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기숙사 - 1부 4장
본문
야! 남문. 너 솔직히 말해봐. 뭐가 불만인데?”
기숙사 학생회장 선거 캠프로 방을 내준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자꾸만 짜증이 났다. 날마다 밤늦게까지 대여섯명의 여학생들이 모여서 선거에 대비한다며 수다를 떨었다. 선거운동을 하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선거와는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게다가 어떤 때는 남자인 내가 있어도 상관하지 않고 거침없이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낼 때도 있었다.
“얘 말도마라. 보지과 그 남학생 자지를 실제로 본 여학생이 있었는데.... 정말 아담사이즈였대. 호호호.....”
“자지과에 들어갔던 어떤 여자애는 일년 내내 거기가 간질거려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호호호.....”
“그런데 정말로 동성애과는 레즈가 많기는 많나보더라. 내가 아는 여자애도 1학기가 지나니까 거의 레즈가 되어버린 것 있지? 심지어는 내 방에 와서 유방을 내놓고 만져달라고 하기도 하고.....”
당시 침대에서 잠을 자다가 얼핏 잠이 깬 상태로 여학생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그 여학생들을 보는 것이 불편해져 버렸다.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여자 경험이 있었지만 여학생들이 모여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었다. 비록 내가 잠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여학생들이 하는 그런 얘기를 듣고는 여학생들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다. 적어도 이슬만 먹고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남자들처럼 모여서 스스럼없이 남녀의 성기와 sex에 대한 얘기를 한다는 것에 실망을 했다.
“아따메 그만 합시다. 인자 선배랑 말도 안할랑께 나 건들지 마쇼.”
“문아. 도대체 뭣 때문에 그러는지 말을 해야 누나가 속을 알 것 아니니?”
“흐미 선배도 참말로 징하요. 말허기 싫다믄 기냥 근갑다 하고 좀 땝두믄 어디가 덧나요? 워째 그라고 꼬치꼬치 캐물으요?”
“네가 왜 그렇게 화가 낳는지도 모르고 우리 방을 계속해서 선거캠프로 사용할 수는 없잖아?”
“선거라? 선거 선자도 꺼내지 마시요. 씨발 가시내들이 선거헌답시고 와가꼬 나불나불허는 꼬라지가 볼상 사나워서 더 두고는 못 보것습디다. 씨발 가시내들이 암대서나 할 말 못 할말 없이 염병지랄허고 자빠졌단께. 니기미 좆도.”
“누가?”
“누구긴 누구여라? 거시기하고 머시기하고 또 재수 좆나게 없는 가시내들이지라.”
“거시기는 누구고 머시기는 또 누구여?”
얘기를 하지 않으려던 것이 은호 선배의 끈기 넘어가 이미 말이 튀어나와 버린 마당이었다. 이미 일이 이지경이 되었으니 더 숨기고 말 것도 없다는 심정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근께 거 머시냐. 거시기 얼굴이 꼭 주먹만 해가꼬 눈 꼬리가 귀때기 쪽으로 팍 올라간 가시내 있지라?”
“수인이?”
“그 가시내 이름은 내가 알 바 아니고, 꽁지맹키로 머리를 묶어가꼬 댕기는 가시내라.”
“그래 수인이 맞네.”
“글고 꼭 옛날 여고생 맨이로 단발머리 짧게한 가시내랑...”
“주아?”
“내가 그 가시내들 이름을 알라고 그란것도 아니고... 암튼 그 가시내들이랑 같이 댕기는 가시내들 서인가 너인가? 그 잡녀르 가시내들 우리방에 못오게 허씨요.”
“왜 그 애들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
“아따. 그 가시내들이 나한테 엥게 붙으믄 콱 한대 줘 패블믄 끝나제라.”
“그럼?”
“내 가시내들 입 더런 년들 보다보다 그런 시궁창같은 개같은 년들은 첨봤소. 아- 씨발. 내 입만 더러워징께 그만 헐라요.”
아무리 화가 나고 아무리 은호 선배와 가까워 졌다고는 하지만 남녀간에 할 말과 못 할말이 있다는 생각에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은호 선배는 답답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하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
“예?”
갑자기 은호 선배가 큰소리를 내는 바람에 깜짝 놀라며 무의식중에 대답을 했다.
“너 똑바로 말 안 해? 너 정말 나 눈 뒤집히는 모습 보고 싶니?”
“아따 선배까정 어째 그란다요?”
“너 임마. 말 똑바로 안 해?”
“내가 어쨌다고 그란다요?”
“말을 하려면 끝까지 하던지, 아니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를 말던지.... 너 정말 누구 속 뒤집을려고 작정했니? 왜 말을 하다 말어?”
화가 치밀어 오른 은호 선배의 말투가 거칠어지자 덩달아서 내 말투도 거칠어졌다. 같이 흥분하는 바람에 참으려던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렸다.
“아따 근다고 내가 선배 앞에서 자지! 보지! 해야 쓰겄소?”
“뭐? 자...지? 보...지? 야-”
은호 선배는 다짜고짜 손을 들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 이거 아주 형편없는 새끼네? 그래도 한 방을 사용한다고 귀엽게 봐줄려고 했더니 인제는 기어오르려고 해? 너 아주 싸가지 없는 녀석이구나?”
“아따 근께 내가 암말 안한다고 그랍디여. 씨발 역부러 말 시킬때는 언제고 싸가지 없다고 사람을 다 패고 난리다요.”
은호 선배의 덩치를 보고 짐작은 했지만 생각보다 손매가 매웠다. 어깨와 등짝이 맞을 때마다 쩡쩡 울리는 것이 뼛속까지 아팠다. 정말로 맞아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손을 내밀어 은호 선배를 잡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은호 선배의 허리를 잡는 바람에 얼굴이 은호 선배의 가슴에 묻혔다.
“이 새끼 어디를 잡아? 이거 못 놔?”
지금 손을 놓았다가는 이대로 맞아 죽을 것 같아 손에 힘을 꼭 주고 얼굴을 최대한 은호 선배의 가슴에 파묻었다.
“오메!”
갑작스런 통증에 순간적으로 온 몸에 식은땀이 주룩 흐르더니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숨이 콱 막히고 몸속에 있던 모든 힘이 빠져나갔다.
허리를 붙잡혀 몸을 움직이지 못하던 은호 선배가 갑자기 발길질로 남자의 가장 큰 급소를 차버렸다. 단 한방에 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쓰러져 축 늘어져 버렸다. 씩씩거리던 은호 선배는 내가 쓰러지자 엄살 피우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속해서 악을 질렀다.
“이 새끼야. 일어나. 엄살인지 다 알아. 빨리 안 일어나?”
내가 쓰러진 상태로 꼼짝도 못하자 그때야 은호 선배도 겁이 났던지 내 몸을 흔들었다.
“야. 남문. 너 왜그래? 괜찮아? 남문? 문아?”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오고 눈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 몸을 흔드는 은호 선배가 보였다.
“으....”
“야? 괜찮아? 나 보이니? 대답해 봐. 나 누군지 알겠어?”
“괜.....찮....해.....라”
입속에서 맴돌던 말이 간신히 밖으로 튀어나왔다.
“휴-”
내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가 괜찮은 모습을 보니 은호 선배는 긴장이 풀렸는지 긴 한숨을 내쉬며 나를 껴안았다. 아까 맞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은호 선배의 가슴이 풍만해서 푹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은 건 억울하지만 이렇게 은호 선배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많이 아프니?”
은호 선배의 가슴에 파묻혔던 얼굴이 들리며 내 볼을 만지는 손이 느껴졌다. 때릴 때는 손매가 맵더니만 볼을 어루만질 때는 손이 부드러웠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 매 맞고 우는 나를 안고서 달래주던 누나처럼 아주 부드러운 손길로 내 볼을 어루만졌다.
“근다고 남자 거시기를 그라고 발로 직어부는 사람이 어딨다요?”
급소에 통증이 남아 아릿하게 아팠지만 그나마 정신이 돌아온 나는 은호 선배에게 투정부리듯 말했다.
“미안해...”
은호 선배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사과했다.
“그렇지만 네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었단 말야.”
“먼 말이라?”
“네가 한 말도 기억을 못하니? 네가 남자 그것하고 여자 그것을 큰 소리로 말했잖아?”
“아-”
그때서야 난 아까의 상황이 다시 생각났다. 은호 선배의 면전에서 악을 쓰면서 ‘자지, 보지’를 거론했던 것을 떠올렸다.
“근께 내가 말 안 한다고 안합디여? 성질 낼람서 멋허게 보채고 그요? 괜히 말허게 만들어가꼬 어만 사람만 쥐어 패고....”
“미안해.....”
은호 선배는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도 자꾸 물어보는 바람에 화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다.
“근께 어저께 수업이 겁나 많아서 쪼까 뒈가꼬 방에 와가꼬 한숨을 때렜소 안? 근디 먼 가시내들이 먼 소리를 그라고도 많이 헌지 시끄러워가꼬 잠이 깨부렀소. 조용히 좀 하라고 말을 헐라고 헌디 그 가시내들이 허는 말이 영 싸기지 없어가꼬 기냥 귀를 막고 자파서 혼나부렀소.”
“걔들이 무슨 말을 했는데?”
“아무리 내가 잠을 퍼잔다도 허도라도 머시매 옆에서 어떤 놈 자지가 크네, 누구 보지가 근질근질하네... 이런 말을 해야 쓰것소? 니기미 옆에서 듣고 있던 내 귀가 다 더러워 진 거 가태가꼬 천불이 납디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미안해.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너를 때려서 정말 미안해. 많이 아프지?”
자초지종을 들은 은호 선배가 또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내 상태를 물었다. 그제야 나는 아까 맞은 급소에 통증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을 의식했다. 그런 와중에도 갑자기 장난기가 돌아 제자리에서 쓰러지며 떼굴떼굴 굴렀다.
“오메- 오메 아픈그..... 아이고 엄니 나 죽소...... 오메 아부지.....”
“야..... 남문! 문아......”
“아이고 죽겄네.....”
“어디 봐! 많이 아파?”
“오메 씨발 부랄 깨져분거 갔소.....”
“어디 봐!”
은호 선배는 당황하여 내 트레이닝 복 바지를 내리려 했다. 나도 당황했지만 모른척하며 몸을 이리 저리 돌리며 바지 벗기기 쉽도록 은근히 도왔다.
“어디야? 어디?”
“아이고 거기 자지하고 부랄하고.... 오메- 아퍼 디질거 같소.”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내 좆과 불알이 드러난 것을 보며 은호 선배가 다급히 묻자 나는 더 아프다는 듯이 뒹굴며 은근히 좆과 불알을 은호 선배의 얼굴 쪽으로 내밀었다.
“찰싹!”
“오메!”
“너-?”
은호 선배는 내 행동을 알아차린 듯 머리를 내 엉덩이를 소리가 나도록 쳤다. 잠시 속은 것이 분한 듯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따메 그라고 보지만 말고 누나가 때렸은께 안아프게 만져조야할 거 아니요?”
“푸훗!”
실실거리며 말하는 내 모습을 보며 은호 선배는 웃고 말았다.
“너 그대로 있어!”
“왜라?”
“왜는 왜야? 네 자....지를 나한테 맞아서 아프니까 알콜 가지고 와서 소독할려고 그런다. 왜?”
“에? 아니라 인자는 한나도 안아프요. 안아픈께 소독 안헤도 되야라.”
“뭐? 호호호.....”
“하하하.......”
은호 선배가 어이없다는 듯이 쾌활하게 웃자 나도 따라서 웃었다.
* 작가의 말 *
- 1부 3장과 4장을 하께 올리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서 이제야 올립니다. 독자여러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빠른 진행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너무 빠른 진행은 흐름에 이상이 생길 것 같아서 조금 천천히 나가볼까 합니다. 이것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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