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 단편
본문
아무래도 재취 자리 밖에 안 생기려나봐.” 미숙이 웃으며 말하고는 있지만 고운 얼굴에는 살짝은 그늘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마, 네가 얼마나 고운데 그래. 기다린 김에 조금만 더 기다리면 멋진 왕자님이 나타날꺼야..” 내 맘속에 오히려 미숙의 말이 안도로써 찾아 드는 이유를 모르겠다.
몇 년전인가 전화를 받아 보니 울먹이는 소리와 섞여 김미숙의 목소리가 들렸었다.
“오빠, 나 결혼 날짜 잡아놓은 것 취소했어.”
“왜? 청첩장까지 다 돌렸잖아.”
“그 인간이 미쳤나봐. 내가 처녀인 척 하지만 처녀가 아니라고 의심하잖아.”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미숙은 키가 크고 군살이 하나도 없이 쭉 빠진 몸매를 갖고 있었다. 큰 키에 비해 얼굴이 작고 갸름하고 어깨선이 작아 전형적인 동양미인에다 오똑한 콧날과 서글서글한 눈매까지 갖춘 서구적 이미지 때문에 너무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생각에 주변 남자들은 그녀의 곁에 가는 것 조차도 가슴이 콩닥거려 누구도 말을 부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나만이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자 애인이었다. 나 역시 남들이 볼 때는 그녀의 애인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단 한번도 그녀의 손목을 잡아 보거나 얼굴을 가까이 붙혀 본 적도 없으니까 허울 좋은 애인이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그녀의 곁에서 유일하게 만나고 이야기 하는 자체 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살만한 탓에 은근한 질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두 사람만의 저녁 식사 때였다.
“오빠, 난 데이트 한번도 못해봤다.” 미숙이 숟가락을 내려 놓으며 말했다.
“나랑 매일 하잖아.” 항상 두 사람이 붙어 다니며 저녁 식사를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받아 들였다.
“이런거 말고,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솟구치는 그런 사랑이 충만한 데이트 말야.”
“그래? 난 너를 따로 만나는 것 자체가 가슴이 뜨겁고 그러던데?”
“우리 데이트 할래?” 미숙이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말했다.
“어떻게?”
“책에서 보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은 가끔은 어깨도 잡아주고 몸도 밀착하고 그런다던데...”
“그런걸 느끼고 싶은거야?”
“응, 오빤 너무 가족 같아서 그런 기분이 안날 것은 뻔하지만.”
나는 미숙을 차에 태운 채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댈 것만 같은 곳까지 차를 몰았다. 시원하게 달리는 속에서도 답답한 무엇인가가 메달려 가슴이 시원하지 않았지만 한참을 몰아 강 상류쯤 유원지에 도착하여 차를 세웠다. 차 창 앞에 펼쳐진 강물은 달빛 조차 흡수해 버린 듯 시꺼멓게 넘실거렸다. 공원을 비추는 작은 가로등은 오히려 자신을 밝히지 못하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고 있다. 두 사람은 내리막길을 따라 걸으며 찰랑찰랑 물결이 스치는 강 가에 서 있다.
“오빠, 참 시원하다.”
“그래, 달 빛도 고운데 너무 조용하지?”
“응, 강물 소리가 이렇게 찰랑찰랑 소리를 내는 것이었구나.”
“네가 괜찮다면 가끔은 이런 곳에 데려올 수도 있는데...”
“오빠, 나도 운전면허 있어. 이 참에 차를 한 대 뽑을까?”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줄 모른다는데 너 차 뽑아서 마구 돌아다니는 것 아냐?”
“그럼 어때? 난 마음속에 날개가 있나봐. 어디론가 훨훨 가고 싶을 때가 많았거든.”
“그랬구나. 차 사기 전에는 어딜 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그럼 내가 데려다 줄게.”
어느새 미숙의 몸과 내 몸은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몸을 기울였는지 모르지만 서로에게 약간은 의지하는 듯한 자세로 한참을 그렇게 강물을 바라 보았다.
“춥다, 오빠.”
“그렇지? 집으로 돌아가자.”
나는 미숙과 가깝게 있던 몸을 빼며 차가 있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미숙은 그런 내 뒤를 급히 따라오더니 팔짱을 넣으며 몸을 기대왔다. 나는 보폭을 좁게 하고 그런 미숙의 발걸음에 맞춰 낮은 언덕을 올랐다. 내가 차 문을 열 때까지 미숙은 마냥 팔짱을 낀 채 내 옆에 있었다.
“차에 타. 집에 가야지.”
“응, 좋다.”
미숙은 아쉬운 듯 팔짱을 풀며 조수석 쪽으로 가서 차에 올라탔다. 가로등 불이 멀리 까지 불을 밝히고 있겠지만 차 안은 오히려 어둠이 더 할 뿐이다. 시동을 걸기 위해 키를 돌렸다. 엔진 소리가 부드럽게 들릴 때 미숙의 왼손이 차 키를 돌려 시동을 꺼버리며 말했다.
“오빠, 조금만 더 있다 가자.”
“꽤 멀리 왔어. 서둘러 가야 집에 갈수 있거든.”
“여기 앉아서 강물을 바라 보니 정말 평화롭다. 아름다운 풍경은 어둠에 뭍혀 버렸지만 조용한 느낌, 찰랑이던 물결 그런 것들이 내 맘을 온통 빼앗아갔어.”
“그렇게 맘에 드니?”
“응, 십분만 이렇게 있으면 안돼?”
“그럼 그렇게 하지 뭐.”
나는 의자를 조금 뒤로 제끼며 편안한 자세로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숙도 약간 의자를 제끼고 같은 자세로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 적어도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평화롭게 흐르는 강물을 보며 세상의 모든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는 떠나 있을 수 있었다.
“오빠, 내 손 첨 잡아보는거지?”
“참 부드럽구나.”
“다른 남자들이 오빠 때문에 아무도 내게 말을 못 거는 것 알아?”
“그래? 난 눈치 못챘는데?”
“오빤 내가 애인이야? 아니면 친구야? 아님 동생이야?”
“글쎄다, 우리사인 친구 아닐까?”
“우리 애인하면 안돼?”
“너랑 하도 오랫동안 같이 있다보니까 가족 같고 친구 같은 생각만 들고 한번도 애인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안드는걸.”
“오빠도 그래? 나도 이상하게 오빤 친구같아. 남자를 만나면 콩닥거리는 뭐가 있다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안들거든.”
“인연이라는 것이 있는가봐. 남들이 볼 때는 너랑 내가 애인같겠지만 우린 아니잖아.”
“그럼 내 애인은 누가 될까?”
“내가 다른 회사로 옮길까? 나 때문에 너한테 남자가 안생기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도 돼?”
“너도 이젠 결혼할 나이가 됐잖아. 사랑하는 마음이 전혀 들지도 않는 나랑 어울리며 시간을 버릴 수는 없잖아.”
“우린 이렇게 친하게만 지내고 애인은 딴 데 있는걸까?”
미숙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허벅지에 올려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녀의 손을 뿌리치듯 걷어내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약간 당황하며 자신의 손을 회수하던 미숙의 손이 다시 내 허벅다리로 올라왔다. 어떤 의도인지 알 바 없지만 의식적으로 손을 올린 이상 또 한번 뿌리 칠 수는 없을 것 같아 가만히 그 손의 따뜻한 온기를 받아 들였다.
“오빠, 이러면 안돼?”
“안될 것은 없지만...”
미숙의 손이 은밀한 곳으로 옮겨졌다. 허벅지에 닿았을 때 벌써 꿈틀거리기 시작한 물건인지라 따뜻한 손길을 만나자 용트름을 하듯 빳빳해지며 바지를 뚫고 나올 듯 압박하여 아파오기 시작했다.
“흐음.” 나는 숨을 참을 만큼 참다가 한꺼번에 몰아쉬었다.
“오빠, 이건 사랑하는 사랑한테만 쓰는거라며?”
“적어도...”
“아무한테나 막 쓰는 사람도 있다며?”
“그런 사람도 많지.”
“이거 보여줄 수 있어?”
“안돼.”
“왜? 보면 결혼해야해?”
“대부분...”
“보기만 해도 결혼하는 거야?”
“남의 걸 봐서 뭐하게.”
“그냥 궁금해. 내가 딴 남자한테 보여달라고 그러면 보여줄까?”
“야, 그걸 말이라고 하니? 너 한테 말한번 걸어보려고 수작하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네가 그런 놈한테 허벅지 만지고 그걸 보여달라면 눈 까뒤집고 널 덮치고 말꺼야.”
“오빤 안그렇잖아.”
“나도 죽겠단 말야.”
“내가 딴 사람걸 보고 싶다고 말하는게 싫으면 오빠꺼 보여주면 되잖아.”
나는 달리 선택할 말이 없었다. 순진한 것인지 여우인지는 몰라도 이 상황에서 어떤 말대꾸로 그녀의 의도를 피해갈 방법을 찾아내기 어려웠다. 할 수 없이 자크를 내리고 팬티 사이로 그 놈을 꺼내어 보여주기로 했다.
“우와, 뜨겁네. 딱딱해.” 미숙은 손으로 물건을 움켜쥐며 탄성을 질렀다.
“야, 그만 놔. 아프단 말이야.”
“이걸루 여자랑 하는거야?”
“빨랑 손이나 치워!” 나는 애원하듯 그녀의 손길을 떼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얼굴을 바짝 들이대더니 물건을 덥석 입으로 물어 버렸다. 침을 질질 흘리며 입안 가득이 그 것을 물어 넣고는 혀를 날름거리며 부드럽게 빨아대는 통에 나는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어떤 느낌에 진저리를 치고 말았다. 손이 위에서 아래로 마구 움직이고 뜨거운 입안의 열기가 느껴지면서 내 앞자락에 머리를 들이밀며 빨아대는 그런 미숙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아 들였다. 처음으로 만져보는 부드러운 손끝과 달리 우아했던 그녀의 얼굴을 내 손안에 넣었다는 사실이 혀끝만큼이나 자극되어 물건은 더욱 팽창하고 울컥거리며 정액이 금방이라도 분출할 것만 같았다.
“어서 빼. 나오려고 해.”
미숙은 빨고 있는 물건으로부터 이탈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 빨아대며 요리조리 돌리며 귀두를 자극하는 것이 어쩔 수 없이 한 움큼의 정액을 그녀의 목젖에 싸야 될 것 같다. 오히려 그녀의 몰두에 용기를 낸 나는 한 아름 부풀어 올라 보였던 젖가슴으로 손을 넣었다. 뭉쿨하며 젖살이 잡혀졌다. 브라로 가린 속에서도 젖망울을 찾을 수 있었다. 목 쪽으로 들어간 손이 브라 속에 감춰진 망울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풋풋하며 어딘가 어설픈 작은 젖망울이 느껴졌다. 톡톡 누르며 점차 젖살 전체를 손 안에 잡아 넣었다. 몽실거리며 손바닥에 신경이 온통 쏠릴 때 쯤 몸이 전율하며 그녀의 입 안 가득 정액을 분출했다. 꿀꺽거리며 비릿한 그 것을 삼켜버리는 미숙이 얼굴을 들었을 때는 화장이 많이 망가진 채 입술 사이로 하얀 정액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화장지를 꺼내 그녀에게 건네고 양복 바지에 풀칠되듯 뿌려진 나머지 정액을 닦아내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 날이 있은 후에도 많은 만남이 있었지만 나는 다시는 미숙과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직장을 옮겨 그녀에게 좋은 남자가 생기도록 배려했을 뿐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내 것은 모두 보여주고 그녀의 것은 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빨간 입술을 닮아 그곳도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채 남자의 물건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되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차라리 모든 것을 알아버리지 않은 것에 대한 것이 감사할 뿐이었다.
“미숙아, 결혼날짜까지 잡았다가 파혼하면 상처가 너무 크지 않겠니?”
“흥, 애까지 주렁 주렁 낳고 살다가도 이혼하는 판에 호적이 멀쩡한데 뭐가 무서워?”
“왜 그렇게 됐는데?”
“넘 억울해 죽겠어.” 미숙의 얼굴은 눈물로 홍수가 나 있었다. 파혼을 결심할 정도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양가의 지인들에게 이미 통보된 결혼을 파기했을 까 싶어 위로하는 마음이 앞섰다.
“약혼과 결혼날짜를 잡았었거든.” 미숙은 마음이 조금 안정됐는지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결혼 상대자는 양가의 허락이 있었으니 먼저 합방하자고 진뜩거리며 졸라댔다고 한다. 아직 처녀의 몸을 갖고 있던 미숙은 이왕이면 신혼 첫날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었지만 자꾸 졸라대는 통에 어차피 한 남자에게 마음을 준 이상 몸인들 못 줄 것도 없다 싶어서 한적한 교외의 러브호텔을 찾았다고 한다. 그 남자는 오랜 시간동안 미숙을 흠모하며 청혼한 터라 아름다운 미숙을 도저히 신혼 첫날밤까지 기다릴 수 없었노라고 애원하며 미숙의 몸을 탐했고 미숙도 그런 남자를 위해 미련없이 몸을 허락했다고 한다. 그 날 밤은 꿈결같이 지나가고 몇일 이 지나선가 그 남자와 결혼예물을 준비하느라 만나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어 함께 식사하고 술도 몇잔 마신 후에 그 남자는 갑자기 진지해지며 파혼을 결심할 말을 꺼내고 말았다.
“너 정말 처녀였니? 수술한거 아냐?” 그 남자가 말했다.
“뭐라고? 무슨 소리야?” 미숙은 정색하며 그 남자를 밀쳐 버렸다.
“너를 따라다니던 남자가 많았었지. 난 오래전부터 너를 가지려고 무척 애쓰던 중에 맘이 맞아 결혼날짜까지 잡았지만 그날 너랑 잘 때 숫처녀더라. 어떻게 너처럼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가 여태까지 처녀로 남을 수 있냐고.”
미숙은 절망 보다는 그 남자가 자신의 여자가 순결을 간직한 숯처녀 였다는 자부심을 그렇게 표현하는 가 보다 싶어 마음속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날들도 그 남자와 만나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댁에서는 예쁘고 착한 며느리가 들어오게 됐다며 모두 좋아했기 때문에 그 집에 가는 것이 즐겁기만 했다. 그 날도 여느 때와 같이 직장을 마치고 그 남자와 같이 시댁에 들렀다.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그 남자는 모처럼 조용하니 섹스나 한판 하자고 졸랐다. 어차피 줄 것은 다 줬는데 못 할 것도 없지만 혹시라도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시댁 식구 앞에서 민망할까 싶어 많이 망설이고 있는데 그 남자는 추근거리며 집요하게 자신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생각에 감정이 솟구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더듬어대는 그 남자의 손길에 몸이 활짝 열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남자가 유도하는 대로 몸을 맡겨 버렸다. 침대 위에 모로 눞혀진 상태에서 그 남자의 물건이 들어왔다. 활짝 두 다리를 벌려주니 뜨거운 것이 몸 안을 가득 메웠다. 울컥이며 정액이 쏟아져 들어오니 몸이 풀어져 버렸다. 자주 드나들던 집이지만 샤워실이 낯설었다. 뜨거운 물줄기로 몸을 씻어내곤 옷을 다독거려 입고 있었다. 그 남자가 침대에서 다시 잡아 끌었다. 곧 시댁 식구들이 들어올 것 같아서 몸을 피했지만 집요하게 잡아 끄는 바람에 침대 위에 함께 누워만 있었다.
“너 말야. 보통이 아니던데?” 그 남자의 말 뜻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너 경험 많았지?”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너 수술한거지?” 뭐라고 말대꾸를 할 수도 없다. 사지의 힘이 풀리고 이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쪼이는 것이 일품이었어. 하긴 너 같은 미인이 아직까지 처녀이기를 바라는 내가 잘못이지.” 그 남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숙은 그 남자가 혼자서 계속 뭐라고 지껄이는 대로 듣고만 있었다. 어떤 방법으로 이 모욕적인 순간을 벗어날 수 있을까 묘안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자신이 순결을 지킨 것은 이 남자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여자라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몸을 아끼고 살펴 혼신을 다해 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헌신해야 한다고 누차 들었던 터라 감히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서 진저리쳐질 정도의 괴성을 질러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오래 전에 남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강가에서 친한 오빠의 물건을 만져보고 정액을 들이켜본 일 이외에는 자신이 몸은커녕 마음 조차 열어 준 사람이 없었다. 오직 이 남자만이 내 사랑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약혼과 결혼이라는 신성한 절차가 진행되었고 이미 정해진 길이기에 얼마전 자신의 몸을 열었을 뿐이었다. 이 남자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고자 지켜왔던 자신의 처녀성을 가차없이 무시하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면 여태까지 갖고 있던 사랑의 마음보다 비굴하게 여태 지켜왔던 처녀성이 쓰레기처분되는 것에 대한 격한 감정을 이겨낼 수 없다. 호흡이 가빠지고 하늘이 까맣게 다가왔다. 미숙은 그 남자의 품을 벋어나며 강하게 빰을 후려쳤다. 그리곤 정신없이 문을 열고 뛰쳐 나오는데 마침 시댁 식구들과 마주쳤다. 상기된 얼굴엔 눈물이 범벅이 되었을 것이다. 깜짝 놀란 시어머니가 팔을 잡았지만 뿌리치고 집에 돌아와 버렸다. 밤새도록 억울한 마음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집안 식구들에게 차마 그런 사정을 얘기할 수 없었는데 엄마는 신혼 살림 장만으로 바쁘기만 했다. 이러다가는 처녀성을 주고도 창녀취급 당하겠다 싶어 어느날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도 깜짝 놀라며 차라리 파혼 하는 것이 낫겠다고 걱정했다. 그 남자는 그 일이 있은 후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와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했지만 만나주지 않았다. 약혼식을 마친 후라 양가 부모들도 친하게 지냈었는데 갑자기 태도가 바뀐 미숙을 보고 두 가족은 어색한 사이가 되고 있었다. 그 남자가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집에 찾아왔다.
“미숙씨, 내가 죽일 놈입니다. 다시는 그런 모욕적인 얘길 하지 않을테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무릎꿇고 머리를 땅에 박고 애절하게 반성하는 그 사람을 보고 마음이 돌아설 줄 알았는데 미숙의 마음은 전혀 동요되지 않았다.
“됐어요. 내가 한때나마 사랑했던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았더라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텐데 나는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줬어요. 하지만 더 이상 당신의 옹졸하고 의심섞인 태도를 보고 싶지 않아요.” 미숙은 정말 그 남자가 싫었다. 다른 여자들은 혼전에 많은 남자와 살을 섞고 즐기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옛일을 지워버리고 멀쩡하게 시집도 잘가던데 자신은 왜 이렇게 박복한지 한탄만 나왔다.
“미숙씨, 다시는 의심안할께요. 한번만 용서해 줘요.”
미숙은 이렇게 비굴하게 나오는 남자의 태도가 오히려 역겨울 뿐이었다. 엄마도 사정을 알고 난 후로는 그 남자를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다.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것 같았다.
“파혼해요. 애 낳고 살다가 이혼하는 것 보다 백번 나아요. 요즘 처녀가 어디있어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위해 처녀성을 지켜온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이젠 수치스러울 뿐이에요.”
그 남자는 힘없이 돌아섰다. 미숙은 더 이상 그 남자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지 않았다. 여자들이 걸래같이 살든 말든 자신만은 처녀성을 간직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겠다고 요조숙녀같이 살아온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 일이 있은 후 오히려 미숙의 마음은 간결해지며 더욱 아름답고 우아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가끔 내게 전화를 걸어 함께 식사하자는 제의를 하는 것 이외에는 남자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거나 아쉬워 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며 미숙의 주변에 떠돌던 소문들도 잠잠해지고 들끓던 파리들도 점차 다른 음식찌꺼기를 찾아 날아가 버렸다. 미숙은 그렇게 조용히 늙어가고 있었다.
“오빠, 드라이브 할래요?”
나는 미숙이 몰고 온 차에 몸을 실었다. 빠른 질주 보다는 우아하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오빠, 어딜갈까?”
“글쎄다. 날도 우중충하니까 가까운 곳에서 식사나 하지 뭐.”
“오빠, 생각나?”
“뭐가?”
“오빠랑 처음 가본 그 강가.”
“생각나지.”
“그 날 이후 한 번도 그 곳에 가본 적이 없어. 적어도 오빠의 추억이 깨질까봐 그 사람이랑도 가본적이 없었거든.”
“거길 갈꺼야?”
“오빠랑 몇 년 만에 만난거지?”
“십년? 그쯤 됐겠다.”
“나 많이 늙었지?”
“아냐, 아직 예뻐. 아니 오히려 우아해졌어.”
“그럼 뭘해. 난 혼자인걸.”
차는 십년 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직도 작은 언덕 아래엔 강물이 흐르고 있다. 찰랑이는 물소리 대신 떠들어 대는 행락객들의 목소리가 들릴 뿐이다.
“예전 같지가 않네.”
“세상이 많이 변했잖아. 여기도 많이 알려졌구.”
“오빠가 먼저 나를 안아줄 수 있어?”
“...”
미숙은 차에 시동을 걸고 미끄러지듯 강가를 빠져 나왔다. 주변에는 러브호텔이 무척 많이 생겼다. 그 집들 중에 입구가 넓은 한 집으로 미숙은 차를 몰고 들어갔다. 차를 주차 시키려고 보니 승용차가 너무 많아서 주차 공간을 찾기가 힘들었다. 누군가가 뛰어나오며 차 키를 꽂은 채로 세워 두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 가 시키는 대로 차를 세운 후 프론트로 향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용하는 휴게시설이 된 듯 러브호텔 프론트의 젊은 아가씨는 눈길 한번 던지지 않고 돈을 받고 방키를 넘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에도 젊은 남자가 방을 안내하고 있다. 꽉찬 방들 속에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켠 남녀들이 뒤엉켜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들과 한패가 되어 이 러브호텔의 거친 숨결에 일조할 것이다.
“괜찮겠니?”
“오빤 내게 처녀성을 요구하지 않을꺼지?”
“미숙아, 내겐 너 자체가 과분할 뿐이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아.”
“잊을 때도 됐잖니?”
미숙이 먼저 옷을 벗었다. 아직까지 남자 손을 타지 않은 시간이 많아서인지 모든 것이 신선해 보였다. 내가 옷을 벗기 시작하자 미숙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한까치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샤워기의 물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오빠, 양치질 하고 와.” 머리에 말려진 수건을 걷어내며 가슴을 닦던 미숙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소리쳤다. 건성으로 샤워기의 물을 틀고 몸에 물을 뿌린 후 타올로 몸을 대충 닦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오빠, 누워.” 미숙이 내 손을 잡아 끌어 침대 속으로 나를 넣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풍만한 그녀의 가슴 위로 손을 올렸다. 달삭거리는 입술이 내게 포개지며 길게 키스를 주고 받았다. 탄력이 넘치는 가슴선을 따라 내려가며 옴폭 패인 배꼽을 지나 약간은 도톰하게 솟아오른 아랫배를 지나니 까칠한 삼각지에 무성한 털이 만져졌다. 미숙의 몸이 꿈틀대며 피하는 듯 하더니 내 손을 잡아 끌어 약간 벌려진 허벅지 속살이 맡닿는 그 곳에 손을 대었다. 뜨겁고 촉촉하여 음습한 기운이 손바닥을 통해 머리에 전달된다. 손바닥으로 그 곳을 가린 채로 잠시 머물던 나는 가운데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구멍을 향에 밀어 넣었다.
“아흑~” 미숙의 비음이 터졌다.
손 바닥 전체를 엉덩이 쪽으로 이동하며 항문 주위를 만졌다. 탄탄한 엉덩이 살 중에서 한쪽만 쥐어뜯듯 어루만지며 한쪽 발을 들어 미숙의 허벅지에 얹었다. 미숙의 두 팔은 내 허리를 감싸며 등과 허리 사이를 어루만지고 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은 따로 있었나봐.” 미숙이 속삭이며 말했다.
“...”
“도도하던 나를 무시하며 친구로 일관되게 대하던 오빠가 미웠거든.”
“...”
“적어도 오빤 내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내 맘속에 지워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어.”
“...”
“오빠, 사랑해.”
그날 미숙은 처음으로 남자의 품에 안겨 오르가즘을 몇 번이나 느낄 수 있었다. 질 속은 꿈틀거리는 말미잘의 촉수처럼 내 물건을 빨아대며 건드는 통에 그녀 이상으로 나도 절정에 몇 번이나 오르락 거리고 있었다.
“오빠, 상처한 이후 새 여자는 없는거지?”
“...”
“나, 오빠한테 재취로 시집가도 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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