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날개잃은천사 - 1부

본문

현우네 가족은 다른 가족처럼 잘 살지도 그렇다고 너무 못 살지도 않는 중산층의 평범한 가족이었다. 현우의 아버지는 대기업 보험회사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고 어머니는 자그마한 인테리어 디자인 사업을 하여 성공했기에 가연과 현우는 남들처럼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풍요로운 시대도 가연이 대1 현우가 중3으로 올라가면서부터 삐꺼덕 거렸다.


정철이 가족 몰래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사업 보증을 써 주었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 ‘절친한 친구’ 라는 것도 한 몫 했으리라.


친구 사업이 얼마나 잘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는 가족들 앞에서 입만 열면 친구 사업을 자랑 을 했고, 매달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300만원을 가족들 앞에 버젓이 보여 주며 ‘세상 을 살아가면서 평생을 같이할 수 있는 친구 1명 정도는 있어야해, 애들아, 알겠지?’ 라며 가연과 현우에게 자신의 친구의 우정을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복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해 2002년 3월, 대한민국의 외환보유 부족으로 IMF가 터져 해외기업이 그들이 대한민국에 유치했던 채권을 하나, 둘씩 빼가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그 잘난 아버지의 친구 회사도 빛 더미에 앉아 망하기에 이르렀다. 그 제서야 아버지는 산더미처럼 쌓인 빛을 값 기 위해 그 친구를 찾아 갔지만 친구는 해외로 돈을 빼돌린 직후였다. 두텁다고 생각했던 친구간의 우정이 이렇게 값쌀 줄을 몰랐으리라.


아버지는 할 수없이 은행에 평생 저축했던 돈 을 모두 빼냈고, 가족이 살던 48평 아파트를 팔아 지금 가연과 현우가 살고 있는 빌라 지하 단칸방으로 이사해 10억이라는 거액의 빛을 값을 수 있었다.


이후 아버지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 가기위해 모든 일에 열심히 임했다. 가연과 현우가 그런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면 측은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자랑스러웠다. 남들 같았으면 쉽게 삶의 의욕을 잃고 술주정뱅이나 폐인이 되었겠지만 아버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던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다시 일어서려는 현우의 가족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IMF로 인한 대량 실직이 아버지의 회사에도 미친것이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잘리자 가족은 어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인테리어 가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IMF로 인해 어머니가 운영하던 인테리어 가게도 얼마 가지 못 하고 문을 닫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생계 수단이 끊기자 몇 달 동안은 아버지의 직장 퇴직금으로 버틸 수 있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어머니가 건장한 남성도 힘들다던 노가다 일을 하시고 매일 같이 피곤에 절은 몸으로 우리 가족 모두 눕기에도 비좁은 방바닥에 몸을 웅크려 누우실 때면, 아버지는 매일 같이 술에 절어 들어오셨다.


그렇게 매일 같이 똑같은 일상이 반영되자 어머니도 화가 나셨는지 오늘도 여김 없이 술에 절어 들어오시는 아버지를 붙잡고 착실하던 사람이 왜 이렇게 됐냐며 화를 내셨다.


하지만 반응은 정 반대였다. 아버지가 술에 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어머니를 보고 불 같이 화내시며 주먹을 휘두르시는 거였다. 그 모습에 현우와 가연은 화들짝 놀라며 몸을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아버지가 어머니에 대한 구타는 매일 같이 이어졌다.


그런 아버지의 잔인하고 무서운 모습 때문에 현우와 가연은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막지 못 했다. 하지만 얼마 후 그 모습도 곧 끝나고 말았다.


어머니가 간밤에 현우와 가연의 머리맡에 한 장의 편지를 남긴 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후, 현우와 가연은 어머니가 아버지의 심한 구타로 친정으로 도망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어머니가 도망친 것에 대해 불같이 화내셨고 어머니가 도망친 곳을 누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누나는 그것을 아버지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에 아버지가 불 같이 화내셨고 누나의 멱살을 잡으며 ‘ 같은 여자잖아? 같은 여자끼리 그것도 몰라?’ 라며 누나의 뺨을 때려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나는 끝까지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것 때문에 더 화나셨는지 누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나는 끙끙 앓으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서인지 아버지는 술에 절어 들어오시는 날이면 몇 칠에 한번 꼴로 누나를 개패 듯 팼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났다. 현우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 아니, 아버지라고 불릴 수 없는 그 망나니 같은 작자가 자신의 입으로 이제 이곳을 찼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아닌가!




“누나, 괜찮아?”




현우가 가연을 부르자 가연은 앉은 자세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으, 응….”




가연이 그렇게 말했지만 현우의 눈에는 누나의 상태가 되게 좋지 않게 비추어졌다.


현우는 그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 가연을 부축했다.




“누나….”




“이제 됐어…. 다, 다 괜찮아 질 거야….”




가연은 힘들게 일어나면서도 현우에게 약한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현우는 가연을 한쪽 구석에 앉혀 주고 걸레를 가져와 가연과 자신에게 묻은 그 남자의 토사물을 닦아 내고, 걸레를 다시 빨아 바닥에 퍼져있는 토사물을 닦아냈다.




“누나, 오늘 하루만 알바 쉬어”




“안 돼, 꼭 가야한단 말이야….”




가연은 끙끙 앓으면서도 현우에게 힘들게 말했다.




“도대체 그 몸으로 어쩌자는 거야! 알바는 언제든지 구하면 구할 수 있잖아!”




평소에 얌전하던 현우가 불같이 화를 냈다.


그 모습에 가연이 약간 움찔 했지만 내심 현우의 말에 기뻤다.


평소에도 착하긴 했지만 저 정도로 자신을 생각해 줄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현우야, 그거 아니? 누나는 있지…. 현우가 커서 잘 되는 모습 보고 싶다….”




“누나는 있지…. 현우가 잘 되서…. 잘사는 모습을 보려고….”




가연은 울먹이며 채 끝가지 말을 잊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한 쌍의 새하얀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




현우는 그런 가연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누나의 몸을 꽉 부둥켜 앉았다.




“괜찮아! 누나 걱정하지 마! 누구 보다 잘 살 거야! 누구 보다 잘 살아서 누나를 호강시켜줄 거야!”




어느새 현우의 눈에도 새하얀 눈물 줄기가 그의 턱 선을 흘러 타고 가연의 머리위로 한두 방울씩 똑, 똑 흘러 내렸다.










어느새 방 정리가 다 되었다. 방이 좁아서 그럴 수도 있었지만 방금 전 광풍이 휘몰아쳤던 방이라고는 생각지 못 할 정도로 그 전보다 훨씬 깔끔하게 정리 되어있었다.


그 옆으로는 가연이 평상복 차림으로 늦었지만 현우의 아침을 차리고 있었다.




“지각인거 몰라….”




“히히…. 괜찮아! 어차피 지각 이래 봤자, 대학에 들어가지도 않을 건데 뭘!”




하지만 현우의 그 말에 가연의 날벼락 꽂히는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현우야!”




“………………………!”




현우는 학교 내에서도 최상급 성적을 유지하는 몇 밖에 없는 학생이었다.


이 때문에 현우가 이 성적만 그대로 고등학교까지 가져간다면 대한민국 최상위권 대학 어디든 붙을 거란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만약 그런 대학만 입학 한다면 가연은 여태껏 고생한 힘든 생활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직 그러한 이유 때문에 가연은 어떠한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아니….돈! 돈만 많이 주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동생은 자신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었다.


가슴이 뜨거웠다. 심장이 고동치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누나….”




현우가 그런 가연의 연약한 모습에 마치 죽을죄를 지은 것처럼 미안해졌다.




“현우야, 현우는 말이지 꼭, 대학 가야 돼…. 이 누나를 생각해서라도 꼬옥!…….”




“누나….”






현우는 그런 누나를 볼 때면 가슴이 아팠다.


자신 때문에 서울 4년제 소재대학을 휴학해 여태껏 힘든 고생만 한 것이다.


누나 혼자라면 과외를 해 입학 비를 마련하고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었지만 내가 있었기에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우는 여태껏 고생한 누나를 위해 빨리 사회에 나가 돈을 벌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우 그런 생각도 가연의 눈물로 인해 바뀌어 버렸다.




‘그래, 내가,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해서 좋은 대학가면 되는 거다. 그때, 그때가 되면 나하고 누나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야….’




“누나 그만 울어 나 대학 갈게! 대학가서 누나 행복하게 만들어 줄게!”




현우의 그런 말에 흐느끼던 가연이 살며시 고개를 들어 현우를 바라봤다.




“헤에? 예쁜 우리 누나 얼굴 다 망가졌네, 도대체 어떤 남자가 이런 누나를 대려갈려나, 걱정이야 걱정!”




그러면서 현우는 가연의 눈 주위를 손으로 살며시 훔쳤다.




“흠칫!”




현우의 손길에 가연이 약간 떨었지만 이내 가만히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평온이었다. 가연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어렸다.




“엇!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는데…….”




“바보….”




그런 동생의 모습이 가연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여느 날과 다른 힘든 하루의 시작 이였지만 현우가 집에 도착 했을 땐 이미 어둑어둑 해져 있었다. 하지만 곧 이어 들어올 누나를 생각하니 기분 좋은 어린 미소가 걸렸다.


현우의 생각대로 얼마 안 있어 가연이 들어왔다.


약간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런 얼굴도 현우에겐 그저 예쁘게 보일 뿐 이였다.




“누나 밥 먹자! 내가 볶음밥 만들어 놨어!”




현우의 말에 피곤에 지친 가연이 무슨 네가 볶음밥 반문하는 듯한 얼굴로 반문 했지만 상에 차려진 볶음밥을 보자 내심 놀란듯했다.




“내가 어떻게….”




“학교 기가 시간 때 만들어서 한번 만들어 봤어”




그 말에 가연도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가연이 한번 맛보고 놀란 표정을 짓자 현우가 그녀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되게 맛없다!”




“………………”




“히히… 거짓말이야, 거짓말! 현우가 만든거 되게 맛있어! 누나가 한것보다 나은데?”




“헤헤… 당연한 걸가지고….”




그 말과 동시에 내 눈 앞으로 별이 떠다니는 게 보였다.




“요게, 칭찬만 해주면 못하는 말이 없어요.”




그렇게 누나와의 맛있게 밥을 먹는 와중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현우는 내심 걱정했지만 저렇게 정갈하게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그 일리가 없었기에 내심 안심은 되었다. 그렇게 현우와 가연이 서로의 눈을 쳐다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누굴까?’




그런 생각을 하며 현우가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밖으로 40대 중반의 풍만한 몸집을 가지고 계신 한 아주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가족에게 이 빌라 지하 단칸방을 보증금 오백만원에 월 이십 만원 이라는 싼 가격에 내주신 착한 아주머니셨다.




“저기 학생, 미안하지만 안에 좀 앉아도 될까?”




그러자 누나가 어서 들어오시라며 미소 띤 얼굴로 아주머니를 맞아들였다.


그 아주머니도 40대의 중후한 미소로 가연과 현우를 반겼다. 




“저기 학생, 오늘 아침에 너희 아버지가 이사 간다는데? 사실이야?”




그 아주머니의 말에 가연과 현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번 마주 보더니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가연은 ‘설마 그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게….”




누나의 의문스런 말에 주인아주머니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말을 흐렸다.


그러곤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누나와 내게 정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그게 사실 자네들 아버지께서 직장을 구했다고 몇 칠 후면 더 싼 지방으로 이사 간다며 보증금을 빼달라지 뭐야…. 으이구, 이놈의 주책! 평소 술만 먹던 그 양반이 왼 일로 맨 정신으로 와서 심각하게 말 하 길래 진짜인가하고 덥석 믿었던 게…. 너희 아버지의 말을 믿지 않고 너희들에게 한번이라도 물어 봤어야 하는 건데, 아이고 이를 어째….”




그러면서 연신 미안한 표정을 지으셨다.




“저,저기 아주머니, 아버지께서 보증금을 얼마 빼가셨는데요….”




더듬는 가연의 말에 아주머니도 사태가 심각한걸 알고 얼굴을 굳히셨다.




“그, 그게 말이지, 오백만원 다 빼갔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연은 얼굴은 기가 막히다 는 표정을 짓고 눈을 내리 감았다.


또한 그런 가연의 마음속으로 여지 것 아버지께 구타당하면서도 생전 느껴보지 못 했던 분노의 감정과 더불어 동생 현우와 자신의 앞날에 이어질 참담한 사회생활이 가연을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 감고 있던 가연의 옆으로 현우가 다가와 아주머니께 말을걸었다.




“저기, 아주머니 보증금 없이도 가능하죠?”




“응, 그야 그렇지만….”




아주머니는 미안해서 그런지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하셨다.




“그럼 이거면 되나요?”




아주머니는 현우가 내민 통장을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학,학생!”




그런 아주머니의 반응에 가연이 눈을 떴다.


그 후 아주머니의 손에 들려있는 통장의 잔액을 보고 놀랐다.


그 통 장에는 적지않은 금액이 예금되어 있던 것이었다.




“현,현우야! 내가 어떻게!”




그 순간 가연의 머릿속으로 어제 있었던 뉴스 소식이 머릿속으로 흘러 지나갔다.




“설마, 그건 아니지? 그렇지?”




“누나, 나 사실…. 누나 몰래 학교 자습 일찍 끝내고 알바 하로 다녔어…. 누나가 알면 분명히 그만 두라고 할 거 같아서 비밀로 한 거야, 절대로 훔친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누나….”




“현우야….”




“그리고, 나 늘 누나한테 미안 했어…. 나 때문에 대학 휴학 하고 돈 버는 게 너무 미안 했어, 여기서 더 모아서 누나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헤헤….”




“흑흑... 현우야….”




어느새 가연의 양볼에는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누나….”






가연은 현우를 자신에 품에 끌어 앉았다. 마치 어찌 보면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살았을 동생을 보니 한 없이 미안했고, 여태껏 동생의 이런 사랑을 몰라 준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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