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잃은천사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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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리 띠리리리리, 띠리리리, 띠리리리”
오늘도 다른 날과 변함없이 학교 일과를 마치는 6교시 종례 소리가 교내 스피커로 교실 내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교실 내에 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가방을 둘로 메고 평소 자신과 절친한 친구 몇 명과 짝을 이루어 교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많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교실을 나서는 동안, 교실 오른쪽 끝자락에 앉아 있던 한 남학생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교실 뒤에 있는 자신의 전용 사물함에서 필기구 몇 개와 정석 수I꺼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자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교실에 남아 있던 몇몇 학생은 그에게 측은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은 현우는 그들의 그런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 하는 냥 자신을 깔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마음 같아선 확 달려들어 그들을 패주고 싶었지만 현우는 마음속 깊이 꾹꾹 눌러 참고 그동안 흩어졌던 정신을 한데모아 정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길 몇 시간, 아까 전 까지만 해도 구름 한 점 없던 푸른 하늘이 해가 뉘엿뉘엿 지며 깊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그런 하늘을 보던 현우가 자신의 손목에 달린 시계를 보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급히 가방을 챙겨 교실을 뛰쳐나갔다.
“자글, 자글, 자글”
빌라 지하 단칸방의 가스렌지 위에서 들려오는 김치찌개 끓는 소리와 그 향긋한 냄새가 현우의 코를 자극 시켰다. 현우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몇 번이고 침을 꼴깍 삼켰다.
“누나! 아직 이야! 나 배고프단 말이야!”
현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새빨간 김치찌개가 그의 친 누나인 가연의 손에서 상 위로 차려졌다. 김치찌개가 차려짐과 동시에 현호는 온 호들갑을 떨며 숟가락으로 밥을 허겁지겁 퍼먹기 시작했다. 누가 현호의 이런 모습을 본다면 16살 한창 클 나이에 ‘잘 먹는다’ 말하겠지만, 가연에게 있어 현호의 이런 모습은 늘 안타깝게 다가왔다.
“현호야, 누나 기다리지 말고 학교 갔다 오면 혼자 밥 차려 먹으라고 했니 안했니?”
"헤헤, 나 혼자 먹으면 심심하단 말이야, 그리고 누나랑 같이 먹으면 엄청 맛있어”
현우의 헤헤 웃는 밝은 모습은 또 한 번 가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난 현우는 가연이 치울세라 먼저 일어나 식기들을 옮기고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나서 밥상을 차린 상위를 흰 걸레로 깨끗이 닦고 학교에서 가져온 정석 책을 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 현우의 모습을 보는 가연의 얼굴에는 엷은 미소가 번졌다.
“으,,, 눈 아파”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빌라 지하 단칸방 이였기에 밝은 전등이 있다 해도 그림자 때문에 한 게가 있었었다. 물론 가연이도 현우가 왜 이러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만 하고 누나랑 같이 자자”
가연의 그 말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현우는 공부상 옆에 이불을 펴고 누워 있는 가연의 몸 바로 옆에 자신의 몸을 뉘었다.
“헤헤….”
“누나가 그렇게 바보 같이 웃지 말라고 했지?”
“헤헤…. 뭐 어때, 누나랑 같이 자는 게 좋아서 이러는 건데”
“누나가 하지 마라면 하지 마”
“으, 으, 응?”
현우의 뾰로통한 대답에 가연이 현우의 양 볼을 잡고 살며시 늘렸다.
“아앗!”
“앞으로 할래? 안할래?”
“우왁! 알았어! 알았다고! 누나! 빨리 놔줘! 으악!”
가연이 현우의 길게 늘어트린 양 볼을 놓자 현우는 연신 그의 벌겋게 달아오른 볼을 문질렀다.
“치잇! 마귀 할망구!”
“헤에? 이 세상에 이렇게 젊고 예쁜 마귀 할망구 있나 몰라? 후후훗….”
“….”
그 말에 현우는 차마 대응을 할 엄두도 못 냈다.
“후아아암~”
현우가 길게 하품을 늘어뜨리자 가연은 그런 현우의 긴 머리를 뒤로 살며시 쓰다듬었다.
현우도 그런 갑작스런 누나의 부드러운 손길에 얼떨떨했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현우야…. 우리 그 전날로 돌아 갈수 없을까….”
“.........................”
하지만 현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다.
그렇게 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가연의 부드러운 손을 느끼며 잠들었다.
“....................................”
“현우야, 잘 자, 쪽”
그러면서 가연은 현우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방을 나섰다.
“쾅! 쾅!”
“ 이 씨발 년아! 문 안 열어! 빨리 열어! 씨발 개같은 년! 걸레 같은 년!”
이른 아침부터 현우는 어떤 괴한이 자신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마도 저 소리의 원인은 평소에 자신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그’가 찾아왔기 때문 일 것이다. 그러면서 현우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노곤한 몸을 이끌고 어기적거리며 일어났다.
하지만 현우와 반대로 가연은 언제 깨어났는지 귀여운 미니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분홍색 앞치마를 두르고 아침밥을 차리고 있는 중이었다.
“누나? 문 안 열어 줘도 괜찮아?”
현우가 걱정스레 가연에게 묻자 가연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현우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흐응? 당연히 안 괜찮겠지?
“근데 어째서 문 안 열어 줘?”
현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가연은 물기를 턴 손을 분홍색 앞치마에 닦으며 현우를 돌아보았다.
“그냥…. 아침 밥 상 다 차리고 나면 문 열어 주려구….”
“누나….”
현우는 걱정스레 가연을 불렀지만 가연은 걱정 말라는 듯 싱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현우는 누나의 저런 웃음 뒤에 무지막지한 구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누나가 불쌍했다.
가연이 현관문을 열자, 밖에 있던 자는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냥 집안으로 불쑥 들어와 가연을 순식간에 바닥에 넘어뜨리고 마치 개패 듯 팼다.
남자는 정상이 아니었다. 얼굴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몸에서는 담배냄새와 술 냄새 여자의 야릇한 향수 냄새까지 은은하게 풍겼다.
“씨발 년! 개 같은 년! 감히 날버리고 토셔! 날 버리고 잘사나 두고 보자 씨발년! 걸레 같은 년!”
그런 욕지거리를 내뱉으면서 연신 가연을 발로 밟고 찼다. 그럴수록 가연은 몸을 웅크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않았다.
‘누나… , 누나…’
이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자신의 누나의 모습에 현우는 매번 가슴 아팠지만 이번토록 가슴 아프고 시린 날은 처음이었다.
“아버지! 아버지 미쳤어요! 누나한테 제정신으로 그런 짓을 하냐구요! 그러고도 피를 나눈 가족이에요! 가족이냐고요!”
현우의 저항에 가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평**면 일어 날수 없는 일이 처음으로 일어났다.
하지만 이런 현우의 대담함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짜악!”
시원스런 소리가 작은 단칸방을 채웠다. 현우가 자신의 친아버지에게 따귀를 맞아 난 소리였다.
“내 놈도! 네놈도 날 깔보는 거냐? 여태껏 먹여주고, 재워주고, 키워줬는데 이제 네놈도!”
이어 그의 손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현우는 곧 구타가 이어질 것을 예감하고 낮은 포복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예감과는 다르게 무차별한 폭행은 이어지지 않았고 대신 뜨끈한 액체가 그의 구타를 대신 했다.
현우는 눈이 급속도로 커졌다.
자신의 머리 위에서 지린 악취가나는 노란 토사체가 방바닥 아래로 꾸역꾸역 흘러 내렸기 때문이였다.
“아버지!”
현우가 급히 자신의 아버지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현우의 손길을 거부하고 그 대신 주먹을 현우의 얼굴에 날렸다.
“누가 내 아버지라는 게냐! 퍼억!”
뒤이은 경쾌한 음이 단칸방을 가득 메웠다.
“현우야!”
가연이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쓰러진 현우를 부축하려 했지만 가연에게 또다시 그의 끊임없는 구타가 이어졌다.
“헉헉…. 웨엑!”
그가 게워낸 토사물은 현우와 가연의 머리와 몸체로 쏟아졌다.
“헥헥…. 씨발년!”
그러면서 그는 발에 힘을 주어 가연의 몸을 힘차게 밀었다.
이에 가연의 연약한 몸은 아무런 저항 없이 바닥에 허물어 졌다.
“아,아버지….”
“헥헥…. 퉷! 누가! 누가! 내 아버지야! 크크! 도망간 년이 데려온 아들 주제에! , 이제 앞으로 개 같은 네놈들을 찾을 일도 없을 것다! 퉷!”
땅바닥에 침을 뱉은 그는 가연이 미리 준비해둔 하얀 봉투를 들고 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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