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회 - 21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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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회 21부 2장
“이건?”
“예.”
욕이 절로 나온다. 이제 막 직원 60여명의 작은 회사에 장부가 뭐 이렇게 많은 건지. 두께만 해도 10cm는 넘어 보이는 서류 모두가 우리 회사 장부였다.
하긴 지난해 총매출이 50억이 넘었고, 올해는 아직 절반도 않지났지만, 쉽사리 100억이 넘을 것 같으니 이 정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부사장에게 찬바람이 느껴졌던 게 당연했다. 국세 조사가 올 것 같다는 말에 부사장은 압력이라는 것을 금새 알아챘으니. 근데 이걸 언제 다 보지.
“저게 혹시 컴퓨터 파일로는?”
밟았다. 그것도 아주 큰 지뢰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사자은 몸둘바를 모르고 있었다. 저기 이마에 보이는 땀들은 분명히..... 나를 원망하는 땀일 것이다. 아 부사장의 유일한 약점이 컴맹이라는 건데 그걸 건들었으니.
“같이 보면서 이야기해야하는 거라서 서류가 더 옳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예. 당연하죠. 제가 잘모르는 것도 있는데 서류쪽이 훨 낫죠.”
말문을 감추고 있다. 철두철미한 부사장이 아 미치겠네.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저렇게 어려워하니 내가 더 미치겠다.
“저기 식기전에 차부터......”
“예.”
그건 그렇고 이 와중에도 정말 예쁘게 차를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커피 광고나, 홍차 광고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찻잔을 들고 홍차의 향기를 감미하다가 한 모금 목으로 넘기는 모습은 절로 “CUT OK 아주 좋았어요.”를 말해야 하는 의무감이 들 정도이니 말 다했다.
“참 차를 맛있게 드시네요?”
“예!?”
“아니 차를 참 예쁘게 드시는 것 같아서요.”
“예.”
다행이다. 역시 철혈마녀라고해도 아부는 통하는구나! 잔뜩 긴장하고 있던 재희씨는 조금은 긴장이 풀렸는지 찻잔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사장님 인맥은 대단한거 같아요.”
“예?”
“이렇게 빨리 장부 정리할만한 사람 정말 드물어요. 어떻게 이런 회계사를 소개받으셨는지.”
“아 예.”
왜 저렇게 말을 어물거리느냐고? ‘섹스 파트너의 남편입니다.’라고 말할 순 없잖아. 그래 이번에 우리 회사 장부 정리를 해준 사람은 명자 누나의 남편이다. 하연이나 반상회 멤버들에게 잘나가는 회계사라고 들었지만, 정말 대단했다. 세상에 2주만에 엉망에서 조금 나아진(이것도 다 부사장이 그 동안 고생한 덕분 그 전에는 완전 주먹구구식이었으니.) 장부를 아무 하자없이 정리했으니 명자 누나가 남편을 잘 만나긴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아예 우리 회사 고문 회계사로 위촉하시는 게 어떨지?”
“그 정도인가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니까요? 제가 이 일 5년 가까이 하면서 그 정도 실력의 회계사 본 건 손가락에 꼽을 만큼입니다.”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하죠.”
재희씨는 정말 열변을 토했다. 물론 부사장님이 경영쪽 일에 관해서 나에게 가르치거나 할때 열변을 토하는 편이긴 했지만, 오늘 모습은 절로 의심이 들 정도였다.
“조용구 회계사님이 J LOVE J의 J신가요?”
“예!?”
“아니 너무 그분을 좋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
“사장님!! 그 분은 유부남으로 알고 있는데 저를 그렇게 밖에 보지 않으셨나요?”
“아 유부남이라서 그 J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사장님 그 동안 저를 비롯해서 영업부 직원들이 장부 정리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그 고생을 하고도 끝이 안보이던 일을 조용구씨께서 2주만에 하셨는데 그게 대단하지 않나요? 그걸 그런쪽으로 해석하신다니......”
아 미치겠다. 부사장님 이젠 눈물마져 보이신다.
“절 으흑.. 유부남이나 만나는 여자로 보시다니.”
눈물이 넘어서 오열까지 하네. 미치겠네 정말. 근데 예쁘긴 예쁘다.
“알았어요. 제가 잘못 생각했네요. 그러고 보니 J LOVE J를 본 게, 조용구 회계사님을 부사장님에게 소개시켜 주기 전이었네요. 죄송합니다.”
“으흑.”
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재희씨는 쉽사리 눈물을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하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나와 나이가 같은 사회 경험이 많은 여자라고 해도 유부남과 사귄다는 말은 모욕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왜 떠올리지 못했는지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화장이 번지는 것도 모른 채 울기만 하는 재희씨가 너무 안쓰럽게 느껴졌다. 병주고 약준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그 달래고 싶은 마음에 그녀 옆에 앉아, 마치 어미새를 찾는 새끼새처럼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변명을 해본다면, 재희씨를 전 여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나봅니다. 아 물론 부사장님이 여성적 매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이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사장은 조금씩 안도를 찾기 시작했다. 특히나 매력적이라는 말에는 살짝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기까지 했다. 화장이 번져 조금은 지저분하기도 한 부사장의 얼굴은 애처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마도 늘 강한 모습만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부사장 어때?’라고 물은다면 잔다르크라고 설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부사장을 보고 난후의 감상은 바뀌었다. 누구보다 아름다운 잔다르크라고, 그 동안 투구와 갑옷 들고있는 방패와 칼 때문에 몰랐지만 부사장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
“하지만 하지만 말이죠. 그동안 적어도 저한테 부사장님은 여자이기 앞서, 아니 여자라는 건 알지만, 뭔가 친구, 친구라는 말은 좀 그렇고 믿을만한 파트너 아니 이 말도.... 비즈니스 관계로 보여지니까, 그래요 믿을만한 동반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말을 하게 된 거 같아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횡성수설한 말들이 이어졌다. 그 동안 쌓아왔던 언변신공들이 다 어디갔나 싶을 정도로, 그렇지만 단지 이런 상황들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은 아니었다. 아니 분명히 변명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는 내 마음속의 진심들이 나왔다.
“고마워요.”
다행히 이런 진심들이 부사장에게 전해졌는지 재희씨의 울음은 점차 줄어들어갔다. 내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떨림이 줄어들면서 부사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 약간 아쉬움이 들 무렵 부사장은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
“예.”
“저 사장님을...........”
부사장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울컥 감정이 마음속에서 가득 찬 느낌이랄까? 그 모습이 계속되면 안 된다는 예감이 들 무렵, 조용하던 사무실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따르릉. 따르릉.”
“예.”
전화를 건 사람은 수경씨였다.
“사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아 그래요. 지금 부사장님이랑 대화중이니까,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해주시겠어요?”
솔직히 전화벨이 반가웠다. 하지만 전화 속으로 들리는 수경씨의 목소리 쾌활하고 기분 좋은 목소리가 아니라, 잔뜩 긴장이 되있어서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다.
“저기 사장님?”
“예!?”
“얼른 나오셔야 할 것 같은데요?”
“예!?”
“오신 손님들이 국세청에서 왔다고 합니다.”
“국세청이요.”
순간 부사장과 눈이 마주쳤다. 국세청이라는 내 말에 부사장은 언제 울었다냐는 듯이 사무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뭔가 기분 야릇한 분위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곧 나가죠.”
“예.”
늘 유쾌했던 수경씨가 잔뜩 긴장할 정도라면 국세청에서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 회사 전체가 얼어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가서 맞이해야겠죠?”
“예. 얼른 나가시죠?”
그래도 다행이다. 부사장같은 유능한 사람이 옆에 있으니가 아니잖아.
“부사장님 화장이 번졌는데요.”
“아,,,, 예?!”
재희씨는 순간 당황했는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무나도 그 모습이 귀여웠다. 아 나도 다 된건가? 철혈마녀가 귀여워 보이니.
“일단 화장 고치고 나오세요.”
“예 사장님, 아시죠? 최대한 아무 일 없듯이 당당하게 맞이하세요. 사장님이 긴장하시면 전 직원들은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예.”
절로 힘이 빠졌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깊게 쉼호흡을 했지만 여전히 내 심장은 긴장을 알리듯 최고 속도로 뛰고 있었다.
“사장님.”
식은땀이 나오는 것을 닦고, 사장실을 나가려는 순간 부사장은 나를 불렀다?
“예?”
“사장님 파이팅.”
“넵.”
휴지로 번져진 곳을 지우며,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귀엽게 두 주먹을 꽉 지고 외치는 부사장을 본 순간 절로 힘이 나는 듯했다.
안내 데스크로 가니 ‘딱 공무원이다.’라고 보이는 집단이 서 있었고, 막 출근해서 직무를 시작하려는 직원들이 술렁이는 것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
안내양 수경씨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가 내가 오자 마치 내가 구원자라도 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
“수경씨 손님들이 오셨는데 차라도 준비하지 뭐하고 있어.”
“예.”
“국세청에서 오셨다구요?”
“예. 국세청 세무조사 2팀 팀장 장석현이라고 합니다.”
딱 봐도 깐깐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마치 한국판 맨인블랙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맨인블랙은 웃기기라도 하지. 이 사람들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여기는 우리 직원들입니다.”
“아. 예. 그런데 국세청에서 저희 회사에는 웬일로 오셨는지요?”
그래 공무원들이 할 일 없는 것 알고 있지만, 우리 회사처럼 이제 막 기틀을 잡아가는 회사에 세무조사 나온다면 그건 기업탄압이라고.
“하하 이 일 하면서 좋은 소리 듣지는 못합니다만, 사장님처럼 열씸히 일하시는 분에게 들으니 힘드네요.”
“예?”
“일단 명함부터 나누죠.”
뭐가 연락할 일 있다고 명함을 ‘교환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쪽이 예의적으로 나왔으니, 이쪽도 막나가긴 곤란했다.
“죄송합니다. 인사가 늦었군요. 회사 이름은 아실테고, 전 김정현이라고 합니다. 능력은 안되지만 사장을 맡고 있죠.”
“하하.... 이야기 듣기론 유능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뭘. 겸손은?”
이야기? 누구한테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지? 순간 내 눈엔 들어오는 세무팀장의 명함을 본 순간 이야기를 누가 했는지 깨달았다.
“아 그러시군요. 근데 여기는 왜?”
그 순간 장석현 팀장의 부하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서더니 수색영장과 함께 누군가의 정보로 인해 세무조사가 시작되었다는 말과 함께 밀물이 오듯 맨인블랙들이 사무실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다만 그 모습들을 보면서 장석현 팀장만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명히 장석현 팀장이 준 명함을 보면은 이렇게까지 강압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기 김정현 사장님?”
“예.”
“혹시라도 궁금하신 것이 있다면 꼭!! 명함을 보시고 전화하시길 바랍니다.”
“아! 예.”
유후! 일단은 일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꼭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만큼은 정말로 손에 든 명함이 떨어져가는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하하... 어떻게든... 연참하려고 했으나... 막힌 **를 뚫느라 좀 시간이 걸렸군요.
왜 이렇게 이 놈의 정부는 막으려고만 하는지...
오늘도 짧습니다. 그래도 어제보단 깁니다.
하하.... 머리 아파 죽겠습니다. 스토리 라인을 바꾸는 게 힘드네요.
바뀐 스토리 라인이 그렇게 맘에 들지도 않지만, 그래도 써지는대로 써볼랍니다.
뭐 이번 내용을 보면 왜 스토리라인이 바뀌었는지 아시겠죠.
정말 힘듭니다.
근데 연참이라고 봐주시면 안될까요? 12시에서 조금 지난 것 뿐인데....
아시죠? 여러분의 리플이 저에게 힘을 주는 것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많은 리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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