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상간

아버지를 위하여 - 4부

본문

그리고, 얼마 후 정식으로 인사발령이 내려온다.


5월 1일자로 기획실 대리로 명한다고..


보름 정도 남은 기간 동안, 후임자에게 내 업무를 인계한다.


내가 소속된 부서에서 일하는 마지막 주 금요일 날,


송별연을 한다고 해서 부서 직원들과 같이 퇴근하여 회사 부근에 있는


고깃집으로 간다.




상석에 부서장인 박 재만 부장이 앉고, 옆으로 김 진수과장과 부서직원들이


차례로 앉는다.


부장이 내게 말한다.


“자네는 내 옆으로 오게.”


내가 박 부장의 옆에 김 과장과 마주보고 앉는다.


주문했던 돼지 갈비와 술이 차려지고, 박 부장이 술병을 들고 내게 술을 권한다.


“자, 술 한잔 받게.”


“아닙니다. 부장님께서 먼저 받으시죠.”


내가 엉거주춤 일어나 부장한테 술병을 받으려 하자,


“아닐세. 오늘은 자네가 주연이니까, 먼저 한잔 받게.”


내가 잔을 두 손으로 받치고 술을 받는다.


그리고, 술병을 받아 박 부장의 잔에 술을 따른다.




박 부장이 잔을 들어 올리고 직원들에게 건배를 청한다.


“자.. 영전되어가는 김 영민군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며, 건배!”


모두들 건배를 외치며 첫 잔을 마신다.


부장이 내게 말한다.


“자네가 우리 부서를 떠나게 돼서 많이 서운하네.


그 동안 자네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하지만, 더 나은 부서로 그것도 대리로


진급을 해서 가니 붙잡을 수도 없고.. 아무튼 축하하네.”


“그 동안 부족한 저를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다른 부서로 가더라도 앞으로 많은 가르침 부탁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게. 자네가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오게.


그 동안 자네는 우리 부서의 자랑이었네.”




앞에서 김 과장이 나선다.


“김 영민군이 그 동안 일을 잘해서 저에게 많은 도움은 되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부장이 술을 마시다 말고 김 과장을 쳐다보며 궁금하다는 듯 묻는다.


“왜?”


“이거 잘못하다가는 내 자리 뺏기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내가 송구스럽다는 듯 겸연쩍은 표정으로 되받는다.


“과장님도 참.. 저하고 과장님하고 비교가 됩니까? 전 아직 햇병아리인데요.”


부장이 웃으며 말한다.


“허허! 자네도 부하직원들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하게.”


“안 그래도 신경을 바짝 써야 되겠습니다.”


그렇게 여러 순배 술이 돌아가고 시간도 어느새 아홉 시가 넘어간다.




김 과장이 직원들에게 말한다.


“이제 많이 먹은 것 같은데 그만 자리에서 일어납시다.


공식적인 술좌석은 이걸로 끝입니다. 한잔 더하고 싶은 분들은 각자 알아서 하시고


내일 일을 위해 너무 무리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난다.


밖으로 나와 끼리끼리 조를 맞춰 이차를 가는 사람도 있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로 해서 뿔뿔이 흩어진다.


나도 박 부장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려는데 부장이 나를 불러 세운다.


“김 영민군, 괜찮으면 나랑 어디 가서 한잔 더하지?”


“저야 괜찮지만, 부장님께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사람아. 아직 펄펄하네.”




부장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운다.


“타세나.”


부장과 내가 같이 택시를 탄다.


“기사 아저씨. OO동쪽으로 갑시다.


근데, 자네에게 궁금한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부장님.”


“자네 정도라면 우리 회사보다 훨씬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을 텐데,


왜 우리 회사로 왔나?”


“제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되나?”


이 분에게는 중견회사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회사를 키워 보겠다는 둥..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싫다.


그 동안 부장님을 옆에서 지켜봐 왔지만, 사람이 올곧은 것 같고 뭔가 인간적으로


끌리는 게 있다고 할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읍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네. 기사 양반, 저 앞에 세워줘요.”


부장님이 택시비를 계산하고 같이 내린다.




“저길세.”


부장님이 손으로 인도 옆 건물의 이 층을 가리킨다.


그 곳을 바라보니, 간판이 ‘노을’ 이라고 쓰인 룸 싸롱이 보인다.


“예전에 자주 가던 술집의 여자가 어떻게 알고 나에게 연락이 왔더군.


여기에 술집을 차렸다고.."


부장님과 같이 이 층으로 올라가서 술집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마담이 부장을 반긴다.


나이는 조금 들어 보이지만, 아직도 몸매나 얼굴이 보통이 아니다.


특히 세월의 연륜이 내려 앉은 것 같은 얼굴은 신비스럽게 보이고,


젊은 나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것 같다.


“아유.. 박 부장님, 어렵게 연락을 드렸는데 어떻게 그렇게 안 오실 수가 있어요?”


“일이 바쁘다 보니.. 자네 참, 오랜만일세?”


“이십 년이 넘었죠?”


“그보다 더 되었을 것 같은데? 그나저나 자네는 아직도 이 장사를 하는가?”


“먹고 살려니 어쩔 수가 없죠. 옆에 있는 총각은 누구에요? 혹시, 아드님이신가?”


“왜, 아들같이 보여?”


“아들이라고 보기에는 부장님께서 젊어 보이시고..“


“조용한 방 하나 주고, 여자는 필요 없네.”


“아이구.. 잘 알았습니다.”




부장과 내가 마담이 안내하는 룸으로 들어가서 앉고, 마담이 따라와서 주문을 받는다.


“뭘로 드릴까요?”


“스카치 위스키 한 병 줘.”


마담이 돌아가고 부장이 내게 묻는다.


“술은 한잔씩 하지?”


“예. 조금 마십니다.”


“이런 말하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아까 마담의 말처럼 그 동안 자네가 아들같이


여겨졌었네. 자네 나이가 올해 몇 살인가?”


“스물 일곱입니다.”


“내가 오십 셋이니 아들이라고 해도 별로 이상할 건 없겠군..”




주문했던 술과 안주가 나온다.


내가 술병을 들고 부장의 잔에 술을 따른다.


”한잔 받으세요.”


“그러지..”


다시 부장이 나에게 술을 따른다.


부장은 언더록으로 해서 마시고, 나는 스트레이트로 마신다.


부장이 한잔을 마시고 나서 내게 말한다.


“자네, 꿈이 뭔가?”


“제 아버님의 명예를 찾아 드리고 싶습니다.”


“자네 대답이 뜻밖일세. 젊은 사람의 꿈이라면, 전문 경영인이 되어 보겠다든가


아니면, 나중에 독립을 해서 사업을 해보겠다든가 그런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아버님은 뭐 하시던 분이었는가? 지금 살아 계신가?”


“제가 중학교 삼 학년 때 돌아가셨습니다.


부장님께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읍니다만..”


”뭔가?”


“전에 제게 누구와 닮았다고 하셨는데, 그 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자네가 왜 그 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지 모르겠네?”


“그냥 궁금해서요. 저와 닮았다고 하시고..”




“지금 우리 회사가 설립되기 전에 지금 사장과 내가 그 분 밑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네.


참,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었지.


부하 직원들을 윽박지르는 게 아니라, 덕으로써 감복시키고, 항상 일에 대해 솔선수범을


하다 보니, 밑의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도록 만드셨지.


나도 그 분 밑에서 일에 대해 제대로 배우다 보니, 지금은 이 계통에서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다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다 그게 무리가 되어 결국은 낙마를 하고 말았지.


처음 자네가 우리 부서에 배속되어 왔을 때, 많이 낮이 익어서 누굴까 하고 한참 동안


생각을 했는데, 그 분 젊었을 때의 모습과 빼다 박았더군..”




“혹시, 그 분 성함이 김자 정자 수자 를 쓰시는 분이 아닙니까?”


부장의 눈이 휘둥그래 지며 되묻는다.


“자네가 그 분을 어떻게 아는가?”


“그 말씀에 대한 대답을 드리기 전에 부장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하는 저의 말을 지켜주실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약속을 하지.”


“그럼, 부장님을 믿고 말씀드리겠읍니다. 바로 그 분께서 제 아버님이십니다.”


부장이 내 손을 덥썩 쥐고 말한다.


“이럴 수가? 자네가 그 분의 아들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래, 어쩐지..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지.”




한 동안 서로 말이 없다. 한참 후에 부장이 입을 연다.


“자네 아버님께서 어떻게 사업을 망하게 됐는지 들은 적이 있는가?”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직접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 회사 사장.. 최 대성 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겠구만..”


“잘 알고 있습니다.”


“허 참.. 이럴 수가?”


부장이 마담을 불러 전화기를 가지고 오라고 시킨다.


마담이 전화기를 가지고 오고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날세. 박 부장이야. 지금 나올 수 있겠나?”


“알았네. 기다리지.”


그리고는 전화를 끊는다.




“영업2부의 김 부장이야. 예전에 자네 부친께서 사업을 하실 때, 나하고 김 부장이


자네 부친의 심복이었지.


물론 최 대성이가 새로 회사를 만들면서 그 당시 자네 아버님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모두 내보냈지만, 김 부장하고 나하고는 내보낼 수가 없었지.


나는 기술적으로 실무 파트에서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었고, 김 부장은 그 당시 회사


수주량의 삼분지 일을 수주할 정도로 영업에 관해선 독보적인 존재다 보니


회사를 운영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판단을 했겠지.


사실은 언제라도 우리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최 대성이 우릴 쫓아낼 거야.


참, 자네 모친께서는 잘 계시는가?”


”예.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십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뵈어야 하겠구만.. 그나저나, 자네. 어쩔 작정인가?”


“당장은 어떻게 하겠다는 방안은 없습니다. 차츰 회사 일을 익혀 가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누군가 술집 문을 열고 들어서더니, 우리 좌석으로 온다.


“김 부장. 빨리 왔네?”


“무슨 일이야? 밤중에 사람을 다 불러내고..”


“그럴 일이 있네. 자, 이리로 와서 앉아 내 술을 한잔 받게.”


박 부장이 김 부장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김 부장이 술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한다.


“그러지. 이 친구는 얼마 전에 요정에 왔었던 그 친구 아니야?


김 영민이라고 했던가? H대 수석으로 졸업하고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는..”


“맞네. 인사 드리게. 영업2부의 김 부장님이야.”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김 부장에게 인사를 한다.


“김 영민이라고 합니다.”


“난 김 창수라고 하네. 박 부장 자네가 이 시간에 이 친구하고 무슨 일로


술을 마시고 있어?"


“우리 부서 인재가 아니었던가? 이제 대리로 진급을 해서 기획실로 간다고 해서


오늘 부서 직원들과 송별연을 했네. 그리고, 2차로 둘이서 한잔하고 있었네.


그나저나, 자네. 이 친구가 누군지 아나?”


“누구긴 누구야? 방금 이야기했잖아?”


“자네. 예전의 우리 사장님이었던 김 정수 사장님 알지?”


“아다마다. 내가 그 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이 친구가 그 분의 아들일세.”


“그래? 정말인가?”


김 부장이 나를 뚫어지라 바라보더니 내 손을 덥썩 잡는다.


“자네가 그 분의 아들인가? 그래.. 많이 닮았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분 부장님께 큰 절을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김 부장이 기겁을 하며 말한다.


“이 사람아. 지금 뭐 하는 건가? 어서 일어나게.”


내가 술집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말을 한다.


“조금 전에 박 부장님께 말씀 들었습니다.


두 분께서 예전에 저의 아버님과 막역한 사이라고 이야길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작은 아버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김 부장이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한다.


“참.. 세상사 한치 앞을 못 본다더니, 내가 어찌 자네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그래.. 지금 자네 부친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나?”


“십 이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김 부장의 눈에 눈물이 어리는 것 같다.


“그리 되셨는가? 내게 신세를 갚을 기회도 주지 않으시고..”


옆에서 박 부장이 말을 한다.


“이 사람아. 그 분께선 돌아가셨어도 여기 그 아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지..”




김 부장이 북받친 감정을 가라 앉히는 것 같더니, 내게 말한다.


“영민군. 내가 예전에 자네 부친 밑에서 일할 때 그 분께 큰 신세를 졌네.


그 당시 모친께서 암에 걸리셔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셨는데, 그러다 보니


그 병원비나 약값을 대느라 있는 돈, 없는 돈을 갖다 대다 보니, 가정생활도 엉망이었고


이년이 지나고 나서는 더 이상 치료를 받게 할 수 없었지.


어차피 완치될 수 없는 병이지만, 자식 된 도리로써 할 수 있는 데까지 치료를 받게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 돈이라고는 씨가 말랐으니까..


그리고, 회사 생활마저 엉망이었지. 의욕이 없는데 회사 일인들 제대로 될 수가 있었겠나?


하루는 자네 부친께서 그런 나를 부르시더군.


별 말씀 안 하시고 그냥 나에게 오백만원을 주시면서, 모친 돌아가시고 난 뒤 후회하지


말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라고..


염치없이 그 돈을 받았네. 이것 저것 따질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큰 돈인 오백만원으로 모친께서 돌아가실 때까지 원 없이 치료를


받게 할 수가 있었네.


결국은 세 달은 못 넘기시고 모친께서 돌아가셨지만, 나는 마음이 편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를 다 했으니까..


그리고, 얼마 후 자네 부친께서는 모진 놈의 덫에 걸리셨지..


나나 박 부장이나 그것이 지금 우리 회사의 사장인 최 대성의 치밀한 음모란 걸 알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네.


참, 자네 부친께서 왜 사업을 망했는지 들은 적이 있나?”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게 직접 말해주셨습니다.”


“자네 부친도 모르시는 게 있네.”


“그게 무엇입니까?”


“나도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네만, 그 당시 신도시 아파트 공사를 수주할 때


자네 아버님께서 로비한 것을 사정기관에 밀고를 한 사람이 최 대성이었네.”


나와 박 부장이 놀래서 되묻는다.


“그게 정말입니까?”


“확실한가?”


“확실할 거야. 누군가 밀고하지 않고는 사정기관에서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겠나?”


이럴 수가? 그럼 어쩌다 그런 게 아니라, 애초부터 작정을 하고 아버지를 수렁에


빠트린 게 아닌가?




김 부장이 계속 말을 잇는다.


“자네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 게 어떤 뜻이 있어서 왔을 거라 생각하네.


이제 나나 박 부장은 나이도 있고, 멀지 않아 이 회사를 떠나게 될 걸세.


그 동안 자네 아버님께 죄를 짓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는데


마지막으로 자네를 도울 수 있었으면 하네.


박 부장 자네 생각은 어떤가?”


“당연하지. 그 분께 입은 은혜를 만분지 일이나마 갚아야지.”


“그런데 내 생각이네만, 자네가 이번에 기획실로 자리를 옮긴다지?”


“예. 그렇습니다.”


”자네가 이 회사에서 승부를 보려면 지금 기획실로 가는 건 이르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먼저 영업파트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 같네. 건설회사는 영업이 제일 우선일세.


실무지식은 그 동안 박 부장 밑에서 익혔을 것이고, 영업만 제대로 한다면


이 회사에서 자네의 위치는 더욱 확실해질 걸세.


그리고 난 다음에 기획실로 가서 자네의 뜻을 펼치게나.”


“잘 알았습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내일이라도 상무를 찾아가서 기획실로 가는 건 보류하고 영업을 배우겠다고


이야길 하게나.


어쩌면, 내가 있는 영업2부로 배치할 지도 모르네.


그 동안 내가 눈의 가시였거든. 자네를 내세워서 나를 쫓아 낼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박 부장이 말을 한다.


“앞으로 일은 천천히 계획을 세우기로 하고, 오늘은 술이나 한잔하세.”


벨을 눌러 마담을 찾는다.


잠시 후, 우리 방에 마담이 들어와서 앉는다.


“이리 와서 같이 한잔 하지.”


“아유.. 어떻게 어떻게 해서 박 부장님의 연락처를 알아 전화를 드렸는데, 들은 척도


않으시더니 오늘 김 부장님도 오시고.. 정말 옛날의 청년들이 다시 모였네요?


근데 그 분께서는 안 오세요?”


박 부장이 말을 받는다.


“김 정수 사장님 이야기 하는 건가?”


“그 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어요?”


“돌아가셨다는 군.”


갑자기 마담이 자세를 바로 하더니 정색을 하고 되묻는다.


“정말이에요?”


“옛날에 자네가 그 분을 짝사랑했었지?”


“제가 그 분 마음속에 들어갈 자리나 있었나요? 뭐..


그런데, 아직 나이도 창창하실 텐데.. 벌써, 돌아가시다니..”


마담의 눈가에 눈물이 어리는 것 같다.


박 부장이 말을 잇는다.


“그 때 그 분께서 하시던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긴 들었지?”


“들었지요.”




그리고, 박 부장이 그 간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마담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를 그 분의 아들이라고 이야길 하자 마담이 새삼스럽게 나를 바라보더니


“정말 그분을 많이 닮았네요. 이름이?”


“김 영민이라고 합니다.”


“어쩌다가 그 분이 모진 놈한테 걸려가지고는..


영민씨. 그래도, 박 부장님이나 김 부장님이나 옆에 계시니 마음을 든든하게 먹어요.


혹시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이야길 하고요.”


“말씀 낮추세요. 예전에 제 아버님과 아시던 분인데..”


“앞으로 또 만나게 되면 그때 그럴게요.”




이렇게 미인이 내 아버님을 짝사랑했었던가?


아들 뻘 나이가 되는 나도 가슴이 뛰는데..




그리고, 밤이 이슥하도록 나와 박 부장, 김부장 그리고 마담이 같이 술을 마시고 헤어진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삼 아버님의 그늘이 넓은 것을 느낀다.


아버님. 세상을 멋있게 사셨군요.


결코 아버님의 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주위에 당신을 생각하는 분이 이렇게 있는데..


그리고, 제가 있잖아요? 아버님의 하나뿐인 이 아들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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