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비밀의 방 - 6부

본문

은정이가 의식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목표였다. 나와 대화를 하는 은정만을 바라보던 기철이 화장실을 가려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철이 홀 안을 벗어 날 즈음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


“네, 언니.........”




몽롱해진 그녀의 눈동자에 흐릿한 미소가 번진다. 홀 안을 벗어나 화장실이 있는 복도 끝으로 다가갔다. 잠시 남자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는데 볼일을 마친 기철이 나왔다. 그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을 걸었다.




“은정씨를 좋아하나 봐요?”


“...........네!”




의외의 질문을 받은 기철이 망설이다가 뒤늦게 대답했다. 술기운이 도는 그의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시선이 블라우스가 벌어진 내 앞가슴으로 향한다. 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술에 취해 어떤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안다. 눈웃음을 보내며 이어서 말했다.




“저 부탁 할 게 있어서 그런데.......?”


“뭔데요?”


“나 먼저 집에 가야하는데, 우리 현우가 술에 취하는 것이 걱정돼서 그래요. 나중에 확인해 보려고 하는데 기철씨 전화번호 좀 가르쳐 줄 수 있어요?”


“네! 그러죠, 뭐.”




그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하였다. 그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하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그가 주점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뜸을 들인 후 나도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술에 취한 은정이 턱을 고이고 있다가 반갑게 미소를 띠운다. 그녀가 비어놓은 잔에 맥주를 따랐다.




“은정인 집이 어디야?”


“수유리요. 멀어요.”




이미 취기가 가득한 그녀의 몸이 흔들거린다. 따라놓은 잔을 아무생각 없이 벌컥벌컥 들이킨다. 갈증을 풀어내듯이 연달아 잔을 비운 그녀가 손가방을 들고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한다.




“호호~! 저, 화장실 좀 요........”


“같이 가.”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핸드백을 들고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를 부축해서 같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가 바라는 대로 그녀는 정신이 혼미하도록 취한 상태였다. 소변을 보고 나오는 그녀는 팬티도 제대로 추켜 입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를 부축하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떡해? 몹시 취한 모양인데 수유리를 어떻게 가지?”


“...........언니........난........몰라.”




은영은 가누지 못하는 몸을 내게 의지하며 횡설수설 하였다. 그녀의 한쪽 겨드랑이를 끼고 조심스럽게 주점을 나왔다. 언뜻 들여다 본 홀 안에는 현우와 일행들이 한창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모텔을 찾았다. 로망스라는 간판을 달린 모텔로 들어갔다.




카운터에서 502호라고 쓰인 열쇠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룸 문을 열고 들어서서 그녀를 침대 위에 눕혔다. 길게 트림을 내 뱉은 그녀의 몸이 침대위에 뒹굴었다. 짧은 스커트가 밀려 올라가 포동포동한 허벅지가 들어났다. 나는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사용하던 목장갑을 꺼내 끼었다. 마치 계획한 시나리오가 있는 것처럼 그녀가 걸친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티셔츠와 스커트를 벗기고 브래지어도 벗겨냈다. 같은 여자가 보아도 소담한 젖가슴이지만 탄력이 넘쳐 보였다. 보라색 팬티를 벗겨내니 음부가 고스란히 들어났다. 헝클어진 음모 밑으로 조갯살 같은 음순이 연홍색을 띠고 있다. 그녀의 갈라진 보지 속으로 채우고 헐떡거렸던 현우의 페니스를 떠올리니 분노가 치밀었다. 내 몸속을 채우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욕구를 채우던 그의 페니스였다.




은정의 음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보지 속으로 손가락을 넣어 휘저었다.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그녀의 몸이 꿈틀 거렸다. 은정의 보지 속에서 맑은 액체가 흘러 나왔다. 잠시 내려다보다가 다음 계획을 떠 올리고 그녀의 알몸 위에 침대 모포를 덮었다. 가슴까지 덮었다가 가장 남자의 마음을 유혹하는 모습이 어떤 것인가 궁리를 한다. 다시 은영의 젖가슴을 들어내고 음부만을 모포로 가렸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방을 뒤져서 핸드폰을 꺼내서 룸을 나왔다.




문을 닫으면 안으로 잠 길 것이다. 룸 문을 살며시 걸쳐 놓고 비상계단이 있는 복도 끝으로 갔다. 내 손에는 룸 열쇠와 은정의 핸드폰이 있었다. 핸드폰을 열고 기철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연결되는 신호음을 들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은정의 취한 목소리가 필요했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로 보아 기철은 은정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든 모양이다.




“응, 은정이! 어디로 간 거야?”


“나........취해서~ 못 견디겠어.......모텔에 왔거든~........”


“어딘데?”




기철이 허겁지겁 물어왔다. 로망스 502호라고 짤막하게 말하고 취한 것처럼 침묵을 했다. 가만히 듣고 있으니 황급하게 은정의 이름을 몇 번 부르고 통화를 끊었다. 복도 끝에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얼마 되지 않아서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기철의 모습이 나타났다. 502호 실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가 사라진 후 조심스럽게 은정이 있는 룸으로 다가갔다. 귀를 대고 룸 안의 동정을 살피니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소리 나지 않게 룸 열쇠를 구멍에 대고 돌렸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침대 옆에 우뚝 선 기철이 은정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덮어준 모포는 젖혀져 있었고 은영은 발가벗겨진 알몸이었다.




한동안 내려다보던 기철이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허벅지 사이에 들어난 기철의 페니스가 발기되어 끄덕거렸다. 발가벗은 기철이 침대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은영의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꿇는다. 기철이 자신의 페니스를 손에 쥐고 은영의 보지 속으로 밀어 넣었다. 끄응 하는 신음을 흘리는 은정의 허리가 반동을 일으키며 위로 치받는다. 




가만히 룸 문을 닫고 만약을 위해 열쇠를 장갑으로 닦아서 열쇠구멍에 끼워 놓았다. 뒤돌아서서 엘리베이터에 올라가 주차장이 있는 지하에서 내렸다. 다시 밖으로 통하는 경사진 길을 올라가 건물 뒤에 몸을 숨겼다. 은정의 핸드폰을 다시 꺼내 문자 메시지를 입력했다.




‘로망스 모텔 502호, 빨리 와.’




그리고 현우의 핸드폰으로 발신했다. 이제 기다리는 일 만 남았다. 기다림이란 항상 지루 한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그림자 하나가 들어선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그림자의 발걸음은 여유로웠다. 가로등 밑을 지나는 그림자는 장현우 모습이었다.




모텔 앞에서 간판을 올려다보던 그가 모텔 안으로 들어선다. 이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끝냈다. 502호 룸으로 들어간 현우의 놀라는 모습이 떠오른다. 은정의 알몸을 껴안고 헐떡거리는 기철을 발견 할 것이다. 은정의 핸드폰을 꺼내 말끔히 닦은 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내가 한 일을 장현우가 모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설사 안다고 해도 일어난 사태가 뒤집어질 수는 없었다. 그도 나를 배반하면 무슨 사태가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남편에게도 배반을 당했는데 그를 빼앗길 수는 없다. 그에게 매달려 돌아오라고 애원하기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스스로 은정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다. 남편에게도 이런 방법이 통했는가를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친정에 들려 민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그를 기다렸다. 솔직히 그가 돌아와서 어떤 모습을 보이런지 두려웠다. 그런데 자정이 지나도 그가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뒤 방을 살펴보니 그가 잠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새벽녘에 들어온 모양이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난 그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문을 나선다. 수강 시간이 늦었는지 가방을 둘러메고 바쁘게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초라해 보인다.




밤늦은 시간에 술에 취한 모습으로 장현우가 집으로 들어왔다. 나를 힐끔 바라 본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아무 말 없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숨결을 느끼기만 해도 내 몸의 성감을 느끼는 세포들이 민감해진다. 보통 때 같으면 내 몸을 소유하고 싶은 눈빛이어야 할 그였다.




거실을 통한 문으로 그의 방을 들여다보니 술에 만취한 그는 옷도 벗지 않고 침대위에 골아 떨어져 있었다. 그의 방으로 들어가 바지와 셔츠를 벗겼다. 내 손길을 느껴도 세상모르게 잠이든 그의 페니스가 팬티를 들고 우뚝 발기 되어 있는 것이 새삼스럽게 신기했다.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가 시작되면 마음이 더욱 우울해진다. 생리 중에 성교를 해도 무관하다고 하지만 현우가 불결하게 생각할 것 같다. 현우가 혹시 내 몸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다.


아침에 일어난 그가 대문을 나서려다가 뒤돌아선다. 어제 밤에 자신의 옷을 벗겨 준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망설이던 그가 불쑥 한마디 한다.




“내일부터 배구 선수단 합숙훈련에 들어가요.”


“며칠간.......!?”




장현우는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대문을 나갔다. 일단 생리를 시작하고 불안했던 문제는 안심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은정과 기철 사이에 벌어진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내가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아는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생리가 시작되고 유달리 요통이 심하다. 여성이 생리를 하는 것은 고귀한 생명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것을 뜻이다. 수정하지 못한 난소의 내막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고 다음에 잉태를 하기 위한 성스러운 준비단계라고 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은 참을 수 없다.




신은 남자에게 자신의 정자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여성을 선택하는 권한을 주는 반면에 무절제한 욕망을 방지하려고 발기능력으로 성교 횟수를 제한한 것 같다. 그리고 여자에게는 잉태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성교 횟수에 관대하면서도 생리기간과 잉태하고 분만하는 고통을 수반하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보통 일주일간 지속되었던 생리가 이틀이 단축되어 끝난 까닭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 마음처럼 맑은 하늘에서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태양이 사라지고 먹구름이 잔득 끼었다.




정원을 내다보고 있는데 대문이 덜컹 열렸다. 대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장현우였다. 그는 마치 화난 사람의 발걸음처럼 발끝에 힘을 주어 걸어 들어왔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정원으로 나갔다. 나를 힐끗 바라 본 그는 무뚝뚝하게 집 뒤로 돌아간다. 조금은 무안하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했으나 그를 쫓아가며 묻는다.




“합숙훈련 끝난 거야?”


“..........”




내 물음에도 대답 없이 걸어가던 그가 자신의 방문 앞에서 뒤돌아섰다. 그리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내 몸을 소유하고 싶은 눈빛이 아니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흥분한 야수의 눈동자였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를 물어 보려는데 그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 나는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앗!”


“네가 그랬지?”




그의 손에 얻어맞은 뺨이 얼얼하였다. 가족은 물론 남편에게 구타 당해본적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불같은 화가 치밀었으나 침을 꿀꺽 삼키면서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은정에 관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선 그가 나를 때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싶다. 목소리를 가다듬어 물었다.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일야?”


“몰라서 물어? 은정이가 있는 모텔로 기철이를 보냈지?”




그가 모든 사실을 안 것이다. 그에게 어떤 대답과 변명이 오해 아닌 그의 오해를 풀어줄지가 머릿속에 필름처럼 지나갔다. 누구에게도 당해보지 않았던 손찌검으로 눈물이 왈칵 솟았다. 더욱이나 내 몸을 안고 사랑하다든 그에게 뺨을 얻어맞고 보니 서글펐다. 눈물을 글썽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은정이가 술에 취해서 집에 못 가겠다고 하기에 모텔로 데려다 준건데.......그리고 어떻게 됐는지는 나는 몰라.”


“그런데 왜 나한테는 알려주지 않았고, 말도 없이 혼자 집으로 온 거야?”


“왜 현우한테 알려야 돼? 은정이와 어떤 사이인데?”


“뭐라고.......!?”




그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은정이가 그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었다. 근거 없는 변명은 또 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결국은 변명이 거짓말로 들어 난다는 것 알기에 단순한 부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놀랄만한 직관이라는 것이 있다. 단호하게 변명을 하는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그의 표정이다. 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울먹이는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는 그가 다시 물었다.




“은정이와 나 사이를 몰랐다고? 은정이와 내가 하는 말을 엿들었고, 은정이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몰랐다고? 그리고, 기철이 전화번호를 왜 물어 본 거지? 모든 것을 모른다고 하면 되는 거야? 내가 흥분한 이유를 다 알면서.........”


“그, 그건 단지.......현우 때문이야........! 날 사랑한다면서? 날 믿어 줘.”




그의 속사포같이 거듭되는 질문에 하나하나 변명할 수는 없었다. 진정으로 그에 대한 마음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서는 냉랭하게 찬바람이 불었다. 눈꺼풀을 자잘하게 떨면서 바라보던 그가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마음이 당장 나에게서 멀어질 것만 같았다. 남편의 배반을 당하고 그에게서 마저 버림을 받을 것 같다. 자존심도 품위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잃어버리고 그를 쫓아 들어갔다. 탁자위에 가방을 던지고 돌아서 있는 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지 마. 현우가 나한테 그러는 거 싫어.”


“싫으면 잘 됐네. 나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이 집에서 나갈 테니까.” 




장현우의 말이 가시처럼 가슴에 틀어 박혀 아픔을 느꼈다. 남편에 대한 몸과 마음의 상처도 견디지 못하겠는데 또 다른 상처의 아픔은 고통이었다. 그의 앞으로 돌아서서 가슴에 매달렸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올려다보는 내 눈동자에서 눈물방울이 흘러 내렸다. 나도 모르게 흐느꼈다.




“흐흑~! 안 돼. 나를 사랑해줘. 지금.......”


“........!?”




입술로 그의 입술에 부딪는다. 그의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고 진한 키스를 해주기를 바란다. 나 자신 스스로의 행동이 슬퍼져 눈물이 자꾸 솟구친다. 반응이 없이 내려다보던 그가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두 뺨에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았다. 예전처럼 열정이 담기지 않았지만 그가 내 혀를 빨아 당겨 감각의 돌기를 일으킨다. 평소의 느낌보다 강한 전율이 온 몸을 휘감는다. 그의 두 팔이 허리를 감싸 안더니 으스러지도록 힘을 준다.




눈물로 얼룩진 나의 혀는 그의 입속에서 허둥거렸다. 허리를 안았던 그의 손이 엉덩이를 보듬어 당긴다. 허벅지 사이에 잇닿은 그의 페니스가 불끈불끈 발기를 한다.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서 예민한 반응을 일으킨다. 성감의 불씨가 살아난 내 몸 속에서는 욕정의 불길이 치솟는다.




“아 읍.........자기야........”




평소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던 내가 그를 침대를 향해 밀었다. 뒷걸음질 하던 그가 침대위에 주저앉는다. 그의 가슴을 밀어 눕게 하였다.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곤혹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나와의 성교를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그에게 그런 판단을 받는다는 내가 너무 서글퍼진다.




나는 걸치고 있는 옷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결코 자발적으로 옷을 벗고 알몸을 들어내지 않겠다는 내 스스로의 언약을 깨트린다. 치마와 블라우스, 그리고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는 모습을 그가 찡그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는 아직도 내 몸을 소유하는 문제에 판단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알몸을 들어낸 나는 누워서 바라보는 그의 옷을 벗겨냈다.




팬티마저도 벗겨진 그는 조금은 당황스런 표정을 한다. 그렇지만 그의 허벅지 사이에는 솟아오른 페니스가 위로 치솟아 있었다. 애무만 받아 오던 내가 그의 몸 위에 올라앉았다. 내가 세운 철칙을 깨고 그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다시 농도 깊은 키스를 하고 그의 젖꼭지를 정성껏 혀로 핥았다. 그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무감각한 표정을 하려는 모습이 완연하다. 그의 겨드랑이와 허리를 걸쳐 페니스 주위를 타액으로 적신다.




그를 애무하는 동안에 나 스스로가 흥분한다. 내 몸속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음부를 적신다. 그의 페니스를 손으로 쥐고 귀두를 혀로 핥았다. 나의 애무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던 그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신음을 터트린다.




“허 억~!”




불같은 흥분을 견디지 못한 그가 나를 밀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나를 눕혔다. 내 다리를 들어 올려 허리에 감은 그가 촉촉하게 젖은 음부를 쓰다듬었다. 그를 행해 벌어진 보지 속으로 페니스를 집어넣었다. 평소보다도 강렬한 포만감을 느낀 나는 그를 붙들고 부르르 떨었다.




“아.......핫!”




그의 둔부가 전후로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그때마다 그의 페니스가 거칠게 밀려 들어와 몸 속 깊은 성감의 돌기들을 짓이긴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그에 의해 내 몸은 파도처럼 치솟았다가 물거품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고독과 외로움의 허기짐을 채우려던 내 육신은 욕정의 불길에 휘말린다.




“하 아! 으.......흥.......!”




한동안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처럼 내 몸 위에서 질주하던 그가 행위를 멈추었다. 엑스터시를 향해 몸부림치던 나는 보지 입구까지 빠진 페니스에 허전함을 느낀다.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욕정과 번민에 휩싸인 것 같다. 그가 보지 속 깊이 페니스를 돌진시키고 다시 멈추었다.




“이게 그렇게 좋았던 거지? 단지 그뿐이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어 그의 물음을 부정했다. 그 순간 페니스가 자궁 안까지 밀고 들어 올 것 같은 쾌감에 젖어 들고 있었다. 육체의 본능에 휘말리면서도 그와 나 자신을 부정해야하는 스스로의 답변에 다시 눈물이 솟았다. 나를 지탱하던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다. 보지 속에서 그의 페니스가 꿈틀거리는 감각을 느낀다.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가 다시 물었다.




“그렇지 않다면 한 가지 부탁을 들어 줄 수 있어?”


“..........무슨......!?”




그가 갑자기 무슨 부탁을 하려는지 의아스러웠다. 또다시 그가 보지 속을 채운 페니스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른 때보다 격렬하게 보지 속의 돌기들을 짓이겼다. 나는 극도의 엑스터시에 돌입한다. 그의 둔부를 끌어당기며 허리를 들어 올린다. 나도 모르게 거친 숨을 토해낸다.




“아, 아 하! 어, 으, 으 읍.......”




그의 부탁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나는 끝없이 추락하는 쾌감에 젖어든다. 무슨 부탁인지는 몰라도 빨리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 몸부림친다. 두 손으로 젖가슴을 움켜쥔 그의 페니스가 크게 원을 그리며 보지 속을 휘젓는다. 그는 아무래도 나를 흥분시켜 기절이라도 시킬 모양이다. 그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린다.




“부탁을 안 들어 주면 떠날 수밖에 없어. 그만큼 나는 고통스러워. 동생이라고 가끔 찾아오는 미영씨와 한번 자게 해줘! 그러면 나도 은정이를 잊을 거야.”




아득한 엑스터시에 젖은 나는 그의 부탁이 잘못 말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나를 극한 황홀함으로 몰아가던 행위를 멈춘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다.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문득 은정이가 미영을 닮았다는 것을 상기한다. 그는 귀엽고 깜직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미영에게 그런 말을 할 수도 없고 그의 부탁을 전하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한편으로 어차피 내가 저지른 일이지만 다른 남자에게 애인을 강간당한 현우의 고통도 짐작이 갔다.




현우의 엉뚱한 부탁을 거절할 수도 승낙할 수도 없어 혼란스럽다. 대답을 기다리던 그가 다시 보지 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오르가즘에 도달한 나는 몽롱한 희열의 늪으로 추락한다. 절정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그에게 매달렸다. 그가 다시 이대로 멈춘다면 숨이 멎을 것만 같다. 그의 습한 열기가 귓가에 맴돈다.




“빨리 대답해. 나를 좋아하는 거지? 그래서 부탁을 들어 주는 거지?” 


“하 항! 아 흥! 아, 알았어.........”




안개 속 같은 욕정의 늪 속을 헤매는 나는 무슨 대답을 하는지도 모른다. 단지 쾌락의 회오리에 휘말리며 대답을 해야 하는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시 공연히 눈물이 솟구친다. 그에게 매달려 몸부림치는 나는 흐느낌과 절정에 도달한 감격의 신음을 터트린다.




“으 흑~! 하 읍! 아 하........”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내 몸을 불태웠다. 가속이 붙은 그의 둔부가 움직일 때마다 내 몸속에서는 기쁨과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애정이 담긴 행위가 아니라고 해도 나의 육체는 황홀한 감각의 세계를 떠다닌다. 그가 진한 땀방울처럼 보지 속에 용액을 뿜어내고 헐떡거린다. 마지막 용액까지 쏟아낸 그가 헐떡이며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천장을 보고 나란히 누웠으니 어딘가 허전했다. 간직하고 있던 것들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인가 또 다른 소중함을 잃어버릴 것 같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것이 자신 스스로라고 한다. 남편을 원망하는 혼란을 누군가의 관심 속에 벗어 던지고 싶었던 것인데 나 스스로를 벗어 던졌다. 내가 어찌해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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