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빛, 내 생명의 불꽃, ... - 1부
본문
1. 딸의 과외선생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은 햇살이 따사로운 어느 봄날이었다.
새로 이사 온 아파트의 현관 입구에서 여자 아이 서너 명이 장난 치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 생인 내 딸 또래였는데 그 중 화사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였다. 첫 느낌에 보기 드물게 예쁜 아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쯤 지나면서 몇 번 더 마주치는 동안 그 아이의 엄마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여자와 함께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성숙한 여인의 아름다움이 만개한, 남자라면 한눈에 반하게 만들만한 여자였다. 결혼과 출산 후 외모에 대해서 포기해버리는 대부분의 여자들과는 달리 꾸준히 관리해 왔다는 인상을 받게 하는 귀티 나는 외모였다.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903호에 새로 이사 온 주희 아빱니다.”
“예. 안녕하세요? 저희는 1003호에서 살아요.”
“아! 바로 우리 윗집이네요. 잘 부탁합니다.”
화장을 하지 않은 듯한데도 투명하게 느껴지는 얼굴과 살짝 웃으며 드러나는 하얀 치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에 따님과 함께 지나가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따님은 몇 학년이에요?”
“네. 우리 민서 말하는군요? 4학년이에요.”
“그래요? 우리 주희도 4학년인데....”
그 이후로 마주치면 서로 가벼운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는 내 아내로 인해서 였다.
그때 내 나이가 37세로 결혼한지 11년째 접어들었었다.
변두리 아파트를 전전하다가 이곳 신도시에 30평 대 번듯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 직장도 대기업의 인사 부서에서 그룹 사 교육과장으로 진급하여 부러울 것이 없었다.
아내가 주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아파트에서부터 시작하여 몇 번 옮기는 동안 이만한 재산을 모았다. 아이들이 크기 전에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어 놓아야 한다며 지금도 일주일에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출근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나 보다 한 살 아래인 아내는 외모도 비교적 큰 키에 균형 잡힌 몸매와 얼굴도 미인형에 속했다.
아이들은 첫째가 딸로 그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고 둘째는 아들로 1학년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일찍이 격주 휴무제도를 실시했었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배운 공부를 점검하고 모르는 부분을 이해 시켰다. 평일에는 나도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기는 어려웠다. 학원은 음악학원과 미술학원에 다니게 했고 일반적인 학과과목은 스스로 공부를 하도록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서 내가 도와주는 방법을 택했다.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수학 문제가 꾀나 생각을 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가 대학시절 입시 과외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어서 가르치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우리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아이들도 나를 잘 따랐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의 심리와 사고의 수준, 그리고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 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 주면 어렵지 않게 이해를 하는 편이었다. 수학은 교과서와 문제집을 가르치며 문제를 푸는 원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영어는 회화 위주의 책과 동화책을 사다가 나와 영어로 이야기하는 형태로 가르쳤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다가 반복적으로 실시하자 재미있어 하며 책의 내용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1학년인 아들보다는 4학년인 딸에게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었다.
초등학교의 교장이 욕심이 많아서인지 1년에 3,4차례 시험을 보고 평가를 하였는데 우리아이들이 항상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을 보고 자랑스러움과 보람을 느꼈다.
부모들의 학구열이 강남에 못지않다는 신도시로 이사 와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을까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공부도 잘하고 그런대로 친구들도 생기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1개월쯤 지난 어느날 아내가 내게 말했다.
“여보. 우리 바로 윗집에 사는 민서네 알아?”
“응.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치면서 인사 했어. 상당히 미인이던데.”
아내는 눈을 가볍게 흘기며 말했다.
“흥. 그 남편은 더 미남이더라.”
“그래? 남편은 못 봤는데.”
“그 집에서 언제 식사나 같이 하자는데.”
“그러지 뭐. 집으로 갈게 아니라 밖에서 술이나 함께 마시지 뭐.”
“그게 낫겠지?”
내 아내와 민서 엄마의 약속에 의해서 어느날 밤에 집 근처의 호프집에서 네 사람이 만났다.
아내의 말대로 민서 아빠도 대단한 미남이었다. 일반적으로 한쪽이 미인이거나 미남이면 배우자는 못 생기거나 평범한 경우가 많은데 그 집은 둘 다 군계일학처럼 돋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한 마디로 여자들에게 인기 있을만한 외모의 남자였지만 남자인 내가 볼 때는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니라고 느꼈었다.
내가 먼저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한진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동영입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내가 조금 어색함을 느끼고 있는데 민서 아빠가 말을 했다.
“여자 분들도 소개합시다.”
“주희 엄마예요.”
아내가 대답을 하자 민서 아빠가 다시 말 했다.
“주희 엄마라는 이름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진짜 이름을 소개합시다.”
아내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호호.. 오랜만에 이름을 써 보내요. 윤혜진이예요.”
“어머! 저랑 성씨가 같네요? 저는 윤수경이예요.”
서로의 나이와 직업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동영은 나와 동갑이었고 증권회사의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라고 했다.
맥주가 나오고 시원하게 한잔씩 들이키고 나서 동영이 제안을 했다.
“모처럼 동네에서 동갑을 만났는데 우리끼리 이렇게 만날 때는 앞으로 누구 엄마, 누구 아빠라고 부르지 말고 이름을 부릅시다. 괜찮지요? 혜진씨? 진우씨?”
“하하... 좋네요. 우리 집 사람은 자기 이름도 잊어버릴 지경이라는데...”
아내가 말을 받았다.
“정말 그래요. 여자들은 결혼하고 나면 자기 이름이 불리어지는 경우가 드물어요.”
서로의 직업이 다르다 보니 공통적인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화제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수경이 먼저 물었다.
“진우씨네는 아이가 둘인가 봐요?”
“네. 첫째는 딸 주희고 둘째는 아들 주영인데 4학년, 1학년이에요.”
“우리는 민서 하나에요. 4학년이구요.”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랐겠네요?”
“너무 부모에게만 의존하고 조금 외로운 것 같아서 요즘 같으면 하나 더 낳을 걸 그랬다고 생각해요.”
동영이 장난스러우면서 느끼한 말투로 말을 받았다.
“오늘 밤에 하나 만들까?’
“호호.. 이이는…”
수경이 약간 민망한 듯 나를 보면서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아내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주희가 공부를 잘한다면서요?”
아내가 약간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어머! 어쩌다 한 번 잘 한 것이 벌써 소문이 났어요?”
“어느 학원에 보내요?”
“학원에 안 보내요. 주희 아빠가 주말과 휴일에 봐주고 주희가 알아서 공부해요.”
“어머! 정말 대단하네요. 요즈음 학원에 안 보내고 그만큼 공부하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 아빠가 꼼꼼히 가르쳐요. 나는 절대 그렇게 못하겠어요. 가르치는 것이 타고 났나 봐요.”
“부럽네요. 나도 집에서 놀고있으니까 민서를 가르치려고 했는데 나도 그렇고 민서도 잘 따라 하려고 하지 않아요.”
여자들이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 남자들끼리는 서로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허세도 부리고 또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남자들에게는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자기 과시욕이 조금 많은 편인 것을 빼고는 대체적으로 마음에 드는 편이었다.
그날 이후 가끔씩 넷이 함께 만나서 술도 마시고,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하기도 했다.
노래방에도 가고, 또는 민서 아빠와 단 둘이 술을 마시기도 했다. 둘만 만나서 이야기할 때 느낀 점은 민서 아빠가 상당히 바람 끼가 있고 여자를 밝힌다는 점이었다.
몇 차례 함께 만나는 동안 우리는 상당히 친해졌고 가볍게 말도 놓게 되었다. 서로의 아내와도 가벼운 농담을 하는 정도까지 발전하였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사실 동영이와 만나는 것은 만나도 그만 안 만나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수경이와의 만남은 드러내 놓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기다려지고 바라는 바였다.
그녀의 얼굴과 몸매, 여유로워 보이는 태도, 말할 때나 웃을 때의 애교 있는 표정들과 언뜻 드러나는 볼륨 있는 몸매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다양한 표정 중에 어쩌다 한번씩 보이는 거의 숨이 막힐 것 같은 유혹적인 표정이 있었다. 웃을 때 작게 나타나는 보조개와 코에서 입가로 내려오는 곡선, 그리고 입술은 뇌쇄적이라고 할만했다. 남편이 앞에 있다는 것도 잊고 멍하게 빠져드는 것을 애써 감춰야 했다.
그녀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 하나가 사랑스럽고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아내와 섹스를 할 때에도 그녀를 상상하면서 하는 일이 많았다.
아내에게 들은 바로는 수경의 친정이 상당히 있는 집안이고 아버지가 예전에는 국회의원도 한 번 했었다고 했다. 애초에 정치에 큰 뜻은 없었고 지금은 은퇴하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모아놓은 재산으로 여생을 소일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매력이 외모에서 뿐만 아니고 말과 행동에서 모두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어릴 때부터 자라온 유복한 환경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주희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데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보.. 수경씨가.. 우리 주희 공부 가르칠 때 민서도 함께 가르치면 안 되겠냐고 하는데...”
“민서는 학원에 다닌다고 안 했어?”
“응. 그런데 민서가 주희하고 이야기 하다가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고 자기 엄마에게 말했나 봐.”
내가 주희에게 물었다.
“너도 민서랑 함께 공부 했으면 좋겠니?”
“응. 아빠.”
“그래. 그럼 함께 하자.”
나는 주희가 찬성 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아무래도 수경이네와 관계를 많이 맺을수록 그녀와 만날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불감청이나 고소원의 심정이었다
그래서 일요일부터는 민서도 우리집에 와서 함께 공부를 하게 되었다.
처음 몇 주는 민서와 주희의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민서와 주희의 진도를 따로 나갔다. 그리고 숙제를 내주고 3번째 주부터는 주희와 함께 진도를 나가게 되었다.
몇 주일 같이 공부를 가르치면서 민서를 유심히 관찰을 했는데 요즈음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티 없이 밝고 맑은 표정에 명랑한 성격인 듯이 느껴졌다. 특히 미소를 지을 때는 아이라고 보기 힘들게 요염함과 섹시함은 수경을 빼다 밖은 것처럼 매력이 있었다.
약간 살이 있는 체형에 키는 내 딸과 비슷했고 얼굴은 둥근 형으로 볼이 풍만하면서도 턱 끝은 뾰족한데, 미소를 지을 때의 표정은 성인인 나를 매혹시키기에도 충분했다. 기껏해야 11살짜리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다는 것이, 처음에는 딸처럼 귀여워서 갖는 생각이라고 치부했지만 묘하게도 끌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민서의 엄마인 수경에게 흑심을 품고 있어서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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