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날 - 2부
본문
그녀의 이름은 김 유정 이고 나이는 나 보다 두 살 많다.
내가 경리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지만 회사의 재정 문제에 대한 권한 은 팀장인 그녀가 갖고 있다.
나는 그녀의 밑에서 일하는 6명의 부하 직원 중 한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는 관계로 인해 그녀 와 나
사이는 특별 했다.
내가 그녀를 택한 이유는 그녀가 확실하게 내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중간한 팸돔 같은 태도는 그녀에게서는 볼 수 없다.
매를 때릴 때면 정말 오줌을 지릴 정도로 무섭게 때렸고 특히 인터넷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는 팸돔 류 동영상에서 나오는 웃음만 흘리는 엉터리 팸돔들의 태도 와는 완전한 차이를 두고 있었다. 그 증거로 그녀의 굳은 표정은 이제
평소 나를 대할 때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그런 표정을 할 수 있는 팸돔이 몇 명이나 될까?
잘못한 것이 없어도 항상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그 포커페이스.
그런 표정을 한 체 손으로 내 턱을 잡고 위로 올리기만 해도 나는 벌써부터 흥분하게 된다.
그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상한 표정 지으면 매 맞을 줄 알아.”
라고 무섭게 말하면서 나를 노려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야 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내 기분을 이해하고 평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엉덩이 때리기를 시작하는 데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맞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도 어기적 거리면서 걸으면 그녀는 화를 내면서 그대로 자리에 앉아 있기 한 시간 이상을 시킨다.
퉁퉁 부은 엉덩이를 차가운 마룻바닥에 대고 앉을 때 의 기분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너무 아파 눈물이 나와도 소위 말하는 양반 다리 라는 자세를 풀지 못하게 한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하면 겹쳐진 두다리를 지그시 밟기 까지 하면서 더욱 괴롭힌다.
그래도 절대 웃는 얼굴 은 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재미가 있다고 느껴도 내색 하지 않는 다 라는 것이 그녀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이유다.
내가 경리부에 입사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볼 때 그녀는 면접 담당관의 한 사람으로 나와 있었다.
두 사람의 남자는 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형식적으로 대답만 할 뿐이었고 그럴 때 에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침내 그녀가 나에게 물을 때 나는 오줌이라도 쌀 것 같았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무섭게 보이는 눈이 나를 관찰 하듯 빛났다.
그녀는 질문을 하면서도 내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이상한 광선 같은 것이 내 몸을 훑고 지나는 기분이었다.
처음 만났던 날부터 나는 그녀에게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김 현정 씨 최종 통보 드리겠습니다. 2차 면접까지 합격입니다. 축하드리고요. 내일 9시까지 첫 출근 해 주시겠습니까?”
전화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사무적이었지만 내 가슴을 한껏 설레게 만들었다.
묘한 기대감 과 함께 면접 당시에 보았던 압도적인 카리스마 의 그녀가 떠올랐다.
그리고 뭔가 즐겁고 기대되는 일이 그녀로 하여금 제공 될 것만 같아 나는 어느 때 보다 기쁜 마음으로 그 전화를 받았다.
“아홉 시 요? 알겠습니다. 늦지 않게 출근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싸늘한 느낌을 남기며 사라진 그녀의 목소리였지만 아무렇지 않았다.
그보다 기대감이 한껏 증폭 되어 내 몸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만 같았다.
나는 뭘 원하고 있는 걸까?
잘은 몰라도 나는 그녀에게 학대 받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그런 여자가 나를 학대 해 주면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은 착각 마저 들었다.
“내일 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날 만큼이나 내 자취방이 비좁고 답답한 공간으로 인식 된 적이 없었다.
씨디 플레이어를 크게 틀어놓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평소 와 같이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채팅을 해도 자꾸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어쩔 줄 몰랐다.
나는 이상한 힘에 이끌려 어느덧 자취방을 떠났고 비밀리에 들리던 성인 샾을 찾았다.
“뭘 찾으세요?”
이곳은 성인 샾 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편히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었다.
주인이 사십대 여성인데 나와 같은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마음을 놓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기 때문에 나는 언제부터 인가 이곳의 단골 이 되어 있었다.
주인은 오늘도 내가 편히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줄 것이다.
나는 스스럼 없이 찾고 있는 물건을 말했다.
“채찍이 어디 있어요?”
“아. 어느 쪽으로 원하시는 데요?”
“길고 여러가닥으로 된..”
“그럼 몇가지 제품을 보여 드리죠. 마음에 드시는 것으로 골라 보세요.”
주인은 역시 나를 최대한 편안하게 하면서 즉시 제품을 가져와 보였다.
여러 회사에서 만든 가죽 재질의 채찍이 깔끔한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이 제품은 천연 소가죽이 주 재료로 손잡이 까지 백프로 가죽 으로 되어 있습니다. 질기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죠.”
“네.”
“이건 조금 특이 한 것이기는 한데 요즘 인기가 많아요. 뱀의 껍질을 손잡이에 둘러 디자인을 강화 했는데 주 재료는 폴리에스터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도 좋은 편이죠.”
주인의 친절한 설명 덕에 나는 마음에 드는 채찍 과 굽이 길고 높은 빨간색의 하이힐을 사게 되었다.
그녀에게 는 싸구려 채찍 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좀 과하다 싶을정도의 비용을 들여 천연소가죽 제품을 샀다.
벌써부터 그녀가 앞에서 이 채찍을 나에게 휘두르고 있는 것 만 같아 흥분으로 몸이 떨렸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내일 입고 갈 옷을 선택했다.
역시 경리 과 에서는 여자에게도 정장을 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특이 한 건 회사에서 정해 놓은 디자인의 범주를 넘는 의상은 정장이라고 해도 허락 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정장은 진짜 촌스러운 느낌이었다.
누가 봐도 80년도 풍의 촌스러움이 넘쳐흐르는 디자인으로 정말 입기가 싫을 정도였다.
“이런 것을 입으면 모두들 나를 타임머쉰을 타고 과거에서 온 여자라고 생각할 거야.”
그녀만 없었다면 정말 다시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보고 싶을 정도로 복장에 불만이 많았지만 뭐 작은 것을 희생해서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면 그쪽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 이래도 좋은 걸까?
그녀는 나라는 여자를 모르고 내 괴상한 성향이라는 것은 더욱 모르고 있는데.
어쩌면 변태 라고 욕하면서 나를 꺼리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 회사는 오래 다닐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에휴~~ 또 바보 취급이나 당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옷을 고르면서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책상 위에 올려둔 비닐 봉투에 시선이 붙박히자 괜한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채찍을 들고 내 앞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녀의 팔에서 얼만큼 의 힘이 나올지 궁금했다.
등 쪽에 채찍을 맞으면 숨이 멎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까?
<3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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