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까페 - 1부
본문
우린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그녀는 날 정말 사랑했을까?
난 그녀를 정말 사랑했을까?
지나면 옷장 구석에 자리 잡는 유행처럼
사랑도 그렇게 우리에게 온건 아닐까?
그녀가 날 보는 눈을
내가 그녀를 부르는 손짓을
우린 서로 사랑이라 여긴 건 아닐까?
우린 정말 사랑하긴 했을까?
*
‘현우야, 나 결혼하고 싶어. 우리 결혼하자. 다른 사람은 다 필요 없고, 우리 둘만 어디 절에라도 가서 결혼하자. 응?’
달비의 말에 입안이 까슬해져 온다. 우린 결혼할 수 없는 사이란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달비다.
‘그래, 결혼하자. 어디서 할까? 언제 할까?’
대답을 하면서도 짜증이 난다. 그냥 해보는 소리겠지. 한번 떠보려는 소리겠지. 내심 위로를 한다. 차안의 공기가 몸을 옥죄어 오는 것 같다.
‘아니다. 우리 여행가자. 같이 하룻밤 지내보지도 않고 결혼하는 건 너무 무모한 것 같아. 나랑 평생 살 사람인데... 사지 멀쩡한지, 달릴 건 제대로 달렸는지, 힘은 제대로 쓰는지, 확인은 하고 결혼해야지. 안 그래?’
씨익 웃으며 나를 올려다 보는 눈망울이 이렇듯 맑은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아이다. 덩달아 같이 웃는다.
‘다음 주가 추석이니까. 추석 지나고 여행가자. 제주도 어때?’
‘좋아!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꼭 같이 가보려고 했는데... 2박3일로 다녀오자. 내가 비행기랑 숙소는 잡을 테니까 넌 렌트카만 예약해 둬. 10월9일이 좋겠어.’
핸드폰의 달력을 보며 날짜를 잡는다. 괜찮을 것 같다. 회사에도 별일 없을 것 같고 아내에겐 며칠 출장을 다녀온다고 둘러대면 될 듯 싶다.
‘ 그래. 좋아. 10월9일. 우리 에게 두 번째 기념일이 생기는 거네. 8월15일 처음 만난 날. 10월9일 처음 여행간 날.’
‘아냐! 세 번째 기념일이야. 9월9일 첫키스 한날은 왜 빼먹어? 기억도 안날만큼 형편없었나 보지. 흥! 치사 빤쓰다!’
치사 빤쓰가 나오는걸 보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쫑알거리는 모습이 이쁘다. 손을 뻗어 달비의 볼을 어루만진다. 볼에 닿는 느낌이 참 좋다. 편안하고 아늑하다. 턱을 당겨 입술을 댄다. 달비의 입술이 벌어지고 달콤함이 내 입안으로 퍼져나간다. 달비의 혀가 들어온다. 내 혀를 휘감아 빨아 당긴다. 아래에 힘이 들어간다.
*
‘요즘 출장이 왜 이리 잦아?’
아내의 볼멘 소리다. 눈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거짓말은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다. 가슴이 요동친다. 눈을 질끈 감고 어금니에 지긋이 힘을 준다.
‘이제 제품개발 끝나서 여기저기서 보자는 데가 많아서 그래. 이번엔 교육부에도 들를 거고, 투자자도 만나고 와야 돼. 예상보다 더 걸릴지도 몰라. 내가 뭐 놀러 가냐? 서울은 차가 많이 막혀서 다닐려면 짜증이 머리를 뚫고 치솟구만. 지수야! 이리와 아빠 뽀뽀’
네 살박이 딸아이가 목덜미에 팔을 두르며 안겨온다.
*
‘김해공항이요.’
택시에 오르며 짧게 사무조로 내뱉는다. 여행가는 사람 옷차림이 정장이다. 달비가 다 챙겨 오기로 했으니 공항에서 갈아 입으면 될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는 여행이라 가벼운 긴장감이 든다. 10월의 제주도는 어떤 모습일까?
*
‘파라다이스호텔’
렌트카에 오르자 말자 어디부터 갈까라는 물음에 달비가 단호한 어조로 대답한다.
‘호텔을 잡았네.’
‘응, 현우랑 첫날밤인데 파라다이스 정도는 돼야지. 안 그래? 집엔 뭐라고 했어?’
‘출장 간다 했어.’
‘2박 3일간은 현우는 내꺼야. 잠시라도 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안 돼. 알았지?’
‘하하하. 그래. 그래. 알았어. 우리 달비두고 내가 어딜 가니?’
운전을 하며 달비의 손을 잡는다. 땀이 베여있다. 긴장하나보다. 두손으로 내손을 감싸 잡는다. 자기 가슴으로 가져간다. 달비의 젖가슴이 손등에 느껴진다. 부드럽고 부드럽다. 달비가 힘을 주어 누른다. 손을 뒤집어 움켜쥐고 싶다.
해변도로를 따라 제주의 서쪽 편으로 길을 잡았다. 일몰을 보고 저녁을 먹고 호텔로 가리라. 제주바다는 가는 곳마다 다 다른 색이다. 부산바다와는 또 다른 오묘함이 있다. 운전을 하는 내내 달비는 내 손등을 자기 가슴에 안고 있다. 지나가는 창 밖의 풍경을 초점 잃은 눈빛으로 바라볼 뿐 아무말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속내를 알 수 없는 아이다. 서울애가 부산 이모집에 얹혀 산다는 것도 그렇고, 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의 수입으로는 어림도 없는 씀씀이며, 부모나 형제에 대한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도 않는다. 내가 이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건 이름과 나이, 그리고 핸드폰번호 뿐이다.
*
‘샤워 했네’
담배 산다는 핑계를 대고 아내에게 전화를 하고 호텔방으로 돌아오니 달비가 목욕가운을 입고 머리를 말리고 있다. 방안이 온통 레몬향이다.
‘어서 샤워하세요.’
‘내가 레몬향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았어? 어디꺼야?’
‘비오템’
‘오! 비오템!. 왠지 비오템이라는 이름이 좋더라.’
‘빨리 샤워하고 와! 나 급하단 말야! 현우야~ 빨리 나 좀 안아줘.’
마음을 정하면 여자는 바빠진다. 샤워하는 손길이 흥겹다. 콧노래가 나온다. 목욕가운을 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나오니 달비가 보이질 않는다. 옆을 두리번거리는데 등 뒤에서 내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 안는다.
‘현우야 사랑해.’
아무말 없이 달비를 돌려세운다. 왼손으로 뒷머리를 받치고 오른손으로 허리를 두르며 꼭 껴안는다. 품에 꼭 맞게 안겨온다. 달비가 눈을 감으며 목을 젖힌다. 키스를 해달라는 몸짓이다. 고개를 숙여 달비의 입술을 베어 문다. 레몬향이 난다. 식욕을 돋우는 향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널 가질 테다. 혀를 밀어 넣는다. 달비의 혀가 휘감겨온다.
‘허~억!’
예상 밖이다. 내 허리를 감고 있던 달비의 손이 기둥을 덥석 쥔다. 이상하다. 첫 섹스에서는 여자가 수동적이기 마련인데... 달비는 아직 결혼도 안한 처년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슷’
머릿속에서 생각이 진행하지 못하게 한다. 움켜진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귀두 끝으로 피가 몰리는 듯 싸한 느낌이 든다. 빙글 빙글 돌린다. 볼모로 잡힌 것 같다. 내손이 목욕가운 속을 헤집고 달비의 젖가슴을 덮는다. 매끄러운 감촉이다. 마치 실크 스카프를 만지는 것 같다. 손가락 사이로 앙증맞은 유두가 걸린다. 난 유두가 작은 여자가 좋다. 여자에 대한 속설은 믿지 않지만 작은 유두에 대한 속설만은 왠지 믿음이 간다. 엄지와 검지로 집어서 살살 돌려본다.
‘으~음’
기분 좋은 신음이다. 달비의 혀가 거칠게 내 혀를 휘감아 온다. 혀가 멀어진다. 달비의 몸이 스르르 아래로 흘러내린다. 무릎을 꿇는다. 달비의 얼굴 앞에서 한껏 발기되어 꺼덕거리는기둥을 조심스레 두 손으로 잡고선 귀두에 혀 끝을 갖다 댄다. 달비의 표정이 신전의 제사장처럼 경건하다. 등줄기를 타고 무언가가 휙 훑고 지나가는것 같다.
‘현우야. 나 한테 싸줘. 먹고 싶어. 니껀 다 삼키고 싶어.’
달비의 눈빛이 간절하다. O형 여자는 이런가? 호기심이 많다더니...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달비가 두손으로 내 엉덩이를 감싼다. 입모양을 동그랗게 만들고는 귀두에 댄다. 반지를 끼우듯 달비의 입안으로 기둥이 밀려들어 간다. 따뜻하다. 귀두 끝에 목젖이 닿는 것 같다. 달비가 구역질을 참으려고 몸서리를 친다. 엉덩이를 감싼 손에 힘이 들어간다. 삼킬듯이 엉덩이를 끌어당긴다. 두손으로 달비의 머리를 감 싼다. 기둥을 향해 힘껏 당긴다. 달비가 퍼덕이며 몸서리를 친다. 기둥을 뱉어 내고는 켁켁거린다. 턱을 들어오려 얼굴을 본다. 눈물이 고여 있다.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씨익 웃는다. 이쁘다. 내 눈에 눈물이 일어난다. 달비는 엄마 품을 파고드는 아기처럼 기둥을 잡아 입으로 가져간다. 혀로 기둥을 휘감는다. 달비의 머리가 피스톤 운동을 한다. 기둥의 핏줄들이 터져 나올 듯이 팽창한다. 진퇴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씁~쓱~씁~쓱~ 후룩~’
귀두 끝으로 피가 몰린다. 지금은 아직 이르다. 어금니를 악문다. 달비가 나의 저항을 눈치 챈 것 같다. 이젠 진퇴를 하면서도 기둥의 살들을 다 빨아들일 듯이 흡입한다.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기세다. 기둥을 물고 올려다본다. 눈이 참 이쁘다. 날 바라고 있다.
‘아~~ 달비야. 나 쌀거 같아~’
달비는 엉덩이를 감싼 손을 끌어당기며 목젖까지 기둥을 밀어 넣는다. 허벅지를 타고 전기가 흐른다. 괄약근이 찌릿하다. 내 몸 안에서 울컥하고 무언가 터져 나온다. 달비의 몸이 들썩한다.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하다. 홀로 기둥만이 울컥거린다. 달비의 식도를 타고 꿀꺽 소리를 내며 달비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양이 많다. 몇 번을 더 울컥거리고는 멈춘다. 귀두 끝을 힘주어 빨아 당긴다. 요도에 남은 것까지 다 빨아들일 기세다. 발가락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꿀꺽~’
마지막을 삼킨다. 사랑스럽다. 내게서 출발한 모든 것들이 달비에게 도달했다. 니가 처음이다. 이렇듯 온전히 날 다 받아낸 사람이,.. 굻어 앉은 달비의 겨드랑이에 양손을 넣어 일으켜 세운다. 달비의 입술을 찾아간다. 혀를 내밀에 야얀 이를 벌리고 혀를 휘감는다. 입안이 미끄덩거린다. 비릿한 밤꽃향이 스친다.
‘사랑해. 달비야.’
*
‘왜 그랬어?’
담배 두 개피에 불을 붙여 하나를 건네며 묻는다.
‘나 자꾸 이상해져. 자꾸만 마음이 자라. 널 온전히 다 갖고 싶어. 하나도 빠짐없이 니꺼라면 온전히 다 갖고 싶어.’
‘달비야. 니가 날 다 갖지는 못해. 사람이 사람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고, 또 난 니가 다 가질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줄게.
달비와의 사이엔 담배연기만 피어오른다. 달비가 입술을 깨문다. 립글로스를 바른 것처럼 침이 번들거린다.
‘왜 이렇게 늦게 날 찾아낸 거야? 조금만 더 일찍 날 좀 찾아주지 그랬니? 그랬으면 내가 널 온전히 가질 수 있을 텐데...’
‘세상에 이렇게 내게 꼭 맞는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그래서 찾아 볼 생각도 안했어. 우리가 이십대 때 만났어도 서로를 알아 봤을까? 아마 못 알아보고 지나쳤을 거야.’
‘아냐, 난 널 알아봤을 거야.’
‘그래? 그래서 넌 아직도 결혼도 않고 서른 다섯이 될 동안 기다린 거야?’
‘아~~ 몰라’
달비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 있다. 침묵, 내가 피해야할 행동양식이다.
‘밖에 나가서 술이라도 한잔 할까?’
*
밤바다는 고요하다. 술보다는 걷고 싶다는 달비의 뜻대로 산책을 나왔다. 호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을 달비가 팔짱을 낀다. 팔꿈치에 물컹거리는 느낌이 전해온다. 달비의 젖가슴이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나왔으리라. 발을 옮길 때 마다 리듬감 있게 부딪혀 온다. 이렇게 스치듯 닿는 게 참 좋다. 팔짱을 풀어 어깨에 팔을 두른다. 달비가 내 손등을 잡아 자기 젖가슴으로 당긴다. 손바닥으로 동그랗게 감싸고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유두가 꼿꼿해지면서 일어선다. 검지로 유두를 튕긴다. 어깨를 움츠리며 더운 콧김이 내 손등에 퍼져 나간다.
‘큭~ 아잉~간지러워’
‘우리 들어갈까?’
대답대신 몸을 틀어 내 품으로 안겨온다.
‘호텔까지 업어줄까?’
의외란듯 동그란 눈이 올려다 본다.
‘자~ 업혀’
‘현우야 괜찮아. 나 무거워.’
말투가 싫지 않다.
‘야, 걱정마. 넌 업고 뛰기까지 하겠다.’
돌아서 무릎을 굽히며 고개를 돌린다. 양팔을 내밀어 재촉한다. 달비가 목덜미를 감아오며 내 등으로 업혀온다.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붙잡고 손바닥으로 엉덩이의 갈라진 부분을 감싸며 일어선다. 달비가 양다리로 허리를 휘감는다. 엉덩이의 갈라진 틈으로 축축한 온기가 손바닥에 느껴진다. 서서히 젖어들고 있나보다. 일부러 껑충껑충 걷는다. 손바닥에 달비의 음부가 닿았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질퍽한 열기가 손바닥을 묻어 난다. 참 성감이 좋은 아이 같다. 내 목을 감싼 팔에 힘이 들어간다. 더 껑충껑충 걷는다.
‘아잉~~ 현우야~~’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고양이 소리를 낸다.
‘왜?’
천연덕스럽게 물으며 더 크게 껑충거린다.
‘아잉~~잉~~ 고만! 고만! 현우야~~ 내려줘엉~~ 빨리 방에 데려가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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