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에는 -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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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몇번 갈아타고..
터덜터덜 한참을 걷는다.
가양동 아파트단지 앞.. 참치횟집 [오끼나와]
"어서옵쇼... 손님 오랜만입니다..."
"네....."
비좁은 바텐에 혼자 앉았다.
메뉴판이 펼쳐진다.
[참치회메뉴]
진:120,000
선:64,000
미:25,000
"미로 주시구요.. 소주는 이슬이 주세요"
"넵..."
가끔 우울할 때 들리는 이곳..
혼자 술마시기에는 딱이다.
나같은 씁쓸한 가장 몇명이서 자작술을 마시기도 하고..
일행과 함께와서 왁자지껄 마셔대는 사람들도 보인다.
싱싱한 참치횟감이 옥으로 된 쟁반위에 세팅되고 김,백김치,참치죽,일식된장국등..
기타 푸짐한 먹거리들이 비좁은 바텐위에 가득 세팅된다.
[쭈우..욱......크으...]
프라스틱 젓가락으로 횟감하나가 집혀 기름장에 적셔진 후 입속으로 들어온다.
[쩝..쩝..쩝..쩝.....]
직장생활..
피곤하다.
[고실장].. 그 왕싸가지만 아니었어도 그럭저럭 지낼만 한데..
한달전부터.. [고실장]이 온후로는 정말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딸린 처자식이 있으니... 나이가 벌써 서른중반인데.. 이제 때려치웠다고 해서
어디서 이만한 보수를 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
천상 맞춰가며 살살거리며 살아남아야 하는 수 밖에...
"씨바.. 좃같은 년..... 오늘.. 일부로 나 엿먹일려고.. 그딴 짓을 해??...."
분명히.. 어제 저녁한끼 먹자는 걸 약속때문에 거절했다는게 이유라면 이유일꺼다.
여자로서.. 쉽지않은 제안이었을텐데.. 내가 그걸 너무 몰라주고 간단히 거절을 한건
잘못이긴 잘못인가 보다.
"씨바... 남편이 돈을 벌기위해 이렇게 비참하게 사는데.. 미정이가 내 심정을 요만큼이라도
알아주기나 할까??....."
[띠리리리......]
"어?? 마누라??.."
"여보세요.."
"뭐야.. 오늘도 늦어??.."
"아니... 그냥..저녁만 먹고.. 들어갈께.."
"나.. 지금 어머님한테 연지 맡기고.. 문화센터 가거든.."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이따가 자기가 연지좀 데리고 오라고..."
"나.. 차 회사에 두고 왔어... 그냥.. 니가 이따가 애 데리고 와.."
"씨이... 이따가 언니들하고 모임있단 말야!!......"
"아..씨바... 그놈의 여편네들은 다들... 남편도 없고.. 애새끼들도 없대냐???
뭘 그리 맨날 어울려??...어???????..."
"진짜...짜증나게......... 끊어!!!...."
[딸깍...]
"에이...씨바......."
[쭈욱......탁!!!!!...]
담배를 끄집어 내어 입에 물었다.
바텐너머로 참치회집 주인이 슬쩍 눈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손님..제가 한잔 따라 드릴까요??..."
"훗... 감사합니다.."
"하하..저번에도 그렇고 혼자 오시는걸 보니.. 집이 요 근처이신가봐요.."
"네...."
자욱한 담배연기..
어느덧 한병이 다 비워져 간다.
배도 부른것 같다.
오늘.. 너무 우울하다.
어두컴컴한 집안..
불을켰다.
널린 장난감과 너저분한 옷가지들..
그 옷가지들 위에서 나도 옷을 벗어 재낀다.
10벌이나 되는 빤쓰를 아직도 빨아 놓지 않은 마누라..
갈아입을 팬티조차 없다.
"니미.........."
술이 취해.. 알딸딸하다.
빨래를 세탁기에 처넣는다.
베란다 건조대에 잔뜩 널린 연지옷과 와이프 속옷..
그러고 보니.. 내 옷만 빨지 않은것 같다.
거실 쇼파뒤.... 커다란 웨딩사진..
갑자기 짜증이 밀려든다.
[명준]이 녀석이 생각난다.
며칠후......
[또각..또각..또각..]
"이따가 회식있는거 다들 잘 알죠??...퇴근준비하시고 모여주세요.."
"와!!...넵!! 알겠습니다..."
[고실장]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좋아라 하는 사람은 [종수]형 밖에 없다.
언젠가.. [종수]형은 나를 밀어내고 저자리에 앉을 것이다.
아니.... 나중에.. 이사가 될 지도 모르는 거다..
아마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이회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이 험난한 사회생활에서 가정을 꾸리고 처자식을 먹여살려야 하는 비운의 숙명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가장들에게는 각자가 자기나름대로의 생존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종수]형을 충분히 이해한다.
"팀장님... 저 오늘 진짜 안돼는 날인데...."
"또 왜??...."
"남편이 출장중이어서 제가 어린이집에 애 데리러 가야하거든요.."
"후우... 이대리.. 그거 시부모님에게 좀 부탁하면 안돼겠냐?? 그 근처라며??.."
"눈치보여서 그렇죠..."
"그렇다고 2팀에서 사람빠져봐봐.. 내가 뭐가 되겠냐??..."
".........."
"수정아.. 니가 좀 양보해라.. 시댁에 전화좀 해서.. 그렇게 해.. 응??..."
시집간 유부녀 [이대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 나는 내가 깨지기 싫어서.. 부하직원의 난처한 입장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사이다.
오늘의 회식..
느닷없이 점심시간 이후에.. [고실장]이 제안을 했다.
아니.. 일방적인 명령같았다.
"자!!... 다들 힘내시고!!... 오늘 회식입니다.. 아시겠죠??...."
"와아!!!...박수..박수..!!... 실장님!! 감사합니다!!.. 박수안쳐??..."
[짝짝...]
그놈의 회식..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의기양양하게 떠들어대는 그 싸가지없는 면상의
표정이란....
[고실장]이 오고 나서 기획실 전체가 하는 2번째 회식이다.
회사근처.. 서교동의 일식집.. 구석탱이 룸..
1팀 6명
2팀 6명
[고실장]까지 13명의 기획실 직원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집합이다.
[고실장]의 오른쪽에는 나, 왼쪽에는 [종수]형.. 나머지는 1팀과2팀이 섞여 앉아있다.
[종수]형이 무릅을 꿇고 정중하게 [고실장]에게 50세주를 따른다.
"자자...다들... 잔 채웠지??..."
[네에.....]
"자.... 실장님 건배 제의 하시죠..."
"훗... 그냥 팀장님이 하시죠......."
"하하...넵..영광입니다..실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종수]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정말... 눈꼴시려 못봐주겠다.
하지만.. 저렇게 나서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자... 우리 기획실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술을 마시며 슬쩍 무거워 보이는 [이대리]의 표정을 살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왁자지껄한 분위기..
[고실장]에게 50세주를 따른다.
하지만 [종수]형처럼 무릅을 꿇지는 않는다.
"김팀장님도 한잔 받으시죠.."
"네..."
"김팀장님은 댁이 가양동이라고 하셨죠?.."
"하하..네.."
"아이가 하나?? 둘??.."
"네.. 하나에요.. 이제 4살된 딸입니다.."
"둘째는 생각없나요??.."
"하하.. 곧 생기겠지요.."
오늘 회식자리에 왠지 우울해 보이는 [고실장]
우울하긴... 이대리도 마찬가지고.. 하루하루 힘들게만 살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연신 신이나 있는 [종수]형만 빼고는...
회집에서 파장분위기가 다다른다.
[종수]형이 [고실장]에게 2차 제안을 조른다.
"하하!!.... 실장님!! 이번에는 기필코...2차로 모시겠습니다..."
".. 아녀요.. 그냥..법인카드 드릴테니 팀장님께서 부서직원들 챙겨 주세요.."
"아닙니다... 실장님 안오신다면 저희도 그냥 여기서 파장하겠습니다... 자!!... 다들..
어때??? 고실장님 노래도 들어야지...안그래???..."
[네!!.........]
"호호.........."
이런.... 웃었다.
[고민지]가 웃었다.
이럴때 보면.. 또래의 젊은 여자와 별반 다를게 없는데...
근처 가라오케의 대형룸..
집에 일이 있는 여직원 4명이 빠졌다.
고실장과 나 종수형 1팀3명,2팀3명 이렇게9명이다.
고실장을 포함해서 여자가 4명 남자가 5명..
룸안에서 맥주와 양주..
[촤르르르륵!!!!!!!!]
"와아!!!!!!!!!!!!....."
[짝짝짝!!!!!!!....]
"자... 요거 한잔씩들 먼저 마시고!!... 힘차게 달리겠습니다!!..."
"호호호....."
"자!!.. 2팀장님인 김희준팀장님께서 머리도 볶으셨는데.. 위하여를 제창하겠습니다.."
"하하하....."
"씨바.. 그냥 조용히 마시지.. 니미럴... 위하여는??...."
옆에 앉은 [고실장]이 넌지시 내 눈을 살핀다.
[종수]형이 말아준 폭탄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우리 기획실이 새로오신 고민지 실장님을 모시고 일한지가 어느덧 두달입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기획실의 모든 직원들께서 앞으로 더 똘똘뭉치고 분발해서 우리 기획실이..
역시 최강이라는 것을 이번분기에..다시한번!! 보여줍시다!!...자..최강 기획실을 위하여!!!.."
[위하여!!!!!!!!!......]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난리가 났다.
[고실장]이 술을 좀 마시는 편이다.
하지만 흩트러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이윽고 [종수]형이 마이크를 잡는다.
"자!!... 부르스곡이야!!.. 얼렁 나와!!..."
간주가 흘러나온다.
"한곡 땡기지??..."
"호호호....어맛!!...아라써요..호호.."
직원들이 제각기 짝을 맞춰 넓직한 모니터앞으로 나간다.
"야!!...김팀장.. 뭐하냐?? 실장님 안챙기고...."
"씨바......"
그러고 보니 나와 [고실장]만 겸연쩍어 하면서 나란히 앉아 있다.
[고실장]도 무척 난감해 하는것 같다.
"하하.. 실장님... 제가 한곡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일어나시죠.."
"흐음..... 그냥 있을래요..."
"네에....."
"씨바........."
마이크를 잡고 간드러지게 노래를 부르는 [종수]형이 우리쪽으로 와서 다짜고짜 [고실장]을
끌어낸다.
그리고 나도 끌어낸다.
막무가내로 끌어내니 의외로 쉽게 일어나는 [고실장...]
[고실장]은 나를 쳐다보지도 못한채.. 안아주길 바라고 있는 듯해 보인다.
"훗... 이렇게 하는거였군..."
"이런 왕재수도 꼴에 여자랍시고.. 튕긴거였구나... 참내... 어이없어서..."
[고실장]과 나란히 마주서서 허리에 두 팔을 감았다.
[고실장]이 무척 부끄러워 하면서 어쩔줄 몰라하더니 이내 나의 목을 감는다.
"얘도 밖에 나오니 어쩔수 없는 기집애구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잼있다.
그나저나... 몸매가 장난이 아니다.
잘룩한 허리에.. 빵빵한 히프...봉긋한 젖가슴의 아찔함...
안그래도 큰키에.. 힐을 신으니.. 이건뭐.. 남자키와 같을 정도이다.
얼굴도 이쁘고 몸매가 이렇게 죽이니.. 따지고 보면 이렇게 완벽한 여자가 있을 수 있을까??
거기에다 대기업 사장딸에.. 외국 유학석사에..
하지만 그놈의 왕재수 싸가지 성질머리만 아니었어도...
지금 내 품에 폭.. 안겨있는 이 여자는 왕재수 고실장이라고 생각치 말아야 겠다.
쭉쭉빵빵한 섹시미녀 [고민지] 라고 생각해야 겠다.
허리에 걸쳐진 오른손을 슬쩍 [고민지]의 등으로... 왼쪽은 [고민지]의 골반쪽으로
천천히 감았다.
"..큭큭..... 정말 잼있군.. 그래..."
근데 이상하다..
[고실장]이 무척 떨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떨고 있는 손끝... 불규칙적인 숨소리..
이러는 상황이니...나도 모르게 왠지 더 흥분이 된다.
이런 악랄한 왕 싸가지에게 여성스러움이 느껴져서인지..
갑자기 이러는 나도 좀 불편하긴 하다.
"엇!!!...... 갑자기... 왜 이러지???...."
큰일이다...여지껏 잘 참고..잠자코 있던 좃대가리가 서서히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실장]이 내 목을 껴앉고 있어서 몸이 너무 밀착하고 있기 때문인거 같다.
"괜히 초반에 허리를 감았네.. 아.. 젠장!!!!....."
"씨바...참아야해... 참아야해............."
평정심을 찾으려고 눈을 감고 애를 쓴다.
여기서 좃대가리가 솟구쳤다가... 이 성질머리 더러운 왕재수가 귀쌰데기를 날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발... 참아야해...제발.......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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