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날 - 31부
본문
여러 사이즈가 준비되어 있으니 편히 갈아 입으십시오. 전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피에르는 우리를 의상 실로 보이는 곳에 데려다 주고 문을 닫고 나갔다.
순간 막혔던 숨이 한번에 터져나오는 기분이었다.
“정말 으리 으리 하다. 그치?”
“전 언니 집이 한국에서 제일 멋지고 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기에 와 보니 그런 생각이 쑥 들어가네요.”
“이런 굉장한 곳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전 벌써부터 흥분이 되요. 처음에는 메일을 받았을 때 사기 같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런 곳에 와 보니 이 사람들 뭐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것 같네요. 어쩌면 제가 정말 원하던 것을 이 사람들이 실현해 줄지도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가 아니라 아마 반드시 일 거야. 미스 앤 마스터라는 클럽에 어떤 조직이 개입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평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럼 이곳을 야쿠자 같은 것이 관리하고 있다는 애기에요?”
“야쿠자 레벨 정도로는 안될 걸? 모르긴 몰라도 러시아 의 마피아 정도 그중에서도 가장 굵고 파워가 있는 연줄이 닿아야 가능할 거야.”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 에요?”
“어쩌면 오늘 중으로 토막 시체가 되어 밖으로 나가게 될지도 모르지.”
“싫어~!!!”
“진정해. 일단 우리는 여기에 비밀 적인 방법으로 들어왔고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괜히 이곳 사람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고.”
“네.”
우리는 너무 무서워서 옷을 고르는 중이라는 사실도 잊은 체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 다 됐습니까?”
문 밖에서 맑고 또렷한, 도저히 노인의 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음성이 들려오고 나서야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러 여기에 들어왔는지를 느끼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최대한 여기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하는 일은 피해야 했다.
“오호호호홍 다됐어요.”
억지로 웃는 것도 피곤하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말을 잘 듣는 다는 느낌을 줘야 조금이라도 안심 할 수 있지 않겠어?
우리는 금세 무슨 백작 부인들 같은 화려한 모습으로 문 밖에 대기 하고 있는 피에르를 찾았다.
피에르는 우리를 한번 쓱 훝어보고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어딘가로 안내했다.
“이제 다른 지시가 있을 때 까지 이곳에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기다리십시오.”
조금 전에 들렀던 뷔페 시설이 갖춰져 있는 커다란 방으로 피에르가 안내를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는 지금 망설일 것 없이 금 쟁반을 들고 음식을 챙기기 시작했다.
현정이는 나를 지켜보다가 한 템포 늦게 내 행동을 따라했다.
그래 현정아 ~~ 우리 죽기 전에 많이 먹어두자.
음식들은 쉽게 맛 볼 수 없는 산해 진미 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양갈비를 통째로 구운 숯불 바비큐부터 중세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통돼지 구이 까지..
그야말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 같은 풍경이었다.
회원이라고 모인 여자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유롭게 음식을 가져다 먹고 마셨다.
우리도 그녀들을 따라 양껏 먹을 수 있었다.
식사는 자유로웠고 사람들과 몇 마디 애기를 나눌 수도 있었다.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이 저도 놀라왔는데 그쪽도 그랬군요.”
“그럼요. 이런 곳이 어디 흔하겠어요? 더구나 이런 데서 교육을 받는데 참가비가 오십 만원 이라니? 정말 놀랍죠?”
사실 그랬다.
처음에 나는 오십 만원이라는 참가비 애기에 화를 냈었다.
그러나 이곳에 막상 와 보니 그 돈으로는 운영조차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밑지는 것은 클럽 쪽이 될 것이 분명했다.
여자들은 모두 카페의 메일을 받고 이곳에 모여 있었다.
이 여러명의 여자들을 한자리로 부른 것이 한 통의 메일이었던 것이다.
그녀들도 처음엔 반신 반의 하며 약속 장소에 나갔을 것이고 우리처럼 괴상한 체험을 하고 이것에 왔을 것이다.
나는 벌써부터 이곳의 교육이라는 것이 어떤 걸지 기대가 되었다.
양껏 먹고 포만감이 가득해서인지 긴장감도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즐거우신가요?”
우리가 한껏 포만감에 만족해하며 회원들과 어울리고 있을 때 출입문이 살짝 열리면서 다시 마리앤느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빨간색의 부채를 하나 들고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영락없이 귀 부인의 모습이었다.
“어느 정도 즐기셨다면 이제 교육생 들의 입회 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모두 저를 따라 주세요.”
마리앤느 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우리를 데리고 삼층 발코니를 지나 사층의 계단 참을 올랐다.
건물은 모두 다섯 층의 구조로 되어 있었다.
사층 의 마지막 게단을 우리가 올랐을 때 마리앤느 는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우리에게서는 다시 탄성이 나왔다.
우와~~!!
사층 복도 쪽은 마치 의식이라도 준비하는 곳처럼 빨간 초가 일렬로 켜져 있었고 그 앞쪽으로 늑대의 두상 부분이 양각 되어 있는 푸른 빛의 출입문 이 보였다.
바닥에는 붉은 융단이 깔려 있었는데 무슨 글자인지 모를 괴상한 문자들이 빼곡히 써져 있어 묘한 느낌을 주었다.
“이쪽이 회원 분들의 교육실입니다. 일단 입회 식부터 거행 한 후에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가도록 할 겁니다.”
마리앤느 는 우리를 이끌고 늑대 두상이 양각 되어 있는 푸른 빛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내는 무슨 교회 같은 분위기로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의자들이 줄을 지어 놓여 있었고 차트로 보이는 것이 한 켠에 놓여 있었다.
창도 아닌 벽 쪽으로 두터운 붉은 커텐이 드리워져 있는 광경이 시선을 끌었다.
“회원들은 아무 자리에나 앉으시되 가급적 앞으로 앉아 주세요. 곧 입회 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마리앤느 는 이 말 만을 남기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나는 현정이와 제일 앞쪽에 앉았다.
다른 회원들도 각기 자리를 정하고 얼마 안가 앤이라는 여자가 마리앤느와 함께 들어왔다.
“우선 저는 여러분의 교육을 담당하게 될 앤 이라고 합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은 아셨겠지만 저희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모두 애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한국에서의 저희 미스 앤 마스터 일 기 교육생 의 입회 식을 거행할까 합니다.”
꽤나 거창한 말과 함께 앤은 챠트가 준비되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우선 회원 분들의 명단을 불러 출석을 확인 하겠습니다. 그럼 첫 번째로 정 성희 씨!”
“네.”
“이 영연 씨.”
“예”
앤은 초등학교 선생님처럼 한명 한명 호명하며 출석 여부를 확인했다.
오늘 모여 야 하는 회원들은 모두 온 것으로 확인 되었다.
“김 유정씨!”
“네!”
“한분도 빠짐없이 출석 하신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그 만큼 저희 클럽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겠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바람은 저희들만이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앤은 이제 바른 자세로 서서 챠트 한 장을 위로 넘겼다.
“그럼 이제 저희 들의 소개를 짧게 해드리겠습니다. 현재 이 클럽에는 저를 비롯해서 열 명정도 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명 한명 이 저희들 사업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옆의 분은 저희 들의 마스터 이자 이 클럽의 총 책임을 맡고 계신 분으로 여러분들에게는 팀장이나 마담으로 불리겠지만 저희들에게는 정신 과 육체의 주인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정신 과 육체의 주인?”
나는 선뜻 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교육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1기 회원이 되실 것이며
기본 교육을 받으실 것이기 때문에 대체로 이론 위주의 교육이 될 것입니다. 네 마스터!”
앤이 말하는 도중 마리앤느가 오른 손을 들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
“여러분이 에스 엠에 관해 얼마나 바로 이해하고 있는지 저희측이 잘 몰랐기 때문에 이번 기본 교육은 앤의 말대로 이론 교육으로 끝내려고 했었습니다. 이론 교육을 마치면 좀 더 여러분이 이 세계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할 수 있으리라 보았던 거죠. 하지만 여러분은 운이 좋게도 이론 교육 중에 한 번의 실 플을 참관 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시게 되었어요. 물론 이번 교육이 끝나도 여러분은 저희 클럽에서 플 위주의 교육을 비롯해서 나아가 진짜 마스터 의 한 사람으로도 성장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기본 교육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다소 지겹게 느껴지는 이론 위주의 교육이 빠질 수 없었던 거죠. 그러나 염려 하지 마세요.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 시피 우연한 계기로 인해 여러분들이 실 플을 참관 하실 수 있게 되었으니 이론 교육을 받으면서 지루해질 기분을 후반에 조금이나마 위로 받으실 수 있을 거 에요.”
나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눈빛이 빛났다
현정이도 매우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뭐가 뭔지 원.
머릿속이 정리가 안돼 한참 헤메고 있을 때 앤이 챠트 한 장을 또 넘기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클럽의 구조를 간략히 말씀 드리죠.”
챠트 에는 무슨 피라미드 회사의 구조처럼 보이는 삼각형 의 도형과 여러개의 선들이 색색으로 그어져 있었다.
“우선 이 클럽은 저희 회장님이 오랜 시간 끝에 완성 하셨습니다. 클럽이라고는 하지만 저희 들은 기업이라고 말하죠. 그만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앤의 설명은 내가 듣기에도 놀라웠다.
미스 앤 마스터 는 세계를 거점으로 특히 섹스 산업의 중심지 라 할 수 있는 러시아,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나라에 사업의 일부를 심어두고 계속해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이었다.
그중 한국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실험적인 곳으로 에스 엠 이라는 장르를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이 적은 이곳에 자신들의 교육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방문 했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많은 회원들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적은 수의 사람들을 고르고 골라 실험 적인 교육을 실시 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들은 이미 섹스 산업 전반에 침투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그저 작은 클럽 정도 일 거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을 너무 엄청나게 뛰어넘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은 자부심 같은 것을 가져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미스 앤 마스터 는 세계로 손을 뻗고 있고 각각 불리는 사업체의 명칭은 다르지만 뿌리는 하나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저희들의 로고 가 들어간 포르노 영상물 들이 제작 되고 있고 클럽들이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엄청난 곳에서 교육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이들의 조직적이고 방대한 규모에 할 말을 잃었다.
특히 이 클럽에 오래 전부터 회원이 되어 있다는 사람들의 계보를 보았을 때는 정말 놀랐다.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의사 학자, 판사,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회 층 거물 들이 지금도 이 클럽에 후원자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희 회장님은 백만 장자의 딸로 태어나 일찍이 권력 과 부 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나태하게 만들고 수동적으로 만드는지를 깨달으시고 특별 계층의 사람들도 자신의 욕구 라는 것 앞에서는 진실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돈으로도 해결 할 수 없는 그들의 욕구를 풀어주기 위해 이 클럽을 결성하는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저희 클럽은 그들의 욕구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빈 부의 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배 욕과 피 지배욕 의 욕구를 에스 엠 이라는 장르를 빌어 시뮬레이션 화해 해소 할 수 있으니 이런 회장 님의 취지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게 되어이제는 더 나아가 빈 부의 격차를 없애고 누구나 자신의 욕구를 원하는 시간에 해소 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계층이 저희 교육을 받으실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는 단계에 까지 온 것입니다."
앤의 설명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녀의 말 중 어느 부분이 그렇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아서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앤 의 설명이 끝나자 마리앤느 는 챠트를 덮어 버리고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희들의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서약 식을 하겠습니다. 이는 우리 회장님의 뜻을 받들고 앞으로 의 교육을 받는데 있어서 불평이나 불만을 터뜨리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저희 교육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셔도 무방합니다.
그럼 이제 한 사람씩 제가 앞에서 이름을 호명하면 ”저는 미스 앤 마스터 의 설립 취지를 이해하고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달갑게 교육을 받을 것을 맹세 합니다.“ 라고 외치십시오!"
그녀의 말에 따라 교육을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무슨 수로 돌아갈 수 있겠어.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여기 모인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듯한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정말 이런 걸 좋아 하는 건가?
“신 요연 씨.”
“넷!! 저는 미스 앤 마스터 의 설립 취지를 이해하고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달갑게 교육을 받을 것을 맹세 합니다!!”
“저희 클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를 때 마다 회원들은 마리앤느 앞에서 같은 말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내 순서가 되었을 때.
“김 유정씨.”
“..”
나는 석연치 않은 기분에 휩싸여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도 답하지 못했다.
“김 유정씨?”
내가 좀처럼 말하기를 꺼려하자 마리앤느 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이들 이라는 존재를 나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정이를 위해서 왔다고는 하지만 아주 다른 세계에 갇혀 버렸다는 느낌이 한 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욕구를 부채질 했다. 그냥 포기 할까?
“유정씨는 맹세하지 않을 건가요? 이곳에 오신 것을 후회하는 중이라 언제라도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나요?”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마리앤느 는 신기한 동물을 보듯 팔짱을 끼고 나를 유심히 살폈다.
“유정씨는 처음이라고 했죠?”
“네.”
“그럼 낯선 것도 무리가 아니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왜 교육을 받으려고 했죠?”
“그야.. 현정이 때문에..”
“현정씨요?”
“네.”
마리앤느 는 나를 지나쳐 현정이 의 앞에 섰다.
“현정 씨?”
“네”
“현정 씨는 우리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나요?”
“그럼요. 정말 이런 곳에 와 보고 싶었어요.”
“그럼 파트너 또한 충분히 이해를 시켰어야죠.”
“그게..”
“뭐 좋아요. 현정씨는 교육생으로 온 것이 아니라 보호자 차원으로 온 것이죠?”
“네! 교육을 받는 건 언니에요.”
“그렇다면 이번에 같이 교육을 받도록 하세요.”
“네?”
나는 더 이상 방관 만 할 수는 없어서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교육은 저 만 받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참가비도 저의 것 만 이고요.”
“뭐라고요? 오호호호호홋~!”
마리앤느 는 갑자기 웃었다. 뭐가 웃긴 걸까?
“참가비 요? 그게 저희 측 에게 의미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참가비가 오십 만원이었죠? 글쎄요. 그걸로 아까 여러분들이 밟고 오신 계단 턱의 금줄 값이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착각 하지 마세요. 참가비는 저희들의 수익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형식적인 것에 불과해요. 조금 이해를 돕는 말을 한다면 여러분들이 오늘부터 이용하게 될 방과 부가 시설물에 대한 이용료 의 일부 정도라고 해두죠. 그러니 우리는 틀림없이 적자를 보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참가 비 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그녀의 말에는 틀린 부분이 없었다.
지금까지 이 클럽 의 시설 물을 이용해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들 마리앤느의 말을 이해하고 남음이 있었다.
사실 이 클럽에는 다양한 오락 시설이 갖춰져 있었고 심지어 나이트 댄스를 추기 위한 무대 까지 마련되어 꼴랑 오십 만원의 참가비 정도로는 운영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참가비를 이곳의 하루 이용료 라는 명목으로 계산을 해본다고 해도 쉽게 이들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서약 식을 마치고 본 교육에 들어가겠어요.”
마리앤느 는 앤에게 눈짓으로 사인을 보냈다.
그러자 앤이 리모콘 같은 것을 주머니에서 꺼내 스위치를 눌렀는데 놀랍게도 벽쪽의 붉은 커텐이 젖혀지며 대형 모니터가 나타났다.
극장의 스크린 만큼이나 커 보였다.
“그럼 첫 번째 교육으로 우선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오 양의 이야기 라는 제목의 영화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원작이 소설인 이 영화는 당시 생소했던 에스 엠이라는 장르를 과감히 글의 소재로 씀으로서 아주 놀라운 결과를 얻은 바 있습니다. 소설은 문학 상을 받았고 영화는 굉장한 호응을 얻은 바 있었죠. 저희가 이 영화를 여러분에게 보여드리는 이유는 이 영화 속의 오 라는 여인이 지배욕 과 피지배 욕의 관계에 들어 얼마나 처음 이미지 와 다르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보게 함으로서 에스엠 이 주는 영향력과 의미를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물론 여러분들 중에는 이 영화를 보신 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여러 영화사가 거듭해서 새로 제작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희가 가진 이 필름은 오리지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의 이야기 가 처음 영화 화 되었을 때의 필름으로 검열관의 삭제 장면이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일단 보시면 여러분이 보셨던 영화가 얼마나 많은 가위질을 당했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커다란 화면을 응시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짙은 의구심과 동시 혐오감을 느꼈다.
어떻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저런 말도 안되는 곳으로 끌고가 몸과 정신을 망쳐 놓을 수 있는가?
나는 도저히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특히 그 오 라는 여인이 나중에 스스로 주인을 정하고 스스로 학대해주기를 바라는 등 변화되는 부분이 매스껍도록 혐오 스러웠다.
“어떻습니까?”
앤이 영화가 끝나고 묻자 모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뿐 말이 없었다.
뭔가를 이해했다는 분위기 인데 그것이 뭔지 알 길이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지배 와 피지배 간에 어떤 사상이 녹아있음을 알게 되셨다면 여러분들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 라는 여인이 남성에게 억압 되어 자유마저 상실 한 체 나중에는 스스로 억압해 주기를 바라는 부분은 여러분이 잊으셔야 합니다.
왜냐 하면 여러분은 오 와 같은 여성이며 앞으로 거느리게 될 노예도 동성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는 약간의 단점이 있습니다. 지배 와 피 지배 간의 관계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남성의 입장에서 너무 여성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죠. 하지만 동성 간의 이런 행위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노예의 입장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좀 더 깊은 이해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회장님은 남 여 간의 플을 다루기 보다는 동 성 간, 특히 여성 간의 플을 다룸으로 지배 자 와 피 지배자 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하셨던 거죠. 이런 것을 처음 접하시는 분은 다소 혼란 스러울 수도 있으나 곧 익숙해지리라 생각하고 오늘 교육은 밤이 깊은 관계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회원들은 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방을 배정 받을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한 사람이 하나의 방을 쓰도록 하고 있었다. 개인 의 사생활 까지 보장하겠다는 의도가 훌륭해 보였다.
“하 소연 씨 는 A 룸을 쓰십시오. 열쇠는 하인이 내어줄 것입니다.”
나는 현정이 와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이런 곳에서 혼자 방을 쓴다는 점이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정이 와 나는 메이드 복을 입은 젊은 여성을 따라 교육실을 빠져 나왔다.
“정말 굉장하지 않아요? 언니?”
“뭐가?”
“전 이런 경험을 진짜로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이건 마치 영화 같아요.”
현정이는 들떠서 방을 안내 받는 내내 떠들어댔지만 나는 역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여기서 주장하는 사상 이라는 것이 인간을 학대하는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혐오감은 오 의 이야기 라는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현정이는 나의 이런 상태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3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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