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새댁은 너무해!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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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옆집 새댁은 너무해.
이런......
도대체, 내가 무슨생각으로....
그녀의 눈동자가 놀란듯 동그랗게 커졌다. 그녀의 달콤한 자스민차 향이 느껴지는 말랑이는 입술이 가늘게 떨려왔고, 연두빛 맨소매 티 위로 볼록하게 들어난 두 젖가슴은 위 아래로 몰아쉬는 숨을 고스란히 들어내고 있었다.
세상에... 갑작스런 나의 행동에 그녀는 분명 많이 놀란모양이다.
이럴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마치 겁을 양껏 집어먹은 어린 소녀를 겁탈하려는 못된 놈이 순시간 되어버린 것이다.
내 입술에서 짧은 한숨이 새어져 나왔다.
힘껏 잡고 있던 그녀의 두 손목을 조심스레 놓으며 나도모르게 눈을 감아버렸다.
"미..미안해요. 이럴 생각... 아니었는데.... 정말 나.. 아니었는데..."
그녀는 풀린 두 손목을 하이얀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속눈썹을 떨구며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아니야.. 아니예요.
내가 먼저 놀려서 미안해요. 용수학생. 하지만...."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녀의 불안정한 표정이 부드럽게 녹은 치즈케잌처럼 말랑하게 변했다.
잠깐. 잊고 있던 무언가를 회상하듯 그녀의 두 눈은 빛으로 반짝였고, 아릿하게 들어난 미소를 분명 보았다.
그러다 그녀가 나를 쳐다본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연인을 바라보듯, 영원처럼 그 순간 내 몸은 경직된채 아무것도 그 무엇도 생각할 수 없이 그녀의 두 눈동자를 그녀만큼 간절히 바라보았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모르지만, 참 많이 닮았어...
그래서 스스럼 없이 장난치게 된건지도 몰라요."
"누..누구와..."
"아니야.. 아니예요. 이제 그만 가봐야죠??"
"네? 네... 가야죠..
저기... 저..."
"응?"
"가끔.. 놀러와도 돼요?"
말을 꺼내 놓고도 우스웠다.
무슨 이유로 그녀집에 놀러오겠다는 소린지...
그녀가 내또래 친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이웃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내 심장은 그녀에게 원해선 안되는 것을 바라고 있으면서... 무슨 이유로, 어떤 명목으로..
그치만, 꺼낸 말에 대한 그녀, 머뭇거리며 잠시 고갤 갸웃거리는 그녀의 답이 우선이었다.
" 이곳에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아 아는 사람도 없는데..
용수학생이 놀러오면 심심하진 않겠다. 그래요 놀러와..."
내 생각들이 무색할정도로 그녀는 밝게 웃으며 승낙의 답을 건네준다.
"아싸!!!"
그녀의 집을 빠져나오며 나는 미칠듯 춤추는 심장의 즐거운 비명을 어쩌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
아무도 알지 못할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는 은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피식 웃음이 쏟아지는 늦은 오후를 보내고, 일찌감치 엄마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선 욕실 욕조에 몸을 담궜다.
차가운 바람탓인지 따끈한 욕조물에 온 몸이 나른하게 노곤해졌다.
그러다가 그녀가 매만졌던 나의 팔뚝을 내려다 보았다.
힘을 주어 근육을 키워보기도 하고, 그녀가 닿았던 그 순간의 감촉을 되살려보기라도 하듯 눈을 감고 조심스레 팔의 근육을 만져보기도 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맡닿아 양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만 그때처럼, 괜실히 얼굴이 붉어졌다. 묘했다. 묘하면서도 결코 싫지 않은 그런 야릇한 감정에 괜히 또 실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를 상상하는 동안, 그녀의 하이얀 배꼽이 떠올랐다.
그 연두빛 맨소매 아래 얄팍하게 걸친 청바지 위로 곱게 들어난 그녀의 하이얀 맨살에 포옥 박힌 배꼽.
어쩌면 그렇게도 미운 곳이라곤 한군데도 찾을 수 없는 걸까?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은근히 비교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애가 못생겼다는 소리가 아니라, 차원부터 다르다는... 말로 쉽게 풀어 설명하기 힘든 뭔가가 확실히 달랐다.
매혹적인 그녀의 보드라운 손목의 느낌을 회상해본다.
내 손안에서 꼼짝 못하고 붙들려 있던 그녀의 손목. 사실 누가 알았을까?
접시를 주러갔다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볼 귀회를 얻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 아닌가??
그리고. 그녀가 얼버무린 닮았다는 그사람이 궁금했다.
사진으로 보아하니 남편은 아닌것 같고... 대체, 나와, 그녀 기억속 누구와 닮았다는 걸까?
까만밤. 별을 헤아려 볼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밤.
이런 콘크리트 바닥에서도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다니, 가을은 가을인듯 싶다.
방안에 들어앉아 컴퓨터를 켠 채, 잠시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예전엔. 그러니까 그녀가 이사오기전엔 엄마가 환기좀 시키라고 열성적으로 잔소리를 해댈때나 열던 조그만 창문이었는데, 이젠 창문을 열때마다 무슨 보물상자를 조심스레 떠들어보듯 숨까지 죽이고 아주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깜깜한 창문이 보일때면 양껏 긴장했던 긴장감이 확 풀려 버리지만, 오늘처럼 나지막히 불빛히 새어나올땐 심장박동수가 배로 넘어선다. 아마도 그녀, 아직 잠을 청하지 못한것 같다. 아무도 보이지 않던 창가에 그녀가 얼핏 얼굴을 내밀어본다. 앙증맞게 말아올린 머리위 타월... 샤워를 마쳤는지 그녀 머리칼을 감싸고 있는 분홍빛 타월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머릴 말리려는듯 말아올린 타월을 풀러내고 머리칼의 물기를 닦아냈다.
샴푸향기가 이곳까지 바람타고 흐르는 것처럼 밤공기는 낭만적이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 안는게 보였다.
매혹적인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서슴없이 움켜쥐며 그녀를 돌려 세우는 남자...
그녀의 남편...
참 형편없게 생겼다 싶은 그녀의 남편이다.
남자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한손으론 커텐을 스르륵 쳐버리고 말았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음속이 뒤엉켜 괴로웠다.
당연히 그녀가 결혼한 유부녀란 사실을 모르는게 아닌데도, 물론 일부러 보일려고 그랬던 것은 아닐테지만, 남자와 키스를 하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질투심과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커텐 실루엣으로 그들은 더욱 더 진한 키스를 나누는듯 보였다.
그리고 이내 켜져있던 스텐드 불빛마져 사라졌다.
깜깜한 그녀의 서재 창문을 멍하니 보다, 마지막 책상 서랍 속 몰래 감춰두었던 담배 한개피를 끄집어내 입술에 물었다. 지글거리는 라이터 불빛에 담배끝이 타오르고, 하이얀 연기와 함께 한숨을 깊게 뱉어냈다.
이렇게 바라만 볼 수는 없어....
그냥 이렇게...
"너 아침부터 왜이렇게 먹는게 부실하냐~~
어서 먹고 학교가야지?? 지각하면 어쩔려고 그래!!"
"후우~~"
"어쭈!! 밥상머리 앞에서 한숨까지??
그래도 소용없어. 이번달 용돈 준지가 언젠데 또 돈타령 하려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눈썹을 찡그리며 "돈 없다는 표시를 미리부터 하신다.
"그런거 아냐..."
"근데 왜그래? 너 또 사고쳤냐???"
"아니래두!! 다녀올게요.. 후우.."
아들녀석 뒷모습이 안되보이셨는지 엄마는 안쪽 주머니에서 이만원을 끄집어내 신발을 신고있는 내게 건네신다.
"아들하나 있는게 애물단지라고!!
아껴써!! 그리고 수시합격했다고 너무 펑펑 놀지만 말고..
일찍 들어와서 청소 좀 해놔.."
"네.. 엄마."
힘없이 현관을 빠져나와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는데, 밖에 그녀가 꽉 채운 스레기봉투를 들고 스레기처리장으로 가는게 얼핏 보였다. 아침 일찍부터 그녀를 만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기운없던 몸은 금새 생기가 감돌고 두 다리엔 힘이 들어갔다.
힘껏 뛰어 그녀 앞으로 달려갔다.
"안.. 안녕하세요??"
"어머! 용수학생 학교 가는 구나??"
"네.."
"교복입은 모습보니까 정말 학생같다..."
"후훗..."
이렇게 보는 것 만으로도
그냥 별것 아닌 말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왜이렇게 좋고 떨리는 걸까?
왜 이처럼 그녀가 좋은 걸까?
"놀러가도 되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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