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후속편) - 1부 > 로맨스야설

욕심(후속편) 1

터널을 빠져 나온 하얀색 승용차가 곧게 뻗은 강변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물결을 따라 붉게 번져가는 일몰이 무척이나 신비하게 보여지고 눈이 부신 듯 차창으로 비추어지는 석양의 햇살에 지원은 눈을 찌푸리는 듯 이마를 좁히고는 속도를 줄이며 강변으로 이어지는 내리막 길로 접어 들기 시작했다.

널 다란 공간에 서너 대의 차가 주차 된 게 보였고 지원은 구석진 공간으로 차를 대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시원한 강바람이 답답한 감정을 조금씩 풀어 주었고 깊이 들이 마신 시원함도 복잡해진 머리를 시원하게 만들었다.

입사 1년차 신입사원.

지원은 갓 입사한 때부터 정신없이 달려온 생활에 회의감이 들었다.

시계바퀴 돌 듯 매일 이어지는 무료한 생활과 긴장 속에 보내야 하는 회사생활이 심신을 주눅들게 만들었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일상 생활도 별다른 활력을 주지도 않는 듯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서 내노라 하는 기업에 발을 들여 놓기는 했지만 지원이 상상하는 회사와는 다소 거리가 멀게 느껴졌고 동료들간에 흐르는 감정도 경쟁으로 밖에는 생각 되지가 않아 보였다.

후회스러움도 생겼고 흘려보낸 시간도 아깝게 생각되었다.

요즘 들어 더욱 깊어지는 불신의 감정이 지원을 더욱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만들어 가면서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멍하니 바라보는 석양의 아름다움이 머리 속까지 채색되는 듯 시선을 모은 지원의 눈동자가 빨갛게 보여진다.

뚜렷한 마스크와 훌쩍 큰 키의 날씬함이 돋보였지만 굳어있는 듯한 표정은 오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일과가 끝난 것은 아니 였지만 지원은 회사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선배들과의 동행때도 가끔은 샛길로 새고는 일찍 업무를 종료하고 개인 일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한다.

어차피 내일 출근하면 업무상 출장이 늦어졌다고 보고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돌아가도 별다르게 처리할 일거리도 없었다.

집으로 돌아 가려고 마음을 굳힌 지원이 오랜만에 일찍 귀가하는 아들을 보고 놀랠 어머니를 생각하고는 쓴 웃음을 짓는다.

차문을 열고 들어서던 지원의 주머니에서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이 흘러 나오며 지원은 자리에 앉은 채 주머니 속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액정 속의 번호에 지원은 쓴 웃음을 지은 채 버튼을 누른다.

“응……왜…..??….”

“어디야…..??……”

“이제 잠실에서 출발하는 길이야….왜….무슨 일 있어….??….”

“아니…그냥….저녁에 뭐 할거야….??……..”

기획본부에 한대리였다.

입사가 빨라서 대리였지만 나이가 같았고 가끔 남자다운 모습에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여자였다.

나이가 같다고 막 대하는 건 아니지만 둘만의 의견절충으로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였고

가끔씩 연락을 해서 만나기도 하는 관계였다.

“으응….집에 일이 있어서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될 것 같다….”

휴대폰 속의 한대리가 한동안 말이 없는 채 정적을 유지하다 한숨을 내 뱉는다.

“지원씨….오늘 저녁 시간 내주면 안돼….??….”

“…………………”

“오늘 지원씨랑 갈 데가 있는데…..”

“무슨 얘기야…..??…갈 데라니…..”

“만나면 알아…오늘 시간 좀 내라…..응…??…”

평소 남자성격 같은 화끈한 매력도 있지만 요즘은 집착하는 것 같은 느낌에 지원은 그녀를 다소 멀리하고 있었다.

뒤끝 없는 성격 때문인지 조금은 깊어진 관계에 대해 후회스러운 감정이 가끔씩 들기도 했다.

“급한 일이야…??….”

“가보면 알아….자기를 보고싶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

지원은 마음속으로 알 수 없는 호기심과 싸늘한 긴장이 몰려듬을 느꼈다.

누구에게 자신을 선 보일려고 하는지 궁금해졌고 왠지 꺼림직 해지는 감정 속에 거부감이 생겨나기도 했다.

“누군데….??….”

“………………”

지원은 불안스런 마음이 점점 생겨나며 몇일 전에 있었던 그녀와의 정사를 떠올리고는

“무슨 일이 있었어….??….”

“아냐…그냥….”

“근데 도대체 누굴 만난다는 거야…..??….”

“휴…우……….언니하고 형부가 지원씨를 만나고 싶데……”

설마 했던 대답이 지원의 마음속으로 싸늘한 냉기를 느끼게 만들며 지원은 굳어져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실수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와의 몇 번의 관계가 결국은 일을 만들고 말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고 그녀와의 만남이외에 그녀의 가족까지도 끼여들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지원은 불쾌한 감정마저 들었다.

“지혜야…무슨 일이 있는 거야..??…갑자기 날 보자는 이유는 뭐고…??..”

말문이 막혀온다.

지원은 그녀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는 듯 화가 나면서도 감정을 누그려 뜨리려 노력을 하면서 심호흡을 하고는

“뭐라고 했길래 언니가 날 보자는 거야….??…”

“지원씨가 난처한 상황이라는 거 알면서도…..언니 성화 땜에 어쩔 수가 없었어….”

지원은 처음 그녀를 만나던 때가 생각이 났다.

몇 번 눈인사로만 마주쳤을 뿐이었지만 봄철 야유회 때 자연스레 어울린 자리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에 몇 번의 저녁식사 끝에 이름도 생각 안나는 호텔에서 그녀와 정사를 나누었었다.

처음이 아니 였던 듯 자연스런 섹스에 만족했고 몇 번을 그렇게 만난 게 결국은 이런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에 약속 장소와 시간을 묻고는 시동을 켰다.

미안한 듯 주눅든 그녀의 목소리에서 지원은 측은한 생각도 들었지만 냉정해지자는 각오를 다지며 그녀가 일러준 장소를 생각하고는 차를 움직여 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조용하게 지내왔는데 어쩌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허탈해지기도 했지만

별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며 강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지원의 나이 이제 스물여덟.

아직은 꼬리를 잡혀 얽매이기는 싫었고 묵직하게 자리잡은 어릴 적의 뼈저린 상처도 아직은 자신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생각에 몰두한 상태였지만 머리 속에 자동센서가 들어있는 것처럼 그의 차는 약속장소가 보이는 호텔입구에 도착해 있었고 주차할 공간을 찾다가 구석진 곳의 빈곳에 차를 넣을 수 있었다.

괜히 얽매이는 건 아닌지 주저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약속을 해버린 상태였고 아마 똑 같은 상황이 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왔으리라 생각을 하며 문을 열고 차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로비를 지나 지하로 연결되는 복도를 걷고는 아늑하게 느껴지는 조용한 장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이 꽤 분위기를 북돋았지만 지원의 마음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듯 무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굳어진 듯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며 지혜를 찾기 시작했다.

정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종업원이 지원의 앞으로 다가설 즈음 창가의 곁에서 밝은 색 투피스를 차려 입은 그녀의 모습을 볼 수 가 있었고 때 맞추어 그녀도 지원을 발견한 듯 손을 흔들어 온다.

지원은 심호흡을 길게 하고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테이블로 다가서기 시작하고 지원의 모습을 바라보던 중후한 모습의 남자와 마른 듯한 모습의 여인이 자리를 일어서고는 지원을 향해 시선을 모아온다.

“지원씨…어서 와…….형부………..말씀 드렸던 지원씨에요….”

“어서 오세요….지혜 형부 되는 사람입니다….박인철이요...”

“처음 뵙겠습니다….정지원 입니다….”

마흔은 넘은 듯 보였고 뿔테의 안경을 낀 남자의 얼굴에서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가 떠오르고 옆에선 채 지원의 모습을 꼼꼼히 바라보는 여인의 얼굴엔 호기심 많은 애들처럼 반짝임이 보여졌다.

어색한 듯한 분위기를 너털웃음으로 털어내며 지원에게 자리를 권하면서 인철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너무 부담 스러워 말아요….우린 그냥 말만한 우리 처제가 누굴 만나고 다니는지 궁금했을 뿐이지…별반 뜻은 없어요……”

“예…….”

“형부….내가 어린애에요…..치이…저럴 땐 꼭 아빠 같다니깐…..”

“허허허….아이고 우리 말괄량이께서 어련하실라고……”

“저는 지혜 언니에요…가끔 지원씨 얘기를 들었어요…..듣던 것보다 더 미남이시네요..호호호…..”

어색하기도 했지만 지혜의 언니와 형부가 있는 자리라 긴장이 되고 있는 터에 언니의 칭찬은 왠지 지원을 쑥스럽게 만들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에 언니는 손을 가리고는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웃음소리가 연이어 들리면서 금새 분위기는 밝아지기 시작했고 인철의 다소 어눌한 말투와 지혜 언니인 지수의 명랑한 대화에 지원도 동화되 듯 조금씩 얼굴에 미소를 드리워 간다.

지혜는 처음부터 이런 자리를 마련하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 였지만

지원을 생각하면 그냥 놓치기는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남자를 만나고 여러 번의 관계를 가졌지만 지원만큼 자신을 채워줄 남자는 없어 보였고 언니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시간을 잡은 게 참 다행이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색했던 분위기가 일소되면서 지혜의 얼굴에도 미소가 자리잡으며 지원의 모습을 가만히 처다보기 시작했다.

조금은 화가 났으리라 생각을 했지만 지원의 얼굴에서는 화난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고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편안해지며 지혜는 기대가 어린 표정으로 기쁜듯한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다.

“언니는…지원씨가 처음 우리회사에 입사할 때….얼마나 대단했는지 알아…??…”

언니가 지원의 회사생활을 물으면서 남편 자랑을 하자 기죽을 수 없다는 듯 지혜가 거들면서 자매들의 수다가 이어지고 연신 떠나지 않는 미소로 웃음만 터트리는 인철의 표정도 만족스러운 빛이 가득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연구소의 실장으로 박사학위까지 보유한 인철의 모습에선 여유와 후덕함이 느껴진다.

때늦은 나이에 지수와 중매로 결혼을 하였고 이제 다섯 살 배기 아들을 두고서 회사의 중역으로서 능력까지 인정 받고 있는 터라 왠지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지며 지원은 부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입사 1년차하고 대기업 연구실장하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터울이 커 보였고 생활도 만족스러운지 인철의 얼굴에선 불만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올해로 서른 넷의 지수도 여유롭고 편안한 생활때문인지 동생인 지혜와의 차이가 별로 커 보이지는 않았다.

마른 체형때문인지 아직도 미스라면 의심을 못할 정도로 깨끗한 피부와 앳되어 보이는 복장이 신선하게 보여졌고 자매들의 모습에서 재잘거리는 수다스러움이 까탈스럽게 보이지도 않았다.

“어머….얘 봐…벌써 남자친구를 두둔하고 나서네….얘….결혼하면 아예 언니와 형부는 안중에도 없겠네……”

“언니……”

“허허허…..”

“호호호…….”

침을 튕겨가면 지원을 띄워가던 지혜는 팔불출 같은 자신의 모습에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고는 지원을 바라보았고 지원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보고서야 힘을 얻은 듯 새침데기처럼

토라지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한 동안의 웃음으로 자리가 편안해졌다.

모두가 제각기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고는 한가로운 듯한 모습으로 대화를 나눠가고

궁금한 게 많은지 지수는 지원에게 꽤 많은 질문을 하고는 대답을 들었고 인철은 지원의 대답 속에 고개만을 끄떡이며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맛있게 보이는 식단이 차려질 즈음 인철의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들려오고 

조심스럽게 통화를 하던 인철의 얼굴에서 난처한 듯한 표정이 떠 오른다.

“그래…알았어…..진과장이 처리하고 있어….금방 갈게……”

“무슨 일이에요…..??….”

“으응…..회사에 들어가 봐야 될 것 같은데……..”

“왜요…형부….??…”

“그게 말야…..내일 아침에 회사에 손님이 온다고 하네…..회사에서 나를 급하게 찾고 있어….이거 미안해서 어쩌지요…..??….”

“아닙니다….괜찮습니다……”

“그래요….조금만 양해해 주시고 다음엔 우리 소주 한잔 하십시다……..”

지혜와 지수의 원망어린 눈총을 애써 외면하며 인철이 자리를 벗어난다.

“괜찮습니다….뭐 다음에 술이라도 따로 한잔 하면 되지요….”

미안한 듯 표정을 찌푸리는 지수에게 지원이 얘기를 하자 다소 밝아지는 얼굴이 된 지수가 

“그럼 저녁 먹고…우리 술 한잔 하러 가죠…뭐….”

“언니….우진이는…..??…”

“할 수 없지 뭐…엄마가 저녁까지 보라고 하지 뭐……”

“엄마가 뭐라고 안 하실까….??….”

“걱정 마….내가 알아서 할게…..”

지수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표정이 떠오르고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올리고는 지원과 지혜를 번갈아 보며 눈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율에 젖 듯 한가하고 여유로운 저녁 식사였다.

만족한 미소를 식사 내내 지은 채 지혜는 기쁜 듯한 표정이었고

지수 역시 가끔씩 식사를 하는 지원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즐거운 듯 분위기에 젖어간다.

창문가로 점점 어둠이 내려지며 내부의 밝음이 점점 짙어가기 시작했다.

호텔 라운지의 야경은 두 여자를 앞에 둔 지원에겐 즐거운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아직까지는 지혜와는 공식적인 사이라고 시인은 할 수 없었지만 

꽤 미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만큼 두 여인의 모습은 흡족한 마음을 가져 다 주었다.

식사를 마친 상태로 이 곳에 들르고는 작은 양주를 시키고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랜 만에 술자리를 갖는다며 지수는 내내 밝은 표정을 지었고 지혜 역시 지원이 있어서인지 예전의 모습과는 다른 차분한 모습을 보이며 지원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호호호….얘가 원래 그래요….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갈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럼 어떻게….??….내가 보기에도 킹카 던걸….”

“애두 참………그런다고 니가 덥석 ‘너 마음에 든다’ 이러는 게 어딨냐…??…”

“치이….좋기만 하면 됐지 뭐…..”

처음 만날 때의 얘기를 하며 지수는 지혜를 나무라 듯 놀려대고 주눅든 표정 없이 지혜의 모습에선 당당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얘가 태어날 때 아들 낳는 줄 알고 집안이 뒤집어 졌었대요……엄마 배속에서조차 방방 뛰며 놀았으니 오죽했겠어요….호호호….”

”언니…자꾸 그럴래…..??….”

새침해지는 표정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원의 집은 아들만 셋이었지만 지혜네 집은 딸만 셋이었다.

큰언니와 둘째 지수 

지혜는 막내로 집안의 귀여움을 많이 받은 탓인지 자유 분방한 모습이 돋보였고 지수는 그런대로 차분한 모습과 우아한 모습이 돋보였다.

꽤 큰 기업을 운영하는 집안 덕분인지 문화적인 생활에서 습관처럼 여유로운 모습들이었고

자신과는 다소 동질감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주눅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지원씨네는 어떻게 되요…??….”

“예에…??…..”

“아들만 셋…..그 중 지원씨가 둘째…..맞지…??…”

“후후후….어떻게 알았어….??…얘기 한적이 없는 것 같은데……”

“뭐….알 방법이 있지………”

“……..??…………”

“………??……..”

의아한 표정들을 바라보며 지혜가 짓 굳은 미소를 떠 올리고는

“그게………..……니 이력서 다 봤지….아주 꼼꼼이……..”

“뭐…..??…..”

“얘가…..아주 작정을 하고 꼬리를 쳤구나…….호호호…..하여튼……한지혜 대단해…..”

두어 잔 마신 상태였지만 정신은 말짱했고 지혜의 눈빛에서도 자신과 같은 멀쩡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지원은 지혜의 눈 속에서의 열기를 감지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의도적인 만남은 아니 였지만 자신을 찍어 놓고서 대놓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 수 가 있었고 그 의도대로 자신이 끌려가는 것도 느낄 수가 있었다.

고개를 살래살래 젖는 지수의 모습에서 장난기와 호기심어린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남자들을 달고 다니던 동생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남자가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이지만 무엇이 동생을 집착하는 모습으로 만들었는지 지수는 의아하고 궁금할 따름이었다.

자신이 아는 동생은 자존심도 강하고 공주처럼 생활하던 습관 때문에 만족을 모르는 철부지로 알고 있었는데 지원을 초대한 자리에서의 모습은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있는 게 마냥 신기하고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지수는 자신이 어떨 때는 동생인 지혜의 성격과 자유분방한 생활이 부러웠다.

다소 소극적인 성격과 겁이 많은 탓인지 대학시절에도 별다른 연애 없이 지내오다 사회에서 처음 만난 남자에게 순결을 주고는 몇 번의 섹스만을 경험한 채 지금의 남편을 만나 살고 있었기 때문에 화려한 생활을 했던 동생이 부럽다는 생각을 가끔씩은 했었다. 

호감이 가는 첫인상도 좋았지만 커다란 키와 날씬한 모습도 지수에게는 멋있게 보여지며 특별히 다른 무언가가 있을거란 생각에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지혜의 주위에는 지원과 같은 미남들이 수두룩했다.

집 앞까지 쫓아 다니는 남자에서부터 재벌2세까지 여러 남자가 지혜의 근처에서 배회하던 것을 지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원이 자신들의 상상을 깨고는 지혜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었다.

지수의 눈길이 자꾸만 지원에게 쏠려가면서 지원은 두 군데서 뿜어져 나오는 다른 종류의 열기에 애매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가족에 대한 얘기와 회사일등 잡다한 얘기를 나누며 어느새 두병의 병을 비우고는 시간을 바라 보았다.

열한 시를 가리키는 초침에 지원과 두 여인이 자리를 일어선다.

“오늘 즐거웠어요….다음에도 오늘 같이 즐거운 만남이 됐으면 해요…..”

“즐거웠습니다…..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처음 호기심어린 눈빛에서 이제는 은근해진 느낌마저 들게 하는 지수의 열기어린 모습에 지원은 아쉬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깨끗한 인상에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생겼다.

동생인 지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고 지원이 알고있는 많은 여자들 중에서도 손 꼽을 정도의 생기도 느낄 수 있었다.

한 동안을 부딪힌 눈이 지혜에게 쏠리며 발그래진 모습을 바라보았다.

“데이트하고 와….나 먼저 가 있을게……”

“그래….언니……”

호텔 입구까지 나온 지원은 지수가 택시를 타고 떠나자 말없이 지혜를 바라 보았다.

옆에선 지혜는 지원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을 바라보았고

한 동안 말이 없자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화났어…..??……..나도 모르겠어….지원씨 생각하자 놓치고 싶지 않았어…부담되면 언제든지 얘기 해……..”

“……한지혜…..”

“……….??………….”

숙였던 고개를 들며 지혜의 불안한 듯한 눈망울이 보였다.

초조하면서도 자신만의 의도대로 일을 만들어버린 미안함도 보인다.

“너….보기보단 딴판이다…..남자같이 터프한 줄 알았는데 …..이런 면도 있었고….”

“풋…..그럼 어떡하냐….마음이 끌리는데…….”

시원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생머리가 날리며 가냘픈 목덜미를 쓸어 올렸다.

발그래진 볼과 빛나는 눈동자에서 지원은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욕정이 느껴진다.

지혜는 자신을 바라보는 지원의 눈 속에서 자신을 태워가던 욕정을 느낄 수 있었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 속으로 쉬임 없이 자신을 뜨겁게 만들어가던 모습에 지혜는 설레이는 마음과 몸 속으로 흐르는 열기를 감지하고는 젖어 드는 느낌에 잔 떨림이 일어났다. 

지원이 자신을 가지려는 마음만 있다며 그녀는 허락하고 싶었다.

지원과 밤을 보낸다면 자신도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만족시키는 열정에 큰 기대감도 들면서 지원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무언의 질문을 던지듯 지원의 눈 속에서 점점 열기가 번져가며 지혜를 안타깝게 만들어 갔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떡이는 것으로 지원은 지혜의 손을 잡고는 나왔던 호텔로 발을 돌리고는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