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펀할 Girl - 에필로그
본문
집안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서방님은 나를 향해 다가 왔다.
가까이 왔나 생각하는 순간 나는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뒤로 나자빠졌다.
그래도 깨개갱 소리를 질렀다. 항복의 표현이었다.
서방님의 무차별 폭격은 계속 되었고 나는 깨갱거리며 거실을 굴러 다녀야 했다.
얼마나 맞았는지 감각이 없었다. 발길질이 멈추고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기운은 없는데 정신은 말짱하다. 잘 못 했다고 빌고 싶었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차를 몰고 나갔으면서 **모텔로 왜 가지 못했는지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방님 부름에 응하지 못한 것을 절실히 후회했다. 어떤 체벌도 떤 고통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를 했다. 다음에는 직접 끌고 가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었다.
서방님이 퍼져 있는 내 목에 개 줄을 맸다. 그리고 물었다.
“왜 안 왔냐? 어디 갔었냐?”
“죄송합니다. 무슨 벌이든 받겠습니다.”
“왜 안 왔느냐고 물었다. 말귀를 못 알아들어?”
“몸이 아팠습니다. 팔, 다리, 머리. 전신이 아팠습니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느냐? 이유를 말하란 말이야. 이유를.”
“정말 아팠습니다. 가다가 차안에서 누워 있었습니다.”
“정신 상태가 해이하군. 아직 교육이 부족해.”
서방님은 내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너는 여자가 아니야. 정액을 먹고 사는 암캐야. 알어?”
“예. 서방님. 저는 암캐입니다. 정말 잘 못 했습니다.”
서방님이 누워있는 내 젖통을 만졌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쑤셨다.
“오늘 밤은 네가 평생 잊지 못하는 밤이 될 거야. 밥 먹다가도 생각나고
수업하다가도 생각나고 항상 너를 긴장시켜 주는 밤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서방님. 오늘 밤을 잊지 않겠습니다.”
내 대답에 서방님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내 입에 막대 재갈을 물렸다.
나는 입은 헤 벌렸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서방님이 이야기했다.
잊을 수 없는 오늘 밤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일어 나.”
서방님 명령에 나는 가까스로 기운을 차리고 네발로 일어섰다.
서방님이 내 몸에 가운을 걸쳤다. 띠를 매지 않은 가운은 등만 덮어 주었다.
서방님이 줄을 잡고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줄에 목이 끌리듯이 따라갔다.
현관문이 열리고 복도로 나갔다. 비가 억수같이 내려 바닥이 미끄러웠다.
무릎이 아프다는 통증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어느 집에서 문을 벌컥 열고 나올까봐 마음을 졸였다.
서방님이 엘리베이터를 불렀다. 숨이 차기 시작했다.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 볼 수도 없었다. 입에 재갈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분고분해야 했다. 서방님의 화를 돋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는 지하에 멈추었다. 다행히 비오는 밤이라 인적이 없었다.
서방님의 코란도 뒷좌석에 태워졌다. 그리고 가운이 벗겨지고
문손잡이에 목줄이 묶였다. 재갈 문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흘러 앞다리를 적셨다.
“네 발로 서 있어. 중심 잘 잡고.”
차가 출발했다. 나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려고 애썼다. 이렇게 기어이
**모텔에 양키한테 가는구나. 그래. 어쩔 수 없잖아. 당연히 당해야 할 짓인데
즐기자. 여자가 아닌 암캐로 즐겨보자.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지 않겠어?
나는 창밖의 빗줄기를 보며 알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고 황홀한 시간을 기다렸다.
서방님은 차가 출발하고는 아무 말도 안했다.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차가 멈추고 창문이 내려졌다. **모텔이 아니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학교 운동장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 운동장에 차가 도착해 있었다.
바람이 불어 창문으로 빗줄기가 날려 들어 왔다. 여기는 왜 왔나?
내 머리가 바삐 돌아갔지만 결론은 없었다. 침을 많이 흘려 목이 말랐다.
“이제 너는 여기서 운동을 할 거야. 한 마리 암캐가 되어 네발로
운동장을 달리는 거야. 스무 바퀴만 돌면 돼. 내가 걸으면 너도 걷고
내가 뛰면 너도 뛰는 거야. 내가 멈추지 않으면 너도 멈출 수 없어.”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이 뻣뻣하고 피가 멈추는 느낌을 받았다.
서방님은 우비를 입었다. 그리고 문손잡이에 매어 놓았던 목줄을 풀어 쥐었다.
“너는 이 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게 될 거야. 운동장을 보거나
운동장을 생각만 해도 너는 암캐라는 것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힘들거나 괴로울 때도 이 순간이 기억날 거야. 오늘을 잊고 꾀를 부리면
더욱 강력한 교육을 시킬 것이니까 잊지 않는 것이 좋아.”
내 머리 쪽의 문이 열렸다. 뒤로 내려야 편한데. 앞으로 내려야 했다.
조심스럽게 한발씩 움직여 내려갔다. 서방님의 오른 손이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나는 엉겁결에 땅을 향해 펄쩍 뛰어내렸다. 네발을 짚었지만 그대로 고꾸라졌다.
어깨와 무릎이 아팠지만 살필 겨를이 없었다. 나는 얼른 네발로 얌전히 섰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내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금방 흠뻑 젖어버렸다.
“비가 와서 보는 사람 없어 아쉽군. 구경꾼도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나는 비가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비오는 이 밤에 모두들 집안에
틀어박혀 있거나 잠들어 있을 테니 그래도 천만 다행이었다.
“뒷다리는 무릎을 펴고 발바닥으로 걸어. 뛸 대는 앞 뒤 두발씩 모아서 뛰고.”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목이 말랐다. 현기증이 돌았다.
서방님이 줄을 당기며 성큼 성큼 걸었다. 나는 네발로 정신없이 따라갔다.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목이 당겨 아팠다. 서방님 다리 옆에 바짝 붙어
부지런히 걸어야했다. 앞다리로 체중이 쏟아지는 것 같다던가.
엉덩이가 뒤뚱거린다던가. 꼬라지에 신경 쓸 여유는 전혀 없었다.
걷기만 하는데도 숨이 찼다. 빗줄기에 땀이 씻겨 내려갔다. 시원해서 좋았다.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서방님이 뛰기 시작했다. 나도 뛰었다.
“두 발씩 모아서 뛰어.”
앞다리를 한꺼번에 내딛고 뒷다리를 한꺼번에 당겼다. 호흡이 가빠졌다.
앞다리가 후들 거리고 무릎이 자꾸 굽혀졌다. 그래도 달려야 했다.
무릎 펴라는 호통이 여러 차례 떨어졌다. 허리도 아프고 목도 아팠다.
몸이 덜덜 떨렸다. 추운 것이 아니고 기운이 부족해서 떨렸다.
서방님의 뛰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나는 정신없이 뛰어야했다.
엎어지고 자빠지면서 오뚝이처럼 일어나 달렸다.
그래도 목줄은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었다. 운동장 한 바퀴까지는
기억을 하는데 점점 내가 있는 위치도 몸 상태도 느낄 수가 없었다.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붓고 나는 자빠지는 횟수가 늘어났다.
내정신이 아니었다. 달리는 것이 아니고 끌려 다닌다함이 옳았다.
못가겠다고 버티고 싶었다. 마음뿐이었다. 몸은 계속 움직여지고 있었다.
숨이 턱에 닿았다. 곧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졸도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멈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귀에 퍽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턱이 빠질 만큼 줄이 당겨졌다.
나는 고꾸라졌고 이내 줄이 느슨해졌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두 명의 괴한이 나타나 서방님을 각목으로 구타하고 있었다.
두 명이 번갈아 가며 서방님을 개 패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나는 앞 뒤 다리를 구부리고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서방님이 맞고 있다는 것이 무서웠다. 나를 지켜주고 교육시키는
서방님이 무기력하게 난타당하는 모습이 무서워서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바닥에 엎드려 숨을 죽이고 눈을 감았다. 이제 어떻게 하나.
아무 생각도 없었다.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서방님은 몽둥이찜질을 견디지 못해 엎어진 체 움직이지 않았다.
괴한 한명이 엎어져 있는 서방님을 발로 밀어서 뒤집었다.
서방님은 정신을 잃었는지 반응이 없었다. 다른 괴한이 나를 향해 왔다.
마음은 도망을 가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나는 엉덩이만 빼면서
강아지처럼 낑낑대고 있었다. 달아날 힘도 없었다.
괴한이 다가오며 상의를 벗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겁탈을 당하는
상상을 했다. 서방님께 나를 빼앗은 괴한들이 내가 근무하는 학교
운동장에서 윤간을 하려나 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할 수밖에.
상의를 벗은 괴한이 나에게 다가 오더니 자기 옷으로 나의 몸을 쌌다.
그리고 번쩍 안더니 어디론가 들고 가고 있었다. 이제 또 운명이 바뀌는구나.
정신을 가다듬고 괴한의 얼굴을 보았다. 민기였다.
나를 자기 옷으로 감싸 안고 가는 괴한이 내 짝사랑 민기였다.
나는 순간 정신을 잃어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동차 뒷좌석이었다. 두리번 거려보니 서방님의
코란도 승용차였다. 내 몸은 가운으로 덮여 있고 발치에 민기가 앉아 있었다.
운전석에 서방님을 발로 뒤집던 괴한이 운전을 하고 있었고 조수석에는
서방님이 묶여 있었다. 나는 뒷좌석에 눕혀져 있고 옆에 민기가 앉아 있는데
내 맨다리가 민기의 허벅지위에 뻗치고 있었다.
내가 두리번거리자 민기가 오른 손을 뻗어 내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선생님. 깨어 나셨군요. 아픈데 없으세요? 괜찮으세요?”
나는 눈을 지끈 감았다. 하필이면 민기였더냐? 어떻게 알고 왔다는 말인가?
희한한 장면을 민기가 봤다는 것이 또 하나의 아픔이 되어 가슴을 짓눌렀다.
“민기야. 시간을 드려라. 안정을 찾으셔야지.”
나는 또 한 번 체념을 해야 했다. 어차피 민기가 볼 것 못 볼 것 다 보았는데
이제 와서 내숭을 떤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것도 운명이라면 받아 들여야 한다. 이제 승자는 민기와 일행이고 서방님은
묶여서 꼼짝 못하는 신세가 아닌가. 부끄러움이나 자존심을 버리고
민기에게 구원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민기와 일행에게 속박이 되는 한이 있어도 서방님을 내쳐야 했다.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목을 움직여 보니 개 줄이 없다.
입에 재갈도 없었다. 알몸이지만 가운이 덮여 있었다.
차가 멈추었다.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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