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 상편
본문
이름 : 민성웅
나이 : 29세
직업: 평범한 셀러리맨
결혼: 미혼
" 민대리 이리좀 와봐"
쌍년 아침부터 호출이네…
그것도 월요일 아침부터 무슨 트집을 잡을런지?---
" 이것도 보고라고 올린거야??"
" 실적이 안나오면 대책이 있을거 아니야? 대책이"
" 회사생활 하루이틀해?"
씨팔 대책이라고 며칠밤을 집계하고 통계내서 올리면 현실성이 없다고 트집 잡을땐 언제고---
" 네 다시 보고 드리겠읍니다."
매번 이런식이다.
장효선---
우리과 과장이다.
다른 직원들 한테 언제나 상냥한 그녀지만 유독 나한테 만큼은 모질다.
노처녀 히스테린가?
나이는 나와 동갑이지만 회사를 일찍 들어온 순번에 밀려 현재 나의 직속 상관이다.
씨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대한민국 남자들은 좀 억울하다.
군에 드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뺑이친것도 서러운데
보상은 못해 줄 말정 저런 년에게 쿠사리나 듣고 있으니 원----
입사 초기에는 경험을 쌓게 할려고 그런줄만 알았는데…
아주 날이 갈수록 더하다
나도 이제 5년차를 넘어 어엿한 대리거늘 계속 반말에, 트집에…
하루에도 몇번씩 저년 얼굴에 사직서 날리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IMF 등살에 어렵게 구한 일자리, 그나마 떨어져 나가면 얼케하나 하는 생각에
아직 허리를 굽신거려야만 한다.
" 민대리 장과장이 혹시 너 좋아하는거 아냐?"
옆에서 보다 못한 입사동기 최대리가 거들며 나선다.
" 꿈에 나타날까 무섭다 무서워 행여나 제가 날?----"
" 내가 좋다면 왜저리 못잡아 먹어 난리냐?"
" 그냥 그렇게 넘길일이 아냐 왜 남자들도 그렇잖아"
" 초등학교 다닐적에 좋아하는 여자 고무줄 끈고 도망다니던거 생각안나?"
" 설마 그렇다면 더더욱 유치 빤빤라밤이다."
" 씨벌 우리가 초등학생인가?"
" 암튼 잘 생각해봐"
" 그러구 언제한번 시간내서 저녁이라도 한번 먹자고 제의해 보던지?"
" 혹시 아냐 장과장 속내를 알게될지?"
" 난 못한다 죽어도 못한다. 아휴 저년이랑?"
난 장과장을 쳐다보며 몸서릴 쳐댄다.
" 밑져야 손해볼건 없잖아? 그러구 언제까지 매번 당할래?"
최대리 말도 일리가 있긴 한데…???
" 따르르릉"
" 네 민성웅입니다."
" 네 여기 **병원 검진센턴데요?"
" 아-----네 결과가 나왔나요?"
" 그게 좀???----"
" 왜 무슨 이상이라도 있나요?"
" 아직 확실한건 모르겠구요 조직검사를 한번 해봐야 겠는데 언제 시간나시죠?"
" 조직검사요?"
" 네 1차 내시경 검사에서 조그만 종양이 발견됐는데요?----"
"띵-------------"
물혹도 아니고, 종양이란다
내나이 이제 29이고, 결혼도 아직 안햇는데…
너무 억울하다.
" 네 알겠읍니다. 29일 검진센터로 가겠읍니다."
며칠전부터 계속 피곤하고 신물이 올라와 한번 받아본 종합검진
그 병원에서 지금 나에게 종양을 운운하며 재검을 요청한다.
내가 위암판정이라도 받으면 다 저년 때문이야…
허구헌날 스테레스를 줘대니 멀쩡한 위가 배겨나겠어??
난 곱게는 못죽는다
저년 두눈깔 뽑아버리기 전에 절대 곱게는 못죽지 암만
그렇게 이를 악물며 책상위 보고서를 긁적대고 있다.
" 따르르릉"
" 네 민성웅입니다."
" 여기 **병원 검진센턴데요"
" 지금 당장 입원하셔야 겠습니다."
" 네???------"
" 위암은 확실한데 아직 어디까지 전이가 됐는지, 수술 가능한지 살펴야 되거든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나처럼 착하고 바른 길로만 살아온 사람에게 왜이리 힘든 고통을 주시나이까
" 빠른 입원이 현재로썬 최선입니다."
" 위암이라면 다른 장기에 비해 수술도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 너무 낙심마시고 빨리 입원치료 하셔야 되니깐 회사엔 양해를 구하시고…"
" 네 알겠읍니다."
난 그렇게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위암이랜다. 위암…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근데 더 암단한건
우리회사의 작금의 현실이다.
요즘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회사는 연실 술렁거리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어디 한구석이 안좋은 사람은 구조조정 1순위라고들 하던데…
더군다나 장과장이란 벽이 앞에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그런 벽앞에 휴직서를 내놓는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래 죽을때 죽더라도 저년 잘 사는 꼬라지는 두눈 뜨고 못봐준다.
그렇게 생각하니 삼년묵은 고깃덩이가 쑥하고 내려가는 느낌이다.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어차피 오래 못살인생
받은 만큼 돌려주리라…
그날저녁
" 과장님 오늘 저녁 시간 있으세요?"
장과장은 모니터에 시선을 놓으며 나를 뻔히 쳐다본다.
연한 핑크색 루즈자국이 시선을 마구 자극해댄다.
" 왜 무슨일이야?"
" 여기서 말씀드리긴 좀 곤란하구요 퇴근후에 저녁이라도 드시면서…"
장과장은 잠시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뭐 오늘 특별한 약속은 없지만…"
" 그럼 요앞 일식집에서 7시에 뵙겠읍니다."
난 쾌재를 부르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는다.
이년아 오늘 씹창좀 나봐라
오늘따라 그녀에게서 풍기는 옅은 향취가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난 그렇게 7시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며 부푼 좆을 달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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