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시마 다케오의 초야 - 1부 7장
본문
7. 휴식의 밤
헤어진 직후부터 이미 가쓰오의 몸은 아끼꼬가 그리워졌다. 가쓰오는 그런자신을 되새겨 본다. 육체를 부추기는 것은 그의 마음인 것같다. 솔직하게 만나고 싶다고 표현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욕망을 핑계대는 것이다. 그것은 아끼꼬의 매력인 동시에 가쓰오의 성격이기도 했다. 세로운 여자에게 정이 옮겨가고 집중적으로 불타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동안은 그 여자가 가장 소중한 여자가 된다. 가장소중한 위치에 있는 여자와는 그여자가 그 자리에서 밀려난 뒤에도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 또한 여자가 스스로 떠날 때까지 가쓰오는 그녀를 거절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나서 동침한 여자라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그야말로 하룻밤만의 여자가 있는 것이다. 그 경우 가쓰오에게는 전혀 애착심이 없다. 어차피 아끼꼬는 에이꼬의 후계자가 된 것 같고 게다가 그것은 에이고의 생각대로 된 것 같다.
"어차피 출근은 내일부터니까 늦게까지 함께 있을 걸."그런 아쉬움을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오자. 집안이 깨끗이 정돈 되어 있었다.
"나쓰꼬가 왔었나?"그렇게 생각하면서 외출중에 걸려온 전화 테이프를 들어본다.증권회사에서 세일즈를하고 있는 마쓰까와, 대학시절의 친구이며 출판사에 나가고 있는 구니또모,그리고 여자들, 하꼬네 전화를했던 다까다의 전하는 말도 있었다. 에이꼬의 동생 쥰꼬는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어제와오늘에 걸쳐 걸려온 것이다.
"일시적인 감정은 아니었구나."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편물을 들고 사또 나쓰꼬가왔다.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다. 가쓰오가 이 여자와 얽혀 있는 것을 에이꼬가 본 적이 있다.
"어디 갔더랬어요?""하꼬네에요.""그저께 밤에 왔던 여자하고요?"아끼꼬가 자고 간 흔적을 남겨 놓지 않았을 텐데, 역시 시트는 속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시트는 깨끗이 세탁되어 마당 빨래줄에 널려 있다.
"그래요.""처녀죠?"
"그런가 봐요.""죄만 짓고 있군요. 빨리 결혼하세요."나쓰꼬는 세탁물을 개어놓고 가쓰오에게 커피를 끊여 준다.
"오늘밤도 나가세요?""아니, 이젠 자야겠어요.""그럼 이불을 깔겠어요. 피곤하시겠어요."이 연상의 유부녀와 가끔 자는 것으로 가쓰오와 그런 일이 있어도 자기의 선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나이 차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남편과 아이를 사랑하기때문에 못된 야심도 일으키지 않는다. 남몰래 하는 외도라는 것을 잘알고 있고, 나쁜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부당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 가쓰오가 주는 노임은받고있지만 동생의 시중을 들어 주는 기분으로 일을 잘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나쓰꼬는 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그를 본다.
"아니, 피곤하지 않아요."가쓰오는 나쓰꼬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안고 손목을 잡아당긴다. 욕심이 생겨서가 아니다. 피곤하지 않다는 증거로 잡아보라는 뜻이다. 나쓰꼬는 바지 위로 그의 것을 잡는다.
"그봐요, 맥이 없는데.""그렇지도 않아요."가쓰오의 말대로 나쓰꼬가 만지자 그의 것은 금방 팽창되기 시작했다. 빨리 이불을펴자고 가쓰오가 속삭였다. 이불을 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나쓰꼬도 같이 눕자는뜻이다.
"안 돼요, 곧 가야 해요."저녁 때다. 주부가 바쁜 시간이다. 나쓰꼬의 대답은 예상하고있었다. 그러나 가쓰오가 요구했기 때문에 그녀가 기뻐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남편이 벌써 돌아왔어요?""아직은 안 왔지만, 안 돼요."그렇게 말하면서도 나쓰꼬는 숨을 할딱거리면서 그의 바지 앞을 헤치고 그것을 꺼냈다. 이틀 밤을 아끼꼬와 지냈기 때문에 나쓰꼬의 익숙한 솜씨를 더욱 실감한다. 그것을 꼭 잡고 한 손으로 그의 허리를 잡으면서 그녀가 무릎을꿇었다. 그것을 자기 뺨에다 비비고 입으로문다. 가쓰오가 몸을 젖히고 그것을 본다. 교묘하게 혀끝을 놀린다.
이틀 밤을 여자와 잤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녀는 자극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나쓰꼬의애무는 금방 끝났다. 입을 떼었다가 소리를 내어 키스하고 도로 바지 속에 집어 넣는다.
"더......."가쓰오가 허리를 흔들며 재촉하자 그녀가 웃으면서 머리를 흔든다.
"무리하지 않는게 좋아요. 이젠 푹 자요."나쓰꼬는 저녁 찬거리를 사려고 나왔다가 들른모양이다. 현관에 장바구니가 놓여 있다. 혼자 남게 된 가쓰오는 이불속에 들어가서 나쓰꼬가 들고 들어 온 우편물과 신문을 읽으면서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의그곳은 아끼꼬의 뜨거운 몸속에 들어갔던 그대로다. 끝부분만 아까 나쓰꼬가 아끼꼬의 자국을지웠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옆에 나쓰꼬도 아끼꼬도 없기 때문에 새삼 아쉬운 욕망이 되살아난다.
"아끼꼬에게 전화를 해서 오라고 하면 놀라겠지."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아끼꼬도 이틀 밤이나 방을 비웠으니 여러가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지금 비로소 아끼꼬는 혼자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고 있을까?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 벨이울린다. 잠을 자려고 했는데, 배개맡의 수화기로이어놓지 않았다. 가쓰오는 일어나 거실로 가서 울리고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어디 갔었어요?"쥰꼬의 힐문하는 말투다.
"미안,미안."가쓰오는 사과를 했다.
"급한 일이 있어서 하꼬네에 갔었어. 정말 미안해. 지금 어디 있지?""학교요."
"오겠어? 아니면 어디서 만날까?""오늘은 안 돼요.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수업이 오전에 끝나요. 오후에 있겠어요?""집에 있어.""그럼 1시경에 가겠어요.""알았어."
"나가지 마세요.""꼭 기다리겠어."수화기를 놓은 가쓰오는 이불을 쓰고 눈을감았다. 그러자 또 전화가 와서 다시 일어났다. 다에꼬의 전화였다.
"그 사람과 싸웠어요. 기분이 안 좋아요. 가도 돼요?"이 스무 살의 요정과같은 아가씨는 연인과 싸우고 나서는 가쓰오에게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 연인은 같은 대학의 같은 연구실 학생이며, 가쓰오는 아직 본적이 없다. 다만 아에꼬가 털어놓는 얘기를 듣고 그 모습을 상상할 뿐이다. 이 여자도 가쓰오가 처음 품었을 때는 처녀였다. 연인은 그 뒤에 생긴 것이고, 아직 그 연인과 혼약을 하지않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는 모양이다.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서 벌써 잠자리에 들었어. 내일로 미루지.""에이꼬 씨가 결혼해서 실망했어요?""설마. 내가 그만한 순정을 가졌다면 행복하게.""어디 편치 않아요?""어쩐지 몸이 무거워. 이마따와 화해를 해.""싫어요. 내가 머리를 숙일 수는 없어요."그리고 그녀는 싸우게 된 이유를 열심히 늘어놓는다. 흔해빠진 감정의 갈등이며, 듣는 이쪽은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나 부모처럼 들어 주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연인과의 싸움을 다른 남자에게 호소한다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물론 후지까와가 에이꼬와자기의 관계를 모르는 것처럼 이마따도 가쓰오의 존재를 모른다.
"그렇군, 네가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군. 좋아, 친구들과 신쥬꾸에 가서 한잔 해.""어머 기뻐라. 한잔 사시겠어요?""단, 여자 친구라야 해. 또하나는 보이헌트 같은 거 안 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갈것."
"알았어요, 약속해요."결국 다에꼬는 가쓰오의 계산으로 한잔하는것이 목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마음이 내킬 때만 상대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어리광은 받아 주는 것이 당연하다.
"내일 몇 시에 전화하면 돼죠?""저녁 때, 그때가 돼야 사정이 확실해지니까.""오늘밤 다에꼬는 친구들과 신쥬꾸에 가서 술을 마시겠지. 술이 취해서 이마따에게전화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내일밤에 만나는 것을 다에꼬에게 무리를 강요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그래서 선택권을 다에꼬에게 준 것이다. 여자가 내키지 않는데 만나는 것을 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 뒤 가쓰오는 한 시간 정도 잤다. 눈을뜨니 방안이 어두워졌다.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할까, 무엇을 만들어먹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나쓰꼬에게서였다.
"저녁 드셨어요?""아뇨, 이제부터 만들려고 하는 참이에요.""잡탕밥 드시겠어요?""아, 그거 먹을 수 있어요?""좋으시다면 가지고 가겠어요."나쓰꼬는 이렇게 가끔 독신 생활을 하는 가쓰오를 위해서 손수 만든 음식을 갖다 준다. 물론 그것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 보답을 해주지만, 나쓰꼬는 그것을 바라고 있는것이 아니다.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것도 아니다. 자기가 손수 만든 음식을 주고 싶은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사실 나쓰꼬의 요리 솜씨는 훌륭했다. 5분도 되지않아서 나쓰꼬가 무거운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뚜껑을 여니 김이 무럭무럭 난다.
"야, 맛있어 보이는데, 당장 먹어야지."가쓰오는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이불 속에서 먹기 시작한다. 나쓰꼬는 부엌을 왔다갔다하며 차를 준비하고 그의 머리맡으로 와앉는다. 그러나 차를 따라주고 곧 일어서려했다.
"그럼 편히 쉬세요."가쓰오는 상자를 비켜 놓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먹는 것은 뒤로 미루고, 잠깐."손을 당기자 나쓰꼬가 주저앉으며 가쓰오 위에 쓰러진다. 그녀를 안으면서 다리를 감는다.
"안돼요. 밤에는 안 돼요. 곧 돌아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해요."그러나 가쓰오는 나쓰꼬를 놔주지 않고 그녀의 스커드 속으로 손을 넣는다. 그곳은이미 뜨겁게 젖어 있고 그가 손을 넣자 그녀의 숨결이 더욱 거칠어진다.
"난 나쁜 놈이야."나쓰꼬의 남편인 사또의 민첩하고 용감한얼굴이 떠오른다. 젊어서는 상당히 화려하게 날렸던 외곬의 사나이다. 지금도 친분있는 깡패 두목이 있다고 자랑하는 것 같다.
가쓰오는 나쓰꼬의 사이를 알면 일대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사실 가쓰오가 나쓰꼬와이렇게 된 것은 깡패 기질이 있는 남자의 아내를 훔치는 스릴을 맛보기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자의 남편이 어떤 남자이건 가쓰오가 옳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아마 지금은 나쓰꼬의 아내가 단순한 선의로 상자를 가지고갔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곧 돌아올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가쓰오는 나쓰꼬의 얇은 속옷을 벗기려고 했다. 나쓰꼬는 심하게 머리를 흔들며 그의 손을 막았다.
"눈치채고 말아요. 내 모습이 이상할 테니까요."그 말을 듣고 가쓰오는 모험을 단념했다. 나쓰꼬는 일어나서 상기된 얼굴로 옷을 챙겨 입었다. 가슴에 손을 대고 크게 호흡을 한다. 가쓰오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못한다면 더욱 하고 싶어요.""어린애 같이."그러면서 나쓰꼬가 일어섰다. 아끼꼬에게 전화를 한것은 나쓰꼬가 가져온 음식을 다먹은 뒤였다. 단 한 번의 신호로 아끼꼬가 나왔다. 가쓰오라는것을 곧 알았던 모양이다. 드라이브 갔던 일을 사례한다. 그 사례하는 말에 가쓰오는 묘한기분이 된다. 이틀 동안 가쓰오는 아끼꼬를 즐겼다. 아끼꼬는 가쓰오에게 순결을 바친것이다. 드라이브나 식사 따위는 그것에 비하면 사소한일에 불과하다. 소중한 것을 덮어두고 하찮은것을 고마워하고 있다니. 현대적인 아가씨라면 그런 사례는 안할 것이다.
"벌써부터 전화하고 싶은 것을 참았어요.""나도 그래. 뭘 하고 있어?""일기를 쓰고 있어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대답할 수가 없다. 그러자 갑자기 밝은 말투로 그녀가 물었다.
"쥰꼬에게서 전화가 있었어요?""있었어. 내일 오겠대.""나와의 일 말할 거예요?""말하지 않아. 내가 아무리 괴짜라도.""안심했어요."음성만 들어도 가쓰오는 안심이 되고, 얘기를 하는 동안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마아끼꼬는 조용히 밤을 맞고 있는 모양이다. 잘자라는 말과 함께 수화기를 놓자 또 전화 벨이 울린다. 이번에느 와다부 시즈꼬에게서다.
"에이꼬를 보낸 기분이 어때요?"놀리는 말투가 역력하다. 어디선가 한잔 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들린다.
"역시 좀 쓸쓸한 걸.""결국 그녀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군요.""그런가 보지.""당신이 사랑하지 않았기때문에 그녀가 단념하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고 당신은 자만하고 있는 거죠? 그게 아녜요. 당신은 이용당한 것뿐이에요. 돈과시간이 있고, 침대에서는 적당히 끈질기고,만만한 상대였던 거죠.어제와오늘은 다에꼬하고 놀았죠?""아냐, 혼자서 하꼬네에 갔었어. 그런데 넌 지금 좀취한 것 같은데? 적당히 하고 일찍 돌아가서 자는 게 좋아.""누구하고?"시즈꼬가 한바탕 웃는다. 아무래도 남자와 같이 있는 모양이다.그러나 그것은 드문일이 아니다. 시즈꼬에게 있어서 가쓰오는 여러 남자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오전 내내 가쓰오는 바빴다. 낮에는 거의 집을 비워두기 때문에 중요한 서류는 은행금고에 넣어두고 있다. 아침 일찍 마쓰까와에게서 전화가있었고, 9시에 찾아왔다. 까와와 함께 은행에 가서 그가가지고 온 보관증과 금고의 보관중을 교환하여 차액을 수표로 지불했다.보관증 같은 것은 굳이 은행 금고에 넣어두지 않아도 좋지만, 만일 도난을 당할 경우의 수속이 귀찮아서였다. 그뒤 마쓰까와와 함께 다시 집으러 돌아와서증권의 동향 얘기를 듣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아오이가 나타났다.
"이 근처에 사는 미망인에게 땅을 팔러 왔어."예기치 못하게 고교시절의 친구 세 사람이 함께 만나게 됐다. 저녁 때 같으면 한잔하자고 나올 판이다. 그리고 마쓰까와와 아오이는 장사의 경쟁 상대이기도하다. 작은돈을 가진 사람은 그 돈으로 땅을 살까 주식을 살까 하고 항상 주저하게 마련이다.
"미망인? 젊은 미망인이겠지?"마쓰까와가 놀린다.
"그다지 젊지는 않지만 아직은 충분히 매력이 있어. 흐흐흐."마쓰까와와 아오이는 각각 증권회사와 부동산 중개업에서 활동하고있기 때문에 같은계층의 여자들과 인연이 깊다. 그러나 마쓰까와는 거래 일변도로 나가는데 반해 아오이는 소자본을 가진 여자들과의 정사가 많은 모양이다. 아오이의 말에의하면, 그 대부분이 여자쪽에서 유혹해 온다고 한다. 아오이로서는 땅을 팔기 위한 서비스가된다.
"여자들은 대개 소심하고 걱정이 많아. 게다가 이업계에는 악착같은 놈들이 있어 협잡꾼에게 걸리지나 않나 하고 여자는 불안한거야. 그 불안을 육체관계를 맺음으로써해소하는 거지. 그런데 그중에는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엉터리땅을 터무니없는 값으로 팔아넘기는 못된 놈도 있어.""너도 그런 축이 아냐?""그런 소리 마. 내가 사준 상대는 모두 고마워하고 있어. 이중으로말이야."직업적인 품위를 위해서 아오이는 빈틈없는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있다. 아오이가 상대하는 계층의 여자들은 대게 옷감에 관해서도 안목이 있기 때문에, 한번보면 영국제라고 알 수 있는 옷을 입어야한다. 게다가 아오이는 한때 모델을 한적도 있기 대문에상당한 미남이다. 첫 대면을 하고 땅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은여자가, 그날 밤으로아오이를 유혹해도 오히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일만 아는 마쓰까와는 일과 정사를 동시에 즐기는 아오이에게 선망과 도덕적인 비난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 미망인도 이미 즐겼어?""글쎄, 그래서 매물을 우선적으로가져갔지. 난 대학에 다니는 그 미망인의딸과 둘이서 현장을 보러가게 됐어."아오이는 가방에서 도면을 꺼냈다. 쓰꾸마의 학원 도시의 한 모퉁이다. 아오이가 설명하기 시작하자 마쓰까와가 비난을 한다.
"땅은 이제 한계점에 왔어.""아냐, 그렇지 않아. 전과 같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값이 오르긴해. 재생산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시이, 어때? 너도 함께 가지 않겠어? 대학에 나가는 딸도 상당히 매력이 있어."
"그 딸도 네가 먹은 거 아니냐?""그런 못된 짓은 안 해."이 "못된 짓"이라는 말 때문에 오후에 오기로 한 쥰꼬를 생각했다.문득 가슴이 아파옴을 느꼈다. 쥰꼬에게 야심을 품고 잇는 자신에게,"내가 아오이보다도 악당인가?"하고 자문해 보았다.
세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나쓰꼬가 나타났다. 손님이 있는 것을 보고 나쓰꼬의표정이 실망하는 것을 가쓰오는느꼈다. 어젯밤에는 가쓰오가 요구했으나 남편이 집에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녀는 거절하고 돌아갔다. 오늘아침에는 기대를 하고 왔을 것이다. 그러나 소녀가 아닌 나쓰꼬는 상냥하게 아오이 등에게 인사하고 일을시작했다.
"그런데 아오이, 너 일을 빙자해서 몇 여자와 놀았어?"아무래도 마쓰까와는 그것을 확인함으로써 아오이를 배덕자로 여기는 자신의 생각을다지고 싶은 모양이다. 아오이가 그것을 알고 히죽거리고 웃는다.
"세어본 적은 없지만 내게 온 여자 손님의 반 정도야.""어떤 여자들이야?""의외로 물장사하는 여자는 적어. 미용사, 고리대금없자, 정부, 중역 부인, 여배우도 있어. 요전에 어떤 여배우가 300평 되는 땅을 샀어. 그다지 인기는 없는 여배운데,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모르겠어. 내가 신용을 받으면 많이 팔 수 있어. 그런 점에서 마쓰까와는 어림도 없지. 마쓰까와의 눈이 아무리 밝아도 주식은 그리 믿을 것이 못되잖아. 오르고 내리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인간적인 신뢰정도가 그리 높지 못해. 내가 한 수 더 높다고 하는 이유를 알겠지?""웃기고 있네.""그보다 이시이, 어때?"가쓰오느 머리를 저었다.
"다음에 하지. 여학생에게는 흥미가 있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아."아오이도 집요하지는 않다. 깨끗이 도면을 접어서 가방에 넣는다.
"하지만 넌 좋겠다. 놀고 먹을 수 있으니.""이래뵈도 바쁜 몸이야.""사까구찌 에이꼬는 결혼했다지?""음."
"난 네가 그 여자와 결혼할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런데 한 여자와 결혼하면 큰일이라도 난단 말이야?"아오이도 마쓰까와도 결혼한 상태다.
"그게 아냐, 난 너희들처럼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을뿐이야.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 녀석은 바보라고 생각해."정각 1시에 쥰꼬가 현관에 나타났을 때 가쓰오는 집안에 혼자 있었다. 쥰꼬는 책가방을 들고 교복을 입고 있었다. 진홍색 넥타이가 산뜻했다. 현관에 나온 가쓰오를 보고쥰꼬가 말했다.
"혼자서 오는 것은 처음이지요?"가쓰오가 웃는다.
"앞으로는 자주 와. 자 올라와."소파에 얕게 엉덩이를 걸치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눈매가 에이꼬와 비슷하다.
"얘기 끝나면 곧 가겠어요.""그 전에 커피라도 들지. 아니면 홍차로 할까?""인스턴트 커피라면 홍차로 하겠어요."가쓰오는 홍차를 끓이고, 쥰꼬를 위해서 사놓았던 케이크를 잘랐다.
"그날 밤 아끼꼬 언니와 계속 있었죠?""아냐, 한 군데만 잠깐 들르고 곧 헤어졌어. 차를 운전하고 있어서 많이 마실 순없었어."
"거짓말."쥰꼬에게는 타박할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든다. 그 심한 태도에오히려 매력을 느낀다.
"아냐, 정말이야. 그런데 쥰꼬도 처음에 만났을 때보다 아주 어른이 됐어. 예뻐지기도 했고."
"그 말투가 날 어린애로 보는 증거예요.""그러면 안 되나?""물론이죠. 난 무엇이나 알고 있어요.""음."
"이시이 선생님, 절 보세요."가쓰오는 쥰꼬를 본다. 쥰꼬는 가쓰오를 노려보고 있다. 눈속에는 불꽃이 흔들리고있다.
"언니와 앞으로도 만날 생각이죠?"예상이 적중했다. 주저해서는 안 된다.
"안 만나.""아뇨, 만날 거예요."쥰꼬는 천천히 머리를 흔든다.
"이시이 선생님이 만나자고 하면 언니는 거절을 못해요. 난들었어요. 언니는 확실히말하진 않았지만, 그럴 거예요.""그것은 너의 오해야. 언니는 새 출발을 한 거야.""그것은 명분일 뿐이에요. 날 속이진 못해요. 그리고 언니는 그럴 생각이지만, 이시이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금방 무너져요. 난 알 수 있어요.""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냐. 그리고 그 신랑이 아주 멋진 사람이던데.""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젠 절대로 언니를 찾지 말라는 거예요.""그건 염려할 거 없어. 분명히 약속하지. 이젠 따라다니지 않아.그 대신."가쓰오는 상체를 기울여서 쥰꼬의 얼굴에 뺨을 댔다.
"쥰꼬를 만나고 싶어."쥰꼬는 다시 머리를 저었다.
"안 돼요. 나도 오늘뿐이에요.난 이시이 선생님 같은 아저씨를 만날필요가 없어요.""심한데, 아저씨란 말은 심해.""나에게, 그래요. 내 친구 중에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가있지만, 바보예요. 나이가너무 차이나는 것은 불결해요."쥰꼬는 일어섰다.
"정말 약속할 수 있어요?""약속해, 그런데 벌써 가?""이젠 용무가 없어요.""좀더 있어. 빨리 돌아가야 할 일도 없잖아.""공부를 해야죠.""오늘은 토요일이야. 괜찮다면 어디 나가서 식사나 하지."에이꼬를 만나지 말라는 말은 전화로 해도 된다. 결혼식 뒤에 바로 말했어도 된다.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할 필요는 없다. 돌아가겠다는 말은 어린 소녀의 허세라고간파했기 때문에 그는 허둥대지 않는다.
"케이크가 맛이 없나?"그렇게 중얼거리며 쥰꼬가 사용한 포크로 쥰꼬가 자른 자리를 잘라서 입에 넣는다.
십대의 소녀에게는 이런 사소한 일도 큰 쇼크가 된다고 계산한 행위이고, 그 자신도그렇게 하고 싶었다. 과연 쥰꼬는 놀라는 눈으로 그의 입을 바라본다.
"왜 이런 행위를 하세요?""쥰꼬가 좋아서.""망측해요."어깨를 들썩했으나 들었던 가방을 놓고 다시 앉는다.
"언니가 결혼해서 안심하고 있는 거죠?""그게 아냐. 난 섭섭해하고 있어. 쥰꼬가 생각하는 것처럼 난 악당이 아냐. 하지만쥰고를 위해서라면 악당이 되어도 좋아.""무슨 뜻이죠?""쥰꼬와 키스하고 싶어."얼굴을 숙이는 듯했는데, 그 순간에 그녀의 눈빛이 번쩍하더니 벌떡 일어섰다.
"뻔뻔스러워요! 난 역시 가겠어요."너무 서둘렀나? 그러나 조금은 지나치는 편이 이쪽을 이성으로 인식시키는데 좋다.
당황하지 않는다. 가쓰오는 손을 내저었다.
"농담이야. 하지만 쥰꼬가 예쁘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야. 너무인기가 있어서 곤란하지?"대개의 젊은 여성은 남의 얘기를 듣는 것보다 자기 얘기를 해주기를 바란다. 가쓰오는 상대가 관심을 갖도록 유인하고, 쥰꼬도 다시 앉으며 새침해졌다.
"내 친구들 중에 남자아이들이 추켜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요. 걔들은 마치 그것만이 사는 보람인 것 같아요. 그것을위해서 눈물겨운 노력을 해요. 날 그런아이들처럼 취급하지 마세요.언니만해도 이시이 선생님을 만날 때까지는 처녀였죠?""쥰꼬가 무서워서 가까이할 수가 없는데.""쓸데없는 사람들에겐 칭찬을 받아봤자 별 수 없죠.""그럼 남자 친구도 없나?""친구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친구예요. 가끔 놀려주면 진심인 줄알아요. 남자 아이들은 자만심이 강하니까요.""놀려 주는 짓은 그만 둬. 원한을 받으면 위험하니까."쥰꼬는 홍차를 마시고 케이크 접시를 들더니 그가 입에 넣었던 포크를 잡았다.
그리고는 가쓰오가 자른 쪽을 자른다. 가쓰오는 보지 않는 척하면서 보고 있다. 그러자 쥰꼬는 갑자기 장난기 어린 눈매로 가쓰오를 쳐다보며 손을멈추고 포크를 접시 위에 놓는다.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죠?"가쓰오가 웃는다. 놀림을 당하고 있는 것은 이쪽이다. 이렇게되면 정직하게 손을 드는 게 좋다.
"그것을 기대하고 있었지.""왜요?"
"좋아하는 여자에겐 간접 키스를 하고 싶은 거야. 남자로서 당연하지.""맙소사!"
쥰꼬는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창가로 갔다. 창을 열고 마당을 본다. 마당은 손질이 안 되어 있다. 전 주인은 정원 손질을 좋아했던지 여러 가지 나무와 돌이 있지만 이시이는 전혀 손질을 안 하고 있다. 나무, 꽃, 돌 같은것에 흥미가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생기있는 인간 관계 쪽이 바쁜 것이다. 쥰꼬의허리는 동그랗다. 폭이 별로 두텁지 않고 조여 있는 느낌이다. 발목도 유난히 가늘고무릎 안쪽이 묘하게 아름답다.
"왜 손질하지 않죠?""귀찮아서.""자신이 안 해도 정원사를 부르면 되잖아요.""아름다운 것이 좋을까?""물론이죠.""그럼 부탁을 해야겠군. 쥰꼬가 좋다면."가쓰오는 수화기를 들었다. 다이얼들 돌린다. 나쓰꼬가 곧 나왔다.
"정원을 가꾸고 싶어요. 내일이라도 정원사를 불러 주세요.""갑자기 웬일이죠?""그녀의 명령입니다.""또 무슨 음모를 꾸미죠?""부탁해요. 다음에 왔을 때는 아름다운 정원을 보이고 싶어요."쥰꼬에게 들려 주는 말이라는 것은 똑똑한 아이니까 알것이다.그러나 인간의 마음은그래도 기쁜 것이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쥰꼬의 등뒤로 갔다. 어깨에 손을 놓고 싶었지만, 그것을 눈치챘는지 그를 피하려고 쥰꼬가 돌아본다.
"다신 안 온다고 했죠?""말했지만 난 듣지 않았어.""언니와의 연결을 위해서요?"올려다 보는 눈에서 갑자기 어른스러운 여자를느꼈다. 쥰꼬가 언니의 연인인 가쓰오에게 이성적인 관심을 느끼고 있던 것은 훨씬 전부터였다. 흔히 있는 예다. 본인이 그것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가쓰오가 쥰꼬에게 흥미를갖게 된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쥰꼬 자신이 여자로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수영복차림의 몸매를 보았다. 교복을벗은 그 몸매는 여고생이라기보다 성숙한 여자였다. 또 한 가지는, 쥰꼬가 여고생이라는 점에 있다. 여고생의성적인 성숙도를 말하는여러 가지 잡지나 신문이 있다. 그런데 가쓰오는 이제까지 많은여자를 애무해 왔지만여고생은 하나도 없었다. 가장 나이가 어린 여자도 여대생이었다. 더어린, 즉 설익은과일의 맛을 알고 싶은 것이 전부터 가쓰오가 품고있는 과제였다. 가쓰오가 처음으로여자를 안 것은 대학에 들어간 뒤였다. 고교시절의 가쓰오는 말하자면 착실했다. 숫총각이었다. 가쓰오와 같은 반이었던 고등학생중에는 이미 교제하고 있는소녀와 육체관계를 경험한 자도 있었다. 어떤학생이 여자 친구를 임신시키고 중절시킬 돈이 없어서 난처해 할 때 가쓰오가 꾸어준 일도 있었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여학생과 사귀고싶은 생각도있었다. 그러나 그런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첫째로 십대의 자존심이었다. 그것을 간단히 허락하는 소녀들과 친하기 위해서는 가쓰오 자신도 그 그룹과같은 놀음에 참가해야 하고, 같은 차원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 섹스에 대해서도, 인간의 삶에 대해서도 청결함을 가지고 있던 가쓰오에게는 참기 어려운것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로는 여고생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많은 여자를 알면서도 여고생은몰랐다. 그러기에 미지의 풋과일에 대한가쓰오의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나 강렬했다.
"성숙한 처녀에 비해서 꽃잎이나 꽃보우리가 어떻게다를까? 숲의 느낌은 어떨까? 연분홍색 피부는 더욱 아름답지않을까?과연 호사가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녀 자신도 이미 애무를 받고 싶은 요소가 있을까? 그리고 지식이나 상상으로도 남자에 관한어느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는 20세 이상의 여자와는 달리 관념적으로만 남녀의 일을알고있는 그녀는 남자 육체를 접하고 어떻게 놀랄까?"그렇기 때문에 가쓰오에게 있어서는 당연히 순백색의 눈이어야한다. 마지막 한 가지는 쥰꼬가 에이고의 동생이기 때문이다. 언니와 동생은 육체적인 구조나 태도나 흥미가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를까 하는 것이 전부터궁금했다. 그것은 상상하는 것조차 무서운 배반 행위일 것이다. 가쓰오는 자신 속에 잠재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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