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 13부
본문
여보세요?”
“저...... 소장님이신가요?”
“아,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네, 안녕하세요? 저...... 부소장 아내 되는 사람인데요.”
“아! 네, 네...... 안녕하세요?”
“미처 인사도 못 드리고...... 이렇게 전화로...... 저...... 어제 얘기 들었어요. 저는 그런 돈인지도 모르고......”
“아,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잊어 버리셔도 됩니다. 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부소장 신변에도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언제 한 번 뵙고 인사라도 드렸으면 하는데요. 제가 매장으로 가서 전화 다시 드려도 될까요?”
“아, 아닙니다. 일부러 오실 거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볼 일이 있어 의왕에 가는 중이거든요.”
“그러면 제가 의왕으로 갈게요. 잠시만 시간 좀 내 주세요.”
“아 참, 뭐...... 정 그러시면 의왕 사거리로 오셔서 전화 주십시오.”
공사장에서는 연이어 모래를 실은 덤프트럭이 나가고 있었다.
강주는 한 쪽에 차를 대고 휴대폰을 꺼낸다.
“안녕하세요? 총무님이시죠? 저, 슈퍼 최소장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부녀회 풍물시장이 얼마 안 남았죠?”
“네. 왜 그러세요?”
“네, 제가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 소개를 좀 해 드릴까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릿세를 내고 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런데 품목이 어떤 거지요?”
“아! 풍물패하고 겹치진 않을 겁니다. 제가 오늘 쉬는 날이라서 외부에 있는데 괜찮으시면 내일 만나서 말씀 드리면 안 될까요?”
“네, 그러셔도 되고요.”
“네, 그럼 내일 점심식사를 함께 하시죠. 맛있는 거 대접해 드릴 테니까 시간 비워 두십시오. 하하하......”
수박행상만 건드려 봐야 번영회 간부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할 것이 뻔하고 이 일이 해결되면 다음엔 또 어떤 일로 속을 썩일지 모르는 일이라서 대리전 양상을 끝내고 직접타격을 줘 확실히 매듭을 짓기로 작정을 한다.
강주는 어차피 의왕시 매장에 입점 시키기 위해서라도 개별코너를 운영할 점주들을 만나야 할 터이다.
이들도 모두 생계를 꾸리는 터가 백화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이라서 몇 명만 선이 닿아도 서로서로 소개를 통해 금방 원하는 모든 거래 선을 구성할 수가 있다.
의왕시 매장이 워낙 입지조건이 좋기 때문에 업자들이 입점하기 위해서 다소간의 불편한 부탁 정도는 들어 줄 것이라는 게 강주의 생각이다.
강주는 부소장 시절 이미 여러 번 만난 적 있는 행상들에게 연락하여 의왕시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고 이미 총무부 김과장에게 보여준 대로 자신의 처가라고 알려 유리한 위치에서 접근을 하기로 작정했다.
“진정씨, 또 여기 나와 있었어요?”
“어머! 소장님, 어서 오세요. 너무 자리를 많이 비우셔서 회사에서 문제 생기시면 어떻게 해요?”
“아, 어제는 업무상 출장이었고, 오늘은 쉬기로 해서 괜찮습니다.”
“어제, 출장 다녀오시고 피곤하실 텐데......”
“허허, 괜찮아요. 그나저나 조금 있으면 업자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저...... 진정씨.”
“네?”
“죄송하지만, 할 수 없이 한 번 더 애인 행세를 해야 되겠습니다.”
“어머, 예...... 그렇게 하세요. 전 괜찮습니다.”
“허허, 진정씨가 워낙 아가씨처럼 날씬해서 우리 김과장도 깜빡 넘어가던데요.”
“어머! 아이 참......”
-
“아이고, 사장님들 오랜만입니다. 만나서 오셨나 봐요? 아직 시간이 이르니 조금만 더 기다립시다. 더 오실 분들도 있고......”
“아니, 진급하신지 얼마 안 되셨는데도, 이런 큰 공사를 맡으셨습니다.”
“아! 여긴 우리 회사가 아니고 제 처가에서 운영할 겁니다.”
“오! 그러세요? 아...... 그럼 저 분이......”
“네, 아직 식은 안 올렸지만...... 인사해요. 진정씨. 앞으로 우리 매장에 입점하실 분들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커피라도 준비해 올게요.”
“그럼 소장님께서는?......”
“아! 저는 그냥 회사에 남아서 원격관리만 하고 여기는 저 사람하고 처남들이 관리할 겁니다.”
“아! 그렇죠. 그렇게 해야 상부상조하며 매장이 더욱 힘을 받죠. 와! 이거 짠돌이 최소장님이 관리하면 남는 것도 없이 우리만 거덜 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아, 잠시만...... 전화 좀 받고요. 진정씨...... 여기 커피 좀 더 준비해야겠어요.”
“저...... 소장님?......”
“아, 네...... 어디쯤 계십니까?”
“여기...... 주유소도 있고...... 건너편에는 공사장도 보이네요.”
“네...... 아! 보이네요.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
한껏 풀이 죽은 부소장 부인이 발밑을 보다가 길을 건너 뛰어오는 강주를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길게 웨이브 진 머리가 가슴 앞으로 쏟아지니 고개를 들며 뒤로 넘긴다. 가까이 가서 보니 눈썹이 무척 진한 미모의 소유자였고 그래서 그런지 피부는 더욱 창백해 보인다.
그녀가 무슨 일로 왔는지 대강 짐작이 되는데 공연히 부하직원의 부인에게 이성을 느끼게 되어 민망한 듯 재빨리 말을 잇는다.
“아유......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빨리 오셨네요. 그래...... 무슨 일로......”
“저...... 급하게 마련한다고 하긴 했는데, 아직 오십만 원밖에 못 구했어요. 그래서......”
“아니? 무슨 돈이요? 아유...... 괜찮아요. 제가 다 알아서 한다니까요. 도로 집어넣으세요. 어서요.”
“그렇지만...... 이건 소장님께서 허락하신 돈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뭐...... 그야 그렇지만 뒤에라도 제가 알았으니 괜찮습니다. 그전에야 어떻게 했든 제가 없을 때니 뭐라고 할 일도 아니고...... 그리고 부소장님 댁도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을 거 아닙니까? 그냥 넣어 두세요.”
“아유...... 지난번에도 돈을 주셨다고 하던데...... 번번이 폐를 끼쳐서......”
“괜찮습니다. 저야 혼자 몸인데 부소장님 댁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아유 참, 그래도 될까요? 너무 죄송해서......”
“이거, 공연히 멀리까지 오셔서 어떻게 합니까? 그냥 전화로 말씀하실 것을...... 제가 손님과 만나는 중이라 지금 대접하기도 어렵습니다. 이거 어쩌죠?”
“어머! 아니에요. 소장님...... 그럼 볼일 보세요. 저는 그만......”
“네, 다음에 기회 되면 부소장님과 함께 식사라도 한 번 하시죠. 오늘은 배웅하기도 어렵겠네요.”
-
자리에 모인 업자들과 상의하여 의왕시 매장에 구색이 빠지는 부분은 추후 수원 매장으로 방문하여 상의하기로 했고, 강주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서 걱정하던 풍물시장 건은 어차피 자기들도 장사꾼이라며 오히려 좋아한다. 이들도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니 어찌 눈치가 없겠는가? 추후 강주와의 거래를 생각해서라도 적극호응을 해 온다.
모처럼 만나 반갑기도 하고, 앞으로는 한 매장 안에서 자주 얼굴을 볼 사이들이니 주고받는 술자리도 정겹다.
박진정, 그녀도 강주에게 모래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아직 다소 돈이 부족하여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추진되는 내용만 봐도 별 문제 없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만 같은 기대감에 정말 다정한 애인처럼 강주 옆에 더욱 가까이 붙어 앉게 된다.
“자, 그럼 조만간 수원에서 한 번 뭉칩시다.”
“네, 그러죠. 그 상가 이제 큰일이구만......허허허.”
“아, 그러게. 그 번영회장인가 누군가...... 사람 잘못 건드렸어. 자식이...... 임자 제대로 만난 거야.”
“그럼, 그 때 우리 사모님도 오십니까?”
“아, 아뇨...... 전...... 여기 현장에 있어야지요.”
“예. 그럼 지나다가 기회 되면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아유, 네...... 뭐...... 바쁘실 텐데...... 신경 쓰지 마세요.”
차가 있어 편해지긴 했는데, 술자리가 잦아지면서 번번이 대리운전으로 끌고 갈 수도 없으니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함께 가야 할 사람도 없으니 잠시 쉬어 술을 깨고 갈 생각을 한다.
“자, 진정씨. 오늘 사람들에게 시달려 많이 피곤하시죠? 저는 여기 잠깐 눈 좀 붙이고 술 좀 깨면 갈 테니까 그만 들어가십시오. 제가 모셔다 드려야 하는데 술을 마셔서...... 자, 택시 잡아 드릴게요.”
“어머,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그럼......”
한참을 걸어가던 그녀가 황급히 다시 돌아와 조수석 문을 연다.
“아니 왜 안 가셨어요?”
“아무래도 마음이...... 잠깐이라도 여관에 가서 주무세요.”
“아, 저 괜찮아요. 조금만 이러고 있다가 가면 됩니다.”
“싫어요. 소장님, 그러시면 제가 마음이 힘들어요.”
“허 참...... 하하하...... 예, 그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하긴 집에 가봐야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는 처지에 동가식서가숙 한들 어떠랴.
혹시라도 그냥 돌아갈까 봐 걱정이 되는지 그녀는 여관에 들어갈 때까지 쫓아와 지켜보더니 갈 길을 간다.
침대에 드러누워 상가 번영회에 복수극을 펼칠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돌고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것 같다.
인기척에 문을 열어주니 봉지가득 맥주와 안주를 담아들고 그녀가 들어온다.
“아니, 진정씨.”
“......”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서 한 쪽에 봉지를 내려두고 고개를 숙여 바닥만 보고 있다.
“진정씨.”
“......”
어색한 분위기에 할 수 없이 봉투 안의 맥주를 꺼내 뚜껑을 딴다.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요? 자, 진정씨...... 이리 오세요. 한 잔 하지요.”
“소장님, 죄송해요.”
“아니, 진정씨가 뭐가 죄송해요?”
“욕 하셔도 좋아요. 그냥 이러고 싶었어요. 그냥 가기 싫었어요.”
강주는 아차 싶었다. 천생 타고난 바탕이 한 여자에게 안주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고 있고, 이럭저럭 즐기며 사는 데에도 불편할 것은 없었기 때문에 삼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딱히 이 여자다 싶은 사람은 곁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잘 아는 형님의 동생이 대시를 해 오니 함부로 취할 수도 없고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그간 애인 행세를 했던 것이 한꺼번에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글쎄...... 우선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저...... 소장님, 욕심내는 거 아니에요. 그냥...... 뒤에만 있을게요.”
“아, 글쎄 누가 뭐래요? 어서 앉으세요.”
강주는 말문이라도 막으려는 듯 일어서 그녀를 끌어 앉힌다.
“......”
“......”
“저, 소장님 애인 행세하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마치 진짜인 것처럼 행복하기도 했었어요. 죄송해요.”
“아, 그래요. 우리 친구 합시다. 친구...... 자 우선 한 잔 받고...... 사실 나도 진정씨 마음에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떡집형님 동생이신데 제가 함부로 대하기도 어렵고......”
“오빠는 상관없어요. 제가 어린애도 아닌데...... 그냥 소장님 만나고 나서부터는 뭔지 모르게 안심도 되고...... 가슴 울렁증도 다 없어졌어요.”
“네? 하하하...... 그럼 제가 우황청심환인가요?”
강주의 농담에 얼굴이 붉어진다. 강주는 어찌 되었든 이 자리를 모면하고 싶었다. 천하의 오입쟁이 강주도 의도하지 않은 자리에 몹시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욕하실지 모르지만 전에 남편 친구 들은 모두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그랬는지 술자리를 해도 늘 불안했었어요. 그런데 소장님 따라다니면 안심도 되고 다들 대접을 해주니 괜히 으쓱해지기도 하고 그래요. 그런데...... 저는 진짜가 아니잖아요. 가짜잖아요. 그게 너무 속상해요.”
“......”
“제가 부담 드리지 않을게요. 그냥 말없이 뒤에 있으면 안 될까요?”
“그러게 친구 하자니까요? 지금처럼 잘 지내면 되잖아요.”
“그런 거 말고요...... 나중에 소장님 결혼하셔도...... 저를 그냥 작은댁처럼 생각해 주면...... 안 되시겠어요?”
“아유......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습니까? 진정씨가 말하는 건...... 그게 뭐야? 첩살이를 하겠다는 겁니까?”
“......”
진정은 강주를 만나 뒤 행복했다. 전 남편이야 험한 일을 하던 이니, 주변인들도 그랬을 것이고 비록 거짓이긴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해주는 강주로부터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품위와 안정감을 느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또한 큰일을 앞두고 앞으로 인생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맡겨 안정을 구하는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아휴......”
“첩이라도 좋아요. 그거...... 가짜는 아니잖아요. 저...... 소장님에게 첩이라도 좋으니 진짜가 되고 싶어요. 제가 뭐...... 이제 다시 결혼을 할 것도 아닌데...... 할 수만 있다면 그냥 그렇게 살고 싶어요. 애들이나 키우면서......”
“무슨 말이에요? 아직 애들도 어리고 얼마든지...... 다시 생각하세요. 제가 매장은 일으켜 드릴 테니까...... 재산도 더 모으고, 자리도 안정되면 얼마든지 재가할 수 있을 거 아닙니까?”
“흑...... 소장님은 제가 그렇게 부담스러우세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강주는 그녀가 울자 어쩔 수 없는 듯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아준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마주 잡은 손에 꼬옥 힘을 준다. 마치 이 손을 놓치면 다시는 잡지 못 할 것처럼 작은 떨림까지 전해주며 놓지 않을 태세다.
“소장님......”
“그래...... 그럼 그럽시다. 그렇지만 언제든지 생각이 바뀌면 얘기해요. 알겠죠? 우리가 정식으로 결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진정씨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이 방법이 진정씨를 위해주는 거라곤 아직도 생각되질 않아요.”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건가요? 정말이시죠?”
“그래요. 이리 와요.”
강주는 그녀를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아 턱을 손으로 받쳐 입을 맞춘다. 고개를 뒤로 꺾인 그녀는 자연스럽게 몸을 누이고 강주는 한쪽 다리를 걸쳐 그녀를 품어준다.
세파에 흔들려 제 스스로 품에 뛰어들은 가엾은 여자라는 생각에 거칠게 다룰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스스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첩실이 되기를 자처하는 여자에게 어떻게 마구상처를 입히겠는가.
“으흠...... 흐읍......아아......”
“진정씨, 그렇지만 내게는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내 그늘에서만 살겠다니 정말 맘이 편치는 않아요. 이래도 되는 건지도 모르겠고......”
그녀는 강주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어, 그런 말 하지 말라는 듯 도리질을 한다. 천천히 그녀의 옷을 벗겨 가슴에 입맞춤을 하고 강주는 그 앞에 서 벗겨 달라는 듯 팔을 벌리고 서 있다.
옷을 벗긴 채 부자연스러운지 엉거주춤 강주의 옷을 벗긴다.
“진정씨, 뭐...... 어때요? 어차피 이제부터 우리는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건데요.”
“네, 그래요. 사랑......해요. 정말이에요.”
옷을 벗기다 말고 가슴에 안겨온다. 강주는 서둘러 나머지 옷을 벗고 그녀를 뉘어 가슴을 애무해 준다. 애써 신음을 참는 그녀를 더욱 강하게 자극한다.
“으으...... 흐응......”
“진정씨, 사랑해...... 미안하고......”
“하윽, 아학, 그런...... 말...... 하지 마세요. 흐윽.”
자세를 바꿔 사타구니를 쓰다듬자 순간 몸을 움츠리고는 다시 긴장을 풀어 강주를 만류한다.
“하악, 소장니임...... 거긴......”
“소장님이 뭐야? 진정씨도 이젠 이름 불러요.”
“아학, 거긴...... 아흑, 난 몰라......”
“후룹...... 쭈룹......”
진정은 몰려오는 쾌감을 어쩌지 못하고 강주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자신의 사타구니로 더욱 밀어 넣는다.
“훕...... 주룹...... 훅, 으음...... 아휴...... 진정씨......”
“어머...... 아유, 난 몰라...... 아유, 죄송해요......”
“허허...... 첫날밤에 남편 죽일 거야? 하하하......”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마주 보고 웃으며 좆을 쥐어 진정의 음순을 쓸어준다.
“아으...... 소장님......”
“또, 또...... 이름 불러.”
“강주...... 씨...... 흐흑...... 고마워요...... 흐흑.”
“왜 울어? 울긴...... 하긴 첫 날밤이니까...... 후훗.”
이 상황에서도 우스갯소리를 하는 강주가 고마워 팔을 들어 가슴을 때린다.
“허...... 헉, 아흑, 아아흑, 어헉......”
“훅, 훅, 훅, 훅, 진정아...... 훅......”
“아학, 네에...... 아학, 학,”
“사랑...... 해...... ”
“ 학, 학, 저도...... 학, 사랑해...... 요.”
강주는 마지막 사정이 올 때까지 한 번도 체위를 바꾸지 않고 진정을 눈에 담아두려는 듯 마주 보며 사랑을 나눈다. 공연히 난잡한 소리와 행동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조심이 되어서 그랬을 것이다. 어쩌면 첩실을 자처하는 그녀에게 최소한의 예로 부인 대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정아, 헉, 헉, 쌀 ....... 같은데......”
“아학, 으흥...... 네에...... 하악, 하......”
“ 헉, 헉, 괜찮아?......”
“네에...... 어서...... 요...... 학, 하악.”
“우우우훅, 우우욱, 허억.......”
강주는 진정의 몸을 으스러지게 꼭 끌어안고 경련을 일으킨다. 이미 진정은 여러 번 물을 쏟아 온몸이 녹초가 되어 강주를 마주 끌어안을 힘도 없었다. 다만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정신을 놓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쾌감에 몸을 실어 강주를 받아내고 있었다.
“학, 학, 하악...... 괜찮아요? 하악......”
“헉, 헉, 으흥...... 괜...... 찮아...... 하......”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강주씨.”
“헉, 헉...... 여보...... 해 봐......”
“아학, 아이......”
“해 봐.”
“여...... 보...... 아이...... 싫어요......”
“허허...... 벌써 해 놓고 뭘 싫어...... 하하하......”
침대에 누워 가슴에 안긴 진정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직 결혼을 한 것도 아닌데 첩실을 자처하는 여자가 먼저 생겨 버렸다.
그리고 어제는 미쓰김이, 오늘은 진정이가 제 발로 와서 옷을 벗었다.
어쨌든 이 여자는 왠지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갑작스레 생긴 일에 강주 스스로도 자기 마음을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밤이 지나고 있다.
-
매장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 직원들이 모두 나와 수박을 매장 밖 점두공간으로 옮기고 있었다. 군데군데 깨진 수박이 컨테이너에 담겨있고 한 쪽에서는 이미 몇몇 손님이 수박을 고르고 있었다.
“아! 사모님, 고르실 것도 없어요. 거저에요. 거저......”
“소장님, 반갑습니다......”
곳곳에서 직원들이 인사를 해 온다.
“야, 이놈들아, 먹고 싶으면 그냥 먹어라. 일부러 깨지 말고...... 부소장, 그래...... 어제는 어땠어?”
“뭐, 저쪽은 파리 날리다시피 했지만, 아무래도 걱정입니다. 우리는 파는 대로 소장님 손해라서......”
“아,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니까...... 혹시라도 가격 내리면 우리도 따라서 왕창 내려버려.”
아침을 먹기 위해 주변 식당가로 자리를 잡으니 어디서 수박을 그렇게 싸게 구하냐며 단연 화제다.
점심시간 쯤 매장 입구 주차장에 서 있으니 과일행상이 찾아온다.
“안녕하십니까?”
며칠 만에 많이 공손해진건지 비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아! 네, 장사 잘 되십니까?”
“아유, 이거 왜 이러십니까? 잘 아시면서...... 수박 저렇게 파시면 며칠 못 가실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네...... 우리는 체인점 아닙니까? 끄떡없습니다. 우리매장에서 아무리 손해를 보고 팔아도 다른 매장에서 나는 이익으로 커버하기 때문에 올 여름 내내 과일은 이렇게 팔기로 이미 결재가 났습니다. 걱정해 주니 고맙습니다. 자, 사장님도 많이 파십시오.”
강주도 능글거리며 응수한다.
“나와 계시네요? 소장님.”
“아! 총무님, 어서 오세요. 가시죠.”
강주는 부녀회 총무와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봉투를 하나 내민다.
“이게 뭐죠? 소장님?”
“네, 총무님 수고 많이 하시는데...... 활동비로 쓰시라고 드리는 겁니다.”
“어머나! 아유, 왜 이러세요. 제가 무슨...... 도로 넣으세요.”
콧소리를 내며 사양하니 싫다는 뜻이 아니라는 걸 강주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후원금은 따로 통장으로 입금시켜드릴 거니까, 제가 드리는 건 자유롭게 그냥 쓰시면 됩니다.”
“아유, 네...... 미안해서...... 풍물시장 건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나요?”
강주는 그간 벌어진 번영회와의 일을 설명해 주고 투입시킬 상인들에게서도 일주일 간 일, 이백만 원은 족히 입금될 것이라고 말하자 총무는 벌어진 입을 다무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어머, 그 상가 사람들 웃기네요.”
“뭐...... 저도 우리 매장 기본 아이템 외에는 상가에 피해를 주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워낙 벽창호 짓을 하니......”
“그렇지만 일주일 장사로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그래서 총무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풍물시장이 끝나더라도 아파트 빈 터에서 계속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십사 하는 겁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저쪽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부녀회에 들이댈 테고, 그러면 그 때 자연스럽게 이미 저와 계약을 해서 안 된다고 말씀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어머! 무섭다. 그 사람들이 사납게 굴면 어쩌죠?”
“뭐...... 그럴 리야 있겠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절대 따로 만나지 마시고 제가 붙인 상인들 있는 자리에서만 만나세요. 그 사람들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라서 보통 아닙니다. 그리고 여차하면 불매운동을 한다고 그러세요. 그럼 제게 오게 될 겁니다.”
“어머! 소장님 대단하시다. 젊은 분이...... 참, 결혼은 하셨겠죠?”
“아니요, 아직 총각입니다.”
“어머! 설마...... 정말이세요?”
“그렇다니까요, 왜요? 제가 그렇게 늙어 보입니까?”
“아뇨. 소장님이시니까 결혼 하셨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하, 그렇죠. 제가 우리 회사에서 유일한 총각 소장입니다.”
“애인은요?”
“아직 없습니다.”
“정말 없는 거예요?”
“아, 그렇다니까요. 왜요? 소개라도 한 명 해 주시게요?”
“어머! 정말 없으면 내가 소개해 줄게요. 참하고 예쁜데......”
“총무님 정도 미인 아니면 안 할 겁니다.”
“어머! 세상에...... 호호...... 걱정 마세요. 저보다 예쁘니까요.”
“자기보다 예쁜 여자를 소개해 주는 여자는 없다던데요?”
“호호호...... 뭐, 그런 속설이 있긴 하죠. 사실은 제 막내 동생이 아직 결혼을 안 했어요. 뭐, 애인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한 번 만나 보실래요?”
“아! 좋죠. 동생이시면 총무님 닮았겠죠? 그럼 미인이실 테니까......”
“호호호.”
“아! 그럼 이제 식구가 될지도 모르는데...... 벌써 처형이라고 할 수는 없고...... 제가 누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그래도 되겠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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