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빛, 내 생명의 불꽃, ... - 5부
본문
5. 수경의 파경
그 여름 나는 민서와 그런 일이 있은 후 상당기간 죄책감에 시달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미성년에게 교육을 핑계로 못할 짓을 했다는 생각과 혹시나 수경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무슨 낯으로 살아가나 하는 생각에 내 몸이 순식간에 굳는 것을 느꼈다. 한 순간의 욕망에 무너지는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민서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예전과 달리 느껴졌다.
몽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때가 많았고 친밀한 행동의 표현이 도를 지나칠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날 민서와 단 둘이 있을 때 그 날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자고 서로 다짐을 받았다. 내가 워낙 단호하게 말을 해서인지 민서는 별 말이 없이 동의를 했다. 그런 일은 민서가 훨씬 더 커서 민서랑 비슷한 나이의 남자를 만나서 서로 사랑하게 되면 그때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민서가 마음속으로 서운해 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 별다른 일이 없는 상태에서 여름이 지나갔다.
동영과의 관계는 더욱 소원해지고 만나는 것은 서로 피했다. 그러다 보니 수경과의 만남도 거의 없었다. 아내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그렇게 금슬이 좋아보이던 동영 부부가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고 한다.
내가 있을 때도 가끔은 싸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번은 큰 소리가 나고 비명소리가 나고 물건이 깨지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중에 동영과 수경이 결국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두 주쯤 지나자 아내가 수경에게 들은 이야기를 나에게 전해 주었다.
동영에게 다른 여자가 생겨서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민서는 수경이 양육하기로 하고 아파트를 수경에게 주고 동영은 몸만 빠져 나갔다는 것이었다. 나는 수경에 대한 나의 욕심을 채울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다고 느꼈지만 아쉽게도 수경은 집을 팔고 이사를 하기 위해 집을 내 놓았다는 것이었다.
그 해 11월에 수경이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한 달쯤 지나서 생활 수단으로 미술학원을 겸한 유아원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내가 한 번 다녀왔다고 했다.
수경이 이사를 한 후로 민서는 공부하기 위해서 우리집에 오지 않았다.
주희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다. 어느날 내가 쉬고 있는 토요일에 주희가 학교를 끝나고 돌아오는데 민서와 함께 들어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무척 반가웠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거의 4개월 만에 보는 민서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지만 자세히 보니 약간 어두운 표정이 읽혀졌다.
주희도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초경을 했고 몸매도 커졌지만 교복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민서의 몸매는 작년에 비해서 또 달라졌을 것이라고 짐작이 되었다.
내가 민서의 근황을 묻고 위로를 해주었다.
주희와 민서는 중학교도 같은 학교에 가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민서내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쯤 되는 곳에 있었다.
나는 전처럼 주희랑 함께 공부하라고 권했다.
민서는 엄마에게 허락을 받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주희와 민서의 가정교사 노릇을 계속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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