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들의 교향곡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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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들의 교향곡 3부
선규는 방에서 영어공부를 하다가 엄마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거실로 나왔다.
"과일 먹어라"
엄마는 헐렁한 스웨터와 바지를 입고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날씨는 언제 풀린데?"
"다음주에나 풀린대. 그래도 감기는 얼마동안 계속 유행할테니 조심해"
"알았어"
텔레비젼을 보니 주인공이 재혼을 하는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보다가 엄마에 대한 생각이 났다. 엄마는 이혼한후 선규와 함께 살겠다고 늘 말해왔었다. 선규도 이대로의 생활이 좋았다. 하지만 엄마가 재혼에 관심이 있어하는지는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마침 드라마가 끝나고 선전이 나와서 물어보았다.
"엄마, 재혼하고싶어?"
그러자 명숙은 아들을 물끄러미 보았다.
"왜? 엄마가 재혼하기를 바래?"
"아니. 난 엄마와 이대로 사는게 좋아. 엄마가 딴남자와 살면 싫을것 같아"
명숙은 웃음이 나왔다. 재혼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었지만 아빠없이 자란 선규가 이런식으로 생각해주어서 다행이었다.
"나도 너와 이렇게 단둘이 사는게 좋아"
"그럼 다행이네. 드라마를 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본거야"
명숙은 선규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선규야, 아빠 보고싶니?"
"아니. 엄마를 배신했는데 뭐가 보고싶어? 누구든지 엄마를 속상해하는 사람이면 난 싫어"
"고마워. 하지만 너에게는 하나뿐인 아빠니까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마"
"아빠도 아빠나름이지. 내게 한번도 신경안써준 사람한테 좋은 감정을 느끼겠어?"
명숙은 한숨이 나왔다. 자신과 남편의 결혼실패로 이렇게 부자관계가 나빠진것이 안타까왔다. 선규도 엄마의 침울해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얘기를 꺼냈다싶어 미안했다. 엄마가 우울해할까봐 되도록이면 아빠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었다.
"엄마, 내가 안마해줄까? 그동안 감기유행때문에 약국에서 힘들었잖아"
"그래줄래?"
명숙은 안그래도 몸이 찌푸둥하다했는데 잘됐다싶어 거실바닥에 바로 앉았다. 선규는 뒤에 와서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렸을때부터 엄마에게 안마를 해주던 선규는 솜씨가 좋았다. 아픈곳만 주무르고 두들겨줘서 뭉쳐진 근육을 풀어줬다. 선규에게 한번 안마를 받고나면 피로가 싹 가시는 것이었다.
"시원해? 근육이 많이 뭉쳤네"
"너무 시원해"
선규는 엄마의 목덜미와 어깨를 열심히 안마했다. 그런데 계속 그러고있으니 입고있는 옷안에 숨겨져 있는 엄마의 육체가 느껴져 기분이 묘하고 야릇해지는 것이었다. 전에는 이런적이 없었다. 명숙의 몸은 옷을 입고있을때는 잘모르나 만져보면 제법 풍만했다. 선규는 주무르던 두손을 내려 엄마의 어깨죽지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명숙은 너무나 시원해서 눈을 감고 아들의 안마를 즐겼다.
"아이, 시원해"
엄마의 보드라우면서도 탄력있는 몸을 만지고 있는 선규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엄마의 겨드랑이밑으로 가고있었다. 선규는 자신의 아랫도리에 전율이 오는것을 느끼며 자지가 고개를 드는것을 감지했다. 그러자 자신도 놀라서 흥분하는 감정을 추스릴려고 애를 썼다.
[엄마를 안마하면서 내가 왜 이러지? 오늘 계속해서 여자생각만 해서 그런가?]
그때 엄마가 말하는 것이었다.
"내일 태수도 배달안하지?"
엄마의 갑작스런 말을 듣고 선규는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놀랐다.
"엉?"
"태수네 엄마도 본지 오래되었고 너희들도 시험이 끝났으니 내일 집에 불러서 함께 저녁이나 할려고"
"그거 좋은 생각이네. 태수는 내일 일을 안해. 그리고 아줌마도 일요일에는 책방문을 일찍 닫으시잖아"
"잘됐다. 태수네 집에 전화를 해봐"
선규는 반쯤 발기된 자지를 엄마가 눈치챌까봐 무릎으로 기어가서 전화를 걸었다.
엄마와 집에 들어간 태수는 자기방에 들어가보니 방은 얼음장이었다.
[이상하다. 마루는 괜찮던데]
태수는 엄마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혜영은 코트를 벗다가 문을 열었다.
"왜 그러니?"
"이방은 안추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네방이 추워?"
혜영이 태수방을 가보니 완전히 북극이었다. 차가운 방바닥을 만져보던 혜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밑에 있는 파이프가 터졌나보다. 내일은 일요일이라서 관리사무실에는 아무도 안나올텐데. 난로는 고장났지?"
"네. 월요일까지는 마루에서 잘게요"
"안된다. 마루도 밤에는 추워. 감기걸리면 안되잖니? 내방에 와서 자"
"그러면 엄마가 불편하시잖아요"
"괜찮아. 감기걸린 너를 뒤치닥하는것보다 훨씬 낫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아들옆에서 자니 좋지 뭘 그러니"
"그래도....."
"아무말 하지말고 그렇게 하기로 하자. 어서 옷갈아입고 밥먹자"
방으로 들어갈려고 하는데 전화가 와서 태수가 받았다. 선규였다.
"엄마, 선규엄마가 내일저녁 선규네 집에서 저녁식사하자고 그러시는데요?"
"그럼 그렇게 하자고 전해"
전화를 끊고 씻은다음 옷을 갈아입고 엄마와 저녁을 먹었다. 그러는데 추운 날씨에 매일 책방으로 먼거리를 왔다갔다하는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도 선규엄마처럼 일요일에는 쉬시면 안돼요?"
"일요일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는데 쉬면 어떡하니? 대신에 다른날들보다는 늦게 문을 열고 일찍 닫잖아"
"에이, 그래도 하루도 쉬지않고 일하면 힘드시잖아요?"
"책방에 가만히 앉아있는건데 뭐가 힘드니? 옛날에 비하면 호강하는거지"
"그러면 방학동안에는 제가 일요일마다 책방에 나가있을테니 엄마는 집에서 쉬세요"
"네가?"
"네. 책방에서 공부하며 있을게요"
"일요일은 너도 쉬는 날인데 그럴 필요없어. 친구를 만나든가 아니면 네가 하고싶은 일을 하도록 해"
"아니에요. 만약에 제가 무슨일이 있다면 그때 엄마가 나가시면 되잖아요. 그러니 제말대로 하세요"
태수가 일요일에 책방을 나가준다면 혜영은 밀린 집안일을 할수있어서 그러기로 했다.
"그럴까? 그런데 너에게 미안해서 어떡하니? 모처럼 쉬는날에 쉬지도 못하고"
"엄마와 아들사이에 미안한게 어디있어요? 그리고 엄마말대로 그냥 앉아있기만 하는건데요"
그래도 혜영은 태수의 자유시간을 빼앗는것 같아 여전히 미안하기도 하고 엄마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고맙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다음 태수는 마루에서 책을 읽고 혜영은 방에서 오늘하루 장사한것을 계산했다. 통장에 적혀있는 액수를 보니 한숨만 나오는 것이었다.
[태수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할려면 3년동안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할텐데. 그때가면 물가도 많이 오르겠지]
시계를 보니 밤11시를 넘고있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태수가 피곤하겠다싶어 그만 자기로 했다. 방을 정리한다음 추리닝바지와 소매가 긴 옷으로 갈아입고 마루에 나가 태수를 불렀다.
"태수야, 그만 자자. 어서 요와 이불을 가지고 건너와라"
"엄마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다니까. 엄마와 같이 자는게 싫어?"
"그게 아니라 엄마가 불편하실가봐 그러죠"
"걱정말고 어서 자자"
혜영이 요를 까는데 태수가 이불과 요를 가지고 들어왔다. 태수도 엄마와 비슷한 옷차림이었다.
"한가운데가 따뜻하니 내옆에 요를 깔아라"
요를 깐다음 불을 끄고 태수와 혜영은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웠다. 아들과 같이 자보기는 오래간만이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후 얼마동안 태수와 함께 잤었지만 태수가 점점 커가자 자기방에서 자기 시작했다. 그게 태수가 국민학교 4학년때의 일이었다. 남편과 같이 자던 방에서 장성한 아들과 함께 누워있으니 기분이 묘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옆을 보니 태수는 많이 피곤한 모양인지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태수옆에 앉아서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다. 이제 어둠이 익숙해져서 태수의 얼굴윤곽이 보였다. 남편이 죽고난후 태수가 자신을 위로하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결혼후의 자신의 신세가 처량했고 혼자된것이 무섭고 서글퍼서 울면은 태수가 와서 자기가 엄마를 돌보겠다며 울지말라고 달래주곤 했었다. 그후에 태수는 약속을 철떡같이 지키고 있었다. 효자얘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태수야말로 진정한 효자였다. 그때를 생각하며 태수가 안깨게 자는얼굴을 조심스럽게 만져보았다.
[엊그제같았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
아까 버스안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남편이 아픈후로는 남자의 품에 안겨본적이 없다가 잠깐이었지만 태수의 가슴에 안겨보니 무척이나 편안하고 따뜻했다. 옛날에는 어린 태수를 업어주거나 안아주었지만 이제는 아들에게 기대고 안겨서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하니 어딘지모르게 마음이 착찹해지는 것이었다.
[세월이 빨리도 가는구나. 조금 더 시간이 지나가면 얘도 결혼을 하고 자기가정을 이루겠지]
그런생각을 하니 태수를 한번 안아보고 싶었다. 아들이 덮고있는 이불로 들어가서 살며시 태수의 머리를 가슴품안에 넣고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래간만에 아들을 안아보니 옛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태수야, 아빠나 엄마처럼 되지말고 커서 잘살아야 한다. 네가 그렇게만 되면 난 죽어도 여한이 없을거야]
그러다가 혜영도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새벽에 태수는 잠을 깼다. 규칙적으로 생활하다보니 일요일에도 이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얼굴은 부드럽고 뭉클한 무엇인가에 파묻혀 있었고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안고 있는것이었다.
[어떻게 된거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을 안고있는 사람은 엄마였다. 더군다나 얼굴이 파묻혀 있는곳은 엄마의 젖가슴이었다. 순간 태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어릴때는 엄마의 가슴품안에 많이 안겨보았지만 지금은 왠지모르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또 아버지생각이 나셔서 외로우셨나?]
숨소리를 들어보니 엄마는 잠들어 있었다. 엄마가 숨을 쉴때마다 젖가슴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젖가슴을 느끼자 태수의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래? 미쳤나? 엄마가 외로우셔서 나를 안은건데]
태수는 밀려오는 흥분을 떨쳐버릴려고 엄마가 자신을 키우면서 고생하던것을 생각했다. 그러자 진정이 되면서 엄마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고개를 약간 들어 잠자고 있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재혼을 하시면 외로움을 잊으실려나? 아니야. 또 아버지같은 남자를 만나서 마음고생하실지도 모르잖아. 내가 끝까지 모시고 살아야지]
잠시 어제 버스안에서 쓰러질뻔한 엄마를 안았던 기억이 났다. 그때 이상한 흥분이 오기도 했었지만 자신이 엄마의 보호자가 된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마가 잠에서 안깨게 살며시 품안에서 빠져나온다음 팔을 엄마의 목밑으로 뻗고 조심스럽게 엄마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엄마는 태수의 품에 안겨서 자는 형상이 되었다. 자신의 몸에 접촉해있는 엄마육체의 느낌을 무시하면서 엄마의 손을 잡고 만지작거리다가 태수도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이른 아침에 혜영은 잠에서 깨어났다. 잠결에 굉장히 편안하게 잤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남자에게 안겨서 잔 기분이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혜영의 얼굴과 머리에는 근육이 진 팔과 어깨가 느껴졌고 손을 움직이니 단단한 남자의 가슴이 만져졌다.
[어? 내가 진짜로 남자에게 안겨있나?]
다리를 움직이니 허벅지에 뭉특한 것이 닿아졌다. 그런 느낌을 받은것은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그것이 발기된 남자의 성기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화들짝 놀란 혜영은 잠이 확 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바람에 태수도 눈을 떴다.
"엄마"
"태수야"
자신이 안겨있던 사람이 태수였다는것을 깨닫자 혜영은 어제밤을 생각하며 의아해 했다.
[이상하다. 태수를 안고 잔것 같은데 왜 내가 안겨있지?]
"어떻게 된거니?"
태수도 엄마의 태도가 심상치않자 당황했다.
"어..엄마, 자다가 깨어보니 엄마가 저를 안고 주무시길래 불편해하실까봐 제가 엄마를 안고 잤어요. 화나셨어요?"
"아..아니야"
그리고는 화장실에 가서 차가운 물로 빨개진 얼굴을 씻었다. 아까 느껴졌던 태수의 발기된 성기가 생각났다.
[남자가 아침에 일어나면 성기가 발기된다는걸 잊고 있었네. 그런데 15세의 남자애의 성기가 그렇게 클수 있나?]
순간적으로 느꼈지만 태수의 성기는 남편것보다 크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혜영은 물에 적신 얼굴을 흔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들인데. 망측해라]
양치질을 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생각해보니 태수가 잘못한것은 없었다.
[그애도 나를 위해서 그런건데]
계속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면 태수가 오해할수도 있어서 태연하게 행동하기로 하였다. 방으로 와보니 태수는 이불들과 요들을 개고 있었다. 태수도 엄마가 화장실로 가자 그제서야 발기된 자지를 깨닫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엄마가 이걸 아셨을까?]
엄마가 혹시 이상한 생각을 하지는 않을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러자 새벽마다 발기되는 자지가 오늘따라 원망스러웠다. 엄마가 들어오자 아직까지 수그러들지않는 자지때문에 주저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엄마, 제마음대로 해서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안그럴게요"
혜영은 미소를 지으며 태수를 일으켜 세웠다.
"네가 미안해할게 뭐가 있니? 아들에게 안겨자니까 나도 좋았어"
태수의 얼굴이 빨개서 밑을 내려보니 태수는 두손으로 성기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상황을 짐작한 혜영은 태연하게 말했다.
"이불과 요를 갇다놓고 어서 씻어라. 아침을 차릴테니"
그러자 태수는 자신의 이불과 요를 들고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평소에 의젓한 태수가 허둥지둥하자 혜영은 웃음이 나왔다.
[남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이상해]
방에 들어온 태수는 엄마가 화를 안내서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태도를 보니 자신의 발기된 자지를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다.
[다행이야.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식사할때도 엄마는 아무일이 없었다는듯이 태수에게 책방에서 해야할일을 설명해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공부할 책들을 챙긴다음 태수는 엄마에게 인사하고 책방으로 출발했다.
선규는 내일부터 신문을 돌릴 구역을 익혀둘려고 집을 나섰다. 구역에는 몇개의 아파트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주택들이었다. 집에서 나오는 여자들도 눈에 띠었는데 예쁘고 섹시한 여자들이 꽤 있어서 선규를 들뜨게 했다.
[나도 신문대금을 받을때는 저런 여자들을 만날수 있겠구나]
구역은 생각보다 넓었으나 할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아무도 없었다. 엄마는 시장에 갔다온다는 메모를 남겼다.
[태수도 오늘 쉬는 날인데 집에 있을려나?]
전화는 안해보고 길을 건너 태수집으로 가보았다. 벨을 누르니 한참있다가 빨래를 하던 태수엄마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 안녕하세요, 아줌마? 오늘 책방에 안나가셨어요?"
태수엄마는 선규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선규구나. 오래간만이다. 태수는 오늘 나대신 책방에 나갔어. 들어와서 뭐좀 마시고 갈래?"
선규는 태수엄마를 본지가 오래되었고 어차피 집에는 아무도 없어서 그러기로 했다.
"그래도 될까요?"
선규는 웃으면서 태수엄마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다.
선규는 태수엄마가 좋았다. 자상하고 엄마와는 달리 귀여운 분위기도 느껴졌다. 자신의 얘기도 잘들어주고 힘든 형편에도 만나면 아무리 말려도 맛있는것을 사먹으라고 부득부득 돈을 주곤 했다. 엄마가 이혼을 한뒤로 친척을 만나는것을 싫어해서 선규에게는 태수엄마가 가까운 친척이나 다름없었다. 엄마에게서 태수엄마의 얘기를 들었을때는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이 할수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태수엄마를 도와주고 싶었다.
"뭐 마실래?"
"제가 할테니 아줌마는 앉아계세요"
집안은 평소와 다름없이 낮이라서 촛불들이 켜져있었다. 태수집을 하도 드나들어서 살림도구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충 알고있었다.
"커피 드시겠어요?"
"응. 누가보면 네가 여기 사는줄 알겠다"
"헤헤, 그렇게 생각하면 태수도 우리집에서 사는거죠"
"그럼 네가 커피를 탈동안 하던 일을 마저 하고 나올게"
"그러세요"
주전자에 물을 담아 뎁히는 선규를 보며 혜영은 화장실로 들어가 하던 빨래를 마저 했다. 혜영도 선규가 좋았다. 붙임성도 있었고 재미나는 말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싹싹하고 하느짓이 귀여워서 혜영에게는 선규가 마치 또하나의 아들 같았다. 더군다나 태수가 일을 하거나 자신을 돕느라고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는데 선규가 옆에서 오래동안 태수의 친구로 있어주는게 무척이나 고마웠다. 빨래를 대충 마치고 마루로 나가보니 선규가 커피잔을 상위에 놓고 있었다.
"다 됐니?"
"네. 아무것도 안타시죠?"
"응"
"저는 쥬스를 마실게요"
선규는 쥬스를 가져와 태수엄마와 마주앉아서 마셨다.
"너, 신문배달을 한다며?"
"아줌마도 아세요? 이러다가 온동네에 소문나겠네요. 하하"
"처음이라 힘들텐데 할수있겠니?"
"남들도 다하는데 제가 왜 못하겠어요? 우리엄마만 안절부절 안하시면 되죠"
"다 너를 걱정해서 그러시는거야"
"알아요. 안그래도 어제 늦게 들어왔다고 엄마에게 엉덩이를 맞았어요"
"왜?"
"보급소에 인사만 하고 온다고 했는데 태수와 돌아다니다가 늦었거든요. 그러니 우리엄마가 어떠셨겠어요? 아마 늦게 돌아왔다고 엄마에게 엉덩이를 맞은 15살짜리 아들은 저밖에 없을거에요. 하하"
혜영도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잘하면 네엄마도 너를 대견스럽게 생각할거야"
"에이, 우리엄마 성격을 잘아시잖아요. 그게 한순간에 고쳐지겠어요?"
혜영은 선규가 잘 이해가 안되었다.
"선규야, 넌 네엄마가 너를 그렇게 감싸는게 좋니? 네또래의 아이들은 부모가 그러면 싫어하던데"
"글쎄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하지만 저는 엄마가 그러는게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는구나하며 좋아해요. 그래서 어떤때는 엄마가 저에게 약간의 무관심을 보이면 섭섭할때가 있어요"
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특히 부모가 혼자 있는 아이들은 남달랐다. 태수도 보통아이들보다 다른점이 있기는 선규와 마찬가지였다.
"네엄마는 뭐하시니? 오늘은 약국을 안하는 날이잖아"
"내일 신문돌릴 구역을 돌아보고 오니 엄마는 시장에 가시고 안계세요"
"그렇구나. 요새 감기가 유행이라서 네엄마 바쁘시지?"
"네. 아줌마도 바쁘시겠네요. 연말에는 책을 사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응. 좀 바쁘기는 해"
"태수가 아줌마 쉬시라고 책방에 갔어요?"
"응. 그애의 쉬는 날을 뺏어서 미안하더라"
"효도하는건데 뭘요. 그런데 왜 빨래를 하세요?"
"이럴때 밀린 집안일을 해야지"
"그러시지말고 태수를 시키고 아줌마는 쉬세요. 저도 엄마를 도와드리고 싶은데 약에 대해서 뭘 알아야죠.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엉터리 약은 팔수 없잖아요?"
그말에 혜영은 웃음이 나왔다.
"네가 건강하게 잘자라는게 네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는거야"
선규는 쥬스를 마시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다.
"어제 태수가 아줌마를 즐겁게 해드렸어요?"
"엉?"
혜영은 갑자기 아침의 일이 생각나서 저도모르게 놀랬다.
"어제 태수에게 말했는데 안했나 보네요"
"재롱말이야?"
"네. 했어요?"
"아휴, 다 큰 아들의 재롱을 징그러워서 어떻게 보니?"
"태수와 똑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그렇지 않아요. 우리엄마도 제가 즐겁게 해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그거야 너희엄마니깐 그렇지. 나는 태수가 그러는 꼴을 못보겠다"
"재롱이라는게 꼭 어린애들처럼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게 아니에요. 안마도 해드릴수 있고 듣기좋은 말을 해서 부모님의 기분을 좋게 해드릴수도 있어요. 태수가 그런거에는 좀 뻣뻣하죠?"
"나는 됐다. 그러지않아도 태수가 나를 기쁘게 해주고 있는데 뭘"
"제말을 한번 믿어보시고 태수에게 요구하세요. 그러면 피로가 싹 가실거에요. 제가 태수에게 요령을 가르칠게요. 그런데 태수의 성격이 그래서 할지를 모르겠네요"
"태수의 성격이 어때서?"
선규는 원래 태수엄마에게는 이것저것 얘기해서 말하기로 하였다.
"아줌마, 태수와 제또래의 남자아이들이 예쁜여자를 보면 쳐다보거나 사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게 정상아니에요?"
"그럴수도 있지"
"그런데 태수는 예쁜 여자를 봐도 무덤덤해요. 이성에 대해서 무관심한건지 아니면 감정이 매말라 있는지 저도 모르겠어요. 심각한건 아니지만 우리또래의 아이들과는 다르잖아요"
혜영은 선규의 말에 놀랐다. 선규말대로 사춘기때는 이성에 대해서 어느정도 관심을 가지는것이 정상이었다.
[태수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생활하는게 다른애들과 달라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결혼할 나이가 되어도 계속 그런다면 곤란했다.
"생활이 바쁘다보니까 그런가봐. 그리고 너희들나이에는 공부가 제일 중요하잖니"
"그런가봐요. 저는 그냥 친구로서 걱정한거니까 아줌마는 너무 신경쓰시지 마세요. 사춘기가 늦게 찾아오는 애도 있잖아요"
"네말이 맞어. 어쨋든 말해줘서 고맙다"
"뭘요. 아줌마, 제가 뭐 도와드릴거 없어요?"
"괜찮아. 그만 집에 가봐라. 너의 엄마가 들어와서 네가 없으면 걱정하신다"
"하하, 그렇겠죠? 그럼 저는 그만 가볼게요. 오늘저녁 저희집에 오시는거는 잊지 않으셨죠?"
"응. 이따가 태수와 갈게"
"그러면 그때 뵐게요"
선규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혜영은 태수에 대한 생각을 곰곰히 하다가 일어나서 남은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3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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