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天之會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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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진성은 공부고 뭐고 모든 것이 귀찮았다. 대학을 가는것도 의미를 찾을수 없었다.
며칠을 술만 먹었다. 집에도 가지않고 친구들 집을 전전했다. 무작정 멀리 떠나고 싶었다.
집에들어가 배낭을 메고 몇가지 캠핑도구를 챙겨 나왔다. 소현이와 멋진 커플링을 맞추려고 모아 두었던 돈을 찾아서 무작정 강원도로 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머리를 식히면 좀 나아질 줄 알았다.
이름도 모르는 산을 올랐다. 겨울이라 준비는 해 왔어도 밤에는 무척 추웠다. 무작정 올라갔다. 겨울산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상에 서보고 싶었다. 산에는 가끔 아버지와 와봤지만 항상 무슨일들이 생겨서 정상은 못가봤다. 정상에 서면 어떨지 궁금했다.
역시 난 운도 지지리도 없다. 눈이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겁이 났다. 이름없는 산이라 그런지 등산로 표시도 어느덧 사라졌다.
“씨발. 나같은 놈 이런데서 죽어두 상관없지 뭐...”
그나마 길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올라가는데 자꾸만 정상에서 멀어지고 골짜기로만 내려가지고 있었다. 길을 무시하고 위로만 움직였다. 이틀째 산행인데도 정상이 안보였다. 지쳐갔다.
먹은거라고는 라면에 소주뿐이었으니 몸이 정상이 아닌것이 당연했다. 그래도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올랐다. 이것마저도 포기하면 내가 나를 죽이고 싶을것 같았다.
눈앞이 흐려지고 발은 자꾸만 미끄러졌다. 쉬고 싶었다. 그렇게나 보고싶었던 소현의 얼굴만 떠올랐다. 정상이 보였다. 기어코 정상에 올랐다. 넓은 바위위에 누워 버렸다.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너무나 졸음이 왔다. 이제 그만 내려가서 소현이를 보고싶었다. 그런데 너무 졸렸다.
“길상아”
“네.”
“어젯밤부터 천기가 좋지 않은것 같더니 오늘밤은 더 뚜렷하구나.”
“역천성이 흐려진것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건만 이제는 그나마도 사라지려 하는것이 우리가 이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은 없는 것만 같구나”
“그것도 우리가 머물고 있는 태천산위에서 사라지려 하는구나”
“천주님. 어이 그런 말씀이신지요. 지금 세상의 일들을 보면 곧 역천의 시간이 올것만 같은데요”
“길상아. 네가 올해 몇이더냐?”
“세상의 나이로 따지면 일갑자가 넘었습니다.”
“우리 암천에 새사람이 들어온지도 오십년이 넘었구나.”
“내 나이 이백이 내일모레니... 어찌할고... 이천년을 내려온 암천이 내대에서 쇠락의 길을 걷고있으니...”
“소천주님의 일만 아니었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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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가봐야 겠구나. 환웅님께 기도라도 드려야 마음이 안정될것 같다.”
“천주님. 기력도 쇠하신데 결계를 벗어나려하시면 어찌하십니까.”
“내 목숨이 무이 그리 대단하다고.... 환웅님이 불러주시면 기쁜마음으로 떠나야지.”
“저희 암천은 어찌하라고......”
“갈~~. 내 암천을 이끈지 일백이 넘었건만 너희들 중에 암천의 주인이 될 이가 아직 없는것은 소천주에게만 의지한 결과 아니더냐.”
“소천주가 그리 허무하게 환웅님의 부름을 받으실줄은......”
“되었다. 다 내가 부족하여 그리 된것을......”
“다녀오겠다.”
“그럼 암천위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아니다. 나혼자 조용히 다녀오고 싶구나.”
암천주 대동혁은 결계를 벗어나 휘적휘적 산을 오른다. 진성이 이틀을 걸려 오른길을 단 30분만에 올라가고 있다.
대동혁은 산을 오르며 천기를 헤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천성이 흐려지다 못해 사라지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 역천의 짐을 진지 헤아릴 수 있는 것만 10여회. 세상은 또다시 역천을 필요로 하건만 역천성이 사라지다니 이제 이 땅에서 환웅님의 뜻이 사라지는것만 같아 마음이 더욱더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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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어이 이런일이.’
‘태천산은 세상의 아이가 오를수 있는 곳이 아니건만...’
‘역천의 힘이 약해지니 결계도 약해졌는가...... 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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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저 아이의 숨이 거의 끊어질듯하구나.’
‘어찌할고 세상에 내려놓기는 늦은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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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다 환웅님의 뜻일터. 일단은 살려놓고 생각을 해야지.’
대동혁은 순간순간 끊기는 진성의 맥을 자신의 기로 잠시 이어놓고 빠른 걸음으로 산을 내려갔다. 암천의 율대로라면 진성은 세상과의 인연이 끊어질수도 있는것. 대동혁은 진성의 의지가 아닌채로 세상과의 인연이 끊어지는 것에 못내 가슴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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