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눈물을 흘린다 - 2부
본문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아침에 아내가 해주는 밥을 맛있게 먹었고, 그녀와 짧은 입맞춤을 한 후, 사무실로 출근을 했던 기철이었다. 출근하는 기철을 향해 베란다에 나와서도 손을 흔들며 애정을 표현하던 아내가 아니었던가. 이 과정에서는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다면 퇴근을 해서도 평소처럼 아내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고 기철은 생각을 했다. 이건 일상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기철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전부이기도 했다. 아내 차연희, 그녀는 기철에게 있어 신(神)이자, 자신이 살아가는 데 있어 존재의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아내가 TV 화면 속에서 자신을 맞아주고 있다는 사실은 기철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비단 기철 뿐 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당황할 일이었다. 아니, 당황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경악이었다. TV 화면 속에 보이는 아내의 모습은 눈이 가려진 채 의자에 결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
기철은 한동안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히려 악몽 같은 현실이 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아프다는 것은 꿈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으아아악. 연희야!!!”
TV 화면 속 아내를 보며 기철은 울부짖었다. 그러나 어둠으로 가득한 빈 집은 기철의 울부짖음도 이내 곧 삼켜버렸다.
“도... 도대체.... 뭐야... 왜.... 그녀가....”
기철은 TV 앞에서 무릎을 꿇고, 화면 속 아내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도 되지 않았다. 기철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TV 속 화면으로 아내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내는 정신을 잃은 듯 움직이지 않았지만, 외상이 없어서 기철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납치야... 그래... 납치야 이건...”
기철은 이제야 아내가 납치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 자신의 아내를 납치해서 기절을 시킨 후, 결박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납치범이 TV 화면을 통해서 아내의 납치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개새끼야!!!”
기철은 다시 한 번 어두운 빈 집에서 소리를 질렀다. 이건 분노였다. 사랑하는 아내를 납치한 납치범에 대한 경고였다.
“죽여 버릴 거야. 그녀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지옥까지 쫓아가서라도 죽여 버릴 거야.”
도대체 납치범이 누군지, 또 그 납치범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납치범이 자신의 경고를 듣는지, 알 수 있는 건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기철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하나였으니.
“빨리 신고를...”
한 동안 욕설을 퍼붓던 기철은 조금 마음이 진정이 되자, 현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숨을 몰아 쉬며 침착 하려고 노력했다. 아내가 납치된 현 상황을 해결하려면, 최소한 자신만큼은 냉정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 신고를... 경찰에 신고를... 해야...”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기철은 재빨리 무릎걸음으로 유선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무릎이 아픈지도 모르고 기어간 기철은 떨리는 손으로 유선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고, 오른손 검지로 112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철의 귀에는 한 사내가 경고를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기철은 경찰에 신고를 하려던 행위를 멈출 수 밖 에 없었다.
[나라면 경찰에 신고를 안 할 것 같은데... ]
아주 굵직하면서 나직한 목소리였다. 기철은 갑자기 들려오는 한 사내의 목소리에 황급히 TV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느새 TV 화면에는 자신의 아내 옆에 한 사내가 눈과 코를 가리는 흰 가면을 쓴 채로 서 있었다. 가면을 쓴 사내의 입가에는 마치 기철을 비웃는 듯이 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너... 너 누구야.”
기철은 TV 화면으로 보이는 가면을 쓴 사내에게 정체를 물었고,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가면을 쓴 사나이는 빙긋 웃더니 바로 대답을 했다.
[알면서... 왜 물어? 나? 납치범.]
“야... 이 개새끼야.”
자신이 납치범이라 말하는 가면의 사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철은 TV 화면 속에 보이는 그를 보며 다시 한 번 분노의 욕 짓거리를 날렸다.
[워... 워... 진정하라고 친구... 지금 친구가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고...]
분노하는 기철과는 달리 납치범이라는 가면을 쓴 사내는 말에는 여유가 흘렀다.
“씨발 새끼야... 당장 아내를 되돌려 보내란 말이야!!”
다시 한 번 기철에게 욕을 먹은 가면의 사내는 자신이 입은 청바지의 뒷주머니에서 작은 칼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 행동을 TV 화면으로 보는 기철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마지막 경고야. 다시 한 번 내 앞에서 욕을 하면... 아내는 못 봐... 평생.]
“... 그... 그래...”
가면을 쓴 사내의 위협 때문에 아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기철은 더 이상 흥분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흥분할수록 가면을 쓴 사내를 자극할 것이고, 그렇다면 아내에게 무슨 짓을 할지도 몰랐다. 방금 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흥분한 자신을 반성하면서, 기철은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고분고분 하니까... 좋잖아. 아, 그렇고 괜히 머리 굴리지 마. 어차피 넌 내가 하란대로 할 수 밖 에 없으니까.]
“조... 좋아. 원하는 게... 뭐야? 돈인가?”
일반적으로 가족을 납치하는 납치범들은 돈을 요구하기 마련이었다. 기철은 납치범이 원하는 금액 전부를 다 줄 용의가 있었다. 10억이든, 100억이든, 돈은 넘쳐났다.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이 세상에 단 하나였다.
[역시 화끈하단 말이야. 그래. 돈이 목적이기는 하지.]
“얼마면 돼?. 얼마 주면, 아내를 안전하게 풀어줄 거지?.”
[이봐 친구. 아직 내 말이 안 끝났어. 그리고 친구가 돈 많은 건 알겠는데... 돈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
가면을 쓴 사내의 말을 들으며, 기철은 약간 당황했다. 보통의 납치범이라면 경찰에 신고하지 않기를 원하고 빠른 시간 내에 돈을 받기를 또 원한다. 그런데 가면을 쓴 사내는 지나치게 여유가 넘쳤다. 그리고 돈도 바로 요구하지 않았다. 납치범이라면 시간이 생명일 텐데.
이제야 기철은 일이 더욱 더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단순 납치라면 이렇게 TV 화면을 연결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이봐 친구. 머리 굴리지 말라고. 네가 똑똑한 건 알겠지만,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말이야.]
“도대체 이유가 뭐야?”
[후후. 이유라... 그건 네가 알고 있지 않을까?]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내를 납치한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기철은 가면 쓴 사내를 아무리 살펴봐도 - 비록 눈과 코를 가리기는 했지만 - 결코 자신이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돈이 목적이라면... 돈 줄 테니까... 원하는 대로 줄 테니까... 지금 당장 아내를 풀어 줘.”
[다시 말하지만, 돈은 많이 받아 낼 거야. 걱정 하지 마. 단지 그 시간이 안 되었다는 것이지.]
“도대체 그럼 나에게 뭘 원하는 거야. 돈만 받으면 되잖아. 이렇게 나오면 나도 경찰에 신고할 수 밖 에 없어... 경고 하는 거야.”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눈치를 보며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는 말로 다시 한 번 강하게 나가 보았다. 그러나 가면을 쓴 사내의 자세에서는 전혀 초조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한 번 기철을 비웃으며 말을 했다.
[후후. 똑똑한 친구가 왜 이럴까. 이봐, 친구. 나와 이 여자가 있는 곳이 어딘 줄 알아?]
“.........”
[한국 경찰에 신고를 하면 15분 안에는 현장에 도착하겠지. 빠르면 5분 안에 올 수도 있고. 그런데 말이야. 사건 현장을 모르면 이곳을 경찰들이 찾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1시간? 2시간? 3시간? 하루? 이틀? 이봐, 친구. 정신 잃은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단 10초면 충분하다네. 보아하니, 아내가 참 예쁜데... 맛있게 먹고 죽여도 30분이면 충분하겠지.]
“그... 그러지 마. 알았으니까... 아내에게는 손도 대지...”
가면 쓴 사내가 오른손으로 정신을 잃은 아내의 볼을 쓰다듬자, 기철은 온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그랬다. 가면 쓴 사내를 자극할수록 아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줄어들고 있었다. 지금 현재는 제 아무리 경찰청장의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당장 아내를 구할 방법도 없었다.
[이제... 현실 파악이 됐겠지?]
“그... 그래... 원하는 게 뭐야.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
[다시 말하지만, 너에게 달렸어.]
TV 화면으로 가면 쓴 사내를 지켜보는 기철은 머릿속으로 그가 무엇을 요구할지 생각해 보았으나, 전혀 짐작이 가는 게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가면 쓴 사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역시 짐작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후후. 이봐, 지금 내가 누군지 매우 궁금하지?]
“그래... 도대체 누구야?”
[나는 너를 잘 알지. 하지만, 넌 날 모를 거야. 그런데 넌 나에게 분명히 피해를 줬단 말이야.]
“피해?”
가면 쓴 사내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철의 기억에는 없는 사람이었다.
[후후. 왜? 기억이 나지 않지? 물론, 안 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봐, 친구. 넌 말이야.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나?]
“... 내가 무슨 피해를...”
[솔직하지 못하군. 내가 대신 말해줄까?]
“...........”
[이름 최기철. 나이 37세. 키 175cm. 체중 65kg이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 보유. 5살 때 부모님 모두 교통사고로 사망. 7살 때까지는 친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나, 친할머니도 병환으로 사망한 이후 일가친척이 없어서 고등학교 때까지 J 고아원에서 지냄. 20살 공부는 곧잘 하는 편이라 S 대학 경제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해서 4년 장학생. 21살부터 2년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학교에서 보냈고, 24살부터 주식을 시작. 대학 4학년이던 26살 때부터는 각 증권회사의 모의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8살 때부터는 모든 모의투자 대회를 정복. 30살이 되었을 때는 1천만 원에서 100억을 번 슈퍼개미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 이후 ‘슈퍼개미의 필승 트레이딩 기법’이라는 책을 출판하기도 함. 32살에 ‘증권대왕’이라는 사무실을 개설한 후 운영하고 있고, 현재는 K 경제TV 방송에도 출연 중. 자, 어떤가? 지금도 개미들 피를 빨아 먹고 사는데 잘못을 한 것이 없다?]
“.............”
기철은 입을 벌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자신의 아내를 납치한 이 가면 쓴 사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어떤 사람 이길래,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단 말인가. 기철은 불안한 눈빛으로 가면 쓴 사내를 쳐다봤다.
[후후. 이 정도에 놀라지 말라고.]
“아... 아니... 어떻게...”
[개미들의 피 같은 돈을 지금도 빨아먹는 친구. 이래도 잘못이 없나?]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주식은... 주식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라고. 그들이 결정을 한 것인데.... 왜... 내가... 잘못을.... 한 거야?”
[후후. 그래, 친구. 네가 한 말이 맞지. 결국에 주식은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문제지.]
“혹시라도... 내가 추천한 종목 중에서 피해를 본 거야? 그렇다면... 10배, 아니 100배라도 갚아줄게... 제발 아내는 그냥 풀어줘.”
가면 쓴 사내와 주식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철은 그의 정체가 자신이 추천한 종목으로 손해를 본 투자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 돈을 갚아준다면, 아니 더 많은 돈을 준다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후후. 아니야, 아니야. 잘못 짚었어. 안타깝게도 난 주식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네.]
“그... 그럼 뭐야?. 도대체... 넌 누구야?”
[당신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이지.]
“아니야... 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적이...”
[이봐, 친구. 내가 지금 비록 가면을 쓰고 있지만, 너야말로 가면을 이만 벗지 그래. 내가 주식 이야기를 한 것은, 너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 위해 예를 하나 든 것 뿐 이야. 문제는 네가 살면서 많은 잘못을 해왔다는 것이지.]
“............”
[후후후. 인정하기 싫겠지만, 너의 머릿속에는 기억이 남아 있을 거야.]
“자... 잠깐... 물 좀 마시고...”
가면 쓴 사내의 말에 기철은 옛 기억들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끔찍하고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그러나 이건 자신이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기억들이었다. 절대 발설 할 수 없는 악행들이었다.
[잠깐. 지금 집이 어둡지. 불이 안 들어오니 말이야. 후후... 기다려 봐.]
“..........”
가면 쓴 사내는 말을 마치고,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TV 화면에서 잠시 사라졌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화면에 나타났고, 그때 그의 왼손에는 리모컨이 하나 들려 있었다.
[자네에게 ‘빛’이라는 선물을 하나 주지.]
말을 마친 가면 쓴 사내가 리모컨 버튼 하나를 누르자, 놀랍게도 이때까지 불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웠던 기철의 집이 환하게 밝아졌다. 집안 모든 전등에 불이 들어온 것이었다.
“...........”
[놀라지 말라고. 자... 물을 마시러 가기 전에... 하나 경고해 두지. TV에서 멀어진다고 내가 못 보는 게 아니라네. 천장을 둘러봐.]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말을 듣고 나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경악을 해야만 했다. 천장의 구석에는 몇 대의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봐, 친구. 입은 그만 다물지 그래. 하나 재밌는 사실을 알려주자면, 지금 네가 있는 집안 곳곳에는 카메라가 설치가 되어 있네. 총 18대가 자네를 따라다닐 거야. 난 이곳에서 자네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할 수 있다네. 그러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야. 여기서 쓸데없는 짓이란 내가 허락 할 때까지,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고, 이건 배려 깊은 나만의 경고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기철은 가면 쓴 사내의 의도를 전혀 알 수 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아내를 납치하고 자신까지 집안에 가두고 감시를 한단 말인가. 그냥 돈만 주면 끝나는 일이 아니란 말인가.
[일단 물 한 잔을 마시고 오면... 그 이유를 알려주지.]
“괘... 괜찮아.... 도대체... 왜....”
[물 한 잔 마실 여유도 못 가지다니, 천하의 최기철 답지 않군. 좋아. 이제 게임을 위해서 정리를 해보도록 하지.]
“게임?”
가면 쓴 사내가 말한 게임이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기철은 이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면 쓴 사내가 누군지 모르지만, 괴팍하고 치밀한 싸이코에게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물론, 돈은 받아 낼 거야. 그리고 네가 원하는 것은 내 옆에서 고이 잠들고 있는 아내의 안전이겠지?]
끄덕.
가면 쓴 사내의 말에 기철이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그랬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내만 안전하게 구할 수 있으면,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너는 아내를 구하고 싶고, 난 너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단 말이야.]
“무슨...”
[아까 말하지 않았나? 넌 나에게 피해를 줬다고. 일종의 네가 잘못했음을 시인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거야. 참 쉽지 않나? 너만 솔직하면 난 돈만 받고 네 아내를 그냥 넘겨주지. 털 끝 하나 안 건드리고 말이야.]
“내가 잘못했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다 잘못했으니... 제발...”
[쯧쯧. 그런 태도, 그게 반성의 태도인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그리고 난 누굴까?]
“.........”
[이 게임은 솔직하면 네가 무조건 이기는 거야. 문제는 얼마나 솔직하냐는 것이겠는데... 자 이렇게 하지. 네 잘못을 나에게 고백하고 또 시인을 해. 그런데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잖아? 왜냐하면, 넌 잘못을 엄청 많이 했을 것 같단 말이야. 그때는 네가 진 거야. 그러면 난 아름다운 네 아내를.... 흐흐.]
“아.... 안 돼.... 제발.... 힌트라도 줘. 난 네가 누군지도 몰라. 그런데.... 고백을 하냔 말이야.”
기철은 가면 쓴 사내를 보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두 손을 비비면서 사정을 했다. 그러나 가면 쓴 사내는 기철을 비웃을 뿐이었다.
[후후. 난 힌트를 이미 줬어. 그런데 머리 똑똑한 네가 캐치를 전혀 못하네. 그렇다면 배려 깊은 내가 한 마디 더 해주지. 지금 상황이 너에게는 지랄 맞겠지만, 난 꽤 많은 시간을 준비해야 했지.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너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있어. 그런데 다는 말하지 않았지. 그렇다면 내가 말하지 않았던 것 중에서 네가 잘못을 한 게 있지 않을까? 네가 살아온 과정을 알고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큰 잘못을 한 적은 없었을까?]
“그... 그게...”
[그런데 말이야. 아무래도 살아오면서 넌 잘못을 많이 했을 것 같아. 그래서 고백을 하더라도 내가 피해 본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지?]
“...............”
[말을 못 하는군? 후후. 그래서 내가 하나의 더 배려를 한다. 게임을 하는 거야. 네 잘못을 고백해봐. 만약 내가 원한 이야기라면, 당장 돈만 받고 아내를 풀어주겠지만, 그게 아니면, 네 눈에도 보이지? 네 아내의 원피스를 벗겨 낼 거야. 네가 진 거니까. 그 다음에 또 고백을 하는데, 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브래지어, 그 다음엔 팬티, 그 다음엔... 흐흐. 어때? 재밌지 않을까?]
“............”
[어떤 잘못인지 감이 안 와? 그러면 어릴 때부터 한 잘못부터 차례대로 이야기 하면 되잖아. 크크.]
“..............”
[불리한 게임 같아? 이봐, 친구. 그래도 너에게는 선택권이 있어. 게임에 참여하지 않는 선택권 말이야. 그리고 당장 이 집을 나가서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나에게 돈을 안 줘도 되잖아. 대신에... 네 아내는 평생 못 보겠지만.]
가면 쓴 사내의 제안을 받은 기철은 고민이 되었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는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구해야 했다. 문제는 살면서 가면 쓴 사내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번 고백을 할 때마다 가면 쓴 사내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니면, 아내가 그에게 더럽혀 질 수가 있었다. 그것은 막아야 했다. 그런데 어떤 잘못을 고백해야 한단 말인가. 제 3자가 보기에는 끔찍한 사건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잘못을 고백한 순간, 인생이 파멸이 될 위험도 있었다.
[끔찍한 기억들이 너무나 많나? 그래서 고민인가? 아니면, 과거에 너처럼 게임을 피할 것을 고민하는 건가? 예전의 너라면 돈과 네 인생을 지키면서 아내를 충분히 버릴 것 같은데...]
“아... 아니야.”
[그러면... 게임에 참여를 하겠나?]
기철은 피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가면 쓴 사내가 제안한 게임을 하지 않으면, 아내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가면 쓴 사내는 자신에게 큰 원한을 갖고 있지 아니한가. 반드시 아내를 구해야 했다.
끄덕.
기철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가면 쓴 사내의 게임 제안을 수락했다.
[좋아. 좋아. 그래도 단번에 내 제안을 받아들이는군. 게임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 게임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끝날 때까지는 이 집을 나갈 수 없다네.]
끄덕.
[자네의 그런 태도 마음에 들어. 그래서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본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머리 좀 풀어 보도록 하지. 퀴즈 좋아하나?]
“퀴즈라니?.”
[내가 퀴즈를 한 문제 내지. 이 퀴즈의 정답이 자네의 고백에 큰 힌트가 될 수 있다네.]
“조... 좋아.”
[아참, 이 퀴즈 역시 본 게임이 아닐 뿐이지, 일종의 내기이니, 네가 정답을 알아내지 못하면, 난 이 여자의 원피스를 벗겨 내겠네.]
꿀꺽.
가면 쓴 사내의 말에 기철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제부터 자신의 선택에 따라, 아내가 가면 쓴 사내에게 더럽혀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손바닥에는 벌써 땀이 흥건했다.
[똑똑한 너는 풀 수 있을 거야. 시간은 10분을 주도록 하지. 난 그동안 의자에 결박되어 있는 여자의 밧줄을 풀도록 할 테니까. 준비 됐나?]
끄덕.
가면 쓴 사내의 말에 기철은 비장한 각오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피할 수 없는 게임이었다. 칼자루는 가면 쓴 사내가 잡고 있기 때문에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갈 수 밖 에 없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불리한 게임을 시작했지만, 패할 수는 없었다. 피할 수 없다면, 부셔버리라.
[눈빛만 봐도 너의 각오를 알 수 있겠군. 자, 문제를 내겠네. 원의 절반, 삼각형의 다리, 얼굴 없는 십자가. 이게 무엇일까? 다시 말하지만, 시간은 10분이네.]
... 계속
예전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진심"이라는 글은 더 이상 쓸 수가 없습니다. **를 제외하고도 다른 곳에 많이 퍼져서,
쓸 수가 없습니다. 나중에 쓰게 되더라도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거 같고요.
헬로티처의 경우에는 역시 많은 곳에 퍼져 있던데요.
여기서 굳이 재연재를 할 이유는 없다고 보이고요. 사실 시즌 2가 계획되어 있었지만, 시즌 1이
삭제된 이 곳에서 연재를 해야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글들은 죄다 또 역시 많은 곳에 퍼져 있는데, 완결이 안 된 글들이라 **에서만
다시 재작업을 걸쳐서 차후에 연재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완결 글 중에서 "다운이 엄마"라는 글이 있는데, 이건 이곳에서 재연재를 합니다.
물론, 구글에서 검색만 하더라도 완결까지 볼 수 있지만, **에서 차후에 연재할 때에는 많이 다
를겁니다. 내용은 비슷하겠지만, 시점 및 구성을 아예 바꿀테니까요. 이 글은 나중에 또 이야기 하
도록 하지요.
기존 제 글을 읽으셨던 분들에게 미안한 감도 있지만,
사실 이곳에서 글을 연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행위를 굳이 여기서 할 필요는 없잖아요.
오히려 좋아하는 글 쓰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국내 소설 싸이트도 있으니....
이곳이 좀 더 자유롭기 때문에 글을 쓰지만,
역시 꾸준히 할 수 있는 건 작가 혼자로는 힘듭니다.
왜 많은 작가들이 유료 소설 싸이트로 둥지를 옮기는지 생각해 볼 법 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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