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그룹

007 삽입면허 - 10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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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그럼 이 집을 팔아 버린다는 거야?”




“으응, 어차피 전에 살던 집이 비어 있는데, 우리 엄마가 정 들은 집이라 팔아치울 수도 없고...... 전세를 줘야 할 형편이니까 누님이 거기 가서 살란 말이야. 어차피 이젠 그 영감하고도 끝내야 할 것 아냐?”




“칫...... 자꾸 그 소리 할 거야? 자존심 상하게..... 그리고 그렇게 영감 아니라니까......”




“하하...... 어쨌든,,,,,, 이제 누님, 나만 보고 산다면서?......”




“그러니까 자기도 그런 소리하지 마.”




“알았어. 일단 나가는 길에 복덕방 들러서 우리 집도 미리 봐 둬. 위치를 알아 둬야 이사도 할 거 아냐?”




“그럼 정말 동생 나중에 장가들어도 나 이런 꼴 안 당하게 해 줄 자신 있는 거야?”




“하하...... 어젯밤에 놀라긴 놀란 모양이네? 걱정하지 마. 어차피 이 집 전세 얻은 돈은 그 영감 돈이라면서?...... 내가 그 사람들 만나서 위자료나 합의금으로 무마시켜 가지고...... 그 돈하고 나한테 있는 돈하고 합해서 누님 명의로 가게 하나 번듯하게 열어 줄 테니까......”




“칫...... 누가 그 소리했나? 숨겨 둔 여자라고 찾아와서 머리카락 잡아 뜯을까 봐 그랬지. 호호호...... 그런데 가게 정말 내 앞으로 열어 줄 거야?”




“그래, 그러니까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자, 가자.”




복덕방 사장은 아침부터 몹시 심란해 죽을 지경이었다. 자신이 집을 소개해 줬던 팔등신 미녀가 기찬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나타나 기찬의 아파트를 매각해 달라고 하니 두 사람의 관계가 짐작이 되는 바, 말 못할 질투심에 견디질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내 애경도 빠지지 않는 외모에 처녀 못지않은 날씬한 몸매를 갖추고 있지만, 저런 팔등신 미녀는 보기 흔치 않을뿐더러 그 상대가 자신의 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기찬이라는 것에 더욱 못 견딜 일인 모양이었다.


남자가 삼처사첩을 마다할 일은 아니겠지만, 삼처사첩은 고사하고 자신의 아내마저 기찬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과연 미치지 않고는 못 견딜 일일 것이다.




기찬은 김비서를 불러내서 박사장이 운영하던 가구공장의 장악과정을 상의하기 위해 일찌감치 카이로에 모습을 나타내고, 그런 기찬의 앞에 여진이 나타난다.




“어, 어?...... 넌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냐? 어제 집에 안 갔어?”




“아유...... 말도 하지 마. 어제 미라 때문에 아주 죽는 줄 알았어.”




“왜? 미라가 왜?......”




기찬이 바짝 다가서서 물어보자 여진의 흰자위가 드러난다.




“아주 미라 일이라면 눈에 쌍심지가 돋아요. 얘가...... 정말 기분 나쁘게......”




“에이 참, 어서 말해 보라니까...... 미라는 괜찮은 거야?”




“가서 봐. 직접...... 칫...... 별 일 아니야. 술을 많이 마셔서 그래.”




“술을?...... 아니, 얼마나 마셨기에 학교도 못가고 여기서 퍼진 거야? 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걔네 오빠가 무슨 사기를 당했다나 봐. 그 얘기를 듣고선 한참을 울더니...... 아무리 말려도 술을 얼마나 마시던지...... 나중엔 손님들이 다 말리더라니까...... 괜히 마담 언니한테 나만 혼났다고......”




“사기를?......”




미라가 이사하던 날, 어딘가에 취직이 돼서 첫 출근을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 아내인 강희도 파출부를 그만두게 하고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전혀 새로운 소식이 기찬에게 전해진다. 




“야! 강기찬......”




“으응?...... 왜?”




“너, 난 수고했다고 위로 안 해줄 거야? 밤새 간호한다고 잠도 못 잤는데......”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물론 수고했지. 우린 다 한 식구 아니니? 하하하......”




“칫...... 옆구리 찔러서...... 흐읍...... 으흐읍.....”




“하하하...... 됐지?”




“아유...... 나쁜 놈, 질투 나게 매일 미라만 챙겨주고......”




“야, 여진아...... 그래도 이 집에서 나한테 이놈 저놈 하는 사람은 너 하나밖에 없잖니? 좀 봐줘라. 봐줘...... 순서로 따지자면 네가 내 조강지처 아니냐? 응? 하하하......”




“피...... 순 말로만......”




기찬은 미라에게 위로해 줄 말도 마땅치 않고 여진의 도끼눈도 피할 겸 지난번에 전해들은 기억을 더듬어 미라의 오빠가 사는 집을 찾아 나선다.




“여보세요?”




“어머! 호, 혹시......”




“그래, 나야. 강수사관......”




“어머머!......”




“하하...... 강희도 사장에게 전해들은 모양이군. 나를 잡아넣었다고......”




“네에...... 사기꾼이라면서 신고를 했다고 하던데...... 그런데 괜찮으신 거예요?”




기찬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라의 올케 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살아 나갈 길을 찾는 재주는 비상한지,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바로 기찬의 안부를 물어온다.




“그야 당연하지. 군에서 하는 수사를 누가 말리나?...... 사장은 그저 내가 체포된 것으로 알고 있도록 그냥 둬. 알리지 말고...... 그나저나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네......”




“남편이 무슨 사기라도 당했나?”




“어머! 그걸 어떻게......”




“내가 주변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는 거 몰라? 어서 아는 대로 자세하게 말해 봐.”




“네, 네......”




강희의 말을 들어보니 남편의 전 직장동료였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것 같다는 얘기였고, 그 때문에 퇴직금으로 갖고 있던 돈 중에 삼천만 원을 잃었다는 말이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하루 이틀 만에 삼천만 원씩이나 사기를 맞나? 음...... 안 되겠군. 일단 강희가 그 집을 나와. 사장에게는 그만 둔다고 하고......”




“아! 네, 알았습니다. 그렇게 할게요.”




“내가 그동안 시누이 송미라에게 접근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지금 강희 남편을 만나러 가는 중인데 혹시 나를 집에서 보더라도 놀라거나 하면 안 돼.”




“아, 아...... 네...... 그런데 저희 남편이 무슨 잘못이라도......”




“그런 건 아니니까...... 안심해도 돼. 자세한 건 알 것 없고, 집에다가는 그저 그 집에서 그만두라고 해서 그만뒀다고만 해.”




“네, 알았어요.”




기찬의 붉은 색 지프가 천호동 주택가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행인에게 여러 차례 길을 물어 한 집 앞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 문패를 확인한다.




“송만호라...... 이 집이로군.”




고개를 숙여 대문을 들어서니 흙 마당을 따라 추녀를 드리운 오래 된 한옥 집이 나타난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누구세요?”




삼십 후반의 사내가 미닫이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기찬을 바라본다. 미라와 닮은 것으로 보아 그 오빠가 틀림없는 모양이었다.




“저...... 실례합니다만, 혹시 미라 오빠 되시는지요?”




“아! 네, 그렇습니다만......”




“아! 역시 그렇군요. 안녕하세요. 전 미라 친구입니다. 강기찬이라고 합니다.”




“저런...... 미라는 지금 친구랑 자취를 한다고 이사했는데......”




“하하...... 네, 알고 왔습니다. 미라를 보려고 온 게 아니라...... 소식을 들었는데...... 제가 사실은 수사 계통에 있습니다. 미라 오빠에게 딱한 사정이 생겼다고 들어서......”




기찬은 미라의 오빠 만호와 방 안에 앉아 한참의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주고받은 서류약정도 없고, 본인의 판단에 추진한 일이어서 사기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일이었고, 무엇보다도 진행하는 업무 자체가 법으로 보호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수룩한 사람을 속여 금전적 피해를 입힌 일이니 사기는 사기지만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할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매우 난감하군요.”




“네, 그래서 저도 깨끗이 포기하려고 그냥 이렇게 주저앉아 있는 겁니다. 나가봐야 말재주도 없고...... 자신도 없고......차라리 이렇게 있으면 오가는 교통비라도 아끼는 셈이죠.”




미라의 오빠, 만호는 완전히 낙담해 있었고, 이런 오빠의 소식을 접한 미라가 그러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 친구 분은 지금도 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네......”




“그러면 그 사람은 형님 같은 사람을 계속 바꿔치기 해 가면서 자신은 이익을 본다는 말씀이겠군요?”




“결국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자기 밑에 있는 사람들은 투자 원금을 건지거나 말거나 관심을 둘 필요도 없는 일이지요. 우리가 한 건만 성사를 시켜도 자기는 거저 수입이 생기는 일이니까 망해서 나가면 또 다른 사람을 유혹하겠지요.”




“그 명단을 사는데 한 건에 이만 원이라고요?”




“네...... 그러니까 하나만 상담에 실패를 해도 현금 이만 원이 그냥 허공에 뜨는 겁니다.”




기찬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만호에게 말을 꺼낸다.




“그럼...... 우선 이렇게 합시다. 일단 형님은 계속 사무실에 나가세요. 그냥 자리라도 지키고 계시면 제가 수일 내로 그곳에 가서 형님에게 그 일을 인수인계 받는 것처럼 꾸미는 겁니다. 마침 제가 그 계통을 잘 알만 한 사람이 떠오르니까 상의를 해 보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형님이 사무실에 안 나오다가 갑자기 저와 함께 가면 의심을 할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하세요.”




“아, 아...... 그러죠. 그럼......”




기찬은 뭔가 믿는 것이 있었는지 만호와 달리 얼굴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보면 대출을 해준다는 배너가 많이 떠 있는데, 그 중에는 실제 금융기관도 있지만, 대부분이 실제로 대출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단순히 배너광고를 통해서 대출서비스를 한다는 광고를 하고, 그 신청자들의 명단을 취합해서 사채업자들에게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만호는 그런 명단을 사서 신청자들의 대출신청을 검토해 적당한 금융기관을 알선하고 대출 신청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수입으로 삼는 일을 한다고 나섰던 것이었다. 




하지만 모집인에 대한 합법적인 수수료는 대출기관에서만 나오는 것이었고, 대출기관에서는 정식으로 등록된 사람들에게만 영업코드를 부여해서, 대출신청 업무는 오로지 그 채널로만 가능하도록 해 두었기 때문에 정식 수수료는 만호를 끌어들인 옛 동료라는 사람이 모두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 대출기관의 영업채널을 미리 확보해 둔 뒤, 만호 같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대출신청을 받아 오게 하고는 그 기관에서 대출이 이루어지면 자신은 영업채널을 갖고 있으니 손 안 대고 자동으로 수입을 올리는 것이었고, 실패하면 명단을 돈 주고 산 모집인만 손해를 보는 경우였던 것이다.




하지만, 유래 없는 청년실업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요즘의 경제현실에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안 되는 신용불량자라든지 무직자 등도 컴퓨터만 있으면 대출 신청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명단을 입맛대로 골라서 살 수 없는 만호의 입장에서는 그런 쓸모없는 신청자의 명단도 한 건에 이만 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사야만 했던 것이었다.




개중에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을 설득하여 불법으로 수수료를 받아야 하고, 사정이 급하거나 내용을 잘 몰라서 그것에 응하는 사람들은 가뭄에 콩 나듯이 적은 숫자에 불과하니 만호의 입장에서 투자원금 삼천만원을 날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던 것이었다.




만호의 등을 떠밀어 사무실에 출근을 시킨 기찬은 다시 카이로를 향해 차를 몰아가고 운전 중에 여진에게 전화를 걸어 세희를 대기시키라고 주문한다.


정세희. 남편 모르는 빚 때문에 사채업자에게 몸을 버리고 남편이 야근하는 날을 택해서 카이로에서 일을 하는 입장이었으니 이제 그 사채업자를 족쳐서 과외공부라도 받을 모양이었다.


한참을 달려 카이로에 도착한 기찬은 즉시 비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간다.




“아! 벌써 와 있구나?”




“네, 왜 오라고 하셨어요? 저 오늘은 일 못하는데......”




“으응, 그 일이 아니라...... 지금 너한테 돈을 뜯어간다는 녀석 집이 어디지?”




“집은 이 근처라고 듣기만 했지, 잘 몰라요. 전화번호밖엔......”




“응, 그래...... 전화번호만 있어도 돼.”




이제 전화번호로 집 주소를 확인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니 곧 확인을 하고 다시 바쁘게 차를 몰아간다.


미아리 고개를 넘어 붉은 색 지프는 어느새 길음역 근처에 다다랐다.




“이...... 망할 놈, 근처는 무슨...... 길음역이 종로 근처야?......”




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서 기찬은 차를 세우고 아파트 위를 바라본다. 밤을 도와 세희에게 돈을 뜯어간다면 이 시간이면 한참 자고 있을 터 거침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는다.




“누구세요?”




“으응?......”




여자의 목소리였다. 상황이 난감했는지 잠시 망설이던 기찬은 이내 말을 받아간다.




“아! 네...... 돈을 갚으러 왔는데요.”




“네?...... 돈이라니요?...... 저...... 잠깐만 기다리세요.”




사내에게 연락을 하는지 잠시 시간이 흐르고 사내의 두런거리는 소리 뒤로 문이 열린다.




“실례합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기찬은 신분을 밝히며 내심 반항에 대비해 몸을 준비한다. 의외로 사내는 순순히 기찬을 맞아들이고 여자의 눈치를 보는지 여러 차례 곁눈질을 보낸다. 여자도 눈치가 없지 않을 테니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기찬을 경계한다.




“무, 무슨 일이세요? 돈은 뭐고...... 겨, 경찰이신가요? 경찰에서 왜?......”




“아! 네, 별 일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뭘 좀 알아볼 게 있는데 참고삼아 조사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인이신가요? 잠시만 자리를 피해 주시면 좋겠는데......”




“으응, 그래...... 당신은 좀 나가있어. 별 일 아닐 거야.”




“......”




영문을 모르는 여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현관을 나서고, 사내는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온다. 순간, 무슨 생각에선지 침착하게 절차를 밟던 기찬이 느닷없이 사내를 발로 내지른다.




“허...... 억...... 쿠당탕......”




“엄마야! 여보...... 아유...... 왜 이러세요?......”




역시 얻어맞은 사내는 짐작되는 것이 있으니 오히려 여자를 만류하고, 이번에는 끝내 버티는 여자를 기찬도 할 수 없다는 듯 안방으로 들여보낸다. 양아치 녀석 혼자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올라왔는데 미모의 여자 얼굴을 본 후, 김비서의 아내와 동침하게 된 사연이 떠오른 기찬의 돌발행동이었다. 필시 이 사내를 족친 후, 갖은 이유를 들어 저 여자를 장악하려는 모양이었다.




“저...... 마, 말씀하시지요.”




“일단 좀 앉지? 체포하러 온 건 아니니까......”




“아! 네, 네?......”




“이젠 세희 좀 그만 괴롭혀라. 그만큼 받아냈으면 충분하지 않아?”




이십대 중반의 기찬이 삼십대 중반은 됨직한 사내를 갖고 어른다. 기찬의 한마디에 사내는 바로 고개를 떨어드리며 그 말을 받는다.




“죄...... 송합니다.”




“자, 자...... 내가 협조 받을 일이 좀 있는데...... 만족할 만하면 그 일은 모른 척 마무리를 지어 줄 것이고...... 아니면 나한테 즉사하게 두들겨 맞고 영창 가는 거야.”




“네, 네...... 알았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사내에게 들은 말로는 세희의 경우처럼 젊은 여자들에게는 원금과 이자상환능력이 있든 없든 대출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고, 그 대신 이자와 지연이자는 터무니없는 이자를 정한다는 것이었다. 상환 기일이 도래해서 돈을 갚으러 오면 대출 담당자가 자리를 피해 버리고, 다른 사람은 담당이 아니라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 뒤, 나중에 가서 엄청난 협박과 공갈을 동원해 높은 이자를 받아낸다는 것이었다.




특히 당시 세희의 경우는 원금조차 제 때에 갚을 능력이 없는 입장이었으니 이들 방식으로 불어난 이자가 들은 바대로 배보다 배꼽이 컸던 것이었다.




“법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얼마지?” 




“연리 육십 퍼센트가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육십오륙 퍼센트 정도?......”




“뭐야? 그럼 백만 원을 빌리면 일 년에 육십만 원 돈이나 이자를 내야 한단 말이야?”




“아유...... 그것도 자격이 안돼서 못 빌리는 사람이 차고 넘칩니다. 그러니까 사채를 비싼 이자를 주고 쓰는 거지요.”




“자격이라면...... 뭐, 무직자라든지...... 그런 것 말인가?”




“네, 그것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라면 개인 신용도도 중요하고...... 요즘에 왜...... 컴퓨터 모니터만 켜면 대출광고 많이 나오잖아요? 텔레비전에서도 무슨 친구니 무슨 머니니 해 가지고......”




“으응...... 그래서......”




“그런 곳에 대출 신청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자기가 대출자격이 되나 안 되나 알아보기 위해서 이것저것 클릭해 보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을 알아보려면 ‘개인 신용정보 활용 동의서’라는 것에 동의를 해야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그게 대출이 나갔든지 안 나갔든지 관계없이 조회기록이 남아서 이 년을 가거든요. 그럼 그 이 년 동안은 그보다 상위 금융기관에서는 대출상담을 잘 안 받아 줍니다.”




“그건 왜지?”




“신용 조회기록을 보면 대번에 알게 되죠. 그 사람 신용도가 그것밖에 안 돼서 그런 하위기관을 거래했다고 보는 겁니다. 당연히 거래는 안 해 주고...... 조회기록만 한 개가 추가되는 겁니다. 그래서 신용도는 더 떨어지고...... 입사 시험 볼 때 서류전형에서 이미 떨어지는 것 같은 거죠.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어허...... 그냥 장난삼아 조회만 해보고 실제대출은 안 받았는데도......?”




“조회 후에 실제 대출이 안 나갔다면 그건 더 나쁘게 보게 되죠. 하위기관에서 보기에도 불안해서 돈을 안 빌려준 것으로 인식하니까......”




“아! 허허...... 그거 함부로 클릭할 게 아니로구먼...... 그래, 당신은 사무실이 어디야?”




“저...... 저는 지금 그 일 그만 뒀습니다. 집사람은 제가 그 일을 했던 것도 모르고 있고요.”




“뭐야?...... 그럼 정세희는 왜 그렇게 괴롭혔어?”




“지금 달리 취직도 안 되고...... 그래서 세희한테 나오는 돈으로 연명해 간 셈이었죠. 집사람한테는 야간에 교대로 경비 일을 한다고 했어요.”




“푸훗...... 당신...... 그거 세희 남편 직업에서 따 온 모양이지?”




“아, 네...... 알고 계셨군요.”




“그리고 대출에 관계하는 그 서류양식들을 좀 구했으면 좋겠는데...... 내가 수사상 필요해서 미리 봐 둘 필요가 있는데......”




“제가 전에 일하던 사무실에 가면 구할 수는 있을 겁니다.”




“아! 그러면 좀 구해 오슈. 잊어버리기 전에...... 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영창 가기 싫으면 거기 가서도 입 조심하고...... 당신 신원은 이미 확인 됐으니까 집에 남아있는 사람 생각해서 도망갈 생각도 말고......”




“네...... 무, 물론입니다. 지금 제가 그렇게 되면 전 정말 큰일 납니다. 이 집도 다 날아가게 되는데......”




“그건 왜?......”




“휴우...... 전 옛날에 카드깡을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카드대란이 일어나면서 대출한도가 갑자기 줄어들고 이미 돈은 다 대납을 해 줬는데...... 한도가 줄어들면서 회수가 안 돼 가지고...... 이 집도 지금 빚더미라서 세희한테 돈을 그렇게 받아도 사실은 감당이 안 됐던 겁니다.”




"......"




“저......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 얼마나 걸릴지......”




“네, 거리가 좀 있어서...... 아무리 빨리 갔다 와도 한 시간은 넘게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빨리 갔다 와요. 할 수 없지......”




사내는 부리나케 밖으로 나서고, 기찬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대강의 흐름을 이해는 했지만, 미라의 오빠 정만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까지는 도저히 능숙하게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가만...... 저 친구를 아주 데리고 갈까? 그래, 그게 좋겠군......”




기찬의 머릿속에 나름의 계획이 자리를 잡고 있을 무렵, 발코니 사잇문이 열린다.




“아! 네...... 무슨 일이죠?”




여자는 쭈뼛거리며 기찬을 바라보다가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기찬의 발길질이 주효하는 순간이었다.




“어허...... 왜 그래요?”




“저...... 방에서 다 들었어요. 형사님...... 제발 한 번만 모른 척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다시는 나쁜 짓 못하게 할게요. 네?...... 저 사람 잡혀가고 이 집도 없어지면 저흰 못 살아요. 흐윽......”




“아...... 이것 참, 하하...... 자, 자...... 일어나요. 알았으니까......”




“......”




“그래서 지금 당신 남편한테 기회를 주려고 하는 거니까...... 걱정할 것 없어요. 잡아갈 거면 벌써 잡아갔지......”




“저, 정말이시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찬을 형사로 알고 있는 여자는 거푸 고개를 조아린다. 니트 사이로 가슴의 굴곡이 훤히 드러나고, 발코니에 서 있는 기찬의 시야에 그것이 들어온다. 




“아...... 이거 씨바...... 이것도 병이라니까...... 왜 아가씨보다 아줌마들이 그렇게 섹시한 거야?”




머릿속으로 투덜거리던 기찬이 다시 거실로 들어와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는다. 발코니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던 여자도 기찬이 자리를 옮기니 어정쩡한 자세로 일어서서 기찬을 바라볼 뿐 어색한 시간이 흐른다.




“이름이 뭐요?”




이미 여자의 남편은 한 시간이나 지나야 올 상황이고, 세희의 안전을 위해 양아치를 족치러 왔다가 생각지도 않은 재미가 생겨 기찬은 느물거리는 표정으로 먹이를 어르기 시작한다.




“저, 저요?...... 차은진이요.”




“일 좀 해 볼 생각 없어요? 이제 다 들었다니까 하는 말인데...... 빚을 얼른 갚아야 될 거 아니요?”




“저...... 무슨 일인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할게요.”




“은진씨 남편이 하던 일인데?......”




“하, 하지만...... 그건......” 




“왜?...... 허허...... 그건 아무 기술도 필요 없는 일인데...... 그저 누워만 있으면 되는 일 아닌가?......”




“......”




자연스럽게 색스러운 이야기를 끌어내고, 여자를 당혹하게 만들어 버린다. 쥐었다 펴고, 놓았다 다시 쥐는 방법으로 이번에는 긴장을 풀어준다. 




“자...... 그럼 식당 일은 어때? 주방이나...... 내가 곧 레스토랑을 하나 오픈할 예정인데 은진씨가 일을 한다고 하면, 남편도 봐 줄뿐만 아니라 남편도 내가 일거리를 주지. 남편 월급도 마음에 들만큼 많이 줄 것이고......”




“그런 일이면 하, 할게요. 그럼......”




“그 대신 조건이 뭔지는 알고 있겠지? 내가 왜 이렇게 후한 조건을 내세우는지......”




“네, 네?...... 저......”




다시 몰아붙인다. 은진의 남편은 기왕에 데리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잔뜩 생색을 내고, 은진은 자신이 동의를 한 것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한 채 대답을 더듬는 사이 기찬은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대화는 중단되었으니 가부간의 결정만이 요구되는 순간이었다.




“망설일 것 없어. 틀림없이 약속은 지킬 테니까...... 걱정 말고...... 현관 잠그고 들어 와.”




마지막 쐐기가 박히고 은진은 자신도 모르게 더듬더듬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자...... 이리 와.”




“네...... 흐흑......”




“울 거 없어...... 이건 거래야. 거래...... 씻을 것도 없어. 시간 없으니까......”




기찬은 서 있는 여자의 청바지 허리춤을 거칠게 흔들어 단추를 풀어 버린다. 허리춤에 손이 닿자 놀라 움츠리던 은진은 과격한 기찬의 손길에 두려웠는지 벌을 서는 아이처럼 손을 높이 들어 버린다.




“하윽......”




흰색 팬티 밑으로 바지가 흘러내려 발목을 덮고 있다. 여지없이 팬티도 내려 버리자 거뭇한 거웃이 드러나고, 손으로 가리려던 은진은 발목이 바지로 묶여있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기찬은 쓰러지는 은진을 그대로 침대로 엎어 누이곤 말을 뱉는다.




“그대로 있어.”




은진의 엉덩이는 두려움과 부끄러움으로 떨고 있었고, 기찬의 바지도 발밑으로 흘러내린다. 장차 얼마든지 마음을 뺏어 자신의 여자로 삼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한 시간과 더해져 기찬을 이리 과격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흐어엉......”




은진의 엉덩이위로 몸을 덮어 사이 진 좁은 계곡으로 척후병을 들여보낸다. 기찬의 뿌리를 푸근하게 압박해 오는 은진의 엉덩이를 느끼며 그 엉덩이에 노를 젓는다. 두 다리가 바지에 묶인 채 밀착한 허벅지 사이로 사이 진 그 곳을 찾아 가는 것은 대단한 자극이었으며 더 할 수 없는 흥분으로 기찬을 몰아간다.




“흐그그극......”




그동안 안았던 여자들과는 다른 감각이 일어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서 결국 관계에 이르더라도 그동안의 여자들은 스스로 옷을 벗게 했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강간을 한다는 느낌이 그 감각을 지배하는 모양이었다. 거친 몸놀림으로 은진의 엉덩이가 춤을 추고, 밀고 들어오는 충격에 허리를 버티기 힘이 드는지 부드러운 엉덩이가 점점 올라온다.




“제, 제발...... 살살......”




기찬은 몸을 일으켜 은진의 엉덩이를 양 손으로 쥐고 허리 밑으로 끌어당긴다. 이미 제 갈 길을 알고 있던 정복자는 골을 찾아 문지르고 어느새 그 모습을 감춰 버린다. 드나드는 길을 따라 옥수가 넘쳐흐르고 부딪치는 엉덩이 위로 물보라가 튀어 오른다. 




“후욱...... 후욱......”




문득 세희가 떠오른다. 세희와의 정사 후, 선 채로 치르는 정사의 참맛을 알기라도 했다는 것인지 왜 하필 이 때 세희가 떠오르는지 모를 일이다. 은진의 몸으로 들어가며, 또 다른 여자의 몸을 떠올린다.




“허어억...... 울컥......”










* * * * 푸른별밤입니다. * * * *




반갑습니다. 연일 사설을 늘어놓아 죄송스럽습니다.




오늘은 잠이 부족해 시간이 많이 쫓기는군요. ^^; 그래서 양도 매우 적습니다.




일신상의 변화가 있어, 독자님들께 부득이 폐를 끼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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