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후속편)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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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후속편) 3
밤10시가 넘은 시간에 지원은 회사의 현관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싸늘한 바람이 얼굴로 스쳐왔지만 추운 줄을 모르겠다는 듯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오후 늦게 시작된 릴레이 회의를 조금 전에야 마칠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채 뒷정리를 하고서야 회사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지원은 긴 시간의 회의에서 큰 충격을 받은 듯 아직도 윙윙거리는 수많은 대화 속의 내용들을 하나씩 떠 올리며 되새김질을 하듯 떠 올려 보았다.
딴 모습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프로젝트와 회사의 생존을 위한 과감한 제안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언제 그렇게들 조사했는지 하나하나가 마치 논문이라도 발표하는지 칼날처럼 섬뜩하고 냉철하게 조목조목 발표되었고 경쟁이라도 하듯 과장들의 열띤 토론과 대안제시로 시간을 잊은 것처럼 치열하게 느껴졌다.
비대해진 회사를 정육점이 고기 썰 듯 조각조각 분해 시켰고 늘어진 조직을 돈 먹는 하마로 비유하며 엄청난 금액의 부조리가 터져 나오고는 경악스런 분위기도 가끔씩 회의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회사의 인사부서와 감찰부서까지 총망라된 총체적인 구조조정이 전략팀의 우선 과제였고 냉정한 살육자처럼 과장들의 입에서 저승사자의 호곡성인 양 하나하나 들춰지며 살생부들이 조합되어 갔다.
본부장은 인사말을 빼고는 단 한마디도 않은 채 회의장을 벗어났고 부장 역시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가끔씩 차가운 눈빛만을 보여주고는 본부장의 뒤를 따라 나갔다.
회의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던 팀장이 회의를 수습하고는 과장들과 몰려 나가고 나서야 지원은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팀의 일원이었지만 아직은 회의에서 보조적인 역할만 했을 뿐 구석진 자리를 차지한 채 그들의 열띤 토론만을 귀담아 들으며 가느다랗게 느껴지는 가닥만을 읽을 수 있었다.
임원진에서부터 말단 사원까지 남자 여자를 가리지 않는 포괄적인 조정안이 짜여졌음에 지원은 서늘한 감정이 느껴졌다.
시한이 임박했음을 예고한 부장의 입에서 자신의 제출했던 보고서의 한 부분이 인용되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외국계 회사와 국내 굴지의 회사들의 생존전략을 분석해서 몇 페이지 분량으로 보고한 게 전부였는데 요점은 단 몇 줄의 구조조정안에 모아진 듯 생각되었다.
지원은 부장이 자신과의 면담에서 한 말의 의도를 조금은 알 수가 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복선이 깔린 것도 같았지만 다행히도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될 뿐이었다.
자신의 차 앞에서 주머니 속을 뒤지며 키를 찾던 지원의 손에 휴대폰이 잡혀지고 매너 모드로 전환된 채 수많은 진동으로 울어대던 휴대폰을 열고는 그 동안 자신을 찾던 번호들을 바라보았다.
모르는 번호가 두어 개 있었고 지혜의 휴대폰 번호가 여러 번 찍혀 있었다.
회의가 이렇게 길어질 줄 알았다면 전화라도 미리 할걸 하고 후회를 했지만 어차피 시간은 꽤 흐른 상태였고 차문을 열며 지혜의 번호를 누르고는 신호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시동이 걸리며 지혜가 전화를 받는다.
“지원씨…??……어디야…..??…”
“어…미안…..이제 막 회의가 끝났어……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늦어버렸네…..”
“그랬구나…난…또………….걱정 했잖아……”
“어디야….??…..집에 안 갔어….??….”
“어…언니집…….오늘 형부가 출장을 가서 ….언니가 심심하다고 해서…..”
“그랬구나…”
“밥 안 먹었지….??…..여기로 올 수 있어….??…..”
“별로 생각 없는데…왜…..??..”
“으응…언니가 자기 보고싶데……..”
“후후후…..언니가 아니면 니가….??…..”
“으음…..호호호….둘 다……호호호…..”
“알았어…..어디로 가야..돼.. ??..”
지원은 지수의 모습을 떠 올리며 미소를 짓고는 지혜가 불러주는 위치를 기억하며 차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여유가 있음인지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동네였고 큰 아파트에 살고 있음인지 찾기가 쉬울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를 들어서기 전 마트에 들러 간단한 과일세트를 준비하고 단지로 들어서고는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트에 몸을 실었다.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공간이 넓어 보인다.
빠르게 올라가는 엘리베이트에선 두꺼운 유리문 사이로 시내의 전경이 들여 다 보였고
10층을 가리키는 번호에 엘리베이트문이 열리며 복도에 환한 불이 켜진다.
1007호.
지혜언니 지수의 집이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원은 별다른 미안함은 안 생겼고 벨을 누르자 오랜만에 들려오는 생기 넘치는 지수의 목소리가 자신을 반겨왔다.
현관문을 열리며 하얀 원피스에 보라색과 분홍색의 꽃무늬가 보여지고 긴 생머리의 지수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반긴다.
“어서 오세요…….”
“너무 늦은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녜요….얼른 들어 오세요….지혜가 저녁을 차리고 있어요…..”
현관에서 바라 본 거실의 모습이 꽤 넓었다.
고급스러운 소파와 벽을 장식한 진열대의 장식품이 꽤나 안목이 높은 듯 보여졌고
제자리에 모든 게 갖춰진 듯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집 좋은데요….??….”
“그래요….??…고마워요…..”
향긋한 냄새가 지원의 코끝을 스치며 싱그러움을 전해주었다.
과일향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고 단 것을 먹는 것 같은 즐거움도 생겨난다.
자신을 부드럽게 바라보는 지수의 눈에서도 즐거움을 읽을 수 있어서 지원은 잘 왔다는 생각을 하며 거실로 들어 서고는 지혜를 찾는다.
“부엌에 있어요…..”
미소를 지은 지수가 앞장을 서고는 부엌으로 지원을 안내했다.
긴 머리를 날리며 지원의 앞을 걷는 지수의 뒷모습이 다소 선정적으로 보였지만 지원은 즐거움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는 마르게만 보았던 지수의 몸의 굴곡을 잠시 감상을 한다.
길게 뻗은 다리 곡선이 부드럽게 시선을 끌어 당겼고 조금씩 보여지는 팬티라인이 야릇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왔어….배고프지…..??…”
행주치마를 두른 지혜의 모습이 보여지고 가스렌지에 얹어진 냄비에선 구수한 냄새와 함께 맛있어 보이는 찌게가 끊고 있었다.
“음…냄새 좋은데……야…이거 오늘 제대로 된 저녁 먹어 보겠네…….”
“호호호…. 지혜 쟤 제법 음식솜씨가 있어요……..“
“그래요….??…거리가 멀 것 같았는데……야….한지혜…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네….”
“치이…..왜 또 그래….나도 여잔데 이 정도는 할 줄 안다구……..”
“하하하…..알았어….근데 무지 배고프다…….”
“어 그래..??…알았어..조금만 기다려…..”
거실로 돌아온 지원은 구경을 하 듯 거실 안을 배회하며 돌아 다녔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장식장에서 수많은 술병들과 유리잔들이 놓여져 있었고 군데 군데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도자기와 기념품들도 차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벽면에 꽤 오랜 된 듯한 동양화와 잘 표구된 서예품이 품위 있게 느껴졌고
구석진 곳에는 여러가지 화초들이 관리가 잘 된 듯 싱싱한 잎 파리를 보이며 푸르게 보여진다.
책장 안의 책들은 대부분 전문서적들이었고 호기심에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던 지원에게 책표지만한 가족사진이 눈에 띄었다.
오래되지는 않은 듯 지수와 지혜의 모습이 현재와 다를 바 없이 느껴졌으나 지수의 품에 안은 애기의 모습에서 2년이나 3년은 된 듯 생각이 들 뿐이다.
가족인 듯 비슷해 보이는 얼굴들과 화목한 웃음에서 다정함이 엿 보였고 사진 속의 얼굴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올렸다.
다소 머리 모양이 달라진 지혜의 모습과 살이 오른 듯 보이는 지수의 모습도 보였고 아버지인 듯 근엄한 표정의 노신사도 미소를 지은 모습이 사진에 담겨져 있었다.
하나씩 바라보던 지원의 얼굴에 이채가 떠 오르며 사진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사이
“우리 가족이예요…..예전에 찍은…….”
훔쳐보다 들킨 것처럼 뜨끔한 표정의 지원이 당혹스런 모습으로 자신의 뒤에 다가 온 지수를 바라보았다.
“아…….예…..”
“닮았죠……??…..”
“예….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호호호….제 모습은 좀 살쪄 있을 때여서 좀 민망한데…..”
“아니요…..그때도 지금처럼 예쁘신데요….뭐……”
지원의 추켜 올리는 말에 지수가 기쁜 듯한 표정이 되면서 지원의 곁에 서고는
“이분이 우리 아빠시구요….엄마……그리고 큰 언니와 형부…..그리고….”
“…………”
“우리 막내 이모……”
지수의 손 끝에 큰 듯한 눈에 갸날 픈 듯한 체형의 여인이 가리켜지고 지원은 시선을 사진 속의 여인에게 모으고는 왠지모를 의아함이 생겨남을 느꼈다.
어디 선가 본 듯한 모습.
아마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듯 생각되었지만 누군 인지는 기억 나지 않았다.
“예…..근데 왜...이모가 여기에…..??….”
“음….그러니까 그때가 우리 이모가 몸이 안 좋아서 들어와 있을 때에요….외국에 사셨는데 수술을 받으시고 요양을 하려고 국내에 들어와 있었어요……”
“아……그랬군요…..”
“예쁘죠….??…이모가 이쁘기도 하지만 마음도 여려서 조카들하고 자매같이 지냈어요…참 재미 있었는데……그러고 보니…우리 이모 안본지도 꽤 되었네…..”
“외국으로 다시 가셨나 보지요….??…..”
“아뇨….지금은 대전에 계세요….이모가 들어 오고 나서 가족이 전부 국내로 들어왔어요…이모때문이긴 하지만……”
동생의 애인이란 생각때문인지 지수의 행동에 별다른 장애를 느끼지는 않았다.
어쩌면 예전부터 친한 사이인 듯 느껴졌고 지수 역시 별다른 거리감은 없는 듯 보여진다.
가끔씩 웃음을 떠 올릴 때면 하얗게 빛을 발하는 가지런한 치아가 너무나 상큼해 보였고
하얗고 매끈한 피부도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아직 젊은 신 것 같은데요…??….”
“예….저하고 네살 밖에는 차이가 안나요….”
고개를 끄떡였지만 사실 지원은 지수의 나이를 가름해 보지는 않았다.
애를 가진 유부녀였지만 처녀 같은 모습에 누구도 나이를 가려내기란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후후후….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어머…..아직 모르셨어요…..??….”
“예….지혜가 아직 얘기를 안해 주던데…..”
“호호호….숙녀의 나이를 그냥 가르쳐 드릴 수는 없죠…..??….몇 살로 보여요…??..”
호기심이 어린 조금은 장난기 있는 모습에 지원은 실소를 머금는다.
“글쎄요….워낙…이쁘셔서…..사실 나이를 감별 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으이그….그만 띄워요….나중에 떨어질 건 뻔한데…….”
“아니요…진짜예요…..사실 저보다도 어리다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호호호….고마워요…..나중에 한턱 쏠께요…..”
“뭐가 그리 재미있어….??…..밥 먹어야지 지원씨….”
물기를 닦으며 거실로 나선 지혜가 지수와의 대화에 끼여들며 지원에게 다가왔다.
“호호호….내가 지원씨 보다도 어리게 보인단다……”
“뭐리고….??..아줌마가 보여봐야 얼마나 보이겠어…..그럼 나보다도 더 어리단 말야….??…”
“호호호…지혜가 질투를 하네요…아이 재밌어……”
반짝이는 눈동자가 지원의 시선 속으로 들어오며 알 수 없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지수의 맑은 눈 속엔 지원을 바라보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은근하면서도 호기심어린 느낌은 지원에게 알수 없는 설레임을 주었고 모르는 척 지수의 시선을 외면하고는 지혜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지혜의 음식 솜씨는 칭찬 받아도 좋을 정도로 훌륭했다.
하루종일 긴장과 늦은 회의로 배고픔을 입었던 지원에게는 오랜만에 맛보는 진수성찬이었고 두 공기의 밥을 비우는 모습에 지혜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 피어나기 시작했다.
지혜는 자신의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너무도 맛있게 먹는 지원을 보며 기쁨을 느꼈다.
음식을 잘 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고 사랑스러운 감정이 몰려 들며 턱을 괘고는 지원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한다.
“맛있어…..??…..”
“으응….무지…..배가 가득 차지만 않는다면 두 공기가 아니라 열 공기도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가 맛있게 먹어 주니까….너무 좋다…..”
“후후후….밤 일도 잘 하잖아…….”
“어머…..진짜….자꾸 그럴래….??…응큼 하기는…..”
지혜는 발개지는 얼굴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맞는 말이라고 생각을 하며 거의 매일 이어지는 지원과의 섹스에 항상 만족을 느끼는 자신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호텔도 이용하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면 가끔씩 야외로 나가 지원의 차에서 스릴 있는 섹스를 나누며 진한 행복을 맛보기도 했다.
요즘처럼 행복하다면 지혜는 아무런 소망이 없을 듯 생각이 들었고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지원에게 눈을 흘기며
“자기는 요즘 자꾸 이상한 쪽으로 나가는 것 같아……??…”
“후후후….니가 그렇게 만들잖아……..”
“어머…..지원씨…자꾸 그러면 국물도 없다……”
“아이구…죽을 죄를 지었습니다…..한번만 …..용서를…..”
“호호호….뭐가 그리 재밌길래 그렇게 속삭이니…..??…..”
지수가 주방으로 들어서며 지원과 지수를 바라보고는 의아한 눈초리를 보낸다.
연인들의 대화라고 해봐야 대충 비슷하고 사소한 얘기겠지만 둘이 나누는 얘기라면 어떤 얘기든 달콤할 거라고 생각을 하며 훼방을 놓듯 의자에 앉아간다.
“언니는…..??…주책 없이 남의 애기는 뭐가 궁금해……??…”
“어머….얘 봐…너 점점 이상해진다…..지원씨 얘 왜 이래요……??…”
한참 재미있는 상황인데 주책없이 끼어 드는 언니가 조금은 야속한 듯 지혜의 얼굴엔 불만어린 표정이 묻어나고 뜨금한 표정이 된 지수는 동생이 얄밉다는 듯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지원은 난처한 듯 수저를 놓으며
“우리 술이라도 한잔 마시죠……??…..”
“술…..??….”
지혜와 지수의 시선이 지원에게 모아지고
“자기….낼 출근 어떻게 할려고…..??….”
“걱정마……술 몇 잔에 회사 빼먹겠냐…..??…..”
“호호호….간만에 술 한잔이라….지원씨 덕분에 요즘 즐겁다니까요….자주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어요……”
분위기를 반기는 지수가 즐거운 듯 보였고 지혜의 걱정스런 표정에 지원은 밝은 웃음으로 지혜에게 살짝 윙크를 보내며 걱정 없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거실로 자리를 앉아가자 금새 마련된 듯 안주거리와 노란색 액체가 출렁이며 보여지고 지원의 앞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 지수가 술잔을 따르고는 즐거운 표정이 된다.
뽀루퉁하게 부어 오른 지혜가 툴툴거리 듯 지원의 옆을 앉아가며 술잔이 비워지기 시작했다.
늦은 밤이었지만 지원은 편안한 듯 몇 잔의 술을 금새 비어 내었고 걱정스런 표정의 지혜도 마지 못한 듯 잔을 비우기 시작한다.
“역시….남자는 술을 좀 마셔야 돼요…우리 그이는 한잔이면 나가 떨어지는 통에 집에 와도 맹숭맹숭 한 채 꿰다 놓은 보리자루 같다니깐…..??…..”
“언니…그래도….형부 잘 만났는 줄 알아…??….그만하면 잘하는 거지 뭐….”
“어머 그래도…..집에 가면 아빠랑 술도 먹으면서 대화도 나눠 봐야지…??…안 그래요….”
“예에…??….후후 글쎄요…….”
“지원씨는 남자 다운 듬직함도 있지만 …이렇게 술도 마실 줄 알아서 조금은 즐겁다는 생각이 안 드나요…??…”
몇 잔을 내리 마신 때문인지 지수와 지혜의 말수가 많아지고 길어지는 얘기 속에 취기는 더해 가는 듯 보였다.
한 병이 비워지더니 지수가 한 병의 술을 더 가지고 오며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펄럭이며 앉는 모습에서 늘씬해 보이는 다리가 원피스의 사이로 보였다.
고개를 숙이면 전부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지원은 쓴 미소를 지어 올렸고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지혜는 화장실을 다녀 오고는 지원의 팔을 낀 채 애정어린 몸짓을 일부러 지어냈다.
“어머….떨어져라…얘…꼭 징그런 모습을 언니 앞에서 보여야겠니….??….”
“호호호….왜 언니….질투나…??….”
토닥이 듯 주고 받는 얘기들도 친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다웠고 즐거운 분위기때문인지 술잔의 비워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눈꺼플이 내려 앉은 지혜의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조잘거리던 모습이 취기를 이기지 못했는지 현우의 팔에 고개를 기대고는 눈을 감고 있었고 지수는 발개진 얼굴과 가끔씩 헛도는 말투에 지혜 못지않게 취한 상태라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이제 그만 마시죠….??…너무 늦어서 저도 가봐야 될 것 같은데……”
“가다뇨…??….끄윽…..오늘은…여기서 자고가요…방도 많은데…끅….”
“아뇨….그냥 가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이….자기야….오늘 여기서 자고 가라…..우리만 있으면 …무섭잖아….??…”
어느새 눈을 뜬 지혜까지 가세하며 지원을 잡아두려고 했고 지원이 못이기는 척 고개를 끄떡이자 지수가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자리를 일어서고는 자리를 본다며 방으로 들어간다.
지원이 지혜를 대신하여 술자리를 정리하고 지혜는 졸리는 듯 소파에 기대고는 잠이 들어 버렸다.
여전히 비틀거리는 지수가 거실로 나서고는 지원에게 방을 안내한다며 욕실 옆의 방으로 들어가고 따라 들어간 지원은 손님을 위한 방인 듯 생각이 들며 상의를 벗어 든다.
이불자리를 펴는 지수의 모습이 지원의 시선 속에 들어오고 걷어 올려진 원피스 자락 사이로 하얀 다리가 지원의 눈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적당해 보이는 히프선도 이쁘게 보였다.
관리를 잘해서인지 꽤 괜찮아 보이는 몸매가 지원에게 알 수 없는 자극을 주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 지수는 이불을 펴며 자신의 모습을 지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좀 불편해도 혼자 자기엔 괜찮을 거예요….”
“이만하면 고급인데요 뭐…..”
“호호호….지원씨는 성격도 좋은 것 같애요…..끅…어머…..”
자꾸만 터져 나오는 트림때문인지 입을 막은 지수의 모습이 요염한 듯 보여졌다.
“샤워 먼저 하세요….마저 정리 할께요…..”
“예…….그럼…..”
널 다란 욕실에서 지원은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를 흠뻑 맞고는 차츰 깨는 듯 정신이 맑아짐을 느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서 아까 보았던 지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커지기 시작하는 페니스를 느끼며 걱정스런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혜라도 옆에 있었으면 하고 생각을 했지만 언니인 지수의 집인 만큼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 끝에 한숨만이 터져 나온다.
밤이 괴로울 것 같았다.
지혜때문이기 보다는 지수의 모습을 보고 나서 왠지 더 이상하게 욕정이 강해지는 듯 하다.
흐트러진 모습의 지수가 자꾸만 자극적으로 다가왔고 비누거품을 씻어내며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고는 고개를 흔들고 애써 기억을 지울려고 노력을 해본다.
욕실을 두드리는 소리에 지원이 수건으로 앞을 가렸고 문밖에서 지수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밖에 잠옷을 두었어요…..갈아 입으세요……”
“예…..”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은 지원이 빼꼼하게 문을 열고는 남색의 잠옷을 집어 들고 옷을 입고는 욕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여전히 소파에 고개를 숙인 지혜는 자는 듯 보였고 안방에 있는지 지수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다.
지원은 거실 소파에 고개를 묻은 채 잠을 자는 지혜에게 다가가고는 그녀를 깨우는 듯 어깨를 흔들었지만 미동조차 않는 모습에 고개를 흔들고는 그녀를 안아갔다.
술이 과한 듯 지혜의 모습은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지원은 그녀를 안은 채 안방으로 향하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간다.
희미한 조명만이 보여지고 정돈 된 침대 위엔 개어진 옷가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침대가 출렁이며 지혜가 눕혀지고 지원은 이불을 덮어주고는 침대 곁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머…”
등을 돌린 지원의 눈 속으로 알몸의 지수가 보여지고 당황스러운 듯 손으로 몸을 감싸며 욕실로 향하는 지수의 뒷모습이 보였다.
하얀 비단 같은 살결이 눈에 선하게 들어오고 제법 탄탄해 보이는 히프선과 갸냘픈 듯한 상체의 곡선도 보였다.
“아….죄송합니다…..난…안계신 줄 알고……”
“아….아녜요……”
지원이 다급하게 안방을 벗어나고는 거실로 나왔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지수가 나온다.
지원은 쑥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괜히 지혜를 챙기려다 못 볼 것을 봤다는 생각보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얼굴을 부딪히는 게 민망할 뿐이었다.
“죄송합니다….지혜를 재우려다 그만…..”
“그냥 잊으세요…일부러 그런것도 아닌데……”
미소를 띠우며 지수가 말을 받았지만 그녀도 조금은 민망스러운지 눈길을 마주치지는 않는다.
“목욕을 했더니 갈증이 나는데….맥주라도 한잔 하실래요….”
“맥주요….??…..예….그러죠……”
아직 자기에는 늦은 시간은 아니 였고 남의 집이다 보니 잠이 올 것 같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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