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아, 차돌아 - 67부
본문
차돌아, 차돌아 [제67부]
차돌 이는 일화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사실 일화에게 정신이 팔려 등 뒤에 누가 와 있는 것도 몰랐다.
슬며시 나타난 불청객의 입에서 예쁜 목소리가 간드러지게 터져 나온다.
[어머, 오빠...오빠가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을 오늘 처음 봤어....
그냥 보고 있으려니 질투가 다 나네, 호호호.....]
[어... 미지가...... 언제 왔었어..,]
차돌 이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며 환히 웃는다.
그녀 역시 일화와 마찬가지로 발가벗은 몸으로 차돌 이를 보며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팔등신의 멋진 몸매가 몸에 지푸라기하나 없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서서 웃고 있었다.
미지는 차돌이가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에 끼어들 수가 없어 지켜보다가 이야기가 끝난 것을 알고 참견한 것 같다.
차돌 이는 미지를 와락 당겨 안고는 앵두 같은 입술에 키스를 한다.
한참을 미지의 입술을 탐하던 그가 입술을 물리며 다시 일화를 본다.
[참, 석이는....석이와 같이 갔다며......]
아기가 생각난 것이다.
아까 현영이가 한말이 사실이라면 아기가 있어야했고 아직 윤지가 오지 않았으므로 칭얼거리는 소리나 우는소리가 있을 법도 한데 너무 조용했고 두 사람 모두 아기를 신경 쓰는 표정이 아니라 불연 듯 아기가 궁금해진다.
[응.....걱정 마세요, 밖에 유모에게 맡기고 왔어요,]
일화가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유모라니......]
차돌 이는 그녀가 유모라 하자 누굴 보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당신이 형수라 부르는 사람,
자기가 아기를 돌보겠다며 유모를 자청했어요,
사실 그녀도 우리랑 한식구나 다름없어 그렇게 하기로 했고....당신은 어때요........]
일화는 석이의 유모가 곰의 처라고 밝혀준다.
[아....형수라면 좋지, 충분히 유모의 자격이 있지....
그나저나 저녁은 먹었어,]
차돌 이는 대 찬성이었다.
곰의 처라면 누구보다 자기가 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걸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주는 형수가 아닌가.
차돌이가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차돌 이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모녀에게 또 묻는다.
[우린 먹었어요. 당신은 ..........
[괜찮아, 나는 별 생각 없어, 그나저나 집에 언제 들어가야 해...]
다시 차돌 이는 두 사람의 귀가시간을 묻는다.
덕만이 있기에 모녀의 활동반경이 좁을 걸 알고 모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아...집에....실은 조금 늦어도 미지랑 들어가야 해요....
미지랑 같이 여기들린다고 민수아빠에게 이야기하고 왔거든.......]
일화가 늦게라도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미안한 듯 소리를 죽인다.
집에 들어가야 하면서도 여기 왔으니 차돌이가 서운해 하거나 기분나빠할까 조심스럽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쓰지 않고는 차돌 이를 만날 수가 없는 실정이니 일화로서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였다.
언제부터인가, 아니 오래전부터가 맞을 것이다.
난 열매[덕만]보다 잎[차돌]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부도덕한 여자기 되기로 작정한 것이...
잎을 보기 전에는 난 열매가 너무나도 탐스럽고 소중해서 항상 가까이하며 그게 행복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보잘것없이 여겼던 나무의 잎이 이토록 저리도록 슬픔도 기쁨도 가져다주는 소중한 존재임을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며 산다.
언제 떨어질지도 모를 위태함속에서도 나를 쳐다보는 그의 사악하고 어떨 땐 포근한 눈빛에 녹아들고 말았다.
잎이 떨어지면 책갈피에 곱게 넣어 간직하듯이 영원히 그녀의 가슴속에 넣어두고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고 싶었다.
그런 내가 두 가지를 함께 가지고 있다.
열매를 버릴 수도 버리지도 못하고 있고 잎 또한 버릴 수가 없다.
두 가지를 가진 것이 이처럼 힘들고 괴로울 수가 없다.
달콤한 맛과 향기를 가져다주는 열매를 보듬기보다 발자취에 묻어 겨울 언 땅에 산산이 부서지고 망가질 잎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픈데 세상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미안하고 죄스러워진다.
남편의 앞에서도 아직까지 나신으로 움직여본 적도 없는 그녀가 차돌이 앞에서는 아무언질이 없어도 스스로 나신이 되어 그의 사랑을 기다리는 파랑새가 되고도 행복했다.
혼자만이 아닌 몸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와 함께 벌거벗어도 또 그이의 사랑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어도 지금 민망하거나 추하지 않다 생각할 정도로 모든 것이 그를 위해 존재하건만 이 남자를 밤새 편안하게 모시지 못하고 허울의 굴레 때문에 상처를 준 것이다.
그 역시 그걸 알기에 우리를 보내 주려하는 것이고. 우리모녀는 언제 자유롭게 그와 며칠 밤을 지세우도 아무른 간섭이나 마음의 짐이 없는 그런 날이 올까.
미안함과 괴로움에 한숨이 섞여 나온다.
[알았어, 그렇게 해..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암...
후후후. 그렇지만 당신들을 그냥 보내기는 싫고....
난 잠시 석이를 보고 와야겠어.
그렇지. 오늘 저 기구들도 시험해보고 싶어. 그러니 필요한 것들 준비해놓고 기다려.
그리고 내가 들어올 때 두 사람이 흥분되어 있으면 내가 굉장히 좋아할 텐데 말이야.....
후후.... 무슨 뜻인지 알지....흐흐흐...]
의외로 차돌 이는 당연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물론 마음의 빚이 그 역시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기부인과 딸이 외간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면..........그것도 천인공로하게도 모녀가 한 남자에게 몸을 주고 마음을 주며 변태행위까지 감당하며 사랑하고 있다면... 보통사람도 견디기 힘들 일인데 덕만 인 아마 처참한 고통 속에 속이 터져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런 차돌이의 말뜻을 왜 두 사람이 모르겠는 가,
그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또 다시 끔직한 상상을 하질 않는가.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음침한 미소를 흘려가며 또다시 감당하기 힘든 주문을 쉽게 그리고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광폭한 빛을 보이며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모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볼을 붉게 물들이더니 살 짜기 고개를 숙이고 만다.
그런 모녀를 보고는 차돌이가 소리를 내며 벗은 몸에 가운을 걸치더니 밖으로 나간다.
거실엔 석이가 유모차에 타고 있었고 현영 이와 곰의 처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곰의 처는 모르겠지만 현영 이는 이날까지 주방에 저렇게 오래 들어가 있은 적이 없을 텐데 용케도 참아가며 일하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런 현영이가 대견해 보였고 흐뭇하였다.
저런 여자를....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을 미모와 몸매를 지닌 여자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러 명 모두가 자기를 위하여 자기의 사랑을 얻기 위해 온갖 수난을 받아가며 스스로 고난을 감수하고 있으니 한편으론 남자로서의 긍지가 살아나는듯하여 뿌듯한 마음도 솔직히 일어나고 있었다.
차돌 이는 조용히 유모차를 당겨 자기 곁에 두고 아기를 바라본다.
아기는 아빠가 바라보자 좋은 것인지 해바라기 같은 맑은 웃음을 보여주고 있다.
방긋 방긋 웃으며 손가락을 꼬물거리는 아기의 모습을 보자 차돌이의 얼굴에도 평화로 그득한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그 웃음을 아기에게 보여주고 있다.
아기의 고사리 손을 잡아본다.
한줌도 안 되는 조그만 손이 손안에 들어오자 차돌 이는 이놈이 나의 분신이라 실감이 난다.
이런 날이 있으리라고는 여겼지만 자기도 모르게 불쑥 찾아와버린 어처구니없는 행운인지 불행인지도 모를 사건이 너무 빨리 온 것 같아 처음엔 당황하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고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아기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가 갑갑한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현영 이와 곰의 처가 말없이 자기와 아기의 평화스런 행동을 웃으며 지켜보는 것이 아닌가.
쑥스러운 마음이 불연 듯 일어났다.
차돌 이는 멋쩍게 아기를 놓아두고 밖으로 나간다.
거친 호흡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마당 옆에 곰과 외팔이가 만들은 체력장에서 외팔이가 몸을 움직여가며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른손엔 각목을 쥐고 그것을 칼 인양 움직여대고 있었다.
왼손엔 의족을 넣어 전처럼 볼 상 사납지는 않아 보이지만 어쩐지 동작이 불편해 보인다.
대신 발놀림은 무지하게 빨라 발동작을 할 때마다 바람소리가 일어나고 있었다.
뛰고 차고 그리고 마당에 세워놓은 샌드백과 나무 등걸을 때리기도 차기도 한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들을 유심히 본다.
외팔이가 한동안 몸을 움직이다가 차돌 이를 발견한다.
그리고 동작을 멈추더니 차돌 이에게 다가오더니 가쁜 숨을 몰아쉰다.
[헉, 헉,,,,대장. 대장이 보기엔 아직도 많이 서투르지요.]
[후후후. 형은 내가 뭘 안다고........]
차돌 이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로 넌더리를 친다.
[허허...대장. 나도 눈은 있소, 본대로 지적해주쇼.]
[..................................]
차돌 이는 말없이 외팔이를 쳐다본다.
외팔이의 눈엔 진정으로 도움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그 이상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를 섬광을 비치고 있었다.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입을 연다.
[형, 정말 알고 싶어.
내가 생각하기엔 형의 눈빛을 보면 나하고 한번 대결했으면 하는 소리 같은데....]
[그래요, 대장, 그 말도 틀리다고는 않겠소.
그리고 정말 한번 붙어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오.]
외팔이는 속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곰 형이 자랑하는 대장의 진실한 실력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아직도 젊은 나이인데 실력이 있어도 나를 함부로 다룰 실력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내 눈으로 보고 직접 상대해서 대장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형, 좋아. 난 아직까지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어. 어디 형의 실력이 얼마인지 보자.]
차돌 이는 앞서 걸어 체력장의 공터 한편에 선다.
그리고 뒤따라오던 외팔이도 공터 한편에 서자 차돌 이는 진지하게 말한다.
[형, 지금부터 날 공격해봐.
조금도 사정보지 말고 전력으로 해야 할 것이야.]
외팔이는 차돌이가 자세도 잡지 않은 채 가운하나만 입고 서서 자기에게 공격하라하자 너무 어이가 없고 기가차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외팔이는 한수 진지한 대결을 원하다가 이토록 무시당하자 대결을 포기하려든다.
[어............대장, 허허허.....
내가 아무리 외팔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대결을....대장은 날 무시하는 것 아니요.
에이 관둡시다, 내가 어찌 대장을 때릴 수가 있겠소.]
외팔이는 너무 가소로운 듯 아니면 자기를 너무 깔보는 것 같은 차돌 이를 보며 시건방지게 말만 앞서는 사람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영화의 주인공도 아니고 소설속의 무인도 아니면서 너무 폼을 잡자 어처구니도 없었고 저렇게 건방진 망나니라면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 여겼다.
[산에 올라있으면서 나무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다니...
나도 형에게 조금은 실망인걸.....]
차돌 이는 외팔이를 나무라고 있다.
일부러 신경을 건드려 싸움을 유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눈빛은 진지하기만 하다.
외팔이가 불연 듯 소리를 높이며 빈정거리는 것 같은 차돌 이를 매섭게 노려보며 화난기세를 토출하고 있다.
[어. 지금 뭐라 하였소.
이렇게도 날 무시하다니. 진정 내가 대장을 어찌해도 좋단 말이오.]
외팔이는 부아가 치밀었다.
아무리 모시고 사는 사람이지만 너무 자기를 무시하지 않는가.
자기도 오직 운동에 많은 청춘을 보냈고 험한 싸움을 수도 없이 하며 살아왔는데 빈손인 대장이 자기는 각목까지 들고 있는데 그것에다 전력으로 할 것을 당부하자 부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못난 사람이 자신을 자랑한다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물러나면 자신이 없어 핑계로 둘러대거나 변명을 늘어놓는다 할 것이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나서 소리를 높인 것이다.
[난 전력을 다해야한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리고 흥분은 금물이야. 형, 어디 실력을 보여 봐. 후후후......]
그러나 차돌 이는 차분하기만 하다.
여전히 자세는 변함없이 두 손을 아래로 내린 체 어디 산책 나온 사람처럼 아무른 방어의 자세도 아닌 평 범 그 자체였다.
[뭣이, 그래 좋소, 이젠 나도 참을 수 없소, 진정 사정보지 않을 테니 후회는 마쇼.
이랴 압.....]
외팔이는 급한 성격대로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여전히 차돌이가 자기를 깔보고 빈정대는 것 같아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짐승의 표 효를 지르더니 차돌 이를 향해 냅다 각목을 휘두르며 공격해 들어간다.
[휘이익......]
각목이 바람을 가르며 옆구리로 짓쳐들고 금 새 발이 얼굴 쪽으로 날아든다.
차돌 이는 불시에 달려드는 공세에 상체를 구부리고 몸을 비틀며 외팔이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간다.
외팔이는 점점 화가 난다.
자기의 공격이 성공하리라 의심하지 않았는데 차돌이가 자기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모두 피해내자 노기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다시 몸을 솟구치며 두발을 교차하더니 왼발로 차돌이의 턱을 가격하며 각목으로는 정수리를 공격한다.
차돌 이는 턱으로 날아드는 발길을 피하고 머리위에서 내려쳐오는 각목을 피하려다 무슨 생각인지 전부 피하지 못하고 오른쪽 어깨에 각목을 맞는다.
[으음...]
얕은 신음이 차돌이의 입에서 새어나온다.
외팔이는 자기의 공격이 성공하자 잠시 공격을 멈추고 차돌 이를 응시한다.
그러나 차돌 이는 자기를 보며 싱긋 웃는다.
외팔이는 폭발하고야 말았다.
[이젠 더는 참을 수 없어, 이얍......]
다시 차돌 이를 짓쳐온다.
그러나 차돌 이는 한 번도 공격하지 않고 오직 수비하기에만 정신이 없는 듯하다.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하겠지만 차돌이의 입가에 묻힌 미소를 보노라면 공격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도 같아 보인다.
다시 차돌이가 한 참 접전 중에 옆구리에 강한 둔탁한소리와 함께 각목이 때리고 지나가더니 다시 온 전신을 향하여 무자비하게 공격해 들어온다.
갑자기 차돌이의 눈빛이 승냥이 눈처럼 날카롭게 변한다.
그리고 조그만 기합과 더불어 몸을 왼쪽으로 한발 가량 이동하는가 하더니 그 자리에서 몸을 솟구쳐 외팔이의 머리위로 물구나무서는 듯 한자세로 오른손바닥으로 외팔이의 오른쪽어깨를 때리고는 등 뒤로 내려선다.
외팔이는 깜작 놀랐다.
순간적으로 차돌이의 신체가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어깨에 강하고 짜릿한 충격이 오더니 오른손이 저리도록 아파오며 도저히 각목을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각목을 제자신도 모르게 손에서 떨어뜨리고는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 오른팔을 내리며 온갖 인상을 그리며 아픈 신음을 토한다.
[으윽.........]
끊어질듯 아파오고 도무지 오른손을 들 기운도 없다.
그렇게 강한 압력이 아닌 것 같았는데 무엇이 어떻게 이렇게 온몸이 저리고 움직일 수가 없도록 아프다는 말인가.
도무지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등 뒤에서 차돌이의 웃음이 가까이 들리더니 아픈 어깨에 손이 닿고 몇 번인가 주물러지고 등 뒤로 강한 충격이 온다.
그러자 그 아픈 고통이 점점 사라지고 잃었던 팔의 기운이 돌아온다.
외팔이는 뒤로 번개같이 몸을 돌린다.
차돌이가 빙그레 웃으며 서 있다.
[대장, 진정으로 탄복했고 남자로서 졌음을 분명하게 인정하오.]
외팔이는 그 차돌이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하하. 형, 또 왜 이래....]
차돌이가 외팔이를 일으켜 세운 뒤 다시 웃어준다.
[형, 모든 힘은 뿜을 때가 있으면 거둘 수도 있어야 해...
모든 움직임이 순간적이고 빠르게 움직일 때 힘이 쏠려야 하지만 목표 지점이라 여기면 빨리 끊고 회수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아까 내가 맞아보니 형은 힘을 밀어치려 하는 것 같아.
그 힘을 빨리 끊어야 상대의 공격에 방비할 것 아냐.
빠르게....그렇지만 끊을 줄 아는 힘의 조절이 공격과 수비를 조화롭게 해줄 수 있어.
난 그런 형의 허점을 노렸기에 한 번에 제압할 수 있었어.
형도 무술을 아니 생각하면 아리라 믿어.]
차돌 이는 외팔이가 뭐라 하려하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외팔이는 그 자리에서 차돌이가 사라진 곳을 멍청하게 바라보며 서 있다.
어깨를 감싸는 손이 있다.
곰이었다.
곰은 외팔이의 아픈 어깨를 감싸며 약간 떨리는 듯 한목소리로 조용하게 외팔이 귓전에
말한다.
외팔이는 어깨를 감싼 곰의 손이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자네는 알겠지, 내말이 틀리지 않음을......]
외팔이는 자기를 감싸는 손의 주인을 바라보며 진정 감탄에 찬 어조로 대답을 대신한다.
외팔이의 목소리도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그만큼 차돌이가 보여준 무술에 감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형님, 전 긴가 민가 했습니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가 했는데 어느새 내 어깨를 치고 뒤에가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접해보니 과연 저 같은 놈은 대장이 신경만 쓴다면 10초도 걸리지 않으리라
여겨집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외팔이의 눈은 아직도 차돌이가 사라진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래, 맞아 대장이 중국 갔다 와서 눈빛이 더욱 공허해보였어.
그건 그만큼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돼 지.
이젠 내가 전성기라도 대장에겐 얼마 견디지 못 할 거야.
난 오늘 확실히 보았어.
대장의 숨겨진 실력을..........허허허......]
곰도 차돌 이를 인정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보여준 무술이면 자기로서도 얼마 감당하지 못한다는 말을 외팔이에게 하면서 허탈하게 웃는다.
[형님, 전 무슨 말씀인지.........
그저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하하하....그럴 거야.
자네는 대결하고 있었으니 모를 수도 있었을 거야.
난 모두 지켜보았어.
자네를 제압할 때 느린듯해 보이는데도 언제 거두었는지도 모르게 전광석화처럼 손을 놀리는 동작을....
마치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어.
아직도 그러한 무예가 있다는 것을 진정 처음보고 알았어.
아마 무기 없이 그분을 이길 사람은 이 세상에서 드물지 않나 싶어........]
곰은 자기가 본 차돌이의 솜씨를 느낌대로 말하며 그 역시 놀라움을 담은 눈을 외팔이가 보는 곳과 같은 방향을 하고 있었다.
[에이. 형님, 설마 그 정도까지야.....]
외팔이는 차돌이가 강자임을 인정하지만 곰이 지나치게 과대평가하는 것 같아 믿지를 않으려한다.
그러나 곰은 엄숙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솔직한 느낌을 숨기지 않고 털어낸다.
[하하하....자네는 겪어보고도 그런 소릴 하다니........
허긴 아무리 현대문명시대에 살고 있지만 숨은 기인이사가 없지는 않으니 알 수가
없겠지만 난 소름이 끼칠 정도네.....하하하.....]
[.................................]
외팔이가 아직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자 곰은 다시 부연설명을 한다.
자기의 느낌을 외팔이가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상관없이 눈을 지긋 이 감고 씁쓸하게 읊조리듯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넨 보지 않나,
늙고 기운이 없는 노스님 앞에 가면 우리는 알 수없는 기운에 눌려 허둥대지 않는가.
노스님이 무슨 기운이 있어 우리를 이기겠는가.
그분들에겐 세상과 단절하며 하는 수련 속에서 알 수없는 기 같은 것을 몸에서
품어내지 않던가.
우린 그 기세에 그만 주눅 들고 말지.
그런데 대장은 젊은 나이에 그런 기운이 강하게 넘쳤고 그래서 사실 우리가 존경하지 않는가.
우리 같은 놈들에게 존경받는다는 것은 우리보다 강하다는거야.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도 없어. 허허허.....]
약간은 허탈에 빠진 웃음이다.
자기보다 강자를 보았고 전의를 불태워 싸워보고 싶은 상대라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이제껏 쌓아온 모든 것이 허망하다 여겨지는 게 아닌가 보다.
[허허. 동생, 이만 들어가자.
어찌하던 동생은 그토록 소원하던 대결을 이루었으니...........
절대로 대장이 하는 말을 흘려듣지는 말게. 허허허.......]
곰은 외팔이를 다독거려준다,
그리고는 몸을 돌린다.
돌아서는 그의 얼굴에도 짙은 그늘이 지고 있었다.
그는 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평생을 싸움터에서 굴러다녔고 수많은 격전을 치루면서도 남에게 크게 져본 적이 없었는데 직접 대결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동생과의 대결에서 차돌이의 실력을 갸름할 수 있었다.
자기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다.
짖는 개는 무시하되 묵묵히 있는 개는 조심하라했다.
그리고 올라가지 못 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했다.
예전엔 이러한 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어리석은 자를 달래는데 인용하기도 한 말인데 오늘은 그냥 패배자의 변명으로 여겨진다.
올라갈 수 없는 나무는 없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력을 갈고 닦으면 언젠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장의 거목은 너무나 높았다.
아면 할 수 있다. 한다면 한다. 이보다 무서운 말은 없다.
그러나 느꼈다. 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자기와 같은 길을 걷는다 해도 가려서 해야 한다는 것을....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을 원망할 수도 없다.
세상은 공평하고 그 누구의 편도 아니다.
각자가 개척하고 꾸며나가는 대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런 세상을 원망한다면 솜뭉치를 이고 물속을 거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오늘처럼 자신이 약해지고 허망할 수가 없었다.
[예, 형님.]
외팔이는 급하게 돌아서는 형의 어깨가 쳐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곰은 자기가 최고로 존경하는 형이었다.
곰에게 존경심을 보이며 인사를 하곤 방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방으로 들어가는 곰과 외팔이의 어깨가 축 쳐져 보는 사람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68부에 계속
전부에 보내주신 성원 감사합니다.
바라건데 그것이 일시가 아니길 희망하며
용감하게 너저분한 글 올립니다.
모두모두 건강하세요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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