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날 - 36부
본문
언제 잠이 다시 들었는지 모르게 잠에 빠졌던 나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고 눈을 떴다.
“언니 일어나세요. 교육생들을 부르고 있네요.”
현정이는 다이어트 콜라 캔을 손에 들고 나를 깨우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빨리 일어났네..?”
“언니가 늦은 거죠. 지금 여덟시 에요.”
“벌써 그렇게 됐어?”
“방송이 나왔어요. 삼십 분 내로 어제의 교육실로 모이라고요.”
“교육실은 무슨”
“네?”
“아니야. 그것보다 그 콜라 먹는 건 좋은데 휴지통이 없을 테니 어떻게 한대?”
현정이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휴지 통이 왜 없어요?”
없으니까 없다고 그러지 바보야.
나는 휴지통 때문에 생긴 안 좋은 기억이 다시 생각나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사이 현정이는 빈 콜라캔을 들고 침대 가 놓인 쪽의 벽 아랫 부분에 가서 손을 대었다.
“뭐 하는 거야?”
“빈 깡통을 버리려고요.”
현정이가 벽 아랫 부분에 손을 대자 벽의 일부가 L 자로 젖혀지면서 쓰레기를 담아두는 곳으로 보이는 공간이 나타났다. 세상에~~ 저런 거 였어?
“쓰레기 통은 여기 있는데. 언니 는 몰랐어요?”
“으음.. 모를 리가 있나? 그냥 찾느라 조금 헤맸다는 애기 지 뭐. 모르면 가르쳐 주려고 했었어.”
나는 일어나자 마자 마리앤느 가 생각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대충 옷을 챙겨 입고 현정이와 밖으로 나온 나는 곧 피에르를 찾아 어제의 뷔페 시설이 있던 그 방을 찾아가려 했다.
“어디가요? 식사 시간은 아침 조회 가 끝나고 있을 거라고 했는데?”
“그럴 일이 있어. 너 먼저 가있어.”
현정이는 고개를 갸웃 했지만 설명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방에 들어와 보니 뷔페 테이블은 말끔히 치워져 있었고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피에르 씨.”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피에르씨~!!”
이번엔 조금 음성을 크게 해서 불렀다. 그때 뒷 덜미가 간질 간질 하더니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돌렸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씨~!! 사람 놀래 키고 난리야. 부를 때는 들은 척 도 하지 않더니.
피에르는 이미 뒤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전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피에르는 내말에 윗 테가 없는 둥근 안경을 코 위로 조금 밀어 올렸다.
“전할 말?”
“실은 어제 일이 좀 있었어요. 그래서 마리앤느 의 특별 교육이라는 것을 받게 됐는데 이 말을 당신에게 하면 알아서 준비를 해 줄 거라고 하더군요.”
“특별 교육?”
“네.”
“마담에게 직접 말입니까?”
아 진짜! 거 노인 말 한번 못 알아듣네.
내가 짜증을 내려고 할 때 그의 표정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담이 그런 말을 했다고요?”
“그렇다니까요!! 어서 준비를 해주세요.”
피에르는 잠깐 동안 더 내 얼굴을 응시하더니 방 안에 별도로 딸린 문 쪽으로 걸었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려다가 말을 듣고 멈췄다.
뭐 때문에 저러지?
띠리리리리~~
찰칵!
“여보세요?”
“아! 마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피에르도 좋은 밤 되셨나요?”
“덕분에.”
“그런데 무슨 일이죠?”
“다름이 아니고 유정 씨 라는 회원 께서 아침부터 묘한 말을 해서 말이죠. 마담에게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하던데.”
‘아! 그거요? 사실입니다. 그러니 준비를 해주세요.“
“정말 특별 교육입니까?”
“네. 오랜 만이죠?”
“제가 물을 내용은 아니지만 그녀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이번 교육은 회원을 교육 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대결이 될 거에요.”
“대결 이요?”
“그렇게 됐어요. 그러니 수고 스럽겠지만 준비를 좀 해주세요.”
“네! 그럼 플레이 코스튬은 어느 걸로?”
“32 set a, c, d, 에요.”
“32 set a, c, d, 만 이라고요?”
“네!”
“알겠습니다 마담! 곧 준비를 시켜 올리겠습니다.”
“수고 좀 해주세요.”
진짜 ! 이 영감 왜 이렇게 안와?
피에르는 나만 이 방에 남겨놓고 벌써 십 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정말 짜증 나네 이거?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말이라고 하냐? 하지만 나는 마음 하고는 다르게 말했다.
“조금 이요.”
“저를 따라 오십시오.”
늦게 온 주제에 피에르는 사과의 말 조차 하지 않고 다시 성큼 성큼 걸었다.
내가 참자. 참아.
뚜걱 뚜걱..
또각 또각.
한동안 그의 구듯 소리와 나의 하이힐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피에르는 우리가 어제 옷을 갈아입었던 방으로 나를 데려가 출입문을 닫도록 했다.
“만일 앞으로도 마담께서 플레이코스튬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내리시면 유정 님은 이곳에 오셔서 이 위에 보이십니까? 옷걸이에 걸린 의상 마다 고유 번호 가 매겨져 있습니다. 의상은 여기서 준비 하시면 됩니다. 오늘 의상은 32set 이니 메이드 복 이 되겠군요.”
“메이드 복 이요?”
지금 내 앞에는 마치 연예인의 드레스 룸처럼 온갖 종류의 의상들이 걸려 있는 의상 보관 대 가 열 과 줄을 맞춰 세워져 있었다. 보관 대 하나당 백 여벌의 옷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의상 마다 붙어 있는 알파벳은 set 의 부분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메이드 복은 위 아래가 하나이므로 a, 라고 하면 겉옷이 됩니다. b, 가 속옷 이고 c 가 스타킹 d 가 모자입니다. 슈즈 는 굳이 구분 해 놓지 않으니 슈즈는 신발 보관 함 에서 어울리는 것으로 신으시면 됩니다. 오늘은 a, c, d, 만 이니까 속옷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입으시면 됩니다.”
“잠깐! 속옷을 제외 한다고요?”
“마담 께서 내린 지시 니 전 따를 뿐입니다. 분명히 속옷에 해당하는 코드는 빠져 있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
“이거 봐요. 그럼 속옷을 입지 않은 체 로 이 스커트를 입으라는 거 에요?”
“말대로 라면 그런 셈이죠.”
“말도 안돼~!!”
메이드 복을 입는 것도 열 받는데 속옷 까지 입지 말라니? 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당장에라도 달려가 마리앤느를 쳐 죽이고 싶었다. 정말 경호원 들 만 아니면.. 으드득!!
“조회시간에 늦게 됩니다. 서두르세요!”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옷을 가져다 탈의실에서 갈아입은 나는 아래 로 바람이 들어올 때 마다 깜짝 놀랐다. 영 허전 한 것이 기분 참 더럽네.
순식간에 나는 하녀 차림이 되어 피에르 앞에 서게 되었다.
메이드복이라는 걸 처음 입는 거라서 약간 흥미도 있었지만 이런 상태로 현정이를 만날 생각을 하니 역시..
교육생 들은 모두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나도 내 꼴을 아니까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 줄래?
“언니 이게 무슨 꼴이에요?”
공작 부인들에게나 어울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현정이가 내게 물었다.
이러니까 영락없이 공작부인 과 하녀 같다.
“그럴 일이 있어.”
나는 자세한 말을 아끼며 앤 과 마리엔느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늘도 좋은 하루에요!”
앤은 아주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마리엔느 는 앤 보다 먼저 앞장 서 강당에 올랐다.
“그럼 오늘 도 이어서 교육에 들어갈 까 합니다. 그러기전에 간단히 출석을 부르죠.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교육생 들은 한 바탕 웃었지만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이 이제 싫었다.
“이 윤정씨”
“네”
“한 연정씨”
“네”
“김 유정씨”
“네..”
제일 뒷 번호 인 나까지 대답을 하는 것을 끝으로 출석 체크가 끝났다.
“그럼 오늘 도 어제에 이어서 교육을 시작하도록 하겠어요. 아! 그전에 어제 말씀드렸던 실 플에 관해서 인데..”
교육이란 말에 교육생 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다가 실 플 이라는 말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깜짝 놀랐다.
다들 눈망울이 아이처럼 또롱 또롱 했다.
대체 뭘 기대하고 있는 거냐? 너희들은.
“아침부터 이론 교육을 받는 것이 얼마나 수고스런 일일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침 교육은 실 플을 먼저 참관 하는 것으로 하려고 해요. 어때요?”
회원들은 떠나가라 함성을 올렸다.
무슨 2002 월드컵 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좋아요. 좋아요. 그럼 여러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제가 이제부터 실 플을 보여드리겠어요. 여러분이 아무것도 모르고 흉내 내는 것 과 어떻게 다른지 한번 보세요. 그러기 전에 소개 시켜드릴 사람이 있어요. 이 분은 여러분 들과 같이 교육생의 신분으로 왔지만 저에게 실 플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정을 하는 바람에 오늘 플레이 파트너가 되었어요.
여러분을 위해서 이제부터 힘써줄 김 유정씨를 힘찬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나는 순간 욱! 하고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이제 부터가 그녀와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하고 현정이를 지나 마리앤느 앞에 섰다.
역시 현정이는 매우 놀란 표정이었다.
“여러분을 위해 희생 하려는 정신이 참 높이 살만 하죠? 저도 어제 유정씨의 정신에 감탄 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직접 교육생을 교육하지는 않지만 그 희생 정신을 봐서 특별히 교육을 해주겠다고 약속 한 것이죠.”
거짓말을 술술 하는 마리앤느 가 그렇게 미워 보일 수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도 이제는 징그럽게 느껴졌다.
저 피부를 벗겨 보면 그 안에 악녀의 형상이 있을 것 만 같았다.
다시 우뢰 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나오고 나서 마리앤느 는 소란스러워진 주위를 손을 들어 정리했다.
“그럼 이제 플레이를 시작하겠어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여러분들은 이 플 에 관여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여러분을 의식 하지 않고 이 자리에 마스터 와 섭만이 있다고 생각할 거에요. 조용히 지켜보셔야 제가 좀 더 흥미있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마리앤느 의 말이 끝나자 주위가 금세 조용해졌다.
현정이 만이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김 유정씨 시작해 볼까요?”
“맘대로 하시죠.”
퍼억~~~!
“헉?!!”
끔찍한 통증이 복부에서 느껴졌다.
숨이 확 막히는 느낌과 함께 마리앤느 의 모습이 기우뚱 기울어져 보였다.
나는 그녀의 갑작스런 발길질을 맞고 옆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일어나~!!”
마리앤느 는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발로 밟았다.
배가 찢어지게 아픈 가운데서도 나는 모욕감을 참기 힘들어 그녀의 발을 손으로 쳐냈다.
너무 갑작스런 공격이었다.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그녀는 내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었다.
참기 힘든 모욕이었다.
"우욱~!"
분노가 극에 달하는 느낌이었지만 이 정도를 참아내지 못하면 결국 나의 패배라는 생각이 들어 치욕스러웠지만 그녀의 발 앞에 다가갔다.
“주인을 그렇게 쳐다보는 게 아니다!!”
짜아악~!!
나는 다시 뺨을 맞고 간신히 옆으로 쓰러질 뻔한 몸의 중심을 잡았다.
“여러분 도 아시다 시피 섭에게는 복종이 필요 합니다. 처음에는 그 부분을 확실히 인지 시키도록 하세요. 마스터 와 섭의 태도가 올바로 정해졌을 때에만 훈련이 쉬워 질 겁니다.”
뭐가 뭔지 모르게 되버린 속에서 나는 마리앤느 의 완벽한 시뮬레이션 안에 갇혀 버리게 되었다.
마리앤느 가 하이힐을 벗어 내쪽으로 내밀었다.
“어쩌라구?”
하이힐을 내 눈앞에서 흔들어 보인 후 휙 하고 던졌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찾아 와!”
“난 개가!!”
퍼억~!!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리앤느 는 내 옆구리를 발로 찼다. 나는 또 한번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우욱~!!”
이러다가는 완전히 나의 패배가 될 것 같았다. 좋아! 이제는 나도 강하게 나가는 거야.
어디 맘대로 한번 해보라지.
나는 교육생 들 쪽으로 던진 하이힐을 당당히 찾아 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돌연 무서운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짜아악~!!
“으윽!!”
“누가 손으로 가져오라고 했지?”
무슨 소리일까? 찾아오라는 하이힐은 이렇게 찾아왔는데 그녀는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윽박질렀다.
내 행동하고 상관없이 괴롭히려는 의도 아닐까?
“다시 던지겠어. 이번에도 손으로 집어 오면 알아서해!”
마리앤느 는 내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다시 교육생 들 쪽으로 하이힐을 던졌다.
정말 어쩌라는 건지.
나는 다시 그쪽으로 가 하이힐을 손으로 집어 들려고 했다.
“마스터 는 아무래도 입으로 물어오라는 것 같아요!!”
하이힐을 들고 마리앤느 쪽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한 교육생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교육생들에게서 소란이 일어났다.
“하이힐을 입으로 물고 가져가면 될 거에요!!”
뭐? 이 더러운 걸 입으로?
나는 교육생들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 신고 있던 신발을 내 입으로 물라고?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나는 슬쩍 현정이 쪽을 보았는데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보기보다 마음이 약한 아이다.
“언니. 힘들겠지만 교육생 들의 말이 정답인 것 같아요. 마리앤느 는 언니에게 자신의 신발을 입으로 물어 오라고 하는 거라고요.”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생각 같아서는 다 때려치우고 저기서 빙긋 미소를 짓고 있는 마리앤느를 패대기 쳐 버리고 싶었지만 샐리나 라는 족쇄가 마음에 걸려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교육을 받고 일상 생활 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샐리나는 여기 직원 이니 만큼 모든 시간을 여기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마리앤느 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중에 모든 분풀이를 샐리나에게 할지도 몰랐다. 자존심이 상하고 분한 일이었지만 나는 잠시 후 어쩔 수 없이 마리앤느 의 하이힐을 입으로 물어야 했다.
“이제야 제대로 가져오네.”
마리앤느가 이렇게 말하자 교육생 들은 박수를 치며 나를 격려 했다.
정말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여러분 그녀가 하이힐을 가져오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요?”
갑자기 뜬금 없는 질문을 던지자 회원들은 조용해 졌다.
뭔가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 오분 정도 일 것 같은데요?”
침묵을 깨고 한 교육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나는 오 분 이라는 말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했다.
“여러분은 섭을 다룰 때 행동에 대한 빠르기를 조절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섭이 행동을 늦게 한다면 그만큼의 벌을 가해서 다시 실수가 없도록 하세요. 그녀는 오 분이라는 시간을 헛되이 보냈으므로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할 겁니다. 앤! 케인을 가져와라!”
나는 케인이라는 말에 흠칫 놀랐다.
이제는 때리기 까지 하려는 건가?
앤은 기분 나쁜 미소를 띄우더니 어제 샐리나에게 썼던 것 보다 굵고 튼튼해 보이는 케인을 가져왔다.
색깔 까지 기분 나쁘게 검은 색 이었다.
“나는 네가 하이힐을 가져오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상황이 그랬다. 하지만 너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낭비해 버렸어. 그에 따른 벌은 케인으로 20대다.
한대 한대 네 가슴속에 새겨지도록 쳐 줄테니 앞으로 이런 실수는 반복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앤이 교육실 밖으로 나가는 동안 나는 멍한 표정으로 출입문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리앤느 는 케인을 받아들고 있기만 할 뿐 사용하지는 않았다.
생각이 바뀐 건가?
끼이익~
교육실 문이 다시 열렸을 때 어제 보았던 로즈 라는 여자가 앤과 함께 들어왔다.
설마?
내 불길한 느낌은 그대로 맞아 떨어져 마리앤느 는 로즈에게 케인을 넘겨주었다.
“유정 씨를 교육 시켜 줄 로즈 라는 아이 죠. 매 질은 주로 그녀가 담당하게 됩니다. 만일여러분이 섭에게 벌을 내릴 때가 있다면 꼭 직접 하지 않도록 주의 하세요. 마스터가 직접 움직이는 일이 있으면 섭은 마스터를 존경하는 마음을 덜 갖게 됩니다. 꼭 명심 하세요.”
로즈는 케인을 받아들자 마자 나에게 다가왔다.
“용감한 기사 님이 어쩌다 이런 꼴이 됐지? 어쨌든 지금은 섭에 불과 하니까. 잔뜩 기대하고 있는게 좋을 거야. 횟수를 말해라!”
<37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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