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질펀할 Girl - 12부

본문

모텔 문을 열지 못했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힘에 밀려 나는 모텔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머릿속에는 낯선 남자에게 돈 받고 몸을 바치는 모습이




휘 젖는데 몸은 자꾸 뒷걸음치고 있었다.




모텔 앞에 택시가 멎었다. 




새벽 시간에 남녀가 내렸다. 나이를 가늠해 볼 여유도 없었다.




나는 무작정 택시를 탔다. 조수석에.




“K 시로 가 주세요.”




“예. 정성으로 모시겠습니다.”




차가 출발했다. 나는 몸을 의자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땟국 물이 줄줄 흐르는 남자가 내 가랑이를 잡고 펌프질을 해댔다.




나는 좋아서 비명을 질러댔다. 보지 가득 좃물로 채워졌다.




남자가 일어서도 나는 흥분에 젖어 있었다.




눈을 떠보니 남자가 내 핸드백을 털어가고 있었다.




계산해 보면 손해 본 것은 없다. 많지 않은 돈 줄 수 있었다




핸드폰도 선물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아뿔싸. 핸드폰 속에 저장된 자료는 어떻게 하나?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험한 일 당하셨습니까?”




기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행색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나 보다.




“강간당했어요. 돈도 다 뺏기고.”




“저런. 신고 하셔야죠?”




“무서워요. 누군지도 몰라요.”




“조사하면 다 나옵니다. 경찰서로 갈까요?”




“아니요. 됐어요. 없었던 일로 할래요.”




기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몇 놈입니까?”




“한 명이요.”




“어디입니까?”




“공원이요. 이름은 몰라요.”




또 기사가 입을 닫았다. 무슨 생각을 할까?




“집으로 가 주세요. 신고 안 할래요.”




나는 기사에게 재차 다짐을 했다. 우아한 걸로 돌아가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몸 잘 추스르고 빨리 잊으십시오.”




“고맙습니다.”




기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현관 앞까지 따라와서 




왕복 차비를 받아 갔다.




그렇게 뜬금없이 당하고도 나의 주말 병은 계속 됐다.




주로 열차에서 동석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았다.




먼저 상대의 신원을 파악 하는데 주력했다.




나의 정보는 거짓으로 흘렸다. 




과부라고 했다. 사별 했다고 했다. 죽은 남편은 내 첫사랑이었다.




죽은 남편의 외모나 성격 등을 물으면 첫사랑 그 사람을 떠올려 대답했다.




직업은 백조였다. 남편이 남긴 돈으로 식당을 운영하다가 망한 여자로 둔갑했다.




요즘은 노점을 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동정심을 이끌어 냈다.




남자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살기 바빴다고 한숨을 들이 쉬고 내 쉬었다.




치근대는 남자들 많았지만 뻐기다가 다 놓치고 




나이 드니 쳐다보는 남자도 없다고 엄살을 떨었다.




이제는 남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고 울상도 지었다.




그러면 대다수 남자들은 어떻게 해 볼까하고 수작을 걸어온다.




나는 쉬운 여자가 되어 넘어가 준다. 




학생도 따 먹고 군인, 회사원, 영감님에게도 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관계가 끝난 후에 공짜라는 것에 입이 벌어졌다.




모두들 내 폰에 자기들 전번을 남기고 갔다.




그 들이 찍어 준 번호를 나는 지우지 않았다. 




연락도 하지 않았고 한 사람을 두 번 만나지도 않았다.




전번을 찍어 준 남자들은 한 차례 이상 전화나 메시지로 나를 찾아 왔다.




나는 절대 응답을 하지 않았다.






몸으로 차비를 계산 한지 석 달 정도 지났다.




계절이 여름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교양 있고 우아한 나는 정장을 하고 다녔다. 조금은 가볍게.




진바지를 주로 입었다. 은근히 몸매를 자랑하고는 싶었나 보다.




상의는 셔츠나 블라우스를 즐겨 입었지만 스웨터나 조끼를 걸치고 다녔다.




색상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예쁘게 상상 하시면 된다.




어느 목요일 오후였다. 일과를 마치고 창가에 서서 운동장을 보고 있었다.




내 눈은 공을 차는 민기를 따라 다니고 있었다.




선생님들이 퇴근을 하고 있었다. 나도 자리에 가서 정리하고 




서랍을 잠그고 교무실을 나섰다.




정문을 지나 버스 정류장을 향하는데 무슨 소리가 들렸다.




“똥개야.”




무심코 돌아보았다. 비번인 택시가 도로 가에 서 있었다.




기사가 열린 창으로 목을 길게 빼고 웃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려보니 사람이 없었다.




나는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걸레야.”




기사가 큰 소리를 질렀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아무도 없는데 왜 저래 헛소리를 하고 있나 생각이 들었다.




기사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주위에는 사람이 없다. 




멀지 않은 버스 정류장에만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기사를 보며 내 손가락으로 나를 찍었다.




기사가 오라고 손을 저었다. 나는 나를 아는 사람인가 생각하며 다가갔다.




근데 왜 이상한 말로 부르는지 기분이 나빴다.




차와 가까워지면서 내 몸이 굳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이미 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안녕 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지난봄에 차비를 대신 계산하고 20만 원이나 주고 간 남자였다.




서방님이라고 부르라면서 나체를 사진기에 담아간 그 놈이었다.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모른 체 달아날 수도 있겠는데




내 직장인 학교 앞에서 만났으니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오. 그래. 더 예뻐졌구나. 우리 강아지.”




똥개, 걸레, 강아지.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다.




무슨 개소리냐고 목청 높여 싸울 수는 없었다.




학생들이나 선생님이나 학부모들까지 이곳엔 나를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소란을 피우고 나서 놈은 차 몰고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나는 망신살이 뻗칠 일 이었다.




차에 가까이 가서 내가 속삭이듯 말했다.




“조용히 가세요. 경찰에 신고 할 거야.”




입술을 깨물어 보였다.




놈이 빙그레 웃으며 노란 봉투를 내 밀었다.




“운동장에 이거 뿌리려고 왔어. 바쁘면 가 봐.”




봉투를 열어 보았다. 나는 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손이 아니 팔이 후들후들 떨렸다.




봉투엔 나의 나체 사진이 잔뜩 들어 있었다.




“그거 갖고 가. 카메라에 저장되어 있으니까. 볼 일 있으면 타고.”




나는 봉투를 품에 안고 뒷문을 열었다.




“앞에 타.”




나는 뒷문을 닫고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문을 닫자 차가 출발했다.




“왜 이러세요. 뭘 원하세요?”




“원하는 것 없어. 너는 나의 똥개니까.”




운전을 하면서 놈은 오른 손으로 나의 턱을 만졌다. 




나는 반항하지 못했다. 무서웠다. 




무서운 미래가 닥쳐올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오돌 오돌 떨었다. 놈은 이죽이죽 웃고 있었다.




“토요일 날 밤차는 열심히 타고 있지?”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숨이 턱턱 막혔다.




토요일 밤차라니. 주말 병? 어디까지 아는 것일까?




“예.”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 나왔다.




“이제 토요일 날 외출은 안 해도 돼.”




무슨 소린가. 




내 숨통을 끊겠다는 말이 아니면 데리고 살겠다는 의미인가? 




“남자 사냥 힘들지? 이제 나만 믿어.”




아무래도 같이 살자는 얘기로 들렸다.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머리는 빠르게 회전 했지만 계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해도 상황 설명이 난해했다.




차는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자리를 잡았다.




놈이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더니 내 손을 잡고 내려 주었다.




그가 앞서 엘리베이터로 갔다.




“몇 층?”




“18층”




“몇 호?”




“609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놈이 앞서 갔다. 




집 앞에 서서 열쇠 뚜껑을 열었다.




“비번?”




“8245”




“앞으로 내 허락 없이 번호 바꾸지 마.”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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