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기숙사 - 1부 2장
본문
머-다. 그 가시나가 니 좆을 봤다고야?”
읍 소재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대학이 있는 곳이라 유흥가는 형성이 되어있었다.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며 기숙사 얘기를 듣던 종길이 갑자기 큰소리로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씨발 놈이 쫌 째깐 소리로 말하랑께 그러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우리는 나지막한 소리로 얘기했다.
“근께 내가 거시기 하고 나온디 그 앞에 떡- 허니 서있드랑께.”
“그래가꼬 그 가시나가 니 큰 좆을 봤단말이제.”
“아따 씨발놈아 좆을 본 것이 아니라 빤쓰만 봤당께. 빤쓰가 앞으로 불룩 튀어나온 거를 보고 낯바닥이 빨개져가꼬 바깥으로 튀어 나가드랑께”
“자석아 그거이 그거이제. 인자 똥통대에서도 남대문이가 유명인사가 되야불것네.”
“이 씨발새끼가 쪽팔리게... 너 또 그 소리헐레?”
“아따 자석 성질하고는..... 알았어 임마. 앞으로 남대문 소리 안하믄 되제. 근다고 성질부리고 있냐?”
“염병할 놈 새끼. 니가 부화만 돋군께 내가 성질내제 씨발....”
“알았다. 새끼야. 술이나 묵어라.”
이미 100cc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종길이가 따라주는데로 한잔을 더 마시니 얼굴로 술기운이 확 올라오는 것 같다.
“야 종길아. 염병 개 좆같은 가시나랑 기숙사 생활할랑께 죽겄다. 씨발.”
“그거이 먼 소리냐?”
술기운이 올라오면서 나는 종길에게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은호 선배와 기숙사 사무실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은호 선배와 협의하여 작성한 기숙사 생활 수칙을 적은 종이를 종길에게 보여주었다.
“205호 기숙사 생활 수칙.
1. 기숙사 안에서 절대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않는다.
2. 밤 10시가 되기 전에 방에 들어오고 늦으면 서로에게 연락한다.
3. 빨래는 각자가 하며 방청소는 날마다 번갈아 가면서 한다.
4. 침대의 1층은 강은호가 사용하며 2층은 남문이 사용한다.
5. 서로의 사생활에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한다.
6. 밤 12시 이후 TV와 인터넷을 할 경우 양해를 구한다.
7. 기숙사 안에서는 술과 담배는 허용하지 않는다.
8. 공동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은 협의를 통해 하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선배인 강은호의 결정을 따른다.
기숙사 205호 실장 강은호, 실원 남문.”
종길이 생활 수칙을 읽는 동안 난 다시 1000cc를 한 잔 더 마셨다. 이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마실 만큼 마신 것 같다. 더 마시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만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아직은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는 내를 종길이 안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흐미. 이래가꼬 어쩌고 살래?”
생활 수칙을 보고 종길은 혀를 끌끌 찼다. 사실 말이 협의지 거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은호선배의 말대로 받아 적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나마 내 의견이 반영된 것은 12시 이후에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정도였다. 그것도 은호선배가 양해해줘야 가능하지만 말이다.
“어쩌기는 뭘 어쩌냐? 기냥 그대로 살아야제. 으 씨팔 죽겄네.”
“아 씨발 좆같은 새끼가 근다고 찍소리도 못하고 허잔데로 다 허기로 했냐? 글고도 니가 좆달린 머시마 새끼냐? 씨발 좆 띠어서 쩌기 가는 가시나 줘 부러라.”
종길의 손길을 따라 바라보니 호프집 밖으로 나란히 걸어가는 여학생 두 명이 보였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머리를 들이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씨발 좆같네. 글안해도 기분 좆 같은디 불난집에 부채질허고 자빠졌네. 씨발놈 새끼. 한 마디만 잘못해도 금방 주먹이 날아올꺼 맹키로 분위기가 숭악헌디 너 같으믄 거그따 대고 머라고 허것냐?”
“허- 니기미 좆도 나 같으믄 기숙사 튀쳐 나오고 말제 요로코롬은 못산다. 그것도 가시나한테 끽소리도 못하고 허란데로 함시로 살라믄 차라리 목메달고 디져불고 말제....”
“씨발놈이 진짜 속 뒤짚어 놓네. 좆도 누구는 거시기가 없어가꼬 그란지 아냐. 니도 한 번 봐라만은.... 가시나 새끼가 머시매 보다 더 등치가 큰디다.... 사감한테 대들면서 악을 빽빽 지른디.... 영락없이 싸납쟁이랑께.”
시큰둥한 종길의 표정을 보자 더욱 화가 치밀어 나는 더 열을 내며 얘기했다. 홧김에 1000cc 몇잔을 더 마시고 거의 횡설수설하다가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야. 남문. 빨리 일어나!”
누군가 내 몸을 세차게 흔드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어렴풋이 뜬 눈앞에 누군가 서있고 내 몸이 들리며 상체가 세워졌다.
“자 마셔!”
코앞에 내밀어진 컵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는데 익숙한 맛이었다.
‘우리 아부지 술자신 다음날 술 깨라고 엄니가 드리던 꿀물아니여?’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보니 은호 선배가 눈앞에 서있고 난 은호 선배의 1층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넌 어떻게 된 애가 첫날부터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어버리니?”
어리둥절한 상태로 빤히 쳐다보는 나를 보면서 은호 선배가 어제 저녁의 상황을 얘기했다. 밤 10시가 거의 다 되어서 내가 전화를 했고, 종길이를 바꿔주더란다. 그리고 종길이에게 의지한 채 겨우 기숙사에 들어와서 곧바로 1층 침대에 쓰러져서 잤다고 했다.
“지금 몇시요?”
“아침 10시 30분이야. 수업있어서 그냥 갈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깨워야 할 것 같아서....”
“예?”
오늘 아침 첫 시간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다. 곧바로 일어나 샤워를 하려고 상의를 벗었다.
“야!”
“예?”
“너 욕실 들어가서 옷 갈아입어야지?”
“아-”
부랴부랴 옷가지를 챙겨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은호 선배는 수업을 들으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과사무실에 소포 왔다더라.-
책상위에 놓인 은호 선배의 쪽지를 확인하고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달려서 간신히 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코끝에 자그마한 돋보기 안경을 걸치고 강의를 하던 교수님은 나를 힐끗 바라보더니 개의치 않고 계속 강의를 했다. 강의가 끝나고 대의원을 뽑겠다며 잠시 남아달라는 말을 뒤로한 채 나는 과사무실이 있는 본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 은호 얘기 들었니?”
“그래 새로 들어온 신입생 남학생이랑 기숙사 한 방 사용하게 되었다며?”
“이름 때문에 은호를 남학생으로 착각하고 남학생 기숙사에 배정했다더라.”
과사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들어가려는데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여학생들이 하는 얘기가 들렸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발걸음은 무의식적으로 속도가 줄어들며 여학생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그 남자애 보통이 아닌가봐. 처음에 은호보고 방에서 나가라고 했다며?”
“어머나 멋있다. 천하의 강은호에게 나가라고 말할 정도로 박력있단 말이야?”
“그건 은호를 모르는 신입생이라 그렇지 2학년 남학생이었으면 당장에 기숙사에서 나간다고 했을걸?”
“그래그래. 만약 2학년 남학생에게 은호와 한 방에서 생활하라고 하면 학교를 그만둔다는 얘도 있을 거야.”
“아무튼 그 신입생이 누군지 몰라도 1년 동안 꽤나 힘들게 되었네.”
“남학생들이 은호를 보고 염라대왕이라고 부른다지?”
“우리들에게는 수호천사!”
“그래그래 남학생에게는 염라대왕! 호호호....”
“우리 여학생들에게는 수호천사! 호호호....”
“호호호호호.......”
나와 은호 선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수다를 떠는 여학생들을 뒤로하고 본관으로 들어섰다. 옆을 지나치는 남학생이나 여학생 가운데 몇 몇이 흘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모르는 채 하고 재빨리 계단을 올라 3층에 있는 과사무실로 들어섰다.
“어떻게 오셨나요?”
그리 넓지 않은 과 사무실에 조금 커 보이는 책상에서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고 있던 남자가 물어왔다.
“저. 이참에 새로 들어온 남문인디라. 멋땀시 불렀다요?”
“뭐라고?”
남자가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랑께 거 머시냐 과사무실에 거시기가 왔다고 하든디...”
“거시기?”
“아. 소포말이어라-”
“학생 이름이...”
“남문이요.”
“아- 남무-ㄴ!”
남자는 책상위에 놓은 작은 소포상자 하나와 서류철 한 쪽을 펴서 주었다.
“거기 싸인해!”
“예! 인자 가도 돼지라?”
서류에 싸인을 하고 소포를 들고 나오려는데 남자가 불러 세웠다.
“남문!”
“예?”
“소포에 등본재중이라고 들어있던데, 지금 재출하고 가는 것이 편하지 않겠어?”
“아! 예. 그라지요.”
소포 상자를 열어보니 편지봉투에 들어있는 주민등록 등본이 있어서 남자에게 주었다. 모든 학생에게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게 하도록 학교방침으로 정했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등본과 함께 들어있던 봉투에 내 이름으로 된 통장과 현금카드 그리고 나무도장이 들어있었다.
‘일단 100만원 너났은께 함부로 쓰지 말고 애껴 써라. 비밀번호는 애비 전화번호다.’
통장 안에 들어있는 쪽지를 보면서 아버지의 전화번호를 생각했다.
‘싸고빨고’
요즘말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전화번호는 4989다. 아버지는 ‘사구팔구’라고 불렀지만 난 ‘싸고빨고’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고1때 아버지가 마련해준 내 핸드폰 번호는 8949였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내 번호를 ‘빨고싸고’라고 불렀다. 남들보다 월등히 큰 내 좆을 연상하여 부른 번호였다.
“인자 가도 돼지라?”
“응. 근데....”
“예? 왜요?”
“사투리 말고 표준말을 사용하면 좋겠다.”
“사투리 쓰믄 안 됀다요?”
“꼭 그런 것은 아닌데, 다른 사람들이 잘 못알아 듣잖아”
“모르믄 말제 어쩐다요? 난 암시랑토 안은디”
과사무실을 나오는데 웬 여학생 하나가 조심스럽게 사무실로 들어왔다. 크지 않은 키에 어깨가 움츠러져 있고 고개까지 숙인 모습이 꼭 무언가에 잔뜩 주눅이 든 듯한 모습이다.
* 작가의 말 *
- 주 1회 연재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제가 생각해도 너무 간격이 멀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조금 빨리 연재해볼까 생각하고 이번에는 좀 빨리 올렸습니다. 그렇지만 주 2회는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일하는 틈틈히 써서 가능하면 빨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사투리에 대해서는 좀 더 두고 생각하겠지만, 아마도 고쳐쓰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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