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위하여 - 1부
본문
영민은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동네 앞산 약수터로 향한다.
아직 먼동이 트려면 이른 시간이라 산길로 향하는 골목길은 어슴프레하다.
골목길을 벗어나 산기슭에 나 있는 길에 접어 들자 뛰기 시작한다.
길이 조금 비탈져서 올라가는 길이라 뛰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그런 길이지만,
전혀 힘든 기색이 없고 내딛는 다리가 경쾌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가볍게 보인다.
산 중턱에 있는 약수터까지 걸어서 사십 분 정도의 거리지만, 한번도 쉬지 않고 뛰다 보니
채 이십 분도 안 걸려서 약수터에 도착한다.
이제야 호흡이 조금 가빠오고 몸에서 땀이 난다.
그 사이 날은 조금씩 밝아오기 시작한다.
약수터에는 동네의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제법 많이 와서 약수 물을 받고, 약수터 옆의
조금 넓은 공간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약수터에 도착해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한다.
모두들 반갑게 맞아준다.
“영민이 총각 왔어?”
“예.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출근을 한다면서?”
“예. 오늘이 첫 출근하는 날입니다.”
“잘 됐네? 그 동안 어머니께서 영민이 학생 뒷바라지 하느라 힘이 많이 드셨을 텐데,
이젠 한시름 놓았겠구만..”
약수 물을 마시려고 약수 물을 받는 곳으로 가자, 여러 사람이 물을 받으려고
물통을 놓고 길게 줄을 서 있다.
내가 줄의 뒤에 서자, 물통에 약수 물을 받고 있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영민이 총각. 물 마시려면 이리 와서 먼저 마셔. 기다리려면 한참 걸릴 거야.”
아주머니가 바가지에 약수 물을 한 바가지 퍼서 내게 내민다.
“아이구.. 고맙습니다.”
줄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아주머니가 내민 바가지를 받아 든다.
시원한 약수 물이 가슴을 타고 내려와 오장육부를 다 깨끗이 씻어 내리는 것 같다.
“아주머니. 잘 마셨습니다.”
“뭘? 나한테 고맙다고 할 게 아니라 산신령님께 고맙다고 해야지.”
다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넓은 공간으로 와서 간단한 맨손체조로 몸을 풀기 시작한다.
오늘부터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다.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대성건설’에..
이 날을 십 년 전부터 손꼽아 기다려 왔다.
내가 중학교 삼 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내 손을 잡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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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은 아예 기동을 하지 못하시고 자리에 누워 계셨는데, 같이 방에 있던 어머님을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하시고 내게 말씀을 하셨다.
“영민아..”
“예. 아버님, 말씀하세요.”
“이제 며칠 남지 않은 것 같구나.. 이승에서의 내 인연이..”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얼마든지 더 사실 수 있어요..”
“아니다.. 사람은 자기가 갈 때를 아는 법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가슴 속에 잘 새겨 놓아라..”
“예..”
“너도 알고 있을 지 모르겠다.
네가 태어나고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우리 집이 아주 잘 살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구나..
그 동안 어린 네 마음에 충격을 받을까 싶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 내가 눈을 감으면 묻혀 버릴 일들을 네가 알아야 할 것 같기에 너에게 말을 하마.
왜 우리 집이 이렇게 되었는지를..
아버진 비교적 젊은 나이에 건설회사를 만들어서 나의 젊음과 온 정열을 회사에
다 바쳤었다. 회사의 이름은 ‘대한건설’이었고..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열정이나
패기도 남달랐고 모두들 자신의 일처럼 열심히 회사 일에 매달렸었지.
특히, 처음 창업을 할 때 아버지와 뜻을 함께한 친구가 한 사람 있었는데, 두 사람의
콤비는 환상적이었다. 아버지가 대표를 맡고 영업이나 대외적인 부문을 맡았다면
그 친구는 실무적인 일들을 맡아서 했지.
물론 회사는 설립자금이나 모든 걸 순전히 아버지의 힘으로 한 명실상부한 아버지의
회사였다.
그 결과 짧은 시기에 회사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같이 일했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그 만한 대가가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 일로 이룬 대가만큼 가정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지..
네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남편은 아예 회사에 빼앗겨 버렸으니..
회사 일에 매달리느라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으니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참 달콤한 신혼을 보내야 할 시기에 독수공방하였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했겠느냐..
내가 그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일으킨 사업이기에 회사 일이
나에겐 최우선이었다.
어느 정도 사업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에 아버지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 왔었다.
서울시에서 신도시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관급공사로 발주를 하게
되었는데, 만일 이번 일을 수주할 수 있다면, 회사는 전국 건설회사의 도급순위
삼십 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었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신도시 사업이 추진될 것이기에, 그 공사를 맡게 되면 앞으로의
공사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가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단다.
그래서, 이번 공사를 무조건 따내기로 전 직원이 뜻을 모으고, 아버지가 이번 공사를
수주하는 실무 책임자가 되어서 진두지휘를 했었지.
하지만,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더 크고 지명도가 있는 회사들이 많이 참여를 하다 보니
사실 우리 회사가 수주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웠었단다.
그래서 그 동안 직, 간접으로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공사를 발주하는
실무부서의 실력자 한 사람을 소개 받아 좀 과다하다 싶을 정도의 로비를 해서
우리 회사가 그 공사를 발주하는 쾌거를 올렸었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의기충천했었으며, 그때부터 책임자급 직원들은 그 공사가
끝날 때까지 아예 회사에서 숙식을 하며 일을 하기로 하고 비상체재로 들어갔었단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이 되고 멀게만 보이던 아버지의 꿈이.. 아니, 우리 동료들의 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올 무렵, 하루는 아버지에게 손님들이 찾아 왔었다.
그 사람들은 정부의 모 기관에서 찾아 온 사람들이었고, 이번 공사의 불법 발주과정을
내사한다면서 아버지를 끌고 갔었지.
원래 그런 곳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그런 곳이었고, 조사를 한다면서 아버지에게
말로만 듣던 무자비한 고문을 가했었다.
지금 내가 이렇게 몸이 성치 않아 자리에 누워 있는 것도 그 때의 후유증 때문이다.
물론 그 보다 그때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더욱 큰 이유이겠지만..
아버지의 의지와는 달리 그 공사를 따내기 위해 로비를 했던 사실을 그 사람들에게
털어 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바로 구속이 되었고 수 억원이 되는 벌금과 함께 약 삼년 동안의 실형을 살게
되었단다.
직원들이 면회를 왔었고, 그 공사가 취소가 되었다는 소식을 내게 전해 주면서
지금 회사는 아버지와 같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끌어왔던 그 사람이 이끌어 나간다고
하더군.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지.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는 그 사람의 이름은 ‘최 대성’이었다. 이 이름을 잘 기억해 놓아라.
아직 나이가 있으니까, 감옥에서 나가게 되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다시 회사 일에 매진하게 되면 얼마든지 잘해나가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삼년 징역의 선고를 받았지만, 유능한 변호사를 써서 항소를 한다든지 해서
얼마든지 감형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었고..
잘하면 일년 정도의 실형만 살고 나갈 수 있으리란 기대도 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처음 몇 번을 면회오던 대성이란 친구나 마누라가 더 이상 면회를
오지 않았었지. 다른 직원들도 더 이상 면회를 오지 않았었고..
궁금했지만, 갇혀있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를 쓸 수도 없었고, 꼬박 삼년 실형을 다 살고 나왔었지..
출감하는 날, 나를 마중 나온 사람은 단 한 사람 있었는데.. 그 사람은 회사에서 경리 일을
보던 아가씨로 지금 너의 어머니가 바로 그 여자였었다.
물론, 너도 지금 엄마가 친 엄마가 아니란 사실은 알고 있을 테고..
그 여자가 생 두부를 사왔길래, 그걸 먹고는 그 아가씨랑 같이 내가 살던 집으로
돌아왔는데, 내 집에는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거기서 살고 있던 여자에게 어찌 된 거냐고 물으니까, 자기는 이년 전에 이 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더구나.
전에 살던 사람이 이사간 곳을 혹시 알고 있느냐고 물으니까, 전혀 모른다고 하더군..
참, 황당했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만일 옆에 있으면 살인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나를 누군가가 살며시 껴안더구나..
쳐다보니 나랑 같이 왔던 그 아가씨였지.
내게 말을 하더구나..
[사장님. 제가 어떻게 된 건지 나중에 말씀을 드릴 테니, 우선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뭘 좀 드셔야지요. 제 집으로 가요.]
하기야 당장 갈 데도 없었다.
당장이라도 회사로 달려가고 싶었지만, 막연히 뭔가 잘못되어 있을 거란 불안감과
이제 막 유치장에서 나온 초췌한 내 몰골이 그런 마음을 억누르더구나.
찾아가서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인하고 뭔가 잘못되어 있다면 바로 잡으려고 해도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찾아가긴 싫었다.
회사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찾아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동안 나 대신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는 대성이란 친구가 왜 나에게 발길을
끊었는지.. 그리고, 회사의 직원들은 왜 찾아오지 않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만약에 뭔가 잘못되었다면 하루, 이틀에 바로 될 일은 아니니까..
일단 그녀를 따라 그녀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그녀는 혼자서 조그만 아파트를 얻어 자취를 하고 있었지..
그녀의 집에 도착하여 먼저 욕실로 가서 뜨거운 물에 목욕부터 했었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온 몸이 풀리는 게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 듯 했다.
목욕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그녀가 정성껏 찬을 마련하여 밥상을 차려 놓았더구나.
그리고, 소주도 한 병을 밥상에 올려놓고..
미쳐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더니, 소주병을 따서 나에게 소주 한잔을
따라 주더구나.
그제서야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북 바쳐 올라왔다.
모두들 나에게서 떠나버린 지금.. 오직 그녀만 내 옆에서 나를 위하는구나..
소주를 한잔 입에 털어 넣으니, 온 몸이 짜르르 한 게 소주한잔에 취하는 거 같더구나.
삼 년 만에 처음 마시는 술이었으니.. 내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나를?]
그녀가 나의 눈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될까요?
예전에 사장님이 회사를 갓 시작할 때부터 제가 일을 했었는데 기억하세요?]
[기억을 하지..]
사실 막연하게 기억은 나지만, 그 동안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그냥 같이 일하는 여직원 정도로만 생각을 했었고, 그녀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도
모를 정도였으니까..
그녀가 계속 말을 이어나가고 나는 혼자서 술을 따라 계속 마셨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사장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전 사장님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물론 사장님께서 유부남이란 걸 알고 있었고,
분에 넘치게 사장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리란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어요..
그냥.. 나 혼자서 마음 속으로만 그렇게 사모를 했었지요..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짝사랑이랄까?
사장님이 정열적으로 일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그런 사장님 곁에서 사장님을 위해
일하는 나 자신이 너무 행복했었어요..
그런데, 사장님께 일생일대의 기회이자 지금 사장님을 이렇게 되도록 만든
신도시 아파트공사 건을 수주해서 전력투구 하시는 사장님의 모습을 볼 때
정말 잘되었으면 하고 매일매일 속으로 기도를 했어요.
그리고, 재계에서 우뚝 서신 사장님의 모습을 그리며, 이 분의 시작과 끝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내가 소주 한 병을 비우자 그녀가 하던 말을 중단하고 일어서서 냉장고로 가서 소주
한 병을 더 가져오더구나.
[사장님, 한 병만 더 드세요. 더 마시진 말고요.]
내가 그녀에게 잔을 주고 소주를 한잔 따라주면서 말했다.
[한잔해도 괜찮겠지? 이름이 뭐랬지?]
그녀가 소주를 한잔 마시더니 다시 나에게 잔을 주며 술을 따라주더구나.
[저.. 한 수진이에요.]
[그래.. 수진양. 나이는?]
[스물 여덟이에요.]
[내가 서른 다섯이니까, 나하고 일곱 살이 차이가 나는구나.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것 같은데.. 좀 늦은 나이가 아닌가?]
그녀.. 수진이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열띤 표정으로 말했다.
[왜, 시집을 가지 않았는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나 때문인가? 나를 이렇게 생각하던 사람도 있었던가 하는 마음에 가슴이 벅찼다.
지금 내 처지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그런지 그런 마음에도 감동이 되더구나.
예전 같았으면 그러지 말라고 타일렀겠지..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할게요.
원래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고 정말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던 일이 생기더군요.
지금 사장님이 감옥에 가게 된 일 말이에요.
그리고, 하루하루 사장님을 걱정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제발 일이 잘 해결되어서 하루빨리 사장님께서 나오시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사장님과 친구분 있잖아요? 최 대성씨 말이에요.
처음에는 그 분이 직원들을 다독거려서 회사를 잘 수습해 나가더군요.
그런데……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 사장님이 들으시면 충격이 크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어차피 알게 될 일이 아닌가? 그때그때 충격을 받으면서 알기보다는 미리 수진양의
입으로 그 사실들을 알면 좋겠군..]
그리고, 그녀.. 수진양이 내게 엄청난 사실들을 말했다.
그녀가 경리 쪽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몰라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겠지.
내가 감옥에 가고 나서 석 달쯤 뒤에 회사가 부도가 나고, 같이 일하던 직원들이 뿔뿔이
헤어졌다고 하더구나.
아무리 신도시 아파트 공사건 때문에 벌금을 수 억원을.. 아마, 삼 억원이 조금 넘었을 거다.
추징 당한다고 해도 그 때문에 회사가 부도가 날 정도로 회사가 부실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부도가 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렵지는 않다고 하더구나.
갑자기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회사가 부도가 났는데, 그녀 역시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더군.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 그녀 나름대로 아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보았는데,
회사 내에 내 심복들이 있었으니까, 그 쪽으로 알아보았겠지.
최 대성이가 감옥에 가있는 나 대신 대표이사를 맡고 난 이후로 고의로 부도를 낸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힘들이 없으니. 어떻게들 할 수가 없이 당했다고 하더구나.
알아내려면 알아낼 수가 있겠지만, 아무리 내 심복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하지는
할 수가 없었겠지. 자신에게 돌아올 보복을 생각 안 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 이후에 그녀가 우리 집으로 나의 소식도 들을 겸, 마누라를 위로도 해줄 겸 찾아 갔는데,
우 리 집은 이미 다른 사람이 이사를 왔다고 하더구나..
내가 감옥에 가고 난 이후 불과 여섯 달 만에 말이야.
그리고, 그녀는 다른 직장에 취직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들리는 소문으로는
내 마누라가 최 대성이 그 놈하고 같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더군..
정말 치가 떨리고,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그런 나를 그녀가 따뜻하게 껴안아 주더구나.
그리고, 그녀가 하는 말이 몇 번이나 나에게 면회를 하려고 구치소까지 왔다가
차마 나를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고 했어..
나를 만나면 그런 사실들을 이야기할지 모르고, 그러면 감옥에 갇혀 있는 내가
견딜 수가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고..
그리고, 내가 출감하는 날을 알아가지고 나를 마중 왔다고 하더군..”
아버님께서 오랜 시간 동안을 힘들게 말씀을 하셨다.
나 역시 아버님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린 내 가슴에도 피가 끓어 오르고
맹세를 하고 또, 맹세를 했다.
기필코, 아버님의 한을 풀어드릴 것이라고..
아버님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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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좀 더 쓰고 싶지만, 지금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됩니다.
잘하면 저녁께나 다음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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