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마을 - 25부
본문
윤초시네 집앞에 꽤 많은 사람들이 어느새 수십명을 이루고 사람들의 틈사이로 현우의 얼굴이 보여진다.
낮선이로 보여지는 두어명의 남자 들과 대화를 나누는 현우에게 많은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져 있었고 진지한 얘기라도 나누는 듯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진다.
“고추 한포대당 200환은 더 올려주셔야 겠습니다….우리도 땅만파서 농사 지은게 아닌데 거져 드릴수는 없지요..”
“예에…??..200환씩이나….아이고…무슨소리를….”
현우는 도시에서 내려온 상인과 물건값을 놓고서 흥정을 벌이는 중이었다.
마을사람들의 눈으로 호기심과 걱정스러운 눈빛이 흐르며 장중은 고요하게 변해져 있었고
현우의 가격요구에 상인은 두눈을 부릅뜨며 어이없는 듯 손사래를 치며 목소리를 높여간다.
“멀리까지 오신 것은 알겠는데요..지금시세가 오름세에 있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아실테고 도시에서도 야채값이 폭등한 상태라는걸 아시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200환 씩이나….그렇게주면 우리는 남는게 없습니다..우리도 이문이 남아야 장사를 하든지 할게 아닙니까…??..”
“허허…무슨말을…다..아시면서…예전의 가격으로 계속 거론하신다면 이번 흥정은 없던것으로 하겠습니다.. “
상인의 눈빛이 굳어져가고 한동안 현우를 바라보던 상인이 고개를 흔들고는
“그럼…100환으로 하십시다…마지막으로 우리가 해드릴수 있는 가격입니다….”
현우가 상인을 바라보다 등을 돌리며
“잘못 생각한거 아닌지 모르겠네요…지난번 서울에서 상인들 왔을 때 그냥 팔아버릴걸 후회가 되네요…돌아들 가십시오…낼이라도 서울로 전보쳐서 그사람들 오라고 하지요…우리 초록동 채소는 어디 내놔도 항상 상품으로 대접받는데…..원…”
투덜거리듯 현우가 말을 내뱉고는 걸음을 옮겨가자 상인의 눈속에 당혹감이 어리고는
“아이고…이런법이 어디 있습니까..??..저희하고 거래를 트기로 해놓고…다른데라니요…”
다급했는지 상인이 걸어가는 현우의 팔을 잡으며 목소리가 부드러워 진다.
“저…다시한번…얘기 좀 해봅시다…제가 좀…급해서….”
등을 돌리고 상인을 바라본 현우가 마을사람들을 훑어보고는
“이분들에게 물어보세요…지난번 서울에서 상인들 내려왔을 때 아까 제가 제시한 가격을 준다는걸 제가 거래선이 있다고해서 돌려 보냈는데 오히려 더 얹어 주지를 못할망정..깍다니요…아무리 우리가 무식한 농사꾼이지만..그렇게는 못 팔지요…”
“거…현우총각 말이 맞아요…”
덩치큰 풍천댁이 현우를 응원하 듯 걸걸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치듯 얘기하고 웅성거리듯 마을사람들이 한마디씩을 해대자 상인은 정신이 없는 듯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둘러본다.
상인은 자신의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예전에 없이 콧대들이 높아져서 난장판을 만드는건지 이해를 못하겠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동안을 고심하다
“이이고..예..예…그렇게 합시다..까짓거…..대신…다음에도..거래는 우리와 해야 됩니다..”
현우와 마을사람들을 둘러보며 상인은 인심이라도 쓰는 듯 목소리를 내며 가격을 올리겠다고 표시를 하고 현우도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그럽시다…우리도 되도록이면 아는 사람에게 팔아주어야 속이 시원하지요…”
마주보고 웃음을 지어올린 현우와 상인주위로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몰려오고 상인의 손에 불려온 사내들이 물량들을 파악하며 분주히 움직여 갔다.
어수선했던 거래가 끝나고 공터에 멍하니 서있던 현우의 어깨로 누군가 손을 짚어온다.
흠짓하며 등을 돌린 현우의 뒤에는 언제 다가왔는지 칠석이 할아버지와 마을노인 몇 명이 서 있었다.
“허허허…이놈….애썼다..그려…”
“껄껄껄…그눔한번…시원스런 눔일쎄 그려….”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마친 현우가 어색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는
“고생은요…할일을 했을뿐인데요…”
“허허허…겸손도 ..과하면…독이 된단다…그만하면 칭찬 받을만한 일을 했다…과수댁마을이라고 손가락질 받다가 그래도 니가 있어서 제값 다 받고 팔았는데 그만하면 잘 한거지..아암…”
노인들의 격려로 현우도 기분이 좋아짐을 느낀다.
자신의 의도대로 제법 좋은 가격으로 마을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했고 당분간은 판로 때문에 읍내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머리속이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동안을 현우와 웃음 핀 대화를 나누던 노인들이 돌아가고 현우는 곧 저물 것 같은 석양을 바라보다 자신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겨간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은 탓인지 배속이 요란하게 울려댐을 느끼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배를 쓰다듬고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현우는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이외인 듯 현우의 눈이 동그랗게 띄여지고 여인이 자신의 앞에 다가서는 순간 향긋한 내음과 청초한 모습이 보여졌다.
윤초시객 며느리 윤지였다.
발그래진 얼굴로 현우를 바라보다
“저…….혹…밤에 ..”
말을하다가 말이 목에 걸리는지 말을 잇지 못한다.
현우는 그녀가 무슨말을 할것인지 예상이 되는듯 고개를 끄떡이고는
“밤에 뵙지요…마을 밖..밤나무 밑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윤지의 혈색이 왠지 더 붉어 보인다.
등을 돌린 현우가 집으로 돌아가고 한동안을 그의 등을 보아가던 윤지도 깊은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간다.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밤이 됐다.
구름 한점 없기 때문인지 달빛이 대낮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밤이었다.
사박거리며 마을을 벗어난 윤지는 가까워 보이는 밤나무를 쳐다보며 사내를 찾기 시작했다.
두리번 거리는 시선끝으로 밤나무밑에 앉아있는 현우를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서기 시작하고 현우는 멀리서 다가서는 윤지를 쳐다보며 왠지 답답해지는 느낌에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잊어버렸으면 좋으련만 다친 다리가 회복되자 다시 깊은밤에 묘지를 찾아가는 그녀를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워짐을 현우는 느꼈다.
언제까지 이러한 행동을 계속 할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 자신도 그 행동을 도우는 이상한 사람이 돼버렸다는 생각에 어이없는 듯 자조섞인 웃음도 떠오른다.
“나오셨어요……죄송해요….저 때문에….”
고개를 숙여가던 윤지가 어색한지 등을 돌린 채 산으로 시선을 모아간다.
여전히 하얀소복에 하얀 보퉁이를 쥔 모습이 순결하게 느껴지고 목덜미로 몇가닥의 머리카락이 보여지며 청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없이 일어선 현우는 앞장을 서서 길을 걸어가고 윤지는 다소곳한 걸음으로 현우를 따르기 시작했다.
숲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점점 멀게 보여지며 이내 조용한 정적이 흐르기 시작한다.
묘지를 오랜만에 찾아온 윤지가 예전처럼 한동안의 시간을 보내고 미련이 남은 듯 고개를 돌리며 묘를 바라보다 현우가 앉아있는 풀밭으로 다가왔다.
내려가자는 뜻인지 보퉁이를 쥔 채 현우의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윤지를 바라보던 현우는 입에 물었던 풀입을 뱉어내고는 숲속으로 난 길을 앞장을 서서 걸어나간다.
현우의 뒤에 바짝 붙어선 윤지가 현우를 바라보다 입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저어….다음부터는..수고를 끼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앞장서서 걸어나가던 현우가 걸음을 멈추고 나뭇사이로 달빛에 비춰지는 윤지의 얼굴을 바라다 본다.
무슨뜻인지를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얼굴을 하는 현우에게
“당분간은 이곳에 오지 않을 생각이예요…저번에 하신 말씀처럼 죽은사람에 대해 너무 연연하다보면 나 자신이 더 힌들어 지는 것 같아요…그래서…”
고개를 끄떡인 현우가 윤지를 가만히 쳐다보아 가자 윤지가 쑥쓰러운지 고개를 숙여간다.
“잘 생각하셨어요…예전에 윤초시댁이 될 수는 없지만…그래도 영호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좀 달라져야되지 않을까 싶네요..”
무슨말인지 알겠다는 듯 윤지가 고개를 끄떡이고 현우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어간다.
현우는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는 윤지가 너무 맑게 느껴졌다.
아마 나이도 자신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듯 아직은 젊음을 간직하고 있었고 윤곽이 뚜렷한 얼굴은 현우의 마음을 울렁거리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을 듯 보였다.
하얗게 보여지는 윤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현우는 당황스러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윤지를 보면서 문뜩 정신이 듬을 느끼고 자신의 실수에 난감한 마음이 든다.
헛기침을 하던 현우가 다시 길을 재촉하고는 어두운 숲속길을 다시 걸어나가고 어색한 침묵과 두사람의 발소리만이 숲속을 울려댈 즈음 숲속 어디에선가 나뭇잎 밟히는 소리와 ‘후다닥’거리는 소리에 둘은 굳은 듯 걸음을 멈추어가고 멀지않은 곳에서 들려온 소리에 현우는 긴장감을 느끼며 자신의 곁에 윤지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팔을 들어 윤지에게 자신의 곁으로
붙으라는 표시를 한다.
조용하던 숲속에 다시금 나뭇가지와 풀잎이 흔들리며 무언가가 내는 소리가 들려지고는 윤지는 현우의 팔을 잡으며 두려운 듯 현우의 곁으로 바짝 다가섰고 현우는 감싸듯 윤지를 애워싸고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과 귀를 모으며 사커멓게 음영진 수풀속을 응시한다.
사람은 아닌 듯 하다.
짧게 들리는 나무와 수풀의 움직임이 짐승이 사람의 있음을 느끼고는 자리를 피하는 듯 수풀사이로 숨어든 것 처럼 생각이 들었다.
윤지는 들려오는 소리에 예전에 느꼈던 두려운 마음이 다시 생기기 시작하고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지 현우가 있음을 깨닫고는 현우의 곁으로 다가섰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손에 현우의 굵은 팔뚝이 잡혀져 있었고 다시금 울리는 소리에 그녀는 현우에게 안기다시피 밀착되어지고는 어깨로 둘러지는 듬직한 팔을 느끼고는
호흡이 멈춰지듯 숨죽여 갔다.
윤지의 시선끝으로 열걸음 정도의 수풀속에서 나뭇가지들이 움직이는게 보여지더니 동그란 인광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놀란 듯 현우의 품으로 깊숙이 안겨간다.
“어마…..”
“흐윽……”
현우 역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인광에 놀란듯 호흡이 끊기고 파랗게 보여지는 인광 두줄기에 마음속이 써늘해지는 느낌에 머리끝이 쭈뼛하게 쏟는 걸 느꼈다.
한동안을 응시하던 현우의 시선속에 인광주위의 희미한 윤곽이 보여지며 귀를 세운 채 자신을 응시하는 노루의 모습이 보여저 갔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시 바라본 곳에는 새끼정도로 보이는 아직 덜 자란 노루 한마리가 신기한 듯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의 가슴깊이 안겨있는 윤지는 떨리는 몸을 자신에게 밀착시키며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 현우의 눈에 비쳐저 갔다.
현우는 웃음이 배어나오는 걸 느끼고는 아직도 고개를 못들고 자신의 가슴에 몸을 밀착시킨 채 깊숙이 안겨있는 윤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뼈없는 연체동물인 양 자신의 가슴에 밀착된 윤지의 몸은 향긋한 내음과 함께 말랑말랑한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윤지를 쳐다보는 현우의 눈에 열기가 어려지고 품에 들어온 윤지를 살며시 보듬어 안았다.
아직도 두려운 듯 떨고있는 윤지는 자신을 감싸는 부드러움에 어느정도의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을 보호라도 하듯 팔을둘러 자신을 안은 현우에게서 진한 남성의 냄새를 맡고는 당혹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남편이외에 어느누구에게도 이렇게 자신을 맡겨 본적이 없었고 아무리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남들이 본다면 손가락질 받을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손을 밀고는 현우의 품을 벗어난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현우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윤지가 시선을 피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노루를 바라보고는
“어맛…노루가…..”
윤지를 쳐다보며 열기를 띄워가던 현우는 자신의 민망스런 행동을 자책하며 쓴웃음을 띄어 올리고는
“후후후…저 녀석이 범인입니다…아마 어미를 찾아다니고 있나봐요…”
사람이 두렵지 않은지 어느덧 몇보 앞으로 다가온 노루가 보여지고 귀를 쫑긋거리며 두사람을 쳐다보는 모습에 두사람은 맑은 웃음을 띄우며 얼굴이 환하게 밝아져 갔다.
한동안의 소동을 끝으로 숲속길을 걷는 현우에게 아쉬운 표정의 미소가 어려져 있었고 윤지는 얼굴위로 열기가 오름을 느끼며 현우의 뒤에서 발길을 재촉한다.
윤초시의 집앞까지 온 두 사람은 한동안을 말없이 서있다 아쉬운 듯 작별을 고한다.
“고마워요…전…아무것도 해드린게 없는데…”
“뭘 바래서 하는게 아닙니다..단지..혼자의 몸으로 힘든일을 한다는게 안타까웠을 뿐입니다…”
”…………….”
수줍은 듯 숙여졌던 윤지의 고개가 들리며 잠시동안이지만 현우를 응시하고 현우도 아쉬운 눈빛을 숨기지 않은 채 윤지를 응시한다.
윤지의 마음은 왠지 알 수 없는 허전함과 현우의 냄새를 떠올리곤 자신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아려오는걸 느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몇번을 보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윤지는 마음속에서 알수없는 당혹감과 허전한 아쉬움이 교차되는 걸 느꼈다.
윤지가 문을열고 안으로 들어가는걸 지켜보던 현우는 힘없이 고개를 돌리고는 터덜거리며 발길을 돌려갔다.
대문틈으로 보아지는 현우의 모습에 윤지는 가슴이 아픈듯 저려오며 자신의 눈속에서 물기가 어려지고는 볼을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알수없는 허전함.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아쉬운 감정만이 그녀의 뇌리에 남아있을 뿐 이었다.
짧은시간에 돌림병에라도 전염된 듯 그녀의 몸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고 열을 식히듯 한동안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이 저고리 고름으로 닦여져가고 한숨을 내쉬며 마당을 지나 별채로 힘없이 발길을 옮긴다.
큰 저택이지만 텅빈 듯 보여지는 집안이 귀기가 어린것처럼 윤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별채로 오르려는 윤지의 시선끝으로 별채옆에 누군가가 서있음이 보여져갔다.
커지는 윤지의 두눈이 어둠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인영을 알아보고는 눈꺼플이 떨리기 시작하면서 어깨와 손마디 하나에 까지 떨림을 이어간다.
현우였다.
굳어진 현우의 얼굴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고 윤지도 현우의 존재에 바위처럼 굳어진 자신을 느끼면서도 아무런 행동이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서로를 응시하던 현우가 윤지에게로 다가섰다.
아직도 몸을 떨기만하는 윤지를 현우는 바로 앞에서 지켜보기만을 한다.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듯 뜨여진 그녀의 눈이 멍한 듯 현우의 눈을 응시하고 현우는 자신의 몸이 자석처럼 느껴지며 그녀를 끌어안아 간다.
“흐으읍….”
윤지의 입술로 현우의 입이 덮여졌다.
아직도 커다란 눈이 상황을 이해 못한 듯 윤지의 눈은 뜨여져 있었고 현우의 뜨거운 입술에 전류가 흐르는 듯 짜릿한 느낌이 그녀의 뇌리로 번져가며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감겨지는 걸 느껴지기 시작했다.
향기로운 단술을 빠는 듯 부드럽고 촉촉한 그녀의 입술은 현우의 사고를 정지시켜 버린다.
시간이 멈춰진 것 처럼 고요한 별채에서의 입맞춤은 열정적이진 않았지만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현우의 가슴에 안겨진 윤지는 몽롱해진 상태로 마치 자신이 현우에게 끌려들어가는 환상에 젖어간다.
영혼이 빨려드는 느낌이란 윤지에게는 모든 사고의 번거러움과 희로애락을 지워버렸고 오직 부벼지고 빨아들이는 현우의 존재만이 그녀의 모든사고를 지배할 뿐이었다.
부드러움의 느낌에 현우는 가벼운 듯 자신에게 안겨진 윤지를 가슴에라도 심어 넣겠다는 듯 깊은 포옹으로 안아가고 갸냘픈 윤지의 몸은 현우의 넓다란 가슴속에 한치의 빈틈도 없이 밀착되어 있었다.
윤지의 입술이 열리며 현우의 부드러운 혈육이 윤지의 입속을 배회하며 달디 단 꿀물을 삼켜가고 요동치 듯 자신의 입속을 헤집는 현우의 혈육에 윤지는 점점 더 혼미해지는 자신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현우의 넓다란 가슴을 안아간다.
“흐으음…..”
자신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신음소리에 윤지는 눈이 뜨여지며 자신의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하고는 현우의 가슴을 미는 행동을 한다.
꿈쩍없이 갇혀진 현우의 품에서 윤지는 자신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에대해 놀라움과 함께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으…음…음..”
윤지의 웅얼거림에 현우는 정신이 돌아옴을 느끼고는 윤지의 불안을 알겠다는 듯 입술을 떼어내고는 윤지를 내려다보며 시선을 모은다.
“허….으…..안….안돼요……”
가쁜 듯 숨을 몰아쉬며 윤지가 말을하고 눈안 가득 열기를 띄운 현우는 윤지에 대한 집념에 그녀를 응시만 할 뿐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두려운 듯 윤지가 주위를 둘러보지만 별채의 보여지는 부분은 담벼락과 외로이 서있는 자신의 별당밖에는 보여지는게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윤지의 행동이 현우의 본성을 자극한다.
어린사슴처럼 두려움 가득한 눈망울을 보고있던 현우가 그녀를 안아든다.
“허억…..”
윤지의 탄성을 귓가로 흘려보낸 현우는 그녀를 안은 채 별당안으로 들어서고 장식이 없는 텅빈 방안에 곱게 깔려진 이불만이 현우의 눈속으로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그녀를 이불위로 내려놓은 현우가 다치기라도 할 듯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아직도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두려운 듯 몸을 떠는 윤지는 그의 행동이 궁금한 듯 그의 손을 바라다 보았다.
자신의 얼굴이라도 감쌀 듯한 커다란 현우의 손이 윤지의 턱을 받치고는 자신의 얼굴로 시선을 모으도록 들어가고 윤지는 알 수 없는 설레임에 자신도 모르게 현우의 눈을 바라보고 눈속에서 타오르는 열기를 감지하고는 전류처럼 흐르는 전율에 몸을 떨어갔다.
조용히 부딪혀오는 현우의 입술이 그녀의 얼굴위로 떨어지고 이불위로 누여지는 윤지의 하얀소복이 하나 둘 벗겨지기 시작한다.
윤지는 거부할 수 없음을 느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것 처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하얀소복 만큼이나 그녀의 몸은 하얗게 보여지고 윤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여진다.
가냘퍼보이는 어깨선과 가느다란 팔이 현우의 시선속으로 들어오고 치마끈을 잡은 현우는 설레이는 감정과 호기심에 손끝이 떨림을 느꼈다.
치마가 한꺼풀 벗겨지고 그녀의 하얀속치마가 눈앞에 아른거리며 선녀의 날개인 양 현우의 시선을 모아간다.
얋은 속치마속으로 그녀의 속옷들이 보여지며 현우는 숨이 멈는 듯한 느낌에 알수없는 희열리 몰려듬을 의식하고는 천천히 치마끈을 잡고는 그녀의 살결을 따라 껍질을 벗겨 내린다.
가슴을 감은 천과 하체를 가린 속옷만이 남았다.
두눈을 감은 채 윤지는 자신의 껍질을 한꺼플씩 벗겨내리는 현우의 손을 의식했다.
소중하게 자신의 껍질을 벗겨내리는 현우의 손에 그녀는 부끄러움조차 느낄 수 없었다.
살짝 대어지는 현우의 손이 불꽃처럼 뜨겁게 느껴지며 윤지는 알수없는 희열과 설레임만이 뇌리를 스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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