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질펀할 Girl - 4부

본문

허둥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서방님이 발로 내 어깨를 밀어 넘어트렸다. 발랑 자빠진 모습도 촬영했다.




“서방님. 그러면 안돼요. 저 죽어요.”




촬영이 멈추어졌다. 서방님이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걱정 마. 니가 너무 예뻐서 내 앨범에 소중히 보관 할 거야.”




“지워 주세요. 그 것만은 안돼요. 원하는 게 뭐에요?”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할 것 같으냐? 원하는 것 없어.”




“제발. 제발.”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쏟으며 애걸하고 복걸했다.




“이사람 나쁜 짓 안 해. 네가 예뻐서 그러는 거야. 내가 나중에 지우라고 할게.”




바지를 챙겨 입은 주인님이 나를 달랬다. 내 젖통을 주무르며 말했다.




“우리가 또 볼 거도 아니고 해코지 안 해. 걱정 마.”




그 동안 서방님도 옷을 챙겨 입고 디카를 뒷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봉투를 하나 던지며 말했다.




“너 오늘 맛있었다. 인연 있으면 또 보자.”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방을 나가 버렸다.




주인님도 내 젖통을 놓고 따라 나가 버렸다.




나는 이불위에 철퍼덕 자빠졌다.




천장에 무늬가 빙빙 돌았다. 두 명의 남자의 좃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두 명의 남자가 정액을 내 보지에 쏟아 넣었다.




내 몸속에 두 명의 정자들이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다.




나는 기운 빠진 몸을 추스르고 옷을 챙겼다.




입도 아프고 보지도 아팠다. 전신이 쑤셨다.




아마도 전쟁이 크게 난 모양이다.




씻지도 못하고 스커트와 셔츠를 입었다.




봉투를 열어 보았다. 20만원이 들어 있었다.




몸값인지 촬영비인지 물어보지 못했지만 봉투는 버리고 돈은 챙겼다.




방문을 열었다. 시간을 가늠 할 수가 없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9시는 넘은 것 같았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문 앞에 벗어둔 샌들이 없었다.




신발을 챙겨들고 들어와야 하는데 실수였다.




마당에 한 무리의 남녀가 둘러서서 나를 흘끔거렸다.




샌들 못 봤느냐고 물어보지 못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 있을까봐 고개도 들지 못했다. 




내 얼굴이 팔릴까봐 상투 튼 머리로 신발도 없이 줄행랑을 쳤다.




상가 거울에 비쳐진 내 몸은 미친년 그대로였다.




땀과 정액으로 얼룩진 몸뚱이는 화상 입은 것 같았다.




나는 멀리 보이는 목욕탕을 향해 달려갔다.




화대 받은 돈으로 요금을 치루고 누가 볼 새라 탈의실로




뛰었다. 옷을 벗고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하염없이 울었다.




욕탕에 사람이 없어 천만 다행이었다. 내 실수였다. 




멀리 타지에 가서 만만한 놈을 골라야 하는데




택시 기사에게 몸을 맡긴 게 화근이었다.




기사는 봉을 잡았는데 자기가 근무 시간이니 동료를 불렀고




키 큰 그리고 뚱뚱한 그의 동료들은 나를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그리고 알몸까지 촬영해 갔다. 화대를 받았으니 창녀가 되고 말았다.




남자는 능동적이고 여자는 수동적이라는 음양의 섭리를 공부했다.




남자가 거칠수록 흥분 지수가 더 높아진다는 걸 그들을 통해 경험했다.




남자는 화대를 지불함으로서 소유욕도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한 참 울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뜨거운 물은 마음과 몸을 




개운하게 풀어 주었다. 어차피 내가 원한 일 아니던가.




울고불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간밤의 쾌감이 가시지 않았다.




찬물을 뒤집어써도 식지 않았다. 일주일 이상 여운이 갈 것 같았다.




일주일 후면 다시 주말 병이 도질 것이다.




이제는 K 시 에서만은 안 된다. 이제껏 나의 철칙이었다.




새벽에 튀어나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토요일 밤에 열차를 타고 새벽에 아무 역에나 내려 




낯선 남자를 꼬셔서 따먹히는 것이 나의 주말 병이었다.




오늘은 민기 때문에 잠에서 깨어 열차를 타고 멀리 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양치를 다섯 번이나 하고 구멍 깊숙이 손을 넣어 씻어내면서 빌고 또 빌었다.




나체 사진이 문제가 되지 않아야 할텐데. 지워 주세요. 제발.




성형 수술이라도 할까 생각했다. 이 짓을 안 하고 살 수는 없나 생각이 들었다.




남녀라는 조화를 부린 조물주가 원망스러웠다.




합체를 하도록 만들어 놓은 구조가 못마땅했다.




배가 고프다. 어제 저녁부터 이제껏 정액밖에 먹은 게 없다. 




물기를 닦고 대형 거울 앞에 섰다. 




계란형 얼굴. 뚜렷한 이목구비. 호박처럼 둥실 매달린 젖통에 




잘룩한 허리. 사타구니는 무성한 숲으로 감추어져 있고 




상처하나 없는 매끈한 다리는 아침운동으로 건강미가 물씬 풍겼다.




뒤를 돌아 튼실한 엉덩이. 사진을 크게 찍어 벽에 걸어두고 싶었다.




남자가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키 큰 남자가 디카에 담고 싶어할만 했다.




불현듯 무서움이 밀려왔다. 




어떤 목적으로 찍어 갔을까? 내 누드는 어떤 곳에 쓰일까?




내 몰래 인터넷에 띄워지고 학생들이 본다면? 나는 허물어졌다.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들이 나하고 무슨 웬수가 졌다고 그러지는 않을 거야.




믿고 싶었다. 믿기로 했다. 키 큰 남자 혼자 내 몸뚱아리 보며 




침을 질질 흘린다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 남자가 내 나체 보며 밤마다 딸을 잡는다면 행복할지도 모른다.




나는 좋게 결론을 내렸다. 사태가 악화되면 죽음으로 보상하겠지만




잘 되리라 믿었다. 




그들은 나에게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입에 보지에 정자만 쏟아 붓고 갔을 뿐이다.




거리에서 만나도 모른 척하면 그만이다.




옷을 입고 현관 앞으로 나왔다. 신발장에는 신발이 없다.




맨발로 갈 수도 없다. 둘러보니 구석에 먼지를 보얗게 뒤집어쓴 




슬리퍼가 보였다. 슬리퍼에 발을 끼우고 유유히 목욕탕을 나섰다.




신발 두고 가라고 주인이 쫒아 올까봐 종종 걸음을 쳤다.




먼저 신발가게부터 갔다. 굽 높은 누드샌들을 신었다. 




미니스커트와 셔츠와 조화가 맞아 들어갔다. 




약국에 들렀다. 문란한 성관계일수록 




피임은 철저해야 했다. 키 큰 남자의 목소리가 따라왔다.




“아이 생기면 예쁘게 잘 키워.”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지나가는 택시를 세웠다. 




“유원지로 가 주세요.”




집으로 그냥 들어가기에는 왠지 서운했다.




새벽의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아래위에 통증과 쾌감이 질펀하던 




순간들을 음미하고 싶었다. 콧구멍에 바람을 넣고 싶었다.




차안에서 물 없이 약을 삼켰다. 키 큰 남자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아이 생기면 예쁘게 잘 키워.”




운전기사가 자살이라도 염려되는지 룸미러로 나를 주시했다.




유원지에는 토요일인데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유람선도 움직이지 않았고 보트도 타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가족단위로 놀러온 상춘객 보다 장기 두는 노인네들이 더 많았다.




내가 사뿐 거리며 걸어가니 영감들의 눈길이 나에게 쏠린다.




아니 내 다리에 꽂혔다. 선착순을 외치고 싶었다. 앞만 보며 걸었다.




벌건 대낮에 내가 사는 K 시에선 조신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교양 있고 지성미가 넘치는 우아한 여인이다.




벤치에 앉아 물위에 떠 있는 오리인지 거위인지를 감상했다.




문득 문득 치열했던 새벽의 차비가 내 몸을 전율케 했다.




내가 앉은 벤치 옆자리에 환갑을 넘긴 듯 한 영감탱이가 앉았다.




그도 잠시 물을 감상하는 듯 하더니 수작을 걸어 왔다.




“혼자 왔오?”




“예.”




나는 오리를 바라보며 다소곳이 대답했다.




“자주 오능교?”




“아니요.”




“가족들은 우야고 혼자 오능교?”




가족이 없다고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스쳐가는 사람일 뿐이다.




“신랑이 속을 썩혀서 홧김에 왔어요.”




“결혼 했능교?”




“예.”




“아는?”




“없어요.”




“신혼인데 바람을 피운다 말입니까?”




“나보다 좋은 여자가 있는가 봐요.”




노인은 내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




대낮부터 술을 걸쳤는지 냄새가 내 몸을 휘감았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마 맞바람으로 응대해야 되는기라요.”




나는 고개를 살포시 숙이고 웃어 주었다.




노인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나는 움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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