이 그녀의 그곳과 나의 허벅지를 구분짓고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나에게 타액과 입술을 주던 그녀가 순간 이성이 돌아온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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