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펀할 Girl - 21부
본문
서방님이 내 목을 손으로 받쳐서 일으켰다.
서방님 코에서 술 냄새가 내 코로 넘어 왔다.
“우리 강아지. 동안 잘 지냈어?”
“예. 서방님 성방과 카페에서 많이 배웠어요.”
보고 싶었다는 말은 못했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지도 못했다.
“그래. 뭘 배웠지?”
“예.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니지. 여자는 남자의 정액을 먹고 사는 거야.”
“예. 서방님. 여자는 남자의 정액을 먹어야 삽니다.”
방에는 스탠드만 켜져 있었다. 은은한 불빛에 내 피부가 파르스름했다.
“그래. 우리 아지도 정액이 먹고 싶으냐?”
“예. 서방님 간절히 원하옵니다.”
어느새 나는 서방님 앞에서 밝히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정액이 먹고 싶다고 애걸하고 있었다.
“기다려. 여자는 기다릴 줄도 알아야 되고 참는 법도 배워야 돼.”
“예. 서방님. 기다리겠습니다. 참겠습니다.”
서방님의 성기를 만져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서방님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만 홀랑 벗고 있었다.
바지를 내리고 팬티를 벗기고 성기를 주무르고 싶었다.
그러지는 못했다. 나는 복종만 하는 노예라고 저녁마다 벌거벗고
쉬어자세로 외웠기에 세뇌가 되어 있었다.
눈으로, 머리 속에서 서방님의 성기를 만지고 있는데
서방님이 들고 온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는 내 목을 손으로 쓸었다. 긴 머리를 이리저리 쓸더니
서방님이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모으기 시작했다.
상투를 틀듯이 꼭대기로 꼭대기로 머리카락을 모아 올리더니 한 손에 모아 쥐었다.
다른 손으로 가방에서 가위를 꺼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삭둑 잘라 버렸다.
피가 거꾸로 솟고 세상이 노래졌다. 눈앞이 뿌예졌다.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뜻밖에 예고 없는 사태에 나는 멍청히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암캐가 머리 길면 거추장스러워. 단정해야지.”
서방님은 자기 머리 자른 양 태연하다.
가위를 빼앗아 찔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서방님은 가방에서 개 목줄을 꺼내 내 목에 채웠다.
울고 있는 내 손에 벙어리 가죽장갑을 끼워서 벗겨지지 않게 잠구었다.
무릎에는 가죽 보호대를 착용시켰다.
“서방님. 머리를 아무렇게나 자르면 어떻게 해요?”
내가 악을 썼다. 눈에 불이 번쩍 했다.
“불만이나 의문을 갖지 말라 했지? 앙탈 부리면 돌아가는 것은 고통이야.”
나는 풀죽은 강아지가 되어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서방님이 젖통을 주무르며 물었다.
“억울해?”
나는 고개만 숙였다.
“기분 나뻐?”
재차 물어 왔다. 나는 본의 아니게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말잘 듣는 강아지가 좋아. 기분 좋게 살자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방님이 뭉텅 잘린 머리카락을 종이봉투에 넣어
침대 머리맡에 놓았다. 그리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좋으면 너도 좋은 거야. 시원하잖아.”
살이 떨리고 피가 끓었다. 머리를 박박 깎인 느낌이었다.
머리가 허전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나는 승복하기로 했다. 성질 부려봐야 나만 손해다.
머리카락 짧다고 세상을 못 사는 것도 아니고
세월이 흐르면 또 자라는 것이 머리카락이다.
그래. 한 남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내 머리를 잘랐다고 치자.
치렁치렁한 아름다움 보다 간단함을 원하면 그렇게 해 주자.
마음을 달리 먹으니 견디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강아지야. 걸음마 연습하자.”
서방님이 내 목줄을 감아쥐고 당겼다.
버티지도 않았지만 내 몸은 순순히 방바닥으로 끌려 내려갔다.
“강아지처럼 걸어. 예쁘게.”
나는 멍청히 있었다. 서방님이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탁 쳤다.
“네발로 걸어. 엉덩이 흔들며.”
나는 양 손과 무릎으로 걸었다.
서방님이 줄을 느슨하게 풀어 잡고 거실로 앞서 나갔다.
나는 엉금엉금 끌리듯이 기어 나갔다. 엉덩이는 예쁘게 흔들리는 지
모르겠지만 젖통은 심하게 출렁거렸다.
서방님이 거실 한 복판에 서 있고 나는 주변을 맴돌았다.
서방님이 자꾸 빨리를 외쳐서 나는 걷는 속도를 올려야 했다.
앞 만 보고 걸었다. 줄이 당겨지면 각도를 틀었다.
서방님의 빨리는 결국 나를 뛰어 다니게 만들었다.
몸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건드리지도 않은 보지가 후끈거렸다.
숨이 찼다. 왜 이래야 하는지 궁금할 여유도 없었다.
서방님 명령으로 멍 멍 짖으며 달렸다. 서방님이 줄을 당겨주지 않아
소파에 머리를 쿵 찍기도 했다.
얼마나 달렸는지 모른다. 한 마리 강아지가 되어 거실을 헤맸다.
결국 나는 기운이 없어서 쓰러 졌다. 다시 일어나 뛰었다.
세 번을 쓰러지고 엎어져 있는데 서방님이 다가왔다.
“잘 했어. 우리 강아지. 앞으로 복도를 좀 뛰도록 하자.”
아무리 밤이라지만 벌거벗고 개 줄 매고 네발로 복도를 달리다니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안 된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서방님은 네발로 엎드려 있는 내 젖통을 주물렀다.
“너는 암캐야.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충직한 암캐.”
나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예. 서방님.”
마음이 편안해졌다. 호흡이 편해졌다. 그런데 양 팔이 후들 거렸다.
서방님의 손길에 젖이 탱탱해지고 아랫도리가 근질거렸다.
“내일 단골 미장원에 가서 머리 다듬어. 창피하다고 다른 동네 가지마.‘
이 무슨 억지라는 말인가? 이 꼴을 학부모인 동네 미용사에게 보이라니.
나는 거부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동네 가서 깎고 오면 단골 미용사가 서운해 할 거야. 단골 미장원에
용감하게 가서 머리 손질해.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될 거야.“
서방님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목줄을 풀어 주었다.
가죽 벙어리장갑과 무릎 보호대도 풀어 주었다.
가방을 챙겨 현관 우측 방에 던져 넣고 문을 닫았다.
“저 방은 내 방이야. 절대 들어 가지마.”
우리 집에 방이 세 개다. 거실하나, 세면장, 베란다,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 현관에서 우측 방을 서방님이 쓰겠다고 비워 두란다.
좌측 방은 나의 서재였다. 서방님은 그 방에 나의 비밀을 넣어 두란다.
절대 그 방은 자기가 터치하지 않을 거라면서.
안방과 거실은 놀이터라고 말했다.
서방님은 나를 거실에 네 발로 서 있게 해 놓고 가버렸다.
오늘도 실컷 가지고 놀다가 바람처럼 가 버렸다.
역시나 자기는 혁대도 한 번 안 풀고 나만 달구어 놓고 가버렸다.
오늘은 내 위에서 쑤셔 줄라나 생각 했던 것이 허사였다.
고자인가? 아니야 여인숙에서 봤는데.
나는 개처럼 천장을 보며 멍멍 짖어 보았다.
사람이 개 노릇을 하다니. 재미가 있기도 했다.
땀으로 젖은 몸을 애액이 질펀한 아랫도리를
씻지도 않고 침대로 향했다. 피곤했다. 숨이 가빴다.
가로 누워 잠이 들었다.
한 밤중에 운동을 했음인지 늦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10시였다. 조깅은 이미 늦었다.
세면장으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어 놓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몸을 보며
통곡을 하고 싶었다. 머리가 밤송이였다.
치렁치렁하던 생머리는 간 곳이 없고 빗어도 솟아오르는
밤송이가 되어 있었다.
눈물이 주르르 흘렀지만 단골 미장원에 가서 손질할 일이 더 걱정이었다.
극도의 수치감이라는 서방님 말이 귀에 와랑거렸다.
집안에서도 하루 종일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지냈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 어영부영 흘러갔다.
기어 다녔더니 허벅지가 아팠다. 팔도 아팠다.
이 상태로 내일 밖에 나갈 수 없겠기에 나는 해질 녘에
집을 나섰다. 정숙한 차림새로 머리에는 수건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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