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늦깎이 대학생활 - 10부

본문

오래간만에 연재를 하려니 정말 힘드네요..


의도하지 않은 베드신(?)도 수습하려니 내가 다 땀이나고;;;


답답합니다..


저질로 시작해서 초 저질로 가고 있네요...


빨리 끝내든가 해야지;;;;




오늘도 제 글을 클릭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아직 그 열기가 가시지도 않은 이 방 안에 젊은 두 남녀가 만들어낸 침묵이 가득찬다.




「......」


「저.....」


「네?」




쑥쓰러운걸까, 아니면 미안한걸까. 


차분하지만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어색하게 침묵을 걷어냈다.




「미안.... 해요...」




그녀는 뭐가 미안한지 나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내가 강제로 범한것도 아니다. 사고도 아니다. 말을 꺼낸것은 은주씨지만, 동의를 한것도 나다. 서로 미안할것이 없어야 한다. 미안해할 사람은 나고, 그 대상은 혜린이다. 


그녀는... 죄책감에 휩싸인 내얼굴에서 혜린이에 대한 미안함을 눈치 챘으리라.




나는 할말이 없었다.


이불을 걷어내고 옷가지를 챙겨 입었다...




「.....!」


「.... 아....!」




무심결에 향안 나의 눈빛이 그녀를 향했을때... 전혀 의외의 모습이 시선을 멈추었다. 그녀는 황급히 이불을 끌어 덮었지만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이었나요」


「......」




혜린이도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집에서 자고, 여행도 함께 갔었지만, 이여자는 모르는 여자다.


사실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그녀에 대한 생각은 온전히 순수한것은 아니었다. 처음본 남자와 데이트 하는것 하며, 자연스럽게 다시 불러내는것.... 그리고 호텔방으로 끌어들이는것까지...


사실 그녀의 정조 개념을 의심하지 않은것은 아니었지만 외국에서 살다 와서 이성에 대해 개방적이겠거니... 좋은쪽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나 침대에 스며든 그녀의 선혈 자국....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몇 번을 만났고 그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어요... 오래 만난 사람이라면 그사람의 집안이 어떤지, 좋아하는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무엇인지, 꿈이뭔지, 걱정은 뭔지... 그런 시시콜콜한것 까지 다 알수 있겠지만, 그렇게 다 알고 나서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한국에서의 첫 친구여서... 그래서 남다른 감정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죠? 그래서... 부담될까봐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


「이미 들켜버렸네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든걸 주고 싶었어요. 어찌보면 다행이에요... 적어도 시현씨에게 헤픈여자는 아니겠네요..」




웬지모를 외로운 미소가 그녀의 말 끝에 따라 붙는다. 




난 알수 있다. 그녀의 진심이 내 마음 깊숙이 와 닿는다. 




그녀의 진심을 몰랐다면... 그저 한때 나를 흔들었던 여자로 기억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 그저 지나가는 바람으로 잊혀질수도 있다. 나를 정말 사랑해서... 순결을 버렸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나는 그녀를 떠나지 못했다.


그녀는 그 이후로 자주 나에게 연락하고, 직장에서는 그녀의 기사가, 주말에는 그녀의 친구가 되었다. 더 이상의 육체 관계는 없었다. 처음만나 태국 음식점에 가고, 남산에서 차를 마시던 그때처럼 서로 웃고, 떠들었다.




좋은 친구가 된거 같았다. 그런줄만 알았다.


며칠 후 그녀는 호텔을 벗어나 그녀의 집으로 갔고, 중,고등학교는 개학이 빨라 그녀도 낮에는 일을 했다.




나는 다시 그녀를 만나기 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제 보름후면 혜린이가 돌아온다. 보름 후면 개강이다. 바빠질 것이다. 2주라... 나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방학다운 방학을 가져보기로 했다. 여행이나 갈까. 




이런저런 계획을 짜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올사람이 없는데...




「누구세요?」


「........」




대답이 없다. 


한국사람들은 이럴때 재차 묻지 않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일단 문을 열고본다.


나도 그런 한국 사람중 하나다.




「어? 혜린아! 벌써 왔어? 근데 너 왜....」




- 짝.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던 혜린이는 느닷없이 내 뺨을 때린다.




「...............」


「나쁜놈!」




그러고는 나를 지나쳐 침실로 가더니 가방에 자신의 짐을 아무렇게나 구겨 넣는다.




나는 이유를 묻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혜린이가 짐을 가지고 다시 내 옆을 지나 대문을 나가기까지 나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나를 지나쳐 가는 그 순간에 나는 그녀를 잡지 못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반가움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그녀가 떠나 버렸다. 


이게 아닌데.....




하루종일 멍하니 거실에 앉아서 담배만 피웠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다. 


방학동안 분명히 혜린이는 내옆에 있지 않았다. 


지금도 혜린이가 내옆에 있는것은 아니다.


그런데...




외롭다.




보름... 


보름동안 술에 찌들어 살았다. 


포장마차에서, 바에서, 집에서, 미친 사람처럼 술만 마셨다.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처음은 아니다.


부모님과 누나를 잃었다.


이번엔 혜린이를 잃었다.




내잘못이다...






@@@@@@@@@@@@@@@


개강날...


학교를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했다.




결국.. 나는 휴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바보같이...




CC를 하면 둘중 하나는 반드시 사라지게 된다는말이 틀린말은 아닌가보다.


나는 사라지는 쪽인가.




학사지원부에서 휴학 절차를 밟았다.


한학기만 휴학을 해도... 혜린이나, 나보다 한학년 위 사람들은 못볼것이다.


그들도 사법고시 때문에 휴학을 할테니까.




생기있는 교정은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오는 학교의 곳곳마다 혜린이와의 추억이 묻어났다.




고작 3개월 만났을 뿐인데, 뭐가 이렇게 아픈걸까.




「어? 시현이형! 오래간만~~ 근데 여기서 뭐해? 오늘 점심에 모임 있잖아~」




학관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동기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아.. 그래? 난 연락 못받았는데. 까맣게 몰랐네... 나 점심약속 만들어버렸는데 어떻게하지...」


「뭐야~ 그럴 리가 없잖아~ 혜린이 누나는 다 알고 있.....」




나를 보며 말을 하던 동기녀석이 갑자기 중간에 말을 뚝 끊는다.




「........알고 있었냐」


「아... 형 미안.. 깜빡했어... 미안... 아.. 진짜 이놈의 입방정....」


「미안하긴 뭘~ 어차피 알게될건데. 근데 사실 좀 불편하긴해...그래서... 쪽팔리지만 형 휴학했다.」


「뭐? 휴학? 진짜 형이 잘못한거였어?」


「뭐?」


「아니.... 뭐... 그냥....뭐...」




뭔가 숨기는게 있다. 




「너 뭐야. 너 뭐 숨기는거 있지!」


「숨기긴 뭘 숨겨~ 내가 뭐 남의 연애사나 캐고 다니는 사람으로보여?」




이럴 줄 알았다. 모든 소문은 이녀석에게 모이고 이녀석부터 시작되는데... 발빠르고 눈치빠른 이놈이 분명 뭔가 숨기는게 있는거다.




「바른대로 말하려무나 어여쁜 동생아... 이 형이 지금 상당히 불편하거든?」


「에... 저... 그게...」


「그래그래...」


「보통 이런일은.. 잘못한쪽이 휴학을 하게되잖아... 1학기때 미연이 누나랑 성혁이형네두... 성혁이형이 결국 휴학했구... 아 왜 보통 그렇잖아.. 아무리 불같이 싸우고 헤어져도 결국 잘못했다고 생각한 쪽이 학교 안나오구 그러잖아...」


「근데.?」


「아니, 사실 과에 형이 뭐 바람을 피워서 헤어졌다 어쩐다 그런 소문이 도는거야....형네 커플이 좀 유명해? 다른사람도 아니고 혜린이 누난데...」


「..........」




내 표정이 안좋자 다시 말을 멈추는 녀석. 




「아. 혜린이 누나가 아깝다는게 아니라, 원래 인기가 좀 많은 누나였잖아....그게...」


「아... 그런건 신경 쓰지말고, 그래서?」


「아니, 혜린이 누나가 방학동안 미국에 있었고... 그래서 그런 낭설이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긴 아닌거 같지만, 형이 오죽 조용조용 일편단심이었어? 형이랑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사람이면 잘 믿지 않았지... 사실, 상대가 혜린이 누나여서 그런지, 형을 모르는 사람도 그럴리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


「.........근데?」


「그래서 그냥 눈에서 멀어지고 마음도 멀어지고 뭐.. 그러다가 좀 다퉜나보다... 그렇게 우리 나름대로 결론을 냈지... 그랬는데!! 의찬이형이 형 바람피는걸 두눈으로 똑똑히 봤다네?」


「..............」


「그래서 뭐 또 말이 많았지.. 그럴 리가 없다는둥, 형이 너무 했다는둥... 뭐 이런쪽도 있었고....... 에... 그만할까?」




말하면서 내 눈치를 살피던 녀석이 심상치 않았는지 말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아냐, 계속해...」


「아.... 그러니까... 다시 도마위에 오른거지.... 근데 이번엔 목격자가 있다는데 어떻게 뭐, 형 편을 들던사람들 목소리는 작아진거지.... 」


「그랬구나....」


「근데 중요한건....」


「.........?」


「본인이 또 아니라는거지.」


「그게 무슨말이야?」


「아니, 혜린이 누나가 말하길 형이 바람핀게 아니라고 그러는데, 어떻게해? 사건은 여전이 미궁이었지....근데 형이 휴학을 한다니까 이거 계속 헷갈리네...」


「혜린이가?」


「그렇다니까... 아 대체 무슨일이야? 나한테는 좀 말해주면 안돼?」


「.............휴... 아니다... 나먼저 갈게.」


「아 어디가~ 점심....」




나는 결국 아무말도 못했다. 하긴... 혜린이는 아무리 화가나도 나를 욕하고 다닐 사람은 아니지... 분명히 친한 친구한테도 말 못하고 혼자 속만 끙끙 앓고 있을지도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같은건 기억에서 벌써 지우고 아무렇지 않을지도...




난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갔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물었다. 


제기랄... 교정부터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주차장인데도 시끌벅적한 기분좋은 학기 초의 설레여 보이는 부산스러움이 여기까지 들린다.


혜린이는 나를 잊었을거다. 분명히...


나도... 잊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산다.




그런데...




「..!!」


「........」




혜린이가.. 내 차 옆에 서있었다.




「어디가. 다같이 점심 먹기로 했는데.」


「그게.....」




휴학했다고 말하기 창피했다. 남자가 헤어졌다고 도망이나 치고... 


사실 그 이후로 혜린이에게 연락 한번 못했다. 미안하고, 창피하고...


그런데.. 이렇게 초라하고 보잘것 없는 남자를 보러... 혜린이는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미안하다... 면목이 없네...」


「뻔뻔하네.」


「..............」


「변명도 없고, 미안하다고 빌지도 않고. 헤어지면 끝이다 이거지. 도망가면 된다 이거 아냐. 남자가 돼갖고... 뺨 몇 대 더 맞을까봐 못찾아온거야, 욕이라도 먹을까봐 전화를 못한거야?」




은주씨 일은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분명히... 난 그녀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졌었다. 물론 지금은 그녀를 만나고 있진 않다. 술에 빠져 사는 지난 며칠동안은 연락이 와도 받지 않았다. 


어쨌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용서를 구할수도 없었다. 혜린이의 노여움을 사는게... 두려웠다.




「나는...오빠한테.. 그냥 사귀다가, 눈에서 멀어지고 나면 다른여자 만나고... 그러다가 들키면 그냥 버릴수 있는 여자였던거구나.」


「혜린아... 그건 너무 말이 심하...」


「아니면 뭐야... 그래. 솔직히 오빠가 나한체 찾아와서 무릎꿇고 빌었어도, 그당시에 난 용서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게 당연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어차피 용서 받지 못할거 말한마디 안하고 포기해? 바람 핀거보다 그게 더 화나. 어쩌면 그렇게 날 헌신짝 버리듯 버릴수 있어? 바람? 그래... 그렇게 이쁜 여자라면 흔들릴수도 있어. 결혼을 해도 바람피는 사람들 많다는데뭐. 아껴주는척, 사랑하는척. 난 거기 완전히 속은거야. 비겁한 인간아. 오빠는 남자도 아냐. 나같으면 그런실수... 용서받으려고 별짓을 다했겠다. 사랑하니까.」


「뭐? 너 그여자 봤어?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해? 정말 못말릴 사람이구나. 어설프게 바람피고선 뻔뻔한것도 모자라서 이젠 아무 생각도 없나보구나. 솔직히. 오빠한테 아직 감정히 남아있어서... 혹시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왔는데.... 오히려 실망만 더하고 가네. 잘가. 이젠 정말 끝이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휑하니 가버린다.




나는 그때까지도 철이 덜들었는지.. 내가 방금 혜린이에게 실수한것 보다는...


혜린이가 은주씨의 얼굴을 어떻게 알았는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느라... 혜린이의 마지막 모습조차 붙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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