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영 - 상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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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흙같은 어둠을 헤집고 쏫아 박힌 별꽃(부제: 나이트)
난 직장 선배랑 갔다. 천장에 별이 박혀 있었고, 파스텔톤의 빛들이 별모양이 되어 보였다가 보이지 않았다가 그러다 다시 보였다한다. 이 나이트는 서울 위성도시에 위치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홀이 제한되어 있고 부루스타임이 유독 길어 30대 이상이 많이 온다.
겨울만 되면, 피어오르는 외로움!
퇴근이 늦어 찌뿌둥한 몸을 선배와 한잔하며 풀고자 했는데, 그만 과했나 보다! 꽁꽁 묶어 둔 외로움마저 몽실몽실 헤쳐지니 말이다.
웨이터가 이리저리 바삐 움직인다.
한병의 술이 사라지고, 다시 한병의 술이 사라진다.
한번의 댄스타임이 지나갔고, 한번의 부루스타임이 지나갔다. 다시 댄스타임이 지나가고 다시 부루스가 시작되었다.
피어오르는 담배연기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훽하고 사라져 버린다. 찰라! 적당히 통통한 몸매에 검은색 롱스커트와 흰 블라우스를 입은 여인이 선배의 옆자릴 꿰찬다.
어색한 인사에 자연스런 소개! 여인이 술잔을 든다. 선배는 여인의 술잔에 따뜻한 꼬냑을 따랐다. 여인은 선배와 이야길 나눈다.
다시 피어오르는 연기, 이번에는 엠프소리에도 찢어지지 않고 천천히 별까지 닿는다.
술이 모자라자 웨이터가 온다. 그때! 그녀도 왔다! 아마도 선배 옆자리 여인의 동행인가 보다. 여인에게 가서는 귓소리로 뭔가를 얘기한다. 짧은 단발에 적당히 물이 빠진 청바와 반팔 흰 라운드 티를 입었다. 이 겨울에 activity!
난, 그녀가 맘에 들었다! 여인에게 말을 하기 위해 앞에 서있는 그녀에게 가 앉아서 얘기 하라며 옆자릴 권했다.
다시, 댄스타임이 시작되고 앞자리 사람들과는 대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집에 가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자리에 앉은 친구를 찾아 애써 왔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그녀가 누구와 닮았냐구 물어 보면 무슨 대답이 나올런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난 지금 그녀를 떠올리면 “미수다”에 나오는 구잘과 닮았다고 생각된다.
그날은 몰랐지만 두 번째 만났을 때 본 그녀의 뒷테는 복숭아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보여 내게는 아주 성적 자극의 대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곧 집에 가야 된다고 하고, 난 그녀를 놓아 주기 싫어졌고, 그래서는 안 되었지만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잠깐의 만남에도 충분히 터질 준비가 된 석류마냥 그녀는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냈고, 난 내 전화번호를 그녀의 핸드폰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가 떠나고, 다시 음악이 춤춘다. 사람들이 가고, 난 자리에 다시 사람이 든다.
까만 니트원피스에 까만 레깅스를 한 여인이 웨이터 손에 이끌려 선배자리로 안내 되었다. 그 여인은 선배를 흘겨보더니 이내 내 옆자리에 와 앉는다. 빈 공간에 포옥 자리를 잡고 내가 주는 맥주를 받는다.
까르르 웃으며 날 쳐다본다. 내가 말했다!
“왜 앞자리에 앉지 않았어요?”
“너무 커요!”
그럴만도 하다. 이 여인은 162정도의 적당히 아담하고 귀엽게 생긴데 반해 선배는 187의 거구이고 얼굴형도 거인형이니 나를 선택한 모양이다.
나름 술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그녀의 입술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 좋았다. 반박자 느린 행동들과 반박자 느린 이야기들로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제일 친한 친구가 기분이 좋지 않아 같이 저녁을 먹고 술잔한잔 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 친한 친굴 위해서는 뭐든지 해줄 만큼 친해서 지금은 그 친굴 위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나이트에 왔고, 내가 마음에 들어 내 옆자리에 앉았다는 것 정도밖에는..
이런저런 얘길 하고 있는데, 그 제일 친한 친구가 와서는 그녀를 데리고 간다. 내 눈속에서 멀어지는 그녀들을 놓치지 않으려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참을 지나 그녀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친구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고 그녀만 오른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한 무리 남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뻥 뚫린 왼쪽 통로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앞뒷자리도 모두 춤을 추러 갔거나 화장실에 갔는지 자리가 비어 있어 그녀가 더 눈에 띄었다.
난 자리에 일어서서 그녀가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녀는 내가 보이자 활짝 웃었다. 구면이어서인지 친밀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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