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부는 내제자 - 7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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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편 76부 >
[ 결합 1 ]
상아는 정식이 그런 짓을 꾸민 사실을 까맣게 몰랐었다.
정식의 남자다움과 깨끗한 매너에 이미 푹 빠져있던 상아인지라 한참동안이나 입고 나갈 옷을
고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처음이라면 처음일수 있는 정식과의 만남에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상아였다. 혼자 짜증까지 내며 간신히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상아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렇게 간신히 약속 시간에 아슬 아슬하게 집을 나선 상아는 절로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빠가 내어준 차에 올라탄 상아는 기사를 재촉하여 약속 장소에 겨우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정식은 나타날 줄을 몰랐다.
헨드폰으로 전화를 해도 꺼져있는 것도 아닌데 받지 않는 것이었다.
상아는 그렇게 자그마치 3시간 동안이나 하염없이 정식을 기다리다 힘없이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긴 상아를 만나러 온갖 치장을 하고 더군다나 호텔 방까지 잡으면서 준비를 했던 정식이
집 앞에서 납치되리라고는 상아도 정식 자신도 몰랐으니까...
그렇게 상아는 동성이 아닌 남자와... 그것도 첫눈에 홀딱 반한 남자에게 보기좋게 바람을 맞고는
힘없이 집으로 돌아 올수 밖에 없었다.
( 무슨 일이 있는거야... 자기가 먼저 약속을 정하고 안나올리가 없어... 전화는... 전화는...
연락을 할수 없는 상황일거야... 혹시 교통사고라도 난걸까?... 아니야 내가 무슨 불길한 생각을
절대 아무 일 없을거야... 아니야 설마... 거기서 일어난 일때문에 보복이라도...
아닐꺼야... 얼마나 눈부신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
거의 5분 마다 통화를 시도하는 상아였다. 그러나 여전히 상아가 들을 수있는 것은 "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합니다. " 라는 기계적인 음성이었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혼자 부인하며 힘없이 집으로 들어온 상아였다.
이미 박사장은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와 있었고 힘없이 들어와 역시 힘없는 어조로 자신에게 인사를
한 후 방으로 올라가는 상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흠!... 그 놈을 만나러 갔다 오는거군... 어떡한다... 말을 해줘야하나?... 아직 그일로 인해
충격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을텐데... 다시 그 놈이 정의의 기사가 아니라 사실은 모든 일의
음모를 꾸민 장본인이란 걸 알면... 휴!... 역시 부모란 정말 어려운 자리군... )
이미 그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부하들로 인해 정식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한 박사장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정식은 다른 년놈들과는 상대가 안되게 완전히 망가져버렸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정식이 그렇게 납치당하자 XX그룹이 발칵 뒤집혔었다.
비록 정식이 장남이 아니고 또 후계자 수업을 받기보다는 계집 사냥이나 돈을 쓰는데 정신이 팔린
한마디로 자신의 번지르한 얼굴을 믿고 날뛰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가족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고 경호원들을 닥달하던 정식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무실에 찾아온 사람을
만나고는 모든 것을 무마시켜버렸다.
물론 나머지 녀석들도 집안이 빵빵하다 못해 아무도 무시하지 못할 배경들을 가지고 있는
쓰레기들이었지만 그것도 박사장은 몇마디 말로 그들의 입을 막아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박사장도 딸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모든 것을 해주고 싶고 보호해주고 싶은 부모일
뿐이었다. 그런 마음에 혹시라도 상아가 상처를 받을까 걱정스러운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상아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때 창졸간의 일인지라 아무도 신경을 쓰지않아서
아무것도 모르던 동성이 상미에게 이야기를 듣고 나타났던 것이다.
" 안녕하십니까?... 상아가... 일을 당했다는... 이제서야 듣고... "
" 아!... 동성군!... 마침 잘왔네... 안그래도 너무 경황이 없어서 자네에게 연락을 못했었는데...
이제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네... 그리고 상아도 무사하고... 지금 제 방에 있는데... "
" 네!... 제가 올라가서 위로를 해도... "
" 나야 대 환영이지... 그런데 저녁은 먹었나?... 안먹었으면... "
" 아닙니다... 식사는 하고 왔습니다... 그럼... "
헐레벌떡 들어오다 박사장을 보자 고개를 숙인 동성이었고 그런 동성을 보자 박사장은 반색을
했다. 그래도 기간으로 따지면 일년여를 상아와 같이 있은 동성이였기에 상아의 아픔을 위로해
줄수 있겠단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런 생각에 동성에게 잠시 말을 건내는 박사장이었다.
박사장의 말에 대답을 하던 동성은 연신 상아의 방이 있는 이층을 바라보다 박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동성의 뒷모습을 보며 박사장은 상아의 마음을 달랠수 있기를
마음 속으로 빌고 있었다. 역시 박사장도 여느 부모와 다를바 없었다.
" 똑똑... "
" 혼자 있고 싶어... "
" 상아야 나야... 동성이 들어가도 되겠어?... "
" 동성이!... "
상아는 자신의 방에 들어오자 마자 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않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보기 좋게 바람을 맞은 자신이 한심해지는 마음과 함께 정식에 대한 원망이 가슴을 가득 메웠다.
그것도 잠시 아까 집으로 오면서 생각한 것이지만 혹시라도 정식에게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상아였다. 그렇게 실타래같이 얽힌 생각에 고민하던 상아는 문득 들려오는
문 두드리는 소리에 조금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들려온 동성의 목소리에 상아는 잠시 망설였다.
정식이 나타나기 전까지 당연히 결혼까지 생각한 동성이였다.
언제나 자신에게 정답게 대하며 자신이 어떻게 해도 웃는 얼굴로 모든 것을 다 받아주던
동성이였기에 그런 동성이 지금 밖에 와있다는 것을 알고는 미안한 마음에 절로 망설여졌던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상아는 결심을 한듯 침대에 업드렸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들어와... "
" 상아야!... 괜찮은 거니?... 놀랬겠구나... "
상아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동성은 화가 난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상아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 한 표정으로 상아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상아는 그런 동성의 얼굴을 보며 언제나 변함없는 따뜻한 마음을 읽었다.
그런 동성을 마주보자니 상아는 다시 자신의 마음도 모른체 자신을 걱정하는 동성에게 너무나
미안해서 살며시 눈길을 돌렸다. 차마 동성의 눈길을 받을 수 없는 상아였다.
동성은 불빛 아래 드러난 상아의 아직도 부기가 전부 빠지지않은 얼굴을 보자 마치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한 듯 가슴이 쓰려왔다. 처음 만나자 마자 대뜸 자신의 애인을 하라는 황당한 상아의 말에
당황했던 일부터, 그 이후 정말 자신을 애인으로 생각하고는 한번씩 고집을 부리긴 했으나 자신의
말을 잘 따라주던 상아의 행동, 마지막까지는 안갔지만 서로의 몸 구석 구석을 애무하던 일...
그런 것이 동성의 뇌리에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 미안하다 상아야!... 내가 힘이 없어서 널 지켜주지 못했어... 내가... "
" 아니야... 그때 넌 거기 있지도 않았잖아... 그러니 넌 아무런 책임도 없어... "
" 그렇지 않아... 그때 네가 나에게 오지만 않았더라도... 그런 일을... "
" 아니라니까 그러네... 설사 내가 거기 가지 않았다고 해도 그 년들이 날 그렇게...
휴!... 그만 두자... 다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이제 나 괜찮으니까...
우리 다른 이야기나 하자... 지나간 일 자꾸 들쳐봐야 마음만 아프니까... "
동성은 상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숙이며 뜬금없이 사과를 했다.
동성의 눈길을 피하고 있던 상아는 그런 동성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동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동성을 되려 위로했다. 그렇게 서로 자신의 잘못을 질책하는
두 사람이었다. 상아는 계속 말이 이어질것 같자 화재를 돌렸다.
동성도 그런 상아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상아의 상처만
건드린다는 것을 깨달은 동성이었다.
그런 마음에 화재를 일상사로 돌린 두 사람은 잠시 동안 미소를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했다.
평소 상아가 말을 꺼내고 동성은 간간히 대꾸하며 듣는 쪽이었으나 오늘 만큼은 동성이 이야기를
꺼내고 상아가 듣는 그런 대화가 이어졌다. 상아는 자신을 위로하려는 듯 조금은 과장된 표정과
말 그리고 몸짓으로 얼굴이 벌게지도록 이야기를 하는 동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상아의 뇌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정식이 떠올랐으며 그 정식을 동성과 비교하고 있었다.
( 편안해... 마치 오랫동안 입어온 옷처럼... 내몸에 꼭 맞는 옷처럼 너무나 편안한 동성이야...
하지만... 정식씨는... 남자답고... 강하면서도 매너가 있는... 물론 동성이 싫은 건 아니야...
아니 오히려 동성이 좋아... 하지만... 하지만... 정식씨는... )
상아는 동화 속의 위기에 처한 공주를 구하는 기사처럼 자신을 구한 남자다우면서도 믿음직한
그러면서도 귀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정식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수가 없었다.
은근히 더워져서 밤새 식을줄 모르는 온돌같은 그런 사랑이 있는가 하면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다고 하지않았던가?... 상아가 바로 그랬다. 자신이 그런 절대 절명의 순간에 빠졌을때 홀연히
나타나 보란듯이 구해준 정식에게 빠져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점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상아는 오래 사귄 동성을 보자 마음이 흔들리고 착찹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 동성아!... "
" 응?... 왜! 상아야... "
" 나 지금 피곤하거든... 좀 쉬고싶은데... "
" 응!?... 아! 내 정신 좀봐... 미안하다 상아야 내 생각만 하고서... "
" 아니야!... 니가 이렇게... 고마워... "
"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그럼 나 나갈께 푹 쉬어... "
한참 열을 내어 상아를 즐겁게 하려고 애를 쓰던 동성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상아의 말에
의아한 기색을 띠며 상아를 쳐다보았다. 그런 동성에게 상아는 온몸으로 피곤함을 드러내며 말을
했고 그런 상아의 말에 동성은 아차하는 표정으로 상아를 바라봤다.
이어 눈속 깊숙히 상아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채 동성은 상아에게 상체를 가져갔다.
그런 동성의 몸짓이 무엇을 말하는지 직감적으로 안 상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상아는 자신의 몸을 가만히 안아오는 동성에게 거부의 몸짓도 없이 안겼다.
" 아퍼!... 입속이 전부 째졌나봐!... "
" 미안... 미안... 오늘 따라 내가 왜이러지!... 죽일 놈들... "
그렇게 잠시 상아를 안은채 부드러운 손길로 상아의 등을 어루만지던 동성은 상아의 턱을 받쳤다.
상아의 눈이 다시 흔들렸다. 그리고 살며시 긴 속눈썹을 떨며 눈을 감는 상아였다.
동성의 두툼한 입술이 작은 상아의 입술에 부딪혔다.
상아의 팔이 동성의 목을 휘어 감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음 순간 상아는 급히 입술을 떼며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상아의 그런 말에 동성은 다시 얼굴을 붉히며 상아에게 사과를 했다.
( 달라... 전혀 달라... 그 사람... 정식씨 그 사람은 지나가는 바람이었어... 나에게는 동성이...
동성이가 있어... 그래 내가 잠시 착각을 한거야... 날 구해주어서... 그렇게... )
비록 입안이 온통 헤어져 있는지라 통증에 인상을 쓰긴 했지만 상아는 확실히 느꼈다.
동성의 품에 안기고 또 비록 아픔으로 인해 너무나 짧은 입맞춤 수준이었지만 상아는 자신에게
동성이 어떤 존재인가를 확실하게 깨닫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동성을 바라보는 상아의 눈빛이 또 변했다.
정식을 생각하며 흔들리던 눈빛은 이미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다만 사랑이 가득한 눈빛 만에
반짝이는 상아였다.
" 사랑해!... "
" ........... "
상아를 이렇게 만든 이름 모를 놈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던 동성은 갑자기 들려온 상아의 말에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바라본 상아의 눈에는 애정과 신뢰가 가득 담겨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동성은 더 없이 감미롭고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다시 상아의 작은 몸을 마치 보호하듯 품 속에 안으며 동성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상아는 기다렸다는 듯 그런 동성의 품속을 파고 들며 이제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 나도 사랑해... "
" .......... "
비록 상아의 상처로 인해 다른 행동을 할수 없는 두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 등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상아는 자신이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했다는데
대해 미안한 감정이 솟았다. 차마 동성의 얼굴을 마주보지 못하는 상아였다.
그러면서 상아는 그런 자신의 마음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끝없이 동성의 품을 파고 들었다.
젊은 남자 특유의 그것도 동성만의 진한 내음이 상아의 코를 자극했다.
상아는 언제까지라도 그것을 느끼려는 듯 길게 숨을 들여마셨다.
" 히잉!... 너 모르지?... 알리가 없지... 내가 어제 얼마나 무서웠는지... 또 속으로 널 얼마나
애타게 불렀는지... 미워!... 그런데도 넌 나타나지 않고... "
" 미안해... 내가 몰라서... 네가 그렇게 가고 나서 바로 잘 갔는지 확인이라도 해야했는데...
정말 미안해... 그러나 앞으로는 내가... 내가 널 지켜줄께...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더욱 열심히 수련을 해서... 맹세할께... 절대로... "
" 정말?... 그말 책임져야 해... "
" 당연하지... 내가 언제 내가 한말에 대해서 책임 안진 적이 있었니?... 날 믿어!... "
어느새 밝아진 상아였다. 한참만에 동성의 품에서 벗어난 상아는 투정하는 어린애처럼 몸까지
부르르 떨며 동성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물론 상아에게는 장난이었지만 듣는 동성에게는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동성은 상아의 말에 얼굴을 굳히며 굳은 의지를 담은 눈으로 상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맹세하듯 상아에게 한자 한자 분명한 어조로 말을 했다.
좋았다... 설사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상아는 그런 동성의 말을 믿고 싶었다.
아니 믿었다... 그런 상아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비록 아직은 그일로 인한 후유증으로 부기가 채 빠지지 않은 푸르죽죽한 얼굴이지만 활짝 웃는
상아의 얼굴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동성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 상아가 변했네... 집안의 막내답게 제멋대로 였는데... 그일을 겪고는... 아픔 때문일까?...
한층 성숙해졌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사람을 잡아 끌고 있잖아... )
정작 당사자인 상아는 자신의 변화한 모습을 까맣게 모르고 있지만 오랜 시간 상아와 생활했던
동성은 그런 상아의 변화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물론 상큼하고 어떻게 보면 귀여운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아에게서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한편으로는 요염한 모습까지 풍기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동성은 자신도 모르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이런 묘한 분위기에 폭주할 것 같은 자신을 달랠수 없을 것 같은 마음이었다.
" 왜 그래?... 어디 불편한 거야?... "
" 으응?... 아니야 불편하기는... 단지 널 이렇게 만든 놈들이 생각나서... "
" 히힉!... 이제 괜찮다고 했잖아... 그러니 이제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리고 이렇게 날 생각해주니 상아는 너무 행복해... "
" 알았어... 하하하... 그런데 너무 오래있었네... 걱정들 하시겠다... 그만 내려가 봐야... "
" 으응!... 그렇네... "
동성의 마음을 모르는 상아는 별안간 동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자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그런 상아의 말에 동성은 더듬거리는 투로 급히 말을 돌렸다.
다행히 상아는 그런 동성의 말을 믿는 눈치였고, 이때 란 듯 동성은 시계를 보며 말을 했다.
그런 동성의 시선에 따라 상아도 시계를 힐끔 보고는 순순히 수긍을 했다.
이어 두 사람은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는 방을 나섰다.
상아는 그 일로 인해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알았는지라 더욱 다정스럽게 굴었다.
계단을 내려가며 거실로 눈을 돌리니 미주 지역으로 비행을 하고 있는 상미를 제외한 가족들이
약간의 걱정스런 눈길을 자신들에게 주고 있는 것이 두 사람에게 들어왔다.
상아는 그런 부모와 언니를 바라보며 새삼 가족이란 것에 대해 생각을 했다.
언제나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새삼 소록 소록 솟았다.
그런 생각에 상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들에게 밝은 미소를 보냈다.
그렇게 밝은 상아의 모습에 안심을 한 듯 마주 미소를 짓는 박사장 부부와 상희였다.
" 이런... 역시 상아에게는 동성이가 보약이군... 그런데 상아가 너무 그러니까...
아빠는 섭섭한데... 이거 질투가 나서... 하하하... "
" 어머!... 아빠는... 놀리면 싫어요... 상아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힝!... "
상아의 밝은 모습에 안심을 한 때문인지 박사장은 그런 상아에게 가벼운 농담을 던졌다.
그런 박사장의 얼굴은 진짜 섭섭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하려는 듯 침울하게 변했다.
상아는 그런 아빠의 농담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쪼르르 달려가 목에 매달렸다.
그렇게 투정을 부리는 상아의 모습은 어느새 막내딸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상큼하고 발랄한 그러면서도 철부지의 모습으로... 가족들은 그런 상아의 행동에 모두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다시 정상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온 집안에 넘쳐나고 있었다.
" 사모님 안녕하셨습니까?... 누님도... "
" 어휴!... 나가더니 발길을 끊기로 했어요?... 자주 들러요... 이렇게 오니까 얼마나 좋아요... "
" 그래!... 동성아!...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서야... 이번 일이 아니었으면... "
"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아서... 앞으로는 자주 찾아오겠습니다... 그러면 맛있는거 많이
해주셔야 합니다... 혼자 살다보니 좀 부실한 것 같아서... "
" 어머나!... 당연한 말을... 그런데 음식이 그렇게... 내가 밑반찬이라도 좀 챙겨서... "
"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사모님... "
동성은 상아의 그런 모습을 잠시 미소로 바라보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인사를 했다.
그런 동성의 말에 박사장 부인과 상희는 미소를 짓고는 있었지만 가벼운 질책성 말을 했다.
그 말에 동성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편안한 마음에 농담조의 말을 했고 그것을 곧이 곧대로 믿은
박사장 부인의 말에 얼른 자신의 말을 수정하느라 쩔쩔 매는 동성이었다.
편안한 느낌에 그리고 어느 정도 환경에 적응한 동성은 처음 이 집에 올때와는 달리 조금은 세파에
닳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잠시 상아의 어리광을 받아주던 박사장의 눈길이 동성을 향했다.
" 동성군!... 오늘 시간이 있나?... "
" 네?... 시간이라면... 집에 가면 잠을 자는 것 외에는... "
" 그래?... 그럼 오랫만에 내 집에 왔는데 나하고 술이나 한잔하는게... "
" 저야 상관없지만... "
" 잘됐네... 그럼 우리 한잔하지... 어제 오늘 너무 힘들어서 말이야... 여보!... "
" 호호호... 알았어요... 동성군을 보니까 생각 나시나 보네요... 잠시만 기다려요... "
박사장의 말에 동성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가 대답을 했다.
그런 동성의 말에 박사장은 피곤한 표정을 짓더니 잘됐다는 듯 자신의 아내에게 말을 했다.
상아가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서 인지 박사장 부인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런 엄마를 따라 상아도 주방으로 쪼르르 걸어갔다. 물론 살짝 고개를 돌려 동성에게 예쁜 미소를
보내고는... 평소 같으면 그런 상아의 다정스런 모습에 인상을 그렸을 상희도 동생이 당한 일을
떠올리는지 그냥 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후!... 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상이 차려졌다.
박사장은 사양하는 동성에게 억지로 먼저 술을 따뤄줬다.
황송한 듯 두 손으로 정중히 술잔을 받은 동성은 술병을 넘겨받아 박사장의 잔을 채웠다.
그런 동성의 예의 바른 행동에 박사장은 가만히 미소를 짓더니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가족들을 빙 둘러보고는 동성을 향해 아니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 하하하... 이렇게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니 너무나 기쁘군... 비록 상미가 비행 중이라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족들이 다 모였으니...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건배를 하지... "
" 아빠!... 잠깐만... 우린 뭐예요?... 그냥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말이예요?... "
" 응?... 아차!... 그렇지!... 어쩐다... 독한 양주를 줄수도 없고... "
" 호호호... 냉장고에 맥주가 있으니까... 저도 기분이 좋으니 한잔 정도는... 잠시만... "
그렇게 술잔을 높이 드는 박사장의 행동에 말없이 듣고 있던 상아가 제동을 걸었다.
상아의 말에 박사장은 문득 자신의 아내와 딸들을 바라보며 약간 난처한 기색을 띠었다.
그런 박사장을 보며 아내는 밝은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일으켰다.
상희는 그런 엄마를 제지하며 자신이 먼저 주방으로 뛰다시피하며 걸어갔다.
이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대 여섯병의 맥주와 잔을 들고 오는 상희였다.
술잔들에 술이 차고 이어 잔을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거실에 울려퍼졌다.
박사장과 동성은 단숨에 술잔을 비웠고 나머지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에 맞게 술을 마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따뜻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것은 평소 견원지간인 상희와 상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상희와 상아의 두눈에는 가족의 소중함이 잔뜩 베어있었다.
술이 들어갔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일까?...
여자들의 수다가 거실을 가득 메웠다. 박사장은 어쩔수 없다는 눈빛을 동성에게 보냈고 동성은
그런 박사장의 눈길에 화답하는 듯한 눈길을 마주 보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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