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 단편
본문
야, 빡빡이! 너 어디 가냐?’
주방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천수형이 나를 불러 세웠다. 엉거주춤, 기타를 들고 서 있던 나에게 천수형은 벌떡 일어나며 하던 말이었다.
‘저, 사장님 실에요. 오늘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지 몰라서..’
‘하던 대로 하면 되지. 뭘 물어 봐? 새해 첫날 인데……그리고, 사장님, 아침부터 취하셔서 너 만나 볼 의식도 없으실 게다. 그냥 놔 둬라.’
천수형은 사람들도 없는데, 자기 일이나 도우라며, 기타를 갔다 놓으라고 말했다. 해를 넘기고, 조용하던 카페에 오늘부터 문을 열기로 하고, 손님들 맞을 준비를 해야 되는데, 아침 나절부터 술에 쩔어 있다는 사장의 행태가 이해가 되질 않았지만, 나와 천수형은 사람들이 오기 전에, 할 일이 많았다. 내가 천수형의 주방 보조로 들어온 지, 일주일도 되질 않아서, 천수형은 내가 별로 소질이 없다면서, 나를 사장에게 무대나 플로워로 보내면 좋겠다고 얘기 했었다. 젊은 여사장은 천수형과 얘기를 하고, 사장실에서 나오더니, 땟구정물이 줄줄 흐르는 앞치마를 벗으라고 하면서, 기타를 붙들고 무대로 올라가 보라고 했다. 사장이 대뜸,
‘대가리가 너무 불빛에 비치잖아!’
‘썬그라스 같은 걸 씌우면 어떨까요?’
그래서 나는 무대에 오르는 나의 모습을 가질 수 있었다. 머리털 하나 없이 박박 밀어 면도까지 한, 맨들 거리는 머리가 조명에 반사되어, 뻔쩍이다 못해, 광이 나다 시피 하는 와중에 천수형이 생각해 낸 나의 스타일 이라고 했다. 나는 도수도 맞지 않는, 누구 껀지도 모를 검은 썬그라스를 끼고 무대에 올랐다.
‘아는 노래 있으면 해봐.’
나는 기타줄을 튕기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끝까지 다 기억이 날지 모르겠다면서 큰 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홀 안에는 사장과 천수형 둘 밖에 없었고, 마이크를 켤 필요도 없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홀 안에 허공을 가르면서 떨리는 내 목소리가 퍼지면서, 전신을 쓰다듬는 그 소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느낌 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나의 목소리가 나의 가슴을 저미면서 쏟아져 나오는 그 우렁참은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가 갖고 있던 그 만의 독특함 이었다. 나는 그것을 흉내 내는 것뿐이었는데도, 가슴 벅찬 감동이 가슴을 쓸고 지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썬글라스를 쓰고는 있었지만, 나의 양미간에 불뚝 솟는 핏줄처럼 나의 목소리는 힘이 실려 있었고, 그 목소리는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듣고 있는, 두 사람의 가슴을 강타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의 손끝이 절로 흔들려 왔다. 마지막 후렴부분을 너무 감정에 치우쳐 소리를 높이다가, 그만 나는 기타의 코드를 까먹고 말았다.
‘됐어. 오늘 저녁부터 무대에 올려.’
‘레퍼토리는 어떻게?’
‘지가 알아서 하겠지.’
무덤덤하게 사장실로 사라지는 사장의 뒤로 천수형이 나에게 엄지 손가락을 내어 보였다. 내가 그때까지 하던 일이야, 음식재료를 씻어서 보관하는 거랑, 주방청소, 접시 닦기 같은 허드레 일이 대부분 이었다. 칼을 잡는 다는 것은 어차피 내 적성에 맞지도 않았고, 천수형은 나에게 그런 일들은 시키지조차 하질 않았었다. 내가 소질이 없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그런 일들을 시킬 생각이 없었는지, 천수형은 그냥 자기가 시키는 것만 하라고 하는 말 뿐이었다. 내가 일을 하려고 주방에 들어섰을 때, 천수형은 손바닥을 보여달라고 했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내 손바닥과 손가락을 유심히 살피던, 천수형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나나 천수형이나 카페 지킴이 로써 숙식을 같이 하고 있었다는 것이 위안이 되기도 했고, 유달리 가게를 떠나 외출하는 것을 싫어하는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오후가 되면 주방 보조 아주머니가 나올 예정 이었으면서도, 나는 지금, 형의 부탁을 거절할 만한 입장도 못되고 있었다.
‘새해도 밝았으니, 어디 계획이나 한번 들어보자. 이번 해에도 그 고리타분한 노래를 또 부를 거냐? 아무리 우리 카페에 오는 손님들의 연령층이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고리골짝 노래만 부르는 거 아니냐?’
천수형이 식 재료의 리스트를 훑어보며, 물었다.
‘아는 노래가 별로 없어요. 연습을 새로 한다는 것도 그렇고…, 신곡들은 나머지 가수들이 다 하고 있잖아요? 저야 땜빵 에다, 실력도 별로인데….’
‘야, 땜빵은 무슨? 이 천수형님이 적극 추천한 카슈가 땜방 밖에 안 된다고 누가 그러디? 그러다, 손님 중에 노땅 들을 위한 카슈 라도 모집하려고, 기획사 측에서 사람이라도 나와있을지 아냐? 그러다 뜬 애들도 꽤 있다구.’
‘나이 들어 가는 사람들은 세월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거라구요. 형도 맛이 가고 있나 봐.’
‘맛이 가긴…니 노래를 듣다 보면 괜시리 울적해지고, 센치 해지는 거 있지? 그 K인가 뭔가 하는 가수 노래는 이제 좀 빼지? 죽은 가수 노래라서 그런지, 그 사람이 사랑, 어쩌구 하면서 멜로디가 흐르면 실내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 지는 거 너도 알지?’
그 가수의 자살 소식이 들리고 사람들은 말이 많았다. 결혼은 했을 지언정, 원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그의 절절한 멜로디와 가사가 의미가 있었다는 둥,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 여자는 그 가수의 죽음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는 등의 설들이 돌았지만, 그것 조차도 세월 속에서 묻혀지기는 마찬가지 였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의 노래 속에 공감되는 사랑의 편린은 사람들에게 진한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지만, 천수 형은 그런 나의 선곡이 오히려 사람들을 식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신년 휴일 사이에 밀렸던 설거지를 하면서, 나는 노래를 다시 읊조리기 시작했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 …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이젠 말할 수 있는 걸….
너의 슬픈 눈빛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걸
나에게 말해봐….
너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볼 수만 있다면
철없던 나의 모습이 얼만큼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많은 날이 지나고 나의 마음 지쳐갈 때
내 마음속으로 스러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평소에 부르던 노래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불러 재끼느라 접시를 손에 들고, 물이 뚝뚝 흐르는 와중에, 어디선가 와장창,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나의 노래가 끊어졌다.
‘빡빡이, 이게 무신 소리냐? 사장님 방 아니냐?’
번개같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천수형이 주방을 튀어 나갔다. 나는 뭔 일인가 싶어, 고개를 기웃거렸지만, 천수형은 그냥 있으라고 하면서, 사장님 실로 달려 들어갔다. 한동안 부서지는 소리는 끊어지질 않았고, 나는 어쩐 일인가 싶어, 그릇을 살며시 내려 놓고, 앞치마에 물 묻은 손을 닦으면서, 살금살금 사장실 앞으로 다가갔다. 조그맣게 열린 문틈 사이로 닫혀지지 않은 방안의 풍경은, 어렵사리 내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부셔야 속이 시원하면 부셔,….’
형의 목소리 였다. 그러나, 내 앞에서 깍듯하게 존댓말을 부치던 형은, 사장을 앞에 두고, 그렇게 친구처럼 말을 놓고 있었다. 아침부터 술에 절어 있다더니, 이제는 주사까지 부리면서 사장실 안의 집기를 마구 부수고 있었고, 형은 그걸 지켜 보고만 있었다. 제풀에 지칠 때까지 형은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방 문 앞에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고양이 발걸음으로 주방에 돌아와, 그릇을 마저 씻는 척을 하고 있었다. 이어서 잠잠해진 사장님의 방에서 천수형이 걸어 나왔다. 손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형의 피는 아닌 듯 싶었다. 수도에 손을 씻고, 청소할 도구를 챙겨서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어두웠던 형의 표정…한참이 지나서야 형은 한아름의 쓰레기를 모아서 들고 나왔고, 사장실은 저녁 때, 손님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조용하기만 했다.
‘형, 무슨 일이래요?’
‘응, 가끔 그래, 사장님도 이 가게에 붙박이 처럼 계시니, 답답하고, 짜증이 나실 때가 없겠니? 다 그런 거지, 뭐.’
사실 살림집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사장님의 방에는 형 이외에는 출입하는 사람이 많질 않았다. 다른 고정 가수들이나, 재즈 밴드들이 신변의 변동이 있거나, 월급으로 강짜를 부릴 때가 아니면, 들어가는 사람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청소를 하고, 딸린 목욕탕에 수건과 바닥난 비품들을 갈러, 형이 들어가는 것, 그리고 식사를 받쳐 들고, 직접 형이 방으로 가는 것 이외에, 사장실은 별다른 왕래가 없었다.
‘형, 아까 피도 났던데….’
‘탁자에 깔아놓은 유리가 박살이 났는데 아마 사장님께서 술 김에, 그게 손바닥을 긁은 모양이야. 박힌 유리는 없었던데, 피도 꽤 나드구만…..’
그래도 형은 나에게 방 안의 사정을 전해주면서도 존대를 잊질 않았다.
‘그래도 임마, 빡빡이 넌, 행운중의 행운 인줄이나 알고 있어! 다른 가수들 노래할 때, 객석에 나가 계시는 거 본 적 있냐? 유달리 고리타분한, 니 노래 나올 때만 꼭 객석에 계시잖냐? 그것만 봐도 저렇게 술에 떡이 되어 있어도, 마음에 두고 있는 캬슈는 너 밖에 없다는 거 명심해라.’
나는 어깨가 으쓱하기는 했어도, 땜빵 가수로 고작 카페에서 기타나 퉁기고 있는 나 같은 인물에게 관심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라구 하는 생각에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새해에 들어, 가게를 처음 여는 날 이었지만,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꾸역꾸역 몰려 들었다. 골든 타임 때에, 홀을 뒤흔드는 환호성이 귀가 따가울 지경인 걸 보면,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 듯 싶었다. 그래도 조금 한적한 한밤중 12시가 되자, 조금 손님도 빠지고, 1시간에 걸쳐 시간을 때워야 하는 내 차례가 되었다. 무대로 기타를 들고 걸어 나갔다. 항상 착용하는 썬글라스 지만, 오늘 따라 앞이 좀 더 어둡다. 이어지는 조그만 박수소리….
‘안녕하십니까? 새해 들어 처음 뵙네요. 매일 오시는 분들 빼고, 제 노래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또다시 속으로, 저 까까머리 새끼, 그렇고 그런 노래 부르려고 나왔구먼 하실 텐데… 오늘은 조금 더 고리타분한 노래를 불러 볼까 하구요. 사람들은 이 가수가 천재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남겨진 한 장의 앨범 만으로 많은 가수들과 작곡자들이 영감을 받았고, 셀 수 없이, 많은 추모 음악회가 열렸던 가수의 노래 입니다. 사랑하는 연인이 누구 인지 끝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 여인은 지금도 혼자 살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가수, 어쩌면, 죽음 뒤로 물러나 앉아서, 세상 어느 구석에선가에서 끊임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하는 그 가수,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가슴속에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천재, Y님의 노래 입니다.’
나는 평소 제일 자신 있었지만 부르기를 꺼려했던 그의 노래를 연거푸 6곡을 불렀다.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 노래는 세 번의 앵콜을 받아 부르면서도, 스스로 기꺼워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그의 노래를 평소 불러볼 때면, 가슴이 지리리 하면서 목소리마저 울컥대서, 끝까지 다 부르지 못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목청이 확 튄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일사천리로 그의 노래를 불러 재꼈다. 사람들의 박수가 우뢰와 같이 쏟아졌다. 이상했던 것은 오늘, 다른 골든 타임 때의 가수들도 Y님의 노래를 퓨전 스타일로나마 불렀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환호는 없었기에 하는 말이다. 사람들의 조잘대는 소리가 무대 밑에서 들렸다.
‘얼굴은 꼭 갸, 누구냐 홍 뭐시기 탤런트 있잖아? 커밍아웃 했네 뭐네 하는 갸 말이야. 그 사람 닮았네!’
‘어디? 머리를 훌렁 까 재껴서 그렇지, 하나도 안 닮았구만…’
‘노래 하나는 죽인다. 이런 곳에 있기 정말 아깝네.’
나는 또다시 고리타분 으로 접어 들었다.
‘다음 곡은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항상 부르지만, 오늘은 더욱 뜻 깊습니다. K 님의 노래 입니다.’
나는 나즈막한 기타 소리와 함께, 목에 걸고 있는 하모니카를 같이 반주로 넣었다. 사람들 사이로 퍼져가던 잡담도 반주와 함께 썰물처럼 사라지고, 내 기타 소리의 낭랑함이 홀을 메우고 있었고, 나는 썬글라스 너머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 내 바로 앞에 앉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리에 가로등 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와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거리에 짙은 어둠이 낙엽처럼 쌓이고
차가운 바람만이 나의 곁을 스치면
왠지 모든 것이 꿈결 같아요
옷깃을 세워 걸으며 웃음 지려 하여도
떠나가던 그대의 모습 보일 것 같아
다시 돌아보며 눈물 흘려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곳으로 떠나 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나중에는 홀 안의 손님들이 모두 합창을 했고, 나는 때 아니게, 많은 환호와 박수 속에 무대를 내려올 수 있었다. 기타를 옆에 들고, 썬글라스를 벗고 인사를 하려고, 고개를 꾸벅 숙이는데, 내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사장 이었다. 한 손에 붕대를 감고, 나에게 지그시 손을 들어 주는 사장의 얼굴이 보였지만 나는 미소도 지을 수 없었다. 황급히 무대를 내려와, 대기실에 기타를 내려 놓고, 나는 담배를 거머 쥔 채로 주방으로 들어갔다. 대개 노래가 끝나고 나면, 안주의 추가 주문이 밀려들고, 술도 곱절로 나가기 때문에 형이 반드시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주방은 홀로 음식을 나르는 여급들만이 들락일 뿐, 형을 찾을 수는 없었다. 자랑하고 싶기도 했고, 새해의 테잎을 보기 좋게 끊은 것에 대해서 우쭐함을 내보이고도 싶었지만, 상대가 없어진 초라한 꼴이 되고 말았다. 담배를 여남은 개나 목이 아프도록 피워대고 있었지만, 형은 자리에 돌아오질 않고 있었다. 홀에서 들이미는 주문표가 몇 개씩 걸리는 동안, 나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사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해야 된다고 느끼고 있었다.
‘덜컥!’
노크를 했었어야 했지만 빠끔히 열린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는, 히끄무레한 어둠 속에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문 닫아라. 어서!’
형의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결에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얼어버렸고, 과연 두 사람이 무얼 하고 있는가는, 차츰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알아챌 수 있었다. 곧 이어서 끙 하는 신음과 함께, 사장이 의자 뒤로 푹 기대면서 맥을 놓았고, 형은 몇 가지를 간단히 정리한 뒤에, 사장을 난짝 들어 안아서는 사장실 뒤로 연결된 침대 방으로 사장을 안고 들어갔다. 몇 분이 지난 다음에야 형이 나오고, 아무런 말도 없이, 사장실의 의자에 앉아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가, 말든가, 아랑곳 하질 않는 태도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형, 아까 그거 약이죠?’
‘쉿, 조용히… 너만 알고 있어라. 지금 끊어가고 있는 중이야. 내가 량을 줄여가며 조절하고 있는데, 언제나 놓아두던 장소에서 새로 감추어 놓은 것 때문에, 나 몰래 약을 맞아 보려던 사장이 그래서 화가 치솟았는 갑다. 그래서 뚜드려 부순 거 아니겠니?’
‘오래 되었어요?’
‘아니, 별로 오래는…. 네가 오기 한 3개월 전부턴가 나를 속여가면서 까지 약을 하다가 내 눈에 걸려서 아주 된통, 곤욕을 치루고 있지.’
형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장실을 나와 주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가려는데, 홀 안의 여급이 나를 찾았다.
‘저, 마지막 렉시 김이 못 온다고…. 대신 부탁하던데…..’
내 다음 차례인 여자 재즈 가수가 오늘 펑크를 내는 모양이었다. 벌써부터 재즈 세션은 이미 연주를 들어가고 있는데, 가수가 오질 않으니, 나라도 대신 나가야 했다. 내가 다시 나가자, 좌중에서 휘파람이 올라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올라 올 타임은 아닌데,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재즈 싱어 렉시 김이 오늘 몸살로 무대에 설 수가 없다고 하네요. 제가 모자라나마, 대신 몇 곡 들려 드리겠습니다.’
나는 무대 뒤에서 버티고 있는 백 밴드에게 곡을 부탁했다. 느린 재즈 풍으로 반주를 부탁했고, 나는 평소와 다르게 선그라스도 벗고, 기타도 없이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내가 노래를 부르려고 스텐드 마이크 앞에 섰을 때, 여린 색소폰 소리가 리드를 하면서, 나는 눈을 감았다. 또다시 전신에 번져오는 소름들. 오늘은 어쩐지 느낌이 예전과 남 달랐다. 그저 새해의 첫 무대라서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나의 전신을 감싸고 도는 그 흥분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전혀 무관하게,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착각 속에 빠지게끔 하고 있기도 했고……
‘……헝클어진 머릿결,
이젠 빗어봐도 말을 듣지 않고
초점 없는 눈동자 보려 해도 볼 수가 없지만
감은 두 눈 나만을 바라보며 마음과 마음을 열고
따스한 손길 쓸쓸한 내 어깨 위에 포근한 안식을 주네
저 붉은 바다 해 끝까지 그대와 함께 가니
이 세상이 변한다 해도 나의 사랑 그대와 영원히 *
무뎌진 내 머리엔 이제 어느 하나 느껴지질 않고
메마른 내 입술엔 이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지만
맑은 음성 가만히 귀 기울여 행복의 소리를 듣고
고운 미소 쇠잔한 내 가슴속에 영원토록 남으리…..’
평소의 빠르기보다 느린 재즈 풍으로 부른 그 노래는 나의 애창곡이기도 했다. 대충대충 무대를 마무리하고 내려 가려는데, 무대의 옆에서 어느새 나를 기다리고 있던 형의 마중이 버티고 있었다.
‘빡빡이, 너 심부름 좀 다녀 와야 쓰겄다.’
‘형, 아니, 이 새벽에 어디로 심부름이요? 나 씻지도 못했는데…..’
‘여기 적힌 곳으로 가 봐. 누가 널 급히 찾는다고 하더라.’
‘사장님은요? 깨어 나셨어요?’
‘응…뭐 그렇지….걱정 말고……’
나는 외투를 걸치고 종이에 적힌 주소를 살펴 봤다. 그 종이에는 명함이 한 장, 스테이플로 찍혀 있었는데, 무슨 연예 신문의 기자라고 되어있었고, 이름으로 봐서는 여자인 것 같았다. 내심 이러다가 뜨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형의 말대로 신년 초부터 운세가 잘 풀리는 거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나는 그 주소로 부리나케 달려가기 시작 했고…
‘똑똑!’
‘들어오세요, 열렸어요!’
‘뻔쩍!’
방안에서는, 들어서는 나를 향해 후레쉬가 터졌다.
‘아니, 이게 무슨?’
‘놀라셨어요? 아까 홀에서 뵈었어요. 너무 멋지시길래 기념으로 간직 하려구요. 저 김은아 에요. 직업은 기자 구요.’
모텔의 방안에는 그녀가 벗어놓은 옷가지가 눈에 띄었고, 그녀는 목욕가운 차림 이었지만, 겉으로 봐서는 샤워를 끝낸 알몸처럼 보이고 있었다.
‘우선 씻으세요. 무대에서 노래 부르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땀 많이 나시죠?’
‘그걸 어떻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욕실로 들어섰다. 샤워를 하면서도 이렇게 섭외가 와서 뜨는 경우도 있나 하는 생각만이 들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데, 후덥지근한 안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뭐해서 그냥 옷가지를 든 채로, 수건으로 대충 가리고 나오는데, 돌아서 있던 그 여기자가 또다시 나에게 후레쉬를 터뜨렸다.
‘어허, 이거 벗은 몸은 찍어서 뭘 하시려구?... 프라이버시도 있는데…..’
‘불쾌하세요? 제가 사과 할께요. 여기 좀 앉으셔서 시원하게 맥주나 좀 드시고, 얘기 하기 전에…..’
그 후레쉬는 내가 의자에 앉기 전에 내 등쪽을 향해 한번 더 터뜨려 졌다. 그렇게 몇 번을 사진 세례를 받고 나니 나도 무덤덤 해져서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었다. 발가벗은 것도 아니고, 수건으로 가린 맨 몸인데, 어디 신문에라도 나갈까 싶은 마음에서 였다.
‘우선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그녀는 영광일 것도 없는 라이브 재즈카페의 땜빵 가수에게 너무 호사스런 입발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했다. 탁자에 놓여진 맥주를 마시는 동안, 그녀는 인터뷰에 필요하다며, 아까 사진을 찍던 핸폰 카메라를 자신 쪽으로 열려있는 노트북 PC에다 연결했다. 그리고는 편하게 침대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자신이 디스크가 있기 때문에, 장시간 의자에 앉을 수 없다는 요상한 이유를 대 가며….나는 그냥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침대 위로 올라가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두 무릎을 세우고, 나를 바라다 보았다. 아니 이런 인터뷰도 다 있나?
‘노래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얼마 안 되요. 이 카페가 처음 입니다.’
‘그래요? 그런데……..실내가…… 너무…… 덥죠?’
그녀가 목욕 가운을 슬며시 풀어 재꼈다. 두 다리와 가랭이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민보지, 털이 없는 둔덕이 어두운 구석에서도 잘 보이고 있었다. 열나 밝히겠구만…그녀는 띠엄 띠엄,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하면서, 자기가 벌어 놓게 만들었으면서도, 연신 어깨를 타고 흘러 내리는 목욕 가운을 잡아 올리곤 했다. 그러다 신경질이 난 듯이, 목욕 가운을 확 벗으면서 침대에서 내려와 내 앞에 우뚝 서버렸다.
‘저 팬이에요. 인기인은 이럴 때, 팬 서비스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얼결에 온 몸을 내 얼굴에 밀착시키느라, 앉아 있는 나는 그녀의 가슴과 배 사이에 얼굴을 묻은 꼴이 되어 버렸다. 나는 그래도 팬이라는 얘기에, 무안해 하지 않도록 그녀의 허리를 둘러 엉덩이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팬이랑 인기인은 이렇게 팬클럽을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감?’
나는 농지거리를 하며, 그녀의 탱글한 히프의 골짜기 사이로 손가락을 주욱 내려 갈랐다. 오동통한 똥꾸녕을 지나, 손가락이 미끈덩 하면서 쑥 말려 들어가는 그녀의 보짓살…..경험이 풍부한 보지였다. 기자라고 보기에는…..그러면서도 나는 내심 기자라고 섹스에 경험이 없으라는 법은 없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섹스면 되나? 그저 그뿐 이야? 나 가게로 돌아가야 해. 섹스를 하려면 빨리 하고, 그게 아니면 얘기로 마무리를 해야 되는 순서 아닌가?’
‘섹스도 하고, 얘기도 하고 좋잖아요? 급할 거 있어요?’
그녀는 나보다 여유가 있었다. 내가 팔을 두르고 있는 허리를, 뒤로 지그시 빼더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나의 타올을 양쪽으로 걷어 재쳤다. 나를 힐끔 힐끔 올려다 보면서, 내 좇을 귀두의 첨두 에서부터, 뿌리 끝까지 능란한 솜씨로 집어 삼키는 그녀의 사까시는 일품 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갈비뼈 근처에 있는 흉터와 배 쪽에 있는 흉터를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대니, 맨 살과 다른 또 다른 쾌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이 자리를 빌어 알려주고 있었다. 자기의 침을 질질 묻혀 가면서, 내 좇을 번들거리게 세우고 있는 그녀, 그녀의 날카롭기까지 한 손톱은, 나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수건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녀는 나의 등 뒤에 붙어서, 등을 가로 지르는 긴 흉터를 혀로 간지럽 히면서, 내 똥꾸녕까지 쩝쩝 거리며, 빨아대고, 손은 잠시도 쉬지 않고, 좇대와 불알을 쓰다듬고 주무르고 있었다. 다시 또 나를 돌려, 의자에 앉히더니만, 이번에는 좇을 다시 한번 깊게 입안에 물고서는, 구역질까지 해댔다. 두 눈이 벌게 지도록 토악질을 하면서도, 기도 저 끝까지 내 좇을 머금는 팬의 열정….나는 흡사 내가 유명한 사람이나 된 듯이, 거만한 포우즈로 의자에 파묻혀, 젖을 덜렁거리면서, 내 좇에 휘감겨 있는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가 나의 손을 잡아 끌면서 침대로 가자고 했다. 침대 턱에 걸쳐서 엉덩이를 뒤로 들이대면서 가랭이를 벌리는 그녀의 한마디,
‘당신의 좇물로, 제 보지에 싸인해 주세요.’
‘그래… 정말 희한한 팬클럽 이구만. 한 명 이길래 망정 이지…’
‘앞으로는 많이 생길 거에요. 윽윽윽윽윽…. 억억… 척척…..’
나는 내 좇이 그녀의 보지 속살을 말아 먹으면서 쫀득 하니, 씹구녕 안을 꿰는 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한 손 가락으로는 똥꾸녕을 침을 발라가며, 쑤시고 있었고, 나의 두 다리는 선 채로 그 강건한 근육을 그녀의 엉덩이에 거시게 맞딱 뜨리면서, 철푸덕, 철푸덕 호된 떡을 쳐대고 있었고…그녀의 씹물은 뚝뚝 바닥으로 떨어지다 못해, 이제는 동동 구리무 같이 허연 풀죽을 쑤어 대면서, 그녀의 보짓살 주변에 허연 떼를 만들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가 나의 좇을 보지에서 뻥하며, 빼더니, 씹물이 흥건한 내 좇을 그냥 입에 덥썩 물어 버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한 빨림으로 내 좇을 뿌리 끝까지 쭉쭉 흡입했다.
‘아흐,…. 아흐….. 이거 미쳐… 좇 터져…. 어흐…. 윽윽윽…. 악! 그렇게 이빨로 물면 어떻게 해. ㅇ…ㅏ…..ㄱ’
그녀는 빨다 빨다 기어이 내 좇을 이빨로 무척이나 끔찍스럽도록 아프게 물어댔다. 좇 끝부터 머리끝까지 전기가 찡 통하는 것처럼, 통증의 쾌속선이 뇌리를 강타하면서 나는 눈 앞이 까매지기 시작했다.
‘아야… 아야…아흐…아흐……악악악악….희…희……희수야!’
나는 잘근잘근 씹혀가는 좇대의 통증이 쾌감으로 바뀌어지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면서 어떤 여자의 이름을 불러대고 말았다. 누구였지? 내가 내려다 보니 그녀의 얼굴은 이미 땀 투성이 였고, 내 좇에서 터져 나온 좇물의 우렁찬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일부분, 입술 사이로 내 좇물을 흘리고 있었다. 입가를 쓰윽 닦으면서 볼일 끝났다는 식으로 그녀는 쌀쌀맞게 노트북 앞에 앉아서는, 무슨 정보가 날라오는가 하는 눈초리로 화면을 주시하면서, 나에게 권하는 법도 없이 담배를 피워 물었다.
‘볼일 다 본 건가?’
‘아니요. 이제 부터죠. 거기 좀 앉으세요. 희수….희수… 내 그럴 줄 알았지…. 내 예감이 틀림이 없구말구…….응…. 도착했네. 잠깐만 기다리시죠.’
‘뭘요?’
‘당신을 찾아내느라 너무 힘들었다구요. 그 보답으로 그 정도 섹스 쯤이야 백번 이라도 나한테 해줘야 하는데, 당신 사장만 아니었으면….이거야 원, 다빈치 코드보다 더 찾기 힘든 일을 나 혼자서 하라고 하니, 이렇게 몸이라도 굴릴 수밖에 더 있어? 국장 새끼, 내 가만 놔 두나 봐라….’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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