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욕심(후속편)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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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후속편) 2




키를 받아 들고 엘리베이트를 탄 상태에서도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행위를 위한 전주곡인지 서로의 가빠져오는 호흡소리만이 들려올 뿐 마주잡은 손으로 열기만을 느끼며 8층의 도착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둘은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트를 벗어나고는 복도를 걸어 방으로 들어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지혜의 몸이 지원을 향해 돌아섰고 기다린 듯이 지원의 목으로 손을 두르고는 지원의 입술을 받기 시작했다.


뜨겁게 얽힌 채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고 숨바꼭질을 하듯 감아 도는 혀끝이 얼얼해 질 즈음 지원은 손끝으로 느껴지는 지혜의 굴곡에서 한 꺼플씩 천 조각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상의가 벗겨지고 브라우스가 지원을 손을 떠나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얀 색 브레지어가 커다랗게 동산을 이룬 가슴을 보기 좋게 만들면서 지원의 숨소리가 점점 커져 가고 지혜 역시 지원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러 내고는 단단한 지원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다가오는 짜릿한 감각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가슴을 가렸던 천 조각이 떨어져 나가며 동산을 이루었던 지혜의 가슴이 지원의 시선을 자극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다져오던 운동때문인지 매끈하게 뻗은 지혜의 몸은 지원의 욕정을 달구기에 부족하지가 않아 보였다.


팽팽하게 당겨진 치마가 흘러내리며 하얀 천 조각이 풍성하게 펴져있는 히프를 감싼 채 남아 있었고 바지를 밑으로 흘려보낸 지원이 팬티를 벗어 내리고는 성난 채로 모습을 드러낸 페니스를 감추지 않은 채 지혜에게 다가섰다.


“하음……..”


“허업…..”


또 한번의 긴 키스가 이루 지며 지원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지혜는 마음속에서부터 일어나는 짜릿한 감각의 느낌을 타며 지원의 품에 안긴 채 그의 손을 받아 들이기는 했지만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서 그를 받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지원을 밀어내려 했다.


“지원씨….잠시만….샤워 좀 하고……”


“허으….아냐…그냥 해…….”


목으로 내려간 지원의 입술이 점점이 그녀를 달구기 시작한다.


손안 가득 잡혀있는 탄력 있는 히프와 활처럼 휘어가는 허리의 유연함에 한 입 가득 베어 문 가슴의 감촉도 느낌이 좋았다.


“하윽……음……지원씨….그만….씻고서…..….”


지원은 지혜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고는 욕실로 향하고 받쳐 올려진 히프엔 젖은 느낌의 팬티만이 남은 채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줄 뿐이었다.


미지근한 물줄기가 세차게 머리를 적시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온 몸이 젖어 들었다.


달콤한 느낌만이 머리 속을 휘돌 뿐 한치의 빈틈이 없이 밀착된 모습에서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고


쏟아지는 물줄기에서 지혜는 온 몸에 화려하게 퍼져가는 쾌감을 느껴갔다.


뜨거운 갈증을 식혀주듯 온 몸으로 흘러 내리는 감미로움에 현우의 부드러운 애무가 더해지며 지혜는 자신의 육체 깊은 곳에서 쾌감에 가까운 샘물이 솟아나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아………아흑……….흐흑……..”


가슴위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가슴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을 탐해가는 지원의 입술이 폭죽처럼 쾌감을 터트려가고 자신의 곳곳을 누비던 지원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오르고는 꽃잎을 만져오기 시작하자 옅은 비음이 쏟아져 나왔다.


몇 번의 정사로 지원은 지혜의 성감대를 알고 있다.


쉽게 오르는 타입이기도 했지만 열정적인 섹스로 감미로움을 더해주는 걸 지원은 알고있다.


충분한 애무만으로도 오르가즘을 느끼는 체질이라 그녀와는 항상 만족스런 섹스를 나누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역시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그녀의 꽃밭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며 질 밖으로 쏟아져 나온 애액이 홍수를 이룬 듯 범람을 하고 뜨거운 열기도 느껴졌다.


뽀족 선 등대도 지원의 손길을 기다렸는지 몇 번의 터치에 자지러지는 듯한 신음소리가 지혜의 입을 뚫고서 터져 나오게 하며 손끝을 즐겁게 만들어갔다.


“으음….하응……아….지원씨……아…..아앙……그만….아….”


짜릿해지는 쾌감에 지혜의 히프가 요동을 치며 떨림을 일으켜가고 지원은 집요하게 그녀를 자극하며 천천히 입술을 내리고 그녀의 중심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팽팽한 복부의 느낌이 좋았다.


손끝의 느낌과 입술의 감각에 지혜의 몸부림이 거듭 될수록 지원의 감각도 덩달아 상승하며 쾌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지혜는 떨리는 감동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고는 젖을 짜 듯 점차 상승의 감각을 느껴갔다.


벌려진 꽃잎 속으로 뱀처럼 지원의 혀가 꿈틀거리며 들어서고는 샘 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하자 다급해지는 지혜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으…..하윽…..하윽…..아….이상…해…지원씨…..아….지원씨…….”


지혜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원과의 섹스에서는 항상 정신없이 온갖 쾌감을 다 맛볼 수 있었다.


처음 섹스를 나누었을 때부터 자신을 지배하는 느낌이 다른 남자와는 전혀 달랐고 지원과의 섹스이후 다른 남자는 생각을 못해 볼 정도로 지혜는 지원에게 푹 빠져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면이 있었고 세심한 전희로도 자신을 충분히 만족시키는 열정에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지금처럼 자신의 가장 민감한 부분만을 찾아 최고의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남자는 지원이 처음이었다.


“하으윽….아…..아…으음……….아…미칠…것…같아…..”


급박한 느낌이 지혜의 뇌리를 파고 들며 짜릿한 전율을 안겨 다 주고 있었다. 


지혜의 다리를 벌리고는 샘 속 깊숙이 입술을 대고는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기 시작하자 홍수처럼 샘물이 터져 나오며 급박스런 탄성이 이어지며 지혜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앙…아앙…..억…..억….”


세차게 뿜어지는 물줄기처럼 지혜의 떨림도 급해지더니 몸을 부르르 떨며 벽으로 몸을 기대기 시작한다.


“어억….그만…그만…아…죽을 것 같애…그만…..” 


천당의 느낌이 이런 거라면 아마 지혜는 그대로 믿을 것 같았다. 


짜릿하게 온 몸을 관통했던 전율이 잦아 들면서 지혜는 가쁜 심호흡을 하고는 지원의 목으로 손을 두른 채 깊은 키스로 보답을 한다.


잠시의 입맞춤에서 지혜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원은 마셨던 술기운이 가시는 걸 느끼며 지혜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어쩌면 자신에게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지혜가 자신에게 지금처럼 충실할 수만 있다면 지혜와의 결혼도 생각해 볼 수 있을거란 생각에 문득 조금 전에 떠나보낸 지수의 얼굴이 지혜의 얼굴위로 겹쳐졌다.


아득히 잊어져야 할 기억이 다시금 떠 올랐다.


지수의 얼굴의 겹쳐지면서 자신의 철없던 시절에 혈기왕성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 채 떠나 보내야 했던 한 여인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한 남편의 아내로서 충실했던 그녀와의 불륜의 끝은 비참하리만큼 큰 대가를 치루었고 자신과 그 여인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를 만큼 잊혀지는 존재로 살아가며 그 가족들도 이 나라를 고통 속에 떠나는 대가를 치루어야만 했었다.


지금처럼 지수가 생각나는 게 이상했다.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데 왜 지수가 그녀의 얼굴로 겹쳐오는지 지원은 잠시 혼란스런 느낌을 가져야만 했다.


긴 한숨을 토해내며 지혜를 보았다.


반짝이는 눈동자가 좀 전의 쾌락에 떨던 여인과는 사뭇 달라보이며 얼굴에 미소를 띄운 채 지원을 응시하고 있다.


“지원씨….나 죽는 줄 알았잖아…….휴….우….”


“후후후….아까의 모습은 볼 만 하던걸………”


“어머…..창피하게…… 왜 그래…..치이……..알았어…..나중 후회하지마……..”


아직도 성이나 있는 지원의 페니스를 부드러운 손길로 지혜가 감아왔다.


허리를 낮추고는 조심스럽게 페니스를 입을 대고는 천천히 입 속으로 삼키기 시작하고


지원은 부드러움과 뜨거움이 교차하는 감각에 깊은 숨을 참으며 페니스로 느껴지는 쾌감에 고개를 젖혀갔다.


“으음……..윽….”


부드럽기는 했지만 유연하지는 않은 솜씨였다.


아마 오랄의 경험은 없는 듯 생각이 들었고 딴에는 정성을 다 한다고 생각을 했겠지만 다소 아쉬움이 남는 듯 느껴졌다.


지원은 얼마간의 아쉬운 감정이 들었지만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성스러운 듯 입에 페니스를 문 모습이 자극적이기도 했지만 얼마간의 배려의 마음으로 신음소리를 가장한 탄성을 터트리며 지혜를 배려하기 시작했다.


“으윽….지혜야….으음…..좋아…..그래…..그래….아……”


가끔씩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는 것에 쾌감도 들었지만 페니스를 입에 문 채 오랄에 열중하고 있는 지혜의 모습이 사실은 더 자극적이였다.


아마 몇 번의 경험이 더 쌓이면 조금은 능숙해 지리라는 생각으로 지혜의 행동에 연기까지 해가며 그녀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몇 번의 왕복으로 힘이 든 듯 보이기 시작했다.


다소 큰 듯한 페니스의 크기도 크기려니와 익숙하지 못한 동작에 대한 무리한 시도도 그녀를 힘들게 하는 듯 보였다.


물기에 젖어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그녀의 입에서 페니스를 떼어 냈다.


의아한 듯 바라보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는 좀 전처럼 지혜에게 진한 키스로 보답을 하고 아직도 축축하게 젖어있는 꽃잎을 어루만지고는 삽입의 의사를 전했다.


지원의 생각을 알고 있는 듯 그녀가 자세를 세우고 세면대의 끝에 히프를 걸치면서 다리를 벌리고는 지원의 동작을 도와갔다.


한달 전 쯤 한강변의 모텔에서 밤새 그녀와 사랑을 나누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욕실에서 다소 불편했지만 만족스런 섹스를 나누었었는데 지혜도 그때의 생각이 나는 지 지원이 동작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자세를 맞추었다.


벌려진 다리를 잡은 채 지원의 페니스가 천천히 지혜의 몸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하…음…..흐윽…..”


말미잘의 촉수처럼 질 내부의 움직임이 다양하게 느껴졌다.


벽들의 융기와 입구의 조임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며 지원의 감각을 자극하고 지혜도 짜릿하게 자신을 파고드는 느낌에 지원의 어깨로 손을 올린 채 질 속의 느낌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뿌듯하게 채워지는 느낌이 좋았다.


지혜는 자신의 내부를 가득 채우며 들어서는 지원의 페니스를 느끼고는 신선한 행복을 느껴보았다.


자신의 남자라는 생각에 그의 모든 것이 좋았고 이제 매일같이 그의 곁에서 그와 나눌 섹스에 설레이는 감정도 느껴졌다.


자궁 끝까지 들어선 지원의 페니스가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하고 지원의 목으로 팔목을 감은 채 지혜는 다시금 떠오르는 쾌감에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응…..하윽…..아…..지원씨……사랑해요…..아…..”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 지혜는 기쁜 탄성과 사랑의 감정을 뱉어내며 지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체를 저며오는 짜릿함.


스멀거리는 느낌에 솜털이 서는 감각은 차츰 지혜를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품에 갇힌 채 꿈틀거리며 쾌감을 토로하는 지혜의 열락에서 지원은 큰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강하고 커다란 동작으로 지혜를 자극하자 혼란스러운 듯 지혜의 몸부림이 커지며 신음소리가 욕실 안을 울려 대었다.


“아음…..아…지원씨 아….나….어떻게…..아……..앙..”


지혜의 상승곡선은 언제나처럼 급박하게 오르고 뜨겁게 타 올랐다.


고개를 한껏 제치고는 눈꺼플을 떨어내며 몸부림을 치는 모습은 광란의 모습처럼 보여지기도 했지만 요부의 모습처럼 생각될 정도로 유연하면서도 크게 움직였다.


멀지않은 느낌이 지혜를 감싸오며 신음소리가 격해졌다.


“아앙…..아앙……흐응…….아….나…나………이….상해 “


물줄기 소리와 철퍽대는 소음 속에 지혜의 신음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격해지더니 지원의 목을 감싸 안고는 지혜가 큰 경련을 일으켜 댔다.


“아…앙……흐응…..흐응…..아….미칠 것….같애……..”


지원의 동작이 잦아들고 지원의 품에 몸을 뭍은 채 지혜가 숨고르기를 하며 자신만 사정을 한게 미안한 듯 지혜가 충열된 눈빛으로 지원을 본다.


“미안해…..또….나만…..해서……”


“후후후…..아직 시간은 많은데 뭐…….”


“지원씬 대단해….진짜….대단해………..”




세시쯤 되어서야 지원과 지혜는 호텔을 나올 수 있었다.


몇 번을 까무라 쳤는지 지혜는 쉴새 없이 자신을 공략하는 지원에게 두 손을 들고 항복을 하고서야 호텔을 벗어날 수 있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오늘따라 지원의 힘이 크게 느껴졌고 다른 때와 달리 느끼는 감정도 무척이나 행복했다.


지혜는 터져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한 채 지원과 함께 택시를 타고는 집으로 향했고 가는 내내 즐거운 마음속에 구름을 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울 수 가 없었다.


지원도 꽤 만족스런 섹스를 나누었단 생각에 마음 한구석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비록 지혜가 사정직전에 혼자서 정상을 타버려서 다소 불만스럽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큰 즐거움을 나누었단 생각이 들었고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지혜의 모습도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분을 달린 택시가 그녀의 커다란 집 앞에 새워지고는 두 사람을 내려 놓았다.


높다란 담 주위로 장미넝쿨이 보여졌고 짚 앞의 어두운 그늘 밑에 선 채 지혜를 응시한다.


“들어가….내일 만나자……”


“으응….그럼 지원씨도 잘자…….”


“그래…….”


키를 꺼낸 지혜가 문을 열고 들어가고 높다란 대문위로 커다란 저택이 조금 보이는 듯 했다.


그녀가 들어서는 걸 확인한 지원이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대문을 벗어날 즈음


집안의 창가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여지고 멀어지는 지원의 뒷모습을 응시한 채 한동안을 멈춰 서 있었다.




아침부터 지원은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몇일 사이에 팀을 이동해야 했고 오늘은 본부장의 방문에 맞춰 보고서를 완성해야 했기에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봐….정지원씨……보고서 멀었나…??….”


“예에…아닙니다…..다 됐습니다…지금 바로 올리겠습니다….팀장님….”


“저 번처럼 오타가 없는지 확인 꼼꼼히 해…..”


“예……알겠습니다…..”


긴 숨을 쉬면서 프린터에서 빠져 나오는 서류를 한장 한장 살피고는 미소를 지은 채 서류철에 서류를 끼운 채 창가쪽의 팀장에게로 다가간다.


“팀장님….보고서입니다……”


“그래…어디 보자고………에…또….에또…..그래…”


“…………………….”


“좋았어…..이번은 완벽해…..어때 우리 팀에 온 소감은…..??..”


“예……좋습니다……..”


“껄껄껄…..이래봬도 우리 팀은 회사내의 알짜 팀이야……여기 오고 싶어하는 애들이… 줄 서있지만…..어림도 없지…..가서 일 봐….”


“예……”


“참…..자네가 기획본부 한대리 남자친구라며…..??…..”


“예에….??…..무슨…..”


“자네 참 실력도 좋구만…..그 드센 한대리를 잡은것도 용하지만 ….오늘 오는 본부장님 조카가 한대리야……몰랐어…??…..”


“예에……??………예 몰랐습니다……..”


“허…참…..용하다 말야……하여튼 우리 팀엔 명물만 모여 있구만 그래….껄껄껄……”


보고서를 들고서 부장실로 들어서는 팀장을 바라보며 지원은 멍한 듯 할말을 잊었다.


호텔에서 그녀의 언니와 형부를 만난지가 열흘을 넘겼지만 지혜는 아무런 내색도 없었고 매일 같이 만나면서도 회사얘기는 없었던 게 이상스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이동한 팀도 그랬지만 설마 회사 내 실세인 본부장의 조카라는 게 충격처럼 와 닿았다.


허탈스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괜히 누군가의 배경을 얻고서 승승장구 한다면 그것도 별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책상 앞의 모니터를 응시하며 시간을 보낼 즈음


“이봐….정지원씨…………이봐…”


“예…??….예…부르셨습니까…??….”


어느새 다가왔는지 팀장이 지원의 등뒤에 서 있었다.


“무슨 사람이 귀가 먹었나…??….몇 번을 불러야 되겠어…….??…”


“예….죄송합니다…..딴 생각에….좀…..”


“부장님실 들어가 봐……찾으셔……..”


“예에….??…..부장님이요….??……..”


“그래 이 사람아…..정신 좀 차리고……..그리고 보고서 잘 했어….마음에 들었어…..”


간단명료하게 할 얘기만 마친 팀장이 자리에 앉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무언가를 하는지 금새 열중해가고 미적거리는 동작으로 지원은 부장실이 보이는 문 앞까지 다가 가고는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인지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었다. 


정신 없는 회사 일에 이렇게 당황스럽기는 처음인지라 왠지 긴장되는 마음을 풀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50대로 보이는 벗겨진 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부장이 소파에 앉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는 손을 들어 자리에 앉으라는 듯 가리킨다.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자 안경너머 담담한 듯한 눈빛이 지원을 응시하고는


“자네가 정지원 인가….??…..”


“예…그렇습니다……” 


“으음….보고서는 잘 봤고………..”


“………………..??…………”


“유능한 인재들이 이젠 제법 들어와서 다행이구만………”


지원은 무슨 소리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 보고서대로 프로젝트가 시행 될 거야……..이 얘기는 자네와 나 둘만이 아는 비밀이고…..회장님의 특별 지시인 만큼….절대 발설을 해서는 안되네…..”


지원은 숨이 막혀왔다.


입사1년차인 자신에게 너무도 큰 일이 주어졌다는 생각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부장의 말에 지원은 말을 잊은 채 부장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로 회사가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거야….자네와 나는 이제 한배를 탄 것처럼 같이 움직여야 되네……”


“…………”


“또한 기존의 식상한 개념은 버리고….이번처럼 진취적인 생각으로 발전을 위한 빈틈을 찾아보도록 하게……”


지원은 자신의 아이디어 중 일부만을 투자하여 몇 쪽의 보고서만을 올렸을 뿐이지만 부장은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얘기를 하고 있었다.


빙빙 도는 머리 속으로 정리되지 않는 단어들이 맴돌면서 지원은 의혹어린 시선으로 부장을 바라보았고 할말을 마친 부장은 나가보라는 듯 손사래를 치고는 탁자 위의 서류를 훑어 보기만을 했다.


고개를 숙인 지원이 부장실을 벗어나고는 복도로 나가 커피자판기의 앞에선 채 한 동안을 멍한 듯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아직도 부장의 말이 귓속을 맴돌며 머리 속에 울려대고 있었고 누군가가 어깨를 치는 느낌에서야 고개를 돌리고는 뒤에 다가온 사람을 바라다 보았다.


“뭐해….지원씨…??….”


“아……안녕하십니까….??….”


영업부의 김지영 과장이었다.


서른 다섯의 여인으로 회사내의 간부급 중 유일한 여인으로 배짱과 실력으로서 과장 진급을 이룬 입지전적인 여인이었다.


여장부란 호칭이 따라 다닐 정도로 화끈한 성격과 굽힐 줄 모르는 승부근성이 타 과장들이랑 비교가 되는 회사내의 유명인이었다.


작년 신입사원 때 실수를 저지르면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지만 정체를 알고 나서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뭐해 혼자서…..??……왜 무슨 일이 있어….??..” 


“아…아닙니다…일은요……”


“호호호….뭐가 있긴 있는데….도통 얘기를 안 할라 그러네….니가 이렇게 띨한 면도 있었나..??….”


반쯤 농담 섞인 말로 친근함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지금쯤 차장까지는 올랐을 거라는 선배들의 얘기가 있었지만 사실 지원에게는 큰 누나처럼 친근감이 드는 듯 느껴질 때도 있었다.


사소한 얘기일진정 여자라는 이유때문인지 거리가 생겼을 뿐이었고 항상 다가서는 건 김과장이었다.


“뭐….고민 있어….??……아…참…너 한대리랑 싸웠구나….??…짜아식…남자가 좀 봐줘…..여자는 가끔 사소한 거에 많이 삐지거든…..호호호….”


김과장은 눈이 커지는 지원의 얼굴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은 채 복도 끝으로 사라져 간다.


복잡함과 수세미처럼 엉킨 머리 속이 혼란스러웠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난감해지면서 지원은 한숨만을 지어낼 뿐 아무런 해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팀 이동 후 갑작스런 부장과의 단독 면담과 부장의 입에서 터져 나온 메가톤급 극비사항이 아직도 지원에게는 커다란 의문을 남겨 주었고


연인처럼 다가 온 지혜에게서 또 다른 배경이 있음을 알고 나서는 실타래처럼 엉켜가는 내용들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10분..20분..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복도에 서 있던 지원이 정신을 차린 것은 자신을 찾으러 나온 팀장에 의해 끌려가다시피 팔을 잡히면서부터 였고 사무실은 어느새 자리로 돌아왔는지 팀원들이 자리를 메우고는 팀장과 자신을 기다리며 회의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짜아식…..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녀….??….본부장님 오신다고 몇 번이나 얘기를 했는데…귀에 뭐라도 박았냐…..??…”


“죄…죄송합니다…..”


“정신 차려라….나 깨지면 너도…..확…….”


고릴라처럼 손을 든 모습이 위협적이라고 생각을 했겠지만 배가 나온 모습에서 장난스러움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예……알겠습니다…..”


“좋아…..자리로 착석…..”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며


“어이….막내….어디 갔다 왔냐…??….”


“예에….??…..예….그냥…복도에……….”


“짜아샤……오늘 같은 날은…..기합 든 모습으로 잘 좀 보여…..우리에 고릴라 팀장이 마음씨라도 좋으니까 저 정도지 부장님 같았으면 벌써 주먹 올라 갔어……”


웃음 띤 모습으로 얘기들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들에게서도 긴장감 어린 모습들이 간간히 비춰지고 있었고 자리가 자리인 만큼 본부장의 질문에 대한 준비들을 해나가고 있는 듯 보였다.


지원의 속한 부서는 대외적으로는 기획지원팀이라고 불리워 졌지만 실제로는 전략팀이라는 이름으로 종종 불리면서 내노라하는 인물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지원을 포함하여 실무를 맡고 있는 7명의 인원들은 대부분 과장급의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원은 늘 긴장 속에 지내야 했고 사심을 가질 수 없을 정도의 분주함에 막내로서의 잔일도 꽤나 많은 편이었다.


자리에 힘없이 앉는 지원에게 말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꽤 많은 숫자들과 씨름을 하던 긴 얼굴의 과장이 조용한 말투로 말을 건네온다.


“후후후….조금만 견뎌라…..적응되면 여기만큼 재미있는데도 없다…..…..”


부산이 고향이라며 말수가 적은 심과장이다.


통계라든지 분석에 대해선 사내에서 최고로 인정 받는 사람이었지만 너무나 조용한 게 흠처럼 보이는 인물이었다.


어쩌면 일부러 말을 자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지원은 고개를 돌린 채 심과장의 다음 말을 기다리며 귀를 모아간다.


“오늘부로 전략팀이란 부서가 생기는 날인만큼 다들 긴장되어 있을 거다….…아직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하나하나 봐 두는 게……..너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조용한 말투였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무거운 느낌이 지원의 마음을 눌러옴을 느꼈다.


지원만 빼고는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인 듯 심과장의 얘기를 들었을 텐데도 아무런 반응들이 없었다.


사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으며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시계침 소리와 자판을 튕기는 소리만이 들려오며 긴장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점점 가라앉는 분위기에 창 밖으로 석양이 내려 앉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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