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본성 - 프롤로그
본문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공상하는 취미가 있었던 것 같다. 학생 시절에는 밤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 사이에 놓인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는, 동화같이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잠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외국의 어느 유명한 시인이 편지왕래 만으로 영혼의 교감을 통한 사랑을 나누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참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20대가 되어서도 동화처럼 순수하고 플라토닉한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음속 한편으로는 성인이 된 여자로서 내 몸의 아름다움에도 관심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약간 통통한 편이었던 나는 대학생이 된 이후 다이어트를 조금 했더니 몰라보게 이뻐졌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20대 초반에 다이어트로 3~4키로 뺀 체중이 20대 중반이 되면서는 굳이 힘들여 운동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는데, 원래부터 가슴과 엉덩이엔 살집이 있는데 비해 팔목과 발목, 허리뼈는 얇은 편이었기에 다이어트를 했음에도 가슴과 엉덩이살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하복부의 뱃살만 많이 빠져 한국여자로서는 보기드문 글래머러스한 체형이 되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보는 사람마다 내 몸매가 잘 빠졌다고 칭찬하곤 했는데 처음엔 그게 익숙지 않았기도 했거니와 , 조금만 붙는 옷을 입어도 내가 입으면 몸매 때문인지 은근히 야해보였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이 자꾸 내 몸매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쑥쓰럽고 달갑지만은 않아 평소엔 헐렁헐렁한 옷을 위주로 입어 몸매를 감추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또 나는 내 몸매가 고스란히 들어나는 미니스커트와 가슴이 깊히 파인 브이넥 원피스 같은 옷들도 구입해서 옷장 안에 감춰두고 가끔 심심하면 꺼내입으며 거울 앞에서 내 몸매를 감상하곤 했다.
그런데 참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말하길, 남자들은 나처럼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를 좋아한다고들 하던데, 내 얼굴의 첫인상이 도도하고 이지적이며 차가워보이는 이미지여서 그런지 그동안 나에게 접근해오는 남자들 중에는 처음부터 나를 만만히 보고 육체적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접근하는 남자들은 별로 없었다. 물론 남자들의 속마음이야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 내게 함부로 대하거나 치근덕거리는 남자들은 없었단 뜻이다.
플라토닉한 사랑을 꿈꾸던 나에게 그 점은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지만서도, 또 한편으로는 왠지 사람들은 섹시하고 도도하게 생긴 여자들을 말로만 매력이 있다그러지 사실 남자들이 선뜻 마음을 주기엔 부담되는 여자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또 주위의 연애하는 남녀들을 보면, 왠지 작고 아담한, 내가 보기엔 비실비실한 어린 아이같은 체형의 여자에게 사족을 못 쓰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들로 평상시의 나는 몸매를 적당히 감추고 깔끔하고 단정해보이도록 옷을 입기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화장을 할 때에도 치켜올라간 눈썹을 다듬고 다듬어서 정숙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려 애쓰곤 했다. 물론 이제와서 생각하면 정말 우스운 발버둥이었다. 아무리 감추려해도 사람의 본래 생김새와 천성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간단한 진리를 그때는 몰랐던 것이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남자, 류지훈은 약 1년 전 나에게 첫눈에 반했다며 나를 여왕님 모시듯 하여, 나는 그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우리의 연애는 처음 시작되었었다. 그때...우리의 관계가 지금처럼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문득 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려보다가, 지난날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이 지금 내 모습에 대한 수치심을 배가시키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더욱 깊은 곳에서부터 류지훈이란 남자에 대한 경외감과 그의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무력해지는 나 자신을 새삼 깨닫게 해줄 뿐이란 것도.
이런 나의 마음을 굳이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학습된 무력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으로 인하여 실제로 자신의 능력으로 피할 수 있거나 극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포자기하는 것.
하지만 이런 용어 따위를 알고 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결코 그에게 반항할 수도, 그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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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칵......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상념에서부터 빠져나왔다.
“사장님, M미술관 관장님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 해.”
비서의 정중한 인사를 받으며, 사무실 안으로 희령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또각또각...하이힐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여전하네, 지훈씨는.”
“저야 뭐......별일이 있겠습니까? 하하하~”
“쿡쿡...내가 여기 왜 직접 온 줄은 알지? 이주 뒤에 있을 클럽 파티 때 말이야......”
“이주 뒤라면......조금 곤란하겠는데요.”
“에잇 참, 최사장은 되고......왜 난 안된다는거야~?”
지훈에게 따지는 희령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몸을 더욱 바짝 앞으로 당겼다.
“그건......”
지훈은 대답을 하다 말고 책상 밑으로 손을 내려......그 아래에서 자신의 육봉을 입에 물고 있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조금 더 길들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나는 지훈의 대답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육봉을 더욱 입안 깊숙이 넣었다, 마치 그의 배려에 감사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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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시는 분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만;
이야기 전개상 프롤로그를 잘 써야될 것 같아서 한번 더 수정했습니다.
제가 어제 1부를 올렸다가 지운 줄 알았는데 그대로 올려져 있더군요.
삭제하고 다시 올리려다가....그새 리플이 달려...지우지 않고 그냥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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