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지옥 - 1부
본문
. 나비효과.
그날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 없었다.
"자자~ 이슬이 안 일어나? 청소 안 해?"
주말을 맞아 집안 청소를 하기 위해, 혜린이는 아침부터 부산했고,
"아우~~ 쫌~~. 천천히 하자. 천천히....."
유난히 아침 잠이 많은 이슬은 그런 혜린의 목소리에 더욱더 침대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아이구~ 천천히? 그러다가 또, 나 혼자 다하면 슬그머니 일어나시려고요~?"
혜린이는 과감하게 이슬의 이불을 걷어냈다.
"아우~~ 진짜. 어떻게 넌 우리 엄마보다도 잔소리가 심하냐?"
투덜대며 일어난 이슬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어머, 어머. 기집애, 커튼도 안치고......"
깜짝 놀란 혜린은 바로 창문의 커튼을 쳤다.
"안보여, 안보여. 그리고 또 누가 좀 보면 어떠냐?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유난은...."
이슬은 쿨하게 말하며, 방 한쪽에 아무렇게나 팽개쳐져있던 목늘어난 박스티와, 헐렁한 핫팬츠를 챙겨입었다.
"너는 무슨 애가 홀딱 벗고 자니? 안추워?"
"아야-!"
혜린은 "찰싹" 이슬의 등을 한 번 때리며 방 밖으로 나갔다.
"원래, 속옷은 적당히 안입는 게 건강에 좋아요. 특히, 브래지어."
이슬은 자신의 키보다도 큰 전신거울을 보며, 어깨보다 조금 긴 생머리를 묶어올렸다.
"봐봐, 이 가슴. 이게 다 관리와 습관의 중요성 아니겠어?"
이슬은 풍만하면서도 탄력있는 자신의 젖가슴을 손으로 받치며 한 번 으쓱해보였다.
"야야, 쌩쇼 그만하고, 빨랑 빨랑 청소하자. 응?"
자기방에서 빨래더미를 가지고 나오던 혜린이 이슬의 방을 지나가면서 말했다.
"야, 소희는?"
1층으로 내려가는 혜린에게 이슬이 물었다.
"벌써 일어나서 운동 중이시겠지요."
크게 대답을 하며 1층 다용도실로 들어간 혜린은 세탁기에 빨래를 넣으려다 말고 소리쳤다.
"아우~ 소희, 이게 진짜."
세탁기 속에는 아직 빨지 않은 소희의 세탁물이 잔뜩있었다.
"야! 정소희."
씩씩거리며 혜린이 소희의 방문을 열었다.
"하나 둘, 셋 넷."
소희는 큰 방 한쪽에 마련해놓은 연습용 바에 다리를 걸치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야, 오늘은 나 빨래하는 날인거 몰라?"
혜린이 소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미안, 어제 내가 깜빡하고 못해서, 후우- 이따가 오후에 해. 응?"
소희는 "이래 봬도 내가 발레리나다." 자랑이라도 하듯 다리를 뒤로 뻗어 머리 앞 쪽으로 넘기며 대답했다.
"으이그~ 으이그~"
혜린은 "찰싹" 하고 소희의 탱탱하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한 번 때린 후 방을 빠져나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야, 근데 오늘이 그날 아니야?"
청소를 다 끝마치고, 평소보다 많이 늦은 아침을 먹으며 이슬이 말했다.
"아~맞다. 오늘이네, 오늘. 호호호호. 아 오늘 밤에 진짜 재밌을텐데. 그치?"
이슬의 말에 소희가 갑자기 생각난 듯, 숟가락도 놓고 웃어댔다.
"그러게? 오늘 밤이네......풋."
친구들의 말에 대답하는 혜린은 갑자기 기억이 되살아난 듯 피식 웃었다.
모든 일의 시작이 그렇듯, 그 또한 아주 작은 사소함에서 비롯되었다.
약 한 달 전, 겨울 방학이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 혜린, 소희, 이슬은 스키장에 놀러가기로 했다.
물론 언제나 그녀들이 그렇듯, 지갑으로 쓸 남자들을 구했고, 짐꾼으로 쓸 여자애도 하나 구했다.
문제는 그 스키장에 같이 갈 짐꾼이자 하녀가 "강아름" 이었다는 사소함에서 시작되었다.
"야, 근데 아름이는 좀 그렇지 않냐? 애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잖아. 지희나 윤채로 하자니까."
소희의 차 트렁크에 짐을 실으며 이슬이 말했다.
"지희하고 윤채 둘 다 지금 제주도 갔다니까. 아, 그리고 선호 선배 온다니까, 아름이가 눈이 동그래가지고
사정하는데 어떡하냐?"
혜린은 자신의 스키장비를 차 지붕의 캐리어에 얹으며 말했다.
"풋, 걔가 동그래질 눈이나 있냐, 어디."
차트렁크 문을 닫으며 이슬이 대답할 때, 저 멀리서 아름의 목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헉. 헉."
양손과 등에 이것저것 잔뜩 지닌 아름이 뒤뚱 뒤뚱 뛰는 듯 걸어오고 있었다.
"풋. 저거 봐라, 저거."
그런 아름의 모습에, 대문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나오던 소희가 피식거렸다.
"어~그래. 아름아. 시킨건 다 가지고 왔지?"
이슬은 다정하게 아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럼. 헤헤."
"아이구~ 그럼 오늘 우리 아름이 선호선배랑 좋겠네~~"
소희가 아름의 짐을 대충 훑어보며 말했다.
"아이 참. 너네들도....헤헤."
깨가 잔뜩 박힌 찐방같은 아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스키장에 도착해서 신나게 즐기고, 콘도에서 저녁을 먹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문제는 저녁을 먹고나서 선호선배가 혜린을 따로 불러낼 때 부터 시작되었다.
"저....그날 왜....안나왔어?"
선호가 말하는 그 날은 "내가 널 처음 본 그날 12일, 학교 뒷 산 소나무마당으로 10시에 -선호가-" 라고 적은
쪽지의 그 12일을 의미했다.
"저, 죄송해요. 그날 좀 바빠서...으음."
"내가 미쳤냐? 그러다가 덜컥 사귄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좋은 시절 다가게?"
혜린은 속마음과 다르게 짐짓 수줍은 연기를 선보였다.
"으음. 뭐, 괜찮아. 그냥 조금씩만, 조금씩만 더 다가와줘."
선호는 느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서로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그 장면을 아름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어느덧 밤은 깊었고, 자기 위해 화장을 지우며 자연스럽게 혜린은 아름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아름아? 나 물 좀."
"......"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운 아름은 대답이 없었다.
"내 말 안들려? 물 좀 갖다 달라니까?"
혜린은 다시 한 번 말했다.
"싫어! 너가 떠먹으면 되잖아."
아름은 벌떡 일어나 쿵쿵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아니, 쟤가 미쳤나~?"
혜린은 급히 화장을 지우고, 아름을 뒤쫓아 갔다.
"왜 그래? 아름아 무슨 일 있어?"
"2박3일 동안 시켜먹으려면 일단 좀 달래줘야지."
라는 생각으로 콘도 밖에 쭈그리고 앉은 아름의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며 혜린이 물었다.
"......"
아름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말해봐, 뭔데 그래?"
혜린은 여전히 따뜻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너 혹시.....선호선배랑....."
한참을 망설이던 아름은 자신이 본 걸 이야기해주었다.
"아~씨, 못생긴 게 꼴에 질투는......."
잠깐 고민한 혜린의 머리속에 순간 무언가가 번쩍였다.
"아유~ 너 그거 때문이었어? 아유~ 아니야. 아니야, 그런거. 그게 사실은, 아~ 이거 말하면 안되는데......."
어디서 그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지만 혜린은, 선호선배가 아름에게 쪽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자신을
불러냈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 그게 진짜야?"
아름은 없는 눈으로 애써 동그라미를 만들며 물었다.
"그렇다니까~. 아, 이거 원래 말하면 안되는 건데......아, 안되겠다. 야, 따라와."
그렇게 아름에게 자신이 받았던 쪽지까지 건네주며, 혜린은 곧 태풍이 될 나비의 날개짓 같은 거짓말을
완성시켰다.
"알았지? 너 아무한테도 이거 말하면 안돼. 선호선배가 신신당부한거라니까. 그러니까 다음달 12일 오케이? 응?
아, 이거 원래 다음달 11일에 주라고 한건데...."
아름이 조금만 눈치가 있었거나, 혜린이 조금만 더 거짓말을 못했다면, 아니 어쩌면 그저 그것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의 12일이 바로 오늘이었다.
곧 있을 좋은 구경 탓에 혜린, 이슬, 소희는 간만에 외출도 않고 늘어져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 뭐 재밌는거 안하나?"
소희가 TV를 켜자 뉴스가 흘러나왔다.
"최근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아유~ 하여튼 이놈의 나라는 별의별 놈들이 다 있어요."
쇼파에 누워 패션잡지를 넘겨보던 혜린이 말했다.
"후-우-. 후-우-. 나, 저거 인터넷으로 좀 봤는데 장난아니야. 완전 싸이코라니까? 후우-"
자칭 "함이슬표 가슴운동" 을 하던 이슬이 대답했다.
"에휴- 재미도 없고, 시간도 안가고, 야 몇시냐? 아직 멀었냐?"
텔레비전을 끄며 소희가 말했다.
"이제 슬슬 가보자, 그럼. 야, 근데 너네 내기는 꼭 지켜라. 저번처럼 입닦으면 죽어~"
혜린이 잡지책을 덮으며 말했다.
"후우- 야야, 걱정마 이번엔 내가 분명히 이겨. 아름이 그년 완전히 맛이 갔다니까. 분명히 한 새벽 2시까지는
기다릴거다."
이슬이 운동을 멈추고 일어서며 대답했다.
"난 무조건 12시. 아름이 걔가 의외로 고지식해서 통금시간은 지킬거거든."
방으로 들어가며 소희가 말했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 두꺼운 옷을 입고 나온 셋은 시종일관 웃고 떠들며 운명의 장소로 향했다.
"아후~ 추워. 야, 이거 오히려 우리가 더 개고생하는거 아니냐?"
12시가 가까운 시각, 아직도 선호를 기다리는 아름을 몰래 지켜보던 이슬이 말했다.
"좀만 기다려, 이제 12시 되면 갈거라니까."
소희가 대답했다.
"야, 근데, 진짜 이렇게 사람이 없냐? 좀 구경꾼도 있고 그래야 더 재미날텐데."
혜린이 의아한듯 물었다.
"야, 한창 방학중에, 그것도 주말 밤에, 이런 으슥한 학교 뒷산에 누가 오냐? 저런 바보같은 년 말고. 호호호-"
이슬이 대답했다.
"어? 어? 야, 간다. 간다. 것 봐 내가 12시랬잖아~"
죽은 듯이 서있던 아름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걸 본, 소희가 외쳤다.
"아~ 저년은 못생겼으면 끈기라도 있어야지....."
이슬은 아쉽다는 듯 일어나며 땅을 몇 번 발로 찼다.
그렇게 세사람은 아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아름이를 비웃었다.
"호호호호호-. 아이구~ 우리 아름이 선호선배 기다렸어요?"
혜린이 깔깔대며, 놀라는 아름이에게 말했다.
"미친년. 야, 넌 거울도 안보냐? 누가 너같은 거 좋다고 이 시간에 여길 오겠니?"
내기에 져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이슬이 이어서 아름을 쏘아붙였다.
"왜들 그래. 내가 오늘 얘 때문에 번돈이 얼만데. 그래도 우리 아름이 통금시간은 지키나봐요~ 호호호호."
소희의 말까지 들은 아름은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이 된 듯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 너희들!"
만약 그때, 아름이가 혜린이에게 달려들지 않았더라면, 혜린, 이슬, 소희 중 누구 하나라도 아름이를 밀치지
않았더라면, 아니 어쩌면 그저 그것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혜린에게 달려드는 아름을 거짓말처럼 셋이 동시에 밀쳐냈고, 그대로 뒤로 넘어진 아름은 차가운 돌덩이에
뒷통수를 찧이며 안타까운 생을 달리했다.
놀라 소리치다가,
서로 책망하다가,
법적 형량을 걱정도 해보다가,
결국 세사람이 하나로 모였다.
"그렇게 하자. 일단, 해보자."
혜린의 그 말을 시작으로 세사람은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아름의 목숨을 빼앗은 돌덩이를 챙기고, 스마트폰 검색을 해보며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인 것 처럼 꾸미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그 모든 행동은 놀랍도록 신속하고 정확했다.
다행히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둔기로 머리를 가격하는게 특징이었고,
또, 학교 뒷산이라는 특성상 설사 자기들의 흔적이 조금 남더라도 변명하기에 좋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사람은 운명이 자기들한테 제법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모든 정리를 마친 세사람은 집으로 돌아와서는 서로 아무말이 없었다.
아니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날 밤은 여느 때와 전혀 달랐다.
다음날 아침부터 그녀들은 인터넷과 TV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사건은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쪽으로 몰려가는 듯 했고, 자기들이 두려워 할 만한 그 어떤 상황도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들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평소처럼 행동하였고, 신입생환영회나, 학교 홍보모델 활동 같은 것도 그
누구의 의심도 없이 잘 해나갔다.
물론 그 기간 동안 그녀들 중 그 누구도 그 때 그 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애초에 없었던 일인거 처럼, 아름이라는 이름조차 모르는 것 처럼, 그렇게 그녀들은 자신과 세상을 속이고
있었다.
개강 하루 전, 그 벨이 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띵-동-"
조용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하던 그 때, 소희네 집 벨이 울렸다.
혜린이 바라본 인터폰 화면에 비친 그는 창석이었다.
"한창석"
학교에서도 유명한 찌질이 아웃사이더.
"누군데?"
설거지를 마치고 다가온 이슬도 인터폰 화면으로 창석을 확인했다.
"뭐야? 쟤가 여길 왜 와? 야, 그냥 받지도 마. 없는 척 해."
이슬은 저런 찌질이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
"띵-동-"
다시 한 번 벨이 울렸고, 혜린은 인터폰을 받았다.
"누구세요?"
"나 창석인데, 같은 학교 다니는 한창석."
창석은 또박또박 말했다.
"어, 창석이~. 근데 여긴 무슨일로...."
혜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일단 문 좀 열어줄래? 할 말이 좀 있어서 그래."
분명, 혜린이 평소에 알던 그 찌질이에 어눌한 한창석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혜린은 그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어, 여기가 여자들만 사는 곳이라, 좀 그런데.....그냥 내일 학교에서 보면 그때하면 안될까?"
혜린은 자연스럽게 거부의사를 표했다.
"글쎄, 과연 아름이 이야기를 학교에서 해도 괜찮을까?"
창석의 그 말을 듣는 순간, 혜린은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으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런 혜린을 보며 소희가 다가와 물었다.
"뭐야? 뭔데 그래?"
"몰라. 야, 너 왜 그래?"
옆에 있던 이슬도 이상하다는 듯 혜린을 쳐다봤다.
"덜컹"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창석은 그녀들의 보금자리로 들어섰다.
거실의 커다란 고급쇼파에 앉은 창석은 잠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앞에 서있는 세 여자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아름이 알지?"
창석은 조용히 입을 열며, 옆에 내려놓은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 보였다.
그 사진엔 아름의 시체와 함께있는 그녀들의 모습이 깨끗하고도 명확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녀들은 여전히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거 말고도 아주 많아. 넘치고 넘치지. 무슨 얘긴지 알지?"
창석은 차가웠다.
과연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찌질한 그 뚱땡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원하는게 뭐야?"
혜린이 물었다.
그녀는 이미 창석이 이 사진을 들고 온건 경찰에 신고할 생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1년. 너희들 인생에 1년만 나한테 주면 돼."
창석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대답했다.
"1년 동안 네가 시키는 대로 해라, 뭐 그런거야?"
이번엔 소희가 물었다.
"이해 빠르네. 앞으로 1년 동안 나랑 같이 살면서, 무조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거지. 괜찮지 않아? 평생
살인자로 낙인찍혀 사는 것 보다는. 물론 보너스로 한 10년 정도 감옥 갈 일도 없고 말이야."
창석의 말에 세사람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잠깐만, 잠깐만 시간을 줘."
침묵을 깨고 혜린이 말했다.
"뭐, 얼마든지."
창석은 순순히 승락했다.
소희의 큰 방으로 들어간 세사람은 격렬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런 놈이랑 어떻게 1년을 사느냐, 하루도 싫다.
그럼 다 같이 감옥가서 인생 말아먹자는 거냐, 일단 시키는 대로 하자.
차라리 자수를 하자, 어차피 과실치사 아니냐.
이미 사건은 단순 과실치사가 아니다, 사체훼손에 유기까지 금방 끝날 일이 아니다.
시키는 대로 한다고, 1년 뒤에 저 놈이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은 있느냐.
일단 믿어보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어떻게든 당장은 시키는 대로 하는 수 밖에 없다.
세사람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하나로 모였다.
"그럼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하면서, 시간을 끌어보자. 뭔가 좋은 방법이 나올 수도 있잖아. 우선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은 저 새끼 입을 막아야 한다는 거야. 다들 각오 단단히 하고."
혜린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세명은 거실로 나왔다.
"결정했어?"
창석은 여유롭게 물었다.
"정말 1년이면 되는거지? 딱 1년."
혜린은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어차피 나 1년 뒤엔 군대 갈거야. 그냥 군대가기 전까지 좀 즐겨보고 싶은 마음 뿐이니까, 믿어. 뭐, 못 믿겠다면
할 수 없지만."
창석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좋아. 그렇게 하겠어."
혜린이 대답했고, 이슬과 소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좋아. 그럼 이제 간단하게 인사부터 나눠볼까?"
창석은 겉옷을 벗으며 최대한 편한자세로 쇼파에 몸을 묻어 앉았다.
"벗어."
창석이 살짝 미소 지으며 명령했다.
어차피,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던 그녀들이었으므로, 아무런 말 없이 그녀들은 조심스레 옷을 벗었다.
"앞으로는 말투부터 고쳐야 할거야. 1년 동안 너네들이 모셔야할 주인님한테 함부로 말하면 안되지 않겠어?"
그녀들이 발가벗어가는 동안 창석은 몇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극존칭을 사용할 것.
말끝에는 언제나 주인님을 붙일 것.
집안에서는 자신이 허락한 그 외의 어떤 것도 몸에 걸치지 않을 것 등등
묵묵히 옷을 벗던 그녀들도, 자신들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생각했는지, 팬티를 벗을 때는 조금 머뭇거렸다.
"벌써부터 이렇게 말을 잘 안들으면 곤란하지. 안그래?"
창석은 두툼한 뱃살을 실룩거려보이며 말했다.
결국 창석의 앞에 그녀들의 눈부신 나신이 들어났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비밀스런 곳 까지 창석은 고스란히 감상할 수 있었다.
"자, 어디 한 번 볼까?"
창석은 천천히 일어나서, 차렷자세로 서있는 그녀들 앞으로 갔다.
"우선, 소희."
창석은 맨 왼쪽에 서있던 소희의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평상시였다면 벌레같이 느꼈을 사람의 손이 자신의 몸에 닿자, 소희는 저절로 인상이 써졌다.
"짝-"
창석은 가볍게 소희의 뺨을 때렸다.
"내가 얘기했지. 항상 웃으라고."
"죄, 죄송합니다. 주인님."
소희는 억지로 입가의 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옆에 굳은 듯 서있던 혜린과 이슬의 어깨가 조금 떨렸다.
"역시, 운동을 해서 그런가, 몸에 탄력이 좋아."
창석은 소희의 젖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럭 거렸다.
"피부도 건강해보이고."
소희의 연한 구리빛 고운 피부의 등을 창석이 한 번 쓰윽- 쓰다듬었다.
"아직 처년가?"
등을 쓸어내린 그 손을 소희의 탱탱하게 솟아오른 엉덩이골 사이로 밀어넣으며 창석은 소희의 순결한 보짓살을
살살 문질렀다.
"아흑- 네, 주인님."
자신의 은밀한 보지주름 사이를 비벼주는 창석의 두툼한 손가락의 감각에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신음을
흘렸다.
"의왼데? 걸레인 줄 알았는데, 응?"
살짝 살짝 클리토리스도 건드려가면서, 조금 더 걸쭉하게 소희의 보짓살을 맛보며 창석이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흥-"
귓가에 전해지는 간지러움과 보지에 전해지는 뜨거운 감촉에 소희는 살짝 엉덩이가 흔들렸다.
"오케이, 여기까지. 다음은 혜린이."
창석은 소희의 가랑이에서 손을 빼내며 옆으로 옮겨갔다.
"하-아-"
살짝 한숨을 내쉬며 혜린이 미소를 지었다.
누가 비서학과 아니랄까봐, 소희의 억지미소보다는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피부가 새하얀게 아주 맘에 들어."
창석은 혜린의 백옥같은 피부의 등골을 손가락으로 주욱- 그어 내려갔다.
"가슴도 적당히 봉긋한게 아주 예쁘고."
창석은 자신의 커다란 손에 딱 들어맞는 혜린의 탱글탱글한 젖가슴을 만족스럽다는 듯 주물렀다.
"하윽-"
창석이 손가락으로 그 연분홍 귀여운 젖꼭지를 살짝 비틀자 혜린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여기는 어떤지 한 번 볼까?"
혜린의 앞에 쭈그려 앉은 창석은, 그녀의 다리를 살짝 벌리게 한 후, 그 가운데 수줍게 다물린 도톰한 보짓살을 손가락으로 열어 젖혔다.
"예쁘네~ 색도 아주 곱고."
꼭 입술색깔 같은 혜린의 작고 귀여운 보지를 감상하며 창석이 감탄했다.
"할짝-"
"아흥-"
창석은 열어젖힌 혜린의 보짓살을 길게 한 번 핥아 올렸다.
창석의 혀끝이 살짝 클리토리스를 스치고 지나갈 때, 혜린은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며 신음을 흘렸다.
"너도 아직 처년가 보지?"
혜린의 아직 여린 보짓살을 손가락으로 비벼대며 일어난 창석이, 그녀의 살짝 붉어오른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주인님...."
창석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단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혜린의 그 얼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오케이, 여기까지. 마지막으로 이슬이."
창석은 이슬의 바로 앞에 서서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햐- 가슴 하나는 끝내주는데?"
창석이 이슬의 가슴을 손으로 툭툭 건드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탄력있게 출렁거렸다.
"보짓살도 두툼한게 먹음직스럽고."
창석은 유난히 두툼하게 부풀어있는 이슬의 보짓살을 끈적하게 만지작 거렸다.
"아흑-"
창석이 엄지손가락으로 클리토리스를 비벼주며, 검지와 중지로는 보지주름 사이를 헤집자, 처음 느껴보는
저릿한 감각에 이슬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설마 너도 처녀야?"
스윽- 스윽- 계속 이슬의 보지를 문질러대며 창석이 물었다.
"하-. 네, 주인님."
이슬은 자신의 발그스름해진 볼만큼이나 달아오르는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훗. 얘는 굉장히 민감한가보네."
창석은 그런 이슬의 반응이 귀엽게 느껴졌다.
"오케이, 여기까지. 앞으로 내가 즐길 너희들 몸에 대한 간단한 인사는 끝났고."
창석은 다시 쇼파 깊숙히 앉았다.
"계약서는 써야지?"
창석은 가방에서 무언가 빼곡히 적힌 A4용지 3장을 꺼냈다.
"도장 찍자."
창석은 여전히 차렷자세로 서있는 그녀들 앞으로 종이를 밀었다.
아주 조그만 나비의 날개짓이 만들어낸 태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 정말 열심히 고심해서 만든 상황인데도, 역시 많이 어설픈 듯 합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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